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비로소 잠들 수 있을 때까지 누누히 말하겠지만, 모든 의문의 답변은 J. K. 롤링입니다.
이번 장에 사용되는 결정 이론은 학술적으로 지배적인 류가 아닙니다. “우선적 결정 이론”이라고, 개리 드레셔, 위 대, 블라디미르 네소브, 그리고, 그 뭐냐…(쿨럭) 제가 개발하고 있는 이론을 바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말 끔찍한 점은 바로 모든 것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알버스,” 목소리에 서린 걱정을 숨길 생각도 않은 듯한 목소리로, 그녀가 대연회장에 들어서며 말했다, “무언가 조치를 해야 해요.”
크리스마스 무렵의 호그와트는 보통 발랄하고 활기찬 대기를 유지했다. 대연회장은 이미 녹색과 붉은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의 크리스마스 결혼식은 기숙사와 소속을 초월하는 우정을 상징하며, 호그와트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되었고 머글 세계에까지 전파된 전통이다.
허나 지금 저녁 식사를 하는 학생들은 어깨 너머로 긴장한 눈빛을 발사하거나, 다른 테이블 쪽의 학생들에게 살기를 흘리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잦은 다툼이 일어났다. 이러한 대기를 긴박하다고 설명해도 되겠지만, 미네르바의 머리속에는 경종이 울리며 사정없이 경고를 해댔다.
학교를 4개의 기숙사로 나누고….
각 학년을 3개의 군대로 나누어, 전쟁을 시킨다.
그리고 드래곤과 선샤인, 카오스 간의 격돌은 비단 일학년뿐만이 아니라 전학년에 퍼져나갔다; 세력이 없는 이들에게 세력이 된 것이다. 학생들은 각각 불이나 웃는 얼굴, 혹은 치켜든 손의 휘장이 새겨진 완장을 찼고, 적대 세력을 복도에서 맞닥뜨릴때마다 저주 주문을 퍼부어댔다. 당연하게도 세 군대의 대장들은 그러한 행위를 멈추려고 했지만 ─ 심지어 드레이코 말포이마저도 다급하게 말렸을 정도다 ─ 그들의 소위 ‘추종자’들은 도무지 들어먹지를 않았다.
덤블도어는 머나먼 저편을 바라보듯이 눈 앞의 아비규환인 테이블을 응시했다. “모든 도시는,” 노마법사가 조용하게 읊었다, “인구가 푸른색과 녹색의 파벌로 나뉘어버린지 오래죠…그리고 자신들을 어떤 재앙으로 밀어넣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채 서로와 싸우고…결국 서로를 향해 적개심이 이유없이 생성된답니다, 결혼의 서약이나 그 어떤 우정의 관계조차 그것을 불식시키거나 소멸시킬 수는 없죠, 개개인의 형제나 가족들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마찬가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그러한 현상을 영혼에 ‘병’이 들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미네르바가 말했다, “허나 이해가─”
“프로코피우스,” 덤블도어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로마 제국의 시민들은, 전차 경주를 그리도 중요하게 여겼죠. 그래요 미네르바,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은 저도 동의한답니다.”
“신속하게 말이죠,” 미네르바가 더욱 더 목소리를 낮추며 정정했다. “제 생각에는 토요일이 오기 전에 방책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알버스.”
일요일에, 호그와트 학생들의 대부분은 방학을 보내기 위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 말인 즉슨 토요일은, 바로 퀴렐 교수의 저주스러운 크리스마스 소원을 쟁취할 이를 결정하기 위해 세 1학년 군대들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는 날인 것이다.
덤블도어가 침중하게 그녀의 안색을 살피고는, 이내 말했다. “그 날 모든 것이 폭발해, 누군가가 다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군요.”
미네르바가 끄덕였다.
“그리고 퀴렐 교수님이 모든 책임을 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얼굴을 굳힌 미네르바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된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매년 방어술 교수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해고될 지 대략 짐작이 가능할 정도로 현명해져버렸다. “알버스,” 미네르바가 말했다, “우린 퀴렐 교수님을 잃을 수 없어요, 지금은 안된다구요! 그가 1월 까지만 버텨준다면 5학년들은 무사히 OWL을 통과할 수 있을 테고, 3월까지 버텨준다면 우리 7학년들은 NEWT를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을 거예요, 몇 년에 걸쳐 방치되었던 수업 과정을 그는 단 몇 개월만에 해내고 있죠, 어둠의 마왕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무려 한 세대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 전쟁을 멈춰야해요, 알버스! 군대를 해산시켜야 합니다, 당장!”
“허나 우리 방어술 교수님이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 같군요,” 교직원 테이블에 앉아 수프에 침을 흘리며 졸고 있는 퀴렐을 넌지시 곁눈질하며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 군대들에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니까요, 뭐 제가 허락했을 때는 저도 학년 당 네 군대를 예상했었지만요.” 노마법사가 한숨을 토했다. “정말이지 명석한 사람이예요, 아마 최선의 의도겠죠; 허나 안타깝게도 그조차 생각이 짧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해산시키는 것 자체가 그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답니다.”
“하지만 알버스, 그러면 어떻게 할건가요?”
노마법사가 그 특유의 유순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뭐, 물론 또다시 음습하게 음모를 꾸며야죠. 아무래도 최근 호그와트의 유행인 것 같으니까.”
그리고 미네르바가 무어라고 대꾸하기에는 이미 교직원 테이블이 너무나도 가까워져버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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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끔찍한 점은 바로 모든 것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12월의 첫 번째 전투는…적어도 드레이코가 들은 바로는 추잡하기 그지없었다.
두 번째 전투는 정신나갔었고.
그리고 셋이 서로 힘을 모아 이 모든 혼란을 멈추지 못한다면, 다음 전투는 훨씬 더 끔찍할 것이 분명했다.
“퀴렐 교수님, 이건 미친 짓입니다,” 드레이코가 딱 잘라서 말했다. “이건 더 이상 슬리데린이 아니예요, 그저….” 드레이코는 딱히 정의를 내릴 만한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계략을 꾸밀 수 있을리가 없어요. 저번 전투에서 제 병사 한 명이 자살을 가장하기까지 했다니까요. 심지어 후플푸프들이 계략을 꾸밀려고 하고 있어요, 녀석들은 자기들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못해요, 절대로 못합니다. 아비규환이예요 아비규환, 더 이상 누가 가장 똑똑한지, 혹은 어떤 군대가 가장 우수한지는 관계 없어요, 이건….”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말포이 군의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 자신이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절대로 몰랐다는 듯한 어조로 그레인저가 동조했다. “더 이상 배신 행위를 허락하는 건 안돼요, 퀴렐 교수님.”
드레이코는 그 이외에 군대 내 어떤 사람도 계략을 꾸미는 것을 금지한다고 선언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계략자 워너비들은 음지로 기어들어갔다. 다른 군대들의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계략과 음모를 꾸미고 있으니 불공평하다고 느낀 것이다. 저번 전투를 처절할정도로 완벽하게 패배하고 난 뒤, 그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의 선언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미 그의 병사들은 그들만의 계략을 사전에 통보조차 없이 행동에 옮긴 뒤였다.
모든 계략에 대해, 아니 적어도 병사들이 주장하는 그들의 계략에 대해 들은 뒤, 드레이코는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악착같이 계략을 꾸몄다. 허나 산출된 것은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야 할 확신 없는 사항이 자그마치 세 가지나 되는 엉터리 계략이었기에, 그는 종이를 ‘인센디오’로 태우고는 ‘이베르토’로 재를 치워버렸다. 아버지가 그것을 읽었다면 의절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깍지를 쥔 채 턱을 괴고는 책상에 기댄 퀴렐 교수의 눈꺼풀은 반쯤 감겨있었다. “그렇다면 포터 군은 어떤가?” 방어술 교수가 물었다. “말포이 군과 동의하는 바인가?”
“이제 프란츠 퍼디난드를 쏘기만 하면 제1차 세계대전을 발발할 수 있겠군요,” 해리가 말했다. “이미 사태는 혼돈의 나락에 빠진 상태. 전 만반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해리!”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드레이코가 경악했다.
그와 동시에 그레인저 또한 그와 비슷하게 경악성을 터뜨리고 말았다는 것을, 그는 몇 초 이후에야 깨달았다.
당황한 듯이 그레인저가 그를 바라보았찌만, 드레이코는 얼굴에 떠오르려 하는 감정을 자제하며 평정심을 취했다. 젠장할.
“그래 맞아!” 해리가 밝게 탄성을 내질렀다. “난 배신을 때리고 있어! 그것도 너희 둘 다 말야! 어김없이 말이지! 하 하!”
퀴렐 교수가 희미하게 미소를 띠었지만, 눈꺼풀은 여전히 반절은 닫혀있었다. “그러면 그 이유란 무엇이지, 포터 군?”
“그레인저 양이나 말포이 군보다는 제가 훨씬 더 혼돈과 잘 타협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배신자가 나불거렸다. “어차피 이 전쟁은 ‘제로 섬 게임’이니까,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승리에 대한 난이도는 그리 상관이 없어요, 그저 누가 더 잘하냐 못하느냐의 차이죠.”
해리 포터의 학습 능력은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퀴렐 교수의 눈꺼풀 밑의 눈이 드레이코에게 한번 시선을 주더니, 이내 그레인저에게 머물렀다. “사실 말하자면 말포이 군, 그레인저 양, 난 만약 이 사태가 절정에 이르기도 전에 단절되어버린다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말거다. 심지어 네 병사 하나는 사중첩자로 거듭나기까지 했으니까 말이지.”
“사중이라고요?” 그레인저가 말했다. “하지만 고작 3개의 세력만 있을 뿐인데 어떻게!”
“그래,” 퀴렐 교수가 말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겠지. 사중첩자가 실제로 인류 역사상 존재하기는 했는지조차 의문일뿐더러, 실제 배신자나 배신자를 가장한 이가 이렇게 많은 군대는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나가고 있지, 그레인저 양, 그러니 이제와서 멈출 수는 없다.”
드레이코는 방어술 교수의 집무실에서 이를 거세게 갈며 나올 수 밖에 없었고, 그레인저도 옆에서 그에 못지 않게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네가 그렇게 할 줄은 몰랐어, 해리!” 그레인저가 격분했다.
“미안,” 전혀 미안해보이지 않는 해리가 말하며, 악마와도 같이 밝게 미소지었다. “명심해 둬 헤르미온느, 이건 그저 게임일 뿐이야. 그리고 어째서 장군만 계략을 꾸밀 수 있는 권한을 지녀야 하지? 게다가 설령 그렇다고 해도, 너희들이 뭘 어쩔건데? 연합해서 내 뒤통수를 칠려고?”
스스로의 얼굴이 그녀만큼 굳어있다는 것을 인지한 드레이코가 그레인저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가면 갈수록 해리는 더욱 더 담대하고 고소하다는 듯이 잡종년과 관계되는 것을 거부한 드레이코의 상식을 십분 이용해먹고 있었다.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드레이코는 구역질이 났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그는 어쩔 수 없이 차선택으로 포터를 쳐부수기 위해 그레인저와 연합해버리고 말아, 잡종의 자식놈이 히죽거리며 낄낄대는 꼴을 손가락 빨며 지켜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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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끔찍한 점은 바로 모든 것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비니가 갖다준 양피지를 바라보며, 헤르미온느는 무기력함과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양피지에는 명단이 있었다, 각각의 이름은 다른 이름과 선으로 이어졌고, 각각 다른 색들로 이루어져있….
“저기,” 그레인저 장군이 말했다, “혹시 내 군대 안에 간첩이 ‘아닌’ 사람은 없는거야?”
현재 둘은 집무실이 아니라 텅 빈 교실에, 오로지 둘 만이 있는 상태였다; 그 이유인 즉슨, 자비니 대령의 말에 따르면, 대위들 가운데 적어도 한 명 혹은 그 이상이 배신자라는 것이었다. 아마 십중팔구 골드스타인 대위겠지만, 자비니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의 물음에 어린 슬리데린의 얼굴에 아이러니한 미소가 새겨졌다. 블레이즈 자비니는 언제나 그녀를 업신여기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그런 의사를 표출하지는 않았다; 드레이코 말포이에게 향했던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조소나, 해리 포터를 향해 점차 피어오르던 적개심이나 분개와는 대조적이었다. 처음 그녀는 혹 자비니가 배신을 할까봐 걱정했지만, 그도 나름 다른 두 장군들도 그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절박한 심정인 것 같았다; 적어도 헤르미온느는 비록 자비니가 언제든지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먹을 인물이라고 해도, 결코 말포이나 해리에게 승리를 안겨줄 위인은 아니라는 것은 깨닫게 되었다.
“거의 단언하는데, 병력의 대다수는 아직도 네게 충성하고 있어,” 자비니가 말했다. “그저 모두 이 ‘놀이’에서 제외되고 싶지 않을 뿐인거지.” 모멸감어린 슬리데린 학생의 표정은 그가 계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자를 어떻게 여기는지 단편적으로나마 말해주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이중으로 첩자노릇을 하고 배신하는 척 하지만 실은 우리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다.”
“게다가 우리의 첩자가 되겠다는 적 세력의 병사들에게도 속아넘어가겠지,”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린 슬리데린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정말 말포이를 팔아넘기고 싶은 자들을 나름 잘 선별해서 알려줬다고는 생각하지만, 포터를 팔아넘기고자 찾아온 놈들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었어. 하지만 노트는 분명 말포이에게 포터를 팔아넘길테고, 말포이의 이름으로 앤트휘슬을 그에게 접근시켰지만 실은 앤트휘슬은 우리에게 보고를 하니, 마찬가지로 좋은 소식이다 ─”
문득 헤르미온느가 눈을 감았다. “우리, 아마 지겠지?”
“이봐,” 자비니가 차분하게 말했다, “현재 너는 퀴렐 점수에 우위를 점하고 있어. 이번 전투에서 처참하게 패배하지만 않는다면 크리스마스 소원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퀴렐 점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이후의 비난과 불평을 잠식시키기 위해, 마지막 전투는 통상적인 스코어 방식으로 결정된다고 퀴렐 교수는 선언하였다. 누군가를 쏠 때마다 그 세력의 장군은 퀴렐 점수 2점을 추가로 얻는다. 그리고 징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질 것이고, (전장이 어디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헤르미온느는 내심 선샤인이 승리했던 숲을 바라고 있었다) 그 음조에 따라 어느 군대가 점수를 얻었는지 알 수가 있다. 그리고 피격을 가장해 기절한 척 해도 징소리는 울리지만, 얼마 안가 징소리가 연속으로 두 번 울려, 전의 징소리를 철회한다. 그리고 한 세력의 명칭을, 예를 들어 “선샤인을 위해!” 아니면 “카오스를 위해!” 아니면 “드래곤을 위해!” 라고 외칠 경우, 외친 자의 소속을 그 세력으로 바꾸게 된다….
심지어 헤르미온느도 그 규칙들의 허점을 꿰뚫어볼 수가 있었다. 허나 퀴렐 교수는 더욱 더 나아가 만약 처음에 한 세력, 예를 들어 선샤인에 배정받았을 경우, 아무도 선샤인의 이름으로 그 자를 공격할 수 없다 ─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선샤인은 퀴렐 점수를 1점 잃게 되고, 징소리가 세 번 연속으로 울린다. 고로 스스로의 병사들을 공격해 점수를 앵벌이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적군이 공격하기 전에 자살하는 것도 어느 정도 방지되었찌만, 정 첩자를 제거해야만 한다면 아랑곳 않고 공격할 수는 있는 것이다.
현재, 헤르미온느는 총 퀴렐 점수 244점을 획득했고, 말포이는 219, 그리고 해리는 221점이었다; 각 부대에는 총 24명의 병력이 주어진 상태.
“그러니 조심만 하고,”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너무 성대하게 패배하지만 않는다면 돼.”
“아니,” 자비니가 말했다. 어린 슬리데린의 얼굴은 굉장히 진지했다. “문제는, 말포이와 포터도 그들이 이기기 위해서는 연합해 우리를 먼저 쳐부순 뒤 서로 해결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겠지. 그러니 내 생각에는 이러는 게 좋을 것 같아 ─”
헤르미온느는 멍한 얼굴로 교실을 나섰다. 자비니의 계획은 예상외로 참신했다, 괴상하고 복잡하고 이중 삼중으로 보안되어있었다. 솔직히 말해 해리나 꾸밀 듯한 그런 계략이지, 자비니에게서 예상하지 못했다. 허나 그런 계획을 알아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어린 소녀는 그런 계획을 알아들을 수 없는 법인데. 그녀가 그런 계획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분류 모자는 분명 그녀를 슬리데린에 배정하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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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유쾌한 점은 바로 모든 것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해리는 그의 집무실에 앉아있었다; 전에 집요정들에게 가구들을 주문한 기회가 있었기에, 그는 이때다 싶어 왕좌와, 검은색과 진홍색이 수놓아진 커튼을 주문했다. 피처럼 붉은 진홍이 그림자와도 같은 검정과 맞물리며, 지면에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이제서야 해리는 내심 진정한 ‘집’에 온 것만 같았다.
그의 앞에는 카오스의 부관 네 명이 시립해있었다, 그가 가장 신뢰하는 충복들이었지만, 한 명은 배신자였다.
그래. 바로 이게 인생다운 인생 아닌가.
“모두 모였군,” 해리가 입을 열었다.
“카오스가 군림할 것이다,” 네 명의 부관이 영창했다.
“내 호버크래프트는 장어로 가득 차 있다,” 해리가 말했다.
“난 이 레코드를 사지 않겠어, 긁혀있잖아,” 부관 네 명이 일제히 대답했다.
“보로곱 하나같이 애녀린한데,”
“헤글픈 돈동이들 꿍얼거렸네!”
절차는 이쯤하면 되었다.
“혼란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팰퍼틴 황제마냥 메마른 목소리로 해리가 물었다.
“아주 훌륭하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카오스 장군님,” 네빌은 군인을 흉내내듯이 깊고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시종일관 대답했지만, 너무 깊은 나머지 간혹 기침을 토해낼 때도 있었다. 카오틱 부관은 깔끔하게 후플푸프 기숙사를 나타내는 노란색이 돋보이는 학교 망토 복장이었으며, 머리는 순진무구한 소년처럼 단정하게 빗어져있었다. 언행이 완벽하게 불일치하는 그 부조화가 해리는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어제 오후를 시작으로 우리 군단원들이 총 다섯가지의 새로운 계략을 행동에 옮겼습니다.”
해리가 악마의 미소를 지었다. “그 계략들이 성공할 가능성은 있나?”
“희박합니다,” 카오스의 네빌이 대답했다. “여기 보고서가 있습니다.”
“좋아,” 네빌의 손에서 양피지를 건네받으며, 해리는 먼지를 먹어 쿨럭거리는 것 마냥 차갑게 웃어댔다. 이것을 더하면 계략의 수는 총 60개가 된다.
어디 한번 예측해보라지, 드레이코. 어디 시도나 한번 해보라고.
그리고 블레이즈 자비니는….
해리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악마를 흉내낼 필요조차 없었다. 아무래도 단원 회의를 할 때를 대비해 니즐을 빌리는게 좋을 듯 했다, 보스라면 중후하게 자리에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이 정석 아닌가.
“이제 그만 군단원들을 제지해도 괜찮지 않습니까?” 카오스의 피니간이 말했다. “제 말은, 이미 계략은 넘칠도록 충분하 ─”
“아니,” 해리가 단호하게 부정했다. “계략의 수에 있어서 ‘충분하다’는 있을 수 없어.”
퀴렐 교수의 정의는 너무나도 완벽했다. 말 그대로 그들은 경계선을 아득하게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것; 이제와서 등을 돌린다면 해리는 아마 평생 죄책감과 후회에 시달릴 것이다.
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아, 필시 드래곤의 장군이겠군,” 악마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해리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이맘때쯤 찾아올 거라고 예상했지. 반갑게 맞이해주고, 너희들은 나가있도록.”
그리고 네 명의 카오스 부관들이 서둘러서 물러나며, 해리의 기지에 들어서는 적 장군 드레이코를 향해 음침한 눈빛을 주었다.
만약 성장할 경우 이런 멋진 짓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해리는 영원토록 11살로 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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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의 커튼 너머로 밝은 햇살이 주륵주륵 떨어지며, 해리 포터의 푹신푹신한 성인 사이즈 의자에 흩뿌려졌다. 그의 왕좌라는 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의자는 금색과 은색 가루로 도배되어있었다.
(그리고 드레이코는 세계 정복을 하기 전에 우선 해리부터 제거해야겠다는 다짐을 조금 더 확고하게 하게 되었다. 그가 통치하는 세계가 과연 어떠한 모습일지 그의 아둔한 두뇌로써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으니까.)
“이거 참 기막힐정도로 좋은 밤이로군, 드래곤 장군,” 해리 포터가 냉엄하게 고했다. “이맘때쯤 찾아올 줄 알았지, 내 예상대로야.”
별로 놀라울 건 없었다, 드레이코와 해리는 이미 사전에 이 만남의 시간과 장소를 계획했었으니 말이다.
또한 지금은 밤도 아니었으나, 드레이코는 현명하게도 달리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포터 장군,” 최대한으로 위엄어린 목소리로 드레이코가 말했다, “우리 둘 가운데 하나가 퀴렐 교수님의 소원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협동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 안 그래?”
“물로온이지,” 마치 파셀마우스라도 되는 마냥, 해리가 쉬익거렸다. “협동해 선샤인을 최우선적으로 쳐부순 이후, 우리끼리 승부를 맺도록 하지. 허나 그 전에 우리 둘중 누군가가 배신을 때린다면, 이후의 전투에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취할 수가 있게 돼. 그리고 이 모든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을 선샤인 장군은, 우리를 교란시키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먼저 배신했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겠지. 그리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그레인저의 계략에 넘어가는 ‘척’하며 달콤한 배신의 유혹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말거야. 그리고 그레인저는 그 심리 또한 잘 파악하고 있겠지.”
드레이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까지는 당연히 예상한 바이다. “그리고…우리 둘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이기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설사 배반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어떤 방식의 처벌도 받지 않는다….”
“정확해,” 얼굴을 굳히며 해리 포터가 말했다. “진정으로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거지.”
해리의 지식에 따르면, 예로 죄수의 딜레마란 이러했다: 죄수 두 명이 각각 독방에 수감되어있다. 죄수들의 범죄 행위에 대한 증거가 있지만, 굉장히 미약한 나머지 고작 2년의 징역이 최대였다. 각각의 죄수는 원한다면 상대방을 배신해, 상대의 범행을 재판에서 증언할 수가 있다; 그리고 보상으로 동료의 범행을 증언한 자는 형량이 1년 감소하지만, 반면 배신을 당한 자에게는 오히려 형량이 2년 추가되는 것이다. 아니면 두 죄수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협동을 해,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즉 두 죄수들이 전부 서로를 배신하여 재판에서 증언을 해댈 경우에는, 둘 모두 총 3년의 징역을 살게 되는 것; 반대로 협동을 해 침묵을 고수한다면, 오로지 초기의 2년의 형량만이 주어진다; 허나 한 죄수가 배신을 때리고 나머지 하나가 의리를 지킨다면, 배반자는 오로지 1년의 징역만을 사는 것이고, 순진한 협력자는 4년이라는 징역을 살고마는 것이다.
그리고 두 죄수는 서로의 마음에 대해 쥐꼬리만한 단서도 없이 선택을 해야만 하고, 한번 결정을 내리면 이후에 그것을 번복할 수는 없다.
드레이코는 만약 그 두 죄수가 죽음을 먹는 자이며 마법 전쟁 당시였다면, 어둠의 마왕이 몸소 배신자들을 직접 처단했으리라고 설명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해리는 그것이 죄수의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중 한가지라고 말했다 ─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죽음을 먹는 자들이 어둠의 마왕의 존재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라고도 말이다.
(그들이 대화를 지속하기 전에 드레이코는 해리에게 잠시 닥치고 생각좀 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 면으로 고찰해보자면 어째서 그의 아버지와 친구들이 결코 상냥하거나 착하다고는 볼 수 없는 어둠의 마왕을 기꺼이 섬기는지 이해가 됐다….)
사실, 사람들에게 정부가 필요한 이유가 대체적으로 이것 때문이라고 해리는 말했다 ─ 한 죄수가 상대를 배신하면 스스로의 처지가 나아지는 죄수의 딜레마와도 같이, 다른 사람의 물건이나 돈을 훔치면 자신의 처지가 훨씬 더 상승한다. 허나 모든 사람이 그러한 생각을 지니게 될 경우에는, 국가가 혼돈의 나락으로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모두가 불행하게 된다, 두 죄수가 같은 생각을 해 서로 상대방을 배신하는 것처럼. 고로 대신 죽음을 먹는 자들은 사람들이 정부를 추대해 그들을 통제하게 만든 것과도 같이, 어둠의 마왕을 추대해 서로와 스스로를 통제한 것이다.
(다시 한번 드레이코는 해리의 나불거리는 입을 멈추어달라고 부탁했다. 야망어린 마법사는 단지 지배를 하기 위해 권력을 쟁취하려고 하고, 사람들이 그에게 굴복하는 건 그저 그들이 후플푸프 마냥 구석에 주저앉아 덜덜 떠는 겁쟁이들이기 때문이라는 게 드레이코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게 정답인 듯 했다; 허나 해리의 주장은 비록 잘못되었다고는 해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설명을 계속하며, 해리는 제 3자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상황만이 죄수의 딜레마에서 협동심을 키우는 이유는 아니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마법으로 구현된, 자신과 완벽하게 동일한 복제인간과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말에 드레이코는 만약 드레이코가 두 명이 있다면, 어느 쪽의 드레이코도 다른 쪽의 드레이코에게 불행을 안겨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건 물론이고, 자신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 말포이의 이름에 흠집을 가하는 건 더더욱 할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해리는 그 또한 죄수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사람들은 서로를 염려해 협동을 하거나, 혹은 자긍심을 위해, 아니면 단지 명예를 위해 할 수도 있다. 사실 진짜 죄수의 딜레마를 형성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 현실에서 사람들은 대게 서로를 배려하거나, 자긍심이나 명예나 어둠의 마왕의 처벌이나 형량을 제외하고 무언가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하지만 그 복제인간이 정말 이기적이기 그지없는 인간의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
(그들은 곧이어 예로 ‘팬시 파킨슨’을 들었다)
─ 각각의 팬시는 다른 팬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상관조차 안하고 오로지 ‘스스로’만을 중요시 할 것이다.
이러한 배경 설정을 부여하고…어둠의 마왕도 없고…그리고 팬시가 스스로의 명예를 중요시 여기지 않고…자긍심도 없거나 다른 죄수를 챙겨줄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팬시에게 있어서 합리적인 선택은 과연 협동하는 건가, 배신하는 건가?
해리의 말에 따르면 어떤 사람은 팬시가 그녀의 복제인간을 배신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해리와 더글라스 호스스태터라는 이름의 사람은, 오히려 이런 사람들의 생각이 틀리다며 주장을 했다. 그 이유란, 만약 팬시가 배신을 한다면 ─ 즉 불규칙적인 사고가 아니라,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합리적인 이유로 내린 결정 ─ 복제인간 팬시 또한 동등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완벽하게 동일한 두 인간이 상반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없으니까. 고로 팬시에게는 두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진 것이다. 두 명의 팬시가 서로 협동해 침묵을 고수한 세계나, 둘 다 서로를 배신한 세계 가운데 그녀의 최선의 선택지는 협동심을 발휘해 침묵을 지킨 세계다. 그리고 만약 해리가 ‘합리적인’ 사람은 죄수의 딜레마가 표출된 상황에서 무조건 ‘배신’을 한다는 지론을 지니고 있었다면, 그는 그러한 ‘합리적인 사고’를 절대로 퍼뜨리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합리적인’ 사람들만 존재하는 국가나 단체는 결국 혼돈에 빠지고 말 테니까. 그 대신 적들에게 ‘합리적인 사고’를 전파했을 터.
물론 지금 당장은 납득이 가고 일리있는 말이었지만, 드레이코에게는 또 한가지의 의문이 피어올랐다….
“너는,” 드레이코가 말했다, “죄수의 딜레마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바로 협동하는 것이라고 말했지. 하지만 물론 넌 내가 그렇게 믿도록 유도하고 싶었을 거야, 안 그래?” 만약 드레이코가 협동을 하리라고 속아넘어갔다면, 해리는 그저 하 하, 또 순진하게 배신을 당했군! 기분이 어떠냐 패배자! 라며 훗날 웃어재낄 것이 분명했다.
“네 수업에서는 거짓말 따위 안 쳐,” 해리가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 알아둬 드레이코, 나는 네가 무조건 협동해야 한다는 소리는 안했다고. 특히 이런 ‘진짜’ 죄수의 딜레마 같은 경우에는 말이야. 내 말은 네가 선택을 할 때, 오직 너만을 위해 선택하는게 아니라 모두를 위해 선택한다는 개념을 지녀야 한다는 거야. 너랑 비슷하기에 자연스럽게 비슷한 이유로 비슷한 선택을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고려해서 선택을 해야 돼. 그리고 후에 네 합리적인 사고를 후회하지 않기 위해 너를 잘 아는 이들이 추측한 네 행동도 고려하고 ─ 나중에 뉴컴의 역설에 설명해달라고 물어봐 줘, 지금은 잊을게 분명하니까. 여하튼 너나 내가 가져야 할 의문은 바로 이거야, 드레이코: 과연 우리들이 서로에 대해 정말 잘 파악하고 있는 나머지 서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고, 서로가 배신을 하거나 협동을 할지도 파악할 수 있으며, 상대도 나를 예측할 수 있기에 나 또한 내가 예측한 상대의 행동을 믿고 따를 수 있는가?”
…그리고 그가 내뱉은 말의 반절조차 가까스로 힘겹게 이해한 드레이코로써, 대답은 당연히 ‘아니’였다.
“응,” 드레이코가 발연기를 했다.
“그렇군,” 조금 실망한 듯한 어조로 해리가 말했다. “뭐 할 수 없지, 뭔가 다른 방도를 찾을 수밖에.”
…이런 뻔한 거짓말이 먹힐 줄이야.
그 이후에도 드레이코와 해리는 한참을 의논했다. 이미 사전에 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적인 감정으로 끌고 가지 않을 것이며, 현실에서의 관계나 약속은 아직도 건재하다는 동의를 한 상태였다 ─ 물론 퀴렐 교수의 집무실에서 해리의 행각에 대해 드레이코의 화가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둘이 서로의 명예나 우정을 신뢰할 수 없다면, 앞으로 그레인저가 어떻게 둘을 갈라놓을지와 어떻게 선샤인을 박살낼지가 관건이 된다. 퀴렐 교수가 만든 규칙들이 그러한 이상 선샤인들이 다른 세력의 병사들을 제거하는 것을 마냥 손가락 빨며 지켜볼 수만은 없다 ─ 승리에 대한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니까 ─ 하지만 점수 쟁탈전이나, 혼전 속에 몰래 적군을 제거시키는 행위를 자극하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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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번클로 기숙사를 향해 걸어가는 헤르미온느의 눈은 어딘가 초점이 흐리기 그지없었다. 상념이 온통 예전의 전쟁과 어이없는 배반행위 등 나이또래에 결코 걸맞지 않은 생각으로 가득찬 나머지, 모퉁이를 돈 그녀는 건장한 성인의 몸에 부딪치고 말았다.
“아, 죄송해요,” 반사적으로 사과를 한 그녀는, 고개를 올리더니 미처 무어라고 생각조차 하기도 전에 비명부터 질렀다, “꺄악!”
“염려치 마렴, 그레인저 양,” 호그와트 교장의 반짝거리는 눈동자 밑, 그리고 은색의 기다란 수염 위에 활기찬 미소를 띤 입이 말했다. “괜찮단다.”
그녀는 멍하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이자, 마법사 의장, 국제 마법사 연맹 최고 위원장, 그리고 수년 전 어둠의 마왕과의 전쟁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미쳐버린 등등 온갖 수식어가 떠오르는 자의 다정한 미소를 응시하며, 그저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말이다, 그레인저 양,” 알버스 퍼시벌 울프릭 브라이언 덤블도어가 말했다, “이렇게 맞닥뜨린 건 행운이라고 볼 수밖에 없구나. 마침 너희 셋이 소원으로 과연 무엇을 빌까, 하며 고민하고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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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동이 서서히 트고, 학생들은 마치 기폭제를 터뜨리고 싶지 않다는 듯이 숨죽인 목소리로 그저 조용히 웅성거렸다.
이번 장에 사용되는 결정 이론은 학술적으로 지배적인 류가 아닙니다. “우선적 결정 이론”이라고, 개리 드레셔, 위 대, 블라디미르 네소브, 그리고, 그 뭐냐…(쿨럭) 제가 개발하고 있는 이론을 바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정 문제 1화
정말 끔찍한 점은 바로 모든 것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알버스,” 목소리에 서린 걱정을 숨길 생각도 않은 듯한 목소리로, 그녀가 대연회장에 들어서며 말했다, “무언가 조치를 해야 해요.”
크리스마스 무렵의 호그와트는 보통 발랄하고 활기찬 대기를 유지했다. 대연회장은 이미 녹색과 붉은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의 크리스마스 결혼식은 기숙사와 소속을 초월하는 우정을 상징하며, 호그와트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되었고 머글 세계에까지 전파된 전통이다.
허나 지금 저녁 식사를 하는 학생들은 어깨 너머로 긴장한 눈빛을 발사하거나, 다른 테이블 쪽의 학생들에게 살기를 흘리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잦은 다툼이 일어났다. 이러한 대기를 긴박하다고 설명해도 되겠지만, 미네르바의 머리속에는 경종이 울리며 사정없이 경고를 해댔다.
학교를 4개의 기숙사로 나누고….
각 학년을 3개의 군대로 나누어, 전쟁을 시킨다.
그리고 드래곤과 선샤인, 카오스 간의 격돌은 비단 일학년뿐만이 아니라 전학년에 퍼져나갔다; 세력이 없는 이들에게 세력이 된 것이다. 학생들은 각각 불이나 웃는 얼굴, 혹은 치켜든 손의 휘장이 새겨진 완장을 찼고, 적대 세력을 복도에서 맞닥뜨릴때마다 저주 주문을 퍼부어댔다. 당연하게도 세 군대의 대장들은 그러한 행위를 멈추려고 했지만 ─ 심지어 드레이코 말포이마저도 다급하게 말렸을 정도다 ─ 그들의 소위 ‘추종자’들은 도무지 들어먹지를 않았다.
덤블도어는 머나먼 저편을 바라보듯이 눈 앞의 아비규환인 테이블을 응시했다. “모든 도시는,” 노마법사가 조용하게 읊었다, “인구가 푸른색과 녹색의 파벌로 나뉘어버린지 오래죠…그리고 자신들을 어떤 재앙으로 밀어넣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채 서로와 싸우고…결국 서로를 향해 적개심이 이유없이 생성된답니다, 결혼의 서약이나 그 어떤 우정의 관계조차 그것을 불식시키거나 소멸시킬 수는 없죠, 개개인의 형제나 가족들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마찬가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그러한 현상을 영혼에 ‘병’이 들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미네르바가 말했다, “허나 이해가─”
“프로코피우스,” 덤블도어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로마 제국의 시민들은, 전차 경주를 그리도 중요하게 여겼죠. 그래요 미네르바,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은 저도 동의한답니다.”
“신속하게 말이죠,” 미네르바가 더욱 더 목소리를 낮추며 정정했다. “제 생각에는 토요일이 오기 전에 방책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알버스.”
일요일에, 호그와트 학생들의 대부분은 방학을 보내기 위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 말인 즉슨 토요일은, 바로 퀴렐 교수의 저주스러운 크리스마스 소원을 쟁취할 이를 결정하기 위해 세 1학년 군대들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는 날인 것이다.
덤블도어가 침중하게 그녀의 안색을 살피고는, 이내 말했다. “그 날 모든 것이 폭발해, 누군가가 다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군요.”
미네르바가 끄덕였다.
“그리고 퀴렐 교수님이 모든 책임을 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얼굴을 굳힌 미네르바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된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매년 방어술 교수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해고될 지 대략 짐작이 가능할 정도로 현명해져버렸다. “알버스,” 미네르바가 말했다, “우린 퀴렐 교수님을 잃을 수 없어요, 지금은 안된다구요! 그가 1월 까지만 버텨준다면 5학년들은 무사히 OWL을 통과할 수 있을 테고, 3월까지 버텨준다면 우리 7학년들은 NEWT를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을 거예요, 몇 년에 걸쳐 방치되었던 수업 과정을 그는 단 몇 개월만에 해내고 있죠, 어둠의 마왕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무려 한 세대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 전쟁을 멈춰야해요, 알버스! 군대를 해산시켜야 합니다, 당장!”
“허나 우리 방어술 교수님이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 같군요,” 교직원 테이블에 앉아 수프에 침을 흘리며 졸고 있는 퀴렐을 넌지시 곁눈질하며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 군대들에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니까요, 뭐 제가 허락했을 때는 저도 학년 당 네 군대를 예상했었지만요.” 노마법사가 한숨을 토했다. “정말이지 명석한 사람이예요, 아마 최선의 의도겠죠; 허나 안타깝게도 그조차 생각이 짧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해산시키는 것 자체가 그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답니다.”
“하지만 알버스, 그러면 어떻게 할건가요?”
노마법사가 그 특유의 유순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뭐, 물론 또다시 음습하게 음모를 꾸며야죠. 아무래도 최근 호그와트의 유행인 것 같으니까.”
그리고 미네르바가 무어라고 대꾸하기에는 이미 교직원 테이블이 너무나도 가까워져버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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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끔찍한 점은 바로 모든 것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12월의 첫 번째 전투는…적어도 드레이코가 들은 바로는 추잡하기 그지없었다.
두 번째 전투는 정신나갔었고.
그리고 셋이 서로 힘을 모아 이 모든 혼란을 멈추지 못한다면, 다음 전투는 훨씬 더 끔찍할 것이 분명했다.
“퀴렐 교수님, 이건 미친 짓입니다,” 드레이코가 딱 잘라서 말했다. “이건 더 이상 슬리데린이 아니예요, 그저….” 드레이코는 딱히 정의를 내릴 만한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계략을 꾸밀 수 있을리가 없어요. 저번 전투에서 제 병사 한 명이 자살을 가장하기까지 했다니까요. 심지어 후플푸프들이 계략을 꾸밀려고 하고 있어요, 녀석들은 자기들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못해요, 절대로 못합니다. 아비규환이예요 아비규환, 더 이상 누가 가장 똑똑한지, 혹은 어떤 군대가 가장 우수한지는 관계 없어요, 이건….”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말포이 군의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 자신이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절대로 몰랐다는 듯한 어조로 그레인저가 동조했다. “더 이상 배신 행위를 허락하는 건 안돼요, 퀴렐 교수님.”
드레이코는 그 이외에 군대 내 어떤 사람도 계략을 꾸미는 것을 금지한다고 선언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계략자 워너비들은 음지로 기어들어갔다. 다른 군대들의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계략과 음모를 꾸미고 있으니 불공평하다고 느낀 것이다. 저번 전투를 처절할정도로 완벽하게 패배하고 난 뒤, 그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의 선언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미 그의 병사들은 그들만의 계략을 사전에 통보조차 없이 행동에 옮긴 뒤였다.
모든 계략에 대해, 아니 적어도 병사들이 주장하는 그들의 계략에 대해 들은 뒤, 드레이코는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악착같이 계략을 꾸몄다. 허나 산출된 것은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야 할 확신 없는 사항이 자그마치 세 가지나 되는 엉터리 계략이었기에, 그는 종이를 ‘인센디오’로 태우고는 ‘이베르토’로 재를 치워버렸다. 아버지가 그것을 읽었다면 의절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깍지를 쥔 채 턱을 괴고는 책상에 기댄 퀴렐 교수의 눈꺼풀은 반쯤 감겨있었다. “그렇다면 포터 군은 어떤가?” 방어술 교수가 물었다. “말포이 군과 동의하는 바인가?”
“이제 프란츠 퍼디난드를 쏘기만 하면 제1차 세계대전을 발발할 수 있겠군요,” 해리가 말했다. “이미 사태는 혼돈의 나락에 빠진 상태. 전 만반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해리!”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드레이코가 경악했다.
그와 동시에 그레인저 또한 그와 비슷하게 경악성을 터뜨리고 말았다는 것을, 그는 몇 초 이후에야 깨달았다.
당황한 듯이 그레인저가 그를 바라보았찌만, 드레이코는 얼굴에 떠오르려 하는 감정을 자제하며 평정심을 취했다. 젠장할.
“그래 맞아!” 해리가 밝게 탄성을 내질렀다. “난 배신을 때리고 있어! 그것도 너희 둘 다 말야! 어김없이 말이지! 하 하!”
퀴렐 교수가 희미하게 미소를 띠었지만, 눈꺼풀은 여전히 반절은 닫혀있었다. “그러면 그 이유란 무엇이지, 포터 군?”
“그레인저 양이나 말포이 군보다는 제가 훨씬 더 혼돈과 잘 타협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배신자가 나불거렸다. “어차피 이 전쟁은 ‘제로 섬 게임’이니까,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승리에 대한 난이도는 그리 상관이 없어요, 그저 누가 더 잘하냐 못하느냐의 차이죠.”
해리 포터의 학습 능력은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퀴렐 교수의 눈꺼풀 밑의 눈이 드레이코에게 한번 시선을 주더니, 이내 그레인저에게 머물렀다. “사실 말하자면 말포이 군, 그레인저 양, 난 만약 이 사태가 절정에 이르기도 전에 단절되어버린다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말거다. 심지어 네 병사 하나는 사중첩자로 거듭나기까지 했으니까 말이지.”
“사중이라고요?” 그레인저가 말했다. “하지만 고작 3개의 세력만 있을 뿐인데 어떻게!”
“그래,” 퀴렐 교수가 말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겠지. 사중첩자가 실제로 인류 역사상 존재하기는 했는지조차 의문일뿐더러, 실제 배신자나 배신자를 가장한 이가 이렇게 많은 군대는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나가고 있지, 그레인저 양, 그러니 이제와서 멈출 수는 없다.”
드레이코는 방어술 교수의 집무실에서 이를 거세게 갈며 나올 수 밖에 없었고, 그레인저도 옆에서 그에 못지 않게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네가 그렇게 할 줄은 몰랐어, 해리!” 그레인저가 격분했다.
“미안,” 전혀 미안해보이지 않는 해리가 말하며, 악마와도 같이 밝게 미소지었다. “명심해 둬 헤르미온느, 이건 그저 게임일 뿐이야. 그리고 어째서 장군만 계략을 꾸밀 수 있는 권한을 지녀야 하지? 게다가 설령 그렇다고 해도, 너희들이 뭘 어쩔건데? 연합해서 내 뒤통수를 칠려고?”
스스로의 얼굴이 그녀만큼 굳어있다는 것을 인지한 드레이코가 그레인저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가면 갈수록 해리는 더욱 더 담대하고 고소하다는 듯이 잡종년과 관계되는 것을 거부한 드레이코의 상식을 십분 이용해먹고 있었다.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드레이코는 구역질이 났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그는 어쩔 수 없이 차선택으로 포터를 쳐부수기 위해 그레인저와 연합해버리고 말아, 잡종의 자식놈이 히죽거리며 낄낄대는 꼴을 손가락 빨며 지켜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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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끔찍한 점은 바로 모든 것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비니가 갖다준 양피지를 바라보며, 헤르미온느는 무기력함과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양피지에는 명단이 있었다, 각각의 이름은 다른 이름과 선으로 이어졌고, 각각 다른 색들로 이루어져있….
“저기,” 그레인저 장군이 말했다, “혹시 내 군대 안에 간첩이 ‘아닌’ 사람은 없는거야?”
현재 둘은 집무실이 아니라 텅 빈 교실에, 오로지 둘 만이 있는 상태였다; 그 이유인 즉슨, 자비니 대령의 말에 따르면, 대위들 가운데 적어도 한 명 혹은 그 이상이 배신자라는 것이었다. 아마 십중팔구 골드스타인 대위겠지만, 자비니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의 물음에 어린 슬리데린의 얼굴에 아이러니한 미소가 새겨졌다. 블레이즈 자비니는 언제나 그녀를 업신여기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그런 의사를 표출하지는 않았다; 드레이코 말포이에게 향했던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조소나, 해리 포터를 향해 점차 피어오르던 적개심이나 분개와는 대조적이었다. 처음 그녀는 혹 자비니가 배신을 할까봐 걱정했지만, 그도 나름 다른 두 장군들도 그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절박한 심정인 것 같았다; 적어도 헤르미온느는 비록 자비니가 언제든지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먹을 인물이라고 해도, 결코 말포이나 해리에게 승리를 안겨줄 위인은 아니라는 것은 깨닫게 되었다.
“거의 단언하는데, 병력의 대다수는 아직도 네게 충성하고 있어,” 자비니가 말했다. “그저 모두 이 ‘놀이’에서 제외되고 싶지 않을 뿐인거지.” 모멸감어린 슬리데린 학생의 표정은 그가 계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자를 어떻게 여기는지 단편적으로나마 말해주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이중으로 첩자노릇을 하고 배신하는 척 하지만 실은 우리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다.”
“게다가 우리의 첩자가 되겠다는 적 세력의 병사들에게도 속아넘어가겠지,”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린 슬리데린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정말 말포이를 팔아넘기고 싶은 자들을 나름 잘 선별해서 알려줬다고는 생각하지만, 포터를 팔아넘기고자 찾아온 놈들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었어. 하지만 노트는 분명 말포이에게 포터를 팔아넘길테고, 말포이의 이름으로 앤트휘슬을 그에게 접근시켰지만 실은 앤트휘슬은 우리에게 보고를 하니, 마찬가지로 좋은 소식이다 ─”
문득 헤르미온느가 눈을 감았다. “우리, 아마 지겠지?”
“이봐,” 자비니가 차분하게 말했다, “현재 너는 퀴렐 점수에 우위를 점하고 있어. 이번 전투에서 처참하게 패배하지만 않는다면 크리스마스 소원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퀴렐 점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이후의 비난과 불평을 잠식시키기 위해, 마지막 전투는 통상적인 스코어 방식으로 결정된다고 퀴렐 교수는 선언하였다. 누군가를 쏠 때마다 그 세력의 장군은 퀴렐 점수 2점을 추가로 얻는다. 그리고 징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질 것이고, (전장이 어디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헤르미온느는 내심 선샤인이 승리했던 숲을 바라고 있었다) 그 음조에 따라 어느 군대가 점수를 얻었는지 알 수가 있다. 그리고 피격을 가장해 기절한 척 해도 징소리는 울리지만, 얼마 안가 징소리가 연속으로 두 번 울려, 전의 징소리를 철회한다. 그리고 한 세력의 명칭을, 예를 들어 “선샤인을 위해!” 아니면 “카오스를 위해!” 아니면 “드래곤을 위해!” 라고 외칠 경우, 외친 자의 소속을 그 세력으로 바꾸게 된다….
심지어 헤르미온느도 그 규칙들의 허점을 꿰뚫어볼 수가 있었다. 허나 퀴렐 교수는 더욱 더 나아가 만약 처음에 한 세력, 예를 들어 선샤인에 배정받았을 경우, 아무도 선샤인의 이름으로 그 자를 공격할 수 없다 ─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선샤인은 퀴렐 점수를 1점 잃게 되고, 징소리가 세 번 연속으로 울린다. 고로 스스로의 병사들을 공격해 점수를 앵벌이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적군이 공격하기 전에 자살하는 것도 어느 정도 방지되었찌만, 정 첩자를 제거해야만 한다면 아랑곳 않고 공격할 수는 있는 것이다.
현재, 헤르미온느는 총 퀴렐 점수 244점을 획득했고, 말포이는 219, 그리고 해리는 221점이었다; 각 부대에는 총 24명의 병력이 주어진 상태.
“그러니 조심만 하고,”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너무 성대하게 패배하지만 않는다면 돼.”
“아니,” 자비니가 말했다. 어린 슬리데린의 얼굴은 굉장히 진지했다. “문제는, 말포이와 포터도 그들이 이기기 위해서는 연합해 우리를 먼저 쳐부순 뒤 서로 해결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겠지. 그러니 내 생각에는 이러는 게 좋을 것 같아 ─”
헤르미온느는 멍한 얼굴로 교실을 나섰다. 자비니의 계획은 예상외로 참신했다, 괴상하고 복잡하고 이중 삼중으로 보안되어있었다. 솔직히 말해 해리나 꾸밀 듯한 그런 계략이지, 자비니에게서 예상하지 못했다. 허나 그런 계획을 알아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어린 소녀는 그런 계획을 알아들을 수 없는 법인데. 그녀가 그런 계획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분류 모자는 분명 그녀를 슬리데린에 배정하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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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유쾌한 점은 바로 모든 것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해리는 그의 집무실에 앉아있었다; 전에 집요정들에게 가구들을 주문한 기회가 있었기에, 그는 이때다 싶어 왕좌와, 검은색과 진홍색이 수놓아진 커튼을 주문했다. 피처럼 붉은 진홍이 그림자와도 같은 검정과 맞물리며, 지면에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이제서야 해리는 내심 진정한 ‘집’에 온 것만 같았다.
그의 앞에는 카오스의 부관 네 명이 시립해있었다, 그가 가장 신뢰하는 충복들이었지만, 한 명은 배신자였다.
그래. 바로 이게 인생다운 인생 아닌가.
“모두 모였군,” 해리가 입을 열었다.
“카오스가 군림할 것이다,” 네 명의 부관이 영창했다.
“내 호버크래프트는 장어로 가득 차 있다,” 해리가 말했다.
“난 이 레코드를 사지 않겠어, 긁혀있잖아,” 부관 네 명이 일제히 대답했다.
“보로곱 하나같이 애녀린한데,”
“헤글픈 돈동이들 꿍얼거렸네!”
절차는 이쯤하면 되었다.
“혼란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팰퍼틴 황제마냥 메마른 목소리로 해리가 물었다.
“아주 훌륭하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카오스 장군님,” 네빌은 군인을 흉내내듯이 깊고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시종일관 대답했지만, 너무 깊은 나머지 간혹 기침을 토해낼 때도 있었다. 카오틱 부관은 깔끔하게 후플푸프 기숙사를 나타내는 노란색이 돋보이는 학교 망토 복장이었으며, 머리는 순진무구한 소년처럼 단정하게 빗어져있었다. 언행이 완벽하게 불일치하는 그 부조화가 해리는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어제 오후를 시작으로 우리 군단원들이 총 다섯가지의 새로운 계략을 행동에 옮겼습니다.”
해리가 악마의 미소를 지었다. “그 계략들이 성공할 가능성은 있나?”
“희박합니다,” 카오스의 네빌이 대답했다. “여기 보고서가 있습니다.”
“좋아,” 네빌의 손에서 양피지를 건네받으며, 해리는 먼지를 먹어 쿨럭거리는 것 마냥 차갑게 웃어댔다. 이것을 더하면 계략의 수는 총 60개가 된다.
어디 한번 예측해보라지, 드레이코. 어디 시도나 한번 해보라고.
그리고 블레이즈 자비니는….
해리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악마를 흉내낼 필요조차 없었다. 아무래도 단원 회의를 할 때를 대비해 니즐을 빌리는게 좋을 듯 했다, 보스라면 중후하게 자리에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이 정석 아닌가.
“이제 그만 군단원들을 제지해도 괜찮지 않습니까?” 카오스의 피니간이 말했다. “제 말은, 이미 계략은 넘칠도록 충분하 ─”
“아니,” 해리가 단호하게 부정했다. “계략의 수에 있어서 ‘충분하다’는 있을 수 없어.”
퀴렐 교수의 정의는 너무나도 완벽했다. 말 그대로 그들은 경계선을 아득하게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것; 이제와서 등을 돌린다면 해리는 아마 평생 죄책감과 후회에 시달릴 것이다.
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아, 필시 드래곤의 장군이겠군,” 악마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해리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이맘때쯤 찾아올 거라고 예상했지. 반갑게 맞이해주고, 너희들은 나가있도록.”
그리고 네 명의 카오스 부관들이 서둘러서 물러나며, 해리의 기지에 들어서는 적 장군 드레이코를 향해 음침한 눈빛을 주었다.
만약 성장할 경우 이런 멋진 짓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해리는 영원토록 11살로 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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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의 커튼 너머로 밝은 햇살이 주륵주륵 떨어지며, 해리 포터의 푹신푹신한 성인 사이즈 의자에 흩뿌려졌다. 그의 왕좌라는 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의자는 금색과 은색 가루로 도배되어있었다.
(그리고 드레이코는 세계 정복을 하기 전에 우선 해리부터 제거해야겠다는 다짐을 조금 더 확고하게 하게 되었다. 그가 통치하는 세계가 과연 어떠한 모습일지 그의 아둔한 두뇌로써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으니까.)
“이거 참 기막힐정도로 좋은 밤이로군, 드래곤 장군,” 해리 포터가 냉엄하게 고했다. “이맘때쯤 찾아올 줄 알았지, 내 예상대로야.”
별로 놀라울 건 없었다, 드레이코와 해리는 이미 사전에 이 만남의 시간과 장소를 계획했었으니 말이다.
또한 지금은 밤도 아니었으나, 드레이코는 현명하게도 달리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포터 장군,” 최대한으로 위엄어린 목소리로 드레이코가 말했다, “우리 둘 가운데 하나가 퀴렐 교수님의 소원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협동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 안 그래?”
“물로온이지,” 마치 파셀마우스라도 되는 마냥, 해리가 쉬익거렸다. “협동해 선샤인을 최우선적으로 쳐부순 이후, 우리끼리 승부를 맺도록 하지. 허나 그 전에 우리 둘중 누군가가 배신을 때린다면, 이후의 전투에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취할 수가 있게 돼. 그리고 이 모든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을 선샤인 장군은, 우리를 교란시키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먼저 배신했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겠지. 그리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그레인저의 계략에 넘어가는 ‘척’하며 달콤한 배신의 유혹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말거야. 그리고 그레인저는 그 심리 또한 잘 파악하고 있겠지.”
드레이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까지는 당연히 예상한 바이다. “그리고…우리 둘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이기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설사 배반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어떤 방식의 처벌도 받지 않는다….”
“정확해,” 얼굴을 굳히며 해리 포터가 말했다. “진정으로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거지.”
해리의 지식에 따르면, 예로 죄수의 딜레마란 이러했다: 죄수 두 명이 각각 독방에 수감되어있다. 죄수들의 범죄 행위에 대한 증거가 있지만, 굉장히 미약한 나머지 고작 2년의 징역이 최대였다. 각각의 죄수는 원한다면 상대방을 배신해, 상대의 범행을 재판에서 증언할 수가 있다; 그리고 보상으로 동료의 범행을 증언한 자는 형량이 1년 감소하지만, 반면 배신을 당한 자에게는 오히려 형량이 2년 추가되는 것이다. 아니면 두 죄수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협동을 해,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즉 두 죄수들이 전부 서로를 배신하여 재판에서 증언을 해댈 경우에는, 둘 모두 총 3년의 징역을 살게 되는 것; 반대로 협동을 해 침묵을 고수한다면, 오로지 초기의 2년의 형량만이 주어진다; 허나 한 죄수가 배신을 때리고 나머지 하나가 의리를 지킨다면, 배반자는 오로지 1년의 징역만을 사는 것이고, 순진한 협력자는 4년이라는 징역을 살고마는 것이다.
그리고 두 죄수는 서로의 마음에 대해 쥐꼬리만한 단서도 없이 선택을 해야만 하고, 한번 결정을 내리면 이후에 그것을 번복할 수는 없다.
드레이코는 만약 그 두 죄수가 죽음을 먹는 자이며 마법 전쟁 당시였다면, 어둠의 마왕이 몸소 배신자들을 직접 처단했으리라고 설명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해리는 그것이 죄수의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중 한가지라고 말했다 ─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죽음을 먹는 자들이 어둠의 마왕의 존재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라고도 말이다.
(그들이 대화를 지속하기 전에 드레이코는 해리에게 잠시 닥치고 생각좀 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 면으로 고찰해보자면 어째서 그의 아버지와 친구들이 결코 상냥하거나 착하다고는 볼 수 없는 어둠의 마왕을 기꺼이 섬기는지 이해가 됐다….)
사실, 사람들에게 정부가 필요한 이유가 대체적으로 이것 때문이라고 해리는 말했다 ─ 한 죄수가 상대를 배신하면 스스로의 처지가 나아지는 죄수의 딜레마와도 같이, 다른 사람의 물건이나 돈을 훔치면 자신의 처지가 훨씬 더 상승한다. 허나 모든 사람이 그러한 생각을 지니게 될 경우에는, 국가가 혼돈의 나락으로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모두가 불행하게 된다, 두 죄수가 같은 생각을 해 서로 상대방을 배신하는 것처럼. 고로 대신 죽음을 먹는 자들은 사람들이 정부를 추대해 그들을 통제하게 만든 것과도 같이, 어둠의 마왕을 추대해 서로와 스스로를 통제한 것이다.
(다시 한번 드레이코는 해리의 나불거리는 입을 멈추어달라고 부탁했다. 야망어린 마법사는 단지 지배를 하기 위해 권력을 쟁취하려고 하고, 사람들이 그에게 굴복하는 건 그저 그들이 후플푸프 마냥 구석에 주저앉아 덜덜 떠는 겁쟁이들이기 때문이라는 게 드레이코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게 정답인 듯 했다; 허나 해리의 주장은 비록 잘못되었다고는 해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설명을 계속하며, 해리는 제 3자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상황만이 죄수의 딜레마에서 협동심을 키우는 이유는 아니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마법으로 구현된, 자신과 완벽하게 동일한 복제인간과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말에 드레이코는 만약 드레이코가 두 명이 있다면, 어느 쪽의 드레이코도 다른 쪽의 드레이코에게 불행을 안겨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건 물론이고, 자신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 말포이의 이름에 흠집을 가하는 건 더더욱 할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해리는 그 또한 죄수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사람들은 서로를 염려해 협동을 하거나, 혹은 자긍심을 위해, 아니면 단지 명예를 위해 할 수도 있다. 사실 진짜 죄수의 딜레마를 형성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 현실에서 사람들은 대게 서로를 배려하거나, 자긍심이나 명예나 어둠의 마왕의 처벌이나 형량을 제외하고 무언가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하지만 그 복제인간이 정말 이기적이기 그지없는 인간의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
(그들은 곧이어 예로 ‘팬시 파킨슨’을 들었다)
─ 각각의 팬시는 다른 팬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상관조차 안하고 오로지 ‘스스로’만을 중요시 할 것이다.
이러한 배경 설정을 부여하고…어둠의 마왕도 없고…그리고 팬시가 스스로의 명예를 중요시 여기지 않고…자긍심도 없거나 다른 죄수를 챙겨줄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팬시에게 있어서 합리적인 선택은 과연 협동하는 건가, 배신하는 건가?
해리의 말에 따르면 어떤 사람은 팬시가 그녀의 복제인간을 배신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해리와 더글라스 호스스태터라는 이름의 사람은, 오히려 이런 사람들의 생각이 틀리다며 주장을 했다. 그 이유란, 만약 팬시가 배신을 한다면 ─ 즉 불규칙적인 사고가 아니라,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합리적인 이유로 내린 결정 ─ 복제인간 팬시 또한 동등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완벽하게 동일한 두 인간이 상반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없으니까. 고로 팬시에게는 두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진 것이다. 두 명의 팬시가 서로 협동해 침묵을 고수한 세계나, 둘 다 서로를 배신한 세계 가운데 그녀의 최선의 선택지는 협동심을 발휘해 침묵을 지킨 세계다. 그리고 만약 해리가 ‘합리적인’ 사람은 죄수의 딜레마가 표출된 상황에서 무조건 ‘배신’을 한다는 지론을 지니고 있었다면, 그는 그러한 ‘합리적인 사고’를 절대로 퍼뜨리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합리적인’ 사람들만 존재하는 국가나 단체는 결국 혼돈에 빠지고 말 테니까. 그 대신 적들에게 ‘합리적인 사고’를 전파했을 터.
물론 지금 당장은 납득이 가고 일리있는 말이었지만, 드레이코에게는 또 한가지의 의문이 피어올랐다….
“너는,” 드레이코가 말했다, “죄수의 딜레마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바로 협동하는 것이라고 말했지. 하지만 물론 넌 내가 그렇게 믿도록 유도하고 싶었을 거야, 안 그래?” 만약 드레이코가 협동을 하리라고 속아넘어갔다면, 해리는 그저 하 하, 또 순진하게 배신을 당했군! 기분이 어떠냐 패배자! 라며 훗날 웃어재낄 것이 분명했다.
“네 수업에서는 거짓말 따위 안 쳐,” 해리가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 알아둬 드레이코, 나는 네가 무조건 협동해야 한다는 소리는 안했다고. 특히 이런 ‘진짜’ 죄수의 딜레마 같은 경우에는 말이야. 내 말은 네가 선택을 할 때, 오직 너만을 위해 선택하는게 아니라 모두를 위해 선택한다는 개념을 지녀야 한다는 거야. 너랑 비슷하기에 자연스럽게 비슷한 이유로 비슷한 선택을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고려해서 선택을 해야 돼. 그리고 후에 네 합리적인 사고를 후회하지 않기 위해 너를 잘 아는 이들이 추측한 네 행동도 고려하고 ─ 나중에 뉴컴의 역설에 설명해달라고 물어봐 줘, 지금은 잊을게 분명하니까. 여하튼 너나 내가 가져야 할 의문은 바로 이거야, 드레이코: 과연 우리들이 서로에 대해 정말 잘 파악하고 있는 나머지 서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고, 서로가 배신을 하거나 협동을 할지도 파악할 수 있으며, 상대도 나를 예측할 수 있기에 나 또한 내가 예측한 상대의 행동을 믿고 따를 수 있는가?”
…그리고 그가 내뱉은 말의 반절조차 가까스로 힘겹게 이해한 드레이코로써, 대답은 당연히 ‘아니’였다.
“응,” 드레이코가 발연기를 했다.
“그렇군,” 조금 실망한 듯한 어조로 해리가 말했다. “뭐 할 수 없지, 뭔가 다른 방도를 찾을 수밖에.”
…이런 뻔한 거짓말이 먹힐 줄이야.
그 이후에도 드레이코와 해리는 한참을 의논했다. 이미 사전에 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적인 감정으로 끌고 가지 않을 것이며, 현실에서의 관계나 약속은 아직도 건재하다는 동의를 한 상태였다 ─ 물론 퀴렐 교수의 집무실에서 해리의 행각에 대해 드레이코의 화가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둘이 서로의 명예나 우정을 신뢰할 수 없다면, 앞으로 그레인저가 어떻게 둘을 갈라놓을지와 어떻게 선샤인을 박살낼지가 관건이 된다. 퀴렐 교수가 만든 규칙들이 그러한 이상 선샤인들이 다른 세력의 병사들을 제거하는 것을 마냥 손가락 빨며 지켜볼 수만은 없다 ─ 승리에 대한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니까 ─ 하지만 점수 쟁탈전이나, 혼전 속에 몰래 적군을 제거시키는 행위를 자극하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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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번클로 기숙사를 향해 걸어가는 헤르미온느의 눈은 어딘가 초점이 흐리기 그지없었다. 상념이 온통 예전의 전쟁과 어이없는 배반행위 등 나이또래에 결코 걸맞지 않은 생각으로 가득찬 나머지, 모퉁이를 돈 그녀는 건장한 성인의 몸에 부딪치고 말았다.
“아, 죄송해요,” 반사적으로 사과를 한 그녀는, 고개를 올리더니 미처 무어라고 생각조차 하기도 전에 비명부터 질렀다, “꺄악!”
“염려치 마렴, 그레인저 양,” 호그와트 교장의 반짝거리는 눈동자 밑, 그리고 은색의 기다란 수염 위에 활기찬 미소를 띤 입이 말했다. “괜찮단다.”
그녀는 멍하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이자, 마법사 의장, 국제 마법사 연맹 최고 위원장, 그리고 수년 전 어둠의 마왕과의 전쟁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미쳐버린 등등 온갖 수식어가 떠오르는 자의 다정한 미소를 응시하며, 그저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말이다, 그레인저 양,” 알버스 퍼시벌 울프릭 브라이언 덤블도어가 말했다, “이렇게 맞닥뜨린 건 행운이라고 볼 수밖에 없구나. 마침 너희 셋이 소원으로 과연 무엇을 빌까, 하며 고민하고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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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동이 서서히 트고, 학생들은 마치 기폭제를 터뜨리고 싶지 않다는 듯이 숨죽인 목소리로 그저 조용히 웅성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