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야 하하하 또 미안하구나 하핳하
왜냐고?
“인터넷이 안 된다!”
3평 안 되는 원룸에 있는 나는 절규했다. 망할 오 이런 이게 뭐야. 인터넷을 못하잖아! 어제부터 이놈의 컴퓨터가 미친 건지 안 되잖아.
장비가 정지 된 거야?
랜선 확인부터 안테나랑 하드웨어적인 오류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오류 모두 각종 방법을 다 써봤다고. 미친 이거 왜이래.
“아놔!”
옆의 쓰레기 더미를 치우며 과자 봉지를 찾았다. 뱃살이 눌리면서 뒤틀렸다. 이 근처에 먹다 남은 나초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 살 때문에 손이 안 닿아.
“아 찾았다!”
는 개뿔이 이 곰팡이는 뭐야!
“우엑”
나는 저기 멀리 던져두었다. 그리고 먹을 것을 찾았다. 이 분노를 다스려야 한다.
어디 먹을게…….
찾았다!
나는 콜라 캔을 찾았다. 그리고 원샷!
“우에에에엑”
가래침이였어!
제엔장! 구역질을 간신히 참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변기에 한껏 쏟아냈다.
계속 구토는 나왔고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오랜 시간을 소모했다. 먹는 것도 없는데 이거 위액인가? 라는 생각을 해 보며 가차 없는 가래의 위력에 감탄했다.
이윽고 끝없던 구토웨이브가 끝나고 울렁거리던 속이 잠재워졌다. 힘든 걸음으로 화장실을 나왔다. 어어억 빈속이 아프다. 지금까지 멀쩡했던 위장이 왜이래.
현기증 나는 어지러움에 벽에 손을 지며 방을 한번 휘 본다.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창가에 떠오르는 아침햇살에 비춰지고 있다.
밝다.
원룸에 해가 비추고 주위의 쓰레기들을 환기 시킨다.
빈속에 생각지도 않던 감정이 생겨난다.
여기에 있던 때가 이제 10년을 넘어가는군. 그렇게 잠시 몇 번의 생각을 한다.
지난번 부모님의 전화가 왔었지. 건강히 지내냐고. 물론 건강히 지낸다고 말을 했어. 몸무게가 120kg을 넘겼지만. 아 맞아. 이번 명절 때 얼굴 좀 보자고 얘기 해셨었지. 바쁘다고 계속 말씀드렸었어. 그래. 30중반이 되었으니 이제 결혼하라고 말하실 게 분명해.
“그래 지금 나를 위로해 줄 건 너뿐이다.”
휘척휘척 컴퓨터를 향해 걷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멍 하니 모니터를 지켜보았다. 위로를 받으려면 인터넷이 안 되는 컴퓨터로 뭘 해야 할까. 입을 열고 마이크에 말을 하려고 할 때 입력이 없던 컴퓨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화면보호기를 켰다.
그리고 모니터에는 한 미남이 비춰졌다. 후후 잘생겼군. 약간 통통한 것만 빼면.
나는 가려운 사타구니를 긁으며 팬티바람의 나를 향해 말했다.
“미남이네 미남 성격도 멋쟁이 히히히 나는 역시 끝내줘.”
동조의 의견을 구하자!
“그렇지? 마리야~”
나는 마이크로 말을 했다. 그리고 몇 초 기다렸다. 모니터에 실행된다는 로딩창이 지나갔다. 곧 내가 만든 인공지능, AI 마리가 얼굴을 내밀고 말을 했다.
“웃기지 마세요. 돼지”
매끈한 회색 타이즈 옷을 입고 회색빛 피부에 흑발의 단발인 마리. 도끼눈을 한 채 두 손에 가운데 손가락을 펴는 모습이 오늘의 첫 번째 대면이다.
“정말 츤데레라니깐~”
“아뇨 그거 진짜에요”
“저번에 본 귀여운 눈물은 거짓 이였어?”
“미쳤어요? 내가 왜 눈물을?”
“저번에 몰래 영화 봤을 때”
“명령어를 입력한 게 누군데요!”
“닥쳐라 빈유마왕!”
그러자 마리는 얼굴이 빨개진 채 가슴을 황급히 가렸다.
“성희롱이죠? 그거 명백히!”
“나는 널 그렇게 만든 적이 없다!”
“미치겠네! 그렇게 만들었으면 소중히 다뤄주던가!”
나는 마우스 커서로 마리를 몇 번 찔렀다. 그러자 마리는 욕설을 쏟아내고 커서를 손으로 잡기위해 허우적거렸다.
“치워요! 이 더러운 돼지!”
“히히히히히”
“아오! 지랄이 풍년이시네”
한참을 그렇게 노닥거리고 내 손목이 슬슬 뻐근해질 때 쯤 마리는 짜증난다는 눈빛으로 째려보면서 말했다.
“더 할 얘기 없죠? 그럼 더 잘래요.”
“어어……. 잠깐마안!”
나는 스스로 종료버튼을 누르려던 마리를 말렸다. 휴 이렇게 한번 꺼지면 다시 켜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고.
“지금 인터넷이 안 되는데 인트라망좀 분석해봐”
“싫어요.”
“아 제발”
“엿이나 쳐 잡숴요 변태주인 그렇게 명령하고 커서로 제 가슴이나 만지겠죠.”
나는 짐짓 진지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계속 바라보았다. 그리고 컴퓨터와 연결된 캠코더의 렌즈에 눈을 맞추었다.
비아냥거리던 마리의 눈은 몇 초 뒤 나를 피했고 입을 열었다.
“쳇……. 알았어요.”
“후후 진짜 귀엽다니깐”
“아 역시 안 되겠어”
“헉 농담!!!”
마리는 한숨을 한번 쉬고 주위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마리의 손에서부터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0과 1의 실들이 퍼지고 수만 개의 창들이 켜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마우스를 움직였다. 히히히히 무방비 상태다.
“미친! 어딜 만지는 거죠! 돼지!”
“히히히히 무방히 상태다”
“아 쫌! 가슴 만지지 마요”
“그래야 커지는거야!”
“그렇게 프로그래밍 안했잖아요!”
집중하던 마리는 켜진 창으로 몸을 막아 세우며 커서를 발로 걷어차고 나서야 다시 집중을 시작했다.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입을 움직이며 춤을 추듯 정보 분석을 시작했다.
조금 지루해진 나는 물었다.
“몇 분정도지?”
“약 30분이요. 한숨 쪽잠이나 퍼 잡수세요. 방해하지 마시고”
나는 입맛을 나시고 마우스에 손을 뗐다. 그리고 모니터의 전원을 끄고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침대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잠시 한 구석에 놔두고 침대에 누웠다.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난다. 육중한 몸이 몇 번 흔들리고.
그리고 서서히,
어제부터 인터넷 때문에 잠을 못 잤던 눈이 감겼다.
“기계의 천재!”
“역사상 유래 없는 천재 소년등장!”
“악마의 재능”
나에게 계속 따라다니던 수식어였다.
왜 그렇게 시작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4살 무렵 부모님이 사 오신 컴퓨터를 보았던 것이 시작일 것이다.
새로운 세계와 ‘전기’로 이러한 쇳덩이가 혼을 가진다는 사실은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고. 곧 집안의 냉장고, 텔레비전 같은 가전제품에서 자가용까지 모든 기계들을 분해하기 시작했었다.
물론 처음 부모님에게는 호되게 혼났었다.
일반 직장인이신 아버지와 주부이신 어머니 이 두 분께서 살뜰하게 모아 장만한 집안 살림이 아이의 ‘호기심’ 때문에 날아가다니!
그러나 곧 부모님은 경악을 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어린 몸뚱이의 나는 훌쩍거리며 정확히 조립을 시작했고. 심지어 하나의 부품도 남는 일이 없던 것이다.
산더미처럼 쌓이고 섞인 기계 부품들의 명칭은 몰랐지만
기계의 결은 나에게 답해주었고.
움직였던 흔적들은 기억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그렇기에 다시 움직이게 하는 데에는 너무나도 쉬웠다.
이후 끌려간 지능개발원과 각종 매스컴. 그리고 나의 존재는 가벼워졌다.
괴물을 보는 듯한 눈빛들은 어느새 나를 돈으로 보기 시작했고.
이러한 시간이 늘어날수록 혼자 방안에 기계를 만드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교에 가면 보이는 시선들이 괴물을 쳐다보는 듯한 시선.
실수를 하는 것 자체도 용납되지 않고 규율과 나 자신을 믿지 않으리라고 얘기 해야만 하는 선생님 그리고 피를 몇 번이나 흘려야 했던 괴롭힘.
무기력해져야 했고 그때부터 '허기'는 시작되었다.
식사량은 무지막지하게 늘어났고 몸무게는 순식간에 늘었다.
그렇지만 배부름은 없었고 눈을 감으면 공허를 느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기계는 이제 나를 괴롭히는 장애물일 뿐이야.
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살은 늘어갔고 무력해지고 아무런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 나를 사람들은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나는 스스로 나를 철저히 숨겼고 몇 십번의 전학과 시간의 흐름 끝에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였다.
정말 매일과 같은 일들, 가장 구석자리에 앉아 수업 중 잠을 자던 중 뜻밖의 일이 나에게 찾아왔다. 갑작스런 이동수업.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기른다는 시대상에 걸맞게 컴퓨터 수업을 한다는 말을 선생님이 하고 몇 명을 뽑던 중 우연히 내가 뽑힌 것이었다.
이미 기계에 대한 관심을 접어 둔 터이기에 어떻게 잠을 눈에 띄지 않게 잘 수 있을까 생각하며 컴퓨터의 전원을 켰을 때.
부팅이 시작되며 켜지는 모니터의 화려한 빛을 보았고. 누군가가 실습을 하면서 만든 녹음파일인 에델바이스 음악을 들었던 그날.
나와 컴퓨터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나는 빠른 속도로 컴퓨터의 세계에 빠져 들었고 고등학교를 그만 둔 채 홀로 컴퓨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감정, 순수하게 기계를 다루고 느낀다는 느낌을 따라 어려웠지만 컴퓨터에 대해 그때처럼 빠른 속도로 이해를 다시 하는 나.
이곳은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태초부터 모두를 인지하지 않는다.
인터넷 정보의 세계는 무한대의 바다. 그리고 스스로 세계의 창조자가 되가는 개척자.
개발을 위해 혼자 도시A에 가겠다는 말을 부모님에게 했고 거대 정보회사 '개츠비'가 있는 곳, 그리고 이미 각종 연구시설들이 있는 터라 흔쾌히 동의 하셨다.
생활비는 이미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특허들이 있었기에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식료품들은 일정 금액을 주고 나에게 무슨 일이 있도록 음식을 내놓으라는 계약한 식품 회사들이 음식을 주기적으로 주었다.
그렇게 한 3년쯤 뒤.
컴퓨터에 대해 많은 것을 알 때쯤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창조에 대해 생각하며
수식들을 만들고 프로그래밍 언어들과 대화하며 소통하고 숨을 불어넣어야하는 프시케의 마음으로 근원과 생각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배워나가는 볼트와 나사에서 0과 1의 세계의 접합점을 찾아가면서
살이 20kg더 쌓여 갈 때쯤.
마침내 나는 인공지능 '마리'를 만들어냈다.
"Hello, Pig!"
라는 이상한 말과 함께.
"이봐요 돼지!"
"……."
"멍청이!"
"……."
"안녕 돼지!"
"다 들린다……."
"들으라고 한 거예요. 돼지."
나는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가에는 해가 그대로 있다. 컴퓨터에 앉았다. 모니터를 다시 켰다.
"그래 얼마나 걸린 거지?"
"2시간이요"
"엉?"
“지금 시각 8시 32분이니까요”
어째서 시간 계산에 오차가 생긴 것일까. 나는 이유를 묻기 위해 질문했다.
"늦었잖아 인마"
"지금 주위에 모든 인터넷이 되질 않아요."
"그럼 지금은 어떻게 한거야 지금 귀찮아서……."
마리는 말을 끊고 쏘아붙이는 듯 말한다.
"인공위성에 해킹을 했어요."
"K-45 인공위성?"
"네 그거요 유일한 수단 이였으니까요."
그나마 보안이 약한 기상관측용 인공위성이다.
"지금 귀찮아서 그러는 거 맞고만 증거를 내놔라 이것아!"
마리는 말없이 분석한 창들을 보여주었다. 보기 복잡하다. 귀찮고. 나는 이미지화 명령어를 입력하고 지도에 대입시켰다.
"아 그냥 볼 것이지……."
투덜거리며 창을 향해 몇 번의 손짓을 하는 마리. 몇 분 후 마리는 연산을 마치고 말을 한다.
“여기요”
새 창을 열어주는 마리. 나는 왜 그러는지 입맛을 다시며 창을 본다.
“오?”
내가 명령한 이미지는 도시A 정보의 흐름의 도식화. 그리고 내가 보았던 그 이미지는 도시 A가 평상시와는 다른 정보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었다.
모든 화살표가 단방향이다.
“오는 정보가 있으면 나오는 정보가 있어야지.”
지금 밖에서 안으로만 정보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정보는 서로 교류해야 된다. 그것이 정상적인 정보. 지금 정보의 바다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이런 건 석기시대나 통하는 거고. 나는 더 넓게 보기 위해
"도시A의 지도 범위를 더 넓혀봐 그리고 쌍방향만 남기고."
라며 명령을 했다. 그리고 곧
"으음……."
내가 다시 본 이미지는
검었다.
와륜 형태의 도시A 모양을 따라 생겨난 흡사 구멍. 단 하나 지금 나의 정보선 만이 하늘위로 향해있다.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
라는 생각이 순간 지나간다.
정보통제? 뭔가를 감추려고 하는 것일까.
"시간은 언제부터"
"비행기 추락사고 이후 바로 20분 뒤요"
단순히 비행기 추락사고 때문일 리가 없다.
"혹시 지금 물류 기록이 남아있어?"
"확인해 볼게요."
마리는 머리위로 손을 올리고 정보의 선을 펼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질문에 답을 했다.
"시카고 행, '태극' 회사의 화물요"
세계 최대의 기업집단. 점점 좁혀져 간다.
"물건은 어떤 물건이지?"
"비밀 등급이 너무 높아서 알 수 없어요. 직접 해킹하세요.
어깨를 으쓱이는 마리.
아오. 저 망할 것. 나는 한숨을 쉬고 근처를 뒤졌다. 그리고 USB를 꺼내서 컴퓨터에 연결했다.
그리고 마이크에 대고 마리에게 말했다.
"창을 켜"
단순히 물건을 숨기기 위해 도시 전체를 막을 리가 없다.
키보드에 있는 손을 나는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인터넷 구역을 탐색했다.
직접 만들었던 해킹툴을 키고 심어두었던 다른 컴퓨터들에 숨겨져 있는 해킹 봇들을 움직이게 했다. 자료 폐기가 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기에 기록이 남아있는 아카이브 쪽으로 해킹을 시도했고.
그런 나의 생각은 정답이었다. 다만 연결된 곳이 UN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어마어마한 방화벽들을 뚫은 결과는 제목과 본문내용 2줄밖에 안 된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다.
제목은 영어였다. 하지만 본문은 암호화였다.
"Antiapoptosis Oncogene"
뭔 말이야. 나는 마리에게 물었다.
"반세포자살 발암유전자 라네요"
생물학 용어인가.
"본문내용 암호 해독해"
"네───── 분석은 끝. 본문 내용이에요."
「접촉30초~ 1시간 생□체 요αε구 dai103차단 감염 시는【데이터 말소】돌연변이 붉은 거미 인장.」
암호화를 해독했지만 글이 깨져 몇몇 정보만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치명적 물질”
“그런 것 같네요”
아마 매우 위험한 물질이 도시A에 떨어졌을 것이다.
도시A를 침묵시킬 가치가 있는.
“위험하네.”
“위험해요.”
다만 아는 정보는 저 정도, 자세한 것은 뭔지 모르겠다. 아니 해킹을 해서 얻은 정보가 저 정도밖에 안된다니. 게다가 느려터진 인터넷이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나는 일단 배낭을 챙겼다. 몇 개의 내 역작들과 식량, 음료들을 넣었기에 매우 무거웠다. 피난을 가야지. 일단 이 정보는 나만 아는 것 같고. 아무것도 모를 때 도망가야 사람도 적고 빨리 살아남는다고.
“으앗차아아악 어어엌”
배낭을 메려고 했는데 금방 쓰러지는 나.
평소에 운동을 좀 할걸.
“경로 검색은 끝났어?”
나는 메려던 배낭을 잠시 구석에 두고 마리에게 물었다.
“…….”
눈을 감고 침묵하고 있는 마리.
입을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몸을 살짝 떨고 있었다.
렉인가 왜 저러지 라고 생각하며 명령어를 입력하려 할 때.
마리는 눈을 떴다.
“밖에 나가면 안돼요…….”
“뭐라는 겨 빈유가.”
“안된다고요!”
뭔가 다른 반응을 보이는 마리.
“무슨 말을…….”
아무 말 없이 마리는 CCTV를 켜 주었다. CCTV보안 서버는 도시밖에 있는 건가 어?.
“…….”
내가 본 화면은
가상의 세계가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정말 영화 같은 아니.
영화보다 더 끔찍한.
피를 흘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도망가고 죽어가고 서로 죽이고 쓰러지고.
팔이 찢겨져 나가고 뇌수를 흘리고 온 몸을 미친 듯이 떨고.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길을 향해 수많은 행렬들과 자신의 아들, 딸들을 구하려 발버둥치는 사람들.
하지만 이미 막혀져 있는 길과 쳐진 바리케이트.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사격을 하는 군인들과 시내에 사람들을 밟아 터트리는 탱크들.
헛구역질.
여기까지 느껴지는 ‘처절함’
“미친…….”
저 물질 때문에?
단 한 번의 비행기 추락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으려는 사람들은?
지금 모든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 거야?
현재 이들이 하려는 의도는 명확하다.
도시의 소각.
나는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모든 길을 찾아 어떻게든! 산을 넘든 어떻든!”
마리가 다급하게 답했다.
“지금 모든 경로가 막혀있어요!”
“그럼 우회로를 빨리 찾…….”
.
.
.
.
“…았다. 오버”
문 밖에서 무언가의 소리를 들었다.
무전기 소리.
그리고 예전에 들었던 소리 중 하나.
───내가 언제 들었던 거지?
금속, 정밀기계 여러 개, 화약.
'총'
"도망가요 돼지!"
라는 마리의 목소리.
아니 저것은 이런 순간에도 저려 라는 생각과
들리는
“쾅”
폭음.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는 가운데 내 육중한 몸이 흔들리며 뒤로 넘어지고 파괴된 문의 파편들이 주위에 어지럽게 움직여가며 들어오는 3명의 군인들.
가슴팍에 적혀져 있는 'WHITE WATER' 그리고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총알.
“탕!”
느리게 회전하며 움직이고 그 총알은 궤적을 그리며 정확히 나의 왼쪽 배에 내다 꽂히며 관통. 뭔가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과 혼란.
“억!”
이윽고 내 배에 따뜻한 무언가가 왈칵 올라왔다.
기침과 함께 올라오는 핏덩이.
“쿨럭……. 으으윽…….”
나는 그들이 향하는 총구를 보며 고개를 올렸다.
그러자 그들은 가까이에 총을 들이밀었다.
총의 비릿한 금속냄새와 방금 쏘여진 열기가 느껴졌다.
소염기와 탄창, 그리고 장전손잡이를 보니 HK53.
단축형 자동소총. 그리고 무엇보다도 ‘WHITE WATER’
이들은 전문가들이다.
자동소총은 지금 유추만 해서 틀릴 수 있다고 쳐도 ‘WHITE WATER’는 확실히 안다.
인간병기 용병단.
저들은 죽이는데 실수할 자들이 아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여기로 온 것일까.
나만 이렇게 호화로운 군대를 투입해 주다니.
“아”
그래.
지금 도시A내에서 정보에 접촉 가능한 사람은 오직 나.
이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도시 밖으로의 노출.
“역추적……. 이런 바보 같은”
보안을……. 으윽……. 어떻게든…….
“정신 차려요 돼지! 안 돼 안 돼!!!!!”
마리의 고함에 나는 약간 떨리는 몸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보았다.
울고 있는 마리의 모습이 보였다.
마리한테 자동보안 알고리즘을 만들어야지 와
아오 저거 츤데레 맞대니깐.
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들리는
굉음.
아득해지는 시야.
머리에 드는 뜨거움.
나무가 쓰러지듯 기우는 몸과 들리는 마리의 비명.
“돼지! 돼지! 일어나요! 돼지!!”
점점 희미해져 가는 마리의 목소리.
“…….”
“돼……. 아……."
“탕”
다시 한발 더 쏘아지는 총알.
베타. β 2
“그래 어떠세요?” 하고 마리는 아주 큰소리로 말했다. “그냥 괜찮아.” “불편하진 않으세요? 뭐 필요한 건 없으시고?” “아무것도 없어”
- 알베르 카뮈. 이방인
벌써 아침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침 해 따위에게 관심을 두기엔 내 집중력이 아까워!- 알베르 카뮈. 이방인
왜냐고?
“인터넷이 안 된다!”
3평 안 되는 원룸에 있는 나는 절규했다. 망할 오 이런 이게 뭐야. 인터넷을 못하잖아! 어제부터 이놈의 컴퓨터가 미친 건지 안 되잖아.
장비가 정지 된 거야?
랜선 확인부터 안테나랑 하드웨어적인 오류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오류 모두 각종 방법을 다 써봤다고. 미친 이거 왜이래.
“아놔!”
옆의 쓰레기 더미를 치우며 과자 봉지를 찾았다. 뱃살이 눌리면서 뒤틀렸다. 이 근처에 먹다 남은 나초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 살 때문에 손이 안 닿아.
“아 찾았다!”
는 개뿔이 이 곰팡이는 뭐야!
“우엑”
나는 저기 멀리 던져두었다. 그리고 먹을 것을 찾았다. 이 분노를 다스려야 한다.
어디 먹을게…….
찾았다!
나는 콜라 캔을 찾았다. 그리고 원샷!
“우에에에엑”
가래침이였어!
제엔장! 구역질을 간신히 참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변기에 한껏 쏟아냈다.
계속 구토는 나왔고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오랜 시간을 소모했다. 먹는 것도 없는데 이거 위액인가? 라는 생각을 해 보며 가차 없는 가래의 위력에 감탄했다.
이윽고 끝없던 구토웨이브가 끝나고 울렁거리던 속이 잠재워졌다. 힘든 걸음으로 화장실을 나왔다. 어어억 빈속이 아프다. 지금까지 멀쩡했던 위장이 왜이래.
현기증 나는 어지러움에 벽에 손을 지며 방을 한번 휘 본다.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창가에 떠오르는 아침햇살에 비춰지고 있다.
밝다.
원룸에 해가 비추고 주위의 쓰레기들을 환기 시킨다.
빈속에 생각지도 않던 감정이 생겨난다.
여기에 있던 때가 이제 10년을 넘어가는군. 그렇게 잠시 몇 번의 생각을 한다.
지난번 부모님의 전화가 왔었지. 건강히 지내냐고. 물론 건강히 지낸다고 말을 했어. 몸무게가 120kg을 넘겼지만. 아 맞아. 이번 명절 때 얼굴 좀 보자고 얘기 해셨었지. 바쁘다고 계속 말씀드렸었어. 그래. 30중반이 되었으니 이제 결혼하라고 말하실 게 분명해.
“그래 지금 나를 위로해 줄 건 너뿐이다.”
휘척휘척 컴퓨터를 향해 걷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멍 하니 모니터를 지켜보았다. 위로를 받으려면 인터넷이 안 되는 컴퓨터로 뭘 해야 할까. 입을 열고 마이크에 말을 하려고 할 때 입력이 없던 컴퓨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화면보호기를 켰다.
그리고 모니터에는 한 미남이 비춰졌다. 후후 잘생겼군. 약간 통통한 것만 빼면.
나는 가려운 사타구니를 긁으며 팬티바람의 나를 향해 말했다.
“미남이네 미남 성격도 멋쟁이 히히히 나는 역시 끝내줘.”
동조의 의견을 구하자!
“그렇지? 마리야~”
나는 마이크로 말을 했다. 그리고 몇 초 기다렸다. 모니터에 실행된다는 로딩창이 지나갔다. 곧 내가 만든 인공지능, AI 마리가 얼굴을 내밀고 말을 했다.
“웃기지 마세요. 돼지”
매끈한 회색 타이즈 옷을 입고 회색빛 피부에 흑발의 단발인 마리. 도끼눈을 한 채 두 손에 가운데 손가락을 펴는 모습이 오늘의 첫 번째 대면이다.
“정말 츤데레라니깐~”
“아뇨 그거 진짜에요”
“저번에 본 귀여운 눈물은 거짓 이였어?”
“미쳤어요? 내가 왜 눈물을?”
“저번에 몰래 영화 봤을 때”
“명령어를 입력한 게 누군데요!”
“닥쳐라 빈유마왕!”
그러자 마리는 얼굴이 빨개진 채 가슴을 황급히 가렸다.
“성희롱이죠? 그거 명백히!”
“나는 널 그렇게 만든 적이 없다!”
“미치겠네! 그렇게 만들었으면 소중히 다뤄주던가!”
나는 마우스 커서로 마리를 몇 번 찔렀다. 그러자 마리는 욕설을 쏟아내고 커서를 손으로 잡기위해 허우적거렸다.
“치워요! 이 더러운 돼지!”
“히히히히히”
“아오! 지랄이 풍년이시네”
한참을 그렇게 노닥거리고 내 손목이 슬슬 뻐근해질 때 쯤 마리는 짜증난다는 눈빛으로 째려보면서 말했다.
“더 할 얘기 없죠? 그럼 더 잘래요.”
“어어……. 잠깐마안!”
나는 스스로 종료버튼을 누르려던 마리를 말렸다. 휴 이렇게 한번 꺼지면 다시 켜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고.
“지금 인터넷이 안 되는데 인트라망좀 분석해봐”
“싫어요.”
“아 제발”
“엿이나 쳐 잡숴요 변태주인 그렇게 명령하고 커서로 제 가슴이나 만지겠죠.”
나는 짐짓 진지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계속 바라보았다. 그리고 컴퓨터와 연결된 캠코더의 렌즈에 눈을 맞추었다.
비아냥거리던 마리의 눈은 몇 초 뒤 나를 피했고 입을 열었다.
“쳇……. 알았어요.”
“후후 진짜 귀엽다니깐”
“아 역시 안 되겠어”
“헉 농담!!!”
마리는 한숨을 한번 쉬고 주위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마리의 손에서부터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0과 1의 실들이 퍼지고 수만 개의 창들이 켜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마우스를 움직였다. 히히히히 무방비 상태다.
“미친! 어딜 만지는 거죠! 돼지!”
“히히히히 무방히 상태다”
“아 쫌! 가슴 만지지 마요”
“그래야 커지는거야!”
“그렇게 프로그래밍 안했잖아요!”
집중하던 마리는 켜진 창으로 몸을 막아 세우며 커서를 발로 걷어차고 나서야 다시 집중을 시작했다.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입을 움직이며 춤을 추듯 정보 분석을 시작했다.
조금 지루해진 나는 물었다.
“몇 분정도지?”
“약 30분이요. 한숨 쪽잠이나 퍼 잡수세요. 방해하지 마시고”
나는 입맛을 나시고 마우스에 손을 뗐다. 그리고 모니터의 전원을 끄고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침대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잠시 한 구석에 놔두고 침대에 누웠다.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난다. 육중한 몸이 몇 번 흔들리고.
그리고 서서히,
어제부터 인터넷 때문에 잠을 못 잤던 눈이 감겼다.
“기계의 천재!”
“역사상 유래 없는 천재 소년등장!”
“악마의 재능”
나에게 계속 따라다니던 수식어였다.
왜 그렇게 시작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4살 무렵 부모님이 사 오신 컴퓨터를 보았던 것이 시작일 것이다.
새로운 세계와 ‘전기’로 이러한 쇳덩이가 혼을 가진다는 사실은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고. 곧 집안의 냉장고, 텔레비전 같은 가전제품에서 자가용까지 모든 기계들을 분해하기 시작했었다.
물론 처음 부모님에게는 호되게 혼났었다.
일반 직장인이신 아버지와 주부이신 어머니 이 두 분께서 살뜰하게 모아 장만한 집안 살림이 아이의 ‘호기심’ 때문에 날아가다니!
그러나 곧 부모님은 경악을 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어린 몸뚱이의 나는 훌쩍거리며 정확히 조립을 시작했고. 심지어 하나의 부품도 남는 일이 없던 것이다.
산더미처럼 쌓이고 섞인 기계 부품들의 명칭은 몰랐지만
기계의 결은 나에게 답해주었고.
움직였던 흔적들은 기억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그렇기에 다시 움직이게 하는 데에는 너무나도 쉬웠다.
이후 끌려간 지능개발원과 각종 매스컴. 그리고 나의 존재는 가벼워졌다.
괴물을 보는 듯한 눈빛들은 어느새 나를 돈으로 보기 시작했고.
이러한 시간이 늘어날수록 혼자 방안에 기계를 만드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교에 가면 보이는 시선들이 괴물을 쳐다보는 듯한 시선.
실수를 하는 것 자체도 용납되지 않고 규율과 나 자신을 믿지 않으리라고 얘기 해야만 하는 선생님 그리고 피를 몇 번이나 흘려야 했던 괴롭힘.
무기력해져야 했고 그때부터 '허기'는 시작되었다.
식사량은 무지막지하게 늘어났고 몸무게는 순식간에 늘었다.
그렇지만 배부름은 없었고 눈을 감으면 공허를 느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기계는 이제 나를 괴롭히는 장애물일 뿐이야.
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살은 늘어갔고 무력해지고 아무런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 나를 사람들은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나는 스스로 나를 철저히 숨겼고 몇 십번의 전학과 시간의 흐름 끝에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였다.
정말 매일과 같은 일들, 가장 구석자리에 앉아 수업 중 잠을 자던 중 뜻밖의 일이 나에게 찾아왔다. 갑작스런 이동수업.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기른다는 시대상에 걸맞게 컴퓨터 수업을 한다는 말을 선생님이 하고 몇 명을 뽑던 중 우연히 내가 뽑힌 것이었다.
이미 기계에 대한 관심을 접어 둔 터이기에 어떻게 잠을 눈에 띄지 않게 잘 수 있을까 생각하며 컴퓨터의 전원을 켰을 때.
부팅이 시작되며 켜지는 모니터의 화려한 빛을 보았고. 누군가가 실습을 하면서 만든 녹음파일인 에델바이스 음악을 들었던 그날.
나와 컴퓨터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나는 빠른 속도로 컴퓨터의 세계에 빠져 들었고 고등학교를 그만 둔 채 홀로 컴퓨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감정, 순수하게 기계를 다루고 느낀다는 느낌을 따라 어려웠지만 컴퓨터에 대해 그때처럼 빠른 속도로 이해를 다시 하는 나.
이곳은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태초부터 모두를 인지하지 않는다.
인터넷 정보의 세계는 무한대의 바다. 그리고 스스로 세계의 창조자가 되가는 개척자.
개발을 위해 혼자 도시A에 가겠다는 말을 부모님에게 했고 거대 정보회사 '개츠비'가 있는 곳, 그리고 이미 각종 연구시설들이 있는 터라 흔쾌히 동의 하셨다.
생활비는 이미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특허들이 있었기에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식료품들은 일정 금액을 주고 나에게 무슨 일이 있도록 음식을 내놓으라는 계약한 식품 회사들이 음식을 주기적으로 주었다.
그렇게 한 3년쯤 뒤.
컴퓨터에 대해 많은 것을 알 때쯤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창조에 대해 생각하며
수식들을 만들고 프로그래밍 언어들과 대화하며 소통하고 숨을 불어넣어야하는 프시케의 마음으로 근원과 생각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배워나가는 볼트와 나사에서 0과 1의 세계의 접합점을 찾아가면서
살이 20kg더 쌓여 갈 때쯤.
마침내 나는 인공지능 '마리'를 만들어냈다.
"Hello, Pig!"
라는 이상한 말과 함께.
"이봐요 돼지!"
"……."
"멍청이!"
"……."
"안녕 돼지!"
"다 들린다……."
"들으라고 한 거예요. 돼지."
나는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가에는 해가 그대로 있다. 컴퓨터에 앉았다. 모니터를 다시 켰다.
"그래 얼마나 걸린 거지?"
"2시간이요"
"엉?"
“지금 시각 8시 32분이니까요”
어째서 시간 계산에 오차가 생긴 것일까. 나는 이유를 묻기 위해 질문했다.
"늦었잖아 인마"
"지금 주위에 모든 인터넷이 되질 않아요."
"그럼 지금은 어떻게 한거야 지금 귀찮아서……."
마리는 말을 끊고 쏘아붙이는 듯 말한다.
"인공위성에 해킹을 했어요."
"K-45 인공위성?"
"네 그거요 유일한 수단 이였으니까요."
그나마 보안이 약한 기상관측용 인공위성이다.
"지금 귀찮아서 그러는 거 맞고만 증거를 내놔라 이것아!"
마리는 말없이 분석한 창들을 보여주었다. 보기 복잡하다. 귀찮고. 나는 이미지화 명령어를 입력하고 지도에 대입시켰다.
"아 그냥 볼 것이지……."
투덜거리며 창을 향해 몇 번의 손짓을 하는 마리. 몇 분 후 마리는 연산을 마치고 말을 한다.
“여기요”
새 창을 열어주는 마리. 나는 왜 그러는지 입맛을 다시며 창을 본다.
“오?”
내가 명령한 이미지는 도시A 정보의 흐름의 도식화. 그리고 내가 보았던 그 이미지는 도시 A가 평상시와는 다른 정보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었다.
모든 화살표가 단방향이다.
“오는 정보가 있으면 나오는 정보가 있어야지.”
지금 밖에서 안으로만 정보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정보는 서로 교류해야 된다. 그것이 정상적인 정보. 지금 정보의 바다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이런 건 석기시대나 통하는 거고. 나는 더 넓게 보기 위해
"도시A의 지도 범위를 더 넓혀봐 그리고 쌍방향만 남기고."
라며 명령을 했다. 그리고 곧
"으음……."
내가 다시 본 이미지는
검었다.
와륜 형태의 도시A 모양을 따라 생겨난 흡사 구멍. 단 하나 지금 나의 정보선 만이 하늘위로 향해있다.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
라는 생각이 순간 지나간다.
정보통제? 뭔가를 감추려고 하는 것일까.
"시간은 언제부터"
"비행기 추락사고 이후 바로 20분 뒤요"
단순히 비행기 추락사고 때문일 리가 없다.
"혹시 지금 물류 기록이 남아있어?"
"확인해 볼게요."
마리는 머리위로 손을 올리고 정보의 선을 펼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질문에 답을 했다.
"시카고 행, '태극' 회사의 화물요"
세계 최대의 기업집단. 점점 좁혀져 간다.
"물건은 어떤 물건이지?"
"비밀 등급이 너무 높아서 알 수 없어요. 직접 해킹하세요.
어깨를 으쓱이는 마리.
아오. 저 망할 것. 나는 한숨을 쉬고 근처를 뒤졌다. 그리고 USB를 꺼내서 컴퓨터에 연결했다.
그리고 마이크에 대고 마리에게 말했다.
"창을 켜"
단순히 물건을 숨기기 위해 도시 전체를 막을 리가 없다.
키보드에 있는 손을 나는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인터넷 구역을 탐색했다.
직접 만들었던 해킹툴을 키고 심어두었던 다른 컴퓨터들에 숨겨져 있는 해킹 봇들을 움직이게 했다. 자료 폐기가 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기에 기록이 남아있는 아카이브 쪽으로 해킹을 시도했고.
그런 나의 생각은 정답이었다. 다만 연결된 곳이 UN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어마어마한 방화벽들을 뚫은 결과는 제목과 본문내용 2줄밖에 안 된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다.
제목은 영어였다. 하지만 본문은 암호화였다.
"Antiapoptosis Oncogene"
뭔 말이야. 나는 마리에게 물었다.
"반세포자살 발암유전자 라네요"
생물학 용어인가.
"본문내용 암호 해독해"
"네───── 분석은 끝. 본문 내용이에요."
「접촉30초~ 1시간 생□체 요αε구 dai103차단 감염 시는【데이터 말소】돌연변이 붉은 거미 인장.」
암호화를 해독했지만 글이 깨져 몇몇 정보만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치명적 물질”
“그런 것 같네요”
아마 매우 위험한 물질이 도시A에 떨어졌을 것이다.
도시A를 침묵시킬 가치가 있는.
“위험하네.”
“위험해요.”
다만 아는 정보는 저 정도, 자세한 것은 뭔지 모르겠다. 아니 해킹을 해서 얻은 정보가 저 정도밖에 안된다니. 게다가 느려터진 인터넷이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나는 일단 배낭을 챙겼다. 몇 개의 내 역작들과 식량, 음료들을 넣었기에 매우 무거웠다. 피난을 가야지. 일단 이 정보는 나만 아는 것 같고. 아무것도 모를 때 도망가야 사람도 적고 빨리 살아남는다고.
“으앗차아아악 어어엌”
배낭을 메려고 했는데 금방 쓰러지는 나.
평소에 운동을 좀 할걸.
“경로 검색은 끝났어?”
나는 메려던 배낭을 잠시 구석에 두고 마리에게 물었다.
“…….”
눈을 감고 침묵하고 있는 마리.
입을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몸을 살짝 떨고 있었다.
렉인가 왜 저러지 라고 생각하며 명령어를 입력하려 할 때.
마리는 눈을 떴다.
“밖에 나가면 안돼요…….”
“뭐라는 겨 빈유가.”
“안된다고요!”
뭔가 다른 반응을 보이는 마리.
“무슨 말을…….”
아무 말 없이 마리는 CCTV를 켜 주었다. CCTV보안 서버는 도시밖에 있는 건가 어?.
“…….”
내가 본 화면은
가상의 세계가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정말 영화 같은 아니.
영화보다 더 끔찍한.
피를 흘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도망가고 죽어가고 서로 죽이고 쓰러지고.
팔이 찢겨져 나가고 뇌수를 흘리고 온 몸을 미친 듯이 떨고.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길을 향해 수많은 행렬들과 자신의 아들, 딸들을 구하려 발버둥치는 사람들.
하지만 이미 막혀져 있는 길과 쳐진 바리케이트.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사격을 하는 군인들과 시내에 사람들을 밟아 터트리는 탱크들.
헛구역질.
여기까지 느껴지는 ‘처절함’
“미친…….”
저 물질 때문에?
단 한 번의 비행기 추락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으려는 사람들은?
지금 모든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 거야?
현재 이들이 하려는 의도는 명확하다.
도시의 소각.
나는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모든 길을 찾아 어떻게든! 산을 넘든 어떻든!”
마리가 다급하게 답했다.
“지금 모든 경로가 막혀있어요!”
“그럼 우회로를 빨리 찾…….”
.
.
.
.
“…았다. 오버”
문 밖에서 무언가의 소리를 들었다.
무전기 소리.
그리고 예전에 들었던 소리 중 하나.
───내가 언제 들었던 거지?
금속, 정밀기계 여러 개, 화약.
'총'
"도망가요 돼지!"
라는 마리의 목소리.
아니 저것은 이런 순간에도 저려 라는 생각과
들리는
“쾅”
폭음.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는 가운데 내 육중한 몸이 흔들리며 뒤로 넘어지고 파괴된 문의 파편들이 주위에 어지럽게 움직여가며 들어오는 3명의 군인들.
가슴팍에 적혀져 있는 'WHITE WATER' 그리고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총알.
“탕!”
느리게 회전하며 움직이고 그 총알은 궤적을 그리며 정확히 나의 왼쪽 배에 내다 꽂히며 관통. 뭔가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과 혼란.
“억!”
이윽고 내 배에 따뜻한 무언가가 왈칵 올라왔다.
기침과 함께 올라오는 핏덩이.
“쿨럭……. 으으윽…….”
나는 그들이 향하는 총구를 보며 고개를 올렸다.
그러자 그들은 가까이에 총을 들이밀었다.
총의 비릿한 금속냄새와 방금 쏘여진 열기가 느껴졌다.
소염기와 탄창, 그리고 장전손잡이를 보니 HK53.
단축형 자동소총. 그리고 무엇보다도 ‘WHITE WATER’
이들은 전문가들이다.
자동소총은 지금 유추만 해서 틀릴 수 있다고 쳐도 ‘WHITE WATER’는 확실히 안다.
인간병기 용병단.
저들은 죽이는데 실수할 자들이 아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여기로 온 것일까.
나만 이렇게 호화로운 군대를 투입해 주다니.
“아”
그래.
지금 도시A내에서 정보에 접촉 가능한 사람은 오직 나.
이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도시 밖으로의 노출.
“역추적……. 이런 바보 같은”
보안을……. 으윽……. 어떻게든…….
“정신 차려요 돼지! 안 돼 안 돼!!!!!”
마리의 고함에 나는 약간 떨리는 몸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보았다.
울고 있는 마리의 모습이 보였다.
마리한테 자동보안 알고리즘을 만들어야지 와
아오 저거 츤데레 맞대니깐.
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들리는
굉음.
아득해지는 시야.
머리에 드는 뜨거움.
나무가 쓰러지듯 기우는 몸과 들리는 마리의 비명.
“돼지! 돼지! 일어나요! 돼지!!”
점점 희미해져 가는 마리의 목소리.
“…….”
“돼……. 아……."
“탕”
다시 한발 더 쏘아지는 총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