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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Original |

Translator | 송장의간장

작가의 말: 불행하게도, J. K. 롤링을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두 눈으로 직접 봐야 비로소 깨달을 뿐.

과학 토막 지식: 독자중 한 분이 27화에 나오는 ‘공감’의 이론은 (스스로의 뇌를 사용해 다른 부분을 자극한다는 이론) 실제 과학적으로 증명되진 않았다고 지적해주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증거들은 일제히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증명할정도로 뇌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양자 역학의 공식또한 (28화에서 암시됨) 시간에 구애를 받는다는 생각을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거의 드러난 지식이지만, 아직 대외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자기중심적 편파 1화


해리와 그녀의 사이에 대해 다른 학우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을 때마다, 헤르미온느는 위장이 가라앉으며 메슥꺼리는 것을 느끼곤 했다. 오늘 아침 샤워실에서만 해도 모라그와 파드마 사이에서 그녀에 대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모욕적인 대화가 오고가는 것을 엿듣고 말았던 것이다.

어쩌면 해리 포터와 불꽃튀는 경쟁이 붙은 건 치명적인 실수였을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해리 포터에게서 일찌감치 거리를 두었다면, 그녀는 호그와트에서 또래중 가장 학점으로 우수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로, 그 누구보다도 래번클로 기숙사에 점수를 안겨다주는 존재로 기억될 수 있었다. ‘살아남은 아이’만큼 유명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오로지 그녀의 노력만으로 유명세를 떨칠 수가 있었을 것이다.

허나 그 대신이라고는 뭐하지만 살아남은 아이에게는 학업적 경쟁상대가 있었고, 공교롭게도 그녀의 이름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였다.

더욱이나, 그녀는 그와 데이트를 하고 말았다.

해리와 낭만적인 로맨스를 즐긴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그러한 책들을 읽었거니와, 만약 호그와트에서 그녀 같은 히로인의 호감을 살 수 있을만한 대상이라면 당연하게도 해리 포터밖에 없었다. 총명하고, ​유​머​감​각​있​고​,​유​명​하​고​,​ 그리고 때로는 무섭기까지….

그래서 그녀는 반강제적으로 해리를 데이트에 끌고갔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가 그에게 깊은 호감을 사버린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니, 최악의 경우에는 그저 식사 메뉴판에 적혀있는 한가지의 선택지로밖에 비추어지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샤워실에서 물을 틀기 직전, 그녀는 바깥에서부터 울려퍼지는 가느다란 웃음소리들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덜떨어진 머글태생은 지네르바 위즐리를 견제해 우위를 점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거야’라고 모라그가 말하자, ‘어쩌면 해리 포터는 둘 다 택할 지도 모른다’라는 파드마의 신중한 목소리를 듣고 말았던 것이다.

마치 때때로는 여자애들에게 메뉴판이 쥐어져있고, 남자애들이 그 메뉴판에 적히기 위해 서로 치고박고 싸운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는 마냥.

하지만 정말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부분은 등장하지도 않았다. 맥고나걸 교수님의 시험에 그녀가 98점이라는 고득점을 쟁취했을 때, 가장 커다란 화제는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반 전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취득했다는 것이 아니라, ‘해리 포터의 라이벌’이 그보다 7점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살아남은 아이와 지나치게 깊게 연루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의 일대기’라는 틀에 소속되어버리고 만다.

그 누구도 그녀 자체를 바라보아주지를 않는다.

그리고 이맘때쯤 헤르미온느는 차라리 그냥 걸음을 돌려 사태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을거라고까지 생각했었지만, 그건 너무 그녀에게 잔인한 처사가 아닌가.

허나 해리의 라이벌로 유명해지면서 얼떨결에 잃게 되어버린 무언가만큼은 꼭 다시 되찾고 싶었다. 그저 해리의 이야기 속의 일부분이 아니라, 별개의 인물로 대접받고 싶었다. 그게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거대한 개미 지옥에 빠진 이상 탈출구를 향해 기어올라가기란 쉽지가 않다. 아무리 반에서 1등을 해도, 아무리 저녁 식사시간에 공개적으로 공표할정도로 뛰어난 학업적 성취를 달성하더라도, 그것 또한 그저 해리 포터와 경쟁하는 것일 뿐이다.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기억한다.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해리 포터와 경쟁하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는 다른 무언가를.

어려울 것이다.

그녀의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겠지.

그녀는 악인에게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 그보다 더욱 악한 인물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헤르미온느는 마치 지옥의 입구처럼 느껴지는 문을 두드리기 위해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망설였다.

스스로가 굉장히 한심하다고 여기고는, 헤르미온느는 손을 조금 더 높이 올렸다.

다시금 문을 두드리려고 시도했음에도,

손이 도무지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노력이 무색하게 별안간 문이 벌컥 하고 활짝 열렸다.

“이런 이런,” 거미줄을 타고 내려오는 포식자가 말했다. “그리도 단 한 개의 퀴렐 점수를 잃는 것이 두렵더냐, 그레인저 양?”

손을 그대로 든 채로 굳어버린 헤르미온느가 볼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사실이었으니까.

“뭐, 내가 자비를 베풀도록 하마, 그레인저 양,” 악마 같은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미 감점해버린지 오래니까. 어떠냐, 네가 그토록 어려워하던 고민이 단번에 해결됐지. 감사하지 않은가?”

“퀴렐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조그맣게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제게는 퀴렐 점수가 상당히 많겠죠?”

“그렇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뭐 아까보다는 하나 줄었지만. 끔찍하지 않나? 생각해보거라, 만약 네가 이 곳을 방문한 이유를 내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면, 너는 약 50점 가량의 퀴렐 점수를 잃게 될 테니. 아, 그렇게 될 경우 순전히 재미를 위해 천천히 하나씩…하나씩 감점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헤르미온느의 두 볼은 더 이상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붉었다. “혹시 교수님은 세상에서 가장 악마같은 사람이라고 누군가가 그러지 않던가요?”

“그레인저 양,” 퀴렐 교수가 진지하게 그녀를 불렀다, “그렇게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이 아닌 상대방에게 그러한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단다. 그 찬사를 받은 대상은 묘한 자괴감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끼고, 그러한 찬사에 걸맞는 행동을 하게 될 수가 있기 때문이지. 그래, 내게 말하고 싶은 게 뭐지, 그레인저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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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콰이어투스를 걸어놓은 도서관의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해리는 바닥에 널부레 엎드려 두 팔로 턱을 괴고는 유유자적하게 두 다리로 리드미컬하게 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반면 헤르미온느는 착석감이 좋은 푹신한 의자를 독차지해 거의 파묻히다시피 앉아있었다.

처음에 해리는 그가 도서관 내 모든 책들의 제목만을 읽고, 헤르미온느는 그 대신 목차를 읽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건냈다.

헤르미온느는 이것이 기막힌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도서관을 그렇게 사용한다는 생각은 그녀도 해본적이 없었으니까.

허나 불행하게도 이 완벽해보이는 계획에는 한가지 사소한 결함이 존재했다.

그 둘은 래번클로라는 것이다.

헤르미온느는 ‘마법의 암기법’이라는 책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반면 해리는 ‘의심의 마법사’라는 책을 시간도 가는 줄 모르는 채 읽고있었다.

그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들이 읽고 있는 책은 단 하나의 ‘예외적인 경우’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었지만, 둘 중 누구도 이 도서관 안에 있는 모든 책들의 제목과 목차를 읽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적막에 휩싸인 공간의 공기가 깨진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허, 이럴수가,” 갑작스럽게 해리가, 숨이 차 목소리를 쥐어짜내듯이 탄식을 토해냈다.

그리고는 침묵.

“이랬을리가 없어,” 예의 그 목소리로, 해리가 탄식했다.

그리고는 정신이 나간듯이 웃어재끼고 있는 해리의 웃음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질렀다.

헤르미온느가 마침내 책에서 눈을 뗐다.

“좋아,” 그녀가 말했다, “네가 이겼어. 무슨 일인데 그래?”

“방금 어째서 위즐리 일가에게 절대로 가족 애완쥐에 대해 물어봐서는 안되는지 알아버렸어,” 해리가 낄낄거렸다. “정말이지 비극적인 사건이고 결코 웃어서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웃어버렸기에, 난 정말 못되먹었어.”

“응,” 헤르미온느가 도도하게 대꾸했다, “너 못되먹었어. 그러니까 나도 알려줘.”

“알았어, 일단 배경지식부터. 이 책은 시리우스 블랙과 연루된 음모론에 대해 아예 한 ‘장’을 들여 세세하게 다루고 있어. 시리우스 블랙이 누군지는 기억하지?”

“물론잊,”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제임스 포터와 절친이었던 시리우스 블랙은, 볼드모트에게 해리의 부모님의 거주지를 흘린 배신자가 아니었던가.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블랙이 아즈카반에 수감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는 뭐라고 할까, 썩 석연찮은 부분들이 산재했던 모양이야. 재판을 받지도 않았고, 오러가 블랙을 체포했을 때의 책임자였던 하급 장관의 이름은 다름아닌 코르넬리우스 퍼지야, 현 마법부 장관이기도 하지.

그 사실은 헤르미온느에게도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기에, 의문을 표했다.

여전히 엎드린 채로 책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해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미심쩍은 일은 언제나 일어나지, 그리고 음모 이론가는 그 허점을 파고드는 것이고.”

“하지만 재판도 없다니?”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어둠의 마왕의 몰락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해리가 진지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세상은 혼돈 그 자체였고, 오러들이 블랙을 추적해 마침내 발견했을 때 그는 도로에서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피의 웅덩이 속에 허탈하게 서서 미치광이처럼 웃어재끼고 있었다고 해, 무엇보다 그 당시 그가 어떻게 아빠의 친구인 피터 페티그루를 잔혹하게 살해했는지 자세하게 설명할 증인 20명과 12명의 행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들도 존재했고. 그렇다고 내가 블랙에게 재판이 주어지지 않은 사실을 옹호하는 건 아냐. 하지만 이들은 마법사니까, 머글들이 누가 정녕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암살했는가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과 다를 바는 없겠지. 뭐 어쨌거나, 시리우스 블랙은 마법세계의 ‘리 하비 오스왈드’(역주 – 가장 유력한 케네디 대통령 암살자 후보)가 되어버렸어. 그 대신 정말로 우리 부모님을 배신한 배후가 누구인지에 대한 음모론만 해도 수십가지고, 개중 가장 유명하고 보편적인 것은 바로 ‘피터 페티그루 배후설’이지, 그리고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좀 복잡해져.”

어지간히 흥미진진했는지 헤르미온느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와 위즐리 가의 애완용 쥐가 도대체 무슨 상관─”

“기다려 봐,” 해리가 그녀를 만류했다, “이제 이야기 할 테니까. 자, 페티그루의 죽음 이후 그가 ‘빛’, 즉 우리 쪽의 첩자라는 것이 알려졌어 ─ 이중첩자가 아니라, 그냥 여기저기 들쑤시며 여러가지 정보를 알아내는 역이었지. 어릴 적부터 그런 방면에는 굉장히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고 해, 심지어 호그와트 재학당시에서도 비밀을 캐는 능력만큼은 알아줄 정도였으니까. 그러니까 음모론에 따르면 페티그루는 호그와트 재학중에 비공식적인 애니마구스가 되었다고 해, 그것도 서로간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동물의 애니마구스로. 이 가설의 결정적인 문제는 바로 성공적인 애니마구스는 정말 희귀할뿐더러 청소년이 성공했다고는 믿기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음모론에 따르면 우리 아빠와 블랙 또한 비공식적인 애니마구스였다고 주장했지. 그리고 그 음모론에 따르면, 페티그루는 12명의 행인 앞에서 죽음을 가장한 후, 동물로 변신해 도주를 했다는 거야.

헌데 마이클 셔머의 말에 의하면 이 주장에는 총 4가지의 오류가 존재해. 하나, 우리 부모님의 행방을 아는 것은 블랙뿐이었다는 것.” (이 말을 하며 해리의 목소리가 조금 거칠어졌다.) “둘, 애초에 페티그루보다 블랙이 더 의심스러웠다는 것, 호그와트 재학 당시 블랙이 의도적으로 한 학생을 살해하려고 했다는 소문도 있거니와, 악독한 순혈 가문의 자제였어, 그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이 말 그대로 그의 사촌이지. 셋, 블랙은 페티그루보다 족히 20배 가량은 강력한 마법사였어, 그만큼 영리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만약 둘이 결투를 벌인다면 그건 아마 퀴렐 교수님과 스프라우트 교수님의 결투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겠지. 페티그루는 아마 미처 지팡이를 꺼낼 틈조차 없었을 것이며, 음모론이 그리도 좋아하는 미심쩍은 증거들을 위장할 시간은 더더욱 없었을거야. 그리고 넷, 블랙은 도로 한복판에서 미친듯이 광소를 하고 있었지.”

“하지만 쥐는 어떻게─” 헤르미온느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 해리가 말했다. “뭐, 긴 이야기를 조금 간추려서 요점만 말해보자면, 어째선지 빌 위즐리가 불현듯 남동생인 퍼시의 애완용 쥐가 실은 변신한 페티그루라고 결정을 내려버렸어─”

헤르미온느가 입을 떡 벌렸다.

“그래,” 해리가 그녀의 심정을 긍정했다, “악당 페티그루가 우울하고 비참하게 적대 마법사 세력의 가문 안에 숨어들어가 살고 있을거라고는 아무래도 예상을 못하겠지, 분명 누구라도 말포이 가문에 의탁하고 있거나, 성형 수술로 얼굴을 좀 바꾸고 캐리비안에서 희희낙락거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거야. 뭐 어쨌든, 빌은 퍼시에게 냅다 몸통박치기를 날리고는, 쥐를 기절시킨 뒤, 부엉이로 온갖 긴급 호출을 사방으로 보냈어─”

“그럴수가!” 헤르미온느가 신음하듯이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덤블도어는 물론이고, 마법부 장관과, 심지어는 오러 국장까지 소환을 해버리고 말았지─”

“아, 안 돼!”

“돼! 그리고 물론 모두는 빌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했지만, 일단 기왕 왔으니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쥐에게 ‘베리타스 오큘룸’을 먹여봤지. 뭘 발견했게?”

(역주 – 베리타스 오큘룸은 아무래도 애니마구스 변신을 푸는 약인 듯)

헤르미온느는 더 이상 표정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평범한 쥐.”

“맞았습니다! 하지만 상품은 없군요, 유감! 그래서 그들은 불쌍하게도 미쳐버린 빌 위즐리를 성 뭉고 병원에 입원시키고, 아니나 다를까 평범하기 그지없는 정신분열증이라고 결론이 났지, 아무래도 머글이 생각하는 대학생의 나이쯤 되는 이들에게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라는가봐.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스스로가 실은 97세까지 살았으며, 죽음과 동시에 과거로 돌아와버렸고, 정신을 차려보니까 그는 기차역에 서있었다고 해, 요컨데 미래를 살다가 과거로 회귀했다는거지. 뭐, 항정신병 약물을 투여했음에도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 이외의 증상은 딱히 없었기에 현재는 다시 본래의 삶으로 돌아온 상태야. 바뀐 점이라면 시리우스 블랙에 관한 음모론들이 주춤하며, 사람들도 그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한다는 거지, 그리고 그 어느 누구도 위즐리들에게 그 ‘애완용 쥐’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게 되었고.”

헤르미온느는 빵 터지고야 말았다. 정말이지 비극적인 사건이고 결코 웃어서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웃어버렸기에 그녀는 정말 못되먹은 사람이었다.

“허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그들의 웃음소리가 사그라들자, 해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째서 블랙이 전력을 다해 도주하는 것보다 페티그루를 추적하는 것을 우선시했냐는 점이야. 분명히 오러가 꼬리에 붙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겠지. 과연 그들이 블랙을 아즈카반으로 연행하기 전에 그 이유를 캐냈을까? 아니, 캐낼 생각이라도 했을까? 봐, 죄와 범행 동기가 의심의 여지조차 없이 뚜렷하고 결정적인 증거가 아무리 많이 있더라도, 범죄자들이 법적 체제를 따라 공정한 재판을 거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야. 그 어떤 범죄에도 석연찮은 부분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 말에는 헤르미온느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안가 해리가 책을 끝마쳤지만,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책의 중반정도를 읽고 있었다 ─ 해리의 것보다 분명 훨씬 더 어려운 책을 읽고있었지만,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얼마 안가 그녀 또한 ‘마법의 암기법’을 책장에 도로 넣은 뒤 힘없이 발을 질질 끌며 도서관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곧 그녀가 호그와트에서 가장 치를 떠는 ‘빗자루 비행’ 수업 시간이었으니까.

해리는 자신의 수업이 1시간 반 가량이나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살아돌아올 수 없는 전쟁터로 밍기적거리며 날아가는 구식 프로펠러 비행기를 호위하는 최신 제트 비행기 마냥 그녀를 따라갔다.

마치 동정을 한다는 듯한 해리의 애환어린 작별인사를 듣고는, 헤르미온느는 절망만이 존재하는 잔디 운동장으로 걸어나섰다.

그리고 다음 1시간하고도 반은 비명과 낙하, 죽음의 공포, 떨어진다는 두려움, 망막 속으로 침투하는 햇빛, 그리고 주변에서 파리처럼 나는 모라그와 혹시라도 그녀가 떨어질까봐 자기 딴에서는 친절을 베푼답시고 그녀의 주변에서 활공하며 주의 깊게 바라봐주고 있는 맨디. 거의 모든 학생들이 그녀들을 바라보며 비웃고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 죽고 싶지는 않았기에 헤르미온느는 맨디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억만년처럼 느껴지는 시간 끝에 수업이 끝났고, 그녀는 다음주 목요일까지 그녀를 반겨줄 안전한 지면으로 되돌아왔다. 가끔씩 영원히 목요일이 반복하는 악몽마저 꾸니 그녀의 심적고통을 알 만하다.

어째서 이런 거지같은 수업이 존재하는걸까, 어차피 어른이 되면 순간이동이나 플루, 혹은 포트키 따위의 이동수단을 사용할텐데, 헤르미온느에게는 평생 풀지 못할 수수께끼 그 자체였다. 딱히 그 누구도 빗자루 비행술을 배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체육 시간에서 쓸데없이 피구를 배우는 것과 비슷할정도로 시간낭비다.

뭐, 해리는 적어도 본인이 이 수업에 굉장히 뛰어난 자질을 보인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낄 품위라도 있으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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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헤르미온느는 한나, 수잔, 리안느, 그리고 메간과 함께 후플푸프 자습실에 와있었다. 교수님 치고는 굉장히 온화하고 조심스러운 플리트윅 교수가 이 네 명을 잠시동안 만이라도 ‘마법’ 수업 과제를 도와줄 수 있느냐고 부탁을 해왔기 때문이고, 물론 그들은 래번클로가 아니었지만, 헤르미온느는 너무 기쁘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나머지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이내 헤르미온느는 양피지 조각을 집어 올리고, 먹물을 조금 스며들게 한 다음 그것을 다시 네 조각으로 나눈 뒤 구기고는, 책상에다가 던져놓았다.

그런 절차 없이 그냥 단순하게 구겨버리기만 할 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하는 편이 조금 더 쓰레기같이 보이게 할 수가 있었고, ‘처리 마법’을 처음 연습할때는 이 것만한게 없었다.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며 두 눈을 크게 뜨고는, 헤르미온느가 신호를 했다, “좋아, 한 번 해봐.”

“이베르토.”

“이베르토.”

“이베르토.”

“이베르토.”

모든 문제점들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기에 헤르미온느는 다시 한 번 부탁했다. “한 번 다시 해볼 수 있어?”

한 시간 후 헤르미온느는 (1), 리안느와 메간은 어설펐지만 꾸준하고 성실하게 연습을 했고, (2) 한나와 수잔은 너무나도 몰입한 나머지 조금 진정하고 생각부터 해보라고 그녀가 만류해야했으며, (3) 후플푸프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은 상당히 유익하고 재밌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의 자습실은 상당히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기 위해 나갔을 때, 헤르미온느는 그녀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벽에 기대어 기다리며 책을 조용히 읽고 있는 ‘살아남은 아이’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어쩐지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기분을 감출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해리가 그녀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과 딱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 약간 걱정스러웠다.

“후플푸프에 ‘변신 ​마​법​사​(​메​타​몰​프​마​구​스​)​’​가​ 있다는 거 알고 있었어?” 대연회장으로 향하는 도중 헤르미온느가 불쑥 말했다. “어느 순간 머리를 새빨간 사과마냥 붉게 변화시키더니, 다리가 걸려 넘어지면서 뜨거운 홍차를 뒤집어쓰고 말자 별안간 검은색 머리칼의 소년으로 변해버렸다고! 뭐, 조금 있다가 진정했는지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갔지만 말야.”

“호오, 흥미롭네,” 정신이 어딘가 팔린 듯이 해리가 들은 채하며 호응했다. “어, 헤르미온느, 혹시나 싶어 물어보는건데, 내일이 퀴렐 교수님의 ‘군대’에 등록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

“응,”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악마 퀴렐 교수님의 군대 말이지.” 그녀의 목소리는 어쩐지 조금이지만 화난 듯 했다, 물론 해리는 그 이유를 짐작조차 하지 못했지만.

“헤르미온느,” 다소 절박한 심정으로 해리가 말했다. “교수님은 악인이 아니야. 그냥 좀 ‘어둠’적이고 지극히 ‘슬리데린’다운 것뿐이지. 하지만 그건 ‘악’과는 거리가 멀어.”

해리의 단점은 간추려서 말해도 될 것을 굳이 길게 풀어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냥 세계를 선과 악으로 나누는 편이 그로써도 훨씬 더 간편할텐데 말이다. “퀴렐 교수님은 반 전체가 보는 가운데 나보고 사람을 공격하라고 시켰다고!”

“하지만 옳은 명령이었지,” 해리의 표정은 결연했다. “미안해 헤르미온느, 하지만 사실이야. 넌 그 때 나를 쏘았어야 해, 설령 그랬더라도 난 결코 신경을 쓰지 않았겠지. 실제 상대와 실제 주문으로 실전을 치루지 않고서는 전투 마법을 배울 수 없어. 지금은 스파링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잖아, 안그래?”

헤르미온느는 고작 12살에 불과했기에, 비록 지식으로는,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말로써 표현을 해 해리를 설득할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퀴렐 교수는 어린 여자아이를 반 전체가 보는 가운데 앞으로 불러, 권고 없이 학우를 향해 공격 주문을 발사하라는 명령을 했었다.

퀴렐 교수의 그 명령이 모두 그녀의 발전을 야기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들, 그것은 하등 관계가 없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플리트윅 교수도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스네이프 교수조차고 아마 그런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퀴렐 교수는 악인이다.
어느 순간 머리를 새빨간 사과마냥 붉게 변화시키더니, 다리가 걸려 넘어지면서 뜨거운 홍차를 뒤집어쓰고 말자 별안간 검은색 머리칼의 소년으로 변해버렸다고!

...이건 설마 란마...작가님 ​박​사​라​며​.​.​.​그​것​도​ 위키피디아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근데 어떻게 이런 지식이 있는거냐...

암튼 번역하면서 제 눈을 의심했네요.

그리고 재등장한 위즐리 일가의 애완쥐 스캐버스! 열차 안에서 말포이가 론과 잠깐 대화를 나누었을 때, 론은 사람이라도 죽일 듯한 기세로 스캐버스가 앞마당에 묻혀 있다고 말하죠. 말포이는 조롱하고. 이 복선이 드디어 여기서 나왔네요. 뭔가 굉장히 중요한 듯하면서도 그냥 개그 그 자체인 듯한 복선.

음모론이 그냥 음모론이 아니라 아예 원작의 줄거리군요;; 그런 의미에서 빌 위즐리는 그냥 안습. 원작대로라면 이대로 진짜 페티그루가 잡혀 볼드모트가 부활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이 쪽에서는 좀 다른 양상인 것 같군요. 페티그루가 낌새를 느껴 야밤도주를 택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곳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던지. 그러고보니 만약 빌이 제정신이었다면 정말 빌은 '원작의 미래'에서 회귀했을 수도 있겠군요. 단지 회귀만이 아니라 평행세계로 이동했다는 점이지만. 번역하는 제가 머리가 빠개질 지경인데, 작가님은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계신건가...!

그리고 현재 다른 팬픽 하나를 준비중. 그 드물다는 디아블로(디아 2 배경) 팬픽입니다. 수위가 조금 높기 때문에 아마 문넷의 신사게에만 올리거나 조아라에는 엄한 장면은 다 삭제하고 수정본만 올릴 듯. 노블레스는 팬픽 금지니까 안되고...

걍 미친 척하고 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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