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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원작 |

Faker. 2화




**

-65년전 영국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술사라면 누구나 이름 한번이라도 들어봤을 법한, 마술 세계 최고의 마술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

그 수만 해도 50명.

군사대국 이라고 불리는 국가와 전면전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전투력… 아니, 세계 그 자체에 선전포고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조직'이 생겨나 있었다.

원래라면 개개인의 이득을 우선시하는 마술사들이 이런식으로 조직을 이룬다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었다. 서로의 목적이 같고 불법적인 일이라면 마술결사라는 이름의 조직으로 모이기도 하지만, 당연히 마술 세계에서 최정상에 있는 엘리트들. 그런 자존심 강한 인간들이 서로의 목적이 같다고 하나 이렇게 조직을 이룬다는 것은 무척이나 특이한 일이었다.

그런것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이 괴물놈!!"

옆에 있던 마술사가 쓰러지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귀품있어 보이는 남자가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독설을 내뱉었다. 그 목소리에는 당황감과 초조함이 넘쳐났고, 표정도 마찬가지 였다.

다른 마술사라고 상황이 다르지는 않았다. 젊은 여자. 노파. 소녀. 중년남성 등, 항상 세계 최고라고 불리우던 실력자들의 얼굴에도 초조함이 떠올랐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야!!?)

마술 세계에서 저주와 흑마법에 관해서라면 최고라고 칭해지는 루나 발렌타인은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

'마술 세계의 이단. 아레이스타 크로울리'를 사살하기 위해 이 정도의 인재를 모아놓은 조직이다. 아무리 그가 세계 최고의, 마술 세계의 역사를 혼자서 새로 쓴 마술사라고 하더라도 여기 있는 50명의 마술사들도 그에 못지 않은 프로. 왜 이렇게 쓸데없이 많은 보상과 함께 많은 인재를 모아놓았는지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50명을 모은것은 확실히 ​실​수​였​다​. ​

너무, 적었던 것이다.

"……!"

비명조차 내지 못한채 다른 마술사의 몸이 네개로 쪼개졌다.

그것이 자신이 됐을수도 있었다는 것을 파악한 루나 발렌타인은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적의 얼굴을 응시했다.

아레이스타 크로울리.

이 마술사. 인간의 카테고리에 들어갈지 조차 의심이 가는 이 세계 최고. 최악의 마술사는 단 혼자서 세계 최고급의 50명의 마술사들을 혼자서 상대하고 있었다.

이들이 멍청이라 단순히 힘만 믿고 싸움을 걸었던 것도 아니다.

함정을 파고.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마술적인 의미로도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그의 인간관계나 약점을 파악한후, 가장 방심하고 있을 타이밍에 기습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모양이다.

압도했어야 했을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투는 아무리 잘쳐줘도 5:5. 아니, 크로울리 쪽이 조금 더 유리한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잘해도 동귀어진, 일려나?)

루나 발렌타인의 술식. '저주'나 '흑마법'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마술 세계에서도 이단으로 취급되는 술식이다. 토벌대상인 크로울리의 죄목 중에는 '흑마법을 사용했다' 도 존재하니 그 이질성은 매우 위험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정파든, 이단이든 그것은 같은 것이다. '저주'를 '신의 저주'로, '흑마법'을 '흑마법 대책' 으로 이름만 바꾸기만 해도 그만한 대의명분을 얻는 것이다.

꿀꺽.

다시 침을 삼킨 루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여태까지 준비하고 있던 자신의 최대 술식인 '신의 저주'를 발동시켰다. 이만한 규모의 마술이라면 당연히 크로울리의 이목은 자신에게 집중될 것이다.

딱히 루나가 자신이 책임을 진다던가, 자신이 희생해서 크로울리 녀석을 물리치겠다는 영웅심으로 술식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마술 세계에서 저주나 흑마법은 많이 알려져 있는 종류가 아니기에, 최고의 마술사라는 녀석에게도 통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

마치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듯한 기분나쁜 소리가 들리더니,

"어?"

크로울리의 신체가 ​무​너​졌​다​. ​

지금 이곳에 살아있는 32명의 마술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냈다. 아무리 예외인 마술이라고는 하더라도, 크로울리가 쓰러진 것은 이상했던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상승효과 였다. 원래라면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신의 저주'라는 이름의 마술. 그리고 신에게 적대시 하는 아레이스타 ​크​로​울​리​. ​

신. 나아가서는 세계 그 자체에 '적'이라고 인식된 크로울리는 정말로 '신의 저주'를 받아, 원래라면 아무렇지도 않은 마술에 쓰러진 것이다.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어안이 벙벙해도 이것은 기회다. 살아남은 마술사 중에서도 가장 연륜있는 마술사는 믿기지 않는 반응 속도와 스피드로 다가가 마력을 억제하는 성검을 크로울리의 심장에 쑤셔넣었다.

그러자 쿨럭. 하고 피를 토한 크로울리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

어느 정도의 안정을 위해 시간을 지나고, 호가실히 녀석이 죽었다고 판단한 마술사들은 지금 그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래서 금전적인 의미를 가지는 보물들은 전부 국가에 반환되기로 하고. 이제부터는 개인적인 전리품을 챙길 시간이군"

크로울리의 심장에 성검을 찔러넣은 마술사는 그렇게 말했다.

십자교는 중세 시대에 대대적인 '마녀 사냥'을 했었다. 그렇게 잡아들인 마녀의 모든 재산은 교회에 압수한다는 전례에 따라, 마술 세계의 이단인 크로울리를 토벌하고 살아남은 32명의 마술사들은 전리품. 즉, 크로울리의 개인적인 아티팩트나 마술식. 영장. 문서화 되어있는 술식들을 차지할 정당한 권리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 말에 순식간에 공기는 뒤바뀌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32명의 마술사. 그 모든 마술사들이 노리는 전리품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걸 마치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크로울리의 심장에 성검을 찔러넣은 마술사는 말했다.

"나는 '법의 서'를 가져가겠다"

법의 서.

저 아레이스타 크로울리가 저술한 마도서. 그 주인인 크로울리가 나아갈 길을 잃어버렸을 때 이 마도서로 책점을 치고 그 근거로 길을 고르기도 했다고 한다.

크로울리의 말로는 표지에 써져 있는 『그대가 원하는 바를 하라. 그것이 그대의 법이다.』가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 실체는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것이 마술 세계의 판도를 뒤집을 만한 엄청난 지식이 들어있는 마도서라고도 이야기 하고, 진짜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인 천사의 술식이 담겨져 있다고도 이야기 한다. 십자교의 높으신 분들은 대부분 그것이 '엄청난 규모의 파괴마술'을 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지만 말이다.

어느 하나 확실한 것은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단언할 수 있었다. 저 마도서에는, 상상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웃기지마! 누구 맘대로 법의 서를 가져가겠다는 거야!?"

"그 마도서는 내꺼라고 멍청아!"

"뭐야 이 자식들? 전부 그걸 노리고 있던 거냐? 앞으로는 '영국을 위해!' 같은 소리를 했으면서?"

"그럼 힘으로 해보던가 빌어먹을 놈들이!!"

그렇기에 당연히 이런 상황이었다.

'법의 서'에 별로 관심이 없던 녀석들 조차 다른 마술사들의 저런 언행을 보고 관심이 생기거나 마음이 바뀌기도 했다.

그렇게 32명의 마술사 전부 '법의 서' 하나만을 노리며, 그것을 두고 경쟁하는가 싶었지만.

"저기~"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듯한 목소리에 31명의 마술사들이 전부 고개를 ​돌​렸​다​. ​

그곳엔 방금의 전투에 함께한 어려보이는 소녀가 있었다. 자신의 키보다 커 보이는 금발의 머리카락이 특이한 소녀였다.

"저는 별다른 도움이 된것 같지도 않고, 그런 대단한 마도서를 얻을 자격도 없는것 같은데요~ 저는 그냥 시체에서 마술식 찌꺼기라도 가져가면 안될까요?"

"마음대로 해!!"

서로 으르렁, 그르렁 하고 싸우고 있는 다른 마술사들은 그 소녀를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렇게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싸우고 있는 마술사들을 무시한채, 그 소녀는 크로울리의 시체에서 마술식의 찌꺼기를 가져갔다.

원래부터 미완성에, 술자가 죽어서 대부분의 내용이 파괴된 magick 라는 이름의 ​의​식​마​술​식​을​. ​

(어라?)

그렇게 다른 마술사들과 한참을 이야기 하던 루나는 의아한 것을 깨달았다.

(저 꼬마애, 원래부터 있었던 녀석인가?)

**

"또 다시 반응이 있었습니다! 300초 정도. 일본 학원도시에 마술사 아레이스타 크로울리의 파장을 발견!"

성 조지 대성당.

청교도의 톱이자, 그 산하 조직인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의 ​아​크​비​숍​(​대​주​교​)​인​ 로라 스튜어트는 진지한 표정으로 개별적으로 만들어진 탐사용 영장에서 나온 보고를 듣고 있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녀석이 살아있을 가능성을 위해 이날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발동되고 있던 영적장치. 이 영적장치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청교도만의 물건이다.

(러시아에 이어서, 이번엔 일본인가…)

세계 3차 대전이 끝난날. 겨우 700초 정도지만 아레이스타 크로울리의 파장이 포착되었었다. 무언가의 무언가로, 어떠한 방법으로 인한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그 누구도 진지하게 크로울리가 살아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무언가가 그런류의 의식을 방해한 것이다.

그렇기에 로라 스튜어트 조차 그 700초 정도로는 확신할 수 ​없​었​다​. ​

하지만,

(이것으로 확실해 졌어)

무언가의 묘한 기시감으로 인한 안개가 걷혀졌다.

65년동안 단 한번도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던 마술사의 파장이 이 짧은 기간에 두 차례나 발견된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녀석이 계획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건가)

총괄 이사장 아레이스타의 계획.

그 계획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 계획이 성공한 후 '처벌한 이단의 재산을 몰수하는' 전례에 대의명분을 얻은 영국이 녀석을 쓰러뜨리는 것이 로라 스튜어트의 목적이다.

그렇게 과학측을 상징하고 있는 학원도시를 영국이 뺏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세계의 판도는 바뀔 것이다.

"그것보다 로라. 자네는 조금도 늙지를 않는군. 무언가 비결이라도 있는 건가? 나도 50이 넘으니까 머리가 하해지고 있고 아주 죽겠다고 죽겠어"

근처에 있는 고급 스러운 탁자앞에 앉아 있는 50세 전후의 여자가 말했다.

여자라고 말은 해도, 이 여인을 모르는 자는 없을 것이다. 상징적으로 영국의 모든 권력을 차지하고 있고, 마술쪽으로는 더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영국의 '여왕' 엘리자드 였다. 하지만 여왕이라는 느낌이 드는 드레스 같은 차림이 아닌, 어디에서나 볼법한 아줌마가 입을만한 편한 옷차림이었다.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 없는 생활과 건강한 마음가짐이 비결이라고 할까요?"

"쳇. 재수없는 소릴"

여왕 엘리자드는 입을 삐죽히 내밀고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오랜만에 개인적으로 왔는데 바빠 보이는군"

"무례를 용서하시길. 저번에 보고한 건과 같은 것이라 말이지요"

여왕 엘리자드는 팔짱을 끼며 의자에 기댄채로 삐그덕 삐그덕 앞으로 몸을 흔들었다.

여왕이 아닌 엘리자드 라는 사람은 이런 종류의 사람인 것이다.

그녀는 조금 생각을 하는듯 하더니,

"마술사. 아레이스타 크로울리 말이로군"

"그렇죠"

"어떠한 사람인지는 알고 있지만, 직접 만나보지 않은 이상 어떻다고 확신은 할 수가 없어. 여왕이란건 그런 위치니까 말이지"

"그렇다고 해도"

로라는 몸을 돌려, 엘리자드를 똑바로 쳐다보며,

"확실한 토벌대상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흠"

삐그덕 삐그덕 몸을 흔들던 엘리자드는 또 다시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하더니, 의자의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방금의 장난기 있는 분위기를 싹 지우더니, 진실을 뚫어보는 듯한 시선으로 로라에게 말했다.

"자넨 특히 그 마술사에 대해 집착이 심한것 같군. 무언가 개인적으로 원하는 거라도 있는 건가?"

"그럴리가요"

로라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오로지 저의 조국. 영국을 위해서 움직일 뿐입니다"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대답이라 노골적으로 나를 놀리는것 같구만"

"그렇게 말씀하시면…"

삐질 땀을 흘리며 하하하. 하고 웃는 로라 스튜어트.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가지고 있는것의 나머지를 받는다. 정도로 할까요"



흘리고 있는 복선 ​없​.​.​.​.​.​겠​지​? ​

아마 괜찮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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