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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 ◆GULJi96aoSzS 2013/09/19(木) 20:16:36.50 ID:cCF7+Bn+0
「……유키노시타, 이거……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침묵을 깨고 작은 포장을 건넸다.
「고, 고마워……」
올려보는 눈으로 힐끗힐끗 내 얼굴을 살피며 부끄러운 듯 받아 주었다.
「안에 봐도 괜찮아?」
「그래.」
유키노시타는 내용물을 한 번 보더니 사랑스러운 듯이 뺨을 비비고 재빨리 손에 꼈다.
눈 결정이 새겨진 털장갑이다.
「사실 스웨이드 장갑으로 할까 했는데, 네 목도리를 보니 이게 나을 것 같았어.」
「응. 이게 좋아. 목도리 무늬하고도 어울려서 마음에 들어.」
만면에 미소를 띠운 유키노시타는 한 눈을 감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입고리가 느슨해져, 후후후……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나는 낯간지러웠지만 그 얼굴을 계속 지켜보았다.
663: ◆GULJi96aoSzS 2013/09/19(木) 20:17:56.60 ID:cCF7+Bn+0
「나도 히키가야 군한테 선물이 있어.」
작은 포장을 넘긴다.
포장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안에 든 건 손으로 짠 장갑이었다.
그건 요전에 받은 목도리와 꼭 한 쌍이었다.
「유키노시타, 고마워.」
겨울방학에 되고 나서 요 수 일 간, 나를 위해 시간을 쪼개서 같이 있어준 유키노시타.
집에 돌아가서도 나를 위해 짜준 것인가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흠집이라도 날까봐 애지중지 하듯이 살짝 손에 끼자 무심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목도리하고는 달라서 마음에 들게 마무리 할 때까지 꽤 시간이 걸렸지만 선물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한테 옮은 것인가 유키노시타의 눈에도 물기가 어렸다.
664: ◆GULJi96aoSzS 2013/09/19(木) 20:19:05.99 ID:cCF7+Bn+0
평소라면 여기서 뜨거운 시선을 입맞춤과 같이 마주할 터이다.
하지만 이제 그거로는 만족할 수 없다.
나와 유키노시타의 관계를 가로막는 마지막 벽을 넘고 싶다.
나는 살짝 장갑을 빼고서 일어섰다.
유키노시타도 따라서 장갑을 빼고 나와 마주하듯 일어섰다.
조용히 서로의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말을 짜냈다.
665: ◆GULJi96aoSzS 2013/09/19(木) 20:20:40.52 ID:cCF7+Bn+0
「유키노시타……」
「응……」
서로 눈을 마주친 채다.
「나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좋아해. 아주 좋아해. ……나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사랑해.」
조용한 한마디를 천천하고도 또렷히 유키노시타에게 전해지도록 말했다.
유키노시타의 눈에 가득한 눈물은 지금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다.
눈물이 맑고 검은 눈동자를 흔들리게 하고 있다.
내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을 것이다.
마지막 한마디를 다시 한 번 짜낸다.
「나하고……사귀어 줘.」
유키노시타는 열심히 눈물을 참고 있다.
그리고 눈동자에 마지막 힘을 담아 대답을 해주었다.
666: ◆GULJi96aoSzS 2013/09/19(木) 20:21:54.71 ID:cCF7+Bn+0
「나도 너, 히키가야 하치만을 좋아해. 나도 히키가야 하치만을 마음으로부터 사랑해. 이런…… 이렇게나 부족한 나라도 괜찮다면 연인이 되어줘.」
이 말을 마친 순간, 둑이 터지듯 유키노시타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가슴에 유키노시타가 날아들었다.
나는 힘껏 유키노시타의 작은 몸을 받고 힘차게 끌어당겼다.
유키노시타의 손이 등을 감는 것을 확인하고 꽉 껴안았다.
667: ◆GULJi96aoSzS 2013/09/19(木) 20:23:12.39 ID:cCF7+Bn+0
내 가슴에서 오열하는 유키노시타를 본다.
- 드디어 말로 서로의 마음을 전했다.
그런 성취감으로 마침내 내 눈에서도 뜨거운 것이 흘러나왔다.
「……유키노, 사랑해. 사랑해, 유키노……」
「하치만, 하치만, ……좋아. 사랑해……」
668: ◆GULJi96aoSzS 2013/09/19(木) 20:24:12.61 ID:cCF7+Bn+0
× × × ×
얼마나 이렇게 하고 있었을까, 약속한 30분이 다가왔다.
둘이서 황급히 뒤처리를 했다.
나는 문을 잠그기 전에 창문 너머를 다시 한 번 내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