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문제 2화
드레이코는 내심 또다시 호그와트의 상층부에서 전투를 벌이길 희망하고 있었다. 퀴렐 교수는 실제 전투는 숲이 아니라 도심지 한가운데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더 크며, 리본으로 공간을 제한해 교실과 복도에서 전투를 하는 건 모의 실험으로 써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드래곤 군대가 그러한 전투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였던 것도 한몫했다.
허나 드레이코의 우려대로, 퀴렐 교수는 이 전투를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갔다.
전장은 바로 호그와트의 검은 호수였다.
그렇다고 해전도 아니었다.
다름아닌, 수중전인 것이다.
대왕 오징어는 일시적으로 마비가 되었다; 그라인딜로우의 기습을 방지하기 위해 갖가지 마법을 부여했다; 퀴렐 교수가 사전에 인어들의 동의를 구했다; 그리고 모든 병사들에게는 수중전을 위해 모두 마법약을 투여받았다. 그로 인해 수중에서도 호흡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뚜렷한 시야의 확보, 서로간의 소통, 그리고 빨리 걷기보다 조금 느린 속력으로 헤엄칠 수 있는 능력까지 일시적으로 습득했다.
전장의 중앙에는 마치 작은 달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거대한 은색의 구체가 체공하고 있었다. 수중에서 방향감각을 잃지 않게 도움을 줄 것이다 ─ 물론 초기에는 말이다. 달은 전투가 진행됨에 따라 서서히 월식으로 접어들며, 완벽하게 개기월식에 들어가고 아직 전투가 속행중일 경우, 자동적으로 전투가 종료된다.
수중전. 사방이 사각이나 다름없고, 제공권도 유지하기 힘들며, 약의 힘으로도 호수의 암흑이 아직도 도사리며 방해를 했다.
그리고 전투의 현장에서 지나치게 멀리 떨어질 경우, 얼마 안가 온 몸에서 빛을 뿜어대 더욱 쉽게 위치를 노출하게 되어버린다 ─ 평소라면 만약 병력이 전투를 하는 대신 흩어져 달아날 경우, 퀴렐 교수가 자동적으로 그들을 패배로 처리하고는 했다; 허나 오늘 이 전투는 다름아닌 점수 제도. 물론 닌자 짓을 정 하고프다면 빛나기 전에 조금의 시간이 있으니 가능하기는 가능하다.
드래곤 군대는 시작점을 호수의 해저로 배정받았다; 호수의 상층부 저 너머에, 수중 달이 은은하게 빛났다. 흐릿한 물은 루모스 주문으로 대부분 밝혀있었지만, 병사들이 작전을 시행하는 즉시 그는 모든 빛을 꺼버릴 예정이다. 그들이 먼저 적군을 포착하기 전에 적군이 먼저 포착하게 둘 수는 없으니까.
발을 몇 번 박차며, 드레이코는 고지를 취해 체공하며 그의 병사들을 짐짓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드레이코의 냉엄한 시선에 모든 대화가 일제히 사그라들었고, 흐뭇하게도 병사들이 두려움과 걱정어린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도록,” 말포이 장군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낮고, 불투명하게 나왔다. 사실 ‘기급부글 내 말부 뜯부글’ 정도로 들렸으나, 나름 이해는 가능했다. “우리가 승리할 방법은 단 한가지다. 카오스와 연합하고 선샤인을 향해 행군하여, 그들을 무찌른다. 그리고 포터와 싸워 보기좋게 승리를 취한다. 이것만큼은 반드시 해야 된다, 알겠나? 무슨 일이 있어도, 계략에서 이부분만큼은 반드시─”
그리고 드레이코는 그와 해리가 구상한 계략을 설명했다.
병사들이 서로 감탄한 얼굴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만약 너희들이 어정쩡한 계략을 시행해 방해한다면,” 드레이코가 덧붙였다, “전투가 끝나고 내가 몸소 불을 질러주도록 하지.”
곳곳에서 겁에 질린 ‘넵’,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비밀 지령을 받은 이들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따를 것,” 드레이코가 말했다.
병사들의 반절 이상이 대놓고 고개를 끄덕이자, 드레이코는 훗날 그가 권력을 잡은 후 그 아둔한 놈들을 숙청해버리기 위해 빠짐없이 얼굴을 외워두었다.
물론 그가 내린 비밀 지령은 모두 속임수였다. 한 드래곤에게는 거짓된 배신자의 정보를 다른 드래곤에게 전하라고 명하고, 그 다른 드래곤에게는 첫번째 드래곤이 전하는 말을 모조리 보고하라고 진지한 말투로 명했다. 그리고 드레이코는 이 전투 자체가 이 절차에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들이 사전에 꾸민 그 어떤 계략들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그 드래곤들에게 구라를 늘어놓았다. 잘만 하면 이 ‘놀이’에 참가하고 싶다는 바보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만약 보고가 그가 내린 명령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간첩을 색출할 수도 있고 일석이조다.
드레이코의 카오스를 쳐부술 진정한 계략은…뭐, 전에 그가 태워버렸던 것보다야 낫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눈에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허나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애간장을 태워도 드레이코는 그 외의 계략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해리 포터라는 존재가 아니면 이런 말도 안되는 계략은 절대로 먹히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사실 간첩, 즉 배신자의 말에 따르면 이건 초기에 해리의 계략이기도 했다, 물론 그 말을 듣지 않고도 드레이코는 대충 짐작은 했었지만. 단지 드레이코는 배신자와 함께 그 계략을 조금 수정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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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깊게 들이쉬며, 해리는 차디찬 물이 폐 속에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들끓는 것을 느꼈다.
숲에서 싸웠을 때도, 이 말을 할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호그와트의 복도에서 싸웠을 때도,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병사들에게 빗자루가 제공되었던 공중전조차, 딱히 이 말을 하기에는 모자란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이 말을 하게 될 날이 결코 찾아오지 않으리라고 짐작하고 있었건만….
장군이 헤엄을 쳐 밝은 빛이 반사되는 수면으로 발을 향하고, 머리는 흐릿하게 보이는 호수의 바닥을 향하자 카오스 군단원들이 의문 섞인 눈빛으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거꾸로 있는거지?” 어린 장군이 부대를 향해 외치며, 절대적인 중력의 법칙에서 해방된 장소에서의 전투법을 하나 둘씩 설명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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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하면서도 크게 울리는 징소리가 물 속에서 울려퍼지자, 자비니와 안토니 그리고 다섯의 병사들이 일제히 호수의 흐릿한 해저 속으로 헤엄쳐들어갔다. 그 작은 분대에서 유일한 그리핀도르였던 패르바티가, 문득 고개를 돌리더니 남은 부대원들에게 활기차게 손을 흔들어보이고는 이내 자비니를 뒤따라갔다; 얼마 안가, 스콧과 매트도 비슷한 행동을 했다. 나머지는 그저 말없이 가라앉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그렝니저 장군은 목구멍에 걸린 근심걱정을 애써 삼켰다. 하나로 뭉쳐 최대한 많은 적들을 길동무로 삼는다는 작전 대신 부대를 나눠버렸기에, 모 아니면 도인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자비니가 그녀에게 말하길, 그 어떤 군대라도 승리를 점칠 수 있는 마땅한 계략이 없으면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선샤인은 그저 자신만의 승리를 위해 계략을 꾸밀 것이 아니라, 다른 두 군대들에게 본인들이 확실한 승리를 점했다고 뒤늦을 때까지 착각을 하게 만들어야 했다.
어니와 론은 여전히 충격을 먹은 듯 했다. 수잔은 멀어져가는 병사들을 계산적인 눈빛으로 응시했다. 햇살로 찬란하게 빛나는 호수의 수면 바로 밑에서 그녀의 남은 병사들은, 그저 황망하다는 듯이 제복에 햇빛을 비추며 하염없이 둥둥 떠다녔다.
“이제 어떻게 하지?” 론이 물었다.
“이제 기다려야지,” 모든 병력이 들을 수 있게 헤르미온느가 크게 말했다. 입에 물이 가득찬 상태로 말하는 건 굉장히 기묘한 기분이었다, 마치 저녁식사 자리에서 굉장히 큰 무례함을 저지르며 그와 동시에 침을 흘리는 듯한 감각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전원이 제거되겠지만, 드래곤과 카오스가 조여오고 있는 이상 그건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어. 우린 그저 최대한 많은 적군을 길동무로 데려가면 돼.”
“나한테 계획이 있어,” 선샤인 병사…한나가 말했다, 물 속에 있으니 목소리를 식별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복잡하지만, 드래곤과 카오스를 교란시켜 서로 싸우게 할 방법이 있어─”
“나도야!” 페이가 외쳤다. “나한테도 계획이 있어! 그러니까, 실은 네빌 롱바텀이 우리 편이었는데─”
“네빌하고 대화를 했다고?” 어니가 물었다. “아니야, 네빌하고 말한 건 나─”
사방에서 “아니, 잠깐만, 롱바텀을 포섭한 건 나라고” 라는 말이 터져나오자, 다프네 그린그래스와 자비니와 함께 가지 않은 몇몇 슬리데린들이 배를 부여잡고 포복절도했다.
헤르미온느는 그저 힘없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소란이 멎자 헤르미온느가 비로소 말했다, “이제 이해가 가? 너희들의 계략은 전부 카오스 군단이나, 몇 개는 드래곤들에 의해 의도된 거야. 정말 해리나 말포이를 배신하려고 한 애들은 자비니나 내게 먼저 왔지, 너희들에게 가지 않았다고. 너희들의 비밀 작전에 대한 구상을 서로 비교만 해봐도 쉽게 드러날 사실이야.” 그녀가 비록 자비니만큼의 뛰어난 전략가는 아니었찌만 부관들의 보고는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그것이 바로 퀴렐 교수가 그녀를 장군으로 추대한 이유였다. “그러니 제발 적들이 왔을 때 쓸데없이 계략을 시도하려고 하진 말고, 그냥 싸우기만 해, 부탁이니까. 알았지?”
“하지만,” 충격과 공포가 석인 어조로 어니가 말했다, “네빌은 후플푸프라고! 그런 녀석이 우리 모두를 속여넘겼단 말이야?”
다프네가 숨이 넘어갈 기세로 웃어재끼며 아예 물 속에서 뒤집어져버렸다.
“솔직히, 나도 이젠 롱바텀이 뭔지 모르겠어,” 론이 음울하게 말했다, “하지만 해리 포터의 마수가 영향을 끼친 이상, 더 이상 후플푸프는 아닌 것 같아.”
“맞아,” 수잔이 말을 이었다, “나도 직접 물어봤는데, 네빌은 자기가 카오스 후플푸프로 거듭났다고 말했어, 그게 말이 돼?”
“어찌됐든,” 헤르미온느가 크게 말했다. “첩자로 의심되는 애들은 모두 자비니가 끌고 갔으니까, 적어도 우리 부대에서는 앞으로 서로 의심할 필요는 없을거야, 내 생각에는.”
“안토니가 첩자였다고?” 론이 경악성을 터뜨렸다.
“패르바티가 첩자였다고?” 한나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당연하지,” 다프네가 눈알을 굴렸다. “패르바티는 온 몸에서 간첩의 냄새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고, 아마 나중에 간첩 남편을 만나서 간첩들을 낳아 잘 먹고 잘 살겠지.”
그 순간 징소리의 음파가 물 속에서 울려퍼지며, 선샤인이 2점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선포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징소리가 세 번 연속 울리며, 드래곤이 1점을 잃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배신자들은 장군을 향해 쏠 수 없다. 12월의 첫째 전투에서 세 장군들 전부가 전투 시작하고 1분 만에 모조리 배신당해 제거되어버린 대참사 이후에 만들어진 규칙이었다. 하지만….
“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크레이브 군이 낮잠 자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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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로 나뉜 물고기 떼 마냥, 부대의 헤엄에는 거침이 없었다.
네빌 롱바텀은 차분하고 정확하게 두 발을 박찼다. 언제나 가는 방향으로 잠수를 하는 건 기본이었다. 적군에게는 언제나 최소의 정보만을 제공해야 하기에, 가급적 머리나 발을 앞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고로 언제나 머리를 밑으로 향해 잠수를 하는 것이고, 적군은 항상 고지에서 맞이해야 한다.
모든 카오스 군단원들이 그러하듯이, 네빌 또한 헤엄을 치는 와중에도 머리를 움직이며 사방팔방을 일사분란하게 살피고 있었다. 선샤인 병사들의 습격을 대비해 살피는 것뿐만이 아니라, 언제라도 지팡이를 치켜들어 배신할지 모르는 카오스 군단원들의 동태 또한 주시하는 것이다. 보통 배신자들은 혼전 속에서 몰래 거동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른 징소리에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였다.
…사실을 말하자면, 네빌은 조금 슬펐다. 11월 당시 그는 단결된 군대의 병사였던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고 도와주는 훈훈한 광경이 펼쳐졌었지만, 현재는 배신의 칼날을 두려워하며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카오스 장군에게는 더 재밌을지 모르지만, 네빌은 이러한 상황을 그닥 재밌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수면과 선샤인을 향해 점차 접근하자, 중력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위’라고 알려진 방향이 서서히 밝아왔다.
“지팡이 전개,” 카오스 장군이 조용하게 읊조렸다.
네빌의 분대가 지팡이를 꺼내고, 더욱 더 주위를 분주하게 살펴보며 적군을 향해 겨냥했다. 만약 서니 배신자들이 섞여 있다면, 그들이 움직일 시간이 곧 도래한다.
또다른 물고기 떼, 즉 드래곤 군대도 마찬가지로 지팡이를 겨누었다.
“지금이다!” 멀찍히 떨어진 드래곤 장군의 목소리가 외쳤다.
“지금이다!” 카오스 장군이 외쳤다.
“선샤인을 위하여!” 두 군대의 병력이 일제히 외치며, 호수의 밑바닥을 향해 돌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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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호수 옆에 설치된 화면을 바라보던 미네르바가 자기도 모르게 외치자, 곧이어 곳곳에서 연쇄적으로 의문섞인 웅성거림이 터져나왔다; 첫번째 전투에서 그랬듯이, 호그와트 전교생과 전 교직원들이 이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퀴렐 교수는 메마르게 웃고 있었다. “제가 경고했잖습니까, 교장님. 그 어떤 규칙이라고 하더라도 포터 군은 미세한 틈을 찾아 파고들 거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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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소중한 시간, 47명의 병사들이 그녀의 17명을 향해 쇄도하는 광경에, 헤르미온느의 사고는 표백되어갔다.
어째서….
그리고 모든 조각이 짜맞추어졌다.
본래 선샤인의 소속인 병사가 선샤인으로 소속을 바꾼 병사에게 적중당할 시, 그녀는 1점을 잃게 된다. 다시 말해 두 명의 선샤인 병사가 어느 쪽이든지 적군에게 제거당한다면, 두 적군 모두 그녀의 점수에 2점이나 가까워지게 된다, 즉 점수 쟁탈을 공유하고 있는 것. 그리고 선샤인의 이름을 외치지 않은 병사가 다른 병사들 적중시켰을 때, 혼란 속에서도 그 징소리는 뚜렷하게 들릴 것이다….
문득 헤르미온느는 자비니가 두 군대가 선샤인을 공격할 동안 그들 사이에 내분을 일으켜 교란을 시킨다는 뻔한 계략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허나 역시 울적하기 그지없었다. 승리할 확률이 점차 낮아지고 좁혀지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뼈저리게 다가왔다.
아직도 헤르미온느의 병사들 대다수는 당황하며 혼란스러워했지만, 몇 명은 깨달음이 찾아왔는지 서서히 공포에 가득찬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아니, 문제없어,” 수잔 본즈가 단호하게 말했다. 선샤인 부관을 향해 수십의 시선이 향했다. “우리의 임무는 바뀐게 없어, 여전히 최대한 많은 적군을 길동무로 삼아 데려가는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비니가 첩자들을 모두 데려갔잖아! 적어도 저들처럼 아군을 의심의 눈초리로 볼 필요는 없다고!” 웃음짓는 그녀의 말에 동화되었는지, 헤르미온느를 포함해 병사들이 안도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11월의 경우와는 완전히 틀려. 우린 그저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최선을 다해 싸우며, 서로에게 등을 맡기면─”
다프네가 그녀를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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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신에게는 피를!” 카오스의 네빌이 소름끼치는 귀곡성을 흩뿌렸지만, 수중전 답게 오히려 ‘부글 부블에부는 부를!” 정도로 튀어나왔다.
다급하게 회전한 위즐리 대위가 네빌을 향해 지팡이를 들고 발사했다. 허나 현재 네빌은 고지에서 그를 향해 잠수하고 있는 형태, 고로 작은 심플 실드만으로도 그의 전신은 안전하게 보호되었다; 적어도 ‘서니’ 론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를 적중시킬 수가 없다.
위즐리 대위가 결연하게 얼굴을 굳히더니, 발을 박차며 떨어지는 네빌을 향해 정면으로 치솟아 ‘콘테고’의 주문을 읊조렸다, 비록 물 속에서 육안으로는 포착할 수 없지만, 그의 주변에 보호막이 전개되었으리라.
두 정예들이 금방이라도 서로를 두조각으로 갈라놓을 듯이, 마치 활에서 사출된 화살처럼 격전지를 향해 쇄도했다. 지난 날의 전투에서 곧잘 맞닥뜨려 숙명의 결투를 하고는 했지만, 이 한 번의 격돌로 최후의 승자가 가려질 것이다.
(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호숫가에서, 수백 명의 관중들이 호흡을 멈춘 채 유심히 화면을 지켜보았다.)
“무지개와 유니콘을 위해!” 선샤인 대위가 포효했다.
“천 마리의 새끼를 밴 숲의 검은 산양!”
“새나라의 어린이답게 숙제나 쳐하라고!”
가깝게, 더 가깝게. 두 정예들은 거침없이 서로를 향해 돌격했다. 먼저 등을 돌리는 자는 무방비 상태의 옆을 노출시켜 적중당할 것이 분명하고, 그렇다고 이대로 가다간 충돌할 터….
적군과 서로를 맞이하는 순간. 그 어느 누구도 결코 멈추지 않는, 마치 못을 내려찍는 망치와도 같은 그 찰나의 시간….
“필살기, 혼돈의 왜곡!”
네빌은 부양 마법에 사로잡힌 위즐리 대위가 두 눈을 크게 뜨는 광경을 승리감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전투 시작 전, 이미 임상실험을 했고 충분한 효과를 보았다; 해리가 추측했던 대로, 물 속에서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는 하나의 훌륭한 살상 무기로 거듭나는 것이다.
“저주한다, 롱바텀 이 개자식아!” 론 위즐리가 비명을 질렀다, “그 유치한 필살기들이 없으면 싸우지도 못하는 비겁─”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서서히 수면으로 상승하는 선샤인 대위의 옆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고, 네빌은 멋들어지게 회전하며 망설임 없이 그의 다리 부분을 명중시켰다.
“정정당당하게는 싸우지 않아,” 축 늘어진 론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네빌이 말했다.
“나는 해리 포터처럼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