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인식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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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막힌 표적이 기막힌 상황에서 기막히게 나타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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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트, 한나!”
정적.
“후플푸프!”
“본즈, 수잔!”
정적.
“후플푸프!”
“부트, 테리!”
정적.
“래번클로!”
해리는 잠시 그의 새로운 기숙사 동료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눈길을 주었다. 그는 아직도 조금 전에 ‘유령’들과 맞닥뜨린 기묘한 해프닝의 충격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정말 슬프고, 비극적이고, 무척이나 비극적인 사실은, 실제로 그가 서서히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사실이 해리에게는 정말이지 애석하게만 다가왔다, 마치 적어도 하루정도는 충격속에 빠져있었어야 마땅하다고 부르짖는 것처럼. 아니면 평생동안. 아니, 영원토록.
“피니간, 시무스!”
모자를 쓴 소년에 의해 살을 에는듯한 기나긴 정적이 일었다. 거의 일분쯤 지났을까. 그의 옆에 서있는 헤르미온느가 오락가락거리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해 해리는 그녀의 발이 애초에 지면을 제대로 밟고 있는지조차 의심이 들었다.
“그리핀도르!”
“그레인저, 헤르미온느!”
군중에서 벗어난 헤르미온느는 ‘마법의 분류 모자’를 향해 냅다 달려가, 그 낡은 헝겁과도 같은 모자를 쥐고는 머리 위에 거칠게 덮어썼다. 그 광경에 해리가 눈을 찡그렸다. 헤르미온느가 설명했던, 8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대의 유물이자 잊혀진 마법이 걸려있고, 그녀의 마음을 엿본다는 지극히 섬세한 작업을 하려고 하며, 상태마저 나빠보이는 마법의 분류 모자를 다루는 것 치고는 그녀의 행동이 너무나도 거칠었기 때문이다.
“래번클로!”
방금까지의 우려는 어디로가고 저리도 금방 해결된단 말인가. 해리는 어째서 헤르미온느가 그렇게 안절부절 못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해괴한 평행세계에서 저런 여자아이가 래번클로외의 기숙사에 배정받을 수 있단 말인가? 만약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래번클로에 배정받지 못한다면, 래번클로 기숙사가 애초에 존재할 마땅한 이유조차 없었다.
래번클로의 테이블에 도착한 헤르미온느는 지극히 형식적인 박수갈채를 받았다; 해리는 만약 그들이 방금 어떠한 레벨의 존재를 반겼는지 깨닫게 된다면, 그 박수갈채가 과연 어떻게 변하였을지 잠시 상상해 보았다. 해리는 백만의 단위까지라면 형식적으로 숙지하기 위해 충분하다는 판단으로 ‘파이’를 3.141592 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반면 헤르미온느는 단지 수학 교과서의 뒤표지에 파이가 소수점 백개의 단위까지 기록되어 있다는 이유로, 그것을 깡그리 외워두고 있었다.
네빌 롱바텀이 후플푸프에 배정되는 것을 바라보며 해리는 만족했다. 만약 저 기숙사의 모토가 진정으로 ‘진실되고 순종적’이라면, 기숙사 전체만큼의 믿을만한 친구들은 네빌에게 큰 도움이 될터이다. 똑똑한 아이들은 래번클로에, 사악한 이들은 슬리데린, 영웅 워너비들은 그리핀도르, 그리고 실제로 노력을 하는 자들은 후플푸프.
(뭐 그래도 래번클로 반장을 먼저 찾은 해리의 선택은 옳았다. 그 여반장은 그녀에게 말을 건 아이가 누군지 확인해보기 위해 책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그저 지팡이를 꺼내고는 네빌에게 가리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별안간 네빌의 안색이 기묘해지더니, 다섯번째 차량으로 터덜터덜 걸어가 왼쪽에서 네번째 객실로 들어갔고, 이내 두꺼비를 발견할수 있었다.)
드레이코가 슬리데린에 배정받고, 해리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결정된 사항이나 다름없었지만, 사소한 어긋남으로 인해 총계획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이제 호명은 알파벳 P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리고 저 너머 그리핀도르의 테이블에서는, 수상쩍은 대화가 오고가고 있었다.
“걔가 싫어하면 어떡해?”
“걔가 싫어할 이유 따위가 없잖아─”
“─걔가 저지른 장난을 볼 때 말이야─”
“─네빌 롱바텀, 이라고 그랬었지─”
“─정말 기막힌 표적이 기막힌 상황에서 기막히게 나타났네.”
“좋아. 각자의 역할을 잊지 말라고.”
“연습은 충분히 했으니까─”
“─지난 3시간 동안.”
그리고 미네르바 맥고나걸은, 교직원 테이블의 단상 앞에서 다음으로 호명될 이름을 명단에서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제발 그가 그리핀도르가 아니길 제발 그가 그리핀도르가 아니길 신이시여 제발 그가 그리핀도르가 아니길…심호흡을 끝마친 그녀가 호명했다:
“포터, 해리!”
갑작스럽게 연회장에 정적이 찾아왔고, 모든 대화가 일순 멎었다.
그 정숙은 이내 흉측한 윙윙거리는 소리에 의해 산산조각났고, 그 소리는 점차 모든것을 조롱하는 듯한 음악소리로 뒤바뀌었다.
경악한 미네르바의 고개가 홱 젖혀졌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그리핀도르 테이블의 방향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들’이 테이블 위에 오연하게 서서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입에 대고는 불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곧장 ‘실렌시오’를 먹이기 위해 그녀는 지팡이 쪽으로 손을 갖다대었지만, 또다른 소리가 그녀의 행동을 멈추었다.
덤블도어가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미네르바의 시선은 고작 한발짝을 때고 주춤하다가 우뚝 멈추어버린 해리 포터에게 향했다.
그리고 소년은 다시 발걸음을 재개하며, 스텝을 맞추고는 그들의 음악과 싱크로를 이루게 팔을 앞뒤로 휘두르며 손가락을 튕기기 시작했다.
원곡 ─ “고스트버스터즈 테마”
(카주 ─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
보컬 ─ 리 조던.)
.
[어둠의 마왕이 근처에 있다고?
두려울 필요 따위 없어
우리는 누구를 부르지?]
“해리 포터!” 리 조던이 외치자, 위즐리 쌍둥이들이 후렴을 위풍당당하게 불렀다.
[기껏해야 살인 저주로?
뭐 더 심할 수도 있지
우리는 누구를 부르지?]
“해리 포터!” 함성소리에는 전보다 더 많은 목소리가 섞여있었다.
‘위즐리의 악몽’은 고학년 머글태생들이 수저를 변화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기묘한 악기를 들고 참전해 더 끔찍한 유령의 울음소리처럼 변했다. 노래가 반절정에 다다른 순간, 해리 포터가 크게 외쳤다:
[난 어둠의 마왕이 두렵지 않아!]
미네르바 맥고나걸은 그녀가 발견할 광경을 너무나도 잘 깨우치고 있으면서도, 본능적으로 교직원 테이블의 양쪽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트릴로니는 미친듯이 손부채로 몸을 식히고 있었고, 플리트윅은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으며, 해그리드는 음악에 맞추어 손뼉을 쳤고, 스프라우트는 심각한 표정인 반면, 퀴렐은 춤을 추고 있는 소년을 조소하고 있었다. 그녀의 왼쪽자리에는, 덤블도어가 음율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의 오른쪽자리에는, 스네이프가 손을 새하얗게 변색시킬정도로 강하게 빈잔을 쥐고 있는 나머지, 그 두터운 은잔이 서서히 형태를 잃어가고 있었다.
[어두운 망토에 가면이라고?
불가능한 임무라고?
우리는 누구를 부르지?
해리 포터!]
[거대한 원숭이?
망토를 두른 늙은 박쥐?
우리는 누구를 부르지?
해리 포터!]
미네르바의 입술이 새하얗게 변색되었다. 그 마지막 절! 그들이 만약 오늘이 학기 첫날이라 그녀가 그리핀도르에서 감점시킬 수 있을만한 점수가 없는고로, 그녀가 무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었다. 만약 그들이 징계에 대해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도를 취할 뿐이다.
그리고, 경악에 가득찬 헛바람을 들이키며, 그녀는 스네이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포터가 당최 그 말을 누구를 향해 지껄이고 있는지 모른채 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분명─
스네이프의 표정은 분노의 단계를 아득히 초월해 오히려 무심할정도로 평온했다. 희미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번졌다. 그의 눈은 그리핀도르 테이블이 아닌 해리 포터를 향해있었고, 손에는 산산조각난 술잔의 파편이 들려있었다….
해리 포터는 고스트버스터즈 테마에 맞춰 춤을 추는 와중에 모자로 다가가며 미소지었다. 보기좋게 한방 먹었지만, 썩 괜찮은 의도임은 분명햇다. 적어도 분위기를 읽어 망치지는 않았으니까.
전원이 그에게 환성을 보내고 있다. 그것에 그는 가슴이 묘하게 따뜻해짐과 동시에 고통스럽게 욱씬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그가 한살 때 달성한 업적을 향해 환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그가 끝마치지 못한 업적. 어딘가에서, 어떤 방법을 취했든 간에, 어둠의 마왕은 아직 살아있었다. 그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이토록 열렬하게 환호를 했을까?
하지만 어둠의 마왕은 한번 무너졌다.
그리고 해리는 그들을 다시금 지켜낼 것이다. 만약 정말로 예언이라는게 있고 그렇게 예언을 했다면. 아니, 빌어먹을 예언이 뭐라고 말했든 간에.
그를 믿고 이토록 환호해주는 이들─해리는 이들의 믿음을 배신할 수가 없었다. 반짝이고는 소멸하는 수많은 신동들 처럼. 그의 명성과 ‘빛’의 상징에 걸맞지 못해 처참하게 실패할 수는 없다, 그가 어떻게 그러한 칭호를 가졌는지는 둘째치고. 얼마나 걸리고, 설령 그가 목숨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그는 절대로, 전심전력으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그리고는 그 기대를 초월하고, 뛰어넘어 사람들이 과거를 돌이켜보고는 어째서 그를 그토록 과소평가했는지 의아하게 만들것이다.
그리고 그는 뭔가 있어보이고 노래 자체가 그에게 요구하는, 그가 만들어낸 ‘거짓’을 외쳤다.
[나는 어둠의 마왕이 두렵지 않아!]
[나는 어둠의 마왕이 두렵지 않아!]
음악이 끝나기 직전, 해리는 마법의 분류 모자를 향한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있는 ‘혼돈의 기사단’ 단원들에게 한차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려 맞은편의 연회장에도 인사를 한 해리는, 우렁찬 박수갈채와 웃음소리가 사그러질 때까지 기다렸다.
내면속에서 그는 과연 마법의 분류 모자가 자신이 사고하고 있다는 것을 사고할정도로 스스로를 의식하고 있으며, 고작 일년에 한번 11살 꼬마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진다는 점에 대해 만족하고 있을지 생각했다. 조금 전의 노래가 그것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었다: 오 나는 마법의 분류 모자지만 괜찮아요, 나는 한해동안 잠들어 있고 하루 동안만 작동하니까요….
다시금 연회장이 고요해지자, 해리는 의자에 앉아 800년 묵은 잊혀진 고대의 마법의 유물을 머리에 조심스레 얹었다.
그리고, 그는 악다구니를 쓰며 전심전력으로 생각했다: 잠깐, 아직 배정시키지 말아봐요! 물어볼 질문들이 산더미만큼 있다구요! 제가 예전에 ‘오블리비아테’를 당한적이 있나요? 당신은 어둠의 마왕이 소년이었을 때 그를 배정했었나요, 그리고 그의 약점들을 알려주실수 있습니까? 어째서 제가 어둠의 마왕의 형제 지팡이를 가지고 있는겁니가? 제가 가끔씩 통제할수 없는 분노를 터뜨리는 이유가, 이마의 흉터에 어둠의 마왕의 망령이 깃들어 있어서인가요? 이게 대부분의 질문이지만, 혹시라도 시간이 남아도신다면 당신을 구성한 고대의 잊혀진 마법을 재발견해내는 방법 또한 알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껏 단 한 개의 음성 외에는 울린 적이 없는 해리의 고요한 정신 속에서, 어쩐지 두려운 기색이 역력한 또다른 하나의, 낯선 음성이 울려퍼졌다.
“오, 맙소사. 지금껏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