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vertüre
그 곳은 이상한 세계였다.
보이는 것은 길 위에 깔린 수많은 시험지. 곳곳에 언덕처럼 쌓여있는 부서진 컴퓨터들. 그 사이를 날개 달린 자동차 모형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어찌 보면 무척이나 암울한 광경. 하지만 먹구름 사이를 뚫고 비추는 햇살과 이제 막 파릇파릇하게 돋아나기 시작하는 풀들은 화사함을 가져다 주었다.
그 곳에 차색 코트의 마술사가 서 있었다.
"동몽주를 익혀두길 잘했군. 설마 이렇게 쓰일 날이 올 줄이야"
본래 이 세계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 정신의 바닥에 존재하는 공간.
심상세계 (心想世界)
본래 심상세계를 다루는 마술은 마술 중에서도 보다 신비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시전자의 심상세계를 현실에 침식시키는 금주인 고유결계의 경우는 마법에 한 없이 가까운 마술이라 칭해질 정도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마술과는 계통을 달리하는 동양의 비의는 현실의 인간이 심상세계 속에 발을 디디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마술사가 목격한 장면은 그녀를 전율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것은 자신들의 존재를 건 사투.
검은 깃털과 장미꽃잎의 충돌. 속박하는 딸기 넝쿨과 식물의 줄기. 거대한 가위의 참격.
고위 마술사들간의 격돌에서나 볼 수 있는 신비의 향연이 그녀의 눈 앞에 펼쳐졌었던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 했을 것이다. 그녀 역시 고위의 마술사, 시계탑이 나온 최고의 천재이자 마술사의 극에 다다랐다고 평가 받는 존재이니까.
그녀를 전율에게 전율을 느끼게 한 것은 싸움 그 자체가 아닌 싸움의 주체. 그러한 대마술을 펼쳐내고 있었던 것은 인간이 아닌 인형이었던 것이다.
인형(人形)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그 이름 그대로 어디까지나 형(形)에 지나지 않는다. 내부를 채우는 것은, 형(形)을 움직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영혼(靈魂). 그렇기 때문에 인형을 자체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사역마나 강령술을 통하여 외부의 혼을 인형 속에 불어넣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것은 그녀 자신이 추구한 형(形)의 극의라 할 수 있는 지금의 육체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전의 자신이 죽지 않았다면, 현재의 육체는 단순히 움직이지 않는 빈 껍데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인형들은, 로젠 메이든 (Rozen Maiden)이라 불리워지는 인형들은 달랐다.
"분명히 인형의 본질에서 보았을 때, 인간에 가까운 형상이라는 점에서 따져본다면 그것들은 결코 내가 만들어낸 작품에 미치지 못 해. 비록 뛰어나긴 하지만 일반적인 인형의 범주를 벗어나 있지 않아. 하지만.... 그 인형들은 분명히 영혼을 지니고 있었다. 외부에서 불어넣어진 것이 아닌 확실한 자신들만의 영혼이 육체, 정신과 함께 존재를 확립하고 있었어. 아니, 그것들은 더 이상 인형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어...."
영혼을 창조는 현대의 수준으로는 결코 이루어낼 수 없다. 그 것은 마법이라 일컬어지는 신비의 영역. 제3법 영혼의 가공과 소생.
"후후후.... 아하하하!!!"
광소가 터져 나왔다. 지금 그녀를 뒤덮고 있는 것은 주체할 수 없는 희열.
자신을 자각하기 시작할 때부터 누구보다도 노력해왔다. 타고난 천부적인 자질과 남다른 노력은 그녀를 성인이 되기 전부터 뛰어난 마술사로 만들었다. 그렇기에 의심하지 않았었다. 자신이 유산을 물려받으리라는 것을.
하지만 유산을 물려받은 것은 그녀의 동생. 마술사로서의 실력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던 동생은 모든 마술사들이 지향하는 마법사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그녀에게 새겨진 씻을 수 없는 상흔. 아무리 노력하여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 그 좌절과 절망의 방황 속에서 수년을 배회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마술사의 본성, 높은 곳에 도달하면 도달할수록 , 「 」과 멀어지는 배리(背理)를.
그리고 지금 그녀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다.
"그래 좋아. 인정해주지, 로젠. 이번은 나의 패배다. 그리고 감사하도록 하지. 나에게 또 다른 길을 제시해 준 것을"
목소리는 지극히 담담했다. 이미 그녀는 모든 분석을 끝마친 상태. 남은 것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제3법이라면... 짐작가는 곳도 있어"
그녀의 사고는 뇌리 속 깊숙한 곳에 저장해 두었던 정보를 끄집어냈다. 아주 오래 전 유서 깊은 마술의 가문 셋이 뭉쳐서 신비를 추구한 적이 있었다. 마술로서는 드물게 이 극동의 땅에서 행해지는 의식
성배전쟁 (聖杯戰爭)
본디 성배라 일컬어지는 물건은 하나가 아니다. 기적을 일어나게 하는 신물의 대부분이 성배라고 불리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성배전쟁이라는 의식의 주체가 되는 성배는 그 중에서도 '진짜'라 칭해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성배의 능력은 제3법 영혼의 가공과 소생. 그리고 비록 여러 가지 복잡한 룰로서 오랫동안 감추어져 왔지만, 그 의식의 진정한 목적은 근원으로의 도달.
성배전쟁 (聖杯戰爭)
앨리스 게임 (Alice Game)
제3법으로서 구현된 일곱의 서번트
제3법으로서 창조된 일곱의 인형(Doll)
일곱의 서번트와 일곱의 마스터
일곱의 인형(Doll)과 일곱의 미디엄
최후에 살아남은 자만이 성배를 얻는다.
최후에 살아남은 인형(Doll)만이 앨리스가 된다.
성배, 그것은 「 」으로의 도달.
앨리스, 그것은 어떤 꽃보다도 고상하고, 어떤 보석보다도 순수한, 한 점의 더러움도 없는 완전한 소녀.
"우연일까...? 아니면....."
어느새 안경을 벗은 마술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 눈은 간만에 생기로 가득 차 빛나고 있었다.
"뭐어...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끼는 소년도 있고, 사쿠라다 준이라고 했던가?"
부서진 인형의 팔을 고친 그 실력은 마에스트로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잠재력은 자신과 비등할지도 모르는 소년.
어느덧 그녀의 발길이 물가로 향했다. 그 곳에 남아있는 것은 부서진 인형의 잔해. 불에 탔는지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래, 이것으로 포기하지 않아. 비록 상처 입은 정크(Junk)라 하더라도 그 곳에 도달하지 못 하리란 법은 없지. 자아... 겨루어보자구, 로젠. 어느 누가 최고의 인형사인지를. 그리고..."
그리고 누가 「 」에 이를 수 있는가를.
그녀, 아오자키 토우코는 선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