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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효율적 시장가설




“세계 정복이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무식하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세계 최적화’가 더 세련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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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더미 같은 금색의 갈레온. 무더기로 쌓여있는 은색의 시클. 언덕을 이루고 있는 동색의 크넛.

해리는 입을 떡 벌린채 가문의 금고 앞에서 어벙하게 서 있었다. 오만가지 질문들이 끊임없이 솟아올랐지만, 그중 뭘 먼저 물어보아야 할지 조차 난감했다.

금고 문의 가장자리에서 맥고나걸은 다리가 풀린 듯이 자연스럽게 벽에 기대고 있는 해리를 응시했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자기 키만한 금전앞에 떡하니 놓이는 순간 대부분의 인간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조차 잊어버릴 테니까.

“이 동전들, 순수한 금속으로만 만들어진 건가요?” 마침내 해리가 말했다.

“뭐?”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도깨비, 그립훅이 사납게 반응했다. “포터 에반스-베레스 씨, 당신은 지금 그린고트의 명예를 시험하고 있는 겁니까?”

“아니요.” 멍하니 해리가 중얼거렸다. “전혀 아닙니다, 오해를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단지 마법세계의 금융제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기에, 갈레온이 순수 금으로만 구성되어있는지 궁금해서요.”

“물론입니다.” 그립훅이 말했다.

“그럼 아무나 소지할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철저하게 독점판매 되어 주조차익을 남기는 건가요?”

“뭐?” 전혀 이해가 안간듯, 맥고나걸이 멍하게 말했다.

그립훅이 그 날카로운 이빨을 훤히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도깨비들의 것이 아닌 돈을 믿을리가 없죠!”

“그러니까 말하자면.” 해리가 말했다. “이 동전들의 가치는 이것들을 구성하고 있는 금속들의 가치와 한 치의 차이점도 없다는 뜻이군요?”

그립훅은 해리를 주시했다. 맥고나걸은 어벙한 얼굴이었다.

“예를 들어, 만약 제가 1톤 가량의 은을 들고 왔다고 치죠. 그럼 전 그 은으로 같은 1톤 분량의 시클들을 그 대가로 받을수 있는 건가요?”

“소량의 사례만 주신다면 말이죠, ​포​터​-​에​반​스​-​베​레​스​ 씨.” 도깨비는 반짝이는 눈빛을 해리에게 보냈다. “소량의 사례만 있다면. 하지만 그만큼의 은을 도대체 어디서 공급할것인지 궁금하군요? 혹시…‘현자의 돌’에 손을 대겠다는 생각은 아니겠지요?”

“그립훅!” 맥고나걸이 쏘아붙였다.

“현자의 돌이요?” 명백히 혼란에 빠진듯한 해리가 물었다.

“아니, 아무래도 아닌 것 같군요.” 긴장해서인지 경직되어 있던 도깨비는 안심했는지 몸을 느슨하게 풀었다.

“그저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해리가 말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럼…그 ‘소량의 사례’라는 것은 정확히 얼마를 말하는 거지요? 전체 분량의 1할 정도?”

그립훅의 눈이 일렁거렸다. “그건 제 상관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문제….”

“그린고트의 명예를 걸고 넘어지지 않을 테니, 예상하는 분량을 말씀해주세요.”

“총 분량의 5 퍼센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립훅 씨.”

그러니까 결국 마법세계의 경제는 ‘머글’들의 그것과는 천지차이일뿐만 아니라, 재정거래는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네. 마법세계의 경제보다 더욱 더 거대한 ‘머글’들의 경제는 금과 은의 환전이 매우 활발하기에, 머글들의 금-은 비율이 17 시클-1 갈레온에서 5 퍼센트 정도만 오차가 나도 금이나 은 둘 중 하나는 마법세계의 경제에서 완벽하게 증발해 환율을 지킬래야 지켜나갈수 없는 사태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몇 톤 가량의 은을 가져와, 시클로 바꾸고(5 퍼센트를 낸 다음), 시클을 갈레온으로 환전한 다음, 금을 머글들의 세계로 가져가, 그것들과 은을 바꾸어 다시 마법세계로 돌아오고 무한히 순환 작업을 반복하면 어머나, 백만장자가 탄생하는군.

현재 머글 사회에서 금-은 비율이 1:50 정도 되지 않았나? 뭐 50이 아니라고 해도 결단코 17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얼핏 보기에도 시클은 갈레온 보다 작은 크기였다.

허나, 해리는 금전이 금고 안에 있는 것도 모자라 수십마리의 용들에게 철저히 보안되고 있는 기이한 은행 안에 서있었다. 그것도 돈이 필요할때마다 언제든지 금고를 방문해 돈을 빼갈 수 있는 그런 은행에 말이다. 이런 비효율적인 거래시장에서 재정거래를 해 이익을 남길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그는 돈이 썩어날 정도로 있었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이 조잡스러운 시장에 대해서 뭔가 신랄한 비판을 해주고픈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하지만 정말 슬픈 일은, 그들의 방법이 더 효율적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뭐 그럼에도, 수완 좋은 투자자가 이 세계에 대해 알게 된다면, 일주일 내에 전 마법세계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으리라고 해리는 확신했다. 해리는 그 망상을 돈이 바닥났을때나, 한 주가 통째로 비게 되는 날이 올때까지 뇌내 구석에 고이 모셔두기로 했다.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는 금의 산맥은 충분히 해리의 학용품을 떼우고도 남을 듯 했다.

해리는 앞으로 전진해 고개를 숙이고는, 갈레온을 한손으로 퍼서 다른 손에다가 담기 시작했다.

그 개수가 스무개를 넘어서자, 맥고나걸이 헛기침을 했다. “내 생각엔 학용품을 사는 데엔 그 정도가 충분할 듯 싶구나.”

“음?” 정신이 잠시 출장중이던 해리는 듣지도 않고 말했다. “잠깐만요. 지금 ‘페르미의 계산법’을 응용중이니까요.”

“페르 뭐?” 알게 모르게 경계심이 섞인 어조로 맥고나걸이 말했다.

“수학의 일종이예요, ‘엔리코 페르미’라는 사람이 만든. 암산으로 빠르게 계산하는 방법인데….”

스무개의 갈레온은 아마 10 킬로그램 정도 나가겠지? 그리고 금이 아마, 킬로그램 당 일만 영국 파운드 정도 되었나? 그러니까 갈레온 당 대충 50 영국 파운드 정도 나가는군…그리고 저 갈레온으로 구성된 언덕들을 눈대중으로 추정하건데 60개의 금전 만큼 높고 각 측면 당 20개 만큼 넓고, 피라미드 구조니까, 정육면체의 1/3 정도 된다. 언덕 당 팔천 개의 갈레온 정도가 있고, 5개 정도의 언덕이 존재하니까, 총 4만 갈레온, 바꿔 말해 2백만 영국 파운드 정도구나.

나쁘지 않은데. 해리는 만족스러워 하면서도 씁쓸하게 웃었다. 불행한 것은 자신은 생전 처음 보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마법의 세계를 탐구하는 데에 열중하던 중이었고, 페르미의 계산법에 의하면 얼핏 잡아 몇억배는 단조로운, 백만장자로 향하는 세계를 탐구하는 것에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고작 1 파운드를 벌기 위해 잔디를 깎는 일은 앞으로 절대로 없을 거야.

해리는 금의 언덕에서 몸을 돌려 맥고나걸과 대면했다. “실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여쭙겠습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제가 알기론 저희 부모님은 돌아가셨을 때 아직 20대 중후반 이셨던 것으로 압니다. 마법세계에선 그 나이대의 부부가 이 정도 액수의 돈을 소지하고 있는 것이 정상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커피 한잔의 가격은 5천 파운드도 넘을 것이다. 경제에 관한 가장 첫번째의 법칙: 돈은 먹을 수 없다.

맥고나걸은 고개를 저었다. “네 아버지는 유서 깊은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 였단다 포터. 그리고 또 하나는….” 맥고나걸이 주저했다. “이 중 얼마는 ‘그 사람’에 걸려 있던 현상금일 확률이 높단다. 그 자를 죽이…” 그녀는 그 단어를 애써 삼켰다. “쓰러뜨린 자에게 보상되도록 말이야. 혹시 모르지, 아직도 그 현상금이 지불되지 않았을지도. 정확한 건 모른단다.”

“흥미롭군요.” 해리가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즉, 어떤 의미로 볼 때, 이 돈은 제 것이군요. 다시 말해, 제가 번 돈일수도 있다는 거죠. 그 경위를 제가 기억하던 못하던 간에.” 해리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바지를 리드미컬하게 두드렸다. “그 사실이 곧 이 돈의 몇 할을 개인적인 활동에 쓰게 될 것이라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덜게 해주는 군요! 잠깐만, 그리 패닉하지 마세요 맥고나걸 교수님!”

“포터! 넌 아직 미성년자이고, 그에 준하는 합리적인 액수만을 금고에서 꺼낼 것을─”

“제 몸은 ‘합리’ 그 자체로 되어 있어요! 국고 절약과 충동구매에 대한 조절에 통달한 상태라구요! 하지만 여기로 오는 길에 합리적이고, 성인적으로 반드시 구매해야 마땅한 모종의 물건들을 발견한게 문제죠….”

해리는 맥고나걸의 시선을 정면으로 주시하자, 맥고나걸도 그에 응하듯 살을 에는 듯한 대치가 이루어졌다.

“가령?” 마침내 맥고나걸이 말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량을 수납할 수 있는 트렁크라거나?”

맥고나걸의 얼굴이 깐깐하게 굳었다. “그건 정말 비싼 물품이다 포터!”

“알아요, 하지만─” 해리가 애원조로 말했다. “제가 어른이 되었을때는 필요할게 분명해요. 그리고 지금도 살 만한 형편은 되구요. 나중에 사는 것 보다는 지금 사서 당장 사용하는 게 더 이치에 맞아요, 안그래요? 돈이 지출되는 건 어차피 똑같으니까요. 제 말은, 되도록이면 안에 개별적인 공간들이 많고, 훗날 더 좋은 트렁크를 사지 않아도 될 정도의 최신 걸로….” 희망에 찬 어조로 해리가 말했다.

그럼에도 맥고나걸의 시선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그 트렁크 안에 수납하고 다닌단 말이냐 포터?”

“책이요.”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맥고나걸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 물건이 존재한다고 조금 더 일찍 알려주셨으면 좋았잖아요! 그리고 제가 그것을 살 여유가 된다는 것도요! 덕분에 호그와트에서 저만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저와 우리 아빠는 장장 이틀 동안 옛날 교과서들을 찾아 미친듯이 서점을 뺑뺑이 돌게 되었잖아요? 아, 소량의 공상 과학 소설 세트도 괜찮겠네요, 만약 제대로 흥정만 할 수 있다면. 아니면, 교수님에게도 빌려드릴까요? 그것을 위해선 저에게 그 트렁크를─”

“포터! 넌 지금 날 매수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네에? 아니예요! 전혀 그런게 아니예요! 제 말은, 제가 가지고 간 책들 중 일부는 호그와트에 남아도 상관없어요, 만약 그 책들이 도서관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된다면. 가능한 한 싸게 살 예정이니까, 그저 제 주위 어디든지 그 책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으로 사람을 매수하는건 허용되죠 교수님? 그건 우리─”

“가훈이겠지.”

“그렇죠, 정답입니다.”

맥고나걸은 몸을 축 늘어뜨렸다. “분하고, 또한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네 논리에는 허점을 찾아볼수가 없구나. 금고에서 백 갈레온을 더해도 좋다 포터. 훗날 난 내가 내린 이 결정을 분명 후회하게 되겠지만, 그냥 허용 하련다.”

“바로 그 정신이예요! 그리고 ‘모크가죽 주머니’가 제가 생각하는 그 용도로 쓰이는 건가요?”

“트렁크 만은 못하단다.” 어느 순간 아예 말을 편하게 놓아버린 맥고나걸이 말했다. “하지만 모크가죽 주머니는 ‘회수 마법’과 ‘은밀 확장 마법’이 걸려 있어 주인이 열기 전까지는 물건들은 안전하게 보관할수 있지.”

“그렇군요, 그것도 저에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예요. 로망이 흘러넘치는 벨트잖아요! 온갖 것들이 다 튀어나오는 배트맨의 벨트 처럼! 스위스 군대의 군용 나이프가 뭐야, 세트 전체를 간편하게 들고 다닐수 있는 거잖습니까! 아니면 다른 마법 용품들이나! 아니면 책들! 제가 읽고 있던 책들 중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세개의 책들을 넣어 항시 상비 해놓고 다닐 수 있잖아요! 더 이상 책을 찾기 위해 제 인생의 1분 조차 소비 하지 않아도 되요! 어때요 맥고나걸 교수님? 이 정도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구매라고 보는데요?”

“항복이다. 10 갈레온을 더해도 좋다.”

그립훅은 존경과 언뜻 애정마저 느껴지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예비 군자금도 안 될건 없겠죠, 교수님이 아까 말했던 것처럼. 상점가를 지나치며 주머니에 넣어둘 만한 유용한 물건들을 본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지나치게 행동하지 말아라 포터!”

“이런, 하지만 교수님, 왜 이제와서 제재를 가하는건가요? 오늘은 제가 마법세계를 생전 처음 경험한 아주 경사스러운 날인데요! 그렇게 고리타분 하게 얼굴을 굳히는 것 대신, 저 처럼 선량한 어린 아이가 영국을 나락으로 몰아가던 악의 마법사를 해치우고 마땅한 권리를 얻은 돈의 일부로 원하는 장난감들을 사며 행복하게 웃음 짓는 것을 바라보며, 한때 나도 저랬었지, 같은 자애로운 생각을 하며 학창시절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지을 수도 있잖아요? 딱히 교수님을 은혜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가지 장난감에 비하면 새발의 피잖아요?”

“이 놈.” 맥고나걸이 으르렁거렸다. 마치 악귀의 형상이 재림한 듯한 그녀의 얼굴에 해리는 작게 신음성을 내뱉으며 뒷걸음질 치다가 그만 발에 채이는 금전의 산에 걸려 넘어져버렸고, 금색의 둔덕에 파묻혀버렸다. 그립훅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제 생각으로는 제가 지금 당장 포터 씨를 영원히 이 금고에 가둬버린다면, 전 영국 마법세계에서 영웅으로 추앙받게 되어도 이상할게 없을 것 같군요.”

그리고 그들은 별 다른 문제 없이 그린고트에서 나왔다.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전화의 모에스러움은 어디 팔아먹고 세계정복을 꿈꾸는 어둠의 마왕 지망생 해리 포터 군.

2. 몸은 합리로 이루어져 있는 해리.

3.. 관광하려다 역관광당한 모에한 맥고나걸 교수님.

4.. 마법세계의 치명적인(?) 오류, 그것은 바로 경제 시스템.

뭐 그건 제쳐두고, 다음 화는 정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팬픽 읽다가 너무 웃어서 눈물 흘린건 처음이었죠.

그리고, 제 뜰에도 이미 있지만 번역할만한 영어 팬픽 추천 받습니다. 아무래도 저도 읽어보고 싶고 번역 하는것도 의외로 재미가 쏠쏠해서요.

다음화부터, 폭풍같은 용량의 시작입니다. 무려 66kb 라는 미친듯한 폭격이었죠. 개인적으로 번역하는데 지옥이 펼쳐졌고, 이와 비슷한 용량으로 '72'화까지 연재되어 있다는 것에 상큼한 충격을 먹었죠(재보진 않았지만 총 용량이 1500kb는 당연히 넘길거고 연재 시작한지 1년 정도밖에 안되었으니, 해리 포터 전권의 분량을 1년안에 찍어내신 미친 작가라는 겁니다).

뭐 아무튼, 해리 포터가 세계정복을 하는 그날까지 응원해주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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