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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역주 - 문넷에서 오신 분들에게: 본래 문넷에서는 ​c​o​m​e​d​-​t​e​a​를​ '거품차'로 의역했으나, 어떤분의 의견으로 인해 조아라에서는 '격뿜차'로 바꿉니다. 고로 '거품차 = '격뿜차'입니다. 문넷에서도 싸그리 바꿔버릴지는 8화가 올라갈때 함께 건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화에 나오는 몇몇 요소들은 결코 ‘안티물’이 아님을 미리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제 팔이 가는대로 쓰는 것 뿐이며, 한번 캐릭터의 구상이 잡히면 그걸로 밀고 나가야 하는게 제 스타일입니다.

몇몇 리뷰어분들이 이 팬픽에서 나오는 과학적인 요소들이 실제로 존재하냐는 질문들을 하셨습니다. 네, 사실입니다. 제 프로파일로 가보시면 해리 제임스 ​포​터​-​에​반​스​-​베​레​스​에​ 대해 알수 있는 웬만한 것들에 대해 수록한 논픽션 사이트 들의 링크가 있을겁니다.

교환


“우리 아빠만큼은 못하지만 너희 아빠도 멋지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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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크로스’ 역의 9번 승강장의 중간에 서 있는 페투니아 에반스-베레스는 고여가는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며 해리의 포옹을 받았다. “정말 내가 같이 가지 않아도 괜찮겠니, 해리?”

해리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평상시와 다름 없는 듯 하지만 자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그의 아버지 마이클 베레스-에반스에게 눈길을 주던 해리의 눈은, 이내 결코…차분해보이진 않는 그의 어머니로 돌아갔다. “엄마, 엄마가 마법세계에 대해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어요. 저와 같이 들어가지 않으셔도 돼요, 진심입니다.”

페투니아가 움찔했다. “해리, 나에 대해서 걱정 하지 말거라, 나는 네 엄마이고 너만 좋다면─”

“엄마, 전 앞으로 호그와트에서 몇 달 동안 자취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예요. 혼자서 승강장 찾는 것 조차 못한다면 애초에 갈 필요조차 없죠.” 그가 목소리를 속삭임 수준으로 죽였다. “게다가, 그 쪽에서 전 모두에게 사랑 받고 있어요. 뭔가 곤란한 일이 생기거나 하면, 전 그저 제 머리띠를 풀기만 하면,” 해리가 이마의 흉터를 가리고 있는 머리띠를 톡톡 치며 말했다. “분명 학교 전체가 저를 도와주지 못해 안달날걸요.”

“오, 해리.” 페투니아가 중얼거렸다. 무릎을 살짝 구부린 그녀는 그를 꼭 껴안아, 얼굴과 뺨을 맞대어 눈을 감았다. 불안정한 그녀의 호흡을 가만히 듣던 해리는, 이내 그녀의 입 밖으로 목이 메인듯한 흐느낌이 터져나오는 것을 느꼈다. “해리, 우린 항상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잊지 말거라.”

평생 못볼 것도 아닌데, 그녀는 당장 그가 죽어버려 다시는 보지 못할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생각할 필요조차 없지만, 해리는 그녀가 왜 그토록 겁에 질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추측을 해보았다. “엄마, 엄마도 제가 마법을 배워도 엄마의 동생처럼 돌변하진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겠죠? 만약, 가능하기만 하다면 언제든지 마법을 걸어주거나…혹은 집에서 마법을 쓰는게 싫으시다면 저도 그렇게 할게요, 절대로 마법을 배웠다고 으스대거나 그러지는….”

따뜻한 포옹이 그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해리, 넌 착한 마음을 지녔어,” 그의 어머니가 그의 귓가를 향해 속삭였다. “정말 고맙구나, 아들.”

그 말에 해리는 목이 메여 조금 쿨럭거렸다.

해리를 놓아준 그녀는 이내 일어섰다.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으며 화장을 고치는 그녀는 애처로워보이기 까지 했다.

가까스로 어머니의 설득은 끝났지만, 아버지가 그를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는 해리의 트렁크를 직시하는 것 조차 버거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은 대대손손 물려받는 재능이었기에, 마이클 베레스-에반스는 마법세계에서 걷는 것 조차 못할 것이다.

대신이라고는 뭣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헛기침을 했다. “학교에서 무운을 빌겠다, 해리.” 그가 말했다. “우리가 책을 충분히 샀다고 생각하니?”

다이애건 앨리에서의 여행이 끝나자마자 해리는 그의 아버지에게 그의 혁명적이면서도 중대하기 그지없는 계획을 말했고, 베레스-에반스 교수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살인적일 정도의 스케쥴을 모조리 캔슬시켜 해리와 같이 ‘사상 초유의 서점 사냥’에 나섰다. 장장 4개의 도시를 이틀동안 싸돌아다니며 성취해낸 결과물인 서른 상자의 과학책들이 해리의 트렁크 밑바닥에 고이 잠들어 있었다. 대부분의 책들은 고작해야 일 이 파운드의 가격밖에 하지 않았지만, ‘화학과 물리학의 모든 것’ 최신권과 1972년 발행의 ‘브리타니카 백과사전’ 전권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해리가 가격표를 보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그의 시선을 돌렸었지만 눈치가 빠른 해리는 그의 아버지가 족히 천 파운드는 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법세계의 돈을 머글 돈으로 환전하는 방법만 알아낸다면 그 즉시 책값을 갚겠다고 벼른 해리였지만, 그에게 돌아온 아버지의 대답은 ‘호수에나 뛰어들어 빠져 죽어라’ 였다.

그런 그의 아버지가, ‘우리가 책을 충분히 샀다고 생각하니?’ 라는 질문따위나 하다니. 그가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해리는 목이 까끌까끌한 것을 느꼈다. “책은 절대로 ‘충분’할 수 없어요.” 해리가 베레스 가의 좌우명을 낭송하자, 그의 아버지가 잽싸게 다리를 굽히고는 해리에게 짧고, 강한 포옹을 했다. “하지만 괜찮은 시도였어요.” 다시 목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해리가 말했다. “정말, 정말 괜찮은 시도였어요.”

그의 아버지는 한결 차분해진 듯 했다. “자아….” 그가 말했다. “네 눈에는 9와 3/4 승강장이 보이니?”

킹스 크로스 역은 그 규모도 방대했지만, 언제나 북적이고 일반적인 타일이 깔려있었으며, 언제나 바쁜 일반인들이 일반적인 직장으로 향하며 일반적인 대화를 나누며 일반적인 소음을 마구 만들어 내는 일반적인 역이다. 킹스 크로스 역에는 9번 승강장(그들이 현재 서 있는 장소)와 10번 승강장(바로 옆의 승강장)이 있었지만, 그 사이에는 얇은 아치의 벽만을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늘에서 찬란하게 비추는 밝은 태양광이 9번과 10번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그 무언가를 강조하듯이 내려쬐고 있었다.

눈물이 핑 돌때까지 주위를 째려보던 해리는 마법의 시야여, 마법의 시야여 라며 속으로 염원하고 또 염원했지만 그가 평소 보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팡이를 꺼내 흔들어볼까 하고 생각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맥고나걸은 그에게 지팡이를 섣불리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물론이고, 지팡이 끝에서 한번 더 오색찬란한 빛이 터지거나 한다면 ‘역내에서 불꽃놀이’ 미수죄로 체포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추측조차 그의 지팡이가 킹스 크로스 역을 대파시키지 않는 전제하에서다. 해리는 그에게 남은 48 시간의 유예기간 동안 어떤 과학책을 사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 교과서를 단지 훑어보기만 했을 뿐이었기에(물론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장난 아닌 수준이었지만)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했다.

해리는 그의 손목시계를 슬쩍 보았다. 뭐, 11시 정각에 열차 탑승이니 이 미스터리를 풀기 까지 아직 한 시간 정도의 기간이 남아있었다. 해리는 혹시 이 9와 3/4 승강장을 찾는 것이 멍청이들이 마법사가 되는 것을 방지시키기 위한 일종의 IQ 시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기간이 다하고서도 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기간은 교육적인 성공에 두 번째로 중요한, 그 학생의 성실함을 나타내는 거고 말이다).

“반드시 알아낼거예요.” 잠자코 기다리는 부모님에게 해리가 말했다. “뭐, 일종의 시험이거나 하겠죠.”

그의 아버지가 미간을 찌뿌렸다. “흠…지면에 새겨진 발자국들을 살펴보는게 어떠니, 통상 발자국과는 완벽하게 엇나간 방향으로 기이하게 새겨진 발자국 같은거라거나….”

“아빠!” 해리가 말했다. “그만하세요! 전 제 능력으로 찾을 거란 말이예요!” 쓸만한 의견이었기에 해리는 오히려 더 불쾌해졌다.

“미안하다,” 그의 아버지가 사과하며 말했다.

“아….” 해리의 어머니가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학생들에게 그런 일을 시키지는 않을 것 같구나. 정말 맥고나걸 교수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니?”

“그런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해리가 대꾸했다.

“해리!” 부모가 동시에 외치며 해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교수님에게 무슨 짓을 한거니?”

“어, 그게─” 해리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저기, 지금 이럴 시간이 아닌데─”

“해리!”

“정말이에요! 지금은 이럴 시간이 아니라구요! 그걸 설명하기 위해선 한 시간 만으로는 부족할게 분명하고, 당장 학교에 갈 방도를 연구해봐야 한다고요!”

페투니아는 아예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얼마나 지독하게 굴었니?”

“음, 그러니까,” 국가 기밀의 레벨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과학 전람회 프로젝트 사건’의 반절 가량?”

“해리!!”

“우…어….앗, 저기 부엉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학교에 가는 방법을 물어보고 올게요!” 부모님으로부터 쏜살같이 도망치며 해리는 신들린듯이 트렁크를 몰고 타오르는 적발을 가진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

통통하지만 푸근한 인상의 여성이 그가 다가오자 반갑게 맞아주었다. “안녕, 얘야. 호그와트 입학생이니? 여기 우리 론도 마찬가지란다─” 말하는 순간 그녀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해리에게 몸을 기울이며,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해리 포터?”

네 명의 남자아이와 적발을 기른 여자아이, 그리고 부엉이 한마리가 동시에 몸을 돌리고는 해리를 응시하며 그 자리에서 동작을 정지했다.

“뭐 이런 경우가!” 해리가 불평을 토해냈다. 적어도 호그와트에 도착할때까지는 ‘베레스’로 자신을 소개하려고 계획했기 때문이다. “이런 멋진 머리띠까지 둘렀는데! 도대체 어떻게 제 얼굴을 알아보신 겁니까?”

“그래요.” 산책하듯이 뒤에서 걸어오며 해리의 아버지가 말했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의 이름을 어떻게 아셨죠?” 그의 목소리에는 언뜻 두려움마저 섞여있었다.

“네 사진이 신문에 실려있었어.” 두 명의 쌍둥이 형제 중 하나가 말했다.

“해리!”

“아빠! 아빠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예요! 전 그저 어둠의 마왕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을 한살 때 해치운 것 뿐입니다!”

“뭐라고?”

“자세한 건 엄마에게 물어보세요.”

“뭐라고?”

“아…마이클, 여보. 지금까지 당신에게 말해도 좋을 것 없다고 판단한 몇가지 사항들이 있는데─”

“실례합니다,” 해리가 그를 주시하고 있는 붉은머리의 가족들에게 말했다. “9와 3/4 승강장으로 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아아….” 통통한 여성이 말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승강장 사이의 벽을 가리켰다. 9와 10번 승강장 사이의 벽으로 곧장 돌진하면 된단다. 명심할 것은, 절대로 멈추어서는 안되고 부딪칠까봐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것. 차라리 눈 딱 감고 달려드는 걸 권유한단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코끼리’에 대해서 생각하지 마.”

“조지! 신경쓰지 말아라 얘야, 코끼리를 생각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전 프레드예요 엄마, 조지가 아니라─”

“감사해요!” 벽을 향해 돌진을 감행하며 해리가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왜 내가 믿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거라는 거지?

이런 상황이 들이닥쳤을 때 이 기묘한 상황속에 ‘합리적 의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챌 만큼의 명석한 두뇌를 해리는 그 무엇보다 증오했다. 머리를 비워버린채 벽을 뚫고 지나갈수 있다는 생각만 연신 해댔으면 아무런 하자도 없었겠지만, 현재 그는 그가 벽을 뚫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지 의심을 해버렸고, 결과적으로 ‘벽에 부딪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해리! 당장 돌아와라, 어서 설명하지 못해!” 아버지였다.

해리는 눈을 딱 감고 정당성 있는 믿음과 기타 상식들을 모조리 접고서는 물질적인 벽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을 전심전력으로 믿고 또 믿었고, 그러자─

─주변의 소음이 변화했다.

눈을 뜬 해리는 이내 멈추고는, 정말로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고있었던 건지 잠시 자괴감에 빠졌다.

단선의 구조로 되어 있는 실외의 승강장에는, 총 14개의 차량과 공기의 청결도를 나락으로 빠뜨리는데에 일조를 하는 적색의 증기 기관차로 이루어진 열차가 자리잡고 있었다. 벌써부터 승강장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해리가 한 시간이나 빨리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의자와 테이블, 판매원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며 나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러한 공간은 킹스 크로스 역에 결코 존재하지 않고, 이러한 공간을 수납할 만한 장소 또한 역에는 없다는 것을 해리는 굳이 생각해야 할 필요조차 못 느끼고 있었다.

좋아, (첫번째 가설) 그는 킹스 크로스와는 완벽하게 다른 장소로 순간이동을 당했거나, (두번째 가설) 마법사들은 공간을 접는 행동을 숨쉬는 듯이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거나, (세번째 가설) 그들은 그저 법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 ​뿐​이​다​. ​

무언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려옴에 따라 해리가 돌아보자, 작은 발톱들이 돋아나 있는 촉수를 뻗어내며 트렁크가 그에게로 향해 엉금엉금 기어오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가방 또한 마법의 장벽을 돌파할 만큼 ‘벽을 뚫고갈 수 있다’ 라는 일종의 ‘믿음’을 가져버린 것 같았다, 그의 곁에 이렇게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생각해보니 거북해도 그 만큼 거북할 수는 없었다. 이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잠시 후, 가장 어려보이는 빨간머리의 남자아이가 철제 아치문에서부터 트렁크를 끌고 뛰쳐나오더니, 근처에 얼쩡거리고 있던 해리와 충돌할뻔 했다. 그런 위험한 장소에서 두문분출하고 있었다는 것에 바보 같다는 느낌을 받은 해리가 서둘러 고개를 돌려 물러서자, 빨간머리의 남자아이 또한 트렁크를 끌며 그를 뒤따랐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순백색의 부엉이가 아치를 통해 펄럭거리며 날아와서는 남자아이의 어깨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저기,” 빨간머리의 아이가 입을 열었다. “네가 정말로 해리 포터니?”

또 이런 상황인가. “그것을 확신할 수 있는 논리적인 증거는 없어. 우리 부모님은 나를 거두어주기 전에 이름이 ‘해리 포터’였다는 것을 알고 계셨고, 이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우리 부모님, 그러니까 다른 부모님들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말씀들 하셨지. 그렇지만,” 순간 무언가를 깨우친 듯, 해리는 인상을 썼다. “수많은 마법들 중에 아이의 외견을 마음대로 조종해 원하는 외모로 변화시키는 마법이 없다는 보장도 없─”

“어, 그러니까 뭐라고, 친구?”

래번클로는 절대로 아니네, 장담해도 좋아. “그래, 내가 해리 포터야.”

“론 위즐리야.” 코가 길고 주근깨가 많으며 키가 킨 소년이 말을 하며 손을 내밀자, 그것을 정중하게 잡고 악수를 한 해리는 그와 함께 걸어갔다. 부엉이가 해리를 향해 정갈하면서도 총명하게 부엉, 하고 울었다(사실 ‘이에에에’ 비슷한 울음소리여서, 해리를 놀래키고 말았다).

이맘 때쯤, 해리는 불현듯 다가오는 크나큰 재앙을 본능적으로 느꼈고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계획을 획책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기다려,” 론에게 말한 그는 트렁크의 옷장 중 ‘겨울 옷’이 수납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옷장을 꺼내어, 겨울 코트 밑에서 그가 소유한 것들 중 가장 얇은 목도리를 발견할수 있었다. 해리는 즉각 머리띠를 풀고는, 목도리를 꺼내어 얼굴에다가 동여맸다. 계절이 여름이니만큼 조금 후덥지근 했지만, 충분히 참아줄 용의가 있었다.

옷장을 닫으며(이제는 쓸모없어진 머리띠와 함께. 물론 그 머리띠는 그 옷장에 들어가서는 안되었지만), 머글들의 영토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한 해리는 또다른 옷장에서 검은색의 마법사 망토를 꺼내고는 머리에다가 덮었다.

“좋았어,” 만족스럽다는 듯이 해리는 웃었다. 얼굴에다가 두른 목도리 덕에 그 웃음은 거의 세어나오지 조차 않았다. 그는 론을 향해 돌아섰다. “어떻게 보이니? 멍청해 보이는 건 알지만, 아직도 내가 해리 포터처럼 보여?”

“어,” 어벙하게 열려 있던 입을 닫으며, 론이 말했다. “그렇게 보이진 않는 것 같은데, 해리.”

“아주 좋아,”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들인 이 모든 노력들이 허사로 돌아가면 말짱 도루묵이니, 너는 이 순간을 기해서 나를,” 베레스는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스푸’라고 부르도록 해.”

“알았어, 해리.” 론이 혼란스러운 듯이 말했다.

‘포스의 힘’이 부족했던 건가. ​“​나​를​…​스​푸​…​라​고​…​부​르​도​록​.​”​

“알았어, 스푸─” 론이 말을 멈추었다. “이런, 도저히 안되겠어. 바보가 되는 기분이야.”

결코 ‘기분’만은 아니야. “알았어. 네가 작명해줘.”

“캐논,”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론이 즉답했다. “‘처들리 캐논’에서 따온 거지.”

“아….” 순간 해리는 자신의 결정을 지독히도 후회할 것이라는 기묘한 생각이 들었다. “처들리 캐논이 도대체 누구, 혹은 무엇이길래?”

“처들리 캐논이 누구냐고? 누구긴 누구야 퀴디치 역사상 최고의 팀이지! 물론, 작년은 리그의 꼴찌에서 가까운 수준으로 한 해를 끝맺었지만, 그래도─”

“퀴디치는 뭔데?”

이 질문을 한 것도 치명적인 실수였다.

“좋아, 정리를 해보자.” 론의 격렬한 설명(손짓 발짓 다 섞은)이 차츰 식어가는 듯 하자 해리가 말했다. “스니치를 잡는 행위가 150점이나 한다는 말이지?”

“그래─”

“통상 경기에서 스니치를 잡는 것은 포함하지 않고, 10점을 주는 득점은 평소 몇번 일어나지?”

“프로선수들의 경기에서는 팀 당 15개나 20개의 득점 정도일꺼야, 아마….”

“그건 뭔가 절대로 잘못됐어. ‘게임 기획’의 법칙이란 법칙은 모조리 위반하고 있잖아. 그래 좋아, 경기 대부분의 요소들은 내가 듣기에도 꽤나 그럴 듯 해, 그러니까 스포츠 적으로는 말이야, 그렇지만 넌 스니치를 잡는 행위가 평소 나타나는 득점의 가산보다 더욱 더 많은 점수를 가산한다고 말하고 있어. 두명의 수색꾼들이 하늘 위에서 팀의 동료들 중 어느 누구와도 소통과 연합을 하지 않으며 스니치만을 찾는 다고 하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스니치를 먼저 발견한다는 건 순전히 운에 의한─”

“그건 결코 운으로 해결되는 게 아냐!” 론이 반박했다. “올바른 방식으로 시야를 넓히며 사방을 주시해야만─”

“그건 결코 팀과의 소통이 되지 못해, 경기의 대표적인 ‘주고받는’ 형식이 전혀 없을 뿐더러 ‘경악스러울 정도로 탁월하게 사방을 주시하는 선수’를 관람하는게 뭐가 재밌어? 그리고 수색꾼이 운이 좋아 스니치를 먼저 잡았다고 하더라도 그건 다른 일원들의 피와 땀과 노력을 한순간에 쓰레기통으로 처분하는 셈이 되지. 이건 마치 누군가가 평범한 스포츠를 뜯어고쳐 딱히 경기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고, 룰을 베울 필요도 없는 주제에 ‘가장 중요한 선수’인 포지션을 집어넣은 것과 똑같아. 도대체 역사상 첫 수색꾼이 누구였니, 퀴디치를 하고 싶었지만 룰을 이해하지 못한 ‘왕의 바보 아들’?” 이렇게 말한 해리는, 생각외로 이 가설이 굉장히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보 아들을 빗자루에 앉혀놓고서 반짝이는 걸 잡으라고 명령….

론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퀴디치가 싫을면 싫다고 말해, 비웃지 말고!”

“비판이 불가능하다면, 최적화 또한 불가능해. 나는 단지 경기를 개선하기 위한 의견을 말하고 있는 것 뿐이야. 그리고 매우 심플하기도 하지. 스니치를 없애.”

“네가 말한다고 해서 경기가 바뀌거나 하진 않아!”

“나는 ‘살아남은 아이’야, 잊진 않았겠지. 사람들은 내 말을 들어주고 있어. 만일 내가 호그와트의 퀴디치 룰을 바꾸어버린다면, 그 혁신성을 인정받아 빠르게 사회로 퍼져나갈지도 모르지.”

론의 얼굴에 경악과 공포가 번져나갔다. “하, 하지만, 스니치를 없애버린다면, 경기가 끝났는지 안 끝났는지 어떻게 알아?”

“시계…를…사. 경기가 어떤 때는 10분안에 끝나는데 어떤 경우에는 한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면 너무 불공평 해, 그리고 관객들의 편의도 봐주기가 훨씬 수월하겠지.”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이런, 그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 좀 그만 해, 어처구니 없는 스포츠를 내 입맛대로 뜯어고쳐 개선할정도로 난 시간이 썩어날만큼 있지 않아. 그것보다는 몇배, 몇십배, 몇백배는 더 중대한 문젯거리가 있으니까.” 해리는 고민하는 듯 했다. “하지만, “95개의 무(無) 스니치에 관한 개조 논제’를 작성해 교회 대문에 못박아 놓는 일이 그리 어려울 리도 없고, 시간도 딱히….”

“포터,”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느릿느릿하게 울려퍼졌다. “네 얼굴의 그건 뭐고 니 옆에 서 있는 건 뭐니?”

경악으로 얼룩져 있던 론의 얼굴이 삽시간에 증오 그 자체로 변질되어갔다. “너!”

해리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예상대로 드레이코 말포이가 서 있었다. 학교의 교복을 착용하는 것은 아마 강제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해리의 그것보다 더욱 우아하고 마법적인 트렁크가 그것을 충분히 메꾸고도 남는다. 은과 에메랄드로 장식된 트렁크에는 해리가 추측하컨데 말포이 가문의 문장임이 분명한, 교차하는 상앗빛 지팡이 위에 품격 있어 보이는 뱀이 새겨져 있었다.

“드레이코!” 해리가 말했다. “아, 아니면 말포이, 그 쪽이 더 좋다면야, 내겐 ‘말포이’ 하면 루시우스 씨 밖에 생각이 안나지만. 그, 저번의 만남 이후로 잘 지냈던 것 같아 다행이야. 이 쪽은 론 위즐리. 현재 나는 신분을 숨기려고 노력중이니까, 어….” 해리가 그의 검정색 망토를 내려다보았다. “나를 ‘블랙’이라고 불러.”

“해리!” 론이 사납게 속삭였다. “그 이름은 사용할 수 없어!”

해리가 눈을 껌벅였다. “어째서?” 개인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치 베일과 어둠에 쌓인 국제적 중요인물 처럼….

“그 이름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해.” 드레이코가 말했다. “하지만 ‘가장 유서 깊고 고결한 블랙 가문’에게서부터 항의가 빗발칠수도 있으니, ‘실버’라는 이름은 어때?”

​“​당​장​…​‘​골​드​’​에​게​서​ 떨어져.” 차갑게 일갈한 론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네놈 같은 인간과 말을 섞을 필요 따위 없어!”

스산한 분위기를 무마시키기 위해 해리가 손을 들었다. “‘브론즈’라는 이름으로 할게, ‘작명의 도식’을 제공해준건 고마워. 그리고, 론, 어….” 해리는 이 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상당히 난감했다. 직설적으로 말하니 너무 악의에 가득찬 결정이고, 선회해서 말하자니 알아들을 지가 의문이었던 것이다. “나를 그렇게 필사적으로 ​보​호​하​려​는​건​…​고​맙​긴​ 한데, 나는 드레이코와 대화를 하는 것에 대해 그다지 불쾌하게는 생각 않….”

이 말이 명백하게도 론이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마지막 경계선이었는지, 그는 씩씩거리며 잔뜩 격분한채 해리를 응시했다. “뭐라고? 이 녀석이 도대체 누군지 알아?”

“그래, 론.” 해리가 말했다. “분명 좀 전에 딱히 소개를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드레이코’라고 부른 것을 못 들었니?”

드레이코가 비웃는 듯이 입가를 일그러뜨렸다가, 시선이 론의 어깨에 머무르고 있는 순백의 부엉이를 향했다. “오, 이건 뭐지?” 특유의 느릿하고 간드러지는, 적의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위즐리들의 사랑스러운 ‘애완 쥐’는 어디로 갔을까?”

“뒷마당에 묻혀있어.” 냉담하게 론이 대꾸했다.

“그것 참 슬프게도. 포…아, 브론즈, 여기 위즐리 가족이 애완동물에 대해 기막힌 이야기들을 저마다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지. 한번 말해 보겠어, 위즐리?”

론의 얼굴이 뒤틀려갔다. “네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결코 이렇게 웃고 있지 못했을 걸!”

“호오,” 드레이코가 온화하게 웃음지었다. “하지만 절대로 말포이 가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지.”

론의 손이 점차 주먹으로 말려가고 있었다─

“이제 그만해.” 목소리에 최대한 압박감을 싣기 위해 노력하며 해리가 말했다. 이 건이 무엇이든지 간에, 저 빨간머리의 소년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이라는 것만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론이 말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우리에겐 그걸 강요할 권리가 없어, 그리고 말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

드레이코가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며 해리를 돌아보았고, 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해리! 아니 브론즈! 저 녀석이 도대체 어떤 인간인지 이제 알겠어? 어서 꺼지라고 해!”

해리는 머릿속에서 재빨리 숫자 10까지 세었다. ​1​2​3​4​5​6​7​8​9​1​0​─​다​섯​살​ 즈음 어머니의 권유로 인해 몸에 익어버린 기묘한 버릇이었지만, 그의 어머니의 권유인 ‘느릿하게 세거라’와는 달리 빛처럼 빠르게 세고도 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게끔 최적화시켰다. “론,” 차분하게 해리가 입을 열었다, “나는 드레이코 보고 꺼지라고 하지 않을거야. 드레이코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나와 같이 앉을 수 있어. 그건 내 결정사항이 아니야.”

“나는 드레이코 말포이와 어울리는 녀석과 어울릴 생각은 추호도 없어.” 론이 냉랭하게 선언했다.

해리가 어깨를 으쓱였다. “마음대로 해. 내가 누구와 어울릴 수 있는지, 누구와 사귈 수 있는지 명령하는 녀석과 친구맺을 생각은 없으니까.” 그는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제발 가버려…어서 꺼져버려….

론은 자신의 말이 해리에게 반드시 먹힐것이라고 생각한듯, 해리가 동조하자 멍하게 얼굴을 풀었다. 이내 몸을 돌린 론은, 짐가방을 거칠게 끌어내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승강장 밑으로 흉폭하게 내려갔다.

“걔가 싫었다면,” 드레이코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왜 네가 먼저 나가지 않은 거지?”

“어…걔 엄마가 킹스 크로스 역에서 이 승강장을 찾는걸 도와주셔서, ‘어서 꺼져버려’ 같이 직설적으로 말하기가 좀 거북했어. 게다가 난 이 ‘론’이라는 녀석이 싫은게 아니야.” 해리가 말했다. “난 단지, 단지….” 해리는 적당한 수식어를 물색하려고 애썼다.

“그 녀석이 이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드레이코가 제의했다.

“비슷해.”

“뭐 어쨌든, 포터…만약 네가 정말로 머글들에 의해서 자라났다면─” 해리가 부인하기를 기다리는 듯 드레이코가 잠시 말을 멈추었지만, 해리는 아무 말도 끝내 하지 않았다. “─‘유명’하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모르겠지. 사람들은 너의 소중한 시간을 끊임없이 잡아먹을 거야.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거절할줄도 알아야 해.”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썩 괜찮은 조언인 것 같은데.”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주게 된다면 주도권을 잃어 휘둘리게 될 뿐이야. 누구와 어울릴 것인지 확실하게 정하고, 나머지 떨거지들은 쫓아내버려. 사람들은 네가 어떤 인물과 어울리는지로 네 가치를 판단하니까, 론 위즐리 같은 녀석이랑 같이 있으면 여러모로 곤란해.”

해리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날 알아보았니?”

“브론즈,” 드레이코가 느릿하게 말했다. “난 이미 널 한번 만나보았어, 잊진 않았겠지. 그것도 아주 강렬한 인상이었지. 갈길을 가고 있는데 웬 목도리를 머리에 두르고 터무니없이 멍청하게 보이는 녀석이 있더라고. 그래서, 추측을 해보았지.”

그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인 해리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 때는 정말 미안했어,” 해리가 말했다. “다이애건 앨리에서 말이야. 루시우스 씨 앞에서 창피를 준 것은 사과할게.”

드레이코가 손짓으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웃자, 해리는 그를 기묘하다는 시선으로 보았다. “우리 아버지가 네가 나에게 아부를 하고 있을 때 들어오셨다면 좋았을텐데….” 드레이코가 소리내어 웃었다. “그래도 아버지에게 한 일은 고마워. 네 기발한 발상이 아니었다면 설명하는데 애먹을 뻔 했어.”

해리는 더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 또한 네가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똑같은 발상을 한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천만에. 하지만 옷가게의 조수들의 입이 생각보다 가벼웠던 것 같아. 아버지 말로는, 우리 둘이 싸웠다는 얼토당토 않은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하거든.”

“이런,” 눈살을 찌뿌리며 해리가 말했다. “정말 미안해─”

“아니, 이런 일에는 익숙하니까. 멀린에 맹세코 말포이 가문 보다 많은 소문에 휘말린 가문은 없을 거야.”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야단맞지 않았다는 게 정말 다행스럽네.”

드레이코가 미소지었다. “아버지는, 음, 조금 세련된 유머감각을 지니고 계시지만, 친구를 만든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아셔. 물론, 잘 알고 계시지. 실은, 저번 달부터 내가 잠에 들기 전에 ‘나는 호그와트에서 친구를 만들 것이다’라는 말을 몇번씩이나 반복하게 하셨어. 내가 사건의 경위를 모조리 설명하고 아버지의 명령 그대로 수행하고 있었다고 하자, 아버지는 나에게 사과하셨을 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까지 사주셨어.”

해리는 턱을 떨어뜨릴 것처럼 입을 크게 벌렸다. “그 카오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보답으로 받아냈단 말이야?”

자부심 가득찬 미소를 지으며 드레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나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잘 알고계셨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가르쳐 준건 애초에 아버지고. 내가 아버지에게만 통하는 미소를 지으면 아버지는 그걸 즉각 알아채시고는, 나에게 반드시 아이스크림을 사주어야 해, 안그러면 내가 아버지를 실망했다는 우울한 얼굴로 바라보니까. 뭐, 우리 가족 사이에서만 통하는 거지.”

자신 외의 ‘달인’을 감지한 해리는 드레이코를 눈빛으로 계산하며 조심스래 물었다. “너, 사람을 조종하며 농락하는 방법에 대한 레슨을 받은거니?”

“그래, 내가 기억하는 한.” 자랑스럽게 드레이코가 말했다. “어릴적부터 아버지가 가정교사를 붙여주셨어.”

“우와,” 해리가 경탄했다. 분명 그것은 로버트 치알디니가 저자인 ‘설득의 심리학’을 읽는 것보다 더욱 세련되고 멋져보였다(굉장한 책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지만). “우리 아빠보다는 못하지만 너희 아빠도 멋지시네.”

드레이코의 눈썹이 휘었다. “호오, 네 아버지는 무얼 하시지?”

“내게 책을 사주셔.”

드레이코는 잠시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아닌 것 같은데.”

“겪어본 사람만이 그 진정한 진가를 알지. 아무튼, 정말 다행이다. 나는 분명 루시우스 씨의 분위기로 보컨데 너를 교, 교살시켜 버릴 줄 알았거든.”

“우리 아버지는 정말 날 아끼셔,” 드레이코가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로 그런 짓은 하지 않지.”

“어….” 해리가 말했다. 그는 말킨 부인의 가게에서 목격한 검은색 로브의, 백발을 단정하게 정리한채 위협스러운 은색 손잡이의 지팡이를 소지한 완벽한 남자를 떠올렸다.  그런 완벽한 ‘살상병기’가 실은 ‘자상한 아버지’라는 것을 해리는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제발 내 말을 오해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뭐?” 평소 드레이코가 접해본 질문이 아닌 것만은 명백했다.

“나는 합리의 근본문제를 제시한 것 뿐이야. 네가 믿고 있는 것을 너는 왜 믿지? 너는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고 어째서 그것을 알고 있지? 도대체 무슨 근거로 루시우스 씨가 너 또한 게임판 위의 다른 장기말 처럼 자비없이 희생시킬 거라는 생각을 못하는 거지?”

드레이코는 괴이쩍은 시선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네가 우리 아버지에 대해서 뭘 알아?”

“어…. 위즌가모트에 자리가 있고, 호그와트의 이사장중 한명이며, 경악스러울 정도로 부자고, 퍼지 장관의 제 3의 귀이며, 퍼지 장관의 신뢰를 받고 있고, 아마 퍼지 장관의 부끄러운 사진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고, 어둠의 마왕이 사라진 지금 가장 영향력 있는 순수혈통이고, 전직 죽음을 먹는 자 이자 죽음의 표식을 새기고 있었지만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렸다고 쌩깐 뒤 무죄석방이라는, 뭔가 말도 안되며 모두가 짐작했을만한 변명을 했고…또 어디 보자, 악당 중에서 일류 악당이며 살인을 하기 위해 태어난 남자이지…대충 이정도 인 것 같네.”

드레이코의 눈이 뱀처럼 찢어졌다. “맥고나걸이 말해주었구나, 그렇지.”

“아니, 교수님은 루시우스 씨에 대해서는 ‘가까이 가지 말라’라는 경고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래서 ‘마법약 가게’에서 모종의 사건 이후에, 사태를 무마시키기 위해 가게주인과 대화를 나누느라 열중이셨던 맥고나걸 교수님을 피해 손님들 중 아무나 잡아 루시우스 씨에 대해서 물어보았지.”

드레이코의 눈이 다시 왕방울만하게 변했다. “정말 그렇게 했어?”

해리는 드레이코를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주시했다. “만약 내가 처음에 거짓을 고했다면, 단지 네가 부탁하는 것만으로 두번째에서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을 거야.”

잠시 드레이코가 이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넌 절대로 슬리데린에 들어갈 거야.”

“아니, 난 절대로 래번클로에 들어갈 거야. 나는 책을 읽기 위해 무력을 필요로 하니까.”

드레이코가 낄낄거렸다. “그래 그래. 뭐, 아무튼…너의 질문에 답해보자면….” 커다랗게 숨을 들이쉰 드레이코는 이내 얼굴을 진중하게 굳혔다. “우리 아버지는 나 때문에 위즌가모트의 투표를 놓친 적이 있어. 빗자루를 타고 있었는데 떨어져서 갈비뼈가 산산조각 나고 말았지. 무진장 아팠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정도로 고통스러웠던건 난생 처음이었고 실제로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어. 그래서 아버지는 정말 중대한 투표날을 성 뭉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나의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는 모든 게 다 잘될거라며 반복하느라 그만 놓치고 말았어.”

해리는 불편한듯 시선을 외면하다가, 노력 끝에 드레이코를 다시 주시했다. “그런 걸 왜 나에게 말해주는 거야? 왠지 조금…개인적인 추억 같은데.”

드레이코가 해리를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내 가정교사중 한명이 이렇게 말했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함에 의해 끈끈한 우정이 성립된다고, 그리고 사람들이 가까운 친구를 만드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개인적이고 중요한 비밀을 남과 공유하는 것이 창피하고 부끄럽기 때문이라고.” 드레이코가 다음은 네 차례라는 듯 손바닥을 냈다. “너는?”

드레이코의 희망적인 얼굴이 실은 몇 달간의 피땀어린 노력 끝에 자연스럽게 새겨진 것이라는 것을 숙지하고 있어도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리는 관찰했다. 아니, 실은 효과가 중화되었지만 완벽하게 사라진 것은 불행히도 아니다. 해리가 읽은 사회 심리학 책에 서술된(조건적인 50 달러보다 무조건적인 5 달러가 조사에 응하는 것에 두배는 효과적이라는 실험) ‘교환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을 교묘하게 이용한 드레이코의 기발하고도 영리한 자발적인 고백 또한 마찬가지다. 드레이코는 신뢰에 대한 자발적인 고백을 했고, 그 보답으로 해리 또한 신뢰를 보이라고 초대의 손을 내밀고 있었다…그리고 드레이코의 의도대로, 해리는 압박감을 느꼈다. 거절이라는 행동을 보인다면, 분명 드레이코의 실망과 비애, 그리고 그가 방금 점수를 잃었다는 소량의 혐오로 얼룩져 있는 드레이코의 얼굴과 대면할 것이라고 해리는 확신했다.

“드레이코,” 해리가 말했다, “미리 말하지만, 난 네 의도가 뭔지 알고 있어. 내 책에 의하면 이건 교환이라고 불리우는 건데 직설적으로 2 시클을 선물하는 것이 조건적으로 20 시클을 권유하는 것보다 두배는 효과적이라고….” 해리가 말끝을 흐렸다.

드레이코의 얼굴은 실망과 비애로 가득차있었다. “속임수 따위는 들어 있지 않아, 해리. 정말 친구로 지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해리가 손을 내밀었다. “대답하지 않을거라고는 하지 않았어. 단지 개인적이지만 지나친 파급력은 없는 추억을 찾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그래, 나는 갑작스러운 일에 그다지 잘 대응하지 못해.”

“좋아.” 드레이코가 말했다. “네가 뭔가 생각낼때까지 기다릴게. 아, 그리고 말할때는 제발 그 목도리는 집어던지고 말해.”

간단하지만 효과적이다.

해리는 그가 그토록 노력했던 ‘휘둘림에 대한 반항’, ‘얼굴 감추기’, ‘자랑하기’등이 드레이코에 비하면 얼마나 유치하고, 어색하고, 추했는지 비로소 눈치챌수 있었다. 젠장, 나에게도 그 가정교사들이 필요해.

“좋아,” 해리가 잠시 후 말했다. “말할게.” 잠시 주위를 둘러본 후 해리는 목도리를 위로 말아올려 흉터를 제외한 얼굴 전체를 드러나게 했다. “어…내 생각에 넌 네 아빠를 정말 의존할 수 있는것 같아. 내 말은…아빠에게 진지하게 대화를 걸면, 그도 네게 진지한 대답을 해주고 말이야.”

드레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씩,” 입을 여는 순간, 해리는 침을 삼켰다. 말을 꺼내는 것은 놀랍게도 힘겹기만 했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가끔씩 난 우리 아빠가 네 아빠같았으면 해.” 거의 반사적으로 해리는 드레이코로부터 시선을 피했지만, 초인적인 노력 끝에 그를 다시 바라볼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막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 깨달아버린 해리는 재빠르게 덧붙였다. “그렇다고 우리 아빠가 루시우스 씨처럼 한치의 오류조차 없는 살인병기가 되는 것을 바라는게 아니고, 그저 내 말을 좀 진지하게 ​받​아​들​여​주​셨​으​면​─​”​

“이해해,” 드레이코가 미소 지었다. “봐…이렇게 털어놓으니까 벌써 친해진 것 같지 않니?”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의외로. 어…정말 미안한데, 다시 변장좀 해야겠어. 난 정말로 저번같은 상황이 일어나는 걸 바라지─”

“이해해.”

해리는 목도리를 다시 내려 얼굴 전체를 가렸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동료들의 말을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이시지,” 드레이코가 말했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아군이 많은 거야. 한번 만나보는게 어때?”

“생각해볼게,” 고조 없는 목소리로 해리가 말하며 탄복했다는 듯이 고개를 휘저었다. “그러니까 정말로 네가 그의 유일무이한 ‘약점’이구나.”

돌연 드레이코는 해리에게 굉장히 기묘한 시선을 주고 있었다. “일단 마실거라도 사서 어딘가에 앉지 않을래?”

그제사야 자신이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서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해리는 허리를 풀기 위해 기지개를 쭉 폈다. “물론이지.”

승강장은 서서히 인원들로 메워져갔으나 적색의 증기 기관차에서 멀찍히 떨어진 곳은 아직 한적했다. 그쪽으로 향하는 동안 그들은 대머리지만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행상인이 자그마한 바구니에서부터 신문과 만화책, 그리고 형광으로 빛나는 녹색 캔을 파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행상인은 벽에 몸을 기대고는 그 형광으로 빛나는 녹색 캔을 마시고 있었는데, 액체를 입에 머금는 순간 우아하고 고고하기 그지없는 풍채의 드레이코 말포이가 얼굴 전체를 목도리로 가린, 말도 안될정도로 바보같이 보이는 기이한 아이와 함께 걸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별안간 발작을 일으키며 입안에 가득 머금고 있는 녹색의 액체를 성대하게 뿜어버려 수염에 가득 묻히고 말았다.

“실례합니다,” 해리가 말했다, “그 캔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격뿜차,” 행상인이 말했다. “이걸 마시면, 뭔가 경악스럽기 이를데 없는 일이 일어나 반드시 그 액체를 네 자신이나 다른 이에게 뿜게 만들지. 하지만 마법이 걸려 있어 얼룩은 몇초 후면 지워진단다─” 과연 수염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액체는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우습기 짝이 없군,” 드레이코가 말했다. “정말, 정말 우스워. 가자 브론즈, 다른 자리를 찾으러─”

“잠깐만 기다려.” 해리가 말했다.

“이보라고! 이건, 이건 유치한 정도를 넘어섰어!”

“아니, 미안해 드레이코, 하지만 난 이걸 반드시 조사해야만 해. 만약 제가 이 격뿜차를 마시면서 나누고 있는 대화를 가능한 한 진지하게 유지하려고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죠?”

행상인이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쎄다? 네 절친한 친구가 개구리 옷을 입고 지나가는 것을 발견한다거나? 예상치 못하거나 박장대소를 할 만한 일이 무슨 일이 있어도 벌어지기는 하지─”

“아뇨, 죄송해요. 전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군요. 너무나도 의심이 가는 나머지 언어로는 도저히 구사할 수 없을 만큼요. 고작 빌어먹을 음료수가 현실을 비, 비틀어 그런 개그적인 상황을 연출할 수 있을리가 없다구요,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전 그냥 모든 꿈과 희망을 포기하고 바하마로 떠날 겁니다─”

드레이코가 투덜거렸다. “꼭 해야 되는 일이야?”

“넌 마실 필요 없어, 그렇지만 난 반드시 조사를 해야만 해. 얼마예요?”

“캔 당 5 크넛.” 행상인이 말했다.

“5 크넛이요? ‘현실을 비트는 음료수’를 고작해야 5 크넛에 판단 말이예요?” 해리는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4 시클에다가 4 크넛”, 라고 말하고는 계산대에다가 쾅 하고 올려놓았다. “두 다스 주세요.”

“나도 하나 살게,” 한숨을 쉬며 드레이코가 그의 주머니로 손을 넣었다.

그 순간 해리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 내가 살게, 그리고 빚으로 달아두지도 않을게. 난 단지 이게 너한테도 먹히는지 알아보고 싶어.” 금방 구매한 캔을 드레이코에게 넘기며 나머지를 주머니 속에 넣자, ‘늘어나는 입’이 자그마한 트름과 함께 캔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 트름소리는 결코 언젠가 이 기이한 사건들에 대한 마땅한 이유를 알아낼 것이라는 자그마한 희망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스물 두번의  트름 후, 해리의 손에는 마지막으로 구매한 캔이 들려 있었다. 드레이코가 해리를 바라본 후, 두명은 사이좋게 동시에 마개를 땄다.

목도리를 위로 말아올려 입을 드러낸 해리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격뿜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무슨 연유에선지 밝은 녹색에다가 탄산, 그리고 라임보다 더 라임 같은 맛이 났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해리는 여전히 그를 자애롭게 내려다보고 있는 행상인을 물끄러미 주시했다.

좋아, 만약 이 행상인이 ‘단순한 우연’의 이점을 살려 나에게 스물 네개의 탄산음료를 판매한 것에 성공한 것이라면, 난 우선 이 기발한 기업가의 판매법에 찬사를 보낸 뒤 땅에 묻어버리겠어.

“꼭 바로 일어나리라는 보장은 없어,” 행상인이 말했다. “하지만 캔 당 한번은 반드시 일어나, 그것은 보장하지, 아니면 돈은 돌려줄게.”

해리는 이번에는 입안 가득 액체를 삼켜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차라리 한번에 다 마셔버리는게 나을지도 몰라…내 위장이 그 무지막지한 이산화탄소에 터지지 않길 빌자고, 그리고 마시는 도중에 트름을 하지 않기를….

아니, 신중을 기하는 것은 나쁠 것 없다. 그럼에도 해리는 이 캔의 원리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람 앞에 가서 “내가 한번 널 놀래켜보지” 라고 말하거나 “이제 이 농담의 어느 부분에서 재미를 느껴야 하는지 알려줄게, 분명 웃길 거야”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미 굳건하게 방호벽을 구축한 해리의 정신은, 설령 루시우스 말포이가 발레리나 복장으로 지나가도 뿜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 그가 뿜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일을 세계가 선사할 정도란 말인가?

“일단 앉자고,” 해리가 말했다. 다시 크게 한 움큼 마시기 위해 준비를 하며 조금 떨어져 있는 벤치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해리의 시선은 행상인이 팔고 있는 신문지 더미에 ‘이러쿵 저러쿵’이라는 이름을 가진 잡지의 일면을 장식한 글에 본능적으로 향했다.

  ​                                          ​‘​살​아​남​은​ 아이’

  ​                               드레이코 말포이를 임신시키다!

“갸아아악!!” 해리의 방향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밝은 녹색 액체에 정면으로 맞으며 드레이코가 비명을 질렀다. 불똥이 튀는 눈으로 해리에게 몸을 돌린 드레이코가 그의 녹색 캔을 부여잡으며 외쳤다. “이 빌어먹을 잡종 자식이! 어디 너도 한번 젖어봐라!” 고개를 뒤로 젖히며 캔 안의 액체를 입안 가득 머금은 순간, 드레이코의 시선또한 예의 그 일면에 머물렀다.

본능적인 반사신경으로, 해리는 그를 향해 토해져 나오는 액체를 막기 위해 애썼다. 불행하게도 그는 그 액체를 격뿜차가 잡힌 손으로 막은 나머지, 미처 막지 못한 액체가 그의 어깨를 잔뜩 적셨다.

해리가 기침과 헛구역질을 해대면서도 그의 손에 잡힌 캔을 노려보는 가운데, 어느새 드레이코의 망토에 묻은 녹색 액체가 소멸해가고 있었다.

잠시 진정되고서야 비로소 해리는 다시 그 잡지의 일면을 내려다보았다.

  ​                                        ​‘​살​아​남​은​ 아이’

  ​                              ​드​레​이​코​ 말포이를 임신시키다!

해리가 입을 열었다. “얼씨구 절씨구….”

오만가지 반박이 솟아오르는 것이 오히려 문제였다. 해리는 “하지만 우리는 고작 11살이야!” 라는 반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것을 느꼈지만, “하지만 남자는 임신할 수 없어!” 라는 이의가 모든 반박을 억누르고 우선권을 쟁취했고, 마지막으로 “하지만 우린 정말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라는 절박한 심정이 최종 우선권을 차지했다.

그리고 해리는 다시 그의 손에 들려있는 캔을 내려다보았다.

당장이라도 폐의 공기를 모두 배출하며 목청껏 비명을 지르다가 산소 고갈로 인해 쓰러지고픈 강렬한 욕망이 일었지만, 그 행동을 맊는 것은 해리가 언젠가 읽은 책에 나온, 순수한 패닉 그 자체는 과학적 오류가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라는 문구 덕분이었다.

으르렁거리며 근처 쓰레기통에다가 캔을 투척한 해리는 다시 행상인에게로 슬금슬금 걸어갔다. “이러쿵저러쿵 하나 주세요.” 4 크넛을 지불한 해리는 주머니에서 격뿜차를 한 캔 더 꺼내어, 순수 감탄 어린 눈빛으로 그의 손에 들린 격뿜차를 내려다보고 있는 드레이코가 앉아 있는 의자 쪽으로 슬금슬금 돌아갔다.

“전언 철회할게,” 드레이코가 말했다, “꽤 괜찮은 경험이었어.”

“드레이코, 비밀을 공유하는 것보다 더 진득한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되는게 뭔지 알아? 살인을 저지르는 거.”

“내 가정교사 중 한명이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 드레이코가 골똘히 생각했다. 망토 속으로 손을 넣어 가볍게 손을 휘저은 드레이코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근데 누구를 말이지?”

해리가 앞에 놓인 테이블에 강하게 ‘이러쿵저러쿵’을 내리쳤다. “이 일면의 표제를 생각해낸 남자.”

드레이코가 짜증스럽게 신음을 토해냈다. “남자가 아니야, 여자아이지. 10살 된 꼬마애라고, 믿어져? 엄마가 죽어버린 뒤 걘 미쳐버렸고, 이 잡지의 편집장인 아빠는 그녀가 ‘예언자’라고 믿고 있기에, 뭔가 모르는 일이 있으면 언제나 루나 러브굿 그 미친년에게 물어보고 그녀가 하는 말을 한결같이 믿지.”

딱히 고려해보지 않은채 해리는 손에 들린 새로운 격뿜차를 따며 마실 준비를 했다. “농담이라고 해줘. 그건 머글들의 기사보다 몇배는 질이 나쁘잖아, 그게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드레이코가 사납게 울었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그 년은 말포이 가문에 대해 비뚤어진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고, 그 년의 아빠 또한 정치적으로 우리에게 반하는 입장이라 그 년의 말을 그대로 잡지에 싣고 있지. 내가 나이를 먹을만큼 먹는 순간 난 그 년을 강간할거야.”

해리의 콧구멍에서부터 녹색의 액체가 뿜어져 나오며,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목도리를 축축하게 적셨다. 폐와 격뿜차의 상성은 그다지 좋지 않은지, 해리는 몇십초간 발작을 일으키는 듯이 콜록거렸다.

드레이코가 그를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뭐 잘못된 일이라도 있어?”

바로 이순간, 해리는 별안간 1) 열차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날카로운 소음이 드레이코가 망토 안으로 손을 넣은 순간부터 흐릿하게 변한 것과 2)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우정을 쌓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논의를 했을 때, 둘 다 질 나쁜 농담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은 오직 그 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왜냐면 녀석은 정말 보통 아이 같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보통 아이지, 그저 어둠의 마왕에게 가장 총애를 받던 하수인이며 자애로운 아버지이기도 한 존재에게 길러진 것뿐이니까.

“그래, 어,” 해리가 헛기침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대화를 재개할것이란 말인가, “나는 단지 네가 그런 사항들을 이런 개방적인 곳에서 대화한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야, 잡히거나 그런게 두렵지 않을까 해서.”

드레이코가 콧방귀를 뀌었다. “지금 농담하는 거야? 루나 러브굿의 증언과 나의 증언을 비교한다고?”

오 이런 제길슨. “내가 생각하건데, 마법적 거짓말 탐지기 같은건 없지?” 혹은 DNA ​감​별​법​이​라​거​나​…​물​론​ 아직은.

드레이코가 눈을 가늘게 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맞아, 넌 아무것도 모르지. 이봐, 내가 이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줄게, 네가 슬리데린에 들어왔다고 가정하고 나에게 물어본것 처럼. 하지만 절대로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해.”

“요컨데 그것에 대해서 말할 수는 있지만, 그 정보의 출처가 누군지는 발설해서는 안된다는 거지? 내말은 만약 슬리데린의 학생이 언젠가 나에게 물어본다거나 하면.”

드레이코는 잠시 생각했다. “그 말 다시 한번 반복해봐.”

해리가 다시 반복했다.

“좋아, 나를 속이려는 뜻은 없는 것 같으니까, 물론이야. 하지만 명심해, 난 언제든지 모든 걸 부인할수 있다는 것을. 그럼 맹세해.”

“맹세할게,” 해리가 말했다.

“법원에서는 ‘베리타세룸’을 사용하지만, 사실 그걸 피하는 건 간단해, 그저 증언을 하기 전에 너 자신에게 ‘오블리비아테’ 주문을 걸어서 또다른 증인의 기억은 기억조작 마법에 걸린 허구의 기억이라고 주장을 펼치면 돼. 만약 ‘펜시브’가 있다면, 잃어버린 기억을 나중에 되찾는 것도 가능해, 그리고 우린 펜시브가 있고. 통상적으로 법정은 까다로운 기억조작 마법 보다 ‘오블리비아테’에 걸렸다는 것을 더 확률적으로 높다고 추정해. 만약 내가 무슨 일에 휘말린다면 그건 ‘귀족 가문’의 명예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기에 안건은 우리 아버지가 투표권을 쥐고 있는 위즌가모트에 보내지지. 만약 내게 혐의가 없다는 것으로 판명나면, 러브굿 일가는 명예훼손죄로 보상금을 물어줘야 해. 어떤 발악을 해도 일이 이렇게 끝맺을 거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으니까, 강간을 당해도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해리는 그의 목소리와 얼굴을 평상시의 그것과 똑같이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중요체크: 시간이 나는 즉시 영국 마법세계의 정부를 산산조각 내라.

다시 헛기침을 하며 해리는 목을 가다듬었다. “드레이코, 제발 제발 제발 이 말을 곡해해서 듣지 말아줘, 하지만 넌 내가 슬리데린에 들어올 수도 있다고 했고 그저 정보적인 차원에서 알고 싶을 뿐이니까. 일단 가정을 해보고, 만약 내가 증인으로 나와서 네가 강간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고 증언을 하면 어떻게 되지?”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고 내가 말포이의 일원이 아니었다면, 나는 곤경에 처하겠지,” 비릿하게 웃으며 드레이코가 답변했다. “내가 말포이이기 때문에…우리 아버지가 투표권을 지니고 있어. 그 후 너를 철저히 박살내겠지…뭐, 쉽진 않을테지만, 넌 ‘살아남은 아이’이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누군가를 완벽하게 나락으로 몰아내는 것에 재능이 있으셔.” 드레이코가 인상을 썼다. “그건 그렇고, 넌 아까 그 년을 죽이는 것을 권유했는데, 왜 만약 그 년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을 때의 내 증언을 걱정하지 않지? 너는 나와는 다른 의미의 인기를 지녔는데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다면 네 그, 지지자들은 더 이상 너를 지지하지 않을걸.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체와 살인은 모든 면에서 강간보다 더욱 심각한 사건이야.”

대화의 흐름이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다면, 대각선으로 돌려라. “머글들의 특성이야, 영국의 머글세계에서는 살인을 저지르고 무혐의로 풀려난 것과 어린 여자아이를 강간하고 무혐의로 풀려나는 건 정치적으로 커다란 차이가 있어.”

“정말이야? 이상한걸. 왜 살인보다 강간이 더 심각한거지? 그렇다면 만약 그 년을 강간한 사람이 너라면, 그건 정말 네게 최상의 사태가 되는 거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흔쾌히 네게 첫번째 타자를 맡길 용의가 있어. 푸핫, 루니(미친) 러브굿이 ‘드레이코 말포이’와 ‘살아남은 아이’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몰골을 상상해봐, 설령 덤블도어라고 해도 절대 믿지 않을 걸.”

다행스럽게도 해리는 격뿜차를 마시고 있지 않았다. 언제부터 오늘이 이렇게 틀어져버린 걸까? 절박한 심점으로 계산한 결과 해리의 두뇌는 또다른 대각선을 찾아내었다.

“아니, 일단 너의 그 생각을 보류해두었으면 좋겠어. 내가 이 일면의 표제가 나보다 어린 여자아이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을 알아낸 순간, 나는 살인이나 강간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거든.”

“호오? 계속해봐,” 무심코 격뿜차를 입에 머금으며 드레이코가 말했다.

해리는 캔에 걸려 있는 주문이 캔 당 한번에 한정되어 있는지 불안해졌지만, 최소한 책임을 지는 것은 회피할수 있을거라는 생각하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정확한 시기를 기다리고는 말했다:

“나는 언젠가 그 여자와 반드시 결혼할거라고 생각했어.”

드레이코가 경악에 가득찬 기침 소리를 토해내며 망가진 자동차의 방열기처럼 입가에 녹색 액체를 흘렸다. “너 미쳤어?”

“그 반대야, 너무 정상적인 나머지 얼음처럼 냉정해.”

드레이코가 고주파로 소리내어 웃었다. “래스트랭보다 더 이상한 입맛을 가지고 있군. 하지만 그 년을 강간해도 별 상관 없을거야. 그 년은 아마 너무 지독하게 미친 나머지 좋아라 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시작해 결혼까지 간 사례를 많이 들어봤거든. 뭐, 싫어한다고 해도 ‘오블리비아테’ 주문을 걸어 다음 날에 다시 할 수도 있지.”

네 놈의 그 빌어먹을 중세 시대적 관념을 원자보다 작은 무언가로 갈기갈기 찢어버려주마. “그건 내가 상관할 문제인 거 같은데? 만약 네가 진심으로 그녀를 강간하고 싶다면 난 네게 빚을 져서라도─”

드레이코가 손을 휘저었다. “아니, 이건 공짜로 칠게.”

차가운 기운이 혈액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끼며, 해리는 손 안의 캔을 내려다보았다. 매력적이고, 미소짓고, 친구의 부탁에 자애로운 드레이코는 미치광이가 아니었다. 드레이코가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정도로 인간심리학에 통달했다는 것이 슬프고도 구역질 났다. 그가 방금 나눈 대화는 인류 역사 속에서 몇만번이고 일어났을 것이다. 만약 드레이코의 사상이 천하에 둘도 없는 극악무도의 악마만이 가질 수 있는 사상이였더라면, 세상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그의 사상은 간결하고, 인간적이고, 개입이 없는 이상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른바 원점이다. 드레이코는 그가 적이라고 간주한 존재는 이미 인간이라고 보지 않았다.

이성 시대가 오기 전의 야만적이고 느릿하게 발전하던 이 나라의 막강한 귀족의 아들은 분명 법의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그 당시 강간은 여기에서나 저기에서나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일에 불과했다.

그런 사상에 잠식된 머글 나라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고, 그런 귀족들이 존재하는 곳이 있으며, 단지 귀족뿐만이 아닌 암울한 나라도 존재한다. 계몽주의 시대에 도달하지 않은 모든 장소가 그러하다. 문화가 다른 문화와 사상을 교환하고 주고받거나 이런 탄산 음료 따위를 교환한 일이 명백히 일어나지 않은 영국 마법세계에도 계몽주의 시대을 펼쳐지지 않았다.

만약 드레이코가 복수를 취하겠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고, 그가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버려가면서까지 불쌍하게도 미쳐버린 여자아이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상, 나는 단지 소량의 시간을 벌었을 뿐이야, 그것도 충분하지 못한….

다른 이들이 아니라, 오직 한 여자아이를 위해서.

전세계의 순혈파들의 명단을 만들어 죽여버리는 게 얼마나 어려울까?

프랑스 혁명에서도 그러한 일들이 일어났었지만, 결말은 그다지 좋게 나지 않았던 것으로 해리는 기억했다. 아버지가 사준 세계사 교과서들에 쌓인 먼지를 털어, 프랑스 혁명의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해리는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고,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 창백하고 투명하게 드러난 달을 응시했다.

그래, 세계는 오류로 점칠되어 있고 잔인하고 음습하며 자비없어.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잖아….

“왜 그렇게 별안간 진지해보이는 거야,” 드레이코가 말했다. “됐어, 내가 추측하건데, 네 머글 부모님이 그런 것들은 나쁘다고 말해주셨겠지.”

자기자신의 목소리를 별로 믿지 못하는 해리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뭐, 우리 아버지 왈, 네개의 기숙사가 존재하나, 결국에는 모두 슬리데린이나 후플푸프 둘 중 하나에 속해있어. 그리고 솔직히 말해, 넌 결코 후플푸프는 아니야. 만약 네가 암중에 말포이 가문과 관계를 맺고…우리의 권력과 네 명성을 합치면…넌 심지어 나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들에서 유유히 걸어나올 수 있을거야. 당분간 시험해볼까? 그게 어떤 기분인지?”

오오, 이 영리한 뱀새끼. 11살인 주제에 벌써부터 멋잇감을 구슬리는 법을 배웠구나. 너를 구원하는 것은 이미 틀린거냐 드레이코?

해리는 생각하고, 고심해본 끝에 그의 무기를 선택했다. “드레이코, 순혈이니 뭐니에 대해서 설명 좀 해줄 수 있겠어? 알다시피 이런 건 처음이라 말이야.”

환한 미소가 드레이코의 입가에 걸렸다. “사실 나보단 우리 아버지에게 물어봤어야 해, 우리의 지도자나 다름없으니까.”

“엘리베이터 안내음처럼, 아니 30초 가량만 서술 부탁해.”

“알았어,” 드레이코가 말했다. 크게 숨을 들이쉰 그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는 리드미컬하게 말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는 힘을 잃어갔고, 잡종들의 세력은 거대해졌다. 살라자르와 고드릭, 로웨나, 그리고 헬가가 자력으로 호그와트를 설립하며, 로켓과 검, 보관, 잔, 그리고 모자를 만들었을 때, 현대 마법사중 어느 누구도 감히 그들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머글들과 혼합해서 후세를 남기고, 스큅들이 연명해감에 따라 우리는 쇠약해지고 있다. 누가 부패되었고, 누가 오염되었는지 확실히 해두지 않는다면 우리의 지팡이는 예술과 함께 부러질 것이고, 멀린의 대는 그 끝을 맞이할 것이며 아틀란티스의 핏줄은 몰락할 것이다. 우리들의 후세는 머글들처럼 살아남기 위해 땅이나 갈굴 것이며, 세계는 암흑에 잠식될 것이다.” 음료를 다시 입에 머금으며, 드레이코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드레이코가 신경쓰고 있는 일은 모조리 말한 것이 분명했다.

“설득력 있네,” 규범적이기보다 묘사적으로 해리는 말했다. 전형적이고, 지나치게 전형적이다. 품위에서부터의 추락, 순혈들을 ‘오염’에서부터 지켜야 하는 이유, 과거만이 솟구치고 미래는 나락으로 떨어져내려가는 그런 전개. 그리고 그런 전개에 대한 알맞은 반박또한 있다…. “하지만 그 논리에 대해 한가지 덧붙여야겠는걸. 머글들에 대한 네 지식은 지나치게 구식이야. 우린 더 이상 땅이나 갈구며 먹고 살지 않는다고.”

드레이코의 고개를 세차게 휘둘렀다. “뭐? ‘우리’가 누군데?”

“우리는, 바로 ‘과학자’들이지. 프란시스 베이컨의 대와 계몽주의 핏줄. 머글들은 지팡이가 없다고 해서 구석에 틀어박혀 울고만 있지는 않았어, 우리는 마법이 있든 없든 우리들만의 무력을 지니고 있지. 만약 너희들의 힘이 점차 쇠약해져, 이내 소멸한다면 우리들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을 잃은 것이 되겠지, 왜냐하면 너희들이 사용하는 마법이 이 세상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 지 밝히는 것에 유일무이한 힌트니까─뭐 그래도 너희들은 땅을 갈구며 살진 않겠지만. 너희들의 집은 여전히 여름에 시원할 것이고 겨울에는 따뜻할 것이며, 의사와 약 또한 존재할거야. 마법이 실패해도 과학이 너희들을 연명시켜주겠지. 물론 그것은 비극이고 그것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싶어하지만, 마법이 소멸한다고 해서 당장 세상이 멸망하는 것은 아니야. 뭐, 그냥 그렇다고.”

경악과 불신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드레이코는 해리에게서 몇걸음 뒷걸음질 쳤다. “멀린의 이름에 맹세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포터?”

“이봐, 난 네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줬어, 이제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래?” 어설프군. 해리가 자기 자신을 꾸짖었지만, 놀랍게도 드레이코는 뒷걸음질 치는 것을 멈추고는 주의깊게 듣는 듯 했다.

“어찌됐든,” 해리가 말했다, “내 말은 넌 머글들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아마 그것은 마법세계가 그들의 영토를 제외한 지구를 빈민가로 격하시키며, ‘파이낸셜 타임스’와 부룬디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비극만큼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 일단 간단하게 말해볼까. 마법사들은 달에 가본적이 있니? 그러니까, 저거 말야.” 해리는 까마득하게 멀게만 느껴지는 그 거대한 구체를 가리켰다.

“뭐라고?” 드레이코가 말했다. 그가 생전 생각해보지도 않던 질문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했다. “어디에 가본적이─그건 정말 말도 안─” 그의 손가락은 하늘의 그 창백하고 작은 무언가를 가리켰다. “가본적이 없는 장소로 순간이동을 할 수는 없으며, 애초에 어떻게 사람이 달에 도달할 수가 있지?”

“잠깐만,” 해리가 드레이코에게 말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들고 온 책을 네게 보여주고 싶어, 기다려 봐 어느 상자에 있는지 기억나는 것 같네.” 자리에서 일어선 해리는 무릎을 꿇고 트렁크의 밑바닥으로 향하는 계단을 꺼내고는, 책을 무례하게 다루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칠게 상자에 상자를 꺼내며, 마침내 어떤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자랑스럽게 책 한꾸러미를 꺼냈다.

(해리는 베레스의 비마법적인 능력인 ‘개인 소유의 책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봐도 알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의 아버지와는 혈연관계가 전무하다는 사실이 더욱 더 기이할 뿐이다.)

그리고 해리는 계단의 꼭대기로 쏜살같이 달려나가 계단을 발꿈치를 이용해 트렁크 속으로 밀어넣고는, 헐떡거리며 손에 들린 책을 몇장씩 넘기다가 드레이코에게 보여주고픈 사진을 발견하는 순간 멈추었다.

하얗고, 메마른, 분화구로 가득찬 대지에 서있는 우주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과, 푸르른 구체가 그 배경을 장식하고 있는 사진.

바로 그 사진.

바로 이 사진이, 이 세상 모든 사진이 한 개를 제외하고 모조리 불타올라야 한다면 유일무이하게 남을 것이다.

“이것이,” 자부심을 숨기지 못한 나머지 떨리는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이것이 바로 지구를 달에서 봤을 때의 모습이야.”

드레이코는 천천히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의 앳된 얼굴에는 기묘한 감정이 솟아올라 있었다. “만약 이게 진짜 사진이라면, 왜 움직이지 않고 있지?”

움직인다고? 아. “머글들도 그림을 움직이게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더 커다란 상자가 필요하고, 아직 종이 한장에 넣을 만한 기술력을 지니지는 못했어.”

드레이코의 손은 우주복을 입은 존재들에 머물렀다. “이것들은 뭐야?” 그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인간이야. 그들은 산소호흡을 위한 장치가 부착된 우주복을 입고 있어, 달에는 공기가 없으니까.”

“그건 불가능해.” 드레이코가 중얼거렸다. 그의 눈동자는 압도적인 두려움과, 혼란으로 가득차있었다. “그 어떤 머글도 그건 불가능해. 도대체 어떻게….”

해리는 책을 돌려받고는 그가 원하는 것을 찾을때까지 몇장씩 넘겼다. “이게 바로 로켓이야. 여기 이 불꽃이 로켓을 하늘로 끝없이 솟구쳐올리고, 이내 달에 도달하지.” 몇장 더 넘기고. “이건 로켓이 지상에 있을 때야. 그 옆에 이 작은 점 보이지? 이게 사람이야.” 드레이코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달까지 가는데에 드는 비용은…대충 10억 갈레온 정도 될걸.” 드레이코가 켁켁거렸다. “그리고 이것에 다다를때까지…아마 영국 마법세계에 거주하는 시민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필요로 했어.” 그리고 그들이 마침내 도달했을깨, 그들은 “우리는 모든 인류를 위해 평화를 이루었다” 라는 명판을 남겨두고 갔지만, 아직 그걸 들을 준비는 되지 않은 것 같네 드레이코, 하지만 언젠가는 들을 준비가 되기를….

“넌 진실을 말하고 있어,” 드레이코가 느릿하게 말했다. “단지 나를 속이기 위해 책 전체를 써내려가지는 않았을 거야─네 목소리에서 알 수 있어. ​하​지​만​…​하​지​만​…​.​”​

“마법이나 지팡이 없이 어떻게, 냐고? 그건 기나긴 이야기야, 드레이코. 과학은 단지 주문을 영창하고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으로 성립되지 않아, 먼저 세계가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너무나도 깊게 깨우치고 있어 세상을 어떻게 하면 네 맘대로 휘두를 수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해. 만약 마법이 ‘임페리우스’ 저주를 누군가에게 걸어 네 멋대로 조종하는 것과 같다면, 과학은 그 주문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깨우치고 있어 어떤 말을 하면 임페리우스에 걸린 존재가 마법이 풀리고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해.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지만, 지팡이가 실패를 해도 반드시 성공하지, 임페리우스 저주가 실패해도 사람을 언어로 설득시킬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과학은 세대를 걸쳐 건설되지. 과학을 하기 위해서는 네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아야 해─그리고 무언가를 확실하게 이해한다면, 그것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도 가능해지지. 한 세기 전의 위대한 과학자들이나, 지금 이순간에도 끝없이 거론되는 유명한 천재들도, 현대의 위대한 과학자들의 지식에 비하면 갓난아기나 마찬가지야. 과학에는 호그와트에 존재하는 것처럼 ‘잃어버린 고대마법’ 같은 게 없어. 과학은 세대가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더욱 견고해지고 강대해지지. 그리고 현재 우리는 생과 사에 대한 비밀과 유전에 대한 비밀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며 이해해가고 있어. 조만간 우리는 너희들이 말하는 그 ‘순혈’에 대해서 연구해, 무엇이 너희들을 마법사로 탄생시키는지 알아낼 수 있을 거고, 두 세대 정도의 훗날에는 혈액을 조작시켜 다시금 너희들을 강대한 마법사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거야. 이제 알겠지, 네가 두려워하는 일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심각한게 아니야, 왜나햐면 몇십년이 지나면, 과학이 그 모든 문제들을 풀어줄 테니까.”

“하지만….” 드레이코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주체할수 없이 떨렸다. “머글들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면​…​그​러​면​…​우​린​ 뭐지?”

“아냐, 드레이코, 그게 아니야, 이해 안가? 과학은 인간의 이해능력을 자극시켜 세계를 바라보고 그것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알아내. 인간성 자체가 몰락하지 않는 이상 과학은 몰락하지 않아. 네 마법은 어느 순간 소멸할 수 있지, 그리고 넌 그것을 한없이 혐오하겠지만, 그때가 당도하더라도 넌 너야. 넌 그때가 오더라도 살겠지, 평생 후회하겠지만. 하지만 과학은 인간의 지혜 속에 머무르기에, 나 자신을 지우지 않고서는 나에게서부터 앗아갈 수 없어. 설령 세계의 법칙이 변화하고, 지금까지 쌓아올린 지식이 모조리 쓸모없게 되어버리더라도,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난 그 새로운 법칙을 알아내면 되는 일이야. 이건 그저 머글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인간 그 자체의 특성이야, 네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바라보고 ‘어째서?’ 라고 물어볼 때마다 마음속에서 갈고닦이는 힘을 정제시키는 거지. 넌 슬리데린이야, 드레이코, 넌 이 의미를 모르겠어?”

드레이코는 책과 해리를 번갈아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희미한 ‘이해’가 밝혀지고 있었다. “마법사들도 이 힘을 배우는 것이 가능하구나.”

자아, 신중하게…떡밥은 준비되어 있으니, 이제 실전으로…. “네가 네 자신을 마법사 대신 인간으로 받아들인다면, 네 힘을 인간으로서 정제하고 단련할 수 있을거야.”

그리고 그 지시법이 통상 과학의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드레이코가 꼭 배울 필요는 없겠지?

드레이코의 눈은 굉장히 깊이 가라앉아있었다. “넌…이미 이걸 해보았단 말야?”

“일부는,” 해리가 선뜻 말했다. “내 훈련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적어도 11살에는. 하지만─우리 아버지도 나에게 가정교사를 붙여주셨지.” 물론, 그들은 돈에 굶주린 졸업생들이었고, 해리의 주기가 26시간 이었기 ​때​문​이​었​지​만​─​맥​고​나​걸​ 교수님은 이걸 어떻게 타파할 ​생​각​이​신​걸​까​?​─​일​단​ 모두 제쳐두자….

천천히, 드레이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넌 두개의 힘을 완벽히 구사하고, 그들을 혼합시켜서…” 드레이코가 해리를 주시했다. “두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해리는 사악하게 웃었다, 이쯤 되면 지극히 자연스럽게 베어나오는 웃음이었다. “드레이코, 너는 영국 마법세계가 이 세계 전체에 비하면 체스판의 분자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해. 그 체스판에는 달과 같은 장소도 있고, 밤하늘의 별, 그러니까 태양과 같지만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빛도 있고, 너무나도 방대한 나머지 과학자들이나 확인 할수 있고 실제로 존재하는지 조차 확실치 않은, 지구나 태양따윈 먼지만큼도 못한 은하계도 있어. 하지만 난 정말 슬리데린이 아니고, 래번클로야. 나는 이 세상을 지배하고 싶지 않아. 단지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정돈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지.”

드레이코의 얼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왜 이런걸 말해주는 거야?”

“아…진실된 과학을 구사할 줄 아는 인물은 얼마 없거든─머리가 터질 정도로 복잡해도 네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거잖아. 도움은 언제나 환영이지.”

드레이코는 입을 떡 벌린채 해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지만 착각하지는 말아줘 드레이코, 과학은 결코 마법 같은게 아니야, 과학을 행하고서 새로운 마법 주문을 배웠다는 듯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뒤돌아 설 수는 없어. 그 힘은 대가를 필요로 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대가가 너무나도 큰 나머지 거절을 할 정도로.”

드레이코가 마침내 그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가는?”

“네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

“어,” 박진감 넘치는 정적 끝에 드레이코가 신음했다. “설명해줄 수 있겠니?”

“무언가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그 정도로 깊숙히 들어가 작업을 한다면, 네가 생각하는 처음 99개의 설명과 이유는 틀려. 100번째부터 맞지. 그러니까 너는 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끝없이, 한없이 인정해야만 해. 별거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너무나도 어려운 나머지 사람들인 진실된 과학을 구사하지 못해. 항상 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확실하다고 생각한 점도 몇번씩 돌아보아야 해,” 퀴디치에 스니치의 존재이유처럼, “그리고 네가 생각을 바꿀때마다, 넌 네 자신을 바꾸어나가는 거야. 지금 네게 하는 말은 나조차도 해내지 못한 거야. 나조차도 해내지 못한. 나는 단지 네가…이 지식들을 너와 공유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네가 원한다면. 하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어.”

“이런,” 드레이코가 말했다. “아버지가 말했지, 누군가가 저런 말을 한다면, 그건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라고 말이야.”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내가 너와 네 아빠의 관계를 흐트러뜨릴 거라는 오해는 하지 말아줘. 전혀 그런게 아니니까. 나는 루시우스 씨 같은 어른들 말고 내 또래와 관계를 가지고 싶을 뿐이야. 네 아빠도 분명 허락해주실 거야, 네가 언젠가는 성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실테니까. 하지만 너에 대한 결정은 네가 해야 해. 그게 내 조건이야─나는 너희 아빠가 아닌, 너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것을.”

“그만해,” 드레이코가 말했다. 그는 벌떡 일어섰다. “너무 지나쳐. 잠시 이걸 생각할 만한 시간이 필요해. 곧 열차에 탑승할 시간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천천히 해,”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이건 독점적인 권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설령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들, 과학은 때때로 한명뿐으로는 성립되지 않을 때가 있으니까.”

드레이코가 떠나가자 열차의 승강장의 소음은 흐릿함에서 서서히 중얼거림으로 변화되어 갔다.

해리는 그의 아버지에게서부터 선물을 받은 지극히 단순한 구조를 지닌 그의 전자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마법의 영향 속에서도 그것이 계속 구동되기를 잠시 바랬다. 초침은 무사히 돌아가고 있었고 만약 이 손목시계가 알리는 시간이 정확하다면, 아직 11시는 되지 않았다. 슬슬 열차 안으로 들어가 맥고나걸 교수가 말한 누군가를 찾아야겠지만, 잠시 이곳에 앉아 심호흡을 하며 피가 뜨거워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해리가 손목시계로부터 눈을 돌려 올려다보자, 한없이 우스꽝스럽게도 겨울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두 인영이 그에게로 천천히 접근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녕, 브론즈.” 가면을 두른 두명 중 하나가 말했다. “우리 ‘혼돈의 기사단’에 가입하는 것에 관심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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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마침내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드레이코는 손에 깃털펜을 쥐고는 책상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는 따로 벽난로와 책상이 있는 슬리데린의 지하감옥에 존재하는 개인실에 숙박하고 있었다─애석하게도 플루 가루를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슬리데린은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 내에서 숙면을 취해야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말에 충성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개인실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기숙사 내에 가장 뛰어난 인물이 아니면 받을 수 없었지만, 말포이 가문의 자제인 이상 그것은 따놓은 당상이다.

친애하는 아버지에게, 드레이코가 썼다.

그리고 멈추었다.

깃털펜에서 서서히 잉크가 뚝뚝 떨어지며, 글자 근처에 서서히 스며들어갔다.

드레이코는 바보가 아니다. 그는 아직 어렸지만, 그의 가정교사들은 그에게 양식과 인식 만으로 무언가를 구별하는 법을 가르쳤다. 드레이코는 포터가 덤블도어의 세력에 대해 포터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큰 연민을 느끼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뭐, 회유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포터가 그를 회유하려는 것은 드레이코가 그를 회유하려고 시도하는 것처럼 너무나도 명백했다.

포터가 우수하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고, 단지 좀 미친 것과는 틀리다는 것 또한 명백하며, 그가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게임 속에서 즉흥적으로 입을 놀리며 그와 대등한 싸움을 펼쳤다는 것은 부정 할수 없다. 그것도 모자라 포터는 드레이코가 단지 물러서는 것만으로는 해결 되지 않은 기발한 계책을 세웠다. 그는 드레이코에게 그의 힘의 일부를 권유해, 드레이코가 그와 닮은꼴이 되어가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유도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것을 고도의 기술이라고 말했었고, 대개 실패로 돌아간다고 드레이코에게 경고했었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모조리 이해하고 있진 않다고 드레이코는 확신했다…하지만 포터는 그에게 기회를 주었고 그 기회는 지금 그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지금 모든 것을 그의 아버지에게 이실직고 한다면, 그 기회는 아버지의 것이 되어버린다.

결국에는 지극히 간결하다. 조금 더 간편한 기술들은 우선적으로 목표물의 무자각, 혹은 확실치 않은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아부는 교묘하게 ‘경애’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 (“당신은 슬리데린에 들어갔어야 했습니다”는 전통의 강호로, 그 말을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는 인물들에게 효과적이며, 먹혀들어갈 경우 연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조종키를 발견하는 순간 그가 자각 하고 있든 말든 그것은 관계없게 된다. 포터는, 그의 즉흥적인 실험 끝에, 드레이코의 영혼을 사로잡을 수 있는 조종키를 발견했다. 그리고 포터가 그것을 쥐고 있다는 것을 드레이코가 알게 되어도─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지​만​─​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생전 처음, 그는 진정한 비밀을 갇게 되었다. 그는 이제 그만의 게임을 하게 되었다. 모호하기 그지없는 고통이 느껴지지만, 그는 그의 아버지가 자랑스러워 할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만 알면 충분했다.

양피지에 떨어진 잉크방울을 내버려두고─사실 그건 그의 아버지만이 알아챌수 있는 모종의 암시였다, 그들이 그들만의 게임을 했던 적은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드​레​이​코​는​ 포터와 대화를 할동안 무척이나 궁금했던 한가지의 질문만을 써내려갔다. 분명 이해해야만 하는 질문이지만, 그는 그것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친애하는 아버지:

-아버지에게 제가 호그와트에서 어떤 학생을 만났다고 말했다고 가정하고, 그가 아직 우리 아군이 되지 않았으며, 아버지를 ‘한치의 오류조차 없는 살인병기’라고 명칭했고, 제가 아버지의 유일무이한 ‘약점’이라고 콕집은 이 학생을, 아버지는 무엇이라고 ​단​정​지​으​시​겠​습​니​까​?​-​

부엉이가 드레이코에게 답장을 배달한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들:

-나는 우리의 자랑스럽고 신임을 받는 아군, 세베루스 스네이프와도 같은 아이를 만난 너에게 천운이 따라주었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구나.-

드레이코는 그 편지를 한동안 주시하다가, 이내 벽난로 속으로 투척했다.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말포이 재등장.

2. 해리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판단한 론, 지못미.

3. 쥐도 새도 모르게 어느샌가 마당에 묻힌 피터 페티그루. 세상의 평화는 지켜졌다!

4. 말포이 임신설.

5. 해리 포터, 말포이를 과학 사이드로 회유시키다.

6. 격뿜차.

7. 격뿜차.

순수 본문 용량 ​6​5​k​b​.​.​.​다​음​화​는​ 조금 양호한 35kb 입니다.

단어적인 의미를 잘못 착각하는 바람에 문넷에서 '거품차'로 의역했으나, 조아라에서는 격뿜차로 바꿉니다. 이게 훨씬 더 본래 의미와 부합되는 것 같네요. 문넷에서도 바꿀지는 8화와 함께 건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 격뿜차는 잘 기억해주세요. 앞으로 간간히 등장합니다. 일단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현실을 비트는 물건'인 만큼 철저하게 분석한 해리가 이걸 사용해 얼마나 사람들을 골탕먹일지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말포이 임신설. 이것도 잊지 말아주세요. 참고로 TS 따위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BL도 아니니, 엄한 상상은 금지예요. 일단 헤르미온느가 히로인입니다.

근데 페티그루 진짜 어떻게 된 거지.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본문이 너무 길어서 찾는 것도 힘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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