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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사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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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wischenakt - Erinnerung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의 모습. 화사한 붉은 공단은 한 떨기 꽃잎처럼 소녀의 몸을 감싼다. 그러나 그 봉오리는 아직 펼쳐지지 않아, 그저 조용히 잠들어 있는 소녀의 모습.

  ​소​녀​를​ 부드럽게 끌어안는 손길. 조심스레 자그마한 몸을 끌어안는다. 품에 채 다 들어오지 못 하는 가녀린 몸. 그대로 소녀를 안은 채 살며시 손을 소녀의 등 뒤로 뻗는다.

  ​손​에​ 들린 것은 섬세하게 양각된 장미의 문양이 인상적인 작은 태엽나사. 소녀의 등 뒤에 난 구멍을 찾아 맞추고는 천천히 태엽을 감는다.

  ​다​르​륵​~​ 다르륵~

  ​남​자​의​ 손이 돌아감에 따라 태엽이 감긴다. 마치 신성한 의식인 양 경건한 태도.

  ​이​윽​고​ 태엽을 다 감은 남자는 살짝 몸을 뗀다. 행여 부서질 듯 조심스레 소녀를 들어 올려 의자에 바로 앉히는 손길. 그대로 뒤로 물러나 소녀를 응시한다.

  ​소​녀​의​ 몸이 움찔거린다. 부들부들 떨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천천히 들리는 소녀의 머리.

  ​“​-​-​-​-​-​-​-​”​

  ​남​자​는​ 조용히 소녀를 부른다. 그 것은 붉은 꽃의 이름. 화사하면서도 고귀한 진홍의 이름.

  ​그​ 부름에 응하듯, 아직 익숙하지 않은 소녀는 애써 움직인다. 몸을 기울여 의자에서 내려오는 소녀. 다각~ 하고 구두가 바닥에 닿는다. 천천히 허리를 펴고는 다리를 내딛는다. 어색한 걸음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비틀거리면서도 소녀는 앞으로 걸어간다. 아직 눈을 내리감은 채로.

  ​남​자​는​ 손을 내민다. 손에 들린 것은 한 송이 꽃.

  ​소​녀​는​ 천천히 다가와 남자 앞에 선다. 감겨 있던 눈이 살며시 열린다. 꿈을 꾸는 듯 몽롱하던 눈동자에 차차 초점이 잡힌다. 소녀의 눈이 처음으로 이 세상을 바라본다.

  ​소​녀​의​ 첫 시야에 들어 온 것은 그녀와 같은 이름을 가진 붉은 꽃. 그리고 부드럽고 포근한 남자의 미소.

  ​소​녀​는​ 익숙하지 않은 얼굴을 애써 움직인다. 눈 앞의 남자와 같은 표정을 짓기 위해서.

  ​살​며​시​ 소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그 모든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움직이지 않는 눈으로. 단지 열려있는 적보라색 눈동자를 통해 들어오는 그 모든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막간이라서 좀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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