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r.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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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페이커와의 전투로 온몸에 뼈가 금이 간 (99%가 키누하타 때문이지만) 하마즈라 시아게는 아직도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처음엔 4인용의 병실이었지만 지금은 1인용의 비싼 병실이다.
온몸의 뼈가 금이 갔다고는 하지만, 학원도시의 기술력. 그것도 개구리 얼굴을 닮은 의사라면 완치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사실은 이미 다 나은것 같아서 퇴원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타키츠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몇일 더 쉬고 있는 것이다.
하마즈라는 항상 능력자들과의 전투를 상정해 왠만한 운동선수급의 단련을 하는 스킬아웃. 솔직히, 1주일 동안 운동을 빼먹었다는게 심리적으로 불안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근본이 양아치라 움직이는걸 좋아하는 하마즈라는 좀이 쑤셔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마즈라의 표정이 어둡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오히려 하마즈라 시아게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지금일 것이다. 그 정도로, 하마즈라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기쁜 미소를 지으며 있었다.
왜냐하면,
"자, 하마즈라 앙"
"내, 내가 왜…"
두명의 바니걸 차림의 미소녀가 자신의 병실에서 수발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을 타버릴것 같은 붉은 얼굴로 꼼지락 꼼지락 귤 껍질을 까고 있는 키누하타와, 담담하게 그 귤을 받아 하마즈라에게 먹여주는 타키츠보. 그리고 거의 '우하하하하!'라고 웃을것 같은 기세로 행복해하는 하마즈라.
"따지고 보면 내가 입원해있는게 거의 다 너 때문이잖냐! 책임진다고 했으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병실 좋은데로 옮겨줬잖아요! 수발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근데 왜 하필 바니걸이야! 타키츠보도 뭐라고 한마디 해봐요!"
"…하마즈라가 다친건 나를 감싼 이유도 있으니까"
"갸아악!!"
"그리고 나는 하마즈라가 기뻐해줬으면 좋겠어"
"갸아아아아악!! 이 닭살커플!!"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키누하타. 그리고 그런 움직임 때문에 바니걸 복장의 특성상 보여지는 겨드랑이라던가, 미묘한 가슴계곡을 하마즈라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순간 옆에 있던 과일 바구니를 던질뻔했지만, 그래도 하마즈라가 다친 것에 대해 조금은 책임감을 느끼는 키누하타는 자신의 양 팔로 가슴쪽을 가렸다. 그리고 눈물 맺힌 눈으로 울먹거리더니,
"우우…… 그 녀석도 그러더니 왜 이 녀석도 변태인거야……"
"앙? 그 녀석? 이몸과 비교할만한 변태녀석을 알고 있는 거냐 너?"
"시끄러워요 바보즈라"
그 후 키누하타가 '그것보다 잘도 자신을 변태라고 말하네요…' 중얼거리자, 마치 약속이나 한듯 병실의 문이 열렸다. 이미 안에 있던 3명이 그것이 누구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뭔가 조그마한 인영이 엄청난 속도로 하마즈라에게 다가왔다.
"하마즈라!!"
"컥!?"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배에 그 자그마한 몸을 날린 인형같은 외모의 금발 소녀를 하마즈라가 모를리는 없었다.
"프,플레메아…"
"가악!! 나도 하마즈라 병문안 오고 싶었는데! 저 할망구가 여태까지 못가게 했어!!"
"할망구?"
누굴 말하는 거지? 자신이 모르는 다른 3자의 이야기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하마즈라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또각또각 하는 구둣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가 할망구야 이 빌어먹을 꼬맹아?"
"우아아아아아앙!"
그 뒤로 따라 들어온 흉악한 4위의 레벨 5(초능력자). 무기노 시즈리가 마치 새끼 강아지를 집어들듯 플레메아의 뒷덜미를 한손으로 잡아 올렸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무리 그래도 12살짜리 애를 한손으로 저리 쉽게 든다고…?' 같은 의문을 가진 하마즈라였지만, 그것을 입으로 내뱉지 않게 참는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그 대신이라고 할까,
"아… 무기노였구나"
"앙? 뭐야 그건? 내 뇌가 잘못된게 아니라면 묘하게 할망구란 단어에 '역시 무기노' 같은 소리로 들리는데? 그 왼팔이랑 오른쪽 안구를 파내서 커플룩이라도 만들어줄까?"
"설마요! 섹시 다이너마이트 바디 무기노님에게 제가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할리가!"
"엣"
필사적으로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할거라 예상하고 손가락에서 뿌득 소리를 내며 위협한 무기노지만, 하마즈라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발언에 확, 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동시에 플레메아의 뒷덜미를 잡고 있던 손에도 힘이 풀려 플레메아는 다시 자유를 찾았고, 정작 중요한 하마즈라는 그런 무기노의 얼굴을 볼 틈도 없이,
꼬집.
"꺄아아아!?"
옅은색의 바니걸 복장을 입고 있는 자신의 여자친구의 손등 꼬집기 공격에 온몸을 비틀었다.
그 비명 소리에 핫! 하고 의식이 돌아온 무기노는 크흠. 크흠. 하고 목소리와 얼굴 표정을 정돈하더니, 다시 하마즈라에게 붙은 플레메아의 뒷덜미를 한손으로 들고 말했다.
"뼈가 붙기 전에 이렇게 달려들면 상처가 벌어지잖아 이 망할 꼬맹아. 그러니까 일부러 안데려왔지"
"오!? 그럼 이제 하마즈라 다 나은거야!? 그래서 데려와준거야!?"
"뭐 몇일 더 쉬는 겸이었으니까"
"저기…"
하마즈라는 타키츠보가 꼬집은 손등을 후후 불며, 조심스럽게 무기노에게 말했다.
"이제 진짜 힘들어서 그런데, 슬슬 퇴원하면 안되겠냐?"
그러자 무기노는 흥, 하고 콧방귀를 끼며,
"뭐가 힘들다는 거야? 독실에서 바니걸을 두명이나 끼고. ……풋"
"왜 웃어요 무기노!!"
"아니, 타키츠보는 그렇다 치고 너는 정말로 안어울린다 싶어서. 볼때마다 웃음이 나오네"
으으으…! 하고 화를 내던 키누하타는 무기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그럼 그렇게 말하는 무기노는 얼마나 잘 어울릴거라 생각하는…"
"하?"
방금까지 흥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던 키누하타는 거기까지 말하고 깨달았다.
오랜 기간 관리해온 무기노의 몸매는 적어도 왠만한 프로 모델보다 좋은 것이다. (대부분이 전투 근육이라 무게가 나가긴 하지만)
"…그냥 못들은걸로 해줘요"
결국 먼저 꼬리를 내린건 키누하타였다.
그리고 무기노는 계속해서 하마즈라에게 과일을 먹이는 타키츠보쪽을 한번 훑어보더니 하마즈라에게 말했다.
"퇴원수속 밟았어. 완치는 이미 다 됐으니까 30분 후까지 정리하고 나가면 돼"
그 기쁜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한 것도 키누하타였다.
키누하타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하마즈라가 누워있는 침대에 있는 커튼을 모두 쳐버린후 '보면 죽일거에요' 라며 밖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아무리 하마즈라를 좋아하는 타키츠보라도 밖에서 바니걸 복장을 입을수는 없기에, 그녀도 커튼의 밖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유일한 안전책이었던 파라미터 리스트(소양격부)도, 이제는 없어졌어"
여자들이 옷을 벗는 사락, 사락 하는 소리에 하마즈라가 욕정을 하기도 전에, 무기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상층부에게 공격받을 구실 자체도 사라졌죠"
옷을 갈아입는 도중인 키누하타가 대답했다.
"……"
침대 위에서 일어나 그 자리에 앉은 하마즈라는 조금 생각을 하는듯 하더니, 밖에 있는 무기노를 향해 말했다.
"그래서 리더, 이제 어떻게 할거야?"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고 싶냐니…"
하마즈라는 자신의 얼굴을 긁적이더니,
"타키츠보의 치료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잖아? 상층부가 우리를 건들지 않는다면 이대로 이곳에 있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은데"
"역시 무르네"
전부 옷을 다 갈아입었는지, 무기노는 쳐져있는 커튼을 치우며 말했다.
"학원도시의 상층부가 어떤 변덕이 생겨서 우리를 다시 노릴지 알 수 없어. 아니, 지금 노리지 않는게 변덕일수도 있겠지.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어"
"그럼 어떻게 하자고?"
"타키츠보의 치료가 끝나면, 꼬맹이를 포함해서 너희 셋은 학원도시 밖으로 나가"
"…뭐?"
순간적으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하마즈라는 그런 바보같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무기노는 그런 하마즈라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냉정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적어도 학원도시 안에 있는것 보다는 훨씬 안전할거야"
"뭐, 진지하게 상층부가 노린다면 학원도시 밖도 안전한건 아니지만요. 아무래도 그게 최선의 판단이겠죠"
마치 무기노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한 키누하타의 말을 듣자 뿌직. 하고 하마즈라는 피가 거꾸로 솟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말하는건 그딴게 아니잖아!! 왜 우리 셋만인데? 그럼 너희들은!!?"
"우린 남아 있을거야"
삐죽. 하고 등에 한기가 들것같은 목소리.
하지만 하마즈라는 물러나지 않는다.
"어째서? 이유도 말 안해주고 동료를 버리라는 소리냐!?"
"적어도 나랑 키누하타는 학원도시 밖에서는 살 수 없어. 레벨 5(초능력자)이거나, 직접적인 전투요원이거나 하는건 사소한 이야기야. 학원도시의 어둠. 그 가장 깊은곳에 있던 우리들이 밖에 있는 빛에서 살아갈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딴건 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어이, 키누하타! 너도 뭐라고 말좀 해봐!!"
"………"
"이 멍청이들이……!"
대답이 없는 키누하타에게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하마즈라는 계속해서 말했다.
"나라고 완전 깨끗한 일반인이냐!? 기껏 있을곳을 찾은 주제에 왜 갑자기 자신들이 다 뒤집어 쓰겠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건데!? 너희가 그런 가련한 이야기의 주인공인지 아냐!? 나라고 할 수 있었는데 너희들이 못할리가 없잖아!!"
"이 바보가"
그러자 툭, 하고 하마즈라의 몸에 묵직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것이 무기노가 자신의 멱살을 쥐었다는 것을 깨닫자, 무기노는 살의까지 느껴지는 시선으로 하마즈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겨우 어둠의 시작부분에 살짝 발을 담군 주제에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떠들지 마. 네가 뭘 알 수 있는데? 엉? 끔찍한 연쇄 살인범이 회개해서 시골에 있는 교회를 운영하는 가슴 따뜻해지는 스토리라도 기대했던 거냐? 내가 직접. 내 의지로, 내 손으로 죽인 인간이 몇명이나 될것 같아? 세자리 수는 넘어간다고 멍청아!!!! 사람을 죽이는 일 밖에 하지 않은 인간이 어둠 속에서 나올 수 있을리가 없을 뿐더러 빛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흠칫. 하고 하마즈라의 어깨가 떨렸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했었던 적은 없었다.
학원도시의 어둠인 비밀조직 아이템. 그리고 암살이나 말살같은, 직접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했었던 무기노와 키누하타.
겨우 한명을 죽여도 무기징역이 확실한 살인범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가장 오래 있었던 무기노는 적어도 백명을 넘는 인원을 죽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자신의 멱살을 쥐고 있는 무기노의 손이 피범벅이 된 붉은 손으로 보인것 같은 착각까지 느껴졌다. 실제로 눈 앞에 있는 무기노 시즈리는 레벨 5(초능력자)라는 이름의 괴물이다. 그녀가 원한다면, 이대로 손가락만 까닥여도 자신이 죽을 것은 확실했다.
게다가 무기노는 그런 자신에게 책임감을 느껴, 빛으로 나갈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 타인이었던 하마즈라가, 어둠 같지도 않은 어둠 속에서도 얼마 있지 않았던 하마즈라가, 사람 한명도 죽이지 못했던 하마즈라가 그녀들의 인생에 참견을 한다는 것은 확실히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적어도 하마즈라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무기노의 손이 미묘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쯤은.
하마즈라는 자신의 멱살을 쥐고 있는, 피투성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의 무기노의 손을, 자신의 양 손으로 감싸듯이 잡았다.
"그딴거 내가 알바 아냐!!"
순간 흠칫. 하고 무기노의 몸이 떨렸지만, 하마즈라는 그 손을 꽈악 잡고 토해내듯이 말했다.
"뭐? 100명을 넘게 죽여? 아아 그래 너희는 엄청난 괴물이구만! 하고 끝낼것 같냐!? 타키츠보 뿐만 아니라 무기노 너도, 키누하타도, 전부 내 소중한 동료들이야! 사람을 죽였으니 밖에서 경건하게 살아 죄를 씻고 살라는 만화같은 이야기는 안해! 몇명을 죽였던 무슨 상관이야! 물론 그 죽은 인간들도 나름 사연이 있고 가족도 있고 하겠지! 근데 그게 뭐 어쩌라고!? 나는 주인공 따위가 아니야. 어디에나 있을법한 삼류 양아치라고! 나는 그딴 복잡한 내용은 몰라. 단지 내 소중한 동료들인 너희가 무사하기만을 원하는 거라고!!"
무기노와 키누하타가 피투성이가 된 손을 가지고 있다면 어떠랴. 자신이 그 손을 잡아서, 자신도 똑같이 피투성이가 되면 될것이다. 녀석들의 붉은 손을, 조금이라도 옅게 만들면 될것이다.
"………"
입을 살짝 벌린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하마즈라를 쳐다보던 무기노는 조금 시간이 지난후 그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왕 멍청이가!!!"
"쿠엑!?"
자신의 팔꿈치로 하마즈라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친 무기노는 "그럼 맘대로 해 멍청아!!" 같은 소리를 내뱉더니, 양 손으로 키누하타와 타키츠보를 끌고 병실의 문을 발로차서 부서트리더니 밖으로 나갔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타키츠보와 키누하타. 그리고 그 험악한 분위기를 못따라가 안절부절하며 무기노를 따라가는 플레메아는 확실히 들었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무기노가 "역시 물러도 너무 물러" 라고 말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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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무도 없어 혼자서 병실을 정리한 하마즈라는 무기노의 공격에 조그마하게 혹이 난 상처를 추가 치료를 받으며 (물론 병원비 처럼 키누하타의 이름으로 달아놨다) 밖으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만난 의사인 개구리를 닮은 의사는 하마즈라에게 '회복력이 빠르다' 같은 소리를 하더니, '사실 너보다도 훨씬 회복력이 빠른 불가사의한 녀석이 있지만' 같은 헛소리를 덧붙였다. 옆에 간호사가 말하는 것으로 들어봐서는, 간호사 모에인 녀석이라 거의 2주에 한번씩 망신창이가 되서 치료를 받는 고등학생이라는것 같다.
병원 내에서 조금 움직이기는 했지만 제대로 움직인 적은 없었다. 그렇게 병원 밖으로 나온 하마즈라는 스트레칭을 하듯이 몸을 움직이며 그 뻐근함을 풀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서 그런걸까, 스트레칭을 하던 하마즈라의 몸이 휘청였다.
"꺅!"
그렇게 우연히, 옆에서 지나가던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한 여고생으로 보이는 여자애의 몸을 툭. 치게 됐다.
그 영향으로 그 여자애는 바닥에 살짝 넘어지게 되고, 당황한 하마즈라는 그 여고생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저기, 미안. 괜찮아? 혹시 다친덴 없어?"
"…"
그 여자애는 하마즈라의 손을 한참을 쳐다보더니,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손을 잡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애의 손을 끌어당기면서, 하마즈라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서 사용할만한 기다란 흰 장갑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리에 착용하고 있는 하얀색의 사이하이 삭스와 매칭되는 거미줄 모양으로 파여있는 포인트 부분을 말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뭔가 엄청난 미인이다…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본능적으로 하마즈라는 무언가 눈 앞에 있는 여자애에게 어둠의 기운을 느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얼굴을 쳐다봐서 그럴까, 그 여자애 쪽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음. 이거, 우연?"
"…응?"
"아냐 아냐. 됐어. 난 그만 또 작업이나 걸려고 한줄 알았지"
"단순한 실수야"
음. 뭐 이만한 미모면 이 정도의 나르시스도 허용되는 범위군.
그런걸 생각하면서 하마즈라가 대답하자, 눈 앞에 있는 여자애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하마즈라 시아게. 예상하지 못한 이레귤러라고 해도 지금에 와서는 평범한 일반인이니까 걱정해도 의미는 없다고? 이미 너같은 이레귤러가 활약할 수 있는 무대는 다 끝났으니까"
"…? 어떻게 내 이름을?"
"별거 아니야"
여자애는 그렇게 말하며, 어디에서 꺼냈는지 TV의 리모콘 같은 것을 꺼내며 말했다.
"이제 다~ 의미가 없을거거든☆"
"엥?"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
"우와아아앗!?"
시야에 끝. 정확히는 하마즈라의 왼편에서, 레이저가 날아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하마즈라는 이 레이저를 몇번이나 본적이 있었다.
자신의 동료이자 레벨 5(초능력자)의 파괴광선이다.
"하마즈라!!"
"쳇"
무기노와 타키츠보, 키누하타, 플레메아는 하마즈라의 이름을 말하며 쏜살같이 뛰어왔다. 아무래도 밖에서 커피라도 마시며 기다리고 있던것 같았다.
어째서 무기노가 갑자기 능력을 사용했느냐, 에 대한 의문을 입에 담기도 전, 동료들의 표정. 특히나 무기노와 키누하타의 심각한 표정을 보더니 그것을 물어볼 수 없었다.
"오랜만이네. 토키와다이의 여왕님"
"어라, 오랜만이야 무기노 시즈리"
"엥? 아는 사이야?"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듯한 기세로 눈을 번뜩이는 무기노와 실실 웃으면서 대응하는 금발의 여자애.
하마즈라의 질문에, 옆에 있던 심각한 표정의 키누하타가 말했다.
"혹시 녀석에게 뭐 당한거 없나요 하마즈라?"
"당했다니?"
"신체에 접촉을 했다던가, 눈을 쳐다봤다던가 그런거요. 그래서 기분이 나쁘다던가… 아니아니, 저 녀석 상대로는 그런 차이가 느껴질리 없으려나"
"무슨 소리야?"
"토키와다이의 여왕"
평소보다도 눈에 힘을 주며, 옆에 있던 타키츠보가 대답했다.
"기억 읽기, 독심, 인격의 세뇌, 멀리 있는 상대와의 염화(텔레파시), 기억 소거, 의지 증폭, 사고 재현, 감정 이식 등 정신적인 모든 능력을 자유자제로 사용하는 5위의 레벨 5(초능력자)야"
"아레이스타의 개이기도 하지"
"킥킥"
무기노의 말에 살짝 기분이 나쁜걸까, 학원도시 5위의 레벨 5(초능력자). 쇼쿠호 미사키는 아직도 미소를 지은채지만 무척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목소리로 비꼬며 말했다.
"자기도 아레이스타의 충실한 호위견인 주제에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죽여버린다"
"어마 무서워라☆"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우세로 보이는 무기노는 걸리는게 있다는듯 얼굴만 찡그릴뿐 공격하지 않았다. 그리고 쇼쿠호도 자신이 절대로 공격받지 않을것이라는걸 알고 있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내 능력이 아무리 같은 레벨 5(초능력자)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를 이기는거 자체도 쉽지 않는다는걸 알고 있잖아? 그리고 나를 공격하면 학원도시 자체를 적으로 돌리는 셈이라고?"
"…나도 거의 평생동안 이 썩어빠진 어둠속에 있었지만"
무기노는 쇼쿠호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네년은 대체 언제, 어디서 부터 이 더러운 어둠에 연관되어 있던 거지? 나보다 먼저인건 확실한데 말이야"
"그런걸 알필요는 없징☆"
쇼쿠호는 거기까지 무기노를 놀린 것이 만족스러운지, 거기서 몸을 휙 돌려 손을 흔들고 '바이바이~' 라며 콧노래까지 부르며 발길을 옮겼다.
하마즈라와 플레메아를 포함한 아이템 전원은 그 뒷 모습을 분하게 쳐다보는 수 밖에 없었다.
"하마즈라"
그렇게 쇼쿠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키누하타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나 하지만… 하마즈라가 이미 인격적으로 심한 개조를 당하거나 잠재의식에 무언가를 주입받았을 가능성도 존재해요"
"…지,진짜?"
꽤나 진지하게 고민하던 키누하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하마즈라는 어떤 초능력이라도 무효화 하는 레벨 0(무능력자)를 알고 있다고 했죠"
"어… 응. 그런데?"
"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겠어요"
다음 행선지.
초능력도, 마술도 아닌 기묘한 오른손을 가진 소년. 카미조 토우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