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데이터야 정말 미안해
길을 헤맨다.
어두운 들판에 불빛이라고는 차가운 달 만이 있는 곳. 그 곳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를 본다.
큰 나무 한그루 그리고 거기에 목을 매달고 있는
누군가.
그는 놀라지 않는다. 매번인 만큼 자연스럽게 그 나무와 누군가에게 다가간다.
혹시 다른 변수가 생길까 뒤를 힐끔 돌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보이는 건 바람에 흔들리는 풀 뿐, 이윽고 그는 나무 근처에 다다른다. 매달려 있는 누군가가 바람에 움직여 가끔 나무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나무가 흔들리며 잎들도 소리를 낸다.
'곧 만날 것이다.'
그는 생각을 한다. 숨을 몇 번 쉰다. 눈을 감는다.
그리고 마침내 언제나처럼 등 뒤에 누군가가 그를 안는다. 소리도 냄새도 없는 그것은 그의 목덜미를 차가운 손으로 쓰다듬는다.
잠시 후 소녀의 목소리는 그에게 안고 있는 채 말한다.
"안녕"
그는 그 인사에 답한다.
"그래"
소녀는 다시 무언가를 묻는다.
"이번이 몇 번째지?"
그러자 그는 생각을 한다. 한참 후 한숨을 한번 쉬고 답한다.
"모르겠어. 다시 또 만나는 것 같아."
"그래 당연하지 저번에는 실패했었으니까."
"정확히 말하자"
"좋아 계속 실패 했었어."
"……."
"……."
둘은 침묵을 한다. 바람의 소리는 이 틈새를 누빈다.
그는 입을 연다. 그리고 말한다.
“이번엔 제발 나를 죽여줘.”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왜?"
"나는 어째서 기억하고 있어야하지? 나에게서 무엇을 원하고? 나는 내가 이 세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을 선택할 수 있었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그러니 나를 이번엔 죽여줘"
"미안"
차갑게 목덜미를 계속 쓰다듬던 손길은 목을 움켜쥔다. 점점 더 거세게 쥐여간다.
그는 숨을 쉴 수 없어지는 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온다.
마침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그는 느낀다.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아득해지는 시야.
마지막 시선을 거두자 나무가 무너지는 소리 그리고 격렬하게 떠는 몸. 피의 냄새.
온 몸이 사그라지지 않는 뜨거움에 휩싸이고 목덜미에 지금까지 느껴졌던 손이 조각나 그의 모든 것을 찢어갈 때.
그는 꿈에서 깨어난다.
아침은 언제나처럼 빛이 난다. 커튼은 창문 틈으로 온 봄바람에 몸을 흔든다.
알파는 누운 채 눈을 서서히 뜬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눈을 다시 감는다. 달콤함을, 자고 방금 일어났을 때의 그 느낌을 느끼려 기억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목을 조이는 시늉을 한다. 가만히 생각을 한다.
‘어떤 꿈을 꾸었던 것일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헛웃음을 낸다. 손을 풀고 이마에 손을 댄다. 천장의 빛
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며 잠시 자신을 놓는다. 머리를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다.
옆의 탁상시계가 울리자 그는 버튼을 누른다. 어제부터 계속 먹통인 휴대폰을 본다.
침대에서 나와 전신거울에 서 헝클어진 백발의 머리와 구겨진 잠옷을 간단히 정리하고 거실로 나온다. 큰 창문에서 해가 비추고 있어 밝다. 어제 가정부가 준비한 시리얼과 주스를 먹기 위해 부엌 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잘 주무셨어요?”
“네……. 몇 시인가요?”
“7시입니다.”
그는 의자에 앉는다. 우유를 그릇에 붓고 시리얼을 넣는다. 입에 넣고 먹는다. 무심코 설거지를 하고 있는 가정부의 뒷모습을 그는 바라본다.
대다수 40대 후반의 여성답지 않게 흐트러짐 없는 머리 묶음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을 이미 오래도록 지켜봐왔던 터기에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라디오를 부탁해요”
“네”
지지직거리며 라디오가 켜지고 잠시 후 목소리가 나온다. 아침의 소식들을 전하거나 정치인의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윽고 라디오 아나운서는 다음 소식을 무감각하게 전한다.
“다음 소식입니다. 어제 밤 11시 서울행 화물비행기가 ‘A도시'에 추락,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조종사 김XX, 박XX는 그 자리에서 사망…….”
“오늘 군사 훈련이 있다고요?”
그는 시리얼을 우물거리며 설거지를 하는 가정부에게 묻는다. 가정부는 그의 질문에 답한다.
“동원령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아마 연례행사겠죠.”
“아버지께서는 어떻게 말씀 하셨나요?”
“비행기 추락 사건의 수습을 군인들이 도울 것이라고 얘기 하셨습니다.”
“그런가요…….”
가정부가 마지막 설거지 접시를 들자 그는 시리얼을 남긴 채 일어선다. 실내화 소리가 바닥에 울린다.
라디오는 다른 소식을 전한다
.
“오늘 도지사의 방문으로 소방헬기를 이용한다는 소식에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설거지 접시를 들고 있던 가정부는 물을 틀어놓은 채 말한다.
“책임은 어떻게 지실 건가요?”
“……. 아버지와 얘기가 된 걸로 압니다.”
그는 가정부의 뒤통수에 대고 웃으며 말한다. 한숨과 약간의 울먹거리는 소리를 가정부는 낸다. 접시를 마저 씻지 못한다.
“옷은 준비가 되어 있나요?”
“네…….”
가정부는 간신히 대답한다. 그는 천천히 걸어 욕실로 향한다. 샤워와 양치질을 한다. 새롭게 빤 속옷이 찬장에 준비가 되어 있다.
갈아입는다. 욕실에 나온다. 베란다 너머에 가정부가 식물에게 물을 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다려져있는 교복을 입은 그는 거실에 나온다.
가정부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현관에 선다. 옆의 찬장에 있는 손목시계를 찬다.
"책임은 지었다."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리고 약간은 육중한 현관의 문을 연다.
끼이익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잠시 위의 해를 바라본다. 오랜 반에 따스함을 느낀다. 기사가 그에게 허리를 숙이지만 그는 손짓을 한다.
그리고 그는 학교까지의 길을 걷는다. 옆의 차도에 가끔 차가 지나가고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이 지나가며
“회장! 등교해?”
라고 묻자 ‘어’라고 대답해주는 식의 평범함이 계속된다.
간혹 알파에게 과도한 관심으로 오늘따라 멋져 보인다고 말하는 후배나 동급생에게-그것도 주로 여자인-대화를 계속해나가야 하기도 하지만 몇 마디 대답을 하면서 걸으면 제풀에 나가떨어진다.
어느덧 시내 사거리에 다다른다. 사람들이 많아지고 출근하는 직장인과 등교를 하는 학생들이 주위에 가득하다.
정말 아무 문제없는 순간들이 각자에게 흘러간다. 조금은 졸린 표정인 한 중년 남성이 자신의 딸이 차에서 내려 종종걸음으로 걷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하는 모습. 혹은 가게 문을 열기위해 셔터자물쇠를 푸는 모습들이.
이 일상의 시작을 모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풍경 사이로 들어간다. 그리고 감흥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횡단보도를 건너려 기다린다. 빨간불. 그는 숫자를 센다.
‘아까의 신호등과 저번의 차도에서 바뀐 신호 그리고 교통망 계산.’
그는 주머니에 손가락을 다섯 개 편다. 그리고 하나하나 접는다.
‘5.. 4.. 3.. 2.. 1’
‘0’
파란불로 바뀌는 신호. 그는 주먹이 쥐여진 손을 주머니 속에서 뺀다.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고 앞을 본다.
사람들과 같이 걷는다. 도중 몇 번의 접촉으로 인상을 찌푸리곤 한다.
도중 한 학생을 만난다. 후배로 꽤나 착실한 학생이다.
덩치도 있고 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그는 그 학생에게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 키를 건넨다. 또한 학교 관련한 일이니 부탁한다고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러자 학생은 호쾌하게 웃으며 알았다고 큰 소리로 말한다.
곧 학교에 도착한다. 약간 흉물스럽게 녹색의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교문 그리고 그 교문을 지나면 운동장이 보인다. 그는 운동장 가장자리 너머의 길로 걷는다. 학교 내에 들어서자 교무실이 있는 1층으로 향한다.
약간의 눕눕한 공기를 가지고 있는 교무실에 들어서서 담임을 찾는다. 그는 안쪽 3번째 자리인 그의 담임의 자리가 공석인 것을 본다.
매번 와서 전달사항을 받는 그는 평상시와는 다른 무언가의 분위기를 느낀다. 바쁘게 통화를 하는 교사들. 그리고 그의 담임을 포함해 몇 명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나요?”
그는 옆의 교사에게 묻는다. 가벼운 스포츠웨어 차림의 교사는 어깨를 으쓱한다. 그리고 입을 연다.
“이러실 분이 아닌데 말이지”
라며 프린트 더미를 넘긴다.
“이거 나눠주고 오늘 휴교니까”
“네?”
“왜 그런지는 모르겠구나.”
그는 뭔가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프린트를 눈으로 훑어본다.
‘법정휴교령발령에 따른 고지’
“게다가 전화도 되질 않으니……. 9시 30분부터 학교에 나갈 수 있어. 후……. 빨리 퇴근하고 싶은데 말이야.”
교사는 다른 문서를 정리하며 한숨을 쉰다.
“부려먹는 데는 익숙해요 이놈의 정부는”
그는 자신의 반으로 들어간다. 앞의 교탁에 프린트 더미를 둔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자신의 자리로 향한다. 맨 앞 교탁에서 가운데로 세 번째의 책상.
그곳에 있는 고리에 그는 자신의 가방을 걸고 앉는다.
시계를 본다.
8시 30분. 1교시 시작 시간이지만 프린트를 받은 학생들은 여유롭게 짐을 싸고 있다.
“정말?”
“다친 사람이 한명도 없대! 구급차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었잖아?”
“XXX네 동네 뒷산이라잖아. 컨테이너 몇 개만 있다는데?”
“왜 방독면을 끼고 있는 거지?”
“그냥 비행기를 놔두고 있었어.”
“어제부터 전화가 안 되고……. 통신사가 미친가벼”
여럿이 모여 어젯밤의 사고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조금 과장된 몸짓을 하기도 하며 놀란 감정을 보인다. 알파는 그 말에 귀 기울인다.
자신의 목격담, 주변의 뜬소문을 그들은 서로 공유한다.
“아싸 휴교다아아아아!!”
한 학생이 미친 듯이 복도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른다.
평소의 일상 중 특별한 일. 가끔을 일어나도 좋을 휴교가 일어나니 기분은 좋을 것이다. 하루의 느긋함을 평일에 느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평일의 기회.
그러나 그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어째서 사전 통고 없는 휴교인가.
그는 자신의 검은색 휴대폰을 꺼낸다. 어떠한 전파도 잡히지 않는다. 전파 마크는 회색빛이다. 휴대폰으로 인터넷 접속도 되질 않는다.
그는 교탁으로 달려간다. 교실의 다른 학우들은 평소답지 않은 그의 행동에 잠시 주목한다. 하지만 곧 휴교라는 즐거움이 있는 그들은 흥미를 잃어버린다.
한참 느린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아이콘을 더블클릭한다. 인터넷에 접속을 할 수 없다.
어째서일까?
마치 지금은 무언가를 숨기려고 하는 듯 모든 정보를 막아두고 있다.
오직 들을 수 있는 정보만을 둔 채.
비행기 추락 이후 지금 무언가 통제되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으아아아아악!!!”
“뭐……. 뭐야!”
“전화! 119를 불러!”
급작스러운 비명소리들. 그리고 고함과 이상한 소리들이 들린다.
“회장!”
한 여학우가 그에게 급하게 다가온다. 그는 순간 그의 시야에 다가온 커다란 것에 경계를 한다. 하지만 이는 순간, 정체를 알자마자 경계를 푼다.
안경을 쓰고 단발머리의 전형적인 모범생 인상의 여학우는 한참을 숨을 고른다. 온 몸에 땀이 묻어 있지만 지금 아랑곳 하지 않는다.
“도와…….”
“부회장?”
“애들이!”
그와 여학우는 3층 끝 J반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이미 많은 학생들이 그 교실 밖에서 또 안에서 몰려있다. 그는 여닫이인 반의 문을 거칠게 연다.
“살려…….”
“어어어…….”
반에는 수십의 학생들이 쓰러져 있다. 온 몸이 붉어 혈관이 충혈 되어 보인다. 몇몇 학생들은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는다.
주위의 쓰러지지 않은 다른 학생들과 방금 급하게 출근을 한 양호교사가 쓰러진 학생들을 돕는다. 그는 양호교사에게 달려가 이유를 묻는다.
양호교사는 고개를 젓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패혈증일까? 하지만 순식간에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노출될 일은 없다. 녹슨 못의 비가 내린다면 모를까.
게다가 피를 쏟으며 급작스럽게 고통스러워하는 학생들 같은 증상은 정말 치명적이라는 것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질병이라면 보고되고도 남을 병일 것이다.
순간 그는 한 학생을 주목 한다. 아까 그 키를 맡겼던 착실한 학생.
그 학생은 온몸을 떨며 고통스러워한다. 그것도 여기에 있는 학생들 중 가장.
온몸의 피가 모든 구멍으로 쏟아져 나온다. 온 몸을 미친 듯이 떤다. 자신을 태워 나가려는 것처럼.
붉은 몸이 요동친다.
“으……. 으……. 으…….”
몇 번의 진동이 섞인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밑에 있는 피 웅덩이에 몇 번이고 몸을 뒤섞는다. 웅덩이에는 파문이 일어난다.
저 학생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이미 손쓰기에는 너무 늦었다. 하지만 아직 몇몇은 가능성이 있다.
“좀 도와줘!”
그는 몇몇 학생들에게 피를 덜 쏟아 내는 사람을 부축하도록 부탁한다. 그리고 창문을 연다. 교실의 문을 연다. 밖의 학생들에게 더 도울 사람을 요청한다.
약 열 여명의 학생들이 더 들어온다. 하지만 모두들 직접적으로 돕질 못한다. 피가 흥건한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한다. 몇몇은 구토를 한다.
"뭐해!"
라며 한 학생이 재빨리 한명을 어깨로 부축한다. 양호실로 옮긴다. 그에 동참해 약 3명이 더 학생들을 옮긴다.
그는 쓰러져있는 학생들을 본다. 모두의 한결같은 병세 그리고
“으아아아!”
또 쓰러져간 새로운 학생.
가까이서 쓰러져 있던 학생들을 돕던 학생이 동일한 병세로 쓰러지자 다른 학생들은 부축하던 학생들에게 떨어진다. 양호교사는 순간 얼굴이 붉어진다.
“이러지마! 이건 전염병이 아니야 어서 빨리…….”
양호교사는 말을 잇지 못한다. 자신을 향한 시선들이 이상함을 본다.
한 학생이 교사의 손을 향해 손가락질한다. 양호교사는 손가락을 따라 자신의 손을 본다.
거미 모양의 내출혈이 발생한 손
그리고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가는 붉음.
“꺄어어…….”
교사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고통의 시작에 쓰러진다. 땅에 쓰러져 몸을 미친 듯이 떨기 시작한다. 피를 쉴 새 없이 토하기 시작한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여자 학생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누군가는 구토를 해 토사물과 피의 냄새가 섞여진다.
도와주었던 학생들은 스스로를 의심하려는 듯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는 문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외친다.
“문 닫아!”
아까 전 부축하던 학생들, 그리고 접촉했던 학생들을 그는 기억한다. 복도에 있던 학생들은 재빠르게 문을 닫는다. 책상과 의자들로 문을 막는다. 문이 닫히자 아직 교실에 있던 학생들은 문을 열기 위해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친다.
하지만 이미 몇 가지 장애물로 인해 문은 학생들의 힘만으로는 열 수 없다. 손톱이 뒤집혀 가면서 나무로 된 문을 파헤친다.
문에 나 있는 조그마한 유리창은 이미 깨져 그들이 뻗어 있는 손으로 가득 차 있다.
살려달라는 비명소리, 욕설, 울음이 들린다. 이윽고 그들의 움직임이 잦아든다. 그는 장애물들을 유지하던 사람들에게 떨어지라는 손짓을 한다.
“절대로 가까이 가지마! 만지면 바로 감염…….”
“미친 새X야!!!”
한 학생이 그의 멱살을 잡는다.
“뭔 짓이야!"
그는 짜증나는 표정으로 멱살을 풀어 젖힌다. 그리고 말한다.
"다시 들어가."
멱살을 잡던 학생은 화로 인해 씩씩거린다. 하지만 다시 멱살을 잡지 못한다. 반론을 하지 못한다.
“왜 두려워?”
“씨X…….”
“나는 지금 여기 있는 다른 학생들을 살렸다.”
“…….”
학생은 자신의 편이 되어 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다들 그 눈빛을 피한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
그는 한번 쏘아 붙고는 주위의 학생들에게 말한다.
"다른 반에 이런 얘들이 있어?"
"우리 반의 한XX가 갑자기 쓰러져서 양호실에……."
"원XX가……."
그는 눈빛이 흔들린다. ‘첫 발견’은 지금 여기다. 하지만 ‘첫 전파’는 불분명, 게다가 동시다발적이다. 게다가 질병의 전파속도는 가공할 만하다.
살아남아야 한다. 최소한 그 만이라도.
그는 주위를 둘러본다.
복도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아비규환. 그리고 서서히 퍼져 나오는 비명소리와 고통소리들. 혼자 죽지 않으려 가능한 접촉을 하려는 학생과 이들을 저지하는 선생님들의 움직임, 수많은 폭력들.
도망치는 학생과 이 상황에서도 몇몇 학생들을 도우려는 학생까지.
분명히 지금 확실한 하나의 사실.
학교는 마비되었다.
아까는 분명 피해를 최소화 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단지 반 하나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금 동시에, 전체에 일어나고 있다. 그는 그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그는 최대한 사람간의 접촉을 막기 위해 복도 끝 벽에 등을 붙인다. 순간의 리더가 된 그지만 다행히 지금 그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이미 도망가 있는 상황.
그는 지금 있는 위치를 계산한다.
‘3층 맨 오른쪽 복도. 그리고 밖으로 나가는 통로는 3개.’
시간을 계산한다. 평상시 걸어가는 보폭의 거리인 약 70cm 그리고 복도의 길이 800m, 평상시 걸어간다면 얼마 걸리지 않는다. 약 43초.
가능한 빨리 사람의 밀도가 낮은 곳으로 가야한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결국 계산 그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영문 모를 ‘질병’을 피해야 한다. 창밖으로 건네 본다. 이미 몇몇 학생이 어디 론가로 달려가고 있다.
‘이미 한참 늦었다.’
달린다. 가장 가까운 통로인 맨 오른쪽 계단으로 향하려 했지만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엉켜있기에 다른 곳으로 향한다.
중앙 쪽의 계단은 양호실로 부축해 주던 4명이 가던 길이다. 가장 운동장과 가까운 길. 맨 왼쪽 계단으로 가야 한다.
“헉……. 헉…….”
숨이 가빠져 온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계단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이미 쓰러져 있는 학생들, 도망치는 학생들을 피하며 달려왔기에 체력 소모가 크다. 흘려져 있는 피와 일그러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끝끝내 버티려는 사람들과 도망가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온 힘을 다해 달리던 그는 멈춘다. 수십의 학생들이 쓰러져 있는 피의 거대한 웅덩이를 본다. 더 이상 지나갈 수 없다.
주위의 도망가려는 다른 학생들도 웅성거린다. 몇몇은 피를 무시하고 뛰어가지만 감염되어 그 피의 웅덩이에 허우적거린다. 돌아서 갈 경우를 생각하지만 그동안에 소모되는 시간을 버릴 수 없다. 아까 전 발병한 학생들의 경우를 생각한다.
-단순히 ‘접촉’만 피하면 된다. 피부 대 피부 같은 조금의 접촉이라도 이는 위험하다. 걸러서 하는 접촉은 무해하다. 피 혹은 다른 타액으로도 쉽게 전염이 된다.
-호흡으로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
“살려줘…….회장…….”
웅덩이에서 그와 가장 가깝게 있던 피를 흘리는 학생이 그에게 손을 내민다. 그는 그 학생과 눈을 마주친다.
방금 전 그에게 맨 처음 질병의 사실에 대해 얘기 한 부회장. 그를 바라보는 부회장의 눈은 끝없이 피가 쏟아져 내려온다. 그리고 온 몸을 떤다.
언제나처럼 그는 한번 웃는다.
그리고
왼발로 부회장의 팔을 밟는다.
“커허억…….”
부회장은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그는 오른발로 머리를 밟는다. 다른 쪽 발을 등에 옮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건너의 쓰러져있는 학생 머리에 발을 옮긴다.
그렇게 쓰러져 있는 학생들의 몸을 밟고 그 웅덩이를 건넌다.
그는 신발 밑창을 확인한다. 고무 재질, 양말이나 다른 부위로 피가 튀지 않았다.
뒤의 웅성거림을 듣는다. 욕하는 내용, 저주하는 내용의 말들.
그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돌리고 웅성거리던 학생들을 향해 아까 밟기 전 표정으로 웃는다. 그리고 복도를 마저 뛴다.
“미친놈……. 돌아서 가자”
삭발을 한 학생은 경멸하는 시선으로 웅덩이 건너에서 사라져가는 그를 본다. 몇몇은 뒤로 다시 달려간다.
“시간이 없어…….”
이윽고 다른 한 학생이 그와 유사한 경로로 학생을 밟는다. 그리고 웅덩이를 건넌다.
주저하던 다른 학생들도 함께 웅덩이의 학생들을 밟는다.
1층까지 다다르는 데에는 너무나도 쉽다. 계단에는 이미 쓰러진 수많은 학생들이 있었지만 길을 막는 자는 얼마 없다.
이미 다들 과출혈로 죽었거나 질병이 발현되어 쓰러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간혹 도와달라고 말을 하지만 그는 길을 막는 학생들의 피가 묻지 않은 몸을 밟고 다른 곳으로 전진할 뿐이다.
운동장으로 향하는 문에는 수십의 학생들이 죽어 있다. 유리로 된 문에 손자국이 나있다.
그는 최대한 조심히 학교의 문을 연다. 그리고 밖으로 나선다.
저 너머의 교문으로 향한다. 운동장을 가로 지른다.
그의 숨이 턱에 막혀갈 때쯤, 막혀있는 교문에 거의 다다를 때쯤.
교문에 모여 있는 학생들을 본다. 그리고 교문 너머의 군인들을 본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시 뛰던 걸음을 멈춘다.
“헉……. 헉…….”
더 이상 뛸 수 없다. 몸의 한계를 느낀다.
그는 약간의 안도감과 다행스러움에 뛰던 속도를 낮춘다. 그리고 저 멀리 있는 학생들을 본다.
“철컹 철컹”
겨우 교문에 다다를 수 있었던 학생들은 교문에 매달리며 말한다.
“도와줘요!!”
“교문을 어서 열어!”
“빨리요!”
“친구들이…….”
“죽기 싫어!”
곧 한 군인이 걸어온다. 수염을 기른 중년의 남성. 약간 거만한 하지만 무언가 단단한 걸음으로 교문 근처에 다다른다.
그 군인을 향해 가장 열렬히 손을 뻗던 한 여학생이 있다.
군인은 권총을 꺼낸다.
총구를 겨눈다.
겨누어진 여학생은 ‘어?’라는 눈빛으로 군인을 본다.
“탕”
소리가 들리고 터진 머리의 잔해가 다른 학생들에게 튄다.
머리가 패인 여학생은 쓰러진다. 마치 아무런 바람이 불지 않던 호수에 떨어지는 한 장의 꽃잎처럼 총소리 이후 아무 소리 없이 몸이 나뒹군다.
침묵이 흐른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입가에 뇌가 튄 한 학생도. 총을 들고 있는 군인들도 모두 쏘여진 학생과 쏜 군인을 본다.
이윽고 그 군인은 손을 든다. 그리고 말한다.
“발포”
“발포!”
총구들은 불을 뿜는다. 그리고 학생들은 모두 쓰러져간다. 몸뚱이 몇 개가 나뒹군다.
그는 쓰러져가는 학생들을 본다. 한걸음 뒷걸음을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고 총 소리가 점점 가라앉으며 교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군인들이 그가 있는 곳으로 올 때.
그는 저 멀리 도시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빌딩 그리고 그 위에 있는 거대한 빛의
구체를 본다.
‘어째서?’
라는 생각에 눈을 가려보지만
이미 빛은 모든 것을 삼키기 시작한다.
학교를 빠져나온 그도, 운동장과 빌딩들도 모두 모든 것을 삼켜나간다.
그리고 그는
“쾅”
굉음을 듣는다.
알파. α 1
“나는 죽음의 신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The Bhagavad Gita. 123장.
그는 언제나처럼 같은 꿈을 꾼다.-The Bhagavad Gita. 123장.
길을 헤맨다.
어두운 들판에 불빛이라고는 차가운 달 만이 있는 곳. 그 곳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를 본다.
큰 나무 한그루 그리고 거기에 목을 매달고 있는
누군가.
그는 놀라지 않는다. 매번인 만큼 자연스럽게 그 나무와 누군가에게 다가간다.
혹시 다른 변수가 생길까 뒤를 힐끔 돌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보이는 건 바람에 흔들리는 풀 뿐, 이윽고 그는 나무 근처에 다다른다. 매달려 있는 누군가가 바람에 움직여 가끔 나무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나무가 흔들리며 잎들도 소리를 낸다.
'곧 만날 것이다.'
그는 생각을 한다. 숨을 몇 번 쉰다. 눈을 감는다.
그리고 마침내 언제나처럼 등 뒤에 누군가가 그를 안는다. 소리도 냄새도 없는 그것은 그의 목덜미를 차가운 손으로 쓰다듬는다.
잠시 후 소녀의 목소리는 그에게 안고 있는 채 말한다.
"안녕"
그는 그 인사에 답한다.
"그래"
소녀는 다시 무언가를 묻는다.
"이번이 몇 번째지?"
그러자 그는 생각을 한다. 한참 후 한숨을 한번 쉬고 답한다.
"모르겠어. 다시 또 만나는 것 같아."
"그래 당연하지 저번에는 실패했었으니까."
"정확히 말하자"
"좋아 계속 실패 했었어."
"……."
"……."
둘은 침묵을 한다. 바람의 소리는 이 틈새를 누빈다.
그는 입을 연다. 그리고 말한다.
“이번엔 제발 나를 죽여줘.”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왜?"
"나는 어째서 기억하고 있어야하지? 나에게서 무엇을 원하고? 나는 내가 이 세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을 선택할 수 있었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그러니 나를 이번엔 죽여줘"
"미안"
차갑게 목덜미를 계속 쓰다듬던 손길은 목을 움켜쥔다. 점점 더 거세게 쥐여간다.
그는 숨을 쉴 수 없어지는 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온다.
마침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그는 느낀다.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아득해지는 시야.
마지막 시선을 거두자 나무가 무너지는 소리 그리고 격렬하게 떠는 몸. 피의 냄새.
온 몸이 사그라지지 않는 뜨거움에 휩싸이고 목덜미에 지금까지 느껴졌던 손이 조각나 그의 모든 것을 찢어갈 때.
그는 꿈에서 깨어난다.
아침은 언제나처럼 빛이 난다. 커튼은 창문 틈으로 온 봄바람에 몸을 흔든다.
알파는 누운 채 눈을 서서히 뜬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눈을 다시 감는다. 달콤함을, 자고 방금 일어났을 때의 그 느낌을 느끼려 기억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목을 조이는 시늉을 한다. 가만히 생각을 한다.
‘어떤 꿈을 꾸었던 것일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헛웃음을 낸다. 손을 풀고 이마에 손을 댄다. 천장의 빛
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며 잠시 자신을 놓는다. 머리를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다.
옆의 탁상시계가 울리자 그는 버튼을 누른다. 어제부터 계속 먹통인 휴대폰을 본다.
침대에서 나와 전신거울에 서 헝클어진 백발의 머리와 구겨진 잠옷을 간단히 정리하고 거실로 나온다. 큰 창문에서 해가 비추고 있어 밝다. 어제 가정부가 준비한 시리얼과 주스를 먹기 위해 부엌 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잘 주무셨어요?”
“네……. 몇 시인가요?”
“7시입니다.”
그는 의자에 앉는다. 우유를 그릇에 붓고 시리얼을 넣는다. 입에 넣고 먹는다. 무심코 설거지를 하고 있는 가정부의 뒷모습을 그는 바라본다.
대다수 40대 후반의 여성답지 않게 흐트러짐 없는 머리 묶음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을 이미 오래도록 지켜봐왔던 터기에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라디오를 부탁해요”
“네”
지지직거리며 라디오가 켜지고 잠시 후 목소리가 나온다. 아침의 소식들을 전하거나 정치인의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윽고 라디오 아나운서는 다음 소식을 무감각하게 전한다.
“다음 소식입니다. 어제 밤 11시 서울행 화물비행기가 ‘A도시'에 추락,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조종사 김XX, 박XX는 그 자리에서 사망…….”
“오늘 군사 훈련이 있다고요?”
그는 시리얼을 우물거리며 설거지를 하는 가정부에게 묻는다. 가정부는 그의 질문에 답한다.
“동원령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아마 연례행사겠죠.”
“아버지께서는 어떻게 말씀 하셨나요?”
“비행기 추락 사건의 수습을 군인들이 도울 것이라고 얘기 하셨습니다.”
“그런가요…….”
가정부가 마지막 설거지 접시를 들자 그는 시리얼을 남긴 채 일어선다. 실내화 소리가 바닥에 울린다.
라디오는 다른 소식을 전한다
.
“오늘 도지사의 방문으로 소방헬기를 이용한다는 소식에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설거지 접시를 들고 있던 가정부는 물을 틀어놓은 채 말한다.
“책임은 어떻게 지실 건가요?”
“……. 아버지와 얘기가 된 걸로 압니다.”
그는 가정부의 뒤통수에 대고 웃으며 말한다. 한숨과 약간의 울먹거리는 소리를 가정부는 낸다. 접시를 마저 씻지 못한다.
“옷은 준비가 되어 있나요?”
“네…….”
가정부는 간신히 대답한다. 그는 천천히 걸어 욕실로 향한다. 샤워와 양치질을 한다. 새롭게 빤 속옷이 찬장에 준비가 되어 있다.
갈아입는다. 욕실에 나온다. 베란다 너머에 가정부가 식물에게 물을 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다려져있는 교복을 입은 그는 거실에 나온다.
가정부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현관에 선다. 옆의 찬장에 있는 손목시계를 찬다.
"책임은 지었다."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리고 약간은 육중한 현관의 문을 연다.
끼이익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잠시 위의 해를 바라본다. 오랜 반에 따스함을 느낀다. 기사가 그에게 허리를 숙이지만 그는 손짓을 한다.
그리고 그는 학교까지의 길을 걷는다. 옆의 차도에 가끔 차가 지나가고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이 지나가며
“회장! 등교해?”
라고 묻자 ‘어’라고 대답해주는 식의 평범함이 계속된다.
간혹 알파에게 과도한 관심으로 오늘따라 멋져 보인다고 말하는 후배나 동급생에게-그것도 주로 여자인-대화를 계속해나가야 하기도 하지만 몇 마디 대답을 하면서 걸으면 제풀에 나가떨어진다.
어느덧 시내 사거리에 다다른다. 사람들이 많아지고 출근하는 직장인과 등교를 하는 학생들이 주위에 가득하다.
정말 아무 문제없는 순간들이 각자에게 흘러간다. 조금은 졸린 표정인 한 중년 남성이 자신의 딸이 차에서 내려 종종걸음으로 걷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하는 모습. 혹은 가게 문을 열기위해 셔터자물쇠를 푸는 모습들이.
이 일상의 시작을 모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풍경 사이로 들어간다. 그리고 감흥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횡단보도를 건너려 기다린다. 빨간불. 그는 숫자를 센다.
‘아까의 신호등과 저번의 차도에서 바뀐 신호 그리고 교통망 계산.’
그는 주머니에 손가락을 다섯 개 편다. 그리고 하나하나 접는다.
‘5.. 4.. 3.. 2.. 1’
‘0’
파란불로 바뀌는 신호. 그는 주먹이 쥐여진 손을 주머니 속에서 뺀다.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고 앞을 본다.
사람들과 같이 걷는다. 도중 몇 번의 접촉으로 인상을 찌푸리곤 한다.
도중 한 학생을 만난다. 후배로 꽤나 착실한 학생이다.
덩치도 있고 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그는 그 학생에게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 키를 건넨다. 또한 학교 관련한 일이니 부탁한다고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러자 학생은 호쾌하게 웃으며 알았다고 큰 소리로 말한다.
곧 학교에 도착한다. 약간 흉물스럽게 녹색의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교문 그리고 그 교문을 지나면 운동장이 보인다. 그는 운동장 가장자리 너머의 길로 걷는다. 학교 내에 들어서자 교무실이 있는 1층으로 향한다.
약간의 눕눕한 공기를 가지고 있는 교무실에 들어서서 담임을 찾는다. 그는 안쪽 3번째 자리인 그의 담임의 자리가 공석인 것을 본다.
매번 와서 전달사항을 받는 그는 평상시와는 다른 무언가의 분위기를 느낀다. 바쁘게 통화를 하는 교사들. 그리고 그의 담임을 포함해 몇 명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나요?”
그는 옆의 교사에게 묻는다. 가벼운 스포츠웨어 차림의 교사는 어깨를 으쓱한다. 그리고 입을 연다.
“이러실 분이 아닌데 말이지”
라며 프린트 더미를 넘긴다.
“이거 나눠주고 오늘 휴교니까”
“네?”
“왜 그런지는 모르겠구나.”
그는 뭔가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프린트를 눈으로 훑어본다.
‘법정휴교령발령에 따른 고지’
“게다가 전화도 되질 않으니……. 9시 30분부터 학교에 나갈 수 있어. 후……. 빨리 퇴근하고 싶은데 말이야.”
교사는 다른 문서를 정리하며 한숨을 쉰다.
“부려먹는 데는 익숙해요 이놈의 정부는”
그는 자신의 반으로 들어간다. 앞의 교탁에 프린트 더미를 둔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자신의 자리로 향한다. 맨 앞 교탁에서 가운데로 세 번째의 책상.
그곳에 있는 고리에 그는 자신의 가방을 걸고 앉는다.
시계를 본다.
8시 30분. 1교시 시작 시간이지만 프린트를 받은 학생들은 여유롭게 짐을 싸고 있다.
“정말?”
“다친 사람이 한명도 없대! 구급차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었잖아?”
“XXX네 동네 뒷산이라잖아. 컨테이너 몇 개만 있다는데?”
“왜 방독면을 끼고 있는 거지?”
“그냥 비행기를 놔두고 있었어.”
“어제부터 전화가 안 되고……. 통신사가 미친가벼”
여럿이 모여 어젯밤의 사고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조금 과장된 몸짓을 하기도 하며 놀란 감정을 보인다. 알파는 그 말에 귀 기울인다.
자신의 목격담, 주변의 뜬소문을 그들은 서로 공유한다.
“아싸 휴교다아아아아!!”
한 학생이 미친 듯이 복도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른다.
평소의 일상 중 특별한 일. 가끔을 일어나도 좋을 휴교가 일어나니 기분은 좋을 것이다. 하루의 느긋함을 평일에 느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평일의 기회.
그러나 그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어째서 사전 통고 없는 휴교인가.
그는 자신의 검은색 휴대폰을 꺼낸다. 어떠한 전파도 잡히지 않는다. 전파 마크는 회색빛이다. 휴대폰으로 인터넷 접속도 되질 않는다.
그는 교탁으로 달려간다. 교실의 다른 학우들은 평소답지 않은 그의 행동에 잠시 주목한다. 하지만 곧 휴교라는 즐거움이 있는 그들은 흥미를 잃어버린다.
한참 느린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아이콘을 더블클릭한다. 인터넷에 접속을 할 수 없다.
어째서일까?
마치 지금은 무언가를 숨기려고 하는 듯 모든 정보를 막아두고 있다.
오직 들을 수 있는 정보만을 둔 채.
비행기 추락 이후 지금 무언가 통제되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으아아아아악!!!”
“뭐……. 뭐야!”
“전화! 119를 불러!”
급작스러운 비명소리들. 그리고 고함과 이상한 소리들이 들린다.
“회장!”
한 여학우가 그에게 급하게 다가온다. 그는 순간 그의 시야에 다가온 커다란 것에 경계를 한다. 하지만 이는 순간, 정체를 알자마자 경계를 푼다.
안경을 쓰고 단발머리의 전형적인 모범생 인상의 여학우는 한참을 숨을 고른다. 온 몸에 땀이 묻어 있지만 지금 아랑곳 하지 않는다.
“도와…….”
“부회장?”
“애들이!”
그와 여학우는 3층 끝 J반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이미 많은 학생들이 그 교실 밖에서 또 안에서 몰려있다. 그는 여닫이인 반의 문을 거칠게 연다.
“살려…….”
“어어어…….”
반에는 수십의 학생들이 쓰러져 있다. 온 몸이 붉어 혈관이 충혈 되어 보인다. 몇몇 학생들은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는다.
주위의 쓰러지지 않은 다른 학생들과 방금 급하게 출근을 한 양호교사가 쓰러진 학생들을 돕는다. 그는 양호교사에게 달려가 이유를 묻는다.
양호교사는 고개를 젓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패혈증일까? 하지만 순식간에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노출될 일은 없다. 녹슨 못의 비가 내린다면 모를까.
게다가 피를 쏟으며 급작스럽게 고통스러워하는 학생들 같은 증상은 정말 치명적이라는 것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질병이라면 보고되고도 남을 병일 것이다.
순간 그는 한 학생을 주목 한다. 아까 그 키를 맡겼던 착실한 학생.
그 학생은 온몸을 떨며 고통스러워한다. 그것도 여기에 있는 학생들 중 가장.
온몸의 피가 모든 구멍으로 쏟아져 나온다. 온 몸을 미친 듯이 떤다. 자신을 태워 나가려는 것처럼.
붉은 몸이 요동친다.
“으……. 으……. 으…….”
몇 번의 진동이 섞인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밑에 있는 피 웅덩이에 몇 번이고 몸을 뒤섞는다. 웅덩이에는 파문이 일어난다.
저 학생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이미 손쓰기에는 너무 늦었다. 하지만 아직 몇몇은 가능성이 있다.
“좀 도와줘!”
그는 몇몇 학생들에게 피를 덜 쏟아 내는 사람을 부축하도록 부탁한다. 그리고 창문을 연다. 교실의 문을 연다. 밖의 학생들에게 더 도울 사람을 요청한다.
약 열 여명의 학생들이 더 들어온다. 하지만 모두들 직접적으로 돕질 못한다. 피가 흥건한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한다. 몇몇은 구토를 한다.
"뭐해!"
라며 한 학생이 재빨리 한명을 어깨로 부축한다. 양호실로 옮긴다. 그에 동참해 약 3명이 더 학생들을 옮긴다.
그는 쓰러져있는 학생들을 본다. 모두의 한결같은 병세 그리고
“으아아아!”
또 쓰러져간 새로운 학생.
가까이서 쓰러져 있던 학생들을 돕던 학생이 동일한 병세로 쓰러지자 다른 학생들은 부축하던 학생들에게 떨어진다. 양호교사는 순간 얼굴이 붉어진다.
“이러지마! 이건 전염병이 아니야 어서 빨리…….”
양호교사는 말을 잇지 못한다. 자신을 향한 시선들이 이상함을 본다.
한 학생이 교사의 손을 향해 손가락질한다. 양호교사는 손가락을 따라 자신의 손을 본다.
거미 모양의 내출혈이 발생한 손
그리고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가는 붉음.
“꺄어어…….”
교사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고통의 시작에 쓰러진다. 땅에 쓰러져 몸을 미친 듯이 떨기 시작한다. 피를 쉴 새 없이 토하기 시작한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여자 학생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누군가는 구토를 해 토사물과 피의 냄새가 섞여진다.
도와주었던 학생들은 스스로를 의심하려는 듯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는 문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외친다.
“문 닫아!”
아까 전 부축하던 학생들, 그리고 접촉했던 학생들을 그는 기억한다. 복도에 있던 학생들은 재빠르게 문을 닫는다. 책상과 의자들로 문을 막는다. 문이 닫히자 아직 교실에 있던 학생들은 문을 열기 위해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친다.
하지만 이미 몇 가지 장애물로 인해 문은 학생들의 힘만으로는 열 수 없다. 손톱이 뒤집혀 가면서 나무로 된 문을 파헤친다.
문에 나 있는 조그마한 유리창은 이미 깨져 그들이 뻗어 있는 손으로 가득 차 있다.
살려달라는 비명소리, 욕설, 울음이 들린다. 이윽고 그들의 움직임이 잦아든다. 그는 장애물들을 유지하던 사람들에게 떨어지라는 손짓을 한다.
“절대로 가까이 가지마! 만지면 바로 감염…….”
“미친 새X야!!!”
한 학생이 그의 멱살을 잡는다.
“뭔 짓이야!"
그는 짜증나는 표정으로 멱살을 풀어 젖힌다. 그리고 말한다.
"다시 들어가."
멱살을 잡던 학생은 화로 인해 씩씩거린다. 하지만 다시 멱살을 잡지 못한다. 반론을 하지 못한다.
“왜 두려워?”
“씨X…….”
“나는 지금 여기 있는 다른 학생들을 살렸다.”
“…….”
학생은 자신의 편이 되어 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다들 그 눈빛을 피한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
그는 한번 쏘아 붙고는 주위의 학생들에게 말한다.
"다른 반에 이런 얘들이 있어?"
"우리 반의 한XX가 갑자기 쓰러져서 양호실에……."
"원XX가……."
그는 눈빛이 흔들린다. ‘첫 발견’은 지금 여기다. 하지만 ‘첫 전파’는 불분명, 게다가 동시다발적이다. 게다가 질병의 전파속도는 가공할 만하다.
살아남아야 한다. 최소한 그 만이라도.
그는 주위를 둘러본다.
복도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아비규환. 그리고 서서히 퍼져 나오는 비명소리와 고통소리들. 혼자 죽지 않으려 가능한 접촉을 하려는 학생과 이들을 저지하는 선생님들의 움직임, 수많은 폭력들.
도망치는 학생과 이 상황에서도 몇몇 학생들을 도우려는 학생까지.
분명히 지금 확실한 하나의 사실.
학교는 마비되었다.
아까는 분명 피해를 최소화 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단지 반 하나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금 동시에, 전체에 일어나고 있다. 그는 그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그는 최대한 사람간의 접촉을 막기 위해 복도 끝 벽에 등을 붙인다. 순간의 리더가 된 그지만 다행히 지금 그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이미 도망가 있는 상황.
그는 지금 있는 위치를 계산한다.
‘3층 맨 오른쪽 복도. 그리고 밖으로 나가는 통로는 3개.’
시간을 계산한다. 평상시 걸어가는 보폭의 거리인 약 70cm 그리고 복도의 길이 800m, 평상시 걸어간다면 얼마 걸리지 않는다. 약 43초.
가능한 빨리 사람의 밀도가 낮은 곳으로 가야한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결국 계산 그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영문 모를 ‘질병’을 피해야 한다. 창밖으로 건네 본다. 이미 몇몇 학생이 어디 론가로 달려가고 있다.
‘이미 한참 늦었다.’
달린다. 가장 가까운 통로인 맨 오른쪽 계단으로 향하려 했지만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엉켜있기에 다른 곳으로 향한다.
중앙 쪽의 계단은 양호실로 부축해 주던 4명이 가던 길이다. 가장 운동장과 가까운 길. 맨 왼쪽 계단으로 가야 한다.
“헉……. 헉…….”
숨이 가빠져 온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계단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이미 쓰러져 있는 학생들, 도망치는 학생들을 피하며 달려왔기에 체력 소모가 크다. 흘려져 있는 피와 일그러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끝끝내 버티려는 사람들과 도망가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온 힘을 다해 달리던 그는 멈춘다. 수십의 학생들이 쓰러져 있는 피의 거대한 웅덩이를 본다. 더 이상 지나갈 수 없다.
주위의 도망가려는 다른 학생들도 웅성거린다. 몇몇은 피를 무시하고 뛰어가지만 감염되어 그 피의 웅덩이에 허우적거린다. 돌아서 갈 경우를 생각하지만 그동안에 소모되는 시간을 버릴 수 없다. 아까 전 발병한 학생들의 경우를 생각한다.
-단순히 ‘접촉’만 피하면 된다. 피부 대 피부 같은 조금의 접촉이라도 이는 위험하다. 걸러서 하는 접촉은 무해하다. 피 혹은 다른 타액으로도 쉽게 전염이 된다.
-호흡으로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
“살려줘…….회장…….”
웅덩이에서 그와 가장 가깝게 있던 피를 흘리는 학생이 그에게 손을 내민다. 그는 그 학생과 눈을 마주친다.
방금 전 그에게 맨 처음 질병의 사실에 대해 얘기 한 부회장. 그를 바라보는 부회장의 눈은 끝없이 피가 쏟아져 내려온다. 그리고 온 몸을 떤다.
언제나처럼 그는 한번 웃는다.
그리고
왼발로 부회장의 팔을 밟는다.
“커허억…….”
부회장은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그는 오른발로 머리를 밟는다. 다른 쪽 발을 등에 옮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건너의 쓰러져있는 학생 머리에 발을 옮긴다.
그렇게 쓰러져 있는 학생들의 몸을 밟고 그 웅덩이를 건넌다.
그는 신발 밑창을 확인한다. 고무 재질, 양말이나 다른 부위로 피가 튀지 않았다.
뒤의 웅성거림을 듣는다. 욕하는 내용, 저주하는 내용의 말들.
그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돌리고 웅성거리던 학생들을 향해 아까 밟기 전 표정으로 웃는다. 그리고 복도를 마저 뛴다.
“미친놈……. 돌아서 가자”
삭발을 한 학생은 경멸하는 시선으로 웅덩이 건너에서 사라져가는 그를 본다. 몇몇은 뒤로 다시 달려간다.
“시간이 없어…….”
이윽고 다른 한 학생이 그와 유사한 경로로 학생을 밟는다. 그리고 웅덩이를 건넌다.
주저하던 다른 학생들도 함께 웅덩이의 학생들을 밟는다.
1층까지 다다르는 데에는 너무나도 쉽다. 계단에는 이미 쓰러진 수많은 학생들이 있었지만 길을 막는 자는 얼마 없다.
이미 다들 과출혈로 죽었거나 질병이 발현되어 쓰러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간혹 도와달라고 말을 하지만 그는 길을 막는 학생들의 피가 묻지 않은 몸을 밟고 다른 곳으로 전진할 뿐이다.
운동장으로 향하는 문에는 수십의 학생들이 죽어 있다. 유리로 된 문에 손자국이 나있다.
그는 최대한 조심히 학교의 문을 연다. 그리고 밖으로 나선다.
저 너머의 교문으로 향한다. 운동장을 가로 지른다.
그의 숨이 턱에 막혀갈 때쯤, 막혀있는 교문에 거의 다다를 때쯤.
교문에 모여 있는 학생들을 본다. 그리고 교문 너머의 군인들을 본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시 뛰던 걸음을 멈춘다.
“헉……. 헉…….”
더 이상 뛸 수 없다. 몸의 한계를 느낀다.
그는 약간의 안도감과 다행스러움에 뛰던 속도를 낮춘다. 그리고 저 멀리 있는 학생들을 본다.
“철컹 철컹”
겨우 교문에 다다를 수 있었던 학생들은 교문에 매달리며 말한다.
“도와줘요!!”
“교문을 어서 열어!”
“빨리요!”
“친구들이…….”
“죽기 싫어!”
곧 한 군인이 걸어온다. 수염을 기른 중년의 남성. 약간 거만한 하지만 무언가 단단한 걸음으로 교문 근처에 다다른다.
그 군인을 향해 가장 열렬히 손을 뻗던 한 여학생이 있다.
군인은 권총을 꺼낸다.
총구를 겨눈다.
겨누어진 여학생은 ‘어?’라는 눈빛으로 군인을 본다.
“탕”
소리가 들리고 터진 머리의 잔해가 다른 학생들에게 튄다.
머리가 패인 여학생은 쓰러진다. 마치 아무런 바람이 불지 않던 호수에 떨어지는 한 장의 꽃잎처럼 총소리 이후 아무 소리 없이 몸이 나뒹군다.
침묵이 흐른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입가에 뇌가 튄 한 학생도. 총을 들고 있는 군인들도 모두 쏘여진 학생과 쏜 군인을 본다.
이윽고 그 군인은 손을 든다. 그리고 말한다.
“발포”
“발포!”
총구들은 불을 뿜는다. 그리고 학생들은 모두 쓰러져간다. 몸뚱이 몇 개가 나뒹군다.
그는 쓰러져가는 학생들을 본다. 한걸음 뒷걸음을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고 총 소리가 점점 가라앉으며 교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군인들이 그가 있는 곳으로 올 때.
그는 저 멀리 도시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빌딩 그리고 그 위에 있는 거대한 빛의
구체를 본다.
‘어째서?’
라는 생각에 눈을 가려보지만
이미 빛은 모든 것을 삼키기 시작한다.
학교를 빠져나온 그도, 운동장과 빌딩들도 모두 모든 것을 삼켜나간다.
그리고 그는
“쾅”
굉음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