여섯번째 이변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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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하하하하ㅡ"
유쾌하게 웃는 소녀가 있었다.
"나하하하. 심각해. 돈이 다 떨어졌어! 당장 밥해먹을 돈도 없어! 이거 진짜 위험할지도…"
만사가 즐거운듯한 표정에, 머리에 나사가 한두개 빠진듯한 웃음소리를 내는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잡고 있다. 그 혼잣말대로, 본인에게는 꽤나 심각한 이야기인듯 하다.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이는 갈색장발의 소녀는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 그거?'라며 알 수 있는 유명한 메이커의 외투를 입고 있다.
외투 뿐만이 아니다. 신발부터 시작해서 파란 청바지, 셔츠, 외투, 귀걸이 등 모두 꽤나 비싼 브랜드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속옷 또한 마찬가지일것이다.
'느으아아아아!' 하면서 선채로 몸을 배배 꼬고 있던 소녀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면서 소리질렀다. 그 영향으로, 입에 물고 있던 막대사탕이 달그락. 소리를 냈다.
"세계 3차 대전이 끝난 이후로는 돈이 벌리지 않습니다아아아아아아아! 어떻게 책임질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런 소녀의 모습을 본 사람은 누구나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할것이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브랜드의 옷이 우스꽝스러운 것은 아니다. 어린 나이를 꽤 성숙하게 느껴지게 할 만큼, 그녀의 패션 센스는 탁월했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 이상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무도 없기에 소리를 지르는 것일테니까.
문제가 되는것은 장소다.
지붕은 커녕, 성한 벽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붕괴되어있는 건물.
바람도 막아줄리 없는 그런 건물에서, 소녀는 모래바람을 맞으며 이러고 있는 것이다.
중앙아시아와 중동, 남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내륙국으로, 제국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땅.
이곳은, 아프가니스탄이다.
"낭낭낭… 지금 당장이라도 할수있는 일이…"
소녀는 급하게 외투의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여러개의 막대사탕과 껌이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소녀는 주울 생각도 하지 않고, 그 안을 계속 뒤적여 하나의 종이를 찾아냈다.
확! 하고 표정이 밝아진 소녀는 무언가가 적혀진 종이를 눈 앞으로 가져갔다. 무언가, 세계 여러곳의 지역명과 짧은 주석이 달려있는 종이였다.
"우와…… 미루다 미루다 미루다 미루다 미루다 미루다 미루다 미루다 미루다 미루다 싫어서 포기했었는데…"
급 우중충해진 표정으로 '나,나하하…' 하고 기운없이 웃는 소녀.
"우웅. 어쩔 수 없나…"
소녀는 휙, 하고 들고 있는 종이를 던졌다.
종이는 모래바람을 타고 아무렇게나 날아가는가 싶더니, 이내 정 중앙에 있는 지역명이 화륵. 하고 타버렸다.
그곳엔, '학원도시'라고 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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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늦었다냥…"
츠치미카도 모토하루는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뒷골목 안을 달리고 있었다. 장난스러운 음색은 그대로지만, 그 표정만큼은 어느때보다 심각해보인다.
지금 츠치미카도는 교토에서 학원도시로 돌아온 직후다. 성인 살해자의 건으로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에서의 여러가지 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인, 마술사. 그 양쪽 모두에게 정보를 은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정보관련으로 유능한 츠치미카도라고 하더라도, 그리 쉽게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지금도 잠시 필요한 정보만을 전해주고 다시 교토로 돌아가야 되는 상황이다.
"마,말도 없이 학교를 빠졌으니, 마이카한테 무지하게 혼날것 같다냥…"
무릎을 꿇은채 '잘못했습니다…'하는 오빠와, 그 앞에서 메이드복을 입고 청소로봇 위에서 '오빠는 진짜!'라며 뱅글뱅글 돌면서 화를 내는 여동생.
…………정상인이라면 어느정도 의문을 품을만한 조합이지만, 츠치미카도는 진지하게 자신의 이복 여동생에게 혼날것을 상상하더니 부들부들 하고 몸을 떨었다. 얼핏 보면 정말로 한심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세계에는 생각외로 여동생에게 혼나는 오빠라는 것이 많은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침울한 츠치미카도의 표정에서 눈이 번쩍였다. 머리 옆에 불이 들어오는 전구라도 그려줘야 할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 생각의 전환! 여동생에게 체벌받는 오빠라니, 이건 꽤나 레어…"
……분명히 체력적으로는 완전 여유로울텐데도, 하아… 하아… 하면서 거친 숨을 내던 변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목적지인, 자신이 살고 있는 기숙사의 건물 앞에 도착했다.
츠치미카도는 마치 암살자와 같은 움직임으로, 발소리나 옷이 스치는 소리. 심지어는 숨소리까지 내지 않고 서서히 계단을 올라간다.
"후후후. 스O이크씨도 이 츠치미카도씨에겐 한수 접어줘야 된다냥…"
상식적으로는 료우란 가정 여학원에 있는 자신의 기숙사에서 생활할 마이카가 이런 허름한 기숙사까지 올리는 없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라는 속담이 있듯이 조심해서 나쁠것은 없다. 마이카는 원래 츠치미카도의 기숙사에 자주 오기도 하고, '학원도시에 있는 유일한 가족'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자신의 오빠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학교에서 제공받는다. 그렇기에 자신이 학교에 빠졌다는 연락을 받은 마이카가 다짜고짜 쳐들어올수도 있는것이다.
상식적으로 아무 권한도, 능력도 없는 여동생이 그런식의 특혜를 받는것은 불가능하지만.
"…친구라는건, 골라사귀어야 되는데 말이냥…"
그 친구인 천재 소녀가 문제였다.
카미조 토우마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는 선배이자, 카미조 토우마의 지인인 그 천재 소녀가 츠치미카도가 다니는 학교에 압력을 넣어 저런 말도 안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도저히 그 뒤를 캘수없는 마이페이스 적인 소녀의 얼굴을 떠오르며, 츠치미카도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뭐, 그래도 선인이니까 상관 없으려나"
츠치미카도가 바쁜 와중에도 학원도시로 잠깐 돌아온 것은, 10만 3천권의 마도서를 지키고 있는 소녀와, 성인 살해자 건의 당사자인 소년에게 물어볼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의 기숙사 방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츠치미카도는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방안에 들어갔다. 그 후 자신이 나갔을 때와 비교해서 아무런 변화점도 없다는 것을 파악한 후, 베란다 쪽으로 나간다.
옆방에서 인기척이 있는것을 확인한 후, 만에 하나를 위해 문으로 출입하지 않고 옆 베란다로 휙, 하고 뛰었다. 그리고 그 베란다 문을 활짝 열면서 소리쳤다.
"카미양! 잠시 시간좀 내줄수 있을……… 아…"
활기차게 시작한 말이지만, 그 목소리는 급속도로 기어들어간다.
왜냐하면,
"츠, 츠치미카도! 사, 살려줘!"
집주인은 로프에 묶인 채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고,
"……뭐야, 당신은?"
학원도시에 7명 밖에 없는 흉폭한 레벨 5(초능력자)가 온몸으로 전류를 내뿜으며 서 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여, 여자문제…!?' 라고 판단한 츠치미카도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 오겠습니다…"
"츠치미카도오오오오!"
츠치미카도는 토우마의 울음기 섞인 목소리에 '빠져나가지 못하나' 하고 노골적으로 쳇. 하고 혀를 찼다. 그러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가 지금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런데, 카미양이랑 이야기좀 하면 안될까…………요?"
소녀의 표정은 언젠가, 학원도시의 능력자로 이루어진 암부조직인 '그룹'의 동료였던 레벨 5(초능력자)의 표정을 떠오르게 했다. 그 정도로 위협적이다…
"………………"
말 대신 파직, 파직 하는 전류로 대답하는 레벨 5(초능력자).
움찔. 하고 한발자국 물러난 츠치미카도였지만, 금새 그 주먹을 꽈악, 하고 쥐더니,
"흥. 어쩔 수 없이 실력 행사를 해야겠다냥. 후회하지는 말아. 과학과 마술. 그 양쪽에 깊숙히 발을 넣은 다중스파이. 어떤때는 평범한 레벨 0(무능력자). 어떤때는 프로 음양사. 이 츠치미카도님이 살살 끼아아아아아아아아!?"
흉폭한 레벨 5(초능력자)는 대화를 듣지도 않고, 문답무용으로 뇌격의 창을 발사했다. 그리고 뇌격의 창에 히트당해 이곳저곳 그슬린 모습으로 앞으로 고꾸라진채 움찔. 움찔하는 츠치미카도를 보며, 갈색 머리의 중학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 내가 기분이 별로 안좋거든?"
결국 츠치미카도는 영문도 모른채, 로프로 묶여 카미조의 옆에 매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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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조 토우마와 같은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는 소녀. 쿠모카와 세리아는 제 6학구에 있는 맨션의 방 한곳에서 컴퓨터를 붙잡고 있었다. 학생 기숙사가 아닌 맨션이다. 학생도 아니고 맨션을 불법점거 하는 페이커와는 다르게, 제대로 자신의 명의로 된 맨션이 있다는 것은 흔하지 않는 일 따위가 아닌 그녀 한명을 위한 '특별'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식사 한끼에 4만엔을 쓰는 토키와다이 중학교의 학생들도 맨션이 아닌 학생 기숙사에서 생활하므로, 그녀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누구라도 대강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응?"
쿠모카와는 지나치게 길어서 얼굴을 전부 가릴듯한, 어떻게 보면 공포영화의 귀신같은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있는 머리띠를 다시 고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컴퓨터의 옆에 있는 탁자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친듯한 핸드폰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글쎄, 아무것도 아니야. 조금 기분탓"
「아무것도 아니면 이쪽 대화에 집중해주지 않겠어?」
"따분하긴"
자신의 할아버지뻘인 남자에게도 아무렇게나 독설을 내뱉는 쿠모카와. 하지만 그녀는 충분히 이럴만한 지위를, 실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총괄 이사회의 '브레인'을 맡고 있는, 학원도시 최고의 천재 소녀이기 때문이다.
전화 너머의 노인. 총괄 이사회 중 하나인 카이즈미 츠구토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때, 그렇게 의욕 없어 보이더니, 일은 잘 되가?」
"응, 뭐. 어떻게든"
「그 소년이 무사히 돌아온게 그렇게 기쁜가?」
"응, 뭐. 솔직히 말하면"
「청춘이군」
"글쎄, 그 소년은 나 말고도 여자가 많은듯 하니까"
「…」
딸칵. 딸칵. 계속해서 컴퓨터의 마우스를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해, 전화 너머에서 안절부절하는 카이즈미는 어떻게든 화제를 돌려 이 소녀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했지만, 오히려 그런 카이즈미의 생각을 먼저 읽은 소녀가 화제를 바꾼다.
"당신이야 말로 일은 잘 되가?"
「일? 아아… 그 7위 말인가. 솔직히 말하면 조금의 진척도 없어. 해석하려고 하면 해석할수록 더욱 깊은 미궁속에 빠져. 마치…」
"마치?"
「능력 자체가 고의적으로, 이쪽의 해석을 피해가는 듯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말이야」
"흐응… 재미있는 가설이네"
쿠모카와는 카이즈미의 가설에 흥미가 생긴듯 했지만, 금방 '뭐, 가설일뿐이지만' 이라며 덧붙였다. 자신의 판단이 무시당한것이 화가 나지도 않는지, 전화 너머의 카이즈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런 사소한 것에 화를 내서야, 이 천재 소녀와 대화를 하는것은 백만년이 지나도 무리인 것이다.
카이즈미가 슬슬 처음 자신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하자, 쿠모카와가 마치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 소년을 직접 도와줄 수 없으면, 그 소년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라라… 말은 좋지"
카이즈미는 차분한 음색으로, 다시 질문했다.
「그래서, 첫번째로 뭘 할거지?」
"그렇게 나한테 의지만 해도 괜찮은거야?"
「그게 너의 역할이잖아」
"역시 당신이랑 대화하면 따분해… 최소한 '우왓, 카미조씨가 생각해야 되는거야!?' 정도의 리액션은 보이라고"
「나한테 무슨 케릭터를 바라는 거냐」
"으갸아ㅡ!"
그런 의미를 알수없는 소리를 지른 쿠모카와는 휘익! 하고 점프해 넓은 소파에 온몸을 날렸다. 그 충격으로 두웅! 하고 몸이 살짝 튕겼다. 소파가 매우 푹신한것도 있지만, 남들보다 훨씬 커다란 가슴도 분명 어느정도의 역할을 해냈을 것이다.
「……」
노골적으로 대답을 피하고 있다. 라고, 카이즈미는 생각했다. 아니면 때를 기다리고 있는건가. 그것도 아니면, 총괄 이사회인 자신에게 들어오면 안되는 정보인건가.
천재의 생각을, 범인이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카이즈미는 그녀를 재촉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기다렸다.
"……"
10분이 넘는 정적.
카이즈미가 슬슬 '설마 잠들었나…' 하고 생각했을 때,
"제 10학구에, 소년원이 하나 있어"
조용히. 아주 조용히, 쿠모카와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알고 있어. 능력을 범죄에 사용한 아이들을 수감하는 곳」
"표면적. 으로지만. 사실은, 학원도시에 반기를 들은 아이들을 수감하는 곳이야"
쿠모카와는 말을 잘못했다는 듯, '아, 물론 당신이 말한 범죄자들도 들어오긴 하지만 말이야' 라고 덧붙였다.
"경범죄는 상관이 없겠지만, 그 소년원의 더 깊숙한 곳에서는 평생 바깥으로 나올 수 없는 녀석들도 있어"
「학원도시에 그런 권한은 없을텐데?」
"학원도시는 치외법권이야. 물론, 당신이 말하는건 도덕적인 문제겠지만. 당신은 착해도 너무 착해빠졌으니까 그런 생각을 할수있는 거지"
「………」
"그 중에서도 S급이라고 할까, 가장 보안이 철저한 녀석들이 있어. 그 무브 포인트(좌표이동)의 동료들이야"
「'안내자'인가」
"그리고, 그 녀석들은 '인질'들이지"
쿠모카와의 목소리는 조금 기운이 없어 보였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가끔 자신이 해결할수 없는 일을 파악했을때의 체념. 비슷한 것이었다.
"당신도 알다싶이 그 1위로 인해 학원도시의 어둠은 해체됐어. 그녀가 있던 '그룹'도 마찬가지. 하지만 총괄 이사장은 그것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아. 그래서 총괄 이사회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거야. 인질들을 수감하는 시스템의 관리비가 무지막지하게 들어간다고 말이지"
「확실히」
핸드폰의 끝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그 너머에서 고개를 끄덕거린 카이즈미가 대답한다.
「두개의 파벌로 갈라져서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지. 인질을 잡고 있는 이상의 효율을 내야해야하는 소녀를 컨트롤할 방법이 없으니 그대로 풀어주자는 쪽과, 어떻게 해서든 인질을 계속 잡고 있어야 한다. 라는 쪽으로 말이야」
"그대로 내버려두면 모든게 해결됐었어. 자신의 이득만 챙기려는 총괄 이사회의 썩은 녀석들이 멋대로 싸워서 멋대로 자멸할때까지 기다리고, 인질들을 풀어주면 끝나는 이야기. 였는데…"
「였는데?」
"결국 한쪽 파벌이 그 소년원을 급습하러 외부에서 50명의 용병들을 고용했었어. 당연히 최소한의 방위능력만 있을 소년원이 무난하게 함락됐어야 했지만…"
쿠모카와는 무척이나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쳇, 하고 혀를 찬다.
"반대쪽도, 외부에서 용병을 고용했다는 거지"
카이즈미는 잠깐. 하고, 방금의 대화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내 지적한다.
「용병. 이라니? 용병들이 아니고?」
"그래. 한명이야.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50명의 용병들은 전멸. 모두 근처의 실험동물용 폐기장으로 직행했다는 이야기지. 그리고 덕분에, 미묘하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던 파벌들의 힘의 밸런스가 무너져내렸어. 이대로라면, 인질들은 평생동안 그 소년원에 있어야돼. 여기서 그 용병을 제거하고 인질들을 탈출시킨 후, 다른 파벌의 행동으로 뒤집어씌우면 인질들도 구출시키고, 파벌들이 서로 네탓이네 하면서 싸울테고, 일거양득이지"
「……………」
책략, 이라고 부르기에는 교묘하지 않다.
기책, 이라고 부르기에는 기묘하지 않다.
오히려 이것은 악책(옳지 못한 계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작전을 실행하기에는 너무나도 장애물이 많다. 예를 들면, 그 두갈래의 파벌 어느쪽도 지지하고 있지 않은 카이즈미나 오야후네. 그 둘중 하나가 범인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하게 되는 것이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이 생긴다. 그리고 그 심증만으로도, 다른 총괄 이사회의 멤버들은 살모사의 송곳니 같은 이빨을 거침없이 들이밀것이다.
하지만,
그런 뻔해 보이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실제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이 '브레인'의 역할이다. 누구에도 들키지 않고, 혹은- 누구에게나 들키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이 천재 소녀의 역할이다.
그런 쿠모카와의 이야기를 들은 카이즈미는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50명을 혼자서 몰살시키다니, 소문의 학원도시 외부의 능력자인가?」
"학원도시의 능력자야"
「…뭐?」
내가 고민하고 있던게 이거라고 이거. 라며, 쿠모카와는 땅이 꺼져라 크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 '중동의 마녀'라고 불리는, 몇년전에 학원도시에서 탈출한 능력자야. 문제는 녀석을 제압할만한 카드가 없어. 무브 포인트는 사정을 설명한다면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만… 그녀로는 부족해"
그래서 이렇게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던거 아니야. 라며, 소파에 엎드린채로 짜증난다는듯 양발을 파닥파닥 거리는 쿠모카와.
"아무리 찾아도 안나와. 어찌됐든 이해관계가 맞고, 직접적으로 이 일에 관계가 없는 고레벨의 능력자가!"
적절한, 아니, 혹은 전혀 필요없는 듯한 정보만으로도 자신의 의지대로 사람을 조종하는 화술이야말로, 이 소녀의 특기였다.
즉, 적절한 상황의 '말'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 천재 소녀가 고민하던 이유. 사건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고레벨의 능력자. 즉, 장기에 사용하는 '말'이, 아무리 찾아도 도무지 없는 것이다.
「쿠모카와」
그런 쿠모카와의 모습을 핸드폰 너머로 보고 있는 카이즈미가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소녀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들리지 않는 척을 하는것인지, 그 부름을 무시한다.
"아아, 제길. 난 이번에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거야? 또? 소년 한명 구하지 못하고, 2만명의 클론이 죽는 실험도 막지 못하고, 또!?"
「쿠모카와」
"숙녀가 괴로워 하고 있잖아. 잠시 말걸지 말아줄래?"
「아니」
무척이나 짜증내는 목소리로 대답한 쿠모카와였지만, 카이즈미는 연륜이 가득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원하는 능력자. 결과가 나온것 같다만?」
"응?"
소파에 엎드린 채로 고개만 옆으로 돌린 쿠모카와의 눈이 번쩍! 하고 커졌다. 소파를 넘어트릴 기세로 벌떡 일어난 쿠모카와는 모니터 앞까지 달려와 화면에 떠 있는 능력자의 사진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씨익. 하고 쿠모카와의 입에 미소가 번진다.
"그래… 찾었어. 이해관계가 맞고, 이 일에 관계도 없는 고레벨의 능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