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의 “여파” 부분은 이야기의 일부이며, 오마케가 아닙니다.
교수님의 하루가 비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하나요? 저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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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사람들은 ‘다이애건 앨리’에 그들의 첫번째 여행이 끝난 후에서야 시도를 했을 것이다.
“원소 79의 가방,” 모크가죽 주머니에서 빈 손을 거두며 해리가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자신의 지팡이를 받은 후에서야 시도를 했을 것이다.
“‘오카네’ 의 가방,” 해리가 말하자, 금이 가득 담긴 가방이 그의 손 안으로 빨려들어왔다.
해리는 가방을 회수 한다음 모크가죽 주머니에 다시 던져넣었다. 그리곤 그는 손을 꺼내고, 다시 넣으며 중얼거렸다. “경제 교류의 핵심이 담긴 가방.” 이번에는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무엇을 숨기랴, 해리 포터의 손아귀에 마법 물품이 들어온 것이다. 기다릴 이유가 있는가?
“맥고나걸 교수님.” 해리는 그의 옆에서 멍하니 그의 행동을 바라보던 마녀를 향해 물었다. “제가 모르는 두 개의 단어, 즉 다른 언어로 ‘금’을 뜻하는 단어와 그것과 전혀 상관 없는 단어 하나를 주실 수 있으세요? 그 중 뭐가 뭔지 저에게 절대로 알려주지 않고요.”
“‘아하바’와 ‘자하브’.” 맥고나걸이 말했다. “‘히브리어’ 지. 그 중 하나는 ‘사랑’이라는 단어란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아하바’의 가방.” 손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자하브’의 가방.” 해리가 읊조리자 가방이 손으로 튀어올랐다.
“‘자하브’가 금을 뜻하는 단어인가요?” 해리가 물어보자 맥고나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는 실험을 실천하며 수집한 정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지 노력이라는 노동 중 가장 원초적이고 단조롭기 이를 대 없는 노동이지만, 한 개의 결론에 도달하는 것에는 충분했다.
“갸아아아아악!! 전혀 이해가 안돼!”
옆의 마녀가 눈썹을 치켜떴다. “무슨 일 있니 포터?”
“지금 까지 제가 생각해낸 가설들이 싸그리 오류로 판명났어요! 어떻게 ‘115개 갈레온의 가방’은 괜찮은데 ’90 더하기 25개 갈레온의 가방’은 못알아 듣는 건가요? 셈은 할 수 있지만 더하기는 불가능 하다고요? 명사를 이해할 수 있지만 완전히 같은 명사를 뜻하는 문구는 이해를 못한다고요? 이 물건을 만든 사람은 아마 일본어를 할 줄 몰랐을 것이고, 전 히브리어를 구사할 줄 모르니까, 이 물건은 제작자의 지식을 토대로 작동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제 지식을 토대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예요─” 해리는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 “얼핏 보기에는 규칙적이고 일관성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구요! 최고의 인공 지능 프로그래머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슈퍼 컴퓨터에게 35년 동안 노력해도 시도해볼 수 조차 없었던 ‘자연적 언어 이해’와 ‘음성 인식’을 탑재한 주머니가 도대체 어떤 원리로 존재하는 것인지는 아예 물어보고 싶지도 않아요!” 해리가 헐떡이며 숨을 골랐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마법.” 맥고나걸 교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건 단지 단어에 불과해요! 교수님이 그렇게 말해봤자 제가 또다른 예측을 할 수 있을리가 없어요! 그건 ‘플로지스톤’이나 ‘생명의 비약’ 아니면 ‘위기’ 또는 ‘복잡한’ 같은 걸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맥고나걸 교수가 소리내어 웃었다. “하지만 포터, 그건 정말 마법이란다.”
해리가 축 늘어졌다. “존경하는 맥고나걸 교수님, 실례하오나 교수님은 제가 여기서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하신 것 같군요.”
“존경하는 포터 군, 나도 내가 이해를 못한다는 것은 인정한단다─허나 이건 그냥 추측일 뿐이다만─내가 생각하기엔 넌 세계 정복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구나?”
“아니예요! 아니 정답─아니 무슨 소릴, 아니라구요!”
“네가 그 질문을 망설였다는 사실 그 자체에 난 경계를 해야 할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납득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해리는 우울하게 1956년 인공 지능에 대한 의논이 열렸던 ‘다트머스 회의’를 떠올렸다. 그것은 ‘인공 지능’에 대한 논제로 인해 열린 역사상 처음의 회의였다. 그곳에서 과학자들은 컴퓨터들이 학습, 언어의 이해능력, 스스로를 개선하는 능력들에 대한 핵심적인 문제성들을 거론했다. 그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10 명 남짓의 우수한 과학자들이 두 달 가량의 기간동안 진심으로 노력을 한다면, 상당한 진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니,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말아라. 난 이제 막 마법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뿐이야. 두 달동안 어떠한 진보를 이룰 수 있을 지 없을 지 알지도 못해.
“교수님은 정말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거론하거나 과학적으로 실험을 실행한 마법사들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으신가요?” 해리가 다시 한번 물었다. 그에게는 문제점들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허나 그렇게 말해도 머글 과학자들은 ‘과학적 방법’이란 것이 만들어지고 난 후에도 4살 짜리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조사할 때까지 대략 200년 이상이 걸렸다. 그러한 사실들은 18 세기에 발견될 수 있었을 정도로 정말 쉬운 실험이었지만 정작 사람들은 20 세기가 당도하고 나서야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기에 머글들의 세계보다 더욱 규모가 작은 마법세계가 ‘회수 마법’에 대해 아무런 조사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해리는 매도할수 없었다.
짐짓 입술을 깨물던 맥고나걸 교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는 ‘과학적인 실험’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짐작이 가질 않는 구나 포터. 내가 말했듯이, 난 머글 출신의 학생들이 호그와트 내에서 머글들의 과학기기 들을 작동시키기 위해 시도해보는 것과, 매년 새로운 마법들과 마법약들을 만들어 내는 것만을 보아왔을 뿐이다.”
해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과학 기술은 ‘과학’과는 전혀 틀린 의미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시도를 하는 것도 ‘일관성’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하는 것과는 전혀 동일하지 않아요.” 비행기를 발명하기 위해 ‘날개 달린 무언가’를 구조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풍동’을 구축 한 사람들은 ‘라이트 형제’ 밖에 없었다…. “음, 호그와트는 매년 몇 명 정도의 머글 출신 학생들을 받나요?”
맥고나걸은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10명 안팍 정도 되겠구나.”
해리는 헛디디며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질뻔했다. “10명 이라구요?”
머글들의 세계는 집계하자면 대략 60억 명 정도의 인구로 이루어져 있다. 만약 ‘나’라는 존재가 백만분의 일에 속한다면, 나랑 비슷한 존재는 뉴욕에 12명이 있고 중국에 천 명 가량 정도가 더 있는 셈이다. 머글들의 사회에서 미적분을 풀 줄 아는 11살의 아이가 나타난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 해리 또한 그러한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 세계에 얼마든지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수학 대회에서 신동들 또한 수없이 목격했다. 사실을 토로하자면, 해리는 그러한 대회에서 다른 이들에게 무참히 져 버린 적도 수두룩했다. 그러나 해리는 그런 이들은 하루 종일 수학 문제만 풀며 평생 공상 과학 소설을 읽은 적도 없는, ‘수학’이라는 정해져 있는 개념만을 공부한 나머지 창의성이 제로라서 사춘기 이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폐인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단지 그들이 이긴게 배 아팠을 뿐이다).
하지만 마법세계 에서는….
단지 10명의, 머글 세계에서의 공부를 11살에 뗀 학생들만이 존재한다? 맥고나걸이 선입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녀의 말로는 호그와트는 마법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크고 유서 깊은 학교라고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17살 까지 밖에 지원되지 않는 교육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맥고나걸 교수는 고양이로 변신하는 것에 대한 모든 사항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과학적 방법’에 대한 것은 말 그대로 ‘무지’하다. 그녀에게 과학적 방법은 그저 머글들의 마법일 뿐이다. 게다가 맥고나걸 교수는 ‘언어 이해 능력’과 ‘회수 마법’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 따위는 손톱의 때 만큼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단 두가지의 가능성 만을 남길 뿐이다.
첫번째 가능성: 마법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불투명하며, 그 의미조차 파악할수 없는 미지의 학문이기에 마법사와 마녀들 조차 아무리 노력해보아도 이해 자체가 불가능해 이해를 자세한 의미 파악을 포기해버린지 오래고, 해리 또한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과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굳게 다짐하며 해리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지만, 다이애건 앨리를 의미심장하게 메아리 치기는커녕 귀엽기 그지없는 ‘뿌득’ 소리만 났을 뿐이다.
두번째 가능성: 세계 정복이 가능하다.
지금 당장은 무리지만, 언젠가는.
세계 정복 같은 것들은 분명 두 달 보다는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머글의 과학도 갈릴레오의 발견 이후 바로 다음 날에 달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함지박 만하게 환하게 벌려지는 입가를 다물지 못했다.
해리는 항상 ‘신동이었으나 어른이 되고 평범하게 변해버린’ 이들처럼 될까봐 늘 두려움에 떨었었다. 대게 그러한 이들은 아무런 업적도 달성하지 못해 평범하게 되어버린 것 뿐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계속 천재성을 유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위업을 달성하는 이는 손에 꼽을 뿐이다. 아인슈타인 만큼 똑똑했던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들이 유명해지지 않은 이유는 그 ‘명예’를 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한 것 뿐이다. 바로 생각하기 위한 ‘문제’다.
넌 이제 내꺼야, 다이애건 앨리의 상가와 진열된 물품들, 그리고 가게주인들과 손님들을 음흉하게 바라보며 해리가 생각했다. 영국 마법세계, 아니 마법세계 그 자체; 그리고 머글 과학자들이 거의 이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세계여, 나 해리 제임스 포터-에반스-베레스가 이 영토를 과학의 이름 하에 취하노라.
이맘때쯤 휘몰아쳐야할 천둥과 번개가 등장할 타이밍을 완벽하게 놓쳐버리고 말았다.
“무엇을 향해 그리 미소 짓고 있니?” 맥고나걸이 힘없이, 축 쳐진채 말했다.
“제가 의미심장한 결론에 도달했을 때마다 배경에 번개가 번쩍이는 효과가 있는 마법이 존재하는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훗날 그가 세계를 정복하고 교과서에 실렸을 때 이 의미심장한 결론이 잘못 기재 되지 않게 그 결론을 두뇌 속에 고이 모셔두던 해리가 설명했다.
“그 결론에 대해 내가 무엇이든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맥고나걸이 한숨을 쉬었다.
“그 생각을 터뜨려버리세요. 오오, 멋지다!” 머릿속으로 세계 정복의 자세한 구상을 우겨넣으며 해리가 공개 진열가판이 있는 상점으로 뛰어가자, 맥고나걸이 그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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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마법약 재료들과 가마솥, 그리고 ‘무한의 주머니’(일명 회수 마법과 은밀 확장 마법, 그리고 늘어나는 입구가 부착된 슈퍼 모크가죽 QX31)에 들어갈 만한 몇가지 물품들을 더 구매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해리는 어째서 맥고나걸이 그토록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현재 해리는 다이애건 앨리의 도보를 바라보고 있는 상점 안에 있었다. 상점은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비스듬하게 있는 나무 진열대에 물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 어떠한 방범장치도 없이 희미한 회색의 빛만이 주위를 돌고 있었고 젊은 여점원이 통상 마녀의 그것과는 틀린, 무릎과 팔꿈치를 훤히 드러내는 짧은 망토를 입고 있었다.
해리는 마법세계에서 ‘구급약 키트’와 비슷한 용도로 보이는 ‘구급 힐링 키트 플러스’를 살펴 보고 있었다. 팩 안에는 두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혈액 손실을 느리게 하고 충격을 방지해주는 ‘안정화의 마법약’과 최대 3분 동안 혈액의 산소를 유지시켜주며 중독을 대비해 신체를 통한 독약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혈액순환을 대폭 느리게 해주는 용도의 ‘액체 화염’ 비슷한게 주사기와 함께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고통을 일시적으로 둔화시켜주는 하얀색의 붕대 같은 것도 존재했다. 그것과 동봉된, 초콜릿 냄새가 나는 ‘디멘터 노출 약’ 이나 사용법(콧구멍에 쑤셔박아라)과 함께 있는, 작게 진동하는 알 처럼 보이는 ‘배플스내플 카운터’ 라는, 해리로써는 이해하기를 완벽하게 포기해버린 물품도 있었다.
“5 갈레온 치고는 지나치게 좋은 구매라고 생각 안하세요, 맥고나걸 교수님?” 10대 정도로 보이는 여점원의 열렬한 동조와 함께 해리가 맥고나걸에게 물었다.
해리는 분명 맥고나걸이 그의 탁월한 준비성과 분별력에 감탄을 연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 대신이라고는 뭣하나, 그는 맥고나걸에게서부터 ‘악의의 눈빛’을 받았다.
“도대체 왜,” 더 이상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하며 맥고나걸이 말했다. “구급 키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마법약 가게에서의 해프닝 이후로 맥고나걸은 ‘포터’ 라는 말 자체를 꺼려하고 있었다.)
해리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필요할 것이라고는 생각 안해요! 그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무슨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니?”
해리의 눈동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졌다. “교수님은 제가 구급 키트가 필요한 이유가 위험한 짓을 저지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맥고나걸의 눈빛에 서려있는 의심과 아이러니한 불신이 충분한 답이 되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해리가 말했다. “제가 ‘중량 감소 약’과 ‘아가미 풀’, 그리고 ‘음식과 물의 알약’을 샀을 때도 그렇게 생각하셨던 겁니까?”
“부정하진 못하겠구나.”
경악하며 해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제가 무슨 계획을 획책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셨길래요?”
“모른단다.” 맥고나걸이 우울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몇 톤의 은을 그린고트로 가져가는 행위나, 세계 정복으로 끝을 맺을거라고 난 확신 한단다.”
“세계 정복은 너무 무식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세계 최적화’라고 부르고 있죠.”
그 말은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맥고나걸을 전혀 위로해주지 못했다.
“허.” 그녀가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은 해리가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군요 교수님. 교수님은 정말 제가 위험한 짓을 저지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그래.”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결론에 도달한 겁니까? 실례지만 맥고나걸 교수님, 교수님은 도대체 어떠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건가요?”
“그리핀도르.” 맥고나걸이 침을 뱉듯이 말했다. 그 단어는 심연의 나락과도 같이 음울했으며 희망이란 희망은 모조리 앗아가는 듯 했다.
“맥고나걸 교감님.” 해리가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 “맹세하컨데 저는 절대로 그리핀도르에 들어가지 않겠─”
그 즉시 맥고나걸이 만약 해리가 그리핀도르에 배정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모자를 죽여버리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이를 부득 부득 갈자, 해리는 ‘모자’ 라는 단어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그러겠거니 하며 넘어갔다. 그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세일즈 걸은 무슨 연유에선지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발작 상태에 들어간 것 같았다.
“─저는 래번클로에 들어 갈 겁니다. 제가 위험한 행동을 할것이라고 예상하셨다면, 교수님은 아직 절 잘 모르는 겁니다. 저는 위험을 무엇보다 증오해요, 무섭잖아요. 저는 분별력이 있고, 조심성 있게 행동하고 있어요. 보이지 않는 미래를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잖아요. 저희 부모님이 말씀하길, 준비하라! 보이 스카우트의 행진곡이죠. 준비하라! 인생이라는 이름의 도로를 행군하라! 긴장 하지 말아라, 두려워 하지 말아라 ─ 준비하라!”
(사실 해리의 부모님은 ‘톰 래러’의 행진곡 중 유독 이 부분만 자주 열창했기에, 해리는 그 외의 가사는 단 한 개도 몰랐다.)
그 말에 맥고나걸이 조금 누그러졌지만, 해리가 ‘래번클로’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안도한것일 뿐 아직 전혀 설득 되지 않았다. “이런 구급 키트를 준비해야 될 정도의 사건이 어떻게 일어난단 말이니?”
“음, 만약에 제 학우 중 한명이 끔찍한 괴물에 당하고, 제가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를 살리기 위해 구급 키트가 없는 모크가죽 주머니를 뒤지고 있을 때, 그녀는 저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겠죠, ‘왜 이런 상황에 대한 준비를 안한 거야?’ 라고요. 그리고 그녀의 영혼은 육신을 떠나고, 눈은 저를 원망한 나머지 차마 감기지 못한채─”
그때, 해리는 여점원이 신음을 하는 것을 들었고, 그녀를 돌아보자 그녀가 입술을 질끈 깨문 채로 그를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내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상점 깊숙한 곳으로 도도도 달려갔다.
뭐…?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의 손을 부드럽고, 동시에 굳건하게 잡고는 다이애건 앨리의 중추 도로 에서 나와 두 개의 상점 사이에 있는 샛길의 막다른 골목으로 그를 이끌고 갔다.
장신의 마녀가 그녀의 지팡이를 도로를 향해 겨누고는 ‘콰이어투스’라고 나지막히 중얼거리자, 정적이 그를 잠식했고, 모든 소리로부터 그들을 차단시켰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거지….
그리고 맥고나걸은 해리에게 분노와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시선을 주었다. “다시 한번 말하겠지만 포터, 영국 마법세계는 불과 10년 전에 거대한 전쟁이 있었고, 여기 있는 모두가 소중한 이들을 잃었다. 학우가 자신의 품 속에서 죽어간다는 가설은 절대로 용납, 되지, 않는다!”
“저, 전 그럴려고 한게─” 뛰어난 상상력을 지니고 있는 해리의 목소리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불과 10년 전에야 비로소 종전이 들이닥쳤고, 그 여점원은 아마 여덟, 최대 아홉 살 정도 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 ─ “정말 죄송해요, 그건 고의가….” 말문이 막혀버린 해리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맥고나걸의 냉엄한 시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들은 벽돌이 가로막고 있는 막다른 골목에 있었고, 해리 또한 지팡이 조차 지니고 있지 않앗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이 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나도 안단다 포터.”
해리는 살며시 뒤를 바라볼 정도의 용기를 냈다. 맥고나걸 교수의 얼굴에서 격노는 눈 씻고 보아도 찾아볼수 없었다. “죄송해요,” 혐오스러움과 구토감마저 느끼며 해리가 되풀이했다.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됐어요. 그 때 교수님에게도 무슨 일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해리는 자신의 나불대는 주둥이를 아예 손으로 막아버렸다.
맥고나걸은 어딘지 슬퍼보였다. “말을 하기 전에 생각부터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겠구나 포터. 그것을 구사하지 못한다면 너는 많은 친구를 사귀지 못할거다. 수많은 래번클로가 그런 딜레마를 갖고 있었지…난 네가 그렇게 전락하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해리는 그냥 도주해버리고 싶었다. 지팡이를 꺼내서 맥고나걸의 기억을 깡그리 지워버린 다음, 그 가게 앞에서부터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네 질문에 대한 다변을 하자면,” 맥고나걸이 말했다. “아니, 그러한 일은 내게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가 얼굴을 잠시 일그러뜨렸다. “친우가 세상을 뜨며 유언을 남기는 장면은 물론 지켜봤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때도 내가 그를 지키기 못했다는 것을 저주하고 원망하며 세상을 뜨지는 않았다. 멀린의 이름에 맹세코, 도대체 무슨 마가 끼었기에 그러한 말들을 할수 있니 해리 포터? 애초에 왜 그런 생각을?”
해리의 볼을 타고 눈물이 아스라히 흘러내렸다. “죄송해요, 저는 절대로 그런 말을 하면 안되었어요, 죄송해요─”
맥고나걸이 짧게 숨을 들이켰다. “너의 그러한 마음도 잘 알고 있단다.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왜 11살 밖에 안 된 아이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사는지다. 정말로 5 갈레온 짜리 구급 키트를 15 갈레온 짜리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는 이유가, 네 학우가 죽어갈 때 저주와 원망어린 한탄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니?”
“저, 저, 저는.” 해리가 침을 삼켰다. “저는 단지 제게 일어날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항상 염두에 두는 것 뿐이예요.” 솔직히 조금 장난도 치고 있었지만 맥고나걸의 앞에서 그런 말을 할 바에야 아예 혀를 뽑아버리는 것이 나았다.
“어째서니?”
“그런 일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요!”
“포터….” 맥고나걸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한숨을 쉬며, 그녀는 해리의 옆에 무릎을 굽히고는 앉았다. “포터.”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 부드러웠다. “호그와트에 다니는 학생들을 책임지는 역할은 내 것이지, 네 것이 아니란다. 너나 다른 이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그러한 일들은 내가 용납하지 않는다. 호그와트는 영국 마법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최적의 장소이며, 병동의 폼프리 부인 또한 매우 뛰어난 마녀이며, 간호사에게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갖추고 있단다. 내가 말하컨데, 구급 키트는 절대로 필요 없어.”
“하지만 전 필요해요!” 해리가 발악하듯이 외쳤다. “그 어떤 곳이든 ‘절대적’으로 안전하진 못해요! 제 부모님이 심장마비에 걸리거나 제가 크리스마스 때 집에 갔을 때 어떤 사고에 휘말리면 ─ 폼프리 부인은 그곳에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제게는 반드시 저만을 위한 구급 키트가 필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맥고나걸이 말했다. 서서히 일어서는 그녀의 눈빛은 해리를 향한 걱정스러움과 짜증이 섞여있었다. “그런 흉측한 상상을 할 필요는 없다 포터!”
그 말을 들은 해리의 표정은 씁쓸함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필요 있다구요! 모든 것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을 상처 주는 것도 모자라 다른 이들에게마저 상처를 주게 되요!”
맥고나걸 교수는 잠시 입을 열었다가, 이내 닫았다. 콧잔등을 문지르며 그녀는 깊게 고민하는 듯 했다. “포터…내가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고 맹세한다면…뭔가,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라든지 있니?”
“무엇을요?”
“왜 네가 그런 끔찍한 재앙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지 말이다.”
해리는 그녀를 잠시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건 즉, 마땅한 계기를 제시하라는 건가. “음….” 해리가 느릿느릿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맥고나걸에게 설명을 한다고 해도, 기본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그녀가 이해할 수 있을까? “머글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항상 낙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본다고 해요, 가령 어떤 일을 끝마치는 기간이 이틀 정도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10일이 걸리고, 두 달정도 밖에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35년 이상 걸릴 수도 있죠. 학생들에게 숙제를 끝마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물어봤을 때, 그 기간동안 50%, 75%, 99% 차례로 학생들은 숙제를 끝마칠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실제로 실험을 해보았을 때 13%, 19%, 그리고 45%의 학생들만이 실제로 숙제를 그 기간안에 끝낼수 있었죠. 그 이유 또한 연구자들이 밝혀냈는데, 사람들에게 ‘최적’과 ‘보통’의 예를 물어보았을 때 사람들은 대개 ‘최적의 시나리오’만을 말한다고 해요. 즉, ‘보통의 시나리오’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모든 일들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이른바 ‘최적의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진다는 거죠. 하지만, 학생들과의 실험에서 99% 확신했던 학생들 중 45% 만이 시간 안에 끝냈던 만큼 현실에서는 그 두 개의 시나리오 만이 아닌, ‘최악의 시나리오’또한 존재합니다. 이것이 바로 ‘계획오류’라는 녀석인데, 이 것을 고치려면 자신의 예전 ‘경험’을 토대로 행동을 해야 해요. 바로 내적이 아닌 외적의 시선으로 사태를 바라본다는 거죠. 근데 그런 방법이 전혀 먹히지 않는, 이른바 ‘새로운 것’을 시도할때는, 정말, 정말, 정말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해요. 얼마나 비관적이야 하냐면은, 아무리 지독한 결과가 나타나도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다고 여길수 있게끔요. 현실에 나타나는 결과가 정말 괜찮게 여겨질 정도로 비관적이게 생각하는 건 정말로 어려워요.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서 제 학우 중 한명이 괴물에게 씹히는 우울하기 그지없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실제로 일어난 일은 생존한 ‘죽음을 먹는 자’들이 저를 죽이기 위해 학교를 침공했다거나요. 하지만 이 사태를 좀 낙관적으로 바라보자면─”
“그만해라.” 맥고나걸이 말했다.
해리는 말을 멈추었다. 그는 그래도 어둠의 마왕이 죽었기에 그가 공격할리 없다는, 형용할수 없을 정도로 다행스러운 점을 지적하려고 했던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맥고나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에게 무언가 개인적으로 두려웠던 일이 일어난적 있니?”
“저에게 개인적으로 일어난 일들은 제 주관적인 관점일 뿐입니다.” 해리가 그녀에게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주관적인 관점은 신빙성있는, 수차례 반복되고 무선 배치를 통해 실험자, 피실험자 각측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을 부여한 실험과는 억만광년 떨어져 있죠.”
맥고나걸이 무언가를 참아내듯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반복했다. “그래도, 들어보고 싶구나.” 그녀가 말했다.
“어….” 깊게 숨을 들이쉬며 해리가 말했다. “저희 집 근처에서 강도가 나타났던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빌린 프라이팬을 두 블록 옆의 이웃집에 돌려주기 위해 저에게 심부름을 시켰어요. 물론 전 강도에게 당할까봐 싫다고 했는데, 엄마는 ‘해리, 그런 소리 하지 말렴!’ 라고 했지요, 제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일어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뭐라고 설명을 하기도 전에 엄마는 제게 팬을 주셨어요. 당시 전 강도가 저를 노릴 확률이 통계적으로 0%에 가깝다는 것을 계산하지 못할 정도로 어렸지만, 단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것을 믿을 정도로 어리진 않았어요. 정말, 지독히도 무서운 경험이었죠.”
“단지 그것뿐이니?” 해리가 말을 끝맺었다고 확신한 맥고나걸이 침묵 후에 말했다. “뭔가 다른 사건이라든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들린다는 것은 저도 알아요,” 해리가 변명했다. “하지만 그 사건은 제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커다란 사건이었어요, 인생의 전환점이라든가? 어쨌든, 전 단지 제가 일어날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정도로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저희 엄마는 분명 그렇게 믿고 있었어요.” 내면속에서 조용히 활화산처럼 솟구치는 분노를 애써 삼켜내며, 해리가 이어갔다. “엄마는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어요. 전 심지어 빌기 까지 했어요, 제발 저를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위험할 수도 있다고, 그런데 엄마는 그걸 웃음으로 흘려넘겼어요. 마치 제가 우스운 농담이라도 친 것 처럼….” 해리는 심연처럼 어둡게 변색되어가는 압도적인 격노를 다시 한번 삼켜냈다. “저를 지켜주어야 할 사람들이 실제로는 모두 미쳐있다는 사실을 저는 그제사야 깨달았고, 제가 아무리 그들에게 빌어도 씨알 조차 먹히지 않는다는 것도, 그리고 그들에게 의존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더해서 깨달았죠.” 단지 호의를 보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성적으로 행동을 하는 사람만이 믿음이 가니까….
기나긴 정적이 그들을 감쌌다.
해리는 흥분된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반복했다. 울분을 토해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분노’라는 감정은 쓸모없다. 모든 부모들이 그럴것이다. 그 누구도 자신들의 어린 아들과 같은 눈높이를 맞추며 진심으로 동조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의 유전적 부모님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제정신을 가진 이들을 정신이상자들의 세계에서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을 정도로 어려우니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해리는 분노를 표출하는 자기자신을 혐오했다.
“말해주어서 고맙구나 포터.” 잠시 후에 맥고나걸이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제대로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상적으로 변해있었다(해리가 주머니로 실험을 하고 있을 때 짓고 있던 표정과 완벽하게 똑같았다).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하겠구나.” 큰 도로로 통하는 샛길을 돌아보며 그녀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어,” 해리가 말했다. “이제 구급 키트를 사러 가도 되나요?”
맥고나걸이 멈추고는, 차분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만약 내가 ‘그건 너무 비싸고, 필요 없기에 안된다’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할거니?”
해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생각하고 계시는 그대로가 일어날 겁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바로 그대로가 말이예요. 전 교수님 또한 제가 믿을 수 없는 어른 들 중 하나라고 결론을 내릴 거고, 교수님이 반대를 하든 말든 어떻게 하면 구급 키트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방도를 찾을 겁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네 보호자란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맥고나걸이 말했다. “나를 제멋대로 휘두르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
“이해합니다.” 해리는 어디까지나 차분하게 대화를 했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십가지의 반박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에게 말을 꺼내기 전에 생각부터 하라는 충고를 했었다. 내일은 그 충고를 기억 못하겠지만, 적어도 5분 정도는 기억해줄 용의가 있었다.
맥고나걸의 지팡이가 허공을 수놓자, 다이애건 앨리의 소음이 돌아왔다. “그래, 좋다.” 그녀가 말했다. “그 구급 키트를 사러 가자꾸나.”
경악한 해리가 입을 쩍 벌렸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반복하며, 해리는 서둘러 멀어져가는 그녀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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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그들이 떠났을 때와 별반 바뀌지 않았다. 낯익은 것과 낯선 물품들이 여전히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는 진열대에 놓여있었고, 회색의 기류가 여전히 그것들을 보호하고 있었으며 어린 여점원이 다시 나와있었다. 그들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여점원의 얼굴이 놀람으로 번져갔다.
“미안해.” 그들이 다가오자 곧장 그녀가 말했고, 그와 동시에 해리 또한 말했다. “좀 전의 일은 사과─”
두 명 모두 도중에 말을 자르며 서로를 주시했고, 잠시 후에 그녀가 쿡 하고 웃었다.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혼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그녀가 목소리를 줄이며 은밀스럽게 말했다. “교수님이 너무 깐깐하게 굴었다면 미안해.”
“델라!” 분개하며 맥고나걸이 말했다.
“갈레온 가방.” 해리는 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하고는, 여점원을 올려다보며 5 갈레온을 꺼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교수님이 깐깐하게 구는 건 저를 지극히 사랑하기에 그러는 거니까요.”
맥고나걸이 하등 중요치 않은 무언가를 한참 주절거리고 있는 동안 5 갈레온을 건내며 해리가 말했다. “‘구급 힐링 키트 플러스’ 하나요.”
‘늘어나는 입’이 달린 주머니가 서류 가방 만큼 큰 구급 키트를 삼키는 것을 보는데도 이제 익숙해져 있었다. 해리는 자신이 직접 모크가죽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버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졌다. 주인만이 안에서 물건을 꺼낼수 있는데, 주인이 안에 들어가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주머니가…그의 승리의 증거물을 모두 먹었을 때, 해리는 분명 ‘트름’같은 소리가 들려온 것 같다고 확신했다. 개발자가 의도적으로 마법을 건 것이 분명했다. 그것에 대한 또다른 가설은 고려하는 것 조차 너무나도 소름끼쳤다…아니, 애초에 또다른 가설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해리는 맥고나걸을 올려보았다. “이제는 어디로 가죠?”
맥고나걸은 벽돌대신 살로 이루어졌고 페인트 대신 털로 뒤덮혀있는 듯한 가게를 가리켰다. “호그와트에는 작은 애완동물들이 허용된단다, 예를 들면 부엉이를 사 편지를 보낼 수도 있지.”
“제가 편지를 보내고플 때 크넛 정도의 가격으로 학교에서 부엉이를 빌리는 것도 가능한가요?”
“물론이지.” 맥고나걸이 말했다.
“그럼 단호히 거절하겠습니다.”
맥고나걸이 주장을 펼치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런 결단을 내렸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제겐 애완용 ‘돌’이 있었어요. 죽었지만요.”
“애완동물을 잘 보살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거니?”
“잘 기를수 있어요,”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전 하루종일 녀석에게 부엉이에게 먹이를 주었는지, 혹은 제가 잊어버려 녀석이 새장 속에서 굶주리고 있는지 계속 신경써버릴 거예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없는 게 낫죠.”
“불쌍한 부엉이구나,” 맥고나걸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게 잊혀지다니. 도대체 무슨 행동을 할까.”
“음, 너무나도 굶주린 나머지 새장이나 우리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할퀴고 날고 생난리를 치겠지만, 탈출할 가능성은 없겠죠….” 해리가 말하는 도중 우뚝 하고 멈추었다.
맥고나걸이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했다.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 거니?”
“잠시만 실례할게요.” 해리는 맥고나걸의 손을 부드럽지만 강하게 쥐고는, 다시 한번 샛길로 들어갔다; 수많은 해리 포터 팬들을 피하기 위해 숙련된 일련의 행동은 물흐르듯이 흘러갔다. “그 콰이어투스 인가 뭔가 하는 것좀 걸어주세요.”
“콰이어투스.”
해리의 목소리는 주체할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 부엉이는 저를 상징하지 않아요! 제 부모님은 절대로 저를 옷장 속에 가둬두거나 굶게 내버려두지 않았고, ‘유기’에 대한 공포증도 없으며 당신의 사고방식 그 자체가 개인적으로 싫습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장신의 마녀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 사고방식이란게 뭐지, 포터?”
“교수님은 제가,” 해리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제가 ‘학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받았니?”
“절대로 아니예요!”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아냐, 절대로 아니예요! 제가 바보로 보입니까? 저는 아동 학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불필요한 폭력성 행위든 뭐든 모조리 깨닫고 있고 만일 그런 것들이 제게 일어났다면 그 즉시 경찰을 불렀을 거예요! 그리고 학교 교장님에게도 신고했겠죠! 나아가서 정부 기관들의 번호마저 전화번호부에서 찾아보았을 것이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피그 부인에게까지! 하지만 제 부모님들은 그러지 않으셨어요, 예전은 물론이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도대체 어떻게 그런 추측을 하실수가 있습니까!”
맥고나걸은 어디까지나 차분한 눈빛이었다. “학교의 교감으로써 나는 내 관리하에 있는 모든 아이들의 학대에 대한 모든 가능성들을 수사해야할 직무가 있단다.”
내면에서 끓던 분노는 소용돌이 치며 치솟아 올라 더 이상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딴 말을 절대로 아무에게나 지껄이지 마세요, 절대로! 제 말이 들립니까 맥고나걸 교수님? 그런 식으로 혐의를 제기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사람을 망가뜨릴 수도 있고 아무런 죄가 없는 가정을 완벽하게 붕괴시켜 버릴 수도 있습니다! 신문에서도 그런 사례는 얼마든지 발견되요!” 해리의 목소리가 비명처럼 카랑카랑하게 울려퍼졌다. “언론은 ‘정지’라는 단어 자체를 몰라요, 부모나 아이가 아니라고 항변해도 알아들을 리가 만무하다고요! 그런 식으로 제 가족을 위협하다니! 전 절대로 당신이 우리 집을 산산조각내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해리,” 맥고나걸이 부드럽게 말하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해리는 재빨리 뒷걸음질 치며, 팔을 휘둘러 그에게 향하던 손을 거칠게 쳐버렸다.
맥고나걸이 돌처럼 굳더니, 이내 손을 내리고는 조심스래 물러났다. “해리, 괜찮다.” 그녀가 말했다. “널 믿는다.”
“정말 그러신가요,” 혈액을 순환하는 격분을 애써 감출 필요성조차 못느낀 해리가 사납게 울었다. “아니면 당장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저에게서 어떻게든 멀어지기 위한 변명인가요?”
“해리, 나는 네 집을 보았단다. 네 가족들도 말이다. 그들은 너를 사랑하고, 너도 그들을 사랑하는 것을 분명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네가 학대를 결코 받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단다. 하지만 반드시 물어보아야 했었다, 내 경험으로는 이상한 점이 결코 한두가지가 아니었으니까.
해리는 차가운 눈초리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상한 점이라니요?”
맥고나걸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해리, 나는 학대를 받은 아이들을 호그와트에서 수도 없이 보아왔단다, 얼마나 많은지 그 수를 들으면 가슴이 찢어질게다. 만약,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면, 학대를 받은 그 아이들 처럼 행동은 안하지, 절대로. 너는 낯선 이들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사람들을 껴안아주고, 내가 네 어깨에 손을 올렸을때도 넌 움찔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씩, 넌…인생의 첫 11년을 지하실에 갖힌 채 보낸 아이 처럼 말하거나 사고, 행동하는구나. 내가 본 그 가족애가 넘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할 만한 것은 아니었어.” 맥고나걸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해리는 이 말을 받아들이며, 주도면밀하게 해석했다. 그가 제대로 된 존중을 받고 있고 가족이 위험에 처해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자, 음습한 감정이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관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실 수 있으신가요 맥고나걸 교수님?”
“없단다.”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에 무언가가 일어났었을 수도 있겠구나.”
해리는 다시 한번 분노가 치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건 그가 신문에서 읽은 붕괴된 가족들의 사연들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억압된 기억’은 모조리 사이비 과학에 불과해요!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두뇌 깊숙히 꽁쳐놓지 않아요, 오히려 지나치게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대게 평생 고통을 받는 다구요!”
“아니다 포터. ‘오블리비아테’ 라는 주문이 있단다.”
해리가 그 자리에서 굳었다. “기억을 지우는 주문이요?”
맥고나걸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건에 관련된 모든 기억은 아니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 포터.”
해리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렇게 되면 그 가설은…반박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제 부모님은 그런 걸 구사할 수 없어요!”
“못하지.” 맥고나걸이 말했다. “마법세계와 관련된 누군가가 연루되어 있을 거다. 뭐든지…확실치는 않구나, 안타깝게도.”
해리의 합리적 능력이 다시 잠에서 깨어났다. “맥고나걸 교수님, 그 관측의 확실성은 얼마나 되고, 그것에 관련된 또다른 가설을 생각해둔 바가 있습니까?”
맥고나걸이 공허하게 손바닥을 피며, 자신에게는 생각이 없다는 것을 표했다. “확신? 나는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한단다 포터. 내 생전, 포터 너와 같은 사람을 만나본 적은 맹세코 없단다. 가끔 너는 내 눈에는 도저히 11살로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인간인지 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있으니까.”
해리의 눈썹이 하늘로 치솟았다.
“미안하다!” 맥고나걸이 재빨리 말했다. “정말 미안하구나 포터. 나는 그저 한가지 주장을 펼치려고 했을 뿐인데, 내 의도와는 다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구나─”
“그러나, 맥고나걸 교수님.” 해리가 슬며시 미소지었다. “저는 그 말을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대체의 가설을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부탁한다.”
“아이들은 부모님보다 더 똑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예요,” 해리가 말했다. “혹은 더 이성적이거나요. 아마도─저희 아빠는 자기 생각을 변형시키지 않기 위해 성인의 사고를 구사하며 새로운 논리를 만드는 것을 반복하기 보다, 진심으로 저와 맞대응을 한다면 순식간에 저를 침몰시킬 수 있을 거예요.” 해리가 잠시 멈추었다. “저는 지나칠 정도로 똑똑해요, 맥고나걸 교수님. 평범한 아이들은 저와 눈높이가 틀려요. 성인들은 저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정도로 저를 존중해주지 않아요. 그리고 설사 그들이 저를 존중하여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그들이 ‘리처드 파인만’보다 지혜로울리가 만무하니 차라리 리처드 파인만이 쓴 책을 읽는게 더욱 효율적일겁니다. 저는 동떨어져 있어요, 맥고나걸 교수님. 저는 평생동안 고립되어 살아왔어요. 그 경험이 ‘지하실에 갇힌’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질 지도 모르죠. 그리고 저는 통상 아이들이 마땅히 해야 할 것처럼 부모님을 우러러보지 못해요. 부모님을 절 사랑하세요, 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제가 구사하는 합리성에 굳이 반응을 보일 정도로 의무감을 가진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가끔, 그들이 ‘어린아이’로 보일 때가 있어요…제 말을 도무지 듣지 않고 제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아이요. 너무 악독하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또한 제 자신에게 솔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제가 느낀 점은, 그래요 저 극악무도합니다. 또한 분노를 다스리는 데에 심각한 장애 또한 겪고 있죠, 그렇지만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
“이상?”
해리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끝이예요. 분명 영국 마법세계 에서도 평상적 설명은 언제나 환영받는 일이겠죠, 맥고나걸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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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늘의 해가 서서히 져가고 나서야 다이애건 앨리의 행인들은 하나 둘씩 거리를 빠져나갔다. 몇몇 가게들은 이미 영업을 중지했다; 해리와 맥고나걸은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이 문을 닫기 전에 가까스로 교과서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수점(數占)’이라는 키워드를 7학년 교과서에서 발견한 해리가 그것이 실제로는 ‘삼각법’의 수준을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 폭발한 사소한 사건을 제외하면 다소 평이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해리의 머릿속에서 손쉬운 실험방법은 이미 사라져있었다.
해리와 맥고나걸은 ‘올리밴더’의 가게에서 나오고 있었고, 해리는 그의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것을 휘둘러보았고, 오색찬란한 빛이 지팡이 끝에서 터져나왔었다. 오늘 겪은 수많은 충격들에 비하면 지극히 사소한 것이었지만, 어째서일까…
나는 마법을 할 수 있어.
내가 말이야. 나 자신이. 나는 이제 마법사라고.
그는 그 마법이 팔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평생동안 이 기분을 만끽했던 것처럼 마법은 친숙하게 다가왔다. 시각도, 청각, 미각, 후각도 아닌 마법 그 자체의 감각. 그것은 마치 태어날때부터 눈이 있었지만 항상 감겨있었기에 ‘어둠’이라는 것 조차 모른 채로 살아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개안하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것과도 같은 경험이었다. 그 커다란 여파는 그를 가득 채웠고, 세포 하나 하나를 촉진시켜 각성시켰으며, 수 초 이내에 사라져버렸다; 그가 이제는 마법사이고, 언제나, 항상,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기묘한 본능만을 남기며.
그리고─
“그 지팡이가 너를 골랐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나는 구나, 그 지팡이는 너에게 그 흉터를 준 지팡이와 형제이니까 말이다.”
그게 단지 우연일 리가 없었다. 올리밴더의 가게에는 수천개의 지팡이가 산재해있었다. 그래, 우연일 가능성도 있긴 있었다, 세계에는 60억의 인구가 존재하고 1000분의 1 확률의 우연은 매일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 ‘베이스의 정리 제 101번’에 의거한다면: 어둠의 마왕의 지팡이의 형제 지팡이를 가지는 것이 1000분의 1 확률 보다 높다는 이성적인 가설이 더 신빙성이 있었다.
맥고나걸이 그 건에 대해서 단지 ‘이상한 일’이라는 다소 허무한 감상에서 그쳤기 때문에 마법사들과 마녀들이 얼마나 자각이 없기에 이러는 건지 생각하던 해리는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 어떤 평행세계에서라도 해리는 그 ‘우연’을 듣고서도 단지 “흠”이라는 무감각한 감상과 함께 상황을 파악 하기 위해 가설조차 구축 하지 않은채 가게를 나서는 자신을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것이다.
해리는 왼손을 올리며 이마의 흉터를 매만졌다.
도대체…뭐가 뭔지….
“너는 이제 어엿한 마법사란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축하할 일이지.”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포터, 마법세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이상해요.” 해리가 일말의 주저조차 없이 말했다. “평상시의 저라면 마법에 대해서 발견한 모든 것들을 생각하고 있을겁니다…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과, 진리라고 생각했지만 거짓이라고 발겨힌 것들, 그리고 제가 이해해야만 할 남겨진 숙제들 같은 거 말이예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그런 연구가치가 있는 것들과는 달리,” 해리가 목소리를 죽였다. “‘살아남은 아이’에 대한 의문 따위가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뛰쳐나오고 있어요.” 근처에는 맥고나걸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없는 것 같았지만, 신중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맥고나걸이 헛기침을 했다. “그런 것 같니?”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단지…이상한 기분이에요. 흉악하고 잔학무도한 어둠의 마왕을 무찌르기 위한 대서사시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이미 마왕이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처럼 말이에요. 완벽하게 끝났다는 거죠. 그래, ‘프로도 배긴스’가 되었는데 실은 부모님이 이미 기억도 나지 않는 한살 베기의 자신을 모르도르의 ‘운명의 산’으로 데리고 가 ‘절대반지’를 떨궈 파괴시켜버렸다는 얘기를 들은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맥고나걸의 미소가 마치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가면 처럼 변했다.
“만약, 만약에 제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런 추앙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을 거예요. 오 이런, 해리 포터, 어둠의 마왕을 무찌르고 나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서점 주인이라고? 그거 참 놀라운 일이구나! 아, 내가 아들의 이름을 자네를 따라 지었다는 것을 아나? 이 결정을 훗날 후회하지 않았으면 참 기쁘기 그지 없겠군.”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그 서사시의 끝이 ‘열린 결말’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네요, 적어도 제가, 정말로, 어둠의 마왕을 무찌르는것에 일조했다는 실감이 나게요.”
“음?” 맥고나걸이 어색한 어조로 말했다. “어떠한 결말 말이니?”
“그래요, 가령 예로 들자면, 교수님은 저희 부모님이 배신을 당했다는 말씀을 하셨었죠. 누가 배신했죠?”
“시리우스 블랙,” 맥고나걸이 그 이름을 침을 뱉는 듯이 사납게 말했다. “그는 아즈카반에 수감되어 있다, 마법세계의 감옥이지.”
“그 시리우스 블랙이 탈옥하여 제가 그를 추적해 뭔가 휘황찬란한 결투를 통해 그를 무찌를 가능성이나, 그의 목에 막대한 현상금을 걸고 그가 잡히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오스트레일리아에 죽치고 앉아있어야 할 확률은 얼마나 되죠?”
맥고나걸이 눈을 껌벅거렸다. 두번이나. “가능성은 전무하지. 아즈카반을 탈옥한 죄수는 이제껏 한명도 없고, 그가 첫번째가 될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구나.
해리는 ‘아즈카반을 탈옥한 죄수는 이제껏 한명도 없다’는 대목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뭐 그래도, 지팡이가 있다면 정말 100% 철벽방어의 감옥을 만드는 일도 가능할 법 했다, 무엇보다 죄수에게는 지팡이가 없고 간수들은 소지하고 있으니까. 그곳에서 탈옥하는 방법은 애초에 그곳에 가지 않는 것 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좋아요,” 해리가 말했다. “그 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머리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아니면 실은 그 날 어둠의 마왕이 죽지 않았다거나 할 수도 있겠네요. 완전한 죽음이 아닌거죠. 그의 영혼은 아직도 현세를 떠돌며 사람들에게 끔찍한 악몽을 속삭인다거나, 박살낼것이라고 맹세했던 현세로 돌아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방도를 찾고 있으며, 그리고, 고대의 예언에 따라서, 어둠의 마왕과 저는 패자가 승리를 취하고 승자가 패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속박되어─”
맥고나걸이 고개를 미친듯이 돌려가며 누군가 듣고 있는 자가 있는지 죽을 기세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저 농담일 뿐이에요, 맥고나걸 교수님.”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이런, 어째서 교수님은 매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어째선지 모르지만, 해리는 가슴 속에 무겁게 가라앉는 무언가를 느꼈다.
맥고나걸은 해리를 차분한 인상으로 바라보았다. 지극히,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차분한 인상으로. 이내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물론 농담이겠지, 포터.”
오 이런, 젠장할.
만약 해리가 번개같이 무음의 두뇌 속에서 일어난 합리적 사고를 설명해야 했다면, 대충 이렇게 나올 것이 분명했다, “만약 내가 맥고나걸 교수님이 필사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위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 일련의 행동과, 내가 질나쁜 농담을 던졌을 때 그녀가 취하는 반응을 확률적으로 비교해본다면, 현재 그녀가 나에게 보이고 있는 반응은 그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때 나타나는 행동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해리가 정작 생각한 것은, ‘오 이런 젠장할’ 이었다.
해리 또한 큰 도로 쪽으로 머리를 돌리며 인적을 살폈다. 아무도 없군. “그는 죽지 않은 거군요, 그런거죠.”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포터─”
“어둠의 마왕은 살아있군요. 하, 분명히 살아있겠죠. 그 반대를 잠시나마 희망했던 제가 너무 낙관적이었던 거네요. 잠시 돌았었나봐요, 도대체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건지 알 수가 없네요. 단지 그의 육신이 다 타버린채 잿더미로 발견되었다는 누군가의 ‘증언’만을 듣고, 왜 그가 진정 죽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군요. 아직 극도의 ‘비관적주의자’가 되려면 더욱 정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포터─”
“적어도 ‘예언’같은 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주…” 맥고나걸 교수는 어디까지나, 한껏 고정된 미소를 그에게 던지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제발 농담이라고 해주세요.”
“포터, 단지 ‘예상’만으로 벌써부터 걱정하는 것은─”
“정말 저에게 그렇게 말하실 건가요? 교수님 말을 믿다가 제가 정말 걱정해야 할 때가 들이닥쳤을 때, 제가 취할 반응부터 생각해보시고 말씀해주세요.”
맥고나걸의 미소가 희미해져갔다.
해리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전 마법의 세계 전체를 분석해야 해요. 그럴 시간이 없다구요.”
그 순간, 주황색의 망토를 걸친 남자가 거리 저편에서 걸어오자 둘 모두 입을 단숨에 닫아버렸다. 맥고나걸의 눈이 은밀하게 그의 거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해리는 입가를 너무나도 세게 깨문 나머지, 그를 가까이서 살펴본다면 희미한 핏자국이 나타나는 것을 볼수 있을 정도였다.
주황색 망토의 사내가 멀찍히 떨어지자, 중얼거림과 비슷한 목소리로 해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제게 진실을 말해주실 건가요 맥고나걸 교수님?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지 마세요, 저는 그 정도로 바보가 아니니까.”
“넌 아직 11살에 불과하다 포터!” 그녀가 강하게 속삭였다.
“그리고 인간답지 않죠. 죄송해요…잠시,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네요.”
“이건 정말 극악하고 중요한 문제다 포터! 기밀 중의 기밀! 아직 어린아이인 네가 이만큼 알고 있다는 사실 조차 대참사란 말이다! 절대로 아무에게도 얘기해서는 안된다, 알겠니? 절대로, 아무에게도 말이다!”
해리가 간혹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르면, 피는 끓어오르는 대신 급속히 냉각되어 차가워졌고, 지나치게 음습한 명확성이 머리를 지배했다. 모든 가능성들과 계략을 머릿속으로 구상하며, 그것들이 나타낼 결과와 영향에 대해 철혈의 현실성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추론했다.
나는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호소한다: 실패. 맥고나걸에 따르면 11살의 꼬마가 무언가를 알아야 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알려주지 않으면 절교해버릴 테다: 실패. 그녀는 나와의 우정을 그다지 깊게 고려해보고 있지 않고 있다.
내가 알지 못하면 나는 언젠가 커다란 위험에 빠질것이라고 호소해본다: 실패. 모든 계획들은 그의 무지에 의거해 구축되어 있었다. ‘다시 한번 고려’ 라는 행위는 그가 곤경에 빠질 것이라는 확실치 않은 근거를 믿는 것보다 더욱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정의와 합리성 둘 모두 장렬히 전사했다. 이제 남아있는 선택지는, 그녀가 원하는 무언가를 뇌물로 바치거나, 그녀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행동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 뿐이었다….
오호.
“그럼, 맥고나걸 교수님.” 해리가 차가운 저음으로 말했다. “그럼 이런 건 어떤가요. 교수님이 원하신다면, 저에게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해주실수 있고, 그 보답으로 저는 그 비밀을 결코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혹은, 교수님은 저를 계속 아둔하게 내버려두어 장기말로 부린다는 선택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선택지를 고르셔도 저는 탓하지 않겠습니다”
맥고나걸은 거리에서 얼어붙은채로 꼼짝달싹을 안했다. 그녀의 눈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며 목소리가 지나치게 떨어진 나머지 사나운 울음소리 처럼 다가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어떻게 그러실 수가!” 해리가 되받아쳤다.
“나를 협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니?”
해리가 입가를 비뜰었다. “저는 호의를 베푸는 것 뿐이에요. 교수님의 소중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 기회를 드리고 있는 거죠. 만약 거절하신다면 저는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 정보를 얻을 용의가 있습니다, 교수님을 물먹이기 위한 게 아니라, 반드시 알아야만 하니까요! 아이는 반드시 복종해야 하는데 복종하지 않으니 토해내는 그 근거조차 없는 얼토당토 않은 분노는 집어치우고, 역지사지의 논리로 생각해보세요! 만약 교수님이 저라면, 어떤 기분이겠습니까?!”
해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맥고나걸을 가만히 응시했다. 문득 그녀에게 향하는 압박감을 조금 줄여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해리는 생각했다, 그녀가 진정할수 있게끔. “지금 당장 결단을 내리지 않으셔도 돼요.” 평이한 어조로 해리가 말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할수 있어요…그렇지만 한가지 경고를 해볼까 합니다,” 해리의 목소리가 다시 냉담해져갔다. “그 ‘오블리비아테’인지 뭔지를 쓸 생각은 하지 마세요. 저는 저 자신만이 알아볼수 있는 ‘신호’를 보낼 방법을 개발해냈고, 그 신호를 저에게 보낸지 오래입니다. 만약 제가 그 신호를 발견했는데 그것을 보낸 것을 기억하지 못했을때에는…” 해리가 결의에 찬 어조로 말을 흐렸다.
맥고나걸의 표정에서 감정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었다. “나…나는 결코 너의 기억을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았단다 포터…. 하지만, ‘오블리비아테’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그런 신호를 만들 생각을….”
“머글들의 공상 과학 소설을 읽을 때 구상해본거예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그리고 안돼요, 교수님에게 그 신호를 알려줄 정도로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새삼스럽게 그녀는 한층 더 늙어보였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하루는 내게 정말 피곤한 날이었단다 포터. 이제 네 트렁크를 사고, 그만 집으로 출발해도 좋겠니? 내가 생각을 정리 할때까지 오늘 나눈 대화에 대해서 발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마. 명심하거라, 이 세상에 이 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알버스 덤블도어 교장님과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님 두 분 뿐이란 것을.”
또다른 정보; 이건 평화 협정이다. 해리는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며 다시 걸어갔다.
“좋아요, 이제 불사나 다름없는 어둠의 마법사를 죽일 방법만 궁리하면 되겠군요.” 불만을 토로하며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쇼핑 하기 전에 알려주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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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가게는 지금껏 해리가 방문했던 그 어떤 가게보다 화려했다. 찬란한 커튼과 정교하게 짜여진 바닥, 잘 가공된 나무로 만들어진 벽, 그리고 가공된 상아 연단 위에 쌓인 트렁크들. 점원은 루시우스 말포이보다 고작 한단계 정도밖에 뒤쳐지지 않는 질의 망토를 입고, 해리와 맥고나걸 둘 모두를 느끼할정도의 정중함이 섞인 목소리로 반겼다.
해리는 그에게 그가 원하는 트렁크의 종류를 말했고, 무거운 나무로 만들어진, 세련되지 않았지만 따뜻하고, 근처에 있는 사람을 노려보는 문지기 용이 새겨진 트렁크를 발견했다. 또한 경량화 마법이 걸려있는 것, 명령 하에 따라 축소하는 것, 아래에서 촉수를 꺼내 주인을 향해 달려드는 것 등 종류들은 다양했다. 네개의 칸에 각각 두개의 옷장이 있으며, 그 속에 또 그 트렁크 만한 칸이 몇 개씩 존재하는 트렁크. 네개의 자물쇠가 있으며 각각 다른 공간으로 인도하는 트렁크. 그리고 ─ 가장 중요한 ─ 아랫부분에서 손잡이를 당기면 트렁크 속으로 향하는 계단이 튀어나와, 들어가보면 족히 12대의 책장을 수납하고도 남을 법한 공간이 있는 트렁크.
이런 가방을 만들 수 있다면, 집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마저 드는 해리였다.
백 하고도 여덟개의 갈레온. 질 좋고 사용된 경험이 있는 트렁크의 가격이었다. 갈레온 당 50 영국 파운드 라고 가정한다면, 중고차 한대를 장만할 가격이다. 평생동안 해리가 사용한 액수보다 더 비싼 금액인 것이다.
97 갈레온. 해리가 그린고트에서 가져나오는 것이 허용된 갈레온 가방에서 남은 액수였다.
맥고나걸은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물품들을 사들이고 있었기에 점원이 가격을 말했을 때 갈레온 가방에 남은 액수가 그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은 쉽게 파악할수 있었다. 과학적으로 무지하다는 것과 ‘무식’은 거리가 멀다는 것을 해리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미안하구나 포터.” 맥고나걸이 말했다. “이건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다. 그린고트로 돌아가자고 제안을 하고 싶지만, 은행은 지금 이 시각에는 긴급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영업을 중단하고 있을 거란다.”
해리는 숨을 깊게 삼켰다. 억지로 분노를 키우지 않으면 도저히 그가 생각하고 있는 행동을 실천할 용기가 없을 것 같았다. 교수님은 내 말을 듣지 않았어, 그가 자기자신에게 속삭였다, 나는 더 많은 돈을 가지고 가고 싶어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어…. 그는 일전의 그 음습한 감정의 일부라도 불러오기 위해 안간힘을 써댔다. 마땅히 취할 성격을 가정하고, 마법사의 망토 처럼 덮어씌워라. 모든 정신을 맥고나걸에게 집중하며, 어떻게 해서든 주도권을 차지 하기 위해 해리가 입을 열었다.
“추측해볼까요,” 해리가 말했다. “교수님은 백 갈레온이면 넘칠 정도로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제 돈이 97 갈레온으로 떨어졌을 때에도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겠죠.”
맥고나걸이 항복을 표하는 듯이 눈을 감았다. “그래.”
“지금만을 기다렸습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죠. 충분한 오차 범위를 메꾸고도 남는다고 예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 사례들이 있습니다. 만약 저였다면, 저는 만약의 가능성을 위해서 200 갈레온을 가져왔겠죠; 금고에는 돈이 넘칠 정도로 있었고, 남는 돈들은 다시 금고에 집어넣으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전 교수님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고 판단했죠.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짜증을 내며 윽박지를 것이라고요. 제 말이 틀린가요?”
“아니,” 맥고나걸이 말했다. “네 말이 맞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사죄도 느껴졌지만, 그녀에게서 사과를 받아낸 해리가 영광스러워해도 좋다고 허락 하는 듯한 깊은 자부심만이 느껴졌다.
“이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해리가 아주 조심스럽게 한마디 한마디 풀어놓았다. “바로 이 때문에 제가 어른들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을요. 교수님은 제가 제 금고에서 대량의 금액을 꺼내는 것을 불허하는 것이 어른들이 지녀야할 사명감이라고 생각하고 계셨을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끝맺어야 한다는 사명감은 없었겠죠.”
맥고나걸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이내 해리를 향해 강렬한 시선을 보냈다.
“맥고나걸 교수님, 만약 오늘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본다고 가정하고, 제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 갈레온을 더 가져가고 싶다고 말하면, 제 말을 들어줄 용의가 있습니까?”
“네 말은 잘 알겠단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하지만 나를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아도 된다!”
“아, 하지만 제 진정한 주장에는 도착하지도 않았어요. 교수님은 대화를 나누는 보람이 있는 사람과 ‘장애물’의 차이에 대해서 아시나요? 저의 관점으로 봤을 때? 만약 어른들이 저보다 우월하고, 저에게서 절대적 복종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들은 단지 장애물에 불과하지 않아요. 뛰어난 협력자는 저에게 제 주제를 각인시키기 위해 안달복달을 하는 것보다, 일을 끝마치는 것을 조금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뭔가 보여드리도록 하죠, 맥고나걸 교수님.”
트렁크 가게의 점원이 그들을 숨김 없는 경탄의 눈빛으로 바라보거나 말거나, 해리는 모크가죽 주머니를 꺼내며 말했다. “11개의 갈레온.”
그리고 금이 해리의 손에 잡혔다.
“그 돈은 대체 어디서─”
“제 금고에서죠 맥고나걸 교수님, 제가 황금의 언덕에 넘어졌던 것 기억하시나요? 그 때 제 주머니에 닥치는대로 돈을 집어넣었고 짤그랑 거리는 소리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갈레온 가방을 같은 주머니에 넣었죠. 지금 이해하고 계시는 바대로, 저는 이런 일이 일어날것을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맥고나걸의 입이 찢어질듯이 크게 벌려졌다.
“이제 문제가 하나 남는군요…교수님의 권한을 무시한 제게 화가 나십니까? 아니면 오늘 하루의 일정이 실패 대신 성공으로 끝났기에 기쁜가요? 저는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뿐이지 교수님에게 그 대가로 원하는 것은 없을겁니다. 훗날의 매사에 협력을 구하는 것도 아니며, 바라는 것도 아니죠. 저는 그저 교수님이 ‘뛰어난 협력자’인지 ‘장애물’에 지나지 않는지 알고 싶은 것 뿐입니다…미네르바.”
그 말에 점원이 생각하는 것도 잊은 채 크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리고, 장신의 마녀는 그대로 침묵에 잠겼다.
“호그와트의 규율은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일 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맥고나걸이 간신히 말했다.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모든 교수님들에게 공손함과 충실함을 보여야 하죠.”
해리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허나 규율을 강요하는 것은 누군가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을 때 뿐이지, 그들의 아래에서 놀고 있을 때 하는 것은 아닐 터인데…물론 해리는 그것을 지적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리고…학생의 출중한 준비성에 경의를 표합니다.”
해리는 환호를 지르거나, 구토, 아니면 기절을 하든 뭔짓이든지 하고 싶었다. 그의 말이 실제로 어른에게 먹혀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아니, 그의 말이 사람에게 먹혀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그 이유가 그가 생전 처음으로 어른이 원하는 무언가를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 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었지만 ─
미네르바 맥고나걸, 1점 추가.
해리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갈레온 가방과 여분의 11 갈레온을 맥고나걸의 손에 쥐어주었다. “부인에게 이 돈을 맡기도록 하죠, 실례하오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기에. 그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혹 ─”
제정신을 차린 듯한 점원은 유연한 동작으로 금색 손잡이가 달린 문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멀어지며, 해리는 점원이 그 느끼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맥고나걸 부인, 실례지만 그 아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추측해보컨데 슬리데린…그리고 3학년 정도 될까요? 굉장히 혈통 깊은 가문의 자제분인 것은 확실하지만,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
화장실 문을 거세게 닫자 점원의 말이 뚝 끊겼고, 문을 굳게 잠그자마자 해리는 벽을 기대며 주저앉았다. 해리의 온몸은 땀으로 범벅되어 있어 머글의 옷가지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지만, 적어도 망토가 그것을 가려주고 있었다. 도금된 상앗빛 변기를 마주하며 속을 게워내기 위해 몇번 시도해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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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은 작고, 인적이 없는, 마법의 세계 다이애건 앨리와 머글들의 세계를 이어주는 ‘리키 콜드런’의 공터에 다시 도착해 있었다. 정말 동떨어져 있는 경제체계였어…해리는 반대편으로 나가는 즉시 공중전화로 그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물론, 그는 더 이상 그의 짐이 도둑맞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마법적 물품의 위치에 속해 있고 수십가지의 방법마법이 걸려 있는 만큼 대다수의 머글들은 눈치조차 못챌 것이다. 중고차를 살 만큼의 금액만 낸다면 마법세계에서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대우였다. 해리는 만약 그가 트렁크를 직접 지적했을 때 그의 아버지가 그것을 발견할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제 잠시동안 이별이구나,”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녀는 감탄이 섞인채로 고개를 연신 흔들고 있었다. “오늘이야말로 내 생전…몇 년 동안 가장 기묘한 날이었을거다. 갓난아기가 ‘그 사람’을 물리쳤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 말이다. 내 생각에는, 그 날이 이 세계가 제정신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마지막 날이었을 것 같구나. 그 이후에는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하, 그녀가 고민할 게 뭐가 있겠는가. 교수님의 하루가 비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하나요? 저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저는 오늘 교수님에게 매우 감탄했어요,” 해리가 그녀에게 말했다. “교수님을 소리내어 칭찬하는 것을 잊고 말았네요. 머릿속으로 교수님에게 점수를 마구 가산해대고 있었는데.”
“고맙구나 포터.” 맥고나걸이 말했다. “만약 네가 이미 기숙사에 배정되어 있었더라면 나는 그 기숙사에서 가공할 만큼의 점수를 감점한 나머지 몇십년 후에도 그 기숙사는 우승컵을 타지 못하고 있었을 거다.”
“고맙군요, 미네르바.” 이제 슬슬 그녀를 ‘미니’라는 애칭으로 불러도 될 듯 싶었다.
그녀는 아마 해리가 만난 어른들중 가장 개념이 박힌 인물일 것임이 분명했다, 과학적인 지식의 부족은 제쳐두고서라도 말이다. 심지어 해리는 그가 만들려고 예정한 어둠의 마왕에 대항하는 조직의 부장 자리를 그녀에게 넘겨주려고 고려하기까지 했으나, 그것을 발설할 만큼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조직 명은 뭘로 할까…? ‘죽음을 먹는 자들을 먹는 자들’?
“학기의 시작은 멀지 않았으니, 머지 않아 다시 만날 거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그리고, 포터. 네 지팡이 말인데….”
“교수님이 뭘 말할지 예상이 가네요.” 해리가 말했다. 그 소중한 지팡이를 품에서부터 꺼내어, 심신을 압박할 정도의 강렬한 욕망을 억누르며 반대로 돌리고는, 맥고나걸을 향해 가리켰다. “가져가세요. 전 이것을 그 어떠한 용도로도 사용하지 않으려고 이미 다짐했었으나, 교수님에게 제가 집을 폭발시켜버리는 악몽을 꾸게 하기는 싫거든요.”
맥고나걸이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된단다 포터! 절대로 그렇지 않아. 나는 단지 집에서 지팡이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려고 했을 뿐이다, 마법부는 보호자의 관찰 하에 행하지 않은 미성년자의 마법 사용을 감지 할수 있으니까.”
“아.” 해리가 미소지었다. “그건 굉장히 이성적인 법률 같네요. 적어도 마법세계가 그러한 중대한 매사를 신중하고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기분 좋군요.”
맥고나걸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포터.”
“맞아요.” 해리가 말했다. “알고 있어요. 마법은 위험하고 법은 존재해야 하기에 만들어진 거죠. 다른 문제들도 굉장히 위험성이 짙죠. 그것도 알고 있어요. 제가 결코 둔하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네요.”
“내가 그것을 잊는 법은 결코 없을 것 같구나. 고맙구나 해리, 네게 이러한 권한들을 맡겨놓고 간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되는 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해리는 고개를 돌려, 리키 콜드런으로 들어가 머글들의 세계로 직행했다.
술집의 뒷문을 잡기 전에, 그의 뒤에서 마지막 속삭임이 들렸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네?” 문을 잡은 손을 떼지 않으며, 해리가 물었다.
“호그와트로 향하는 열차에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라는 입학 여학생을 찾아보거라.”
“그 여학생이 누구길래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마침내 해리가 뒤돌아보았을 때, 맥고나걸은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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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호그와트의 교장 덤블도어는 책상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맥고나걸을 응시했다. “그래요, 미네르바, 해리는 어떻던가요?”
맥고나걸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닫아버렸다. 장고 끝에 다시 입을 열었지만, 끝내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군요,” 덤블도어가 침울하게 말했다. “보고 고마워요 미네르바. 이만 가도 좋아요.”
계획오류
교수님의 하루가 비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하나요? 저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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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사람들은 ‘다이애건 앨리’에 그들의 첫번째 여행이 끝난 후에서야 시도를 했을 것이다.
“원소 79의 가방,” 모크가죽 주머니에서 빈 손을 거두며 해리가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자신의 지팡이를 받은 후에서야 시도를 했을 것이다.
“‘오카네’ 의 가방,” 해리가 말하자, 금이 가득 담긴 가방이 그의 손 안으로 빨려들어왔다.
해리는 가방을 회수 한다음 모크가죽 주머니에 다시 던져넣었다. 그리곤 그는 손을 꺼내고, 다시 넣으며 중얼거렸다. “경제 교류의 핵심이 담긴 가방.” 이번에는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무엇을 숨기랴, 해리 포터의 손아귀에 마법 물품이 들어온 것이다. 기다릴 이유가 있는가?
“맥고나걸 교수님.” 해리는 그의 옆에서 멍하니 그의 행동을 바라보던 마녀를 향해 물었다. “제가 모르는 두 개의 단어, 즉 다른 언어로 ‘금’을 뜻하는 단어와 그것과 전혀 상관 없는 단어 하나를 주실 수 있으세요? 그 중 뭐가 뭔지 저에게 절대로 알려주지 않고요.”
“‘아하바’와 ‘자하브’.” 맥고나걸이 말했다. “‘히브리어’ 지. 그 중 하나는 ‘사랑’이라는 단어란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아하바’의 가방.” 손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자하브’의 가방.” 해리가 읊조리자 가방이 손으로 튀어올랐다.
“‘자하브’가 금을 뜻하는 단어인가요?” 해리가 물어보자 맥고나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는 실험을 실천하며 수집한 정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지 노력이라는 노동 중 가장 원초적이고 단조롭기 이를 대 없는 노동이지만, 한 개의 결론에 도달하는 것에는 충분했다.
“갸아아아아악!! 전혀 이해가 안돼!”
옆의 마녀가 눈썹을 치켜떴다. “무슨 일 있니 포터?”
“지금 까지 제가 생각해낸 가설들이 싸그리 오류로 판명났어요! 어떻게 ‘115개 갈레온의 가방’은 괜찮은데 ’90 더하기 25개 갈레온의 가방’은 못알아 듣는 건가요? 셈은 할 수 있지만 더하기는 불가능 하다고요? 명사를 이해할 수 있지만 완전히 같은 명사를 뜻하는 문구는 이해를 못한다고요? 이 물건을 만든 사람은 아마 일본어를 할 줄 몰랐을 것이고, 전 히브리어를 구사할 줄 모르니까, 이 물건은 제작자의 지식을 토대로 작동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제 지식을 토대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예요─” 해리는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 “얼핏 보기에는 규칙적이고 일관성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구요! 최고의 인공 지능 프로그래머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슈퍼 컴퓨터에게 35년 동안 노력해도 시도해볼 수 조차 없었던 ‘자연적 언어 이해’와 ‘음성 인식’을 탑재한 주머니가 도대체 어떤 원리로 존재하는 것인지는 아예 물어보고 싶지도 않아요!” 해리가 헐떡이며 숨을 골랐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마법.” 맥고나걸 교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건 단지 단어에 불과해요! 교수님이 그렇게 말해봤자 제가 또다른 예측을 할 수 있을리가 없어요! 그건 ‘플로지스톤’이나 ‘생명의 비약’ 아니면 ‘위기’ 또는 ‘복잡한’ 같은 걸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맥고나걸 교수가 소리내어 웃었다. “하지만 포터, 그건 정말 마법이란다.”
해리가 축 늘어졌다. “존경하는 맥고나걸 교수님, 실례하오나 교수님은 제가 여기서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하신 것 같군요.”
“존경하는 포터 군, 나도 내가 이해를 못한다는 것은 인정한단다─허나 이건 그냥 추측일 뿐이다만─내가 생각하기엔 넌 세계 정복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구나?”
“아니예요! 아니 정답─아니 무슨 소릴, 아니라구요!”
“네가 그 질문을 망설였다는 사실 그 자체에 난 경계를 해야 할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납득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해리는 우울하게 1956년 인공 지능에 대한 의논이 열렸던 ‘다트머스 회의’를 떠올렸다. 그것은 ‘인공 지능’에 대한 논제로 인해 열린 역사상 처음의 회의였다. 그곳에서 과학자들은 컴퓨터들이 학습, 언어의 이해능력, 스스로를 개선하는 능력들에 대한 핵심적인 문제성들을 거론했다. 그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10 명 남짓의 우수한 과학자들이 두 달 가량의 기간동안 진심으로 노력을 한다면, 상당한 진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니,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말아라. 난 이제 막 마법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뿐이야. 두 달동안 어떠한 진보를 이룰 수 있을 지 없을 지 알지도 못해.
“교수님은 정말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거론하거나 과학적으로 실험을 실행한 마법사들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으신가요?” 해리가 다시 한번 물었다. 그에게는 문제점들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허나 그렇게 말해도 머글 과학자들은 ‘과학적 방법’이란 것이 만들어지고 난 후에도 4살 짜리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조사할 때까지 대략 200년 이상이 걸렸다. 그러한 사실들은 18 세기에 발견될 수 있었을 정도로 정말 쉬운 실험이었지만 정작 사람들은 20 세기가 당도하고 나서야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기에 머글들의 세계보다 더욱 규모가 작은 마법세계가 ‘회수 마법’에 대해 아무런 조사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해리는 매도할수 없었다.
짐짓 입술을 깨물던 맥고나걸 교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는 ‘과학적인 실험’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짐작이 가질 않는 구나 포터. 내가 말했듯이, 난 머글 출신의 학생들이 호그와트 내에서 머글들의 과학기기 들을 작동시키기 위해 시도해보는 것과, 매년 새로운 마법들과 마법약들을 만들어 내는 것만을 보아왔을 뿐이다.”
해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과학 기술은 ‘과학’과는 전혀 틀린 의미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시도를 하는 것도 ‘일관성’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하는 것과는 전혀 동일하지 않아요.” 비행기를 발명하기 위해 ‘날개 달린 무언가’를 구조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풍동’을 구축 한 사람들은 ‘라이트 형제’ 밖에 없었다…. “음, 호그와트는 매년 몇 명 정도의 머글 출신 학생들을 받나요?”
맥고나걸은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10명 안팍 정도 되겠구나.”
해리는 헛디디며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질뻔했다. “10명 이라구요?”
머글들의 세계는 집계하자면 대략 60억 명 정도의 인구로 이루어져 있다. 만약 ‘나’라는 존재가 백만분의 일에 속한다면, 나랑 비슷한 존재는 뉴욕에 12명이 있고 중국에 천 명 가량 정도가 더 있는 셈이다. 머글들의 사회에서 미적분을 풀 줄 아는 11살의 아이가 나타난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 해리 또한 그러한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 세계에 얼마든지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수학 대회에서 신동들 또한 수없이 목격했다. 사실을 토로하자면, 해리는 그러한 대회에서 다른 이들에게 무참히 져 버린 적도 수두룩했다. 그러나 해리는 그런 이들은 하루 종일 수학 문제만 풀며 평생 공상 과학 소설을 읽은 적도 없는, ‘수학’이라는 정해져 있는 개념만을 공부한 나머지 창의성이 제로라서 사춘기 이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폐인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단지 그들이 이긴게 배 아팠을 뿐이다).
하지만 마법세계 에서는….
단지 10명의, 머글 세계에서의 공부를 11살에 뗀 학생들만이 존재한다? 맥고나걸이 선입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녀의 말로는 호그와트는 마법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크고 유서 깊은 학교라고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17살 까지 밖에 지원되지 않는 교육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맥고나걸 교수는 고양이로 변신하는 것에 대한 모든 사항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과학적 방법’에 대한 것은 말 그대로 ‘무지’하다. 그녀에게 과학적 방법은 그저 머글들의 마법일 뿐이다. 게다가 맥고나걸 교수는 ‘언어 이해 능력’과 ‘회수 마법’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 따위는 손톱의 때 만큼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단 두가지의 가능성 만을 남길 뿐이다.
첫번째 가능성: 마법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불투명하며, 그 의미조차 파악할수 없는 미지의 학문이기에 마법사와 마녀들 조차 아무리 노력해보아도 이해 자체가 불가능해 이해를 자세한 의미 파악을 포기해버린지 오래고, 해리 또한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과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굳게 다짐하며 해리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지만, 다이애건 앨리를 의미심장하게 메아리 치기는커녕 귀엽기 그지없는 ‘뿌득’ 소리만 났을 뿐이다.
두번째 가능성: 세계 정복이 가능하다.
지금 당장은 무리지만, 언젠가는.
세계 정복 같은 것들은 분명 두 달 보다는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머글의 과학도 갈릴레오의 발견 이후 바로 다음 날에 달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함지박 만하게 환하게 벌려지는 입가를 다물지 못했다.
해리는 항상 ‘신동이었으나 어른이 되고 평범하게 변해버린’ 이들처럼 될까봐 늘 두려움에 떨었었다. 대게 그러한 이들은 아무런 업적도 달성하지 못해 평범하게 되어버린 것 뿐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계속 천재성을 유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위업을 달성하는 이는 손에 꼽을 뿐이다. 아인슈타인 만큼 똑똑했던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들이 유명해지지 않은 이유는 그 ‘명예’를 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한 것 뿐이다. 바로 생각하기 위한 ‘문제’다.
넌 이제 내꺼야, 다이애건 앨리의 상가와 진열된 물품들, 그리고 가게주인들과 손님들을 음흉하게 바라보며 해리가 생각했다. 영국 마법세계, 아니 마법세계 그 자체; 그리고 머글 과학자들이 거의 이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세계여, 나 해리 제임스 포터-에반스-베레스가 이 영토를 과학의 이름 하에 취하노라.
이맘때쯤 휘몰아쳐야할 천둥과 번개가 등장할 타이밍을 완벽하게 놓쳐버리고 말았다.
“무엇을 향해 그리 미소 짓고 있니?” 맥고나걸이 힘없이, 축 쳐진채 말했다.
“제가 의미심장한 결론에 도달했을 때마다 배경에 번개가 번쩍이는 효과가 있는 마법이 존재하는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훗날 그가 세계를 정복하고 교과서에 실렸을 때 이 의미심장한 결론이 잘못 기재 되지 않게 그 결론을 두뇌 속에 고이 모셔두던 해리가 설명했다.
“그 결론에 대해 내가 무엇이든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맥고나걸이 한숨을 쉬었다.
“그 생각을 터뜨려버리세요. 오오, 멋지다!” 머릿속으로 세계 정복의 자세한 구상을 우겨넣으며 해리가 공개 진열가판이 있는 상점으로 뛰어가자, 맥고나걸이 그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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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마법약 재료들과 가마솥, 그리고 ‘무한의 주머니’(일명 회수 마법과 은밀 확장 마법, 그리고 늘어나는 입구가 부착된 슈퍼 모크가죽 QX31)에 들어갈 만한 몇가지 물품들을 더 구매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해리는 어째서 맥고나걸이 그토록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현재 해리는 다이애건 앨리의 도보를 바라보고 있는 상점 안에 있었다. 상점은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비스듬하게 있는 나무 진열대에 물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 어떠한 방범장치도 없이 희미한 회색의 빛만이 주위를 돌고 있었고 젊은 여점원이 통상 마녀의 그것과는 틀린, 무릎과 팔꿈치를 훤히 드러내는 짧은 망토를 입고 있었다.
해리는 마법세계에서 ‘구급약 키트’와 비슷한 용도로 보이는 ‘구급 힐링 키트 플러스’를 살펴 보고 있었다. 팩 안에는 두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혈액 손실을 느리게 하고 충격을 방지해주는 ‘안정화의 마법약’과 최대 3분 동안 혈액의 산소를 유지시켜주며 중독을 대비해 신체를 통한 독약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혈액순환을 대폭 느리게 해주는 용도의 ‘액체 화염’ 비슷한게 주사기와 함께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고통을 일시적으로 둔화시켜주는 하얀색의 붕대 같은 것도 존재했다. 그것과 동봉된, 초콜릿 냄새가 나는 ‘디멘터 노출 약’ 이나 사용법(콧구멍에 쑤셔박아라)과 함께 있는, 작게 진동하는 알 처럼 보이는 ‘배플스내플 카운터’ 라는, 해리로써는 이해하기를 완벽하게 포기해버린 물품도 있었다.
“5 갈레온 치고는 지나치게 좋은 구매라고 생각 안하세요, 맥고나걸 교수님?” 10대 정도로 보이는 여점원의 열렬한 동조와 함께 해리가 맥고나걸에게 물었다.
해리는 분명 맥고나걸이 그의 탁월한 준비성과 분별력에 감탄을 연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 대신이라고는 뭣하나, 그는 맥고나걸에게서부터 ‘악의의 눈빛’을 받았다.
“도대체 왜,” 더 이상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하며 맥고나걸이 말했다. “구급 키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마법약 가게에서의 해프닝 이후로 맥고나걸은 ‘포터’ 라는 말 자체를 꺼려하고 있었다.)
해리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필요할 것이라고는 생각 안해요! 그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무슨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니?”
해리의 눈동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졌다. “교수님은 제가 구급 키트가 필요한 이유가 위험한 짓을 저지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맥고나걸의 눈빛에 서려있는 의심과 아이러니한 불신이 충분한 답이 되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해리가 말했다. “제가 ‘중량 감소 약’과 ‘아가미 풀’, 그리고 ‘음식과 물의 알약’을 샀을 때도 그렇게 생각하셨던 겁니까?”
“부정하진 못하겠구나.”
경악하며 해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제가 무슨 계획을 획책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셨길래요?”
“모른단다.” 맥고나걸이 우울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몇 톤의 은을 그린고트로 가져가는 행위나, 세계 정복으로 끝을 맺을거라고 난 확신 한단다.”
“세계 정복은 너무 무식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세계 최적화’라고 부르고 있죠.”
그 말은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맥고나걸을 전혀 위로해주지 못했다.
“허.” 그녀가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은 해리가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군요 교수님. 교수님은 정말 제가 위험한 짓을 저지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그래.”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결론에 도달한 겁니까? 실례지만 맥고나걸 교수님, 교수님은 도대체 어떠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건가요?”
“그리핀도르.” 맥고나걸이 침을 뱉듯이 말했다. 그 단어는 심연의 나락과도 같이 음울했으며 희망이란 희망은 모조리 앗아가는 듯 했다.
“맥고나걸 교감님.” 해리가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 “맹세하컨데 저는 절대로 그리핀도르에 들어가지 않겠─”
그 즉시 맥고나걸이 만약 해리가 그리핀도르에 배정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모자를 죽여버리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이를 부득 부득 갈자, 해리는 ‘모자’ 라는 단어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그러겠거니 하며 넘어갔다. 그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세일즈 걸은 무슨 연유에선지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발작 상태에 들어간 것 같았다.
“─저는 래번클로에 들어 갈 겁니다. 제가 위험한 행동을 할것이라고 예상하셨다면, 교수님은 아직 절 잘 모르는 겁니다. 저는 위험을 무엇보다 증오해요, 무섭잖아요. 저는 분별력이 있고, 조심성 있게 행동하고 있어요. 보이지 않는 미래를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잖아요. 저희 부모님이 말씀하길, 준비하라! 보이 스카우트의 행진곡이죠. 준비하라! 인생이라는 이름의 도로를 행군하라! 긴장 하지 말아라, 두려워 하지 말아라 ─ 준비하라!”
(사실 해리의 부모님은 ‘톰 래러’의 행진곡 중 유독 이 부분만 자주 열창했기에, 해리는 그 외의 가사는 단 한 개도 몰랐다.)
그 말에 맥고나걸이 조금 누그러졌지만, 해리가 ‘래번클로’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안도한것일 뿐 아직 전혀 설득 되지 않았다. “이런 구급 키트를 준비해야 될 정도의 사건이 어떻게 일어난단 말이니?”
“음, 만약에 제 학우 중 한명이 끔찍한 괴물에 당하고, 제가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를 살리기 위해 구급 키트가 없는 모크가죽 주머니를 뒤지고 있을 때, 그녀는 저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겠죠, ‘왜 이런 상황에 대한 준비를 안한 거야?’ 라고요. 그리고 그녀의 영혼은 육신을 떠나고, 눈은 저를 원망한 나머지 차마 감기지 못한채─”
그때, 해리는 여점원이 신음을 하는 것을 들었고, 그녀를 돌아보자 그녀가 입술을 질끈 깨문 채로 그를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내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상점 깊숙한 곳으로 도도도 달려갔다.
뭐…?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의 손을 부드럽고, 동시에 굳건하게 잡고는 다이애건 앨리의 중추 도로 에서 나와 두 개의 상점 사이에 있는 샛길의 막다른 골목으로 그를 이끌고 갔다.
장신의 마녀가 그녀의 지팡이를 도로를 향해 겨누고는 ‘콰이어투스’라고 나지막히 중얼거리자, 정적이 그를 잠식했고, 모든 소리로부터 그들을 차단시켰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거지….
그리고 맥고나걸은 해리에게 분노와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시선을 주었다. “다시 한번 말하겠지만 포터, 영국 마법세계는 불과 10년 전에 거대한 전쟁이 있었고, 여기 있는 모두가 소중한 이들을 잃었다. 학우가 자신의 품 속에서 죽어간다는 가설은 절대로 용납, 되지, 않는다!”
“저, 전 그럴려고 한게─” 뛰어난 상상력을 지니고 있는 해리의 목소리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불과 10년 전에야 비로소 종전이 들이닥쳤고, 그 여점원은 아마 여덟, 최대 아홉 살 정도 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 ─ “정말 죄송해요, 그건 고의가….” 말문이 막혀버린 해리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맥고나걸의 냉엄한 시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들은 벽돌이 가로막고 있는 막다른 골목에 있었고, 해리 또한 지팡이 조차 지니고 있지 않앗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이 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나도 안단다 포터.”
해리는 살며시 뒤를 바라볼 정도의 용기를 냈다. 맥고나걸 교수의 얼굴에서 격노는 눈 씻고 보아도 찾아볼수 없었다. “죄송해요,” 혐오스러움과 구토감마저 느끼며 해리가 되풀이했다.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됐어요. 그 때 교수님에게도 무슨 일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해리는 자신의 나불대는 주둥이를 아예 손으로 막아버렸다.
맥고나걸은 어딘지 슬퍼보였다. “말을 하기 전에 생각부터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겠구나 포터. 그것을 구사하지 못한다면 너는 많은 친구를 사귀지 못할거다. 수많은 래번클로가 그런 딜레마를 갖고 있었지…난 네가 그렇게 전락하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해리는 그냥 도주해버리고 싶었다. 지팡이를 꺼내서 맥고나걸의 기억을 깡그리 지워버린 다음, 그 가게 앞에서부터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네 질문에 대한 다변을 하자면,” 맥고나걸이 말했다. “아니, 그러한 일은 내게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가 얼굴을 잠시 일그러뜨렸다. “친우가 세상을 뜨며 유언을 남기는 장면은 물론 지켜봤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때도 내가 그를 지키기 못했다는 것을 저주하고 원망하며 세상을 뜨지는 않았다. 멀린의 이름에 맹세코, 도대체 무슨 마가 끼었기에 그러한 말들을 할수 있니 해리 포터? 애초에 왜 그런 생각을?”
해리의 볼을 타고 눈물이 아스라히 흘러내렸다. “죄송해요, 저는 절대로 그런 말을 하면 안되었어요, 죄송해요─”
맥고나걸이 짧게 숨을 들이켰다. “너의 그러한 마음도 잘 알고 있단다.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왜 11살 밖에 안 된 아이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사는지다. 정말로 5 갈레온 짜리 구급 키트를 15 갈레온 짜리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는 이유가, 네 학우가 죽어갈 때 저주와 원망어린 한탄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니?”
“저, 저, 저는.” 해리가 침을 삼켰다. “저는 단지 제게 일어날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항상 염두에 두는 것 뿐이예요.” 솔직히 조금 장난도 치고 있었지만 맥고나걸의 앞에서 그런 말을 할 바에야 아예 혀를 뽑아버리는 것이 나았다.
“어째서니?”
“그런 일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요!”
“포터….” 맥고나걸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한숨을 쉬며, 그녀는 해리의 옆에 무릎을 굽히고는 앉았다. “포터.”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 부드러웠다. “호그와트에 다니는 학생들을 책임지는 역할은 내 것이지, 네 것이 아니란다. 너나 다른 이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그러한 일들은 내가 용납하지 않는다. 호그와트는 영국 마법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최적의 장소이며, 병동의 폼프리 부인 또한 매우 뛰어난 마녀이며, 간호사에게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갖추고 있단다. 내가 말하컨데, 구급 키트는 절대로 필요 없어.”
“하지만 전 필요해요!” 해리가 발악하듯이 외쳤다. “그 어떤 곳이든 ‘절대적’으로 안전하진 못해요! 제 부모님이 심장마비에 걸리거나 제가 크리스마스 때 집에 갔을 때 어떤 사고에 휘말리면 ─ 폼프리 부인은 그곳에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제게는 반드시 저만을 위한 구급 키트가 필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맥고나걸이 말했다. 서서히 일어서는 그녀의 눈빛은 해리를 향한 걱정스러움과 짜증이 섞여있었다. “그런 흉측한 상상을 할 필요는 없다 포터!”
그 말을 들은 해리의 표정은 씁쓸함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필요 있다구요! 모든 것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을 상처 주는 것도 모자라 다른 이들에게마저 상처를 주게 되요!”
맥고나걸 교수는 잠시 입을 열었다가, 이내 닫았다. 콧잔등을 문지르며 그녀는 깊게 고민하는 듯 했다. “포터…내가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고 맹세한다면…뭔가,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라든지 있니?”
“무엇을요?”
“왜 네가 그런 끔찍한 재앙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지 말이다.”
해리는 그녀를 잠시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건 즉, 마땅한 계기를 제시하라는 건가. “음….” 해리가 느릿느릿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맥고나걸에게 설명을 한다고 해도, 기본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그녀가 이해할 수 있을까? “머글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항상 낙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본다고 해요, 가령 어떤 일을 끝마치는 기간이 이틀 정도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10일이 걸리고, 두 달정도 밖에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35년 이상 걸릴 수도 있죠. 학생들에게 숙제를 끝마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물어봤을 때, 그 기간동안 50%, 75%, 99% 차례로 학생들은 숙제를 끝마칠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실제로 실험을 해보았을 때 13%, 19%, 그리고 45%의 학생들만이 실제로 숙제를 그 기간안에 끝낼수 있었죠. 그 이유 또한 연구자들이 밝혀냈는데, 사람들에게 ‘최적’과 ‘보통’의 예를 물어보았을 때 사람들은 대개 ‘최적의 시나리오’만을 말한다고 해요. 즉, ‘보통의 시나리오’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모든 일들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이른바 ‘최적의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진다는 거죠. 하지만, 학생들과의 실험에서 99% 확신했던 학생들 중 45% 만이 시간 안에 끝냈던 만큼 현실에서는 그 두 개의 시나리오 만이 아닌, ‘최악의 시나리오’또한 존재합니다. 이것이 바로 ‘계획오류’라는 녀석인데, 이 것을 고치려면 자신의 예전 ‘경험’을 토대로 행동을 해야 해요. 바로 내적이 아닌 외적의 시선으로 사태를 바라본다는 거죠. 근데 그런 방법이 전혀 먹히지 않는, 이른바 ‘새로운 것’을 시도할때는, 정말, 정말, 정말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해요. 얼마나 비관적이야 하냐면은, 아무리 지독한 결과가 나타나도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다고 여길수 있게끔요. 현실에 나타나는 결과가 정말 괜찮게 여겨질 정도로 비관적이게 생각하는 건 정말로 어려워요.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서 제 학우 중 한명이 괴물에게 씹히는 우울하기 그지없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실제로 일어난 일은 생존한 ‘죽음을 먹는 자’들이 저를 죽이기 위해 학교를 침공했다거나요. 하지만 이 사태를 좀 낙관적으로 바라보자면─”
“그만해라.” 맥고나걸이 말했다.
해리는 말을 멈추었다. 그는 그래도 어둠의 마왕이 죽었기에 그가 공격할리 없다는, 형용할수 없을 정도로 다행스러운 점을 지적하려고 했던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맥고나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에게 무언가 개인적으로 두려웠던 일이 일어난적 있니?”
“저에게 개인적으로 일어난 일들은 제 주관적인 관점일 뿐입니다.” 해리가 그녀에게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주관적인 관점은 신빙성있는, 수차례 반복되고 무선 배치를 통해 실험자, 피실험자 각측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을 부여한 실험과는 억만광년 떨어져 있죠.”
맥고나걸이 무언가를 참아내듯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반복했다. “그래도, 들어보고 싶구나.” 그녀가 말했다.
“어….” 깊게 숨을 들이쉬며 해리가 말했다. “저희 집 근처에서 강도가 나타났던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빌린 프라이팬을 두 블록 옆의 이웃집에 돌려주기 위해 저에게 심부름을 시켰어요. 물론 전 강도에게 당할까봐 싫다고 했는데, 엄마는 ‘해리, 그런 소리 하지 말렴!’ 라고 했지요, 제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일어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뭐라고 설명을 하기도 전에 엄마는 제게 팬을 주셨어요. 당시 전 강도가 저를 노릴 확률이 통계적으로 0%에 가깝다는 것을 계산하지 못할 정도로 어렸지만, 단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것을 믿을 정도로 어리진 않았어요. 정말, 지독히도 무서운 경험이었죠.”
“단지 그것뿐이니?” 해리가 말을 끝맺었다고 확신한 맥고나걸이 침묵 후에 말했다. “뭔가 다른 사건이라든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들린다는 것은 저도 알아요,” 해리가 변명했다. “하지만 그 사건은 제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커다란 사건이었어요, 인생의 전환점이라든가? 어쨌든, 전 단지 제가 일어날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정도로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저희 엄마는 분명 그렇게 믿고 있었어요.” 내면속에서 조용히 활화산처럼 솟구치는 분노를 애써 삼켜내며, 해리가 이어갔다. “엄마는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어요. 전 심지어 빌기 까지 했어요, 제발 저를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위험할 수도 있다고, 그런데 엄마는 그걸 웃음으로 흘려넘겼어요. 마치 제가 우스운 농담이라도 친 것 처럼….” 해리는 심연처럼 어둡게 변색되어가는 압도적인 격노를 다시 한번 삼켜냈다. “저를 지켜주어야 할 사람들이 실제로는 모두 미쳐있다는 사실을 저는 그제사야 깨달았고, 제가 아무리 그들에게 빌어도 씨알 조차 먹히지 않는다는 것도, 그리고 그들에게 의존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더해서 깨달았죠.” 단지 호의를 보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성적으로 행동을 하는 사람만이 믿음이 가니까….
기나긴 정적이 그들을 감쌌다.
해리는 흥분된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반복했다. 울분을 토해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분노’라는 감정은 쓸모없다. 모든 부모들이 그럴것이다. 그 누구도 자신들의 어린 아들과 같은 눈높이를 맞추며 진심으로 동조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의 유전적 부모님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제정신을 가진 이들을 정신이상자들의 세계에서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을 정도로 어려우니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해리는 분노를 표출하는 자기자신을 혐오했다.
“말해주어서 고맙구나 포터.” 잠시 후에 맥고나걸이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제대로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상적으로 변해있었다(해리가 주머니로 실험을 하고 있을 때 짓고 있던 표정과 완벽하게 똑같았다).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하겠구나.” 큰 도로로 통하는 샛길을 돌아보며 그녀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어,” 해리가 말했다. “이제 구급 키트를 사러 가도 되나요?”
맥고나걸이 멈추고는, 차분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만약 내가 ‘그건 너무 비싸고, 필요 없기에 안된다’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할거니?”
해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생각하고 계시는 그대로가 일어날 겁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바로 그대로가 말이예요. 전 교수님 또한 제가 믿을 수 없는 어른 들 중 하나라고 결론을 내릴 거고, 교수님이 반대를 하든 말든 어떻게 하면 구급 키트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방도를 찾을 겁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네 보호자란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맥고나걸이 말했다. “나를 제멋대로 휘두르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
“이해합니다.” 해리는 어디까지나 차분하게 대화를 했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십가지의 반박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에게 말을 꺼내기 전에 생각부터 하라는 충고를 했었다. 내일은 그 충고를 기억 못하겠지만, 적어도 5분 정도는 기억해줄 용의가 있었다.
맥고나걸의 지팡이가 허공을 수놓자, 다이애건 앨리의 소음이 돌아왔다. “그래, 좋다.” 그녀가 말했다. “그 구급 키트를 사러 가자꾸나.”
경악한 해리가 입을 쩍 벌렸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반복하며, 해리는 서둘러 멀어져가는 그녀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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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그들이 떠났을 때와 별반 바뀌지 않았다. 낯익은 것과 낯선 물품들이 여전히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는 진열대에 놓여있었고, 회색의 기류가 여전히 그것들을 보호하고 있었으며 어린 여점원이 다시 나와있었다. 그들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여점원의 얼굴이 놀람으로 번져갔다.
“미안해.” 그들이 다가오자 곧장 그녀가 말했고, 그와 동시에 해리 또한 말했다. “좀 전의 일은 사과─”
두 명 모두 도중에 말을 자르며 서로를 주시했고, 잠시 후에 그녀가 쿡 하고 웃었다.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혼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그녀가 목소리를 줄이며 은밀스럽게 말했다. “교수님이 너무 깐깐하게 굴었다면 미안해.”
“델라!” 분개하며 맥고나걸이 말했다.
“갈레온 가방.” 해리는 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하고는, 여점원을 올려다보며 5 갈레온을 꺼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교수님이 깐깐하게 구는 건 저를 지극히 사랑하기에 그러는 거니까요.”
맥고나걸이 하등 중요치 않은 무언가를 한참 주절거리고 있는 동안 5 갈레온을 건내며 해리가 말했다. “‘구급 힐링 키트 플러스’ 하나요.”
‘늘어나는 입’이 달린 주머니가 서류 가방 만큼 큰 구급 키트를 삼키는 것을 보는데도 이제 익숙해져 있었다. 해리는 자신이 직접 모크가죽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버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졌다. 주인만이 안에서 물건을 꺼낼수 있는데, 주인이 안에 들어가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주머니가…그의 승리의 증거물을 모두 먹었을 때, 해리는 분명 ‘트름’같은 소리가 들려온 것 같다고 확신했다. 개발자가 의도적으로 마법을 건 것이 분명했다. 그것에 대한 또다른 가설은 고려하는 것 조차 너무나도 소름끼쳤다…아니, 애초에 또다른 가설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해리는 맥고나걸을 올려보았다. “이제는 어디로 가죠?”
맥고나걸은 벽돌대신 살로 이루어졌고 페인트 대신 털로 뒤덮혀있는 듯한 가게를 가리켰다. “호그와트에는 작은 애완동물들이 허용된단다, 예를 들면 부엉이를 사 편지를 보낼 수도 있지.”
“제가 편지를 보내고플 때 크넛 정도의 가격으로 학교에서 부엉이를 빌리는 것도 가능한가요?”
“물론이지.” 맥고나걸이 말했다.
“그럼 단호히 거절하겠습니다.”
맥고나걸이 주장을 펼치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런 결단을 내렸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제겐 애완용 ‘돌’이 있었어요. 죽었지만요.”
“애완동물을 잘 보살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거니?”
“잘 기를수 있어요,”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전 하루종일 녀석에게 부엉이에게 먹이를 주었는지, 혹은 제가 잊어버려 녀석이 새장 속에서 굶주리고 있는지 계속 신경써버릴 거예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없는 게 낫죠.”
“불쌍한 부엉이구나,” 맥고나걸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게 잊혀지다니. 도대체 무슨 행동을 할까.”
“음, 너무나도 굶주린 나머지 새장이나 우리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할퀴고 날고 생난리를 치겠지만, 탈출할 가능성은 없겠죠….” 해리가 말하는 도중 우뚝 하고 멈추었다.
맥고나걸이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했다.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 거니?”
“잠시만 실례할게요.” 해리는 맥고나걸의 손을 부드럽지만 강하게 쥐고는, 다시 한번 샛길로 들어갔다; 수많은 해리 포터 팬들을 피하기 위해 숙련된 일련의 행동은 물흐르듯이 흘러갔다. “그 콰이어투스 인가 뭔가 하는 것좀 걸어주세요.”
“콰이어투스.”
해리의 목소리는 주체할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 부엉이는 저를 상징하지 않아요! 제 부모님은 절대로 저를 옷장 속에 가둬두거나 굶게 내버려두지 않았고, ‘유기’에 대한 공포증도 없으며 당신의 사고방식 그 자체가 개인적으로 싫습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장신의 마녀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 사고방식이란게 뭐지, 포터?”
“교수님은 제가,” 해리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제가 ‘학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받았니?”
“절대로 아니예요!”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아냐, 절대로 아니예요! 제가 바보로 보입니까? 저는 아동 학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불필요한 폭력성 행위든 뭐든 모조리 깨닫고 있고 만일 그런 것들이 제게 일어났다면 그 즉시 경찰을 불렀을 거예요! 그리고 학교 교장님에게도 신고했겠죠! 나아가서 정부 기관들의 번호마저 전화번호부에서 찾아보았을 것이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피그 부인에게까지! 하지만 제 부모님들은 그러지 않으셨어요, 예전은 물론이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도대체 어떻게 그런 추측을 하실수가 있습니까!”
맥고나걸은 어디까지나 차분한 눈빛이었다. “학교의 교감으로써 나는 내 관리하에 있는 모든 아이들의 학대에 대한 모든 가능성들을 수사해야할 직무가 있단다.”
내면에서 끓던 분노는 소용돌이 치며 치솟아 올라 더 이상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딴 말을 절대로 아무에게나 지껄이지 마세요, 절대로! 제 말이 들립니까 맥고나걸 교수님? 그런 식으로 혐의를 제기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사람을 망가뜨릴 수도 있고 아무런 죄가 없는 가정을 완벽하게 붕괴시켜 버릴 수도 있습니다! 신문에서도 그런 사례는 얼마든지 발견되요!” 해리의 목소리가 비명처럼 카랑카랑하게 울려퍼졌다. “언론은 ‘정지’라는 단어 자체를 몰라요, 부모나 아이가 아니라고 항변해도 알아들을 리가 만무하다고요! 그런 식으로 제 가족을 위협하다니! 전 절대로 당신이 우리 집을 산산조각내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해리,” 맥고나걸이 부드럽게 말하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해리는 재빨리 뒷걸음질 치며, 팔을 휘둘러 그에게 향하던 손을 거칠게 쳐버렸다.
맥고나걸이 돌처럼 굳더니, 이내 손을 내리고는 조심스래 물러났다. “해리, 괜찮다.” 그녀가 말했다. “널 믿는다.”
“정말 그러신가요,” 혈액을 순환하는 격분을 애써 감출 필요성조차 못느낀 해리가 사납게 울었다. “아니면 당장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저에게서 어떻게든 멀어지기 위한 변명인가요?”
“해리, 나는 네 집을 보았단다. 네 가족들도 말이다. 그들은 너를 사랑하고, 너도 그들을 사랑하는 것을 분명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네가 학대를 결코 받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단다. 하지만 반드시 물어보아야 했었다, 내 경험으로는 이상한 점이 결코 한두가지가 아니었으니까.
해리는 차가운 눈초리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상한 점이라니요?”
맥고나걸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해리, 나는 학대를 받은 아이들을 호그와트에서 수도 없이 보아왔단다, 얼마나 많은지 그 수를 들으면 가슴이 찢어질게다. 만약,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면, 학대를 받은 그 아이들 처럼 행동은 안하지, 절대로. 너는 낯선 이들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사람들을 껴안아주고, 내가 네 어깨에 손을 올렸을때도 넌 움찔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씩, 넌…인생의 첫 11년을 지하실에 갖힌 채 보낸 아이 처럼 말하거나 사고, 행동하는구나. 내가 본 그 가족애가 넘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할 만한 것은 아니었어.” 맥고나걸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해리는 이 말을 받아들이며, 주도면밀하게 해석했다. 그가 제대로 된 존중을 받고 있고 가족이 위험에 처해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자, 음습한 감정이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관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실 수 있으신가요 맥고나걸 교수님?”
“없단다.”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에 무언가가 일어났었을 수도 있겠구나.”
해리는 다시 한번 분노가 치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건 그가 신문에서 읽은 붕괴된 가족들의 사연들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억압된 기억’은 모조리 사이비 과학에 불과해요!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두뇌 깊숙히 꽁쳐놓지 않아요, 오히려 지나치게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대게 평생 고통을 받는 다구요!”
“아니다 포터. ‘오블리비아테’ 라는 주문이 있단다.”
해리가 그 자리에서 굳었다. “기억을 지우는 주문이요?”
맥고나걸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건에 관련된 모든 기억은 아니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 포터.”
해리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렇게 되면 그 가설은…반박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제 부모님은 그런 걸 구사할 수 없어요!”
“못하지.” 맥고나걸이 말했다. “마법세계와 관련된 누군가가 연루되어 있을 거다. 뭐든지…확실치는 않구나, 안타깝게도.”
해리의 합리적 능력이 다시 잠에서 깨어났다. “맥고나걸 교수님, 그 관측의 확실성은 얼마나 되고, 그것에 관련된 또다른 가설을 생각해둔 바가 있습니까?”
맥고나걸이 공허하게 손바닥을 피며, 자신에게는 생각이 없다는 것을 표했다. “확신? 나는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한단다 포터. 내 생전, 포터 너와 같은 사람을 만나본 적은 맹세코 없단다. 가끔 너는 내 눈에는 도저히 11살로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인간인지 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있으니까.”
해리의 눈썹이 하늘로 치솟았다.
“미안하다!” 맥고나걸이 재빨리 말했다. “정말 미안하구나 포터. 나는 그저 한가지 주장을 펼치려고 했을 뿐인데, 내 의도와는 다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구나─”
“그러나, 맥고나걸 교수님.” 해리가 슬며시 미소지었다. “저는 그 말을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대체의 가설을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부탁한다.”
“아이들은 부모님보다 더 똑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예요,” 해리가 말했다. “혹은 더 이성적이거나요. 아마도─저희 아빠는 자기 생각을 변형시키지 않기 위해 성인의 사고를 구사하며 새로운 논리를 만드는 것을 반복하기 보다, 진심으로 저와 맞대응을 한다면 순식간에 저를 침몰시킬 수 있을 거예요.” 해리가 잠시 멈추었다. “저는 지나칠 정도로 똑똑해요, 맥고나걸 교수님. 평범한 아이들은 저와 눈높이가 틀려요. 성인들은 저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정도로 저를 존중해주지 않아요. 그리고 설사 그들이 저를 존중하여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그들이 ‘리처드 파인만’보다 지혜로울리가 만무하니 차라리 리처드 파인만이 쓴 책을 읽는게 더욱 효율적일겁니다. 저는 동떨어져 있어요, 맥고나걸 교수님. 저는 평생동안 고립되어 살아왔어요. 그 경험이 ‘지하실에 갇힌’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질 지도 모르죠. 그리고 저는 통상 아이들이 마땅히 해야 할 것처럼 부모님을 우러러보지 못해요. 부모님을 절 사랑하세요, 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제가 구사하는 합리성에 굳이 반응을 보일 정도로 의무감을 가진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가끔, 그들이 ‘어린아이’로 보일 때가 있어요…제 말을 도무지 듣지 않고 제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아이요. 너무 악독하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또한 제 자신에게 솔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제가 느낀 점은, 그래요 저 극악무도합니다. 또한 분노를 다스리는 데에 심각한 장애 또한 겪고 있죠, 그렇지만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
“이상?”
해리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끝이예요. 분명 영국 마법세계 에서도 평상적 설명은 언제나 환영받는 일이겠죠, 맥고나걸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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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늘의 해가 서서히 져가고 나서야 다이애건 앨리의 행인들은 하나 둘씩 거리를 빠져나갔다. 몇몇 가게들은 이미 영업을 중지했다; 해리와 맥고나걸은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이 문을 닫기 전에 가까스로 교과서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수점(數占)’이라는 키워드를 7학년 교과서에서 발견한 해리가 그것이 실제로는 ‘삼각법’의 수준을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 폭발한 사소한 사건을 제외하면 다소 평이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해리의 머릿속에서 손쉬운 실험방법은 이미 사라져있었다.
해리와 맥고나걸은 ‘올리밴더’의 가게에서 나오고 있었고, 해리는 그의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것을 휘둘러보았고, 오색찬란한 빛이 지팡이 끝에서 터져나왔었다. 오늘 겪은 수많은 충격들에 비하면 지극히 사소한 것이었지만, 어째서일까…
나는 마법을 할 수 있어.
내가 말이야. 나 자신이. 나는 이제 마법사라고.
그는 그 마법이 팔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평생동안 이 기분을 만끽했던 것처럼 마법은 친숙하게 다가왔다. 시각도, 청각, 미각, 후각도 아닌 마법 그 자체의 감각. 그것은 마치 태어날때부터 눈이 있었지만 항상 감겨있었기에 ‘어둠’이라는 것 조차 모른 채로 살아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개안하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것과도 같은 경험이었다. 그 커다란 여파는 그를 가득 채웠고, 세포 하나 하나를 촉진시켜 각성시켰으며, 수 초 이내에 사라져버렸다; 그가 이제는 마법사이고, 언제나, 항상,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기묘한 본능만을 남기며.
그리고─
“그 지팡이가 너를 골랐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나는 구나, 그 지팡이는 너에게 그 흉터를 준 지팡이와 형제이니까 말이다.”
그게 단지 우연일 리가 없었다. 올리밴더의 가게에는 수천개의 지팡이가 산재해있었다. 그래, 우연일 가능성도 있긴 있었다, 세계에는 60억의 인구가 존재하고 1000분의 1 확률의 우연은 매일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 ‘베이스의 정리 제 101번’에 의거한다면: 어둠의 마왕의 지팡이의 형제 지팡이를 가지는 것이 1000분의 1 확률 보다 높다는 이성적인 가설이 더 신빙성이 있었다.
맥고나걸이 그 건에 대해서 단지 ‘이상한 일’이라는 다소 허무한 감상에서 그쳤기 때문에 마법사들과 마녀들이 얼마나 자각이 없기에 이러는 건지 생각하던 해리는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 어떤 평행세계에서라도 해리는 그 ‘우연’을 듣고서도 단지 “흠”이라는 무감각한 감상과 함께 상황을 파악 하기 위해 가설조차 구축 하지 않은채 가게를 나서는 자신을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것이다.
해리는 왼손을 올리며 이마의 흉터를 매만졌다.
도대체…뭐가 뭔지….
“너는 이제 어엿한 마법사란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축하할 일이지.”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포터, 마법세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이상해요.” 해리가 일말의 주저조차 없이 말했다. “평상시의 저라면 마법에 대해서 발견한 모든 것들을 생각하고 있을겁니다…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과, 진리라고 생각했지만 거짓이라고 발겨힌 것들, 그리고 제가 이해해야만 할 남겨진 숙제들 같은 거 말이예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그런 연구가치가 있는 것들과는 달리,” 해리가 목소리를 죽였다. “‘살아남은 아이’에 대한 의문 따위가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뛰쳐나오고 있어요.” 근처에는 맥고나걸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없는 것 같았지만, 신중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맥고나걸이 헛기침을 했다. “그런 것 같니?”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단지…이상한 기분이에요. 흉악하고 잔학무도한 어둠의 마왕을 무찌르기 위한 대서사시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이미 마왕이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처럼 말이에요. 완벽하게 끝났다는 거죠. 그래, ‘프로도 배긴스’가 되었는데 실은 부모님이 이미 기억도 나지 않는 한살 베기의 자신을 모르도르의 ‘운명의 산’으로 데리고 가 ‘절대반지’를 떨궈 파괴시켜버렸다는 얘기를 들은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맥고나걸의 미소가 마치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가면 처럼 변했다.
“만약, 만약에 제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런 추앙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을 거예요. 오 이런, 해리 포터, 어둠의 마왕을 무찌르고 나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서점 주인이라고? 그거 참 놀라운 일이구나! 아, 내가 아들의 이름을 자네를 따라 지었다는 것을 아나? 이 결정을 훗날 후회하지 않았으면 참 기쁘기 그지 없겠군.”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그 서사시의 끝이 ‘열린 결말’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네요, 적어도 제가, 정말로, 어둠의 마왕을 무찌르는것에 일조했다는 실감이 나게요.”
“음?” 맥고나걸이 어색한 어조로 말했다. “어떠한 결말 말이니?”
“그래요, 가령 예로 들자면, 교수님은 저희 부모님이 배신을 당했다는 말씀을 하셨었죠. 누가 배신했죠?”
“시리우스 블랙,” 맥고나걸이 그 이름을 침을 뱉는 듯이 사납게 말했다. “그는 아즈카반에 수감되어 있다, 마법세계의 감옥이지.”
“그 시리우스 블랙이 탈옥하여 제가 그를 추적해 뭔가 휘황찬란한 결투를 통해 그를 무찌를 가능성이나, 그의 목에 막대한 현상금을 걸고 그가 잡히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오스트레일리아에 죽치고 앉아있어야 할 확률은 얼마나 되죠?”
맥고나걸이 눈을 껌벅거렸다. 두번이나. “가능성은 전무하지. 아즈카반을 탈옥한 죄수는 이제껏 한명도 없고, 그가 첫번째가 될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구나.
해리는 ‘아즈카반을 탈옥한 죄수는 이제껏 한명도 없다’는 대목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뭐 그래도, 지팡이가 있다면 정말 100% 철벽방어의 감옥을 만드는 일도 가능할 법 했다, 무엇보다 죄수에게는 지팡이가 없고 간수들은 소지하고 있으니까. 그곳에서 탈옥하는 방법은 애초에 그곳에 가지 않는 것 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좋아요,” 해리가 말했다. “그 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머리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아니면 실은 그 날 어둠의 마왕이 죽지 않았다거나 할 수도 있겠네요. 완전한 죽음이 아닌거죠. 그의 영혼은 아직도 현세를 떠돌며 사람들에게 끔찍한 악몽을 속삭인다거나, 박살낼것이라고 맹세했던 현세로 돌아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방도를 찾고 있으며, 그리고, 고대의 예언에 따라서, 어둠의 마왕과 저는 패자가 승리를 취하고 승자가 패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속박되어─”
맥고나걸이 고개를 미친듯이 돌려가며 누군가 듣고 있는 자가 있는지 죽을 기세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저 농담일 뿐이에요, 맥고나걸 교수님.”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이런, 어째서 교수님은 매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어째선지 모르지만, 해리는 가슴 속에 무겁게 가라앉는 무언가를 느꼈다.
맥고나걸은 해리를 차분한 인상으로 바라보았다. 지극히,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차분한 인상으로. 이내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물론 농담이겠지, 포터.”
오 이런, 젠장할.
만약 해리가 번개같이 무음의 두뇌 속에서 일어난 합리적 사고를 설명해야 했다면, 대충 이렇게 나올 것이 분명했다, “만약 내가 맥고나걸 교수님이 필사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위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 일련의 행동과, 내가 질나쁜 농담을 던졌을 때 그녀가 취하는 반응을 확률적으로 비교해본다면, 현재 그녀가 나에게 보이고 있는 반응은 그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때 나타나는 행동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해리가 정작 생각한 것은, ‘오 이런 젠장할’ 이었다.
해리 또한 큰 도로 쪽으로 머리를 돌리며 인적을 살폈다. 아무도 없군. “그는 죽지 않은 거군요, 그런거죠.”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포터─”
“어둠의 마왕은 살아있군요. 하, 분명히 살아있겠죠. 그 반대를 잠시나마 희망했던 제가 너무 낙관적이었던 거네요. 잠시 돌았었나봐요, 도대체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건지 알 수가 없네요. 단지 그의 육신이 다 타버린채 잿더미로 발견되었다는 누군가의 ‘증언’만을 듣고, 왜 그가 진정 죽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군요. 아직 극도의 ‘비관적주의자’가 되려면 더욱 정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포터─”
“적어도 ‘예언’같은 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주…” 맥고나걸 교수는 어디까지나, 한껏 고정된 미소를 그에게 던지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제발 농담이라고 해주세요.”
“포터, 단지 ‘예상’만으로 벌써부터 걱정하는 것은─”
“정말 저에게 그렇게 말하실 건가요? 교수님 말을 믿다가 제가 정말 걱정해야 할 때가 들이닥쳤을 때, 제가 취할 반응부터 생각해보시고 말씀해주세요.”
맥고나걸의 미소가 희미해져갔다.
해리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전 마법의 세계 전체를 분석해야 해요. 그럴 시간이 없다구요.”
그 순간, 주황색의 망토를 걸친 남자가 거리 저편에서 걸어오자 둘 모두 입을 단숨에 닫아버렸다. 맥고나걸의 눈이 은밀하게 그의 거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해리는 입가를 너무나도 세게 깨문 나머지, 그를 가까이서 살펴본다면 희미한 핏자국이 나타나는 것을 볼수 있을 정도였다.
주황색 망토의 사내가 멀찍히 떨어지자, 중얼거림과 비슷한 목소리로 해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제게 진실을 말해주실 건가요 맥고나걸 교수님?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지 마세요, 저는 그 정도로 바보가 아니니까.”
“넌 아직 11살에 불과하다 포터!” 그녀가 강하게 속삭였다.
“그리고 인간답지 않죠. 죄송해요…잠시,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네요.”
“이건 정말 극악하고 중요한 문제다 포터! 기밀 중의 기밀! 아직 어린아이인 네가 이만큼 알고 있다는 사실 조차 대참사란 말이다! 절대로 아무에게도 얘기해서는 안된다, 알겠니? 절대로, 아무에게도 말이다!”
해리가 간혹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르면, 피는 끓어오르는 대신 급속히 냉각되어 차가워졌고, 지나치게 음습한 명확성이 머리를 지배했다. 모든 가능성들과 계략을 머릿속으로 구상하며, 그것들이 나타낼 결과와 영향에 대해 철혈의 현실성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추론했다.
나는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호소한다: 실패. 맥고나걸에 따르면 11살의 꼬마가 무언가를 알아야 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알려주지 않으면 절교해버릴 테다: 실패. 그녀는 나와의 우정을 그다지 깊게 고려해보고 있지 않고 있다.
내가 알지 못하면 나는 언젠가 커다란 위험에 빠질것이라고 호소해본다: 실패. 모든 계획들은 그의 무지에 의거해 구축되어 있었다. ‘다시 한번 고려’ 라는 행위는 그가 곤경에 빠질 것이라는 확실치 않은 근거를 믿는 것보다 더욱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정의와 합리성 둘 모두 장렬히 전사했다. 이제 남아있는 선택지는, 그녀가 원하는 무언가를 뇌물로 바치거나, 그녀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행동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 뿐이었다….
오호.
“그럼, 맥고나걸 교수님.” 해리가 차가운 저음으로 말했다. “그럼 이런 건 어떤가요. 교수님이 원하신다면, 저에게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해주실수 있고, 그 보답으로 저는 그 비밀을 결코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혹은, 교수님은 저를 계속 아둔하게 내버려두어 장기말로 부린다는 선택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선택지를 고르셔도 저는 탓하지 않겠습니다”
맥고나걸은 거리에서 얼어붙은채로 꼼짝달싹을 안했다. 그녀의 눈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며 목소리가 지나치게 떨어진 나머지 사나운 울음소리 처럼 다가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어떻게 그러실 수가!” 해리가 되받아쳤다.
“나를 협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니?”
해리가 입가를 비뜰었다. “저는 호의를 베푸는 것 뿐이에요. 교수님의 소중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 기회를 드리고 있는 거죠. 만약 거절하신다면 저는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 정보를 얻을 용의가 있습니다, 교수님을 물먹이기 위한 게 아니라, 반드시 알아야만 하니까요! 아이는 반드시 복종해야 하는데 복종하지 않으니 토해내는 그 근거조차 없는 얼토당토 않은 분노는 집어치우고, 역지사지의 논리로 생각해보세요! 만약 교수님이 저라면, 어떤 기분이겠습니까?!”
해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맥고나걸을 가만히 응시했다. 문득 그녀에게 향하는 압박감을 조금 줄여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해리는 생각했다, 그녀가 진정할수 있게끔. “지금 당장 결단을 내리지 않으셔도 돼요.” 평이한 어조로 해리가 말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할수 있어요…그렇지만 한가지 경고를 해볼까 합니다,” 해리의 목소리가 다시 냉담해져갔다. “그 ‘오블리비아테’인지 뭔지를 쓸 생각은 하지 마세요. 저는 저 자신만이 알아볼수 있는 ‘신호’를 보낼 방법을 개발해냈고, 그 신호를 저에게 보낸지 오래입니다. 만약 제가 그 신호를 발견했는데 그것을 보낸 것을 기억하지 못했을때에는…” 해리가 결의에 찬 어조로 말을 흐렸다.
맥고나걸의 표정에서 감정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었다. “나…나는 결코 너의 기억을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았단다 포터…. 하지만, ‘오블리비아테’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그런 신호를 만들 생각을….”
“머글들의 공상 과학 소설을 읽을 때 구상해본거예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그리고 안돼요, 교수님에게 그 신호를 알려줄 정도로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새삼스럽게 그녀는 한층 더 늙어보였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하루는 내게 정말 피곤한 날이었단다 포터. 이제 네 트렁크를 사고, 그만 집으로 출발해도 좋겠니? 내가 생각을 정리 할때까지 오늘 나눈 대화에 대해서 발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마. 명심하거라, 이 세상에 이 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알버스 덤블도어 교장님과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님 두 분 뿐이란 것을.”
또다른 정보; 이건 평화 협정이다. 해리는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며 다시 걸어갔다.
“좋아요, 이제 불사나 다름없는 어둠의 마법사를 죽일 방법만 궁리하면 되겠군요.” 불만을 토로하며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쇼핑 하기 전에 알려주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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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가게는 지금껏 해리가 방문했던 그 어떤 가게보다 화려했다. 찬란한 커튼과 정교하게 짜여진 바닥, 잘 가공된 나무로 만들어진 벽, 그리고 가공된 상아 연단 위에 쌓인 트렁크들. 점원은 루시우스 말포이보다 고작 한단계 정도밖에 뒤쳐지지 않는 질의 망토를 입고, 해리와 맥고나걸 둘 모두를 느끼할정도의 정중함이 섞인 목소리로 반겼다.
해리는 그에게 그가 원하는 트렁크의 종류를 말했고, 무거운 나무로 만들어진, 세련되지 않았지만 따뜻하고, 근처에 있는 사람을 노려보는 문지기 용이 새겨진 트렁크를 발견했다. 또한 경량화 마법이 걸려있는 것, 명령 하에 따라 축소하는 것, 아래에서 촉수를 꺼내 주인을 향해 달려드는 것 등 종류들은 다양했다. 네개의 칸에 각각 두개의 옷장이 있으며, 그 속에 또 그 트렁크 만한 칸이 몇 개씩 존재하는 트렁크. 네개의 자물쇠가 있으며 각각 다른 공간으로 인도하는 트렁크. 그리고 ─ 가장 중요한 ─ 아랫부분에서 손잡이를 당기면 트렁크 속으로 향하는 계단이 튀어나와, 들어가보면 족히 12대의 책장을 수납하고도 남을 법한 공간이 있는 트렁크.
이런 가방을 만들 수 있다면, 집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마저 드는 해리였다.
백 하고도 여덟개의 갈레온. 질 좋고 사용된 경험이 있는 트렁크의 가격이었다. 갈레온 당 50 영국 파운드 라고 가정한다면, 중고차 한대를 장만할 가격이다. 평생동안 해리가 사용한 액수보다 더 비싼 금액인 것이다.
97 갈레온. 해리가 그린고트에서 가져나오는 것이 허용된 갈레온 가방에서 남은 액수였다.
맥고나걸은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물품들을 사들이고 있었기에 점원이 가격을 말했을 때 갈레온 가방에 남은 액수가 그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은 쉽게 파악할수 있었다. 과학적으로 무지하다는 것과 ‘무식’은 거리가 멀다는 것을 해리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미안하구나 포터.” 맥고나걸이 말했다. “이건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다. 그린고트로 돌아가자고 제안을 하고 싶지만, 은행은 지금 이 시각에는 긴급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영업을 중단하고 있을 거란다.”
해리는 숨을 깊게 삼켰다. 억지로 분노를 키우지 않으면 도저히 그가 생각하고 있는 행동을 실천할 용기가 없을 것 같았다. 교수님은 내 말을 듣지 않았어, 그가 자기자신에게 속삭였다, 나는 더 많은 돈을 가지고 가고 싶어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어…. 그는 일전의 그 음습한 감정의 일부라도 불러오기 위해 안간힘을 써댔다. 마땅히 취할 성격을 가정하고, 마법사의 망토 처럼 덮어씌워라. 모든 정신을 맥고나걸에게 집중하며, 어떻게 해서든 주도권을 차지 하기 위해 해리가 입을 열었다.
“추측해볼까요,” 해리가 말했다. “교수님은 백 갈레온이면 넘칠 정도로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제 돈이 97 갈레온으로 떨어졌을 때에도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겠죠.”
맥고나걸이 항복을 표하는 듯이 눈을 감았다. “그래.”
“지금만을 기다렸습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죠. 충분한 오차 범위를 메꾸고도 남는다고 예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 사례들이 있습니다. 만약 저였다면, 저는 만약의 가능성을 위해서 200 갈레온을 가져왔겠죠; 금고에는 돈이 넘칠 정도로 있었고, 남는 돈들은 다시 금고에 집어넣으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전 교수님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고 판단했죠.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짜증을 내며 윽박지를 것이라고요. 제 말이 틀린가요?”
“아니,” 맥고나걸이 말했다. “네 말이 맞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사죄도 느껴졌지만, 그녀에게서 사과를 받아낸 해리가 영광스러워해도 좋다고 허락 하는 듯한 깊은 자부심만이 느껴졌다.
“이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해리가 아주 조심스럽게 한마디 한마디 풀어놓았다. “바로 이 때문에 제가 어른들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을요. 교수님은 제가 제 금고에서 대량의 금액을 꺼내는 것을 불허하는 것이 어른들이 지녀야할 사명감이라고 생각하고 계셨을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끝맺어야 한다는 사명감은 없었겠죠.”
맥고나걸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이내 해리를 향해 강렬한 시선을 보냈다.
“맥고나걸 교수님, 만약 오늘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본다고 가정하고, 제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 갈레온을 더 가져가고 싶다고 말하면, 제 말을 들어줄 용의가 있습니까?”
“네 말은 잘 알겠단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하지만 나를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아도 된다!”
“아, 하지만 제 진정한 주장에는 도착하지도 않았어요. 교수님은 대화를 나누는 보람이 있는 사람과 ‘장애물’의 차이에 대해서 아시나요? 저의 관점으로 봤을 때? 만약 어른들이 저보다 우월하고, 저에게서 절대적 복종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들은 단지 장애물에 불과하지 않아요. 뛰어난 협력자는 저에게 제 주제를 각인시키기 위해 안달복달을 하는 것보다, 일을 끝마치는 것을 조금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뭔가 보여드리도록 하죠, 맥고나걸 교수님.”
트렁크 가게의 점원이 그들을 숨김 없는 경탄의 눈빛으로 바라보거나 말거나, 해리는 모크가죽 주머니를 꺼내며 말했다. “11개의 갈레온.”
그리고 금이 해리의 손에 잡혔다.
“그 돈은 대체 어디서─”
“제 금고에서죠 맥고나걸 교수님, 제가 황금의 언덕에 넘어졌던 것 기억하시나요? 그 때 제 주머니에 닥치는대로 돈을 집어넣었고 짤그랑 거리는 소리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갈레온 가방을 같은 주머니에 넣었죠. 지금 이해하고 계시는 바대로, 저는 이런 일이 일어날것을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맥고나걸의 입이 찢어질듯이 크게 벌려졌다.
“이제 문제가 하나 남는군요…교수님의 권한을 무시한 제게 화가 나십니까? 아니면 오늘 하루의 일정이 실패 대신 성공으로 끝났기에 기쁜가요? 저는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뿐이지 교수님에게 그 대가로 원하는 것은 없을겁니다. 훗날의 매사에 협력을 구하는 것도 아니며, 바라는 것도 아니죠. 저는 그저 교수님이 ‘뛰어난 협력자’인지 ‘장애물’에 지나지 않는지 알고 싶은 것 뿐입니다…미네르바.”
그 말에 점원이 생각하는 것도 잊은 채 크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리고, 장신의 마녀는 그대로 침묵에 잠겼다.
“호그와트의 규율은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일 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맥고나걸이 간신히 말했다.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모든 교수님들에게 공손함과 충실함을 보여야 하죠.”
해리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허나 규율을 강요하는 것은 누군가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을 때 뿐이지, 그들의 아래에서 놀고 있을 때 하는 것은 아닐 터인데…물론 해리는 그것을 지적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리고…학생의 출중한 준비성에 경의를 표합니다.”
해리는 환호를 지르거나, 구토, 아니면 기절을 하든 뭔짓이든지 하고 싶었다. 그의 말이 실제로 어른에게 먹혀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아니, 그의 말이 사람에게 먹혀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그 이유가 그가 생전 처음으로 어른이 원하는 무언가를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 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었지만 ─
미네르바 맥고나걸, 1점 추가.
해리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갈레온 가방과 여분의 11 갈레온을 맥고나걸의 손에 쥐어주었다. “부인에게 이 돈을 맡기도록 하죠, 실례하오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기에. 그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혹 ─”
제정신을 차린 듯한 점원은 유연한 동작으로 금색 손잡이가 달린 문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멀어지며, 해리는 점원이 그 느끼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맥고나걸 부인, 실례지만 그 아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추측해보컨데 슬리데린…그리고 3학년 정도 될까요? 굉장히 혈통 깊은 가문의 자제분인 것은 확실하지만,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
화장실 문을 거세게 닫자 점원의 말이 뚝 끊겼고, 문을 굳게 잠그자마자 해리는 벽을 기대며 주저앉았다. 해리의 온몸은 땀으로 범벅되어 있어 머글의 옷가지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지만, 적어도 망토가 그것을 가려주고 있었다. 도금된 상앗빛 변기를 마주하며 속을 게워내기 위해 몇번 시도해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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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은 작고, 인적이 없는, 마법의 세계 다이애건 앨리와 머글들의 세계를 이어주는 ‘리키 콜드런’의 공터에 다시 도착해 있었다. 정말 동떨어져 있는 경제체계였어…해리는 반대편으로 나가는 즉시 공중전화로 그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물론, 그는 더 이상 그의 짐이 도둑맞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마법적 물품의 위치에 속해 있고 수십가지의 방법마법이 걸려 있는 만큼 대다수의 머글들은 눈치조차 못챌 것이다. 중고차를 살 만큼의 금액만 낸다면 마법세계에서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대우였다. 해리는 만약 그가 트렁크를 직접 지적했을 때 그의 아버지가 그것을 발견할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제 잠시동안 이별이구나,”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녀는 감탄이 섞인채로 고개를 연신 흔들고 있었다. “오늘이야말로 내 생전…몇 년 동안 가장 기묘한 날이었을거다. 갓난아기가 ‘그 사람’을 물리쳤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 말이다. 내 생각에는, 그 날이 이 세계가 제정신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마지막 날이었을 것 같구나. 그 이후에는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하, 그녀가 고민할 게 뭐가 있겠는가. 교수님의 하루가 비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하나요? 저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저는 오늘 교수님에게 매우 감탄했어요,” 해리가 그녀에게 말했다. “교수님을 소리내어 칭찬하는 것을 잊고 말았네요. 머릿속으로 교수님에게 점수를 마구 가산해대고 있었는데.”
“고맙구나 포터.” 맥고나걸이 말했다. “만약 네가 이미 기숙사에 배정되어 있었더라면 나는 그 기숙사에서 가공할 만큼의 점수를 감점한 나머지 몇십년 후에도 그 기숙사는 우승컵을 타지 못하고 있었을 거다.”
“고맙군요, 미네르바.” 이제 슬슬 그녀를 ‘미니’라는 애칭으로 불러도 될 듯 싶었다.
그녀는 아마 해리가 만난 어른들중 가장 개념이 박힌 인물일 것임이 분명했다, 과학적인 지식의 부족은 제쳐두고서라도 말이다. 심지어 해리는 그가 만들려고 예정한 어둠의 마왕에 대항하는 조직의 부장 자리를 그녀에게 넘겨주려고 고려하기까지 했으나, 그것을 발설할 만큼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조직 명은 뭘로 할까…? ‘죽음을 먹는 자들을 먹는 자들’?
“학기의 시작은 멀지 않았으니, 머지 않아 다시 만날 거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그리고, 포터. 네 지팡이 말인데….”
“교수님이 뭘 말할지 예상이 가네요.” 해리가 말했다. 그 소중한 지팡이를 품에서부터 꺼내어, 심신을 압박할 정도의 강렬한 욕망을 억누르며 반대로 돌리고는, 맥고나걸을 향해 가리켰다. “가져가세요. 전 이것을 그 어떠한 용도로도 사용하지 않으려고 이미 다짐했었으나, 교수님에게 제가 집을 폭발시켜버리는 악몽을 꾸게 하기는 싫거든요.”
맥고나걸이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된단다 포터! 절대로 그렇지 않아. 나는 단지 집에서 지팡이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려고 했을 뿐이다, 마법부는 보호자의 관찰 하에 행하지 않은 미성년자의 마법 사용을 감지 할수 있으니까.”
“아.” 해리가 미소지었다. “그건 굉장히 이성적인 법률 같네요. 적어도 마법세계가 그러한 중대한 매사를 신중하고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기분 좋군요.”
맥고나걸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포터.”
“맞아요.” 해리가 말했다. “알고 있어요. 마법은 위험하고 법은 존재해야 하기에 만들어진 거죠. 다른 문제들도 굉장히 위험성이 짙죠. 그것도 알고 있어요. 제가 결코 둔하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네요.”
“내가 그것을 잊는 법은 결코 없을 것 같구나. 고맙구나 해리, 네게 이러한 권한들을 맡겨놓고 간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되는 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해리는 고개를 돌려, 리키 콜드런으로 들어가 머글들의 세계로 직행했다.
술집의 뒷문을 잡기 전에, 그의 뒤에서 마지막 속삭임이 들렸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네?” 문을 잡은 손을 떼지 않으며, 해리가 물었다.
“호그와트로 향하는 열차에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라는 입학 여학생을 찾아보거라.”
“그 여학생이 누구길래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마침내 해리가 뒤돌아보았을 때, 맥고나걸은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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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호그와트의 교장 덤블도어는 책상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맥고나걸을 응시했다. “그래요, 미네르바, 해리는 어떻던가요?”
맥고나걸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닫아버렸다. 장고 끝에 다시 입을 열었지만, 끝내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군요,” 덤블도어가 침울하게 말했다. “보고 고마워요 미네르바. 이만 가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