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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이변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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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찾기야"

청바지샵의 점주는 테이블에 있는 닭요리를 포크로 찢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관광 가이드 소녀는 '핫!? 내가 찜해놓은 요리가!?' 라며, 자신도 포크를 들어 닭의 몸통을 푹푹 찌르면서 덧붙였다.

"칸자키씨는 모르실수도 있겠지만, 지금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의 많은 인원이 일본으로 갔거든요. ​아​크​비​숍​(​최​대​주​교​)​까​지​ 쫓아갔으니 좀 큰일인가 봐요. 그리고 그 사이를 노려서 프로 마술사 하나가 탈주 했어요"

"그 아크비숍이…"

그 암여우가 직접 해외로 행차하실 정도의 큰일이라고 하면, 칸자키가 알고 있는건 그 '성인 살해자' 사건 밖에 없다.

자신의 소중한 동료인 인덱스에게 '목줄'을 심어놓고도 표정 하나 안바뀐 채로 자신과 스테일을 가지고 놀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여자.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목적이 뭔지, 어느것 하나 알 수 없는 자신의 상관이 그 이상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칸자키는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말했다.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는 딱히 뼈를 묻어야 하는 조직은 아닌데요.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절차만 걸치면 그냥 평범한 마술사로 돌아갈 수도 있잖아요. 잡힐게 확실한데 왜 굳이 탈주를 하는지…"

조직원의 탈주는 꽤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보수는 짜고, 리스크는 높고, 시키는 일은 많고, 보스는 그 모양이다. 솔직히 칸자키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정의감이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닌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도망을 쳐도 오랫동안 도망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탈주자가 강한 전투원이라고 해도 네세사리우스에는 종합적으로 성인인 칸자키 보다도 강력한 사람도 여러명이 존재한다. 그래서 대부분은 몇일 지나지도 않아서 제압. 영국으로 ​호​송​된​다​. ​

게다가 잡혔을 때의 죄목도 심각하다. 일단 청교도 소속의 네세사리우스는 일종의 비밀부서이기에 기밀정보 유출죄와 국가반역죄로 ​처​벌​받​는​다​. ​

즉. 죽거나, 폐인이 된다. 운이 좋다면 평생동안 네세사리우스에서 무보수로 일을 해야 되지만…

"뭐, 단순한 탈주면 정말로 말단한테나 가는 허접한 임무겠지만 말이지. 이건 그런 싱거운 이야기가 아니라고"

청바지샵 점주는 옆에서 우걱우걱 닭요리를 먹고 있는 관광 가이드 소녀에게 조용히 물을 따라주면서 말한다.

"녀석은 최고랭크의 성유물을 훔쳐서 달아났어"

"성유물?"

점주는 지긋지긋 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믿을 수 없는 사실을 고했다.

"로키의 유해(遺骸)야"

"…잠깐만요. 농담이죠? 왜 그런게 ​네​세​사​리​우​스​에​…​?​"​

"그 망할 암여우한테 물어보던가. 그걸 나한테 물어서 어쩌자고? 그딴게 존재한다는 이야기 자체도 들어본적이 없었다고"

성유물이란, 일단 개념적으로서는 십자교에서 하나님의 아들이나 성가족, 사도, 성인 등과 관련이 있는 물품을 가르킨다.

성유물은 총 4등급으로 분류되는데, 1등급은 유해(遺骸), 2등급은 유품. 3등급은 살아생전 몸에 닿았거나 시신에 닿은 물건을 말한다.

그리고 일반인에게는 전혀 공개되지 않는 0등급의 ​성​유​물​. ​

그것은 마술적으로 막대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신화에 직접 연관된 물건들이다. 그 가치와 위력은 마도서의 원전에 필적한다.

"협상을 할 겨를도 없어. 위에서는 무조건 죽여서 그 증거물을 가지고 오란다"

"로키의 유해… 2000년전 이스라엘에 강림한 하나님의 아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런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유해가 여태까지 남아 있다는건 이상해요. 정말로 진품인가요?"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 그게 진짜든 아니든, 진짜 로키의 유해와 동일시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요는 사람들의 인식이야"

점주의 이야기를 들은 칸자키는 곰곰히 생각하는가 싶더니,

"만에 하나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 유해로 무언가의 술식을 만들기 전에 제압해야겠군요"

"이 상황에서도 제압이라고 할 수 있는 네 신경이 대단하다 진짜"

혼자서 닭요리를 반정도 해치운 관광 가이드 소녀는 '푸하~' 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탈주자는 남성으로 이름은 다니엘 샤반. 25세의 젊은 나이로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한 마술로 여러가지의 독자적인 술식을 만들어낸 북유럽계 마술사 신동이에요"

"북유럽 신화의 본고장인 스웨덴 란스델 지역 출신인 덕분에 북유럽 신화에 대한 이해도가 엄청나게 높아. 하지만 그게 단점으로 작용되는게, 본인이 엄청난 광신도라는게 문제지"

점주의 말을 들은 칸자키는 '광신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관광 가이드 소녀는 어느샌가 품에서 꺼낸 메모장을 넘기면서 말했다.

"북유럽 신화는 무척이나 유명한 신화중에 하나긴 하지만, 그래도 최고로 유명한 신화는 아니니깐요. 다니엘은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봐요. 조금이라도 북유럽계 마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마술사를 잔인하게 죽인게 5건 정도 돼요. 그래서 최근에는 북유럽계 신동이라는 이명 대신 광신도란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사상이 무지하게 위험한 북유럽계 광신도이자 천재 마술사가 로키의 유해를 들고 튀었다는 소리야. 솔직히 나 혼자만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해서 지원을 때렸더니 너가 와서 다행이다 진짜"

"그럼, 짐작가는 장소는 있나요?"

관광 가이드 소녀는 '에… 잠시만요' 라면서 메모장을 넘기더니,

"지금 우리가 있는 마을이 그의 고향이에요. 다니엘의 형이자, 그를 네세사리우스의 일원으로 추천했었던 마술사인 스테판 샤반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어요. 일단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될것 같아요"

"뭐야, 마술사 가문이었어?"

'혈통빨이잖아?' 라며 콧방귀를 끼는 점주의 질문에 관광 가이드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다니엘과 스테판만 마술사에요. 가족은 모두 일반인이고, 형제를 카드 마술이나 하는 마술사로 알고 있어요"

이 일과는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질문이긴 하지만, 칸자키는 질문했다.

"그럼, 형쪽의 실력은요?"

"음… 동생은 엄청난 신동이지만, 형은 그리 뛰어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정도에요. 딱 하나, 룬 문자에 관해서는 일류지만요"

칸자키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무례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바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런 섬세함이 없는 점주는, 당연하다는 듯이 칸자키가 생각했던 것을 입에 담는다.

"그럼 동생이랑 엄청 비교당했었겠구만. 그래서 동생 엿먹이는데 협조하겠다는 건가"

"………"

이 남자는 당사자가 여기 있었어도 똑같은 말을 입에 담았을 것이다.

분명 맞는 말이다. 뛰어난 동생을 가져 그 동생을 시기하는 것은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미숙한 형 뿐만 아니라 뛰어난 동생도 그 형만큼 괴로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

자신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형이 상처받는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기가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형이 불행해 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눈부신 재능으로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지는, 성인이라는 특성으로 그 당사자였던 칸자키는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칸자키가 뭐라고 반응한다면 이야기가 탈선할것 같기에, 칸자키는 계속해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것보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그가 로키에 관련된 술식을 만들었다는 가정하에 대응할 술식이나 방식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군요"

마술의 대부분은 동요나 종교, 신화같은 전승을 대입하거나 응용하여 술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이야기에는 끝맺음이 있다. 

예를 든다면, 하나님의 아들이 창에 찔려 죽었다는 전승 때문에 신과 닮아 있는 성인인 칸자키는 '찌른다' 라는 의미를 가진 마술에는 상성이 좋지 않다.

예를 든다면, 12사도중 한명인 베드로는 성직자에 유명한 마술사였던 시몬 마구스와의 마술대결에서,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시몬에게 '술사를 유혹하는 악마들이여, 지금 당장 그 손을 떼라!'라고 말해 시몬은 지상으로 떨어져 두 다리가 부러졌다. 그 너무 유명한 전승으로 인해 너무나도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효력을 가지는 이 영격술식 덕분에 현대의 마술사가 마술을 사용해 비행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술식을 이해한다면, 그 술식의 약점을 노리는 술식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신과 관련된 술식에도 공평하게 적용된다.

"거인족의 군주이자 강력한 마법사인 로키는 허상을 보여주는 마법에 능통했죠. 그렇다면 야타의 거울같은, 진실을 꿰뚫어 보는 영장을 준비해둘까요"

로키에 관련된 전승중에 특히나 유명한 것은 산, 불, 생각, 바다, 시간을 허상으로 인간의 모습으로 바꿔, 토르의 일행들과 대결을 해 승리한 전승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며, 각각에 대응하는 술식을 구상하는 칸자키였지만,

"저기, 너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청바지샵 점주는 무척이나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말한 로키는 트릭스터인 로키라고?"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점주의 발언에, 칸자키는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요! 설마 오딘의 의형제인, 그 로키라구요!?"

불과 재보의 신이자, 재앙의 신.

다른 신들과 달리 거인의 아들이며, 사기를 치고 거짓말을 하는 정도의 장난꾸러기 신이었지만, 결국 신들과 인간세계의 멸망인 ​'​라​그​나​뢰​크​(​신​들​의​ 몰락)'을 일으킨 사악한 신.

분명히 로키는 세계의 종말을 가져온 신이지만, 그 힘은 그리 강한 편은 아니다. 오딘의 아들인 토르보다도 한참 힘이 떨어졌고, 종합적으로 보면 오딘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약한 신이다.

하지만, 마술적인 의미로 본다면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껄끄럽고 강력한 존재는, 오딘이 아닌 로키라고 말할 수 있었다.

칸자키는 이미 한번 북유럽 신화의 주신인 오딘의 창. 미완성의 궁니르를 휘둘러 주신의 힘을 발휘했던 발키리와 싸워 승리한 전적이 있다. 그렇기에 왠만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그녀지만, 믿기지가 않는다는듯 언성을 높혔다.

"다른 곳과는 달리 북유럽 신화의 신들을 상징하는건 '무기'에요. 그 신을 상징하는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즉 그 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구요. 문제는 재보의 신인 로키는 북유럽 신화에서 등장하는 모든 보물을 한번씩 손에 쥐었던 적이 있어요. 레반테인, 스키트블라트니르, 굴린부르스티, 드라우프니, 브리싱가멘, 심지어는 묠니르와 궁니르까지! 그 로키의 힘을 완전히 사용한다는건…"

"그래"

점주는 뱃속 가장 깊숙히 있는 공기를 뱉으며, 잠긴 목소리로 대답한다.

"사실상,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신의 힘을 다룬다는 의미지.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져? 이쪽에서 어느 술식의 약점을 노리는 영장이나 술식을 사용하면, 오히려 녀석은 이쪽 술식의 약점을 파고들거야"

관광 가이드 소녀는 그런 대화에 끼어들며,

"로키에 관련된 전승이나 이야기는 무척이나 많아요. 사실상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전부 로키의 장난으로 시작하는 것들이니깐요. 그렇기에 그 모든 힘을 다루는 것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불가능 해요. 아무리 대단한 마술사라고 해도 아마 한가지 정도의 전승에서 술식을 만들어낼테죠"

"관광 가이드의 말이 맞아. 하지만 상식적으로 힘을 원한다면 당연히 '재보의 신'인 로키의 힘을 상징화 하겠지. 무기에 담긴 힘의 일부만 휘둘러도, 그것은 문자 그대로 신의 힘의 일부니까""

"……가장 좋은건, 그저 속전속결로 다니엘을 제압하는 거겠군요"

점주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그렇게야 되면 ​좋​겠​지​마​아​아​안​~​~​'​ 하면서 기지개를 피더니,

"확실하게 로키를 막을 수 있는 성유물이 딱 하나 있어"

"……? 그런게 있었나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는 관광 가이드 소녀에게, 점주는 씨익ㅡ 하얀 이를 보이며 말했다.

"헤임달의 머리통이라도 들고 오라고. 한방일테니까. 푸하하하핫!"

그 이야기를 들은 관광 가이드 소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쩍 벌리더니,

"우와… 라그나뢰크때 헤임달과 로키가 서로의 박치기에 뚫려 사망한 전승에서 따온 개근가요… 심각하네요…"

"엉? 뭐야? 재미없어?"

"여기 계산좀 해주세요. 물론 점주씨가"

"에에!?"

칸자키는 무표정으로 점주의 얼굴에 계산표를 집어던진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곧바로 스테판한테 가보도록 할까요"



그러고 보니, 금서 작가 카마치씨도 마술에 대한 고증에서 기독교는 다 써먹었는지, 요즘들어서는 북유럽 신화에 관해서만 쓰시더군요. 그러니 나도 북유럽 우왕ㅋ굿ㅋ

해피뉴이어~ 2012년도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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