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
그날도 평소와 같은 하루였다. 나는 여느 때처럼 책을 펼치고, 토우코 사부에게 배운 마술을 복습하고 있던 중이었다. 미키야가 있으면 좋았을 테지만, 그는 요즘 토우코 사부로부터 부탁받은 조사를 수행하느라 다른 지방에 가 있는 중이다. 어제 저녁 늦게 가람의 당에 한 번 모습을 비추었지만,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곧바로 다시 나가버렸다. 토우코 사부는 지금 그 때 미키야가 가져온 보고서를 읽는 중이었다.
"아자카, 혹시 로젠(Rozen)이란 이름에 대해서 알고 있어?"
"......네?"
갑작스럽게 토우코씨가 물어왔다. 이런 일은 드물었기에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토우코씨는 별로 내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던 듯 말을 이어갔다.
"전설 속의 인형사, 로젠. 그는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야. 나이, 성별은 물론이거니와 실존의 인물인지 아니면 가공의 인물인지 조차 알 수 없어. 다만 로젠이란 이름만은 수백년 전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지. 그리고 그가 만들었다고 알려진 인형들은 뒷세계에서 매우 고가에 거래되고 있어. 인형사인 내가 봐도 훌륭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들이야."
나는 놀라움을 느꼈다. 저 토우코 사부가, 인형사로서는 정점에 위치하여 봉인지정을 받기 까지한 토우코 사부가 다른 사람의 인형을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실력만큼이나 칭찬에 인색한 그녀다. 그런 그녀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틀림없이 평범한 물건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로젠이 만들었다는 인형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것이 바로 로젠메이든. 총 7구가 있다고 알려진 것을 제외하고는 제작자처럼 베일에 싸인 인형들이야. 아무도 그 인형들을 본 사람은 없어. 그래서 환상의 인형이라고 불리우지."
"하지만... 아무도 보지 못 했다면서요? 실제로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있다고 확신할 수 있죠? 단순히 떠도는 소문이 아닐까요."
"과연.. 현실적인 성격의 아자카 다운 대답이네."
내 말을 들은 토우코씨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빛나는 듯 했다. 어느새 그녀는 안경을 벗고 있었다.
"그렇지만 말야, 아자카"
토우코 사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너무나 섬칫하여 위험하게 느껴지는 미소였다.
"본래 신비(神秘)란.... 아무도 알지 못 하기에 신비(神秘)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