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Faker


Original |

여섯번째 이변 5화


**

학원도시에서 제일 가는 천재. 고등학생 소녀 주제에 총괄 이사장의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쿠모카와 세리아는 자신의 맨션에 있었다. 이제 슬슬 해가 떨어질 시각인데도 맨션 안에서는 조금의 불빛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최저한으로 들어오는 빛조차 여러개의 블라인드로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다​. ​

"……"

거의 완전한 어둠. 그런 어둠속에서, 쿠모카와는 성인 남성 4명이 누울 수 있을 만한 커다란 침대에서 조용히 누워 있었다. 다만,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무언가를 각오한 표정. 결단을 내린 표정. 책임을 지는 표정. 그런 여러가지의 표정으로도 보이겠지만, 아마도 가장 가까운 것은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성인(聖人)의 표정일 것이다.

쿠모카와는 아무 장식도 되어 있지 않은 높은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카이즈미에겐 미안하지만… 그에게 말하지 않은 것도 있어. 그 착해빠진 노인네는 이런 작전인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승인하지 않았을 테니까)

뿌득. 소녀는 자신의 어금니를 세게 깨물었다.

(소년원에 있는 S급 범죄자. 즉, 무스지메 아와키의 동료들을 죽여 학원도시에 혼란을 야기시키는게 목적인 쿠로요루 우미도리와, 자신의 동료들을 구하려고 하는 무스지메 아와키… 그녀들이 강대한 적을 타도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는 아무래도 무리겠지. 설사 처음엔 그 진위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죄수들의 안전을 생각치 않는 쿠로요루의 전법에 금방 눈치채겠지. 그녀도 꽤나 스마트 하니까)

학원도시에서 제일 가는 천재인 그녀가 판단하건데, 1:1 로 싸운다면 무스지메 아와키나 쿠로요루 우미도리는 그 '중동의 마녀'에게 100% 살해당한다. 이것은 절대적. 99.9999% 같은, 그런 희망적인 관측조차 내보이지 않는다. 그런 정도의 '상성'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낮은 확률의 변수 둘이 합친다고 하더라도 과연, 활로가 열릴 것인가? 100%로 패배하는 A와 100%로 패배하는 B. 그 둘이 힘을 합쳐서 50%의 승률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무스지메 아와키는 어디까지나 계기… 작전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크게 관계 없어. 성공한다면 일부러 해체측 파벌의 정보를 누설해 파벌끼리의 싸움으로 유도시킨다. 실패하면, 무스지메 아와키의 독단으로 내밀고 '너희들의 그런 판단이 총괄 이사장의 귀중한 안내자를 죽게 만들었다' 라며 겉에서 부터 깨부셨으면 되는 이야기지)

침대위에서 꼼지락 거리던 쿠모카와는 아무래도 자세가 불편한지, 그대로 옆으로 누웠다. 무척이나 큰 침대지만, 그녀는 오히려 조그마하게 몸을 웅크렸다.

(무스지메에겐 여차하면 쿠로요루를 미끼로 쓰라고도 말했어. 만약, 그녀가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면 주저할것도 없이 쿠로요루를 도왔겠지. 하지만, 자신의 목숨보다 훨씬 소중하다고 판단하는 수많은 동료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야. 그 용병의 실력을 봤다면, 그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쿠로요루를 미끼로 쓰고 동료들만 탈출시키겠지.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나름 좋은 결과라고는 생각하지만…)

다만, 쿠모카와의 작전엔 변수가 있었다. 이것을 변수라고 인지할 수 있는 시점에서, 그녀가 평범하지 않은 것을 증명하는 것과 마찬가지 지만 말이다.

(쿠로요루 우미도리에게 있는 몇개 안되는 인간관계… 항상 행방불명으로 처리되어 있는 6위의 레벨 5(초능력자). 그가 개입한다면 결과는 또 바뀌겠지)

덜덜덜덜덜. 쿠모카와의 조그마한 육체가 흔들렸다. 그것이 자신의 심리상태를 대변해주는 것이라 눈치챈 쿠모카와는 자신의 양손으로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러고는, 마치 이곳에 없는 누군가가 대답해주리라 믿는듯이, 아무것도 없는 어둠에 질문했다.

"난… 잘하고 있는 걸까…"

이것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작전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수는 단순히 그 소년원에 갇혀 있는 무스지메 아와키의 동료뿐만이 아니다. 그 영향으로 일어날 총괄 이사회의 내분. 그것을 카이즈미 츠구토시와 오야후네 모나카가 적절하게 견제하면서 그들의 자멸을 유도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그 썩어빠진 총괄 이사회의 멤버들이 줄기만 한다면, 학원도시의 어둠은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사라져 가는 것이다.

100을 구하기 위해 10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다. 5만, 10만. 잘만 된다면 100만은 되는 불행한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겨우 2명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손해보는 일 일리가 없다. 오히려 이것은 두번 다시 오지 않을 큰 기회였다.

다만, 

운명을 거스를 정도의 천재지만 그녀는 기본적으로 고등학생의 소녀에 ​불​과​하​다​. ​

'원석'의 존재를 눈치챈 CIA의 조지 킹덤을 암살하기 위해 키누하타 사이아이를 보낼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생명의 무게를 견디기엔 너무나도 어렸다.

"괜찮아 세리아. 나는 나쁘지 않아. 나는 옳아. 누군가 나를 욕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견뎌내야 해"

쿠모카와는 그저 조용히. 다른 누군가에게 변명을 하듯이. 혹은, 자신에게 변명을 하듯이. 떨리는 어깨를 붙잡고 중얼거렸다.

**

무스지메 아와키는 브레인의 말대로 저 용병 녀석을 해치우기 위한 '조금 이해관계가 맞는 다른 능력자'를 찾기 위해 소년원의 안을 돌아다니던 도중, 무언가 건물이 무너져 내릴법한 소음과 고압전류가 흐르는 듯한 소리를 듣고 현장으로 뛰어가서, 그 '능력자'를 찾았다.

​"​나​하​하​하​하​하​하​핫​!​"​

"칫ㅡ!"

다만, 그 능력자는 이미 그 용병과 전투를 하고 있었다.

바로 참전할까. 하는 생각을 한 무스지메지만, 복도 너머에 있는 다른 복도를 보고 그런 마음이 싹 달아났다.

주위에 있는 거의 모든 통로란 통로엔 푸른색의 전격이 가득 차 있다. 그것은 레이저 쇼에서 나오는 레이저 같기도 하고, 첩보영화에서 나오는 레이저 센서같기도 했다.

닿는 즉시 온몸이 타버릴 정도의 고압전류다. 하지만 정말로 신기한 것은, 저 정도의 양의 전류를 고정시키고도 갈색머리의 소녀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상했다.

어디까지나 초능력이라는 것은 사용자의 고도의 연산에 의해 성립된다. 텔레포트 능력자인 무스지메의 경우는 3차원을 포함한 11차원의 좌표위치를 계산해야하고, 풍력사의 경우엔 바람의 흐름. 강함. 궤도 등, 전격사는 전압과 전류. 발동범위 등을 계산해야 한다. 머리가 나쁘다면 능력의 발현조차 불가한것이 초능력이다.

하지만 저만큼 강력한 전류를, 저만큼 많은 양의 전류를 여러 군데에, 동시에 전개하고도 평범하게 전투를 한다는 것은, 이 소녀가 동시에 수십개의 모든 장소에 발현되는 능력을 제어하면서도 눈 앞의 전투에 집중할 수 있는 말도 안되는 천재이거나ㅡ

(능력이, 독립해있어…?)

그런 불길한 생각을 한 무스지메지만 그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론적으로, 그것은 듀얼 스킬(다중 능력자) 이상으로 말도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대로라면, 소년원의 모든 통로에 저 전류의 거미줄이 가득 찰 것이다. 그때서야 행동해도 자신의 동료들은 구출할 수 없다.

그렇게 판단한 무스지메는 끔찍할 정도로 죄책감에 빠진 얼굴로, 전투를 무시한채 자신의 동료들을 구하러 뛰어갔다.

**

"뭐 이딴게 다있어!!!"

미사카 풀튜닝과 전투중인 쿠로요루 우미도리는 소년원의 복도를 달리고 있다.

눈에 보일 정도로 확실히. 지금 이 전투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미사카 풀튜닝일것이다.

(이런 종류의 전투방식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필사적으로 뛰고 있는 쿠로요루는 살짝, 자신이 뛰어 왔던 복도를 뒤돌아봤다. 그곳엔 푸른색의 고압전류가 마치 거미줄 처럼 복도의 모든 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쿠로요루의 진행방향으로 서서히 증식해간다.

"나항, 좀만 더 가면 출구라구? 열심히 뛰어봐~"

미사카 풀튜닝은 뛰어난 공격성도, 뛰어난 방어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최고의 공격성을 가진 쿠로요루를 압도할 수 있는 건, 이 '전장' 자체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무한히 증식하듯 늘어나는 잔류전격. 그 고압전류의 거미줄은 서서히 건물의 안쪽을 전격이라는 이름의 영토로 바꿔간다.

쿠로요루는 당연히, 저 전장을 지배하는 잔류전격이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끝이 없다. 미사카 풀튜닝의 연산능력이 한계에 달할것을 기다려도 그녀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는​다​. ​

지속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믿기지가 않지만, 그것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그리 오랜 시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안이하게 생각했다.

녀석의 전격은 끝이 없다.

쿠로요루는 녀석이 모든 공간을, 이 거대한 소년원의 모든 공간을 자신의 전격으로 가득 채우고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정말로 지금의 풀튜닝에게 패널티가 없다면, 학원도시의 학구 하나쯤은 가득 채울 것이다.

쿠로요루는 뛰면서도, 왼손으로 ​봄​버​랜​스​(​질​소​폭​창​)​을​ 만들어내 그것을 오른손의 ​봄​버​랜​스​(​질​소​폭​창​)​과​ 합친다. 크기 18M 정도의 거대한 창이 완성된 직후,

"이거나 먹어라!"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막대한 압력으로 모든것을 절단하는 최강의 창이 발사되었다.

복도를 가득 채울만한 크기의 봄버랜스는 ​가​가​각​,​가​가​가​가​가​가​가​각​!​!​!​ 하며 천장과 바닥, 그리고 벽을 깎아내리면서, 확실히 조그마한 소녀의 육체를 찢어발기러 날아갔다.

"나항?"

하지만 미사카 풀튜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많은 전류의 거미줄이 있는 복도의 안으로 뒷걸음질 쳤다.

​파​지​지​지​지​지​직​!​!​!​ 전류의 거미줄과, 최강의 창이 격돌했다. 1M 짜리 조그마한 창으로도 최신예의 탱크를 중앙에서 뚫어버릴 수 있는 위력의 창이다. 아무리 전류가 데미지를 감소시킨다고 하더라도, 저만한 크기의 질소의 창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 할것이다.

한장. 두장. 세장. 봄버랜스는 미사카 풀튜닝의 몸을 찢으러 확실히 전류를 뚫어갔다.

하지만,

"나항ㅡ"

쉬이이이이익! 하는 단조로운 소리와 함께, 쿠로요루의 창이 사라졌다.

미사카 풀튜닝은, 마치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는듯 씨익 웃으며,

"3중결합인 질소는 특이하게도 단일결합보다 안정성이 높지. 따라서 왠만한 방법으로는 분해하기가 힘들어. 하지만 질소분자에 거대한 결합에너지를 준다면 강제로 분해할 수 있어. 그래, 예를 든다면, 고압전류 같은"

의외의 결과에도 쿠로요루는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이를 보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무척이나 도전적인 미소를 지으며,

"반대로 말하면, 네 녀석이 분해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녀석이면 된다는 거네?"

동시에, 쿠로요루의 등에 매달려 있던 파란색의 돌고래 인형이 팡! 하고 터졌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수천개의 조그마한 로봇의 손. 마치 영유아의 손같은 조그마한 하얀색 손이,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나타났다. 거의 곧바로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수천개의 손의 연결체 부분은 턱 하니 쿠로요루의 등에 장착됐다.

그녀의 능력인 ​봄​버​랜​스​(​질​소​폭​창​)​는​ 자신의 '손바닥'에서만 사출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인간의 손바닥은 ​두​개​뿐​이​다​. ​

그렇다면, 손을 늘리면 되는 것이다. '손바닥'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느 정도 까지 용인 되느냐가 문제였지만, 요는 사용자의 ​'​인​식​'​이​다​. ​

허리 아래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해도, 양팔과 몇몇 장기. 그리고 상체의 여러 부분이 기계인 사이보그 소녀는 부가적으로 붙는 기계팔도 자신의 팔로 '인식' 할 수 있었다.

이것이 쿠로요루 우미도리라는 소녀가 신체를 포기하면서 까지 얻은 힘. 

1M 짜리 조그마한 창으로도 최신예의 탱크를 중앙에서 뚫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창이 수천개. 그것은 이미 단순한 '능력으로 인한 공격'의 규격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그녀가 본심이 된다면, 조그마한 도시 하나쯤은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쿠로요루는 수천개의 기계팔 중에서, 10분의 1정도 되는 수백개의 팔로 ​봄​버​랜​스​(​질​소​폭​창​)​를​ 만들어 낸다. 

이 커다란 소년원도 통째로 날려버릴 만한 위력의 창.

'공격성'만이라면 최고라고 칭해지는 쿠로요루 우미도리의,

정진정명. 최강의 창.

그 절대적인 공격 앞에서, 미사카 풀튜닝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 옆으로 돌렸다. 그러더니,

"나항? 너 사이보그였어? 그럼 싸울 필요도 없었잖아"

실망한 표정의 미사카 풀튜닝의 앞머리에서 불꽃이 흩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가​,​아​,​아​아​악​!​?​"​

​콰​앙​!​!​! ​

마치 말도 안되는 커다란 자석에 끌려간듯, 쿠로요루의 몸이 지면에 ​내​팽​겨​쳤​다​. ​

움찔. 움찔. 쿠로요루의 몸이 조금씩 떨렸다. 등에 달려 있는 수천개의 기계손도 마찬가지로 부들부들 떨고 있다.

(몸이, 꼼짝도 안해!?)

"전기 능력자란건 말이야"

미사카 풀튜닝은 하아, 김이 빠지네. 하고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맨몸으로 컴퓨터의 해킹도 가능해. 그럼 초 정밀기계인 사이보그에 장애를 주는건 말도 안될 정도로 간단하다구"

​(​전​자​파​,​였​다​고​…​?​)​

쿠로요루의 몸은 입을 벌리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황에서, 쿠로요루의 시야에는 전투중에 내팽겨쳐진 구세대의 핸드폰이 보였다.

(페이,커…)

"포기할 성격도 아닌거 같고… 나항, 아쉽지만 여기서 죽어야 하려나"

뚜벅 뚜벅 걸어오는 미사카 풀튜닝의 발소리를 들으며, 쿠로요루가 죽음을 각오한 순간이었다.

"엉? 나 불렀어?"

"낭!?"

목소리는 전류의 거미줄이 가득찬 통로속에서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방향이 다른 곳이었으면 미사카 풀튜닝이 이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미사카 풀튜닝은 곧바로 말도 안되는 고압전류의 사이에 서서, 자신처럼 피해를 받지 않는 듯한 소년을 향해 손을 위에서 아래로 쳐내렸다.

​틱​,​티​틱​,​티​티​티​티​티​티​티​티​틱​! ​

불꽃이 튀는 소리를 내며 전류의 거미줄이 요동친다. 그것은 회전하며, 엄청난 전류의 폭풍을 만들어내지만,

"이야, 맞다. 말 안했는데 그 핸드폰, 도청기도 달려있어. 쿠로요루가 길건너 펫샵에서 하얀 고양이에게 '세리'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성능이라구"

한손으로 목발을 짚고 있는 남자는 휘청휘청 거리면서도 그 지옥같은 전류를 걸어온다.

상쇄시키거나 무효화 하는 것이 아니다. 이 파장은,

"나핫!? 오리지널의 ​A​I​M​확​산​역​장​이​잖​아​!​?​ 어떻게 된거야 이거!?"

"레벨 ​5​(​초​능​력​자​)​납​시​요​"​

​"​나​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페이커가 손을 가볍게 흔들자, 쩌억! 하고 미사카 풀튜닝이 서 있는 지면이 무너져내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사카 풀튜닝은 낙법도 하지 못한채 아래층으로 떨어졌다.

"엇차"

페이커는 가볍게 텔레포트 하여 쿠로요루의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옆에 쭈구려 앉아서,

"안일어나면 엉덩이 만진다?"

"………"

미사카 풀튜닝의 전자파는 멈췄지만, 그 여파로 인해 잠시동안 몸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쿠로요루는 필사적으로 입을 꿈틀댔다.

"응? 응? 만져도 되는건가?"

그렇게 10초 정도 후. 뿌득, 하는 소리와 함께 최소한의 자유를 찾은 쿠로요루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이 멍청아!!! 도청했으면 녀석의 개체명 정도는 듣고 있었을거 아니야!!"

"엉?"

그 순간이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직​!​!​! ​

귀에 커다란 날개를 가진 벌레가 붙어있는 듯한 커다란 소음과 함께, 커다란 전격의 기둥이 지면을 부수며 ​튀​어​나​왔​다​. ​

쾅! 쾅! 쾅! 쾅! 계속해서 나오는 기둥들은 쿠로요루와 페이커가 있는 장소를 원으로 둘러 결투장을 만들듯이 솟아났고, 그 너머의 공간에 폭풍이 몰아쳤다. 정확히는 소년원에 있는 모든 통로에, 말도 안되는 양의 전격이 고정된것이다.

그리고 그 바닥에서, 콰앙! 하고 미사카 풀튜닝이 뛰어올라왔다.

​"​나​하​하​하​하​하​하​핫​!​ '공격성'에 이어서 '해석능력'인가! 대단한데! 너가 그럼 그 성공작인 레벨 ​5​(​초​능​력​자​)​야​?​"​

"호오"

비틀, 페이커는 제자리에서 일어서 눈 앞에 있는 소녀를 봤다.

제 3위인 ​레​일​건​(​초​전​자​포​)​의​ 클론인 소녀. 미사카 풀튜닝은 파워드 슈트 같은 것을 입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여러 기계장치를 몸 이곳저곳에 달은것이나 마찬가지 일것이다. 양 팔 아래에는 성인 남성의 주먹만한 원통형의 물체가, 등에는 커다란 박스같은 쇳덩어리를 달고 있고, 몸 이곳저곳에 주렁주렁 연결선이 달려있다.

"과연. 이래서 풀튜닝인가"

"나핫. 별거 아니야. AIM확산역장을 수집, 증폭시키는 장치랑 전격을 신체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계일 뿐이야"

소녀는 얼굴이 늘어나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기괴하게 웃으며,

"이게 끝이 아니라구!"

콰악, 하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잔뜩 꺼냈다. 조그마한 막대사탕과 껌, 초콜릿 같은것이 떨어지지만 그런것을 신경쓰지 않는 미사카 풀튜닝은, 나머지를 그대로 입속으로 가져갔다.

"……"

그 행위에, 페이커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미사카 풀튜닝이 먹은 것은 수십개는 되보이는 알약이다. 그 중에는, 예전에 페이커가 복용한 체정도 포함되어 있다.

저 정도의 약물을 한번에 복용한다면, 능력의 폭주는 커녕 즉사할 레벨이지만ㅡ

​"​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뿌득. 뿌득. 하고 미사카 풀튜닝의 몸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내가 그 1위에게 받은건 ​'​공​간​장​악​능​력​'​이​야​!​ 어딘가의 공간에 영향을 끼치는 능력이라면 제약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구! 텔레포트를 사용하는건 자살행위일걸!?"

일시적으로 발현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원한다면 그 공간에 영구히 잔류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전격을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소녀는 말한다.

"이 상태의 나는 일시적으로 오리지널을 능가해!!! 나 조차도 실패작이라는데, 성공작이라는 녀석의 위력을 봐볼까!!"

"하아………"

크게 한숨을 쉬고 일어난 페이커는 짚고 있는 목발을 옆으로 휙, 하고 ​던​졌​다​. ​

그러더니,

"레벨 5(초능력자)를 얕보지 말라고 짜샤"

파지직. 하고, 페이커의 앞머리가 불타오르듯 했다.

"뭐야!?"

​파​지​직​,​파​지​지​지​지​지​직​!​ 하며 눈을 못뜰 정도의 엄청난 규모의 전격이, 마치 콘센트를 뽑은 전기제품처럼, 사라졌다.

쿠로요루와 페이커의 주위에 있던 전격의 기둥뿐만이 아니다. 소년원을 가득 채웠던 고압전류의 거미줄이, 거짓말처럼 사라진것이다.

"뭐가 ​'​공​간​장​악​능​력​'​이​야​?​"​

페이커는 한심하다는 음색으로,

"너는 단지 잔류전격에 자신의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의 색을 조금 묻혀, 그 전격 자체를 하나의 '현상'으로 굳혔을 뿐이잖아. 그럼 그것에 간섭하는건 노트북으로도 가능하겠다"

​(​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 단순히 보거나 느끼는것 만으로 이해한다거나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데!? 어떻게 안거지!?)

페이커의 미래예측.

주변의 모든 입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의 해석능력을 가진 페이커의 능력을, 미사카 풀튜닝이 알 수 있을 리는 없다.

페이커는 마치 항복을 권유하듯, 손을 내밀며,

"뭐야, 이대로 죽을래?"

"나, 나하항…"

뚝. 하고 몸이 굳은듯,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던 미사카 풀튜닝은, 메롱. 하고 혀를 내밀더니,

"나하ㅡ 속았지?"

"뭐?"

뚝ㅡ

"우,아,?"

퍼억. 하고, 페이커의 몸이 무너져내렸다.

"이야, 아무리 뇌파가 같은 클론이라고 하더라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네트워크에 침입하는건 아무래도 시간이 엄청 걸리네"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듯, 기계장치가 잔뜩 달려있는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키키키. 하고 웃는 미사카 풀튜닝은 말했다.

"너가 시스터즈의 네트워크에서 연산능력을 대체받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 다만 그쪽도 전격사라 그런지, 전자파로 인한 재밍은 통하지가 않는 거야. 그래서 생각했지. 능력적으로 최종신호보다 상위인 나라면, 그 네트워크에 간섭하는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뭐, 보다시피 성공이네. 나하하하핫. 하고 웃는 미사카 풀튜닝.

"뭐, 조금 치사하지만 원망은 하지 말아줘.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는 살아남는게 강한거거든"

"그럼 너도 원망은 하지 마"

"엥?"

들릴리 없는 목소리에, 미사카 풀튜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6위의 레벨 5(초능력자)는 전두엽에 심각한 피해를 입어, 시스터즈의 네트워크에 연산능력에 기대지 않으면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는 커녕, 뇌에 오버히트가 걸려 10분 안에 사망한다고 들었다.

순간, 잘못들었나. 싶어 자신의 귀를 후비적 거린 미사카 풀튜닝이지만ㅡ

콰직. 콰직. 콰직콰직콰직!!!

앞으로 엎드리듯이 넘어져 있는 페이커의 등에 커다란 두장의 날개가 솟아났다. 색깔은 칠흑과도 같은 검은색. 죽음을 형상화시킨것 같은 그 불길한 날개에, 본능적으로 위축된 미사카 풀튜닝이 그것에 반응도 하기 전,

빠직, 

하고 두 장의 날개가 수백개로 쪼개졌다. 수백장의 조그마한 검은색의 날개는 용서없이 건물을 수백조각으로 찢으며, 미사카 풀튜닝의 머리위로 내려쳐졌다.

그 일격으로, 소년원의 가장 깊숙한 곳. 무스지메 아와키의 동료들이 있었을 구역은 전부 무너졌다. 하지만 그 안에 시체는 없다. 한발 앞서, 무스지메가 모두 안전한 곳으로 피난시켰기 때문이다.

"나,나,학"

미사카 풀튜닝은 그 신의 일격 같은 재앙 속에서도 즉사하지 않았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걸까, 아니면 페이커가 힘조절을 한것일까.

망신창이가 된 미사카 풀튜닝은 피를 토하며, 자신의 몸을 ​확​인​한​다​. ​

"이,거, 틀렸,네, 낭…"

절망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성한 곳도 하나도 없었다.

저 정도의 공격에도 겨우. 겨우 온몸의 뼈가 부서진 정도. 미사카 풀튜닝 본인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흥"

두장의 악마같은 날개를 핀채로 페이커는 다가왔다.

"클론 주제에, 오리지널을 능가한다던가. 그런 말을 하는게 아니야 멍청아"

"풉"

"?"

​"​풉​,​푸​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

소녀는 미친듯이 웃었다.

온몸의 뼈가 조각조각나, 차라리 죽는게 편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데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온몸을 달그락 달그락 움직여가며 미친듯이 웃었다.

"나,나하학. 아이고, 진짜 너 최고야. 죽기 전에 이만한 개그를 듣고 죽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죽을 정도의 데미지는 아닌데?"

"나항ㅡ"

소녀는 다시 장난스럽게 씨익 웃었다.

그리고 어딘가 그리운듯한 눈으로, 천장을 쳐다봤다. 아니, 사실 천장도 아니다. 건물은 완전하게 무너져, 그곳엔 검은색의 밤하늘만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페이커의 검은 날개가 저 밤하늘을 먹어치운게 아닌가. 그런 착각을 하면서, 미사카 풀튜닝은 중얼거렸다.

"그래도, 죽을땐 학원도시구나~"

"그러니까, 죽을 정도의 데미지는 아니래도"

"나항ㅡ"

미사카 풀튜닝은 훗. 하고 살짝 웃었다. 이 미소만 본다면, 누구라도 승자는 이 소녀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나, 충고를 해줄게. 조금 동질감을 느껴서 말이야"

"……?"

"진정으로 살고 싶다면,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학원도시에서 도망쳐. 그게 최선이야. 계속 여기에 있으면 정신차렸을땐 녀석들의 장기말이 되있을걸?"

나라도 학원도시로 돌아오기는 싫었다구. 라면서 킥킥. 웃는 미사카 풀튜닝.

"그럼 너는 왜 돌아왔는데?"

"이야, 사고 싶은게 있는데 돈이 떨어져서"

"너 꽤나 유쾌하구만"

"나하하핫. 너 내 말, 진지하게 안들었지?"

소녀는 페이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올곧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장담할게. 이대로라면 너는 나중에, 피눈물을 흘린채로 자신을 저주하며 죽을거야"

"뭐야, 패자의 저주?"

"나하하핫. 저주 따위가 아니야. 확정된 미래라고 할까"

"재밌는 녀석이구만. 근데 넌 왜 아까부터, 곧 죽을것 같이 말하냐"

"응? 난 한번은 학원도시에서 도망간 능력자야. 이렇게 반죽음이 되어서 돌아간다면, 실험체가 되는건 뻔하잖아"

"어이, 너 설마"

미사카 풀튜닝은 씨익ㅡ 하고, 여태까지 보여줬던 것중 최상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내 의지로 싸워서, 내 의지로 죽는 거야. 그 녀석들의 장기말 따위가 아니라고"

"어이!!"

​파​지​지​지​지​지​지​직​!​!​!​!​!​

순간, 미사카 풀튜닝의 몸이 크게 튀어올랐다. 그대로 그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젠장"

레벨 4(대능력자)가 진심으로 자신의 뇌를 구워버린 것이다. 막을 수 있을리가 없다.

페이커는 욕짓거리를 내뱉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시체를 태워버렸다. 적어도 이 정도는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후,

"망할!"

콰앙! 하고, 옆에서 건물의 잔해가 부서졌다.

그 안에서 나온 쿠로요루는 자신의 ​봄​버​랜​스​(​질​소​폭​창​)​을​ 마구쏘면서,

"날 두고 가면 어쩌자는 거냐 이 ​멍​청​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오오!? 아니, 사실은 다 계산대로라고!!"

​"​웃​기​지​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페이커는 쿠로요루의 봄버랜스를 자신의 오펜스 아머로 막아내면서, 장난스럽게 뛰어갔다.

하지만 속으로는, 미사카 풀튜닝의 저주가, 찜찜한 채로 남아있었다.



선추코를 하시면

작가가 좋아라 합니다

아이 좋아.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