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r.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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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있는 천사와 닮은 무언가의 여섯장의 날개는 막힘 없이 그 색깔을 변색시키고 있었다. 먼저 얼굴을 가리고 있는 두장의 날개가 변색하고, 그 뒤를 이어 발을 가리고 있는 두장의 날개와 하늘에 뻗어 있는 두장의 날개가 변색됐다.
" "
묵직한 진동음 같은것이 느껴졌다.
마치 거대괴수 영화에서 괴수가 울부짖는듯한 느낌이지만, 회색의 천사는 성대가 아닌 그 날개 자체를 진동하고 있는듯 했다. 날개에서는 모든 것이 타고 남은것 같은 회색의 가루가 흩날렸다.
"믿을 수 없어"
그런 쓸쓸한 광경을 보며 가장 입을 연것은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마술의 지식이 있는 자. 10만 3천권의 마도서를 지키고 있는 소녀였다.
일단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 사라졌기에, 미사카 미코토는 그 자리에 있는 인덱스를 보호한채 카미조의 옆으로 움직였다.
"믿을 수 없다니, 뭐가?"
몸이 망신창이가 된 소년을 걱정하면서도, 미코토는 반쯤 혼이 나간것 같은 인덱스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코토의 물음에 인덱스는 입을 벌려 무언가를 대답하려고 하다 멈췄다. 그리고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반드시 말해야 한다는 듯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격상했을……지도"
"격상?"
"나도 이런 상황은 10만 3천권의 마도서 그 어느 곳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어. 겨우 인간이 치천사(세라프)로 격상하다니, 하지만 눈 앞에서 일어났으니까 믿을 수 밖에 없겠지만"
"치천사?"
종교라던지, 아니면 다른 판타지 소설 같은 것에 관심이 없는 미코토가 이해를 못하자, 인덱스는 대답했다.
"여섯 장의 날개를 가진 일품 천사. 신인 하나님의 아들과, 그 직속 천사인 대천사(아크 엔젤스)를 제외하면 제일 높은 천사야"
"인덱스"
그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카미조가 말했다.
"저 녀석은… 어떻게 된거야? 천사라니, 미샤랑 사샤의 경우처럼 뒤바뀌기라도 한거야?"
카미조는 자신의 몸도 망신창이임에도 다른 이를 걱정하고 있다. 방금까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공격해온 적을 걱정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본 인덱스는 대답하기 괴로웠지만, 자신의 마법명처럼. 자신의 지식을 고한다.
"그때와는 틀려 토우마. 토우마도 직접 눈으로 봤잖아. 격상했어. 뒤바뀐게 아니라, 그대로 천사가 되어버린 거야"
꽈악, 하고 카미조의 주먹이 세게 쥐어진다.
미코토는 생각했다. 이 바보는, 또 다시 기적을 일으켜 타인을 구해줄 생각이구나. 하고,
그리고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네놈,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카미조 토우마는 회색의 천사의 옆에 서 있는 녹색 수술복을 입고 있는 남자에게 소리쳤다.
저 남자가 나타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자 페이커가 폭주했다. 당연히 녀석의 소행일 것이다.
"감사를 받았으면 받았지, 원망을 받을 입장은 아닌것 같은데. 이 자는 방금까지 너를 죽이려고 했다"
"시끄러워! 그 녀석을 원래대로 돌려놔!"
"흐음"
남자. 아레이스타는 한손으로 자신의 턱을 만지며,
"그건 나도 불가능 하다"
"…뭐?"
"그 금서목록의 말대로, 이것은 진화가 아닌 격상이다. 만일 지금 당장 인류가 원숭이로 퇴화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나?"
한번 날개가 찢긴 천사가 지상에 떨어지면 다시는 천계로 올라갈 수 없듯이, 한번 천계로 올라간 인간은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이 불가능 하다.
"이 자식…!"
"덤빌건가?"
카미조는 지금 당장이라도 앞으로 뛰쳐나갈 기세로 소리쳤다. 하지만 아레이스타는 마치 카미조를 조롱하는것 처럼, 동정하는것 처럼 말한다.
"자신의 힘 조차 알 수 없는 주제에 덤비겠다는 건가? CL.Accelerator가 말한 '불사'도, 그 오른손에 담겨진 '무언가'도 해석하지 못한 채로?"
"………!"
카미조는 멈칫. 하고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런 카미조의 표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레이스타는 큭큭, 하고 웃더니,
"'불사'라. 어디까지나 그 가짜(Faker)의 '추측'이긴 하지만 확실히 흥미롭군.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럴듯한 가설이야"
" "
그 옆에서 다시 묵직한 진동음이 느껴졌다.
사람의 내면. 뱃속 아래에 있는 묵직한 무언가를 자극하는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그러나 아레이스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채, 그 회색의 천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짓을 했냐고, 물어봤었지"
딱히 대답을 할 필요가 없는데도 아레이스타는 대답했다.
그것은 조롱일까. 아니면 자만일까. 그것도 아니면, 후에 새로운 성경에 기록될 그의 어록일까.
"CL.Accelerator의 능력은 정보를 해석하여 자신의 지배하에 두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너의 오른손을 해석하여, 자신의 힘으로 만들었지. 그리고 이것이 그 결과다"
카미조 토우마의 오른손을 해석하고, 따라했다는 원인.
그리고, 천사가 되었다는 결과.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바보인 카미조도 알 수 있었다.
"너의 오른손에도 이것과 같은것이 있다는 것이지"
"그게, 무슨…"
"사실은 너도 알고 있었겠지. 그것은 정말로 위기의 순간에 너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힘을 주기도 했으니까"
아레이스타는 말한다.
"뭐, 사실은 네가 기억을 잃은 것은 불행중 다행이었다. 그 덕분에, 너를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었거든. 자신을 폭스워드(위선자)라고 부르며, 모든 일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매진 브레이커(환상살)는 쓸모가 없었어"
폭스워드(위선자).
기억을 담당하는 뇌세포가 파괴되어, 부모님의 얼굴조차 모르고 있던 카미조는 그 단어에 무심코 반응했다. 뇌세포가 파괴되었기에 상식적으로는 절대 기억하지 못할 감정의 기억이, 마치 내면에 각인된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이 세계엔 '원석'이라고 하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초능력자가 존재한다. 전 세계를 뒤져도 50명도 채 되지 않지만"
학원도시의 도시전설 중에는 '원석'이라는 것이 있다. 학원도시 바깥에, 정말로 태어나자마자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능력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약을 주사하고, 이상한 장치로 발생하는 초음파로 귀를 쑤시며, 환각, 최면 같은 방법을 이용해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이라는 이능의 힘을 얻게된 학원도시의 학생들에게는 무척이나 기분 나쁜 이야기 였다.
아레이스타는 아무도 진짜라고 믿지 않았던 그 소문이,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세계는, 너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계산적이다. 모든 것엔 이유가 있고, 결과가 있지. 종교를 믿는 대다수의 사람은 '신이라는 완벽한 절대자가 존재하지 않다면, 어떻게 이렇게 까지 완벽한 세계가 되겠는가? 단순한 우연이라고 하기엔 이 세상은 너무나도 완벽하다' 라는 이유로 종교를 가지는 사람도 많으니깐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옳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병이 있으면 약이 있듯이 이 세계에 있는 모든 물건은 그 나름대로의 쓰임새가 존재한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듯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을 말하고 있는 아레이스타는 마치 이 세계의 진리를 말하듯, 모든 것을 깨우친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원석'도 마찬가지다"
아레이스타는 무척이나 흥미롭다는 듯이 말한다.
"카인의 후예라고 불리는 흡혈귀는 공식적으로 발견된 적이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메가미 아이사라는 '원석'은 흡혈귀를 죽이는 힘을 가지고 있었지. 딥 블러드라는 존재 자체가, 흡혈귀라는 존재의 사실을 증명해냈다. 만에 하나라도 완전한 불로불사이자 무한의 마력을 휘두르는 흡혈귀가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한다면, 그 원석은 필연적으로 그것을 저지하게 된다"
자정작용(self-purification)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나 동식물이 스스로의 치유능력이 있는 것처럼, 자연도 최소한의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다. 동물은 산소를 흡수하여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산소를 만들어 낸다. 오염된 하천은 물이 계속해서 흐름에 따라 희석되고, 결국엔 정화된다. 지구도 자연적으로 최대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계도 마찬가지다.
딥 블러드(흡혈귀 사냥꾼)라는 존재가 있기에, 세계가 흡혈귀에 멸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너의 그 이매진 브레이커(환상살)은 어떤것을 증명하고 있는가? 이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
아니, 생각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 까지가 세계의 역할이니까.
하지만 지금이라면. 지금의 세계라면,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너의 그 오른손은 원래 이 세계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것들을 정화한다. 그렇기에, '원래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 원석의 이능은 정화하지 못하지. 제 7위인 소기이타 군하의 능력을 정화하지 못한 것이 그 증명이다"
카미조 토우마는 '모든 이능을 지우는 오른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능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학원도시의 초능력과 마술뿐.
루시퍼가 어리석은 인간을 꼬득여 먹게 한 선악과. 그것은 지성, 마술, 불, 그 모든 것을 의미했다. 당연히 신이 허락한 힘이 아니기에, 그것은 세계에 있어서는 '이능'이었다.
거기서 카미조가 느낀 한가지 의문.
"그럼 학원도시의 초능력은…"
"나의 의식마술인 magick의 일부를 응용하여 창조한 것이, 너희들이 사용하는 초능력이다. 당연히 세계에 허락받지 않은 힘이었다"
"'…이었다' 라고?"
긴장한 표정으로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미코토는 그 미묘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분명히 아레이스타가 말한 것은 과거형.
"예를 들면, 이런 것이지"
그렇게 말한 아레이스타는 자신이 들고 있던 은색의 지팡이를 살짝 휘둘렀다. 그러자 둥!! 하는 북소리 같은 굉음과 함께 세계가 반전했다. 대낮에서 한밤으로. 순식간에 밤이 됬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엔 달이 아닌 빛나는 태양이 떠 있었다.
아스트로 인 핸드(천체제어).
단순한 표현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것 같지만, 이것은 천체 단위로 지구와 태양의 위치관계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샤 크로이체프의 엔젤폴 사건때 봤었던, 언제 어디서든 한순간에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압도적인 천사의 힘.
"어, 어째서!!?"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놀란 것은, 그 힘을 직접 봤었던 전례가 있던 카미조가 아닌 옆에 있던 인덱스 였다.
인덱스는 말까지 더듬으며 소리쳤다.
"어, 어째서 치천사(세라프)가 아닌 다,당신이 그만한 규모의 마술을 사용하는 거야!? 이건 이상해!"
"예를 든다고 했었지. 이것이 나의 의식마술인 magick다"
"아냐, 이상해! 이건 이상해!! 아무리 대단한 의식마술이라고 하더라도 지맥의 가호나 동서남북의 개념조차 없이, 즉석에서 이런 세계멸망급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리가 없어!"
"흠. 그렇군. 너희들에게는 이렇게 설명하는 쪽이 간단하겠어"
창백한 얼굴로 소리치는 인덱스에게 아레이스타는 대답했다.
"이것은 리얼리티 컨트롤(현실 조작) 능력이다"
"하?"
아레이스타의 입에서 나온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에, 미코토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업신여기는 듯한 목소리를 내버렸다.
여태까지 자신이 몇번이나 보던 만화책에서 나올법한 능력인 것이다. 주인공과 적의 파워 밸런스를 엎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너무나 강력하고 자기 마음대로라 초등학생도 생각할법한 유치한 능력이었다.
"정확히는 다른 것이지만 그렇게 다르지도 않는 표현이군"
"그런게 가능하면, 여태까지 당신은 뭐하고 있던거야?"
미코토의 바보를 보는 듯한 목소리에, 아레이스타는 대답했다.
"무엇이 우습지?"
'무적인 능력'
'절대 패하지 않는 능력'
'모든 현실을 자신의 맘대로 조작하는 능력'
그런식의, 초등학생이 생각할법한 유치한 힘.
하지만, 그 능력이 '진짜'라면 어떨까.
아레이스타는 대답한다.
"부분적이지만, 이미 너희들도 사용하고 있지 않나. 초능력 이라는 형태의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라는 이름으로"
"아"
카미조와는 다르게 우승생인 미코토는 거기서 깨달았다.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
학원도시에서 행하는 초능력의 원리는, 뇌를 쑤시고 약물과 최면을 사용하여 사람의 정신세계에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이라는 것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것이 '전격을 사용하는 능력' 이라면, 능력자는 강한 집중력과 믿음으로 지금 자신이 있는 세계를 '초능력의 발현이 가능한 세계'로 인식한다. 그리고 그 컨트롤은 능력의 위력에 비례한다.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긍정한다.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
그 이름대로.
이미 훌륭한, 현실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