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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GULJi96aoSzS 2013/09/07(土) 20:53:49.06 ID:eLclzfIK0
「그러니까 이렇게 덮는 모습을 봐줬으면 해서……」
꼬물꼬물대는 모습이 토츠카 같은 건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귀엽다.
미안, 토츠카…….
앞으로 플래그 세워도 꺾일 뿐이니까.
그리고 코마치 미안.
오빠 오늘……, 집에 안 간다!
378: ◆GULJi96aoSzS 2013/09/08(日) 02:04:40.23 ID:l5+NBkCQ0
무릎 덮개 위에서 꼬물꼬물하던 유키노시타의 손이 내 코트 옷자락을 당긴다.
옷자락을 잡아당긴다고 나는 한 발짝도 꿈쩍 안 한다.
아니, 적어도 당기려면 두 팔로 하라고.
너 질량중심 모르냐?
이과잖아…….
이렇게 딴죽을 걸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쩔 수 없이, 하자는 대로 옆으로 미끌어지듯 움직여 유키노시타쪽으로 무릎을 가져간다.
거기에 맞춰서 유키노시타의 무릎도 슥 다가온다.
381: ◆GULJi96aoSzS 2013/09/08(日) 02:08:05.94 ID:l5+NBkCQ0
서로의 거리가 줄어들더니 갑작스레 팔랑하고 무릎 덮개가 떠올랐다.
내 시야가 가려진 순간, 풍선이 단숨에 오므라드는 것처럼 순식간에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의 무릎 위에 착지했다.
무릎 덮개 하나가 둘을 같이 덥혀준다.
뭐지, 이 시추에이션?
이래선 두근두근하는 게 멈추질 않잖아.
382: ◆GULJi96aoSzS 2013/09/08(日) 02:09:27.14 ID:l5+NBkCQ0
「……그리고 이런 것도 한번 해보고 싶었고……」
유키노시타가 머리를 가만히 내 어깨에 기댔다……
383: ◆GULJi96aoSzS 2013/09/08(日) 02:12:11.52 ID:l5+NBkCQ0
사고가 완전히 멈추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다.
정신 차려보니 플랫폼에 다음 전차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앗, 제정신이 든 나는 빨리 가야지 하고 조건반사적으로 움찔하고 반응한다.
하지만 그 순간 내 코트 소매를 꽉 세게 잡아당긴다.
「조금만 더……」
나도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다고.
「그래……」
그 순간, 열린 문에서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보내는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387: ◆GULJi96aoSzS 2013/09/08(日) 02:25:34.07 ID:l5+NBkCQ0
× × × ×
하룻밤 지난 방과 후.
부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목전으로 다가온 수험 걱정으로 인한 한숨과 앞으로 다가온 겨울방학을 맞이해 들뜬 기분으로 떠드는 환성 사이를 지나갔다.
그것들과는 동떨어진 세계의 문을 열었다.
꾸벅꾸벅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미소녀가 있었다.
눈과 같이 비쳐 보이는 살갗은 풋풋함으로 가득하고, 길게 뻗은 칠흑 같은 머리카락은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어 천사의 고리를 그리고 있다.
그 미소녀는 마치 마녀의 독사과로 잠든 것처럼 아름다움을 뽐내면서도 그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윤기 있는 입술 사이에 낀 조각을 빼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이.
388: ◆GULJi96aoSzS 2013/09/08(日) 02:26:31.03 ID:l5+NBkCQ0
무릎 덮개를 덮기는 했지만 블레이저만으로는 춥겠지.
예쁘게 접은 코트를 몰래 어깨에 걸쳤다.
잠에서 깨지 않도록.
389: ◆GULJi96aoSzS 2013/09/08(日) 02:29:15.80 ID:l5+NBkCQ0
밖은 바람이 센가.
윙윙 울리는 소리를 내며, 외풍이 들어온다.
살살 조용하게 커튼을 친다. 잠에서 깨지 않도록.
부실로 흘러 들어오는 냉기를 막기 위함이다…….
아니, 그게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
둘만의 세계를 지키고 싶어 그렇게 한 것이다.
커튼 끝단과 끝단을 겹쳐서 바깥세계를 차단했다.
390: ◆GULJi96aoSzS 2013/09/08(日) 02:30:38.17 ID:l5+NBkCQ0
그때 누군가 등에 기대와, 커튼을 사이에 두고 창으로 몸이 눌렸다.
발밑을 보니, 기대온 쪽은 까치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좋은 향기가 감도는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목덜미가 부드러운 감촉으로 휘감겼다.
그러고 나서 등으로 느껴졌던 체온과 체중이 천천히 빠졌다.
391: ◆GULJi96aoSzS 2013/09/08(日) 02:33:38.17 ID:l5+NBkCQ0
목 언저리로 손을 뻗어보니, 털실 목도리가 감겨 있었다.
돌아서 시선을 앞으로 향하니 잠에서 깬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살짝 한 눈을 감고 생기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마음을 미치도록 뒤흔드는 고개를 기울인 포즈를 취하며.
「히키가야 군, 목도리 어울려」
유키노시타는 밤이 새도록 목도리를 짠 것이다.
그런가……, 그때…….
내가 목에 단단히 둘린 여성용 목도리와 격투하고 있을 때, 유키노시타는 손뜨개질 세트를 구입한 건가.
내 사고를 읽은 유키노시타는 후후후 장난 같이 웃는다.
「고마워, 유키노시타. 이거 잘 쓸게」
「그래, 평생토록 잘 쓰도록 해」
유키노시타를 껴안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바로 그 마음을 떨쳐냈다.
지금은 이렇게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된다.
껴안아 버리면, 이렇게 평온하게 웃는 얼굴을 보지 못할 테니까.
392: ◆GULJi96aoSzS 2013/09/08(日) 02:35:04.55 ID:l5+NBkCQ0
「얏하로」
「여어, 유이가하마」
「안녕, 유이가하마」
둘만의 시간은 끝을 고하고, 여느 때와 같은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393: ◆GULJi96aoSzS 2013/09/08(日) 02:37:43.88 ID:l5+NBkCQ0
「저기 말이야, 유키농, 힛키. 다음에 다 같이……」
돌연 말이 끊겼다.
그리고 나를 미심쩍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힛키, 목도리 안 하지 않았어? 그 목도리 뭐야!?」
「시끄러, 소리 커. 그리고 말은 끝까지 하라고. 너는 세 걸음 걸으면 잊어버리잖아?」
「바보 취급 하지 마」
하고 흥흥거리며 화내는 유이가하마.
너 *게키오코붕붕마루냐고. (역주 : 화내는 모습을 귀엽게 나타내는 신조어)
즉각 유키노시타가 나를 두둔한다.
「유이가하마, 그 뒤를 꼭 듣고 싶은데……, 아까 『다음』이란 말 뒤에 뭐라고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