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 귀인 오류
“헤르미온느, 걘 아직 11살이야.”
“너도 마찬가지잖아.”
“나는 예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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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크 가게’는 ‘다이애건 앨리’의 교차로에 있는 ‘신비한 마법의 장갑’ 가게의 뒤에 존재하는 채소 가게의 뒤에 있는 작은(귀여울 정도로) 가게다. 안타깝게도, 해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가게 주인은 현기가 흘러나오는 신비한 노마법사가 아닌, 노란색의 망토를 두른 긴장된 기색이 역력한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현재 ‘은밀 확장 마법’과 ‘늘어나는 주머니 입구’가 자랑거리지만 총 부피는 한정되어 있는 ‘슈퍼 모크가죽 주머니 QX31’을 들고 있었다.
해리는 맥고나걸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이지만, 가장 처음 이 가게에 오기 위해 전심전력으로 그녀를 설득했었다. 당장 그 주머니에 넣어야 하는 물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맥고나걸의 허락 하에 그린고트에서 갈무리 한 ‘갈레온 가방’은 아니었다. 뒷걸음질 치다가 금의 언덕에 넘어지고 말았을 때 얼떨결에 주머니 속에 잔뜩 들어가 버린 갈레온들 때문이다. 그건 정말 고의가 아닌 사고였지만, 굴러들어온 기회를 차버릴 정도로 해리는 어리석지 않았다…거의 즉흥적인 면이 강했지만 말이다. 주머니 속에 갈레온이 굴러온 직후 해리는 곧바로 ‘갈레온 가방’ 또한 그 주머니에 넣어, 설령 짤그랑 거리는 심상찮은 소리가 나더라도 가방에서 나는 것이라고 속일 수 있게끔 해놓았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이 여분의 갈레온들을 들키지 않고 모크가죽 주머니에 넣는 것이다. 분명 갈레온의 소유물은 그에게 있었지만, 허락 받지 않고 훔친 것이나 마찬가지다…자체적으로 훔친 것인가? 아니면 자동적으로 훔쳐버린 것인가? 어느쪽이든지 결코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은 것은 아니다.
해리는 ‘슈퍼 모크가죽 주머니 QX31’ 이 진열되어 있는 카운터를 응시했다. “저기, 이거 좀 시험해봐도 되나요? 신뢰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완벽하게 작동 되는지.” 그는 일부로 눈을 동그랗게 떠 남자아이 본연의 순진함과, 장난스러움을 과시했다.
과연, 갈레온 가방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손을 주머니에 넣어 “갈레온 가방”이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반복한지 10번 정도 지나자, 맥고나걸이 흥미를 잃었는지 해리에게서 시선을 때 가게에 진열된 다른 상품들을 살펴보는 것에 열중했고, 가게 주인도 그녀가 혹시 무언가를 마음에 들어할까봐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해리는 모크가죽 주머니에 왼손으로 갈레온 가방을 넣은 다음, 바지 주머니에 있던 오른손으로 여분의 갈레온들을 꺼내 모크가죽 주머니에 넣은 다음, “갈레온 가방”이라는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원래의 가방을 회수했다. 그리고 다시 왼손에는 가방을 들어 주머니로 투척했고, 바지 주머니 속에 있던 오른손은 다시 갈레온들을 꺼내….
맥고나걸이 그를 잠깐 돌아보았지만, 해리는 동작을 멈추거나 움찔거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그 결과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유머감각이 있는 어른들의 의중을 어떻게 꿰뚫어 보겠느냐. 총 3번의 반복 행동으로 해리는 모든 갈레온을 집어넣을 수 있었고, 얼핏 계산해본 결과 30 갈레온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여분의 30 갈레온, 분명 나쁘지는 않다.
해리는 이마에서 땀을 훔치며 일어나 숨을 들이쉬었다. “이걸로 주세요.”
15 갈레온의 무게를 잃었지만(마법 지팡이 보다 두배 정도는 비쌌다), ‘슈퍼 모크가죽 주머니 QX31’ 만큼의 무게를 되찾은 해리는 맥고나걸과 함께 가게를 나섰다. 가게의 문이 그들의 안녕을 위해 손을 이상한 모양으로 만들며 흔들자, 어쩐지 거북한 느낌에 해리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정말, 해리 포터인가?”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도 깨닫지 못한것인지, 늙은 노인이 중얼거렸다. “설마 거짓말은 아니겠지? 나는 단지 네가 ‘살인 저주’에서 살아남지 못했기에 지금껏 발견되지 못한거라는 소문만을 들어서….”
…맥고나걸의 변장 주문은 아무래도 숙련된 마법사들에게는 별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해리 포터?’ 라는 말을 듣자 마자 곧바로 반응해 해리의 어깨를 잡아 이끈 맥고나걸이었지만, 그 늙은 노인 외에는 아무도 그들에게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아 안도했다.
해리는 그 질문에 대해서 주의깊게 생각해보았다. 그는 정녕 해리 포터인가? “전 단지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말해준 것들 밖에 알지 못해요.” 해리가 말했다. “제가 태어났을 때 기억이 날리도 없고.” 머리를 쓸어넘기며 해리가 이마를 긁적였다. “제가 기억하는 한 전 이 흉터를 달고 다녔고, 제 이름이 해리 포터 였다는 것밖에는 알지 못해요. 그러나,” 해리가 골똘히 생각하며 말했다. “만약 음모론을 펼치기 위한 충분한 상정이 존재한다면, 마법세계의 고아 한명을 골라 키우면서 자신을 ‘해리 포터’라고 믿게 하기 위해 세뇌를 시키면 안된다는 법은─”
너무나도 피곤한지 맥고나걸은 이마를 짚었다. “넌 네 아버지 제임스가 호그와트의 입학생일때의 얼굴을 빼다박았지만, 눈만큼은 어머니 릴리를 닮았다. 하지만 네 성격만 따지고 본다면 너는 ‘그리핀도르의 재앙’의 혈육임이 분명함을 난 단 한 마디도 부정하지 못하겠구나.”
“흠, 맥고나걸 교수님이 작당하고 절 속이는 것일 수도 있죠.”
“아니,” 노인이 몸을 떨며 말했다. “그녀 말이 맞다네. 자네는 자네 어머니의 눈을 가졌어.”
“흐으음,” 해리가 인상을 썼다. “영감님도 절 속이고 있는 것일 수도….”
“이만 됐다 포터.” 맥고나걸이 말했다.
노인은 애타게 손을 뻗어 해리를 만지려고 노력했지만, 이내 축 늘어뜨렸다. “난 그저 네가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고맙구나.” 그가 중얼거렸다. “고맙네 해리 포터. 자네한 한 행동에 대해 난 깊은 경외를 표하네…그럼, 이만.”
그리고 그는 그의 지팡이를 다리 삼아, 다이애건 앨리의 중앙 도로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아갔다.
맥고나걸은 우울하면서도 긴장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행동에 해리도 마찬가지로 행동했다. 그러나 샛길은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듯 했으며, 다이애건 앨리로 향하는 길에도 재빠르게 갈 길을 가는 행인 들만이 보일 뿐이다.
마침내 맥고나걸이 긴장을 풀었다. “그리 좋게 끝나지만은 않았구나.” 그녀가 낮게 말했다. “이런 일에 익숙치 않다는 것은 알지만 해리, 사람들은 너에게 신경을 쓰고 있단다. 제발 그들을 상냥하게 대해주렴.”
해리는 그의 신발만을 바라보았다. “그럼 안돼요.” 일말의 비통함과 함께 그가 말했다. “제 말은, 저를 그렇게 신경써주는 거 말이예요.”
“넌 그들을 ‘그 사람’에게서부터 구해냈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어떻게 그들이 널 신경쓰지 않을 수 있겠니?”
해리는 맥고나걸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설령 제가 여기서 ‘기본적 귀인 오류’라는 말을 해도, 교수님은 제 말을 한 개도 이해 못하시겠죠?”
맥고나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 못하겠지. 그래도 말해보렴.”
“그러니까…” 머글들의 과학을 조금이라도 가르치기 위해 해리는 머리를 굴렸다. “만약 교수님이 교수님의 직장 동료가 책상을 발로 차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해요. 교수님은 분명 ‘저 사람 정말 성질 나쁘구나’, 라는 생각을 하시겠죠. 하지만 그 직장동료는 오늘 그가 직장으로 향하던 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그를 벽에 쳐박고 고함을 지르던 것을 회상하고 있었어요. 그는 아마 ‘누구나 그런 취급을 받으면 화를 내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겠죠. 우리들은 누군가를 바라볼 때 그들의 행동을 그들의 성향으로 귀결하지만, 자기 자신의 행동을 볼때는 상황적인 요소들에게만 귀결하죠. 우리는 타인의 인생 그 자체를 파악하지 못해요. 우리는 그들이 어떠한 행동을 행하는 것만을 파악할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들의 성향을 판단하는 거예요. 보통 이럴 경우 그 고정관념은 평새을 가죠. 쉽게 말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있겠네요.”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몇가지 실험들 또한 행해졌지만, 해리는 그것 마저 설명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맥고나걸의 눈썹이 포물선을 그렸다. “이해는 가는 것 같구나…”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니?”
해리는 샛길의 벽을 자신의 발에 통증이 올 정도로 강하게 차고 또 찼다. “사람들은 제가 무슨 ‘빛의 성스러운 전사’이기에 자신들을 ‘그 사람’에게서 구원해준 줄 알고 있어요.”
“어둠의 마왕을 물리칠 힘을 가진 자가 오리라….” 아이러니 마저 느껴지는 맥고나걸의 중얼거림이었지만, 애석하게도 해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합니다.” 신경질적으로 해리가 짜증스럽게 긍정했다. “마치 제가 ‘반(反)어둠의 마왕 마법에 걸렸기에 ‘그 사람’을 해치울 수 있었다는 것처럼 말이예요. 전 그때 15개월 전후의 아기였어요!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지만, 제가 추측하컨데, 어떠한 환경적 작용이 있었을 것이 분명해요. 물론 제 ‘성향’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요소죠. 그들은 ‘저’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고, 저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고, 온갖 기상천외한 변명들을 늘어놓으며 저와 악수를 나누고 싶어해요.” 해리는 잠시 멈추고, 맥고나걸을 바라보았다. “그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겁니까?”
“너를 만나고 난 이후로…” 맥고나걸이 말했다. “한가지 추측이 내 뇌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구나.”
“그래요? 뭔데요?”
“네가 어둠의 마왕을 무찌를수 있었던 건 네가 그 보다 더 지독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죽음보다 더 끔찍했기에 ‘살인 저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라는 추측이지.”
“하. 하. 하.” 해리는 다시 한번 벽을 강하게 깠다.
맥고나걸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말킨 부인의 가게에 가도록 하자꾸나. 네 머글 차림이 이목을 끄는 것 같다.”
옷가게로 향하는 동안 그들은 두 명의 해리 팬클럽들을 마주쳐야만 했다.
맥고나걸은 ‘말킨 부인의 망토 가게’의 문 앞에서 멈추었다. 가게는 정말 단조로운 색상으로 되어 있었는데, 붉은색의 평범한 벽돌로 이루어진 전체적인 구조와 검은색의 망토들을 비추는 창문이 다였다. 빛이 나거나 색을 바꾸거나 빙글빙글 돌거나 살인 광선을 뿜어내는 망토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검은색 망토…적어도 창 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말이다. 정문은 활짝 열려있어서, 감출 것 아무것도 없고 숨길 필요도 없다는 것을 나타냈다.
“네가 망토를 맞추는 동안 나는 어디 조금 볼일 이 있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혼자서 괜찮겠니?”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열정적으로 옷을 탐하며 쇼핑을 하는 것을 무엇보다 증오했고, 맥고나걸도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몰래 안도했다.
맥고나걸이 그의 이마를 지팡이로 살짝 두드렸다. “말킨 부인이 완벽하게 치수를 재려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니, 변장 마법을 해제해주마.”
“어어…” 해리가 불안하게 말했다. 그건 조금 걱정되는 일이다.
“나는 호그와트에 말킨 부인과 같이 다녔단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내가 아는 인물들 중 가장 침착하고 차분한 인물이었지. 설령 ‘그 사람’이 옷가게 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머리카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게다.” 맥고나걸의 어조에는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다. “말킨 부인은 널 귀찮게 하지 않을거다. 그리고 적어도 옷 치수를 재는 동안은 그 누구도 방해할수 없게 할 거다.”
“교수님은 어디가시나요?” 해리가 물었다. “그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알아둬야 할 듯 해서요.”
맥고나걸은 굉장히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해리에게 쏘았다. “저기에 있을 거란다.” 그녀는 건널목에 있는, 나무로 이루어진 가게, 술집을 가리켰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걸 파는 곳이지. 넌 망토의 치수만 재러 가는 곳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알겠니? 조금 있다 돌아 왔을때 난 화염에 타오르고 있거나 무너져 내린 말킨 부인의 가게를 발견하고 싶지 않으니까.”
말킨 부인은 굉장히 바빠보이는 인상의 늙은 여인이었는데, 과연 해리의 이마에 새겨진 흉터를 보고도 아무말 하지 않앟고, 오히려 그것에 대해 무언가 말을 하려던 여조수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잠재웠다. 그녀는 치수를 재기 위한 물건인듯, 마치 살아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옷조각들을 꺼내어 해리에게 맞추기 시작했다.
옆에 가만히 서 있는 창백한 피부에 멋진 백금발의 머리칼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아이 또한 비슷한 과정을 지나가고 있었다. 말킨 부인의 두 조수 중 한명이 조심스럽게 백금발 아이의 체크무늬 망토를 지팡이를 휘둘러 줄였다가 늘였다가 주의깊게 살피고 있었다.
“안녕.” 남자아이가 말했다. “너도 호그와트니?”
그 말을 듣자마자 해리는 이 대화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순식간에 판단했고, 지금까지 겪었던 그 고역과 짜증들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경이로운 속도로 머리를 굴렸다.
“하느님 맙소사.” 경악한듯이 해리가 중얼거렸다. “아니, 그럴리는 없어.” 그가 눈동자를 큼지막하게 떴다. “혹시…존함이 어떻게?”
“드레이코 말포이.” 드레이코 말포이가 조금 당황하며 말했다.
“정말 당신이군요! 드레이코 말포이 님! 이…이렇게 영광스러울 때가!” 그 순간 해리는 자기 의사 하에 마음대로 눈물을 흘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 이맘때쯤이면 모두들 감격의 눈물을 왈칵 쏟아내던데 말이다.
“어….” 여전히 황당한 표정의 드레이코가 말했다. 그리곤 입술을 비뜰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주제를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니 기분이 좋군.”
말킨 부인의 조수 중 흉터로 해리의 정체를 알아챈 듯한 조수가 목이 턱 막히는 듯한 소리를 냈다.
해리는 계속해서 주절거렸다. “황송스럽기 이를 때 없습니다 말포이 님. 정말 감격스럽군요. 게다가 같은 해에 호그와트에 입학하다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까지 합니다.”
이런. 마지막은 조금 어색했다. 마치 말포이에게 작업을 거는 것 같지 않은가.
“그리고 나도 우리 ‘말포이 가문’이 받아 마땅할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쁘네.” 위대한 왕이나 보일 법한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드레이코는 마치 거지 중 상거지에게 하대를 하듯이 말했다.
그러니까…빌어먹을, 다음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지 해리는 생각해두지 않았다. 뭐, 그의 경험으로 판단했을때 모두들 ‘해리 포터’와 한번만이라도 악수를 하고 싶었으니까─ “제가 망토를 다 맞추고 나면, 황공하오나 저와 악수를 나누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 경사스러운 날, 아니 달, 아니 제 인생 최고의 경험이 될 겁니다!”
말포이는 대신 그를 노려보았다. “자네는 너무 지나친 보은을 원하는 것 같군! 도대체 자네가 우리 ‘말포이 가문’을 위해 무엇을 했길래 그러한 부탁을 하는가?”
앞으로 나와 악수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이 레퍼토리를 써먹어야 겠다. 해리는 연신 굽신거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아뇨, 아뇨, 이해합니다. 물의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차라리 말포이 님의 구두를 닦아드리는 것이 더 영광스러울 것 같군요.”
“물론이지.” 말포이가 단호하게 말햇다. 그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밝아져 있었다. “하지만 자네의 부탁도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되네. 헌데, 자네는 자네가 어떤 기숙사에 배정될 것 같은가? 나야 물론 우리 가문의 전통과 아버지 ‘루시우스 말포이’를 이어 ‘슬리데린’에 들어갈 테지만. 내 생각에 자네는 아마 ‘후플푸프’이나, ‘집요정’에 배정될 것 같군.”
해리는 헤프게 웃었다. “맥고나걸 교수님의 말씀으로는 전 그녀가 지금껏 보거나 역사의 인물 중 가장 ‘래번클로’ 답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그 ‘로웨나 래번클로’ 보다요, 그게 무슨 뜻이던 간에. 제 머리에 씌워진 ‘마법의 분류 모자’가 비명을 지르며 발광을 하지 않는한 전 반드시 래번클로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호오.” 조금 감탄한 듯한 말포이가 말하더니, 이내 힘없이 한숨을 쉬었다. “자네의 아부 실력은 정말 대단했어. 아마 슬리데린에 와도 대활약을 할거야. 보통 이런 아부를 받는 사람은 우리 아버지 밖에 없지. 호그와트에 가서도 다른 슬리데린들이 나한테 이렇게 비굴할 정도로 충성심을 보이면 좋겠는데…이미 이 모양 이 꼴을 봐서는, 걱정 안해도 될 것 같군.”
그 순간 해리가 헛기침을 했다. “미안해. 솔직히 말하자면, 난 네가 어디서 뭐 하는 놈인지 전혀 몰라.”
“이런 젠장할!” 말포이가 분노마저 섞인 실망감을 토해냈다. “그럼 도대체 왜 그렇게 군 건데?” 말포이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어째서 ‘말포이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지? 그리고 네가 입고 있는 그 옷은 또 뭐야? 설마 부모가 머글이니?”
“우리 부모님은 돌아가셨어.” 욱씬거리는 가슴을 무시하며 해리가 말했다. “우리 양부모님이 머글이야, 그들이 나를 키워주셨어.”
“뭐?” 말포이가 말했다. “너 누구야?”
“해리 포터. 만나서 반가워.”
“해리 포터?” 말포이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설마 그─” 그리고 그는 숨을 삼켰다.
거북할 정도로 조용한 정적이 장내를 휘감았다.
그리고 흥분마저 느껴지는 열광과 함께 말포이가 외쳤다. “해리 포터? ‘그’ 해리 포터? 이럴수가, 옛날부터 단 한번만이라도 널 만나보고 싶었어!”
말포이의 치수를 재던 조수가 필사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질식하는 것 같은 기묘한 소리를 내면서도, 체크무늬 망토를 벗기기 위해 그의 팔을 올리기 시작했다.
“입 닥쳐 말포이.” 해리가 권유했다.
“사인 좀 박아줘도 될까? 아니 잠깐만 ─ 일단 같이 사진부터 찍자!”
“닥쳐닥쳐닥쳐.”
“난 단지 널 만났다는 사실이 형거할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울 뿐이야!”
“아예 나가 죽어버려.”
“하지만 넌 해리 포터잖아, 마법세계를 구한 고귀한 구원자, 어둠의 마왕을 물리친 자! 우리 모두의 영웅, 해리 포터! 나도 어른이 되면 너 처럼 되서 ‘어둠의 마왕’을 물리치고 싶─”
드레이코 말포이가 대화를 중간에서 잘라먹었다. 그의 얼굴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로 얼룩져 있었다.
키가 크고 백발에 호리호리한, 냉막한 인상의 남자가 검은색의 망토를 입고 우아하게 서 있었다. 한 손으로는 지팡이의 은색 손잡이를 잡고 있었는데, 단지 그것만으로도 그 지팡이는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 것 같이 잘 벼려진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다. 그의 눈은 장내를 마치 사형 집행인 처럼 무기질적으로 둘러보았다. 그에게 있어 살인은 전혀 두렵지 않고, 암묵적으로 금한 것도 아닌, 하루의 일과 처럼 숨쉬듯이 자연스러운 행동. 남자의 인상은 다름 아닌 ‘절대적인 완벽함’이었다.
바로 그런 남자가, 활짝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온 것이다.
“드레이코,” 낮고 분노어린 목소리로 남자가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1초도 안되는 기간이라고 해도 한순간이나마 새파랗게 질린 드레이코 말포이를 동정했던 해리는, 그를 구하기 위해 재빠르게 계략을 짜냈다.
“루시우스 말포이!” 해리 포터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 ‘루시우스 말포이’?!”
말킨 부인의 조수 중 한명은 아예 고개를 돌려 벽 쪽을 바라보았다.
냉정하고, 살기어린 눈동자가 그를 반겼다. “해리 포터.”
“정말, 정말 만나뵈어서 감격스럽습니다!”
그 검은색 눈동자가 일순 놀라움으로 커지며, 죽여버릴 듯한 인상을 삽시간에 바꾸어버렸다.
“말포이 님의 아드님이 부던히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자기 입에서 어떤 망발이 튀어나오는지도 모르는 채 해리는 될수 있는한 빠르게 나불댔다. “물론 그러지 않아도 전 이미 말포이 님에 대해서 전부 알고 있었죠,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걸요, 그 ‘위대한’ 루시우스 말포이! 슬리데린 기숙사의 가장 고결한 직함을 입상한 수상자! 말포이 님이 슬리데린 기숙사 출신이라는 것을 듣고 저도 슬리데린 에 들어가볼까, 하고 생각 중─”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포터?!” 반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맥고나걸이 가게 안으로 뛰쳐오는 것과 동시에 울렸다.
그녀의 얼굴이 경악이라는 감정 그 자체로 가득차 있자, 해리는 변명을 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지만 순간 할 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입을 다물었다.
“맥고나걸 교수님!!” 드레이코 말포이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정말 교수님 이신가요? 교수님에 대해서는 저희 아버지에게서 부터 부던히도 많이 들었어요! 전 현재 제가 어떻게 하면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배정받을수 있을 지 생각 중 ─”
“뭣이라고?” 루시우스 말포이와 맥고나걸 고수님이 완벽하게 일체되어 외쳤다. 그들의 머리가 서로를 바라보기 위해 동시에 머리를 홱 돌렸다가, 다시 일체화된 동작으로 서로를 외면했다.
말포이가 루시우스에게 멱살을 잡히고 강제로 가게 밖으로 끌려 나가는 순간에서조차,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움직일 생각도 못했다.
장내에 정적이 찾아왔다.
본능적으로 맥고나걸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와인 잔을 내려다보았다. 그 혼란통에 어느 순간 잊고 말았는지 비스듬하게 잡혀 있어, 아주 소량의 와인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맥고나걸은 말킨 부인에게 접근해, 그녀와 정면으로 대면할때가 되어서야 멈추었다.
“말킨 부인.” 지극히 차분한 목소리로, 맥고나걸이 물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말킨 부인이 맥고나걸과 약 4초 가량 마주보다가, 이내 빵 터졌다. 벽에 기대어 숨소리가 넘어갈듯이 하늘을 날려버릴 듯한 기세로 대소하는 그녀의 행동에 자극을 받았는지, 그녀의 조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바닥에 엎어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박장대소를 해댔다.
맥고나걸은 더 이상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인상으로 해리에게 돌아섰다. “난 널 단지 5분 동안 내버려두었다. 단지 5분 말이다 포터, 내 시계에 의하면.”
“전 그저 농담을 좀 했을 뿐이예요.” 반 미쳐가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 발광의 웃음 소리를 배경 삼아, 해리가 변명했다.
“드레이코 말포이가 그의 아버지 앞에서 ‘그리핀도르’에 배정 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단지 농담을 치는 것만으로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어!” 맥고나걸이 씩씩거리며 격노했다. “‘망토를 맞추거라’ 라는 말 중 도대체 어느 부분이 네게 ‘이 세상을 혼돈의 나락으로 빠뜨려주십시오’ 라는 소리로 들렸단 말이냐!!”
“그건 상황의 맥락으로 봤을 때 내면적인 의미가─”
“아니, 제발 설명하지 말거라. 난 이곳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 절대로 알고 싶지 않단다. 이 세상에는 내가 알아선 안 될 진실들이 있고, 이것도 그 중 하나다. 어떠한 혼돈스러운 악마가 네 안에 기생하고 있던지 간에, 그건 전염되는 게 분명해. 난 그 불쌍한 드레이코 말포이나, 불쌍한 말킨 부인, 혹은 그녀의 불쌍한 두 조수처럼 전락하고 싶지 않단다.”
해리는 한숨을 쉬었다. 맥고나걸 교수님이 ‘합리적인 변명’을 들을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했다. 벽에 기댄체 아예 숨이 넘어가버린 말킨 부인과, 아예 바닥을 구르며 사지를 펄럭거리며 폭소하고 있는 두 조수를 잠시 바라보다가, 해리는 말했다.
“아직 망토의 치수를 다 재지 못했어요.” 해리가 부드럽게 말했다. “돌아가서 한잔 더 하시는 게 어떠세요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