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카오스 병사: 카오틱  

드래곤 병사: 드래곤  

선샤인 병사: 서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단체 과제 2화


긴장감에 의해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지고, 해리와 19명의 병사들은 야영지에 남아 공군들이 되돌아와 보고하기를 기다렸다. 얼마 걸리진 않을 것이다, 빗자루는 상당히 빨랐고 각 부대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 순간 드레이코의 야영지 쪽에서 빗자루 두 개가 전속력으로 날아오자, 병사들은 온 몸을 긴장했다. 두 빗자루는 아군임을 나타내는 신호인 작전 기동을 취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개, 그리고 발사!” 포터 장군이 고함을 치고는, 서둘러서 나무가 짙은 숲 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나무들 사이로 안전하게 피신하자마자 해리는 뒤돌아서서 지팡이를 치켜들고는, 하늘에서 매처럼 도사리고 있을 빗자루들을 포착하기 위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클리어!” 누군가가 외쳤다. “선회해서 돌아가고 있다!”

마음속으로 해리는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도저히 드레이코의 정찰을 막을 수는 없었기에,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은 엉뚱한 정보를 흘리기 위해 그저 가만히 서있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카오틱들이 숲 속에서 하나 둘씩 다시 등장했다 ─

“그레인저 측에서 빗자루가 접근 중!” 또다른 목소리가 외쳤다. “딥앤 롤(dip and roll)을 구사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린 리더인 것 같습니다!”

얼마 후 테오도르 노트가 병사들 사이에 형성된 공간까지 내려와 공중에서 정지했다.

“그레인저가 부대를 두 개로 분할했습니다!” 빗자루를 탄 노트가 외쳤다. 그의 군복은 땀에 쩔어있었으며, 침착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목소리였다. “두 개의 부대를 동시에 공격하고 있습니다! 각각 빗자루 두 대가 갔고, 얼마 전까지 저를 뒤따라왔습니다!”

부대를 나누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 ─

대규모의 병력이 소규모의 병력에 공격을 가할시 상대적으로 적은 타격만을 입고 그 병력을 몰살시킬 수가 있다. 가령 20명의 병사가 10명의 병사를 맞선다면, 20개의 수면 주문이 10명의 병사들에게 향할 것이고 10개의 수면 주문이 반대 방향으로 간다. 고로 그들이 발사한 첫번째 수면 주문이 모조리 적중하지 않는 이상, 소규모의 병력이 훨씬 더 많은 피해를 본다는 것은 뻔한 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병법의 기본적인 상식이 아닌가. 도대체 헤르미온느의 머리속에는 무슨 생각이….

그리고 해리는 깨달았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공평’한 것이다.

아무래도 기나긴 방어술 수업을 기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좋아,” 전 병력이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키워올린 해리가 말했다. “레드가 보고를 할때까지 기다린 다음, 우리는 선샤인을 몰아붙인다.”

​-​-​-​-​-​-​-​-​-​-​-​-​-​-​-​-​-​-​-​-​-​-​-​-​-​-​-​-​-​-​-​-​-​-​-​-​-​-​-​-​-​-​-​-​-​-​-​-​-​-​-​-​-​-​-​-​-​-​-​-​-​-​-​-​-​-​-​-​-​-​-​-​-​-​-​-​-​-​-​-​-​-​-​-​

공군들의 보고를 차분한 얼굴로 맞이하며, 드레이코는 지금 느끼고 있는 충격과 경악을 애써 숨겼다. 도대체 그레인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그리고 드레이코에게 깨달음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갔다.

그건 속임수다.

어느 순간 둘로 나뉘어진 선샤인의 부대 중 하나가 방향을 선회할 것이고, 한 쪽으로 몰려 전면 공격을 가할 것이다…하지만, ‘누구’에게?

​-​-​-​-​-​-​-​-​-​-​-​-​-​-​-​-​-​-​-​-​-​-​-​-​-​-​-​-​-​-​-​-​-​-​-​-​-​-​-​-​-​-​-​-​-​-​-​-​-​-​-​-​-​-​-​-​-​-​-​-​-​-​-​-​-​-​-​-​-​-​-​-​-​-​-​-​-​-​-​-​-​-​-​-​

간헐적으로 혹시 빗자루가 날아다니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네빌 롱바텀은접근하는 선샤인 부대를 향해 숲을 가로질러 행진했다. 그의 곁에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분대원들인, 그리핀도르의 멜핀 쿠트와 라벤더 브라운, 그리고 슬리데린의 알렌 플린트가 있었다. 분대장은 알렌 플린트였지만, 해리는 네빌과 개인적으로 독대를 해 만약 그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분대장으로 승격시켜줄 수 있다고 은밀하게 고했었다.

사실 해리는 그와 독대를 해 상당히 많은 말을 했었다, 가령 “이봐 네빌, 네가 차마 두려워서 하지 못하는 일들을 당연하게 하고 있는 머리속의 ‘가상의 네빌’처럼 거듭나고 싶다면, 우선 퀴렐 교수님의 군대에 등록을 해두라고 진지하게 충고를 해주고 싶어.” 이런 말이라거나.

이제 네빌은 ‘살아남은 아이’가 독심술을 구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해리 포터가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건만; 게다가 네빌이 느끼기로는 다른 사람들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해리의 말은 사실이었다, 방어술 수업에서의 결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인 것이다. 네빌은 그의 유약한 부분을 수업에서의 결투로 차츰 고쳐나가리라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마음과는 달리 그의 유순함은 여전했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퀴렐 교수님의 감독 하에서 다른 학생을 향해 주문을 쏠 수 있음에도, 회피와 응전을 해야하는데 정작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자 관전하고 있는 다른 학생들이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과, 스스로 일어나 맞서는 것과는 다르다.

허나 군대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손가락을 튕기려 하는 손의 휘장을 빛내며 전우들과 함께 숲 속을 진군하던 네빌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사실 행진할 필요는 없었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의 곁에서 멜빈과 라벤더, 그리고 알렌도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함께 행진했다.

그리고 네빌은 느릿느릿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혼돈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머글들이 이 노래를 들었다면 단박에 그것이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제국군의 ​행​진​(​I​m​p​e​r​i​a​l​ March)’, 즉 ‘다스 베이더의 테마곡’인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해리가 직접 부여해 알려준 가사는 단순하고도 심플했다.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둥-둥 둥 둥

둥 둥-둥-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두번째 행에서부터는 하나 둘씩 다른 분대원들도 참가했고, 어느 순간 근처의 숲 부근에서도 같은 가락이 나지막히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망상이 현실이 되어가는 것을 자각하며,

입술 밖으로 재앙의 노래를 흘려가며,

네빌은 카오스 부대원들과 함께 행군했다,

​-​-​-​-​-​-​-​-​-​-​-​-​-​-​-​-​-​-​-​-​-​-​-​-​-​-​-​-​-​-​-​-​-​-​-​-​-​-​-​-​-​-​-​-​-​-​-​-​-​-​-​-​-​-​-​-​-​-​-​-​-​-​-​-​-​-​-​-​-​-​-​-​-​-​-​-​-​-​-​-​-​-​-​-​

해리는 숲 속에서 사방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순간 속이 뒤틀리며 구역질이 났기에, 그는 다시 한번 그들이 그저 잠들었을 뿐이라는 것을 상기해야만 했다. 쓰러진 자들 가운데는 여자아이들도 있었고, 어째선지 더욱더 슬퍼지는 기분에 해리는 그의 이런 감정을 결코 헤르미온느에게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섣불리 발설이라도 했다가는 먼 훗날 오러들이 그의 조각나버린 유해를 주전자 안에서 찾고 말리라.

선샤인 부대의 반절의 화력은 카오스 부대의 전군의 그것에 미치지 않았다. 9명의 지상병력이 얼굴과 가슴을 가리는 ‘심플 실드(Simple Shield)’를 띄워올린채, 마구잡이로 함성을 지르며 돌격해왔다. 허나 실드를 올리며 동시에 사격을 할 수는 없었기에, 해리의 병사들은 무장이 해제된 것이나 다름없는 그들의 하체를 노렸다. 오직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고꾸라졌을 때, “솜니움!” 이라는 영창이 대기를 울렸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적군이 두번째로 일제사격된 수면 주문에 (수면 저주는 다발로 맞아도 안전한 주문이다) 구타당하기 전에 실드를 내리고는 해리의 병사 하나를 제거해버리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서니의 공중병력 두 대는 훨씬 더 골치가 아파 집중적인 포화에 둘 모두 붉은빛으로 변하기 전 무려 세 명의 카오틱들을 길동무로 삼았다.

쓰러진 자들 중 헤르미온느는 없었다. 아마 드레이코 쪽으로 간 모양이었다. 그 사실이 이상하리만치도 화가 났다, 헤르미온느를 향해 지나칠정도로 보호적이 되어버린 건지, 그가 직접 처지하지 못하여 그런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분간이 안갔다.

“좋아,” 해리가 외쳤다. “모두 한가지 명심하도록, 그건 ‘진짜’ 전투가 아니었다. 그저 첫 전투라 긴장한 그레인저 장군이 저지른 실수일 뿐이지. 오늘 진정한 전투는 드래곤 군대와 벌어질 것이고,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할 것이다. 그리고 미치도록 즐겁겠지. 자 그럼, 전진한다.”

​-​-​-​-​-​-​-​-​-​-​-​-​-​-​-​-​-​-​-​-​-​-​-​-​-​-​-​-​-​-​-​-​-​-​-​-​-​-​-​-​-​-​-​-​-​-​-​-​-​-​-​-​-​-​-​-​-​-​-​-​-​-​-​-​-​-​-​-​-​-​-​-​-​-​-​-​-​-​-​-​-​-​-​-​

하늘에서 빗자루가 가공할 속력으로 낙하하며, 지면에 부딪치려는 순간 급속도로 선회해 공기를 찢고는, 아슬아슬하게 드레이코의 바로 옆에서 정지했다.

대놓고 자랑해도 나쁠 건 없었다. 그 정도로 그레고리 고일은 뛰어났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포터가 옵니다,” 항상 달고 다니던 의도적인 느릿한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는 그레고리가 말했다. “놈의 빗자루도 4기 모두 건재. 저를 보낼겁니까?”

“아니,” 드레이코가 날카롭게 말했다. “놈의 총병력과 싸우는 건 지나치게 불리해, 설령 너라고 해도 육상병력의 포화를 모조리 피하지는 못할 터. 육상병력들이 전투를 벌이기를 기다려라.”

12명의 서니를 잡기 위해 4명의 드래곤을 잃어버렸다. 혹시나 했었지만 역시 그레인저 장군은 그정도로 아둔했던 것이다. 무루론 공격자들 중에 그녀는 없었기에, 드레이코는 그녀를 도발하거나 그 작은 머리속에 도대체 생각이라는 놈이 있는지 추궁할 수조차 없었다.

허나 진정한 전투는 바로 해리 포터와의 것이라는 건, 본능적으로 모두가 깨닫고 있었다.

“전군, 태세를 갖추도록!” 드레이코가 그의 군대를 향해 포효했다. “절대로 흩어지지마, 분대 단위로 행동하라, 적군이 사거리에 들어오는 즉시 발포를 허가한다!”

절제와 혼돈의 대결.

승리는 그들의 것이다.

​-​-​-​-​-​-​-​-​-​-​-​-​-​-​-​-​-​-​-​-​-​-​-​-​-​-​-​-​-​-​-​-​-​-​-​-​-​-​-​-​-​-​-​-​-​-​-​-​-​-​-​-​-​-​-​-​-​-​-​-​-​-​-​-​-​-​-​-​-​-​-​-​-​-​-​-​-​-​-​-​-​-​-​-​

아드레날린이 온 몸의 혈류를 타고 흐르는 감각에 네빌은 숨을 가쁘게 쉬었다.

“거의 다 접근했다,” 전군에게 희미하게나마 들릴 정도로 포터 장군이 낮게 선언했다. “산개하도록.”

그 말에 네빌의 분대원들도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물론 떨어져도 서로 지원은 하겠지만, 가깝게 뭉친다면 피격될 확률이 훨씬 더 컸다; 적군이 분대원을 노렸는데 설령 주문이 빗나가더라도 옆에 어슬렁거리던 자신이 대신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속하게 움직이며 흩어지면 그럴 확률은 사라진다.

훈련 시간에 포터 장군이 가장 처음 한 것은 바로 군을 두 부대로 나뉘어 양측 모두 전속력으로 움직이며 서로에게 주문을 쏘게하거나, 모두 가만히 서서 신중하게 조준하거나, 아니면한쪽은 움직이는 반면 한쪽은 가만히 서있게 하는 것이었다 ─ 비록 실제 전투에서는 사용 금지였지만, 수면 저주의 해제 주문은 간단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모든 모의실험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포터 장군은 느릿하게 움직이며 신중하게 조준하는 것보다는 전속력으로 신속하게 전후좌우로 움직여대며 회피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분대원들과 함께 행진을 하지 못한다는 건 조금 불만스러웠지만, 사전에 머리속에 각인된 전투의 함성이 여전히 내면 속에서 메아리치고 있었기에 네빌은 위안이 되었다.

이번에야말로 긴장감에 목소리로 삑사리를 내지 않으리라, 네빌은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실드 전개,” 포터 장군이 명령했다, “반탄을 준비하도록.”

“콘테고,” 부대가 일제히 중얼거리자, 그들의 머리와 가슴에 원형의 일렁이는 판 같은 것이 생성되었다.

네빌은 바짝 타오르는 입술을 햝았다. 적군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하지 않았다면 포터 장군이 실드를 전개하라는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빌은 울창한 숲 속의 어둠 속에서 도사리는 드래곤들의 군복을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볼 수 있다면, 저 쪽도 그들이 보이리라 ─

“공격하라!” 저 멀리에서 드레이코 말포이의 함성이 울려퍼지자, 포터 장군도 우렁차게 외쳤다, “돌격하라─!”

혈관을 타고 흐르던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치며, 네빌의 다리가 몸의 통제권을 잡아 그를 쏜살같이 적군의 앞으로 인도했다. 부대원들도 그와 같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조차 없었다.

“피의 신에게 피를!” 네빌이 외쳤다. “해골 옥좌에는 해골을! 이아! 슈브-니구라스! 적의 대문이 활짝 열려있구나!”

수면 주문이 네빌의 실드에 부딪치며 소리없이 소멸했다. 만약 그 밖에도 다른 주문들이 쏘아졌었다면, 불발이 났거나 빗나갔으리라.

기억에는 없는 두 그리핀도르 병사들의 앞에 서자, 네빌은 웨인 홉킨스의 얼굴에 서린 미약한 두려움을 포착했다, 그리고─

─네빌은 심플 실드를 해제하고는 웨인을 향해 망설임없이 발포했고─

─빗나갔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의 다리는 그 분대를 지나쳐 다른 3명의 드래곤들을 향해 이끌었다. 3개의 지팡이 끝이 그를 겨누고, 그들의 입이 움직였다─

─생각이나 판단을 내릴 겨를도 없이, 세 개의 목소리가 일제히 “솜니움!” 이라고 영창을 외치기 직전 네빌은 숲의 차가운 지면으로 몸을 날렸다.

바닥에 구르며 딱딱한 돌과 나뭇가지들이 걸리자 네빌은 고통을 호소했다. 빗자루에서 낙하하는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급작스럽게 몸을 날리다 보니 충격이 상당했음에도, 네빌은 본능적으로 그 자리에서 그대로 몸을 굳힌채 두 눈을 감았다.

“멈춰! 멈춰!” 누군가가 외쳤다. “쏘지 마, 우리도 드래곤이라고!”

안도감과 깊은 성취감을 느끼며, 네빌은 그가 사격을 회피해 넘어졌을 때 두 드래곤 분대의 사이에 들어갔음을 짐작했다. 이런 상황이 들이닥치면 적들은 그들의 아군을 맞출 것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해리가 설명한 바 있었지만, 생각보다 지나치게 좋은 결과이자 기회가 아닌가.

그것도 모자라 드래곤들은 그들이 주문을 쏨과 동시에 네빌이 고꾸라졌기에, 그가 정말로 정신을 잃었다고 여기고 있었다.

속으로 천천히 스물까지 세고, 네빌은 조심스럽게 두 눈을 떴다.

미동조차 없는 그의 근처에 있는 드래곤 세 명은, 대기가 “솜니움!” 이나 “해골 옥좌에는 해골을!” 따위의 고함으로 메꿔지자 당황하듯이 고개를 사방으로 돌려댔다. 머리와 흉부는 이미 심플 실드로 보호되어 있었다.

네빌의 손에는 아직도 지팡이가 멀쩡하게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한 소년의 장화를 겨냥하고 작게 주문을 외우는 건 너무 쉬워서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솜니움.”

소년이 힘없이 풀썩 쓰러지며 둔탁한 소음을 자아내자 네빌은 재빨리 눈을 다시 감고는 손에서 힘을 풀었다.

“어디서 온 공격이지?!” 저스틴 핀치-플레츨리의 목소리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네빌은 근처에서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었다. 남은 두 명의 드래곤이 황급히 몸을 돌리며 위협에 대비했다.

“부대 재정비!” 말포이의 목소리가 커다랗게 울려퍼졌다. “모두 내게 모이도록, 흩어지지 마! 그게 놈들의 계략이다!”

네빌은 두 드래곤들이 축 늘어진 그의 몸을 뛰어넘고 저멀리 달려가는 것을 들었다.

눈을 뜬 네빌은 다소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두 다리로 서고는, 지팡이를 겨누어 포터 장군이 전 병력에게 가르쳐준 주문을 외웠다. 적군을 교란시키기 위한 환각 마법은 아직 구사할 수 없었지만, 그의 마법 실력으로도 이 주문은 충분히 가능했다─

“벤트릴리쿠오,” 음성 주문을 읊조리며, 네빌은 지팡이 끝을 저스틴과 다른 소년의 곁에 겨누고는 포효했다, “크툴루과 영광을 위하여!”

제자리에서 우뚝 선 저스틴과 다른 아이가, 곧바로 네빌이 그의 함성을 마법으로 옮긴 자리로 실드를 이동시켰다. 그 순간, 사방에서 “솜니움!” 이라는 외침이 들려왔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이름 모를 소년이 네빌이 미처 지팡이를 겨누기도 전에 고꾸라졌다.

“마지막 놈은 내 것이야!” 네빌이 그렇게 외치며 저스틴을 향해 돌진했다. 후플푸프 상급생들이 제재를 가할 때까지 그를 곧잘 괴롭혔던 녀석이기에 악감정도 다분했다. 현재 분대원들의 근처에 숨어있으니, ‘그것’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필살기, 혼돈의 도약!” 네빌이 포효했다. 득달같이 달려드는 와중 분대원들이 그를 향해 부양 주문을 걸자, 그는 몸이 점차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왼손을 크게 치켜들어 손가락을 튕긴 네빌은 지면을 온 힘을 다해 박차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저스틴이 순수한 충격과 경악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순간, 그의 실드의 사각지대까지 날아오른 네빌이 거꾸로 회전하며 지팡이를 아래로 향하고는 소리질렀다, “솜니움!”

기분 째지는데.

네빌은 두 다리로 멋지게 착륙하기보다는 추하게 낙하해 지면에 머리를 쳐박았지만, 분대원들중 두 명이 아직 그를 향해 주문을 걸어주고 있어서 예상보다 강한 충격이 오지는 않았다.

숨을 헐떡이며, 네빌은 일어섰다. 사방에서 솜니움을 영창하는 외침이 들려오고 있었기에, 가만히 멈춰서 멍때리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나는 네빌, 롱바텀 가문의 마지막 자손이다!” 푸르른 창공을 향해 당당하게 도전을 던진다는 듯이 지팡이를 치켜올리고, 하늘을 우러러본 네빌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포효를 끌어올렸다. 오늘 이 날을 기점으로, 그의 삶은 송두리째 바뀔 것이다! “카오스의 네빌 롱바텀이라고! 감히 나를 대적할 자─”

(정신을 잃고 얼마 후 깨어난 네빌은, 드래곤 군대가 그 포효를 반격의 신호로 받아들여버려 그에게 자비없이 주문을 퍼부었다는 동료의 말을 들었다.)
아이고야 네빌 ㅋㅋㅋㅋㅋ 크툴루에 다스 베이더 ㅋㅋㅋㅋㅋㅋ 해리 이 자식...

진짜 카오스네요 카오스. 필살기 혼돈의 도약! 원문은 'Chaotic Leap'. 카오틱 리프라고 그냥 적을까 했지만, 그냥 번역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이렇게 됐습니다.

아무튼 네빌은 뻐기다가 결국 다굴당하고 리타이어했네요. 다음화가 이 전투의 ​마​지​막​입​니​다​. ​

하지만 이건 고작 첫번째 전투일 뿐!

약속대로 한 편 더 올렸습니다. 아니 이 분들 지금까지 할 수 있었으면서 왜 평소에는 아무도 안쓰세요 ㅜㅜ 

코멘은 역자의 힘이 됩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제가 힘이 나죠 ㅋ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