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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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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변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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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러레이터는 라스트 오더와 미사카 워스트를 마트에 내버려 둔채 혼자만 밖으로 빠져 ​나​왔​다​. ​

원래라면 액셀러레이터는 항상 라스트 오더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단독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학원도시의 상층부 뿐만 아니라 액셀러레이터의 적들은 그의 아킬레스건이 그 조그마한 클론 소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학원도시 최강의 초능력자인 액셀러레이터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그 전투능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조그마한 소녀를 확보하는 것이 훨씬 간단한 일일 것이라는건, 중학생 정도만 되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적어도 그 녀석이면 신뢰할 수 있으니까. 괜찮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 흉폭한 성격의 레벨 4(대능력자)가 붙어 있다. 액셀러레이터의 몇 안되는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 단순하게 정신적으로 신뢰한다는 의미를 떠나 미사카 워스트의 경우엔 용서가 없는 효율적인 전투방식과 그 흉폭한 성격으로 전투력 측면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상대였다. 레벨 5(초능력자)급의 적이 아니라면, 어중간한 어둠속에서 자신이 최고라고 믿는 피라미들 따위는 상대도 안될 ​것​이​다​. ​

그렇기에 액셀러레이터는 그녀를 믿고, 라스트 오더를 맡긴채 단독행동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은 시간 죽이기에 더 가깝다. 딱히 미사카 워스트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서 '그럴듯하네' 쯤으로 생각한 것도 아니고, 무언가 찔릴만한 일이 있는것도 아니다. 정말로 '이렇게 아무것도 안할 바엔 아무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더 낫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그녀의 말을 따르는 것이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

액셀러레이터는 한적한 길거리를 걸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했다. 정말로 옛날 일은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신에게도 성은 두 글자에 이름은 세 글자인 진짜 이름이 있었던것 같지만 이제 와서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부모님의 얼굴도, 아니, 자신에게 부모가 있었는지도 의심스럽다. 단지 그도 어느정도 철이 들었을 때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 매우 다른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 모든 것을 잃었을 때였다.

(…흥)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에 액셀러레이터는 미세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렸을 시절. 액셀러레이터는 자신에게 손을 내민 아이의 손을 꺾어서 부러트렸다. 그때부터 어둠에 물들어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순히 어려서 능력의 제어가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로 일어난 일 이었다. 하지만 그때 손이 부러진 아이와, 그 옆에 있던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쳐다보던 공포에 질린 시선. 그리고 그런 자신을 '폭주 능력자' 라며 안티 스킬이 출동했지만 액셀러레이터의 몸을 건드린 안티스킬은 손가락이 부러지고, 진압봉으로 내려친 안티스킬은 팔이 통째로 부러지고, 파워드 슈트를 입고 제압하려고 했던 안티스킬은 목숨을 잃고, 어쩔 수 없다며 학원도시의 최신예 군용 전차로 '사살'하려고 발사한 포탄은 주변에 있던 빌딩을 무너트려 일반인 사상자를 만들었다.

'이… 이, 히이익! 이, 이 괴물! 가까이 오지마!!!'

정말로 아무것도 안하고 서 있기만 해도 그 모양이었다.

그때 어렸던 아이는 깨달았다. 자신은 위험한 괴물이라고.

그 이후, 능력의 제어법을 깨달으면 괜찮다는 꼬드김에 넘어가 이런저런 연구소에서 실험을 받고, 액셀러레이터는 끝없는 어둠으로 빨려들어가게 됐었다.

(과거를 되돌아본다고 해도 그건 아무 의미가 없군. 딱히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다음으로 액셀러레이터가 떠올린 것은 그나마 가장 최근의 사건이었다.

레벨 6 시프트 실험(절대 능력자 진화 실험).

최강을 넘어 '무적'으로. 그 누구도 덤빌 엄두조차 내지 않는 힘을 가진다면, 이 능력으로로도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참가했었던 실험이었다.

(그 연구소나 관계자를 찾는다면 정보를 얻는건 쉽겠지. 이것부터 시작해볼까)

액셀러레이터가 그런 생각을 한 직후,

'이제 미사카는 더는 한 명도 죽어줄 수 없어'

움찔. 하고 액셀러레이터의 움직임이 멈췄다.

언젠가, 라스트 오더가 자신에게 한말.

'어째서 지금까지―라스트 오더를 포함해서 다른 미사카들이 당신을 규탄하지 않았을까?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은 안 했어? 만 명, 만 번이나 죽임을 당했는데 어째서 증오를 품지 않았을까. 대답은 간단해. 미사카들은 성인군자가 아니야. 미사카들은 마음씨 착한 공주님도 아니야. …자신의 생각으로 증오하지 않았던 게 아니야. 다만 그걸 이해하고 표현할 정도의 '인간다운 감정의 처리법'이 불완전했기 때문에 겉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

언젠가, 미사카 워스트가 자신에게 한말.

확실히. 액셀러레이터는 속죄의 의미를 담아 라스트 오더를 구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리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속죄를 넘어서 감사. 그 레벨 6 시프트 실험(절대 능력자 진화 실험)에서 카미조 토우마라는 레벨 0(무능력자)에게 구원 받은 것은 남은 1만명의 클론들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도 가장 큰 구원을 받은 것은 액셀러레이터 본인이 확실했다. 하지만 1만명 이상의 '자신들'을 살해한 가해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속죄를 한다고 해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것을 용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어느 정도로 착한 사람이든, 어떤 성인군자든 그것은 불가능 할것이다. 액셀러레이터의 광기가 최대치의 도달했을때의 그 엽기적인 살해방법에 1만번 이상 죽어간 피해자들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라스트 오더는 액셀러레이터에게 처음부터 그렇게 가까이, 먼저 ​다​가​갔​을​까​. ​

상위 개체인 라스트 오더는 다른 클론들 보다도 특별한 존재다. 그렇기에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을 훨씬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그런 라스트 오더가 보기엔 이 최강의 레벨 5(초능력자)는 그저 혼자서 울부짖는 딱한 어린아이로 보인 것이다. 1만번 이상, 액셀러레이터의 광기를 ​보​았​다​. ​

​느​꼈​다​. ​

​당​했​다​. ​

하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것은 자신의 속을 헤집는, 누군가 나를 말려달라는 모습이라고, 1만번 이상 당한 피해자이기에 확신할 수 있는 사실도 존재했다.

'이제 미사카는 더는 한 명도 죽어줄 수 없어'

그렇다고 라스트 오더가 액셀러레이터의 모든 행동을 용서한다는 것은 아니다.

용서하지 못한다. 같은 이야기도 아니다. 라스트 오더는 단순히, 액셀러레이터를 용서하지 않았다. 당연히, 이것은 그렇게 쉽게 용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도 라스트 오더는 액셀러레이터를 감싸 안는다. 용서하지 않고 포용한다. 그 덕분에 액셀러레이터는 올바른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액셀러레이터가, 혹시나 라스트 오더나 미사카 워스트. 나아가서는 미사카 클론들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정보가 있을 법한 그 연구소를 다시 뒤진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떻게든 라스트 오더에게 이익이 되는, 라스트 오더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불을 향해 맨몸으로 뛰어갈 수도 있을 테지만, 단순한 시간 떼우기로는 리스크가 너무 큰 일이었다.

(그럼 남은 선택지는 하나 뿐인가)

특례 능력자 다중조정기술 연구소. 통칭 특력연.

학원도시 뿐만이 아니라 어느 곳이나 '어둠' 끼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액셀러레이터는 그런 어둠의 일부분으로써, 여러가지의 능력을 사용하는 듀얼 스킬(다중 능력자)를 만드는 실험에 이용된적이 있었다.

액셀러레이터는 이곳에서 아홉 살 까지 있었다. 여러가지의 실험을 받았다곤 해도 직접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차피 이것은 시간 떼우기니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액셀러레이터는 곧바로 제 10학구에 있는, 지금은 이미 폐쇄되어 있는 연구소에 향했다.

깡!!!

아주 당당하게, 액셀러레이터는 그 연구소가 제집인양 그 정문을 깨부수며 들어갔다. 혹시나 하지만 연구소는 이미 완전히 폐쇄된 상태였다. 별다른 보안시설도 없고, 인기척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액셀러레이터는 목에 있는 쵸커의 전원을 다시 끄며, 먼지가 그윽히 쌓인 연구소의 내부로 ​들​어​갔​다​. ​

막대한 금전적 자원과 인적 자원. 그리고 실험에 쓰일 차일드 에러들까지 준비했었던 이 실험은, 학원도시에서 일어난 비인도적인 실험들 중에서도 실험의 잔혹성, 성공 가능성, 어둠으로서의 깊음 그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하지만 수백구의 시신을 만들고, 천문학적인 자원을 썻음에도 불구하고 실험은 실패했다. 어느 순간, 그 실험을 눈치챈 안티 스킬들이 연구소를 제압했었던 것이다.

(관계자 녀석을 잡아오는게 더 빠를려나)

액셀러레이터는 어둠속에서 능숙하게 손을 움직여 전등의 스위치를 찾았다. 전기가 끊겨 있으면 귀찮을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전기는 연결되어 있었다.

다시 밝아진 연구소의 내부를 액셀러레이터는 걸어간다. 연구소 내부의 길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어느 장소의 무엇이 있고, 어느 장소가 중요한 장소인지는 이미 파악을 끝낸 후였다.

중간에 강제로 실험이 종료되어 폐쇄된 연구소 내부의 물건들은 아직도 그대로 였다. 하지만 벌써 몇년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기에 사람만 없는 유령저택 같은 기분까지 느껴졌다. 마치 밤에 혼자 있는 학교 같은 으스스함 까지 느껴질 정도.

액셀러레이터는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실험이 행해졌던 실험실을 찾았다. 아직 그대로 있는 컴퓨터에 희망을 가지고 전원을 넣어봤지만, 내용물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이런 기밀 정보의 파쇄까지 놓칠 정도로 멍청이들은 아닌듯 했다. 

그 다음으로 찾은 곳은 연구소 내에서 가장 지위가 높던 연구자가 있던 개인실. 무척이나 푹신해 보이는 가죽 소파와, 사슴의 뿔 같은 악취미적인 오브제가 가득한 방이었다. 그때의 액셀러레이터도 내부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몰랐던 장소지만, 그 연구자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악취미는 오히려 얌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액셀러레이터의 시야에 방의 한쪽 구석에 있는 금고가 들어왔다. 원래라면 용암에 던져버려야 겉을 파괴할 수 있는 강도지만, 흉폭한 레벨 5(초능력자) 앞에서 강도는 의미가 없다.

파각.

하는 소리와 함께 금고의 내부가 휘어버렸다. 능력으로 억지로 문짝을 뽑아낸 후 그 문짝을 아무렇게나 던졌다. 쾅쾅! 하는 쇠의 울림이 들리지만 액셀러레이터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대로 금고의 내부를 들여다 봤지만, 안에는 금괴나 보석 같은 것이 있을 뿐이었다.

"왜 이딴걸 굳이 연구소에 쳐박아 놓은 거야?"

당연히도 그런것에 관심이 없을 액셀러레이터는 인상을 쓰며 바로 다른 곳을 조사하러 몸을 ​돌​렸​지​만​, ​

"…?"

그 순간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금고 내부의 바닥이, 아주 미세하게 평평하지 않은것 같았다. 이런 류의 금고가 단순한 실수로 평행을 유지하지 못할 일도 없을 ​것​이​다​. ​

액셀러레이터는 금고를 들어, 그 내부에 들어있는 금괴나 엄청난 양의 보석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금고 내부의 바닥에 손을 가져갔다.

"…빙고"

그곳에 있는건 금고 안에 있는 조그마한 비밀 금고였다. 바닥에 붙어있는 아주 조그마한 금고라, 내용물이 들어가봤자 종이나 조그마한 보석 같은 것을 숨길만한 공간이었다.

당연히 액셀러레이터가 능력으로 비밀 금고의 문을 뜯어버리자, 그 안에서 A4 용지 10장과 USB가 하나 들어 있었다. 저만한 금액의 보석을 더미로 카모플라쥬 시킬 정도니, 꽤나 중요한 정보일 것이다.

조심스럽게 내용물을 빼낸 액셀러레이터는 방 안에 있는 커다란 가죽 의자를 대충 털고 앉은후, 컴퓨터의 전원을 키며 인쇄되어 있는 A4 용지에 눈을 가져갔다.

"…잠깐.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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