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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Original |

Translator | 송장의간장

잘못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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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내가 들어본 것 중에서 이보다 뻔한 수수께끼도 없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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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번클로의 1학년 남학생들의 기숙사에서 호그와트의 첫날밤을 보낸 해리는, 눈을 뜨자마자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아, 맞다…침대의 머리 부분에 작은 슬라이드바로 조정할 수 있는 ‘콰이어투스’ 마법이 걸려있었다는 것을 깜박하고 있었다. 이 기발한 물건으로 인해 래번클로의 학생들은 무사히 잠들 수 있는 것이다.

동거인들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는 광경을 예상하며, 해리는 몸을 일으키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숙사는, 비어있었다.

침대는, 구겨지고 정돈되지 않아있었다.

태양은, 아침 치고는 지나치게 정수리로 솟아올라 있었다.

침묵 마법 ‘강도’는 최상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그의 기계식 알람 시계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지만, 알람은 꺼져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는 오전 9:52 까지 숙면을 취해버린 것이다. 호그와트에 도착하는 날과 그의 26시간 수면 주기를 맞추려고 필사의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그는 오전 1시경에서야 비로소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마법으로 피로를 날려버리기 전까지 첫날 정도는 피곤에 쩌들어 지내는 것도 별로 상관없을 거라는 생각에, 해리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오전 7시 가량에 기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벌써 아침 식사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호그와트에서 갖을 그의 첫 수업인 약초학은, 1시간 22분 전에 이미 시작했다.

분노가 서서히, 서서히 그를 잠식해나갔다. 아, 정말 유쾌한 장난이군. 알람을 끄고, 침묵 마법 강도를 높여 건방진 해리 포터를 첫 수업에 늦게 하도록 하자, 어차피 늦잠잤다는 벌로 처벌은 그가 받을 테니.

누가 이딴 짓거리를 했는지 알아내기만 하면….

아니, 이런 규모의 장난은 래번클로 기숙사의 12명 모두의 협력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그 12명은 그가 잠든 모습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고로, 그들은 해리를 깨우지 않고, 내버려둔채 아침 식사를 하러 간 것이다.

분노가 삽시간에 잦아들고, 혼란스러움과 함께 깊은 슬픔이 해리를 찾아왔다. 그를 좋아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가 생각했다. 어제 밤의 태도로 보아할 때, 그는 분명히 사랑받고 있는 것 처럼 보였는데, 어째서….

침대에서 일어서자, 해리는 침대 머리맡에 무언가 적혀 있는 종이 조각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친애하는 래번클로 학생들,

솔직히 어제는 너무 무리했던 것 같아. 제발 나를 깨우지 말고,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도 우려하지 말아줘. 첫 수업 시간에 대해서는 잊지 않았으니까 그것도 걱정 말고.

-해리 포터-]

해리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글은 그의 필체로 적혀 있었고, 그의 샤프를 사용한 듯 했다.

그러나 그는 그 종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해리는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잊지 않았으니까’라는 문구는 사뭇 강조되어, 마치 그에게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만 같았다…?

‘기억 삭제’ 마법에 걸릴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던 걸까? 설마 어제 늦게까지 깨어있다가, 얼떨결에 끔찍한 범죄 따위를 저지르고, 그리고…하지만 그는 기억 삭제 마법을 발현시킬 줄 모른다…그럼 다른 사람이…이건 무슨….

번뜩, 해리의 뇌리에 가설이 스쳐지나갔다. 만약 그가 기억이 삭제당할 것이라는 것을 미연에 알고 있었다면….

아직도 잠옷 차림인 해리는 침대를 둘러 그의 트렁크에 도달해, 자물쇠에 손을 대고, ‘주머니’를 꺼낸 다음, 손을 넣고 “내게 보내는 쪽지’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또다른 종이가 그의 손 안으로 빨려들어왔다.

해리는 그것을 꺼내고, 물끄러미 주시했다. 이 또한 그의 필체로 적혀있었다.

종이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친애하는 나에게,

제발 이 게임을 해주었으면 해. 이 게임은 평생 단 한번밖에 할 수 없어. 수수께끼를 풀 절호의 기회야.

인식 코드 927, ‘나는 감자다’.

-사랑하는 내가-]

해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식 코드 927, 나는 감자다’는 그가 옛적에 만든 – 아마 몇 년 전 TV를 보면서 – 암호였다. 혹시 그의 복제인간 같은 존재에 대해 대처해야 할 순간을 대비해서 만든 암호다. 만약을 위해. 준비는 언제나 철저해야 한다.

다른 마법이 간섭하고 있을 수도 있기에 해리는 그 종이를 어느 정도 불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극히 단순한 장난들과는 차원이 틀린 장난인것만은 분명했다. 그는 분명히 이 글을 적었고, 분명히 그것을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종이를 어느정도 응시한 해리는, 뒷면에서 먹물이 비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종이를 뒤집었다.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                                               게임에 대한 설명서:

  ​                                너는 이 게임의 규칙에 대해 모르고 있다

  ​                            너는 이 게임에 무엇이 걸려있는지 모르고 있다

  ​                                   너는 이 게임의 목적을 모르고 있다

  ​                            너는 이 게임의 조종자가 누군지 모르고 있다

  ​                            너는 이 게임을 어떻게 끝내는지 모르고 있다

  ​                                          너는 100점부터 시작한다.

  ​                                                         시작.

해리는 소위 ‘설명서’를 멍하니 주시했다. ‘뒷면’은 그의 필체가 아니라, 정돈되고 인공적으로 적혀 있었다. 구술을 위해 산 ‘자동 깃펜’을 사용한 것만 같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그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뭐…가장 처음 해야할 행동은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는 것이다. 어쩌면 후자를 먼저 선택해야 할지도 몰랐다. 굉장히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그는 당연스럽게도 아침을 건너뛰었지만, 그런 상황을 미연에 예상하고 이미 ‘만반의 준비’를 다 끝마친 상태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해리는 호그와트로 출발하기 전 산 ‘영양 바 상자’를 꺼내기 위해 ‘영양 바’라고 중얼거렸다.

손아귀로 튀어 들어온 무언가는 전혀 ‘영양 바 상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손에 도대체 무엇이 들렸는지 살펴보기 위해 눈 앞으로 가져간 해리는 두개의 작은 막대 사탕 – 결코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할 정도는 아닌 – 들이 쪽지와 함께 붙어있었고, 쪽지에는 ‘설명서’와 같은 방식으로 적혀있었다.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시도 실패: -1점

현재 점수: 99

육체 상태: 아직도 배가 고픔

정신 상태: 혼란스러움

“그게아아아아!”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되어버린 해리의 입에서 형용할 수 없는 신음이 튀어나왔다.

약 1분 가량 동안 그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1분 후, 그는 아직도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고 전혀 말도 안되는 상황에 할 말을 잃었고 평상시에 오만가지 가설을 발견했을 두뇌는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스스로의 우선권이 뚜렷한 그의 위장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실험을 내놓았다.

“아….” 해리가 인적이 없는 방 속에서 홀로 중얼거렸다. “혹시 1점을 소비해 영양 바를 되찾을 수는 없는 거겠지?”

그저 정적만이 감돌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해리는 “영양 바 상자”라고 중얼거렸다.

사각형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상자가 곧장 그의 손 안으로 튀어올랐다…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웠고, 열려있었고, 비어있었으며, 쪽지가 붙어있었다:

소비한 점수: 1

현재 점수: 98

득템: 영양 바 상자

“1점을 소비해 ‘영양 바’들을 되찾고 싶어,” 해리가 말했다.

물론, 정적이 감돌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해리는 “영양 바”라고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쥐어지지 않았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어깨를 으쓱한 해리는 지금이라도 늦은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망토를 꺼내려고, 침대 근처에 그에게 주어진 옷장으로 다가갔다.

옷장 근처의 바닥, 그러니까 그의 망토 밑에는, 6개의 영양 바와 함께 쪽지가 있었다:

소비한 점수: 1

현재 점수: 97

득템: 영양 바 6개

아직도 착용하고 있는 옷: 잠옷

잠옷을 입고 식사는 금물

잠옷 패널티가 있을 것임

이제야 알겠다, 이 게임을 만든 사람은 미쳤어.

“내 추측은, ‘이 게임은 덤블도어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야.” 해리가 크게 외쳤다. 혹시 이번에는 자각하는 시간에 대해 기네스 북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정적.

하지만 해리는 슬슬 이 괴이한 법칙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가 확인할 다음 장소에 쪽지가 있을 것이다. 해리는 그의 침대 밑을 살펴보았다.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게임을 조종하는 자는 덤블도어가 아님

멍청함

정말 멍청함

-20점

그리고 넌 아직도 잠옷을 입고 있음

4번째 차례임

그리고 넌 아직도 잠옷을 입고 있음

잠옷 패널티: -2점

현재 점수: 75

젠장, 해리는 절망했다. 오늘은 학기 첫날이고 덤블도어를 제외시킨다면, 해리는 달리 누가 이만큼이나 훌륭하게 미쳐있을지 도무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반 자동적으로 해리는 몸을 일으켜 옷가지들을 끌어안고는, 트렁크의 밑바닥까지 털레털레 걸어 들어가(그는 방해받는 것을 지극히 꺼려하고, 기숙사 안에 누군가가 벌컥 들어올 수도 있기에), 옷을 갈아입고, 잠옷을 옷장에 넣기 위해 다시 올라왔다.

잠옷들이 들어있는 옷장 서랍을 열기 전에 해리는 멈칫했다. 만약 그가 생각하고 있는 법칙이 옳다면….

“점수를 따는 방법은 무엇이지?” 해리가 크게 외쳤다.

그리고 그는 서랍을 열었다.

‘선의’의 행동을 보일 수 있는 기회는 널려있음

하지만 빛이 있어야 할 곳에는 어둠만이 있음

질문에 소비한 점수: 1점

현재 점수: 74

팬티 한번 쥑이는데

맘마가 골라준 거임?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해리는 쪽지를 구겨버렸다. 드레이코의 저주가 그에게 반탄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잡종 같은─

그러나 이맘때쯤 해리는 이 생각을 결코 입밖으로 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모독 패널티’ 따위를 받을 것이 분명했다.

해리는 지팡이와 모크가죽 주머니를 챙겼다. 영양 바의 껍데기를 벗겨 방의 쓰레기통에 투척하자, 거의 손도 안댄 초콜릿 개구리와, 구겨진 편지봉투 그리고 녹색과 적색의 포장지 위에 안착했다. 나머지 영양 바는 모크가죽 주머니 안에다가 쑤셔넣었다.

주변에서 조금이나마 단서를 찾기 위해 그는 처절하고, 애달프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해리는 영양 바를 씹으며 기숙실을 나가, 슬리데린의 지하 감옥을 찾아 나섰다. 저 수수께끼 같은 문구에 대해 찾으려면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 같았다.

호그와트의 복도를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은…‘에셔’의 그림 속을 탐험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해리는 생각했지만, 그건 사실적인 면보단 수사적인 면이 강했다.

잠시 후, 해리는 오히려 에셔의 그림이 호그와트와 비교해서 몇가지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에셔의 단점: 중력에 따른 미세조직 거동이 없다. 장점: 적어도 계단이 무작위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어제 해리는 기숙사에 도착할 때까지 총 4개의 계단을 올랐다. 거의 12개의 계단을 내려가도 도무지 지하 감옥의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자, 해리는 (1) 에셔의 그림은 이 성에 비하면 누워서 떡먹기고, (2) 어째선지 분명히 내려가고 있었는데 오히려 출발점보다 더욱 높은 층에 올라와 있는 듯 했고, (3) 너무나도 훌륭하게 길을 잃어 창가 밖을 보았는데 ‘달이 두개’라는 전개가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백업 플랜 A는 그 자리에 서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주변의 인구 밀집도는 극악할 정도로 미미했다. 아무래도 학생들은 그들의 본분을 훌륭하게 지키고 있는 듯 했다.

백업 플랜 B는….

“저 길을 잃었습니다,” 해리가 크게 외쳤다. “호그와트의 어, 영혼이라거나 무언가가 도움을 주실 수 있나요?”

“내 생각에 이 성에 영혼은 없을 것 같구나,” 현기가 느껴지는 늙은 여성의 초상화가 그녀의 생각을 표출했다. “아마 생명은 있을 법 하지만, 영혼은 아니겠지.”

잠시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니, 설마─” 해리가 말을 하려다가, 이내 입을 닫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초상화에게 그녀가 사고하고 있다는 것을 사고할정도로 스스로를 완벽하게 의식하고 있는가 따위의 질문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저는 해리 포터라고 합니다,” 거의 반사적으로 그의 입이 나불거렸다. 그 말과 대동소이하게 반사적으로, 해리는 초상화에게 손을 내밀었다.

초상화 속의 여인은 해리의 내밀어진 손을 내려다보더니 의문을 표하듯 눈썹을 치켜떴다.

천천히, 해리의 손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죄송해요,” 해리가 말했다,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거든요.”

“그렇게 보이는구나, 어린 독수리여.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가?”

해리는 말을 꺼내는 것을 망설였다. “잘 모르겠어요,”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미 그 장소에 도착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아니, 제가 어디로 향하고 있던 간에, 이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가 얼마나 바보같이 들리는지 깨달은 해리는 입을 다물었다. “다시 말할게요. 제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데, 저는 규칙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 이 또한 처음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멍청하게 들렸다. “좋아, 마지막 시도입니다. 모종의 ‘점수’를 따기 위해 선의를 베풀만한 기회를 탐색하고 있고, 그에 대한 유일한 단서는 ‘빛이 있어야 할 곳에는 어둠만이 있음’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 뿐이기에, 단서에 대한 단서를 찾을만한 장소는 지하감옥일 것 같아서 내려가고 있었는데 어째선지 오히려 올라가고 있는 듯한 낌새가….”

초상화 속의 늙은 여인은 그를 다소 의심스럽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는 한숨을 쉬었다. “제 삶이 좀 비현실적이긴 하죠.”

“요약해서,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바가 없고, 심지어 어째서 그 장소로 가야 하는 건지 조차 모르고 있다, 라는 건가?”

“정확해요, 명쾌합니다.”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 안에서 길을 잃는 것이 네게 있어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구나.”

“맞아요, 하지만 더 중대한 문제들과는 다르게, 이 문제는 제가 이해가 가능하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아는 근데 와오 어느새 이 대화가 인류의 존재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 되었죠, 여태까지 눈치조차 못채고 있었군요.”

여인의 눈이 흡족하다는 눈으로 해리에게 향했다. “아직 새끼에 불과하지만, 벌써 한 명의 어엿한 독수리로구나? 잠시나마 의심하고 있었던 것을 사과하지. 그것을 알았으니, 정론을 펼치고자 한다면, 갈림길에서 항상 왼쪽 방향으로 향한다면, 언젠가는 내려가게 되어있단다.”

그 말은 괴이쩍게도 낯익었지만 해리는 그 말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떠올릴 수 없었다. “어…굉장히 지혜로운 분이신 것 같아보이네요. 아니면 지혜로운 분의 초상화이거나…뭐 어쨌든, 혹시 생에 단 한번밖에 할 수 없고, 자세한 규칙에 대해서도 알 수 없는 미지의 게임에 대해서 뭐 아는 바가 없으세요?”

“인생,” 그녀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껏 내가 들어본 것 중에서 이보다 뻔한 수수께끼도 없을게다.”

해리가 눈을 꿈벅거렸다. “아니예요,” 그가 천천히 말했다. “그게 제게 게임을 하라고 명령을 하는 쪽지를 가지고는 있는데 정작 제게 게임의 규칙을 설명해주지는 않았고, 제가 규칙을 어겨 몇점을 잃었는지 나타내주는 쪽지들이 어디선가에서 누군가로부터 솟아나고 있어요, 가령 잠옷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2점 감점이라거나요. 혹시 호그와트 내에서 이런 일을 벌일정도로 강력하고 훌륭하게 미친 사람을 알고 있나요? 덤블도어는 제외시켜두고?”

여인의 초상화가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저 초상화란다. 나는 과거의 호그와트를 기억하고 있을 뿐이지, 현재의 호그와트는 몰라. 내가 말해줄수 있는 건, 만약 이것이 일종의 수수께끼였다면, 그 게임에 대한 답은 ‘인생’이고, 정작 인생에 대한 규칙들은 꼭 본인이 만들어내는 것만은 아니지만, 점수를 가산하거나 감점하는 것은 언제나 본인이지. 만약 이것이 수수께끼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것이라면─그것에 대한 답은 모른단다.”

해리는 초상화를 향해 굉장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부인.”

여인 또한 예를 취했다. “마음같아서는 너를 좋게 기억할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녀가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는 아마도 너에 대한 모든 것을 잊고 말겠지. 안녕히, 해리 포터.”

그에 화답으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 해리는 가장 가까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네번 가량 돈 그는 정말 갑작스럽게도, 산더미처럼 쌓인 돌덩이들로 막힌 복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마치 함몰이라도 된 것 같았지만, 벽과 천정은 다른 홀들과 마찬가지로 성을 이루는 돌이 그대로 있었다.

“좋아,” 해리가 허공을 향해 말했다. “포기할게. 뭔가 단서라도 좀 줘. 내가 원하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되지?”

“단서! 자네, 지금 단서라고 말했나?”

들뜬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는 벽의 초상화에서부터 흘러나왔고, 그 초상화는 해리가 본, 그리고 상상한 그 무엇보다도 우스꽝스러운 분홍색 망토를 입은 중년이었다. 중년의 초상화는 생선이 얹혀있는(생선의 그림이 아니라, 진짜 생선) 낡고 헝겁 같은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맞아요!” 해리가 말했다. “단서! 저, 지금 단서라고 말했어요! 결코 평범한 단서가 아니라, 제가 하고 있는 어떤 게임에 대한 특정한 단서─”

“그래, 그래! 게임에 대한 단서! 자네는 분명 해리 포터지, 그렇지 않나? 나는 코르넬리온 플러버와트라고 하네! 에린 경에게서부터 들었는데 에린 경은 위즐노우즈 경에게서부터 들은 거고, 그리고 위즐노우즈 경은, 뭐 그 이후에는 모르겠네. 하지만 나보고 자네에게 전언을 전달하라는 것은 분명했어! 나에게! 까마득한, 아니면 지금껏, 그 어느 누구도 나를 신경써주지 않았는데, 이 한적하기 그지없는 빌어먹을 복도에 걸린지 도대체 몇 년 째인지 – 단서! 내가 네 단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고작해야 3점 밖에 감점되지 않아! 원하나?”

“그래요! 원합니다!” 빈정대는 듯한 말투를 되도록이면 감추어야 되겠다고 해리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끝끝내 충동을 이겨내지 못했다.

“어둠은 맥고나걸의 변신술 교실과 녹색의 서재 사이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게 단서야! 그리고 어서 움직이지 않고 뭐해, 이 나무늘보보다 느린 녀석아! 빠릿빠릿하지 못하니 10점 감점! 이제 네게 남은 점수는 61점이다! 이게 나머지 전언이야!”

“감사합니다,” 해리가 말했다. 그는 게임을 전혀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어…이 전언의 발생지가 어디고, 누구인지는 전혀 모르시는 거겠죠, 아닌가요?”

“옥염이 불타오르는 나락의 저편에서, 허공이 갈라지더니 안에서 공허한 목소리가 그 전언을 전했다고 그들이 내게 말해주었지!”

이 말을 듣고, 해리는 과연 이 건에 대해 의심을 가져야 할지, 아니면 속는 셈 치고 믿음을 주어야 할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녹색 서재와 변신술 교실 사이’는 어떻게 찾아가죠?”

“그저 여기서 등을 돌려 왼쪽, 오른쪽, 밑으로, 위로, 왼쪽, 오른쪽, 위로, 그리고 왼쪽으로 돈다면, 녹색 서재가 나타날거고 거기서 반대방향으로 직선으로 걸어가면 교차로로 도달하는 ‘크고 굴곡이 많은’ 복도가 나오고 교차로의 우현을 보면 긴 직선의 볻도가 나오는데 그게 변신술 교실로 가는 길이야!” 중년의 초상화가 멈추었다. “적어도 내가 호그와트에 다녔을 때는 그랬었지. 오늘이 월요일이고 홀수의 해 맞지?”

“샤이와 종프,” 해리가 주머니에게 속삭였다. “아, 아니, 종이와 샤프.” 그가 초상화를 올려보았다. “다시 반복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대략 2번 정도 길을 헤메고, 해리는 서서히 호그와트라는 이름을 지녔고, 자율의사를 지닌 미로를 타파하는 기본적인 규칙을 알아가고 있었다. 초상화에게 길을 물어봐라. 만약 이 발견이 심유한 뜻을 지닌 일종의 인생의 교훈이라거나 하더라도, 해리는 그것을 굳이 알아내려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녹색의 서재는 햇살이 은은하게 창문을 뚫고 은은하게 내려앉고, 한가롭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용이 그려진 녹색 유리로 둘러싸인, 의외로 굉장히 산뜻한 장소였다. 푹신할것만 같은 의자는 물론이고, 한명이나 세명 가량의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기 딱 좋을 것 같은 책상도 있었다.

정확히 말해 해리는 방에 들어가 바로 맞은편의 문을 뚫고 나간다는 행위는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벽에는 여러 개의 책장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는 베레스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 책장으로 걸어가 책의 제목들을 읽어야만 했다. 허나 여전히 모자의 ​‘​느​릿​느​릿​하​다​’​라​는​ 일침을 잊지 않은 해리는 가능한 빠르게 제목들을 읽어내리고, 맞은편의 통로로 직행했다.

일전의 그 ‘크고 굴곡이 많은 복도’를 걷던 중, 그는 어떤 남자아이가 크게 무어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해리에게는 기력의 저축이나 준비운동, 혹은 사물에 부딪친다는 염려 없이 전속력으로 달려도 되는 명분이 있었기에 주저없이 소리의 발생지로 달렸지만, 6명의 후플푸프 1학년생들이 모여있는 광경을 보고 급정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후플푸프들은 다소 겁을 집어먹은 것처럼 보였고, 분명 어떤 행동을 간절할정도로 하고프지만 정확히 그 행동이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러운 듯 했는데, 한 남자아이를 둘러싼 5명의 슬리데린 상급생들이랑 관련이 있어보였다.

그 광경에 해리는 분노가 들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방해해서 미안한데!” 젖먹던 힘까지 짜내 해리가 외쳤다.

하지만 그 외침은 그다지 필요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 전에 이미 그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모든 동작을 정지시키는 데에는 한몫 했다.

해리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후플푸프들을 지나 슬리데린들에게로 걸어갔다.

그들은 해리를 분노와 놀라움과 기쁨 등 가지각색의 감정이 어린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리의 뇌 중 한켠은 이 짓거리가 실로 말도 안되는 것이고 그들은 그를 발길질 한번으로 짜부라뜨릴 수 있을 정도로 더 나이가 많고 육중하다며 생난리를 치고 있었다.

뇌의 다른 켠은 만약 그 누구라도 ‘살아남은 아이’를 짜부라뜨린다면 심히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은 틀림 없으며, 더군다나 그 누군가가 슬리데린 상급생의 무리들이며 7명의 후플푸프라는 목격자가 있으니 더할나위 없고, 그들이 증인들이 산재해 있는데도 바보같이 그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가할 것이라는 확률은 ‘무’에 가깝다는 의견을 냉정하고 메마르게 표출했다. 결국 상급생들이 지녔을만한 ‘무기’는 그의 ‘두려움’뿐이다.

그리고 해리는 슬리데린들에게 둘러싸인 아이가 다름아닌 네빌 롱바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렇겠지.

결론은 났다. 자존심따윈 버리고 네빌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할 것이라고 정했으니 네빌은 그의 것이나 마찬가지이건만, 어떻게 그들이 이런 행동을 가할 수 있단 말인가?

팔을 뻗은 해리는 네빌의 팔목을 잡고 슬리데린들 사이에서부터 거칠게 잡아끌었다. 잡아끄는 해리의 힘의 반동에 애처롭게 끌려온 네빌은 비틀거렸고, 네빌을 잡아이끈 모양새와 비슷한 거동으로 슬리데린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네빌이 섰던 슬리데린 무리들의 중앙에 선 해리는, 그보다 훨씬 더 크고, 세고, 나이 많은 이들을 올려다보았다.

“안녕,” 해리가 말했다. “나 ‘살아남은 아이’임.”

다소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어느 누구도 이 침묵에서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지 모르는 듯 했다.

시야를 아래로 향한 해리는 바닥에 책 몇 개와 종이들이 나뒹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호, 아이가 애처롭게 책들을 하나 둘 집어드는 것을 지켜보다가 손을 쳐내 다시 바닥에 떨어뜨리게 하는 전형적인 놀이인가. 이 놀이가 그에게 향한 적은 없었지만, 해리는 이 놀이의 피해자가 무엇을 생각할 것인지 대략적으로나마 상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상상은 그를 노하게 했다. 뭐, 슬리데린들이 쏟아진 책들에 대해서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그에게 시선이 분산되어있는 것을 보면, 이 큰불이 먼저 꺼지고 네빌이 후에 이곳에 되돌아와 물건들을 되찾는데 별 문제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허나 불행하게도 책들에 향한 그의 시선은 누군가에 의해 파악되었다. “쭈쭈,” 무리의 가장 덩치가 큰 아이가 말했다, “우리 귀여운 포터가 소중한 장난감들을 되찾고 싶─”

“닥쳐,” 해리가 냉담하게 대꾸했다. 그들의 생각을 분산시켜라. 그들의 예상을 깨는 행동을 하라. 그들이 시비를 걸 만한 틈을 주지 말아라. “혹시 지금 이 상황이 먼 훗날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굉장히 기발한 착상인거니, 아니면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이름이 먹칠을 할 정도로 무의미한 삽질에 불과한─”

가장 덩치가 큰 아이가 해리 포터를 강하게 밀었고, 자연스래 그는 슬리데린 무리의 중앙에서 밀려나와 지면에 둔탁하게 부딪쳤다.

그리고 슬리데린들은 웃었다.

슬로우 모션과도 같이 끔찍할정도로 느릿느릿하게 해리는 일어섰다. 그는 아직 지팡이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그런 사소한 걸 따질 이유도 뭣도 없었다.

“이 자식을 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라면 점수를 얼마든지 내도 좋아,” 가장 덩치가 큰 슬리데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다른 손을 천천히 올리며, 해리는 ​“​아​브​라​카​다​브​라​,​”​ 라고 말하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아브라카다브라 라는 말에 네빌을 포함한 두명의 후플푸프가 비명을 질렀고, 세명의 슬리데린은 해리의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바닥을 굴렀으며, 가장 덩치가 큰 슬리데린은 온몸에 시뻘건 액체를 뒤집어쓴채 경악한 얼굴로 비틀비틀 뒷걸음질 쳤다.

무엇을 예상했던 간에 해리는 결코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고 있진 않았다.

천천히, 가장 덩치가 큰 슬리데린이 머리로 손을 올려, 그를 푹 절게한 부서진 체리 파이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부서진 체리 파이를 손에 들고 물끄러미 내려다본 그는, 그것을 미련없이 땅에 처박아버렸다.

분명 이러한 상황에 후플푸프 중 한명이 웃음을 터뜨리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것이 분명했으나, 공교롭게도 그 광경에 후플푸프 중 한명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해리는 부서진 파이 밑에 깔려있는 쪽지를 포착했다.

“잠깐 기다려들 봐,” 쪽지를 향해 다이빙을 하며, 해리가 말했다. “아무래도 이거 내꺼 같으니까─”

“이 자식,” 가장 덩치가 큰 슬리데린이 으르렁거렸다, “너, 아주 죽을─”

“이것좀 봐!” 쪽지를 슬리데린 상급생에게 휘두르며 해리가 외쳤다. “아니, 정말 이것좀 보라고! 고작 파이 하나를 배송했다고 발송 제경비로 30점이나 감점한다는게 가당키나 해? 무려 30점이라고! 선량한 아이를 위기에서 구출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손해가 크다니 의미가 없잖아?! 그리고 보관료? 운송료? 그리고 수송료? 어떻게 파이에서 수송료가 나올수가 있어?”

다시 한번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해리는 후플푸프 중 누가 웃고 있는지 몰라도, 그 자식 때문에 그가 상해를 입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쳐낼수 없었다.

뒤로 조금 물러선 해리는 슬리데린들에게 그가 쏘아보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시선을 보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꺼지지 않으면 꺼질때가지 너희들의 존재 자체를 비현실적으로 만들어주겠어. 미리 경고하도록 하지…내 인생에 관여하는 순간 너희들의 인생은…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을거야.”

굉장한 순발력으로, 가장 덩치가 큰 슬리데린이 지팡이를 꺼내 해리를 가리키자 그와 동시에 또하나의 파이가(이번에는 블루베리), 그의 뒤통수를 경쾌하게 강타했다.

이번 파이에 붙어있는 쪽지는 전보다 다소 크게 강조되어있었다. “그 파이의 쪽지를 읽어보는게 좋을거야,” 해리가 관찰하듯이 말했다. “이번 쪽지는 너와도 연관되어있는 것 같으니까.”

뒤통수에 파이를 맞은 슬리데린은 천천히 손을 들어, 파이를 떼어내고, 지면에 블루베리들을 잔뜩 쏟아버린다음, 쪽지를 읽어내렸다:

  ​                                                         경고

  ​                                                   게임 도중에는

  ​                                             플레이어에게 마법 금지

  ​                                         이 이후 게임에 계속 관여할시

  ​                                         게임 관계자에게 보고될 것임

슬리데린 학생의 얼굴에 나타난 혼란 그 자체의 감정은 실로 예술이라고 표현할 만 했다. 해리는 서서히 이 ‘게임 조종자’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이봐,” 해리가 말했다, “오늘은 이만하지 그래? 아무래도 우리로써는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없을듯 하니까. 너는 슬리데린 기숙사에 돌아가고 나는 래번클로 기숙사에 돌아가 조금 머리를 식히는게 어떨까?”

“내게 더 좋은 해결방법이 있어,” 가장 덩치가 큰 슬리데린이 사납게 중얼거렸다. “사고로 인해 네 손가락들이 박살나는게 어떨까?”

“도대체가 수많은 목격자들 사이에서 그러한 협박을 가하고서도 모두가 믿을만한 ‘사고’를 꾸밀 수 있을 거라는 그런 멍청한─”

가장 덩치가 큰 슬리데린 학생이 천천히, 해리의 손을 향해 손을 뻗자, 해리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었다. 슬리데린 무리들의 나이와 근력을 첫눈에 눈치챈 뇌의 한켠이 비로소 그 존재를 자각해내고 ‘내가 도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는거야?!’ 라며 그에게 있는대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기다려!” 다른 슬리데린이 당황한 듯한 어조로 외쳤다. “멈춰, 진짜로 부러뜨리면 안된다고!”

그 말을 훌륭하게 무시한 덩치 큰 슬리데린은, 해리의 오른손을 그의 왼손에 쥐고, 오른손으로 해리의 검지를 쥐었다.

해리는 그 슬리데린의 눈을 꿰뚫을 듯이 일직선으로 바라보았다. 해리의 내면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서는 안되고,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용냡할 수 없으며, 연장자가 절대로 취할 행동이 아니라고 마구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천천히, 그 슬리데린이 그의 검지를 관절의 반대방향으로 구부려갔다.

이 녀석은 아직 내 손가락을 부러뜨리지 않았고 실제로 부러지기 전에 지레 겁먹는 건 쓸데없는 행동이야. 정말로 부러뜨리기 전까진, 이건 그저 허울뿐인 위협뿐이다.

“멈추라고!” 좀전에 이의를 제기한 슬리데린이 다시 외쳤다. “멈춰, 진짜 위험한 짓이라고!”

“그 말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겠군요,” 싸늘한 목소리가 말했다. 나이 많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가장 덩치가 큰 슬리데린 학생은 마치 화상을 입은 것 마냥 해리의 손을 놓고 펄쩍 뛰었다.

“스프라우트 교수님!” 이보다 더 안도할 수는 없겠다는 듯한 어조로 후플푸프중 한명이 외쳤다.

몸을 돌린 해리의 시야에는, 지저분할정도로 곱슬거리는 회색 머리카락에 흙이 잔뜩 묻은 옷을 입고 있는 땅딸막한 여인이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잡혔다. 그녀는 마치 탓하는 듯한 손가락으로 슬리데린들을 가리켰다. “설명들 해보세요,” 그녀가 말했다. “우리 후플푸프 학생들에게, 그리고….” 문득 그녀가 그를 바라보았다. “제 자랑스러운 학생, 해리 포터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오 이런. 그래, 오늘 아침 내가 빼먹은 수업은 다름아닌 그녀의 약초학이었지.

“저 녀석이 우리를 죽이려고 했어요!” 유일하게 상황을 중재하려고 했던 슬리데린이 내뱉었다.

“뭐?” 해리가 반문했다. “그런 시도 따위 하지도 않았어! 만약 정말로 내가 널 죽이려고 했다면 이런 대낮에 사람들 앞에서 시도할리가 없잖아!”

또다른 슬리데린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지만 나머지 슬리데린들이 그를 죽일듯이 노려보자 곧바로 정색했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미심쩍어 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정확히 어떻게 죽이려고 했단 말인가요?”

“살인 저주요! 저희들에게 살인 저주 주문 비슷한 소리를 했어요!”

스프라우트 교수가 해리에게로 돌아섰다. “그래, 11살 아이가 가할만한 협박치고는 지나치게 위협적이군요. 하지만 그런 협박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될 행동이랍니다, 해리 포터.”

“저는 살인 저주의 주문이 뭔지도 몰랐어요,”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팡이도 쥐지 않고 있었고요.”

이제 스프라우트 교수는 해리에게 그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 이 아이가 스스로의 얼굴과 뒤통수에 파이를 집어던졌단 말이겠군요.”

“걔는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후플푸프 한명이 불쑥 튀어나와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손가락을 튕기자 파이가 쏘아졌어요!”

“정말인가요,” 잠시 멈칫한 스프라우트 교수가 말했다. 그녀는 스스로의 지팡이를 꺼냈다. “누가봐도 이 상황을 보면 포터 군이 피해자인 것이 확실하니 굳이 강요하지는 않겠다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 지팡이를 좀 살펴봐도 되나요?”

해리는 그의 지팡이를 꺼냈다. “제가 뭘 하면─”

“프리오리 인칸타템,” 스프라우트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인상을 썼다. “이상하군요, 포터 군의 지팡이에는 전혀 사용된 흔적이 없는 것 같군요.”

해리가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맞아요, 저는 지팡이와 교과서들을 고작해야 며칠 전에 샀거든요.”

스프라우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건 위협을 느낀 아이가 자기보호 행동으로 인한 우발적인 마법에 불과하겠군요. 호그와트 규칙에 따라 포터 군에게는 아무런 처벌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그녀는 슬리데린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눈은 바닥에 흩어져있는 네빌의 책들에 잠시 머물렀다.

그녀가 다섯명의 슬리데린들을 응시하는 동안 기나긴 정적이 내려앉았다.

“슬리데린에게서 각각 3점씩 감점입니다,”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넌 6점 감점,” 파이를 뒤집어쓴 슬리데린을 가리키며 그녀가 말했다. “앞으로 제 후플푸프들이나, 제 학생인 해리 포터에게 얼씬도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군요. 그러면 이만 가보도록 하세요.”

그녀가 그 말을 반복할 일은 없었다; 슬리데린들은 곧바로 뒤도 안돌아보고 재빨리 멀어져갔다.

네빌은 그의 물건들에게 천천히 걸어가 그것들을 줍기 시작했다. 울음을 터뜨린 것 같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사건이 끝나고 서서히 충격이 온것일 수도 있고, 다른 후플푸프들이 그를 도와주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말, 정말 고마워요 해리 포터,” 스프라우트 교수가 그에게 말했다. “포터 군이 지킨 후플푸프 한명당 1점씩, 총 7점을 래번클로에게 주도록 하겠어요. 그리고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하겠군요.”

해리가 눈을 꿈벅거렸다. 솔직히 말해 말썽부리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기나긴 설교를 예상하고 있었고, 학교 첫날의 첫 수업을 빠진 것에 대헤 잔뜩 혼이 나는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래번클로 대신 후플푸프에 가는게 더 좋았을지도 몰랐다. 스프라우트는 멋쟁이였다.

“스코지파이,” 스프라우트가 바닥에 절은 파이들을 향해 지팡이를 가리키자, 얼룩들이 곧바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는 녹색 서재로 향하는 복도로 사라져갔다.

“아까 그거 어떻게 한거야?”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후플푸프 한명이 그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해리는 자부심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단지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뭐든지 할 수 있어.”

말을 건 아이의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정말?”

“아니,”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오늘 이 사건을 모두와 사이좋게 공유할 때 래번클로 1학년생인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도 대화해보도록 해, 웃음을 유발시키는 스스로의 경험을 말해줄 테니까.”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해리는 단 한 개도 알지 못했지만, 하나둘씩 쌓여가고 있는 그의 전설적인 행보에 또 한가지를 추가할만한 기회를 놓칠정도로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아, 그리고 아까 그 살인 저주니 뭐니 했던건 도대체 뭐야?”

그 아이가 그를 기이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정말로 몰라?”

“만약 알고있다면, 애초에 물어보지도 않았겠지.”

“살인 저주를 발동시키는 주문은,” 침을 꿀꺽 삼키며, 목소리를 낮춘 그는, 마치 손에 지팡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듯이 두 손을 보였다. “아바다 케다브라야.”

물론 그러시겠죠.

해리는 서서히 불어나가고 있는 그의 부친, ‘마이클 베레스-에반스 교수에게 절대로 말해서는 안될 무언가’의 목록에 그것을 추가시켰다. 악명높은 살인 저주를 맞고도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벅찬데, 살인 저주의 주문이 ​“​아​브​라​카​다​브​라​”​와​ 흡사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건 벌레보고 이족보행을 하라는 것과 비슷한 난이도다.

“그렇구나,” 침묵 끝에 해리가 말했다. “뭐, 내가 손가락을 튕기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 되겠네.” 전략의 일부로 사용할 만한 효과는 충분히 얻은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몰─”

“머글들에게서 자랐어, 머글들은 그 주문을 농담 삼아 말하고 다니거든. 정말로, 그게 다야. 저기 미안한데 이름이?”

“어니 맥밀란,” 그 후플푸프가 말했다. 그가 손을 내밀자, 해리는 그것을 잡고 흔들었다. “만나서 영광이야.”

해리또한 고개를 조금 숙이며 예를 표했다. “만나서 반가워, 근데 ‘영광’은 빼줘.”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이 몰려들어 갑작스래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두 끝난듯 보이자, 해리는 숨을 삼켰다. 설명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따를 듯 했다. ​“​어​…​미​안​한​데​…​나​,​ 네빌에게 뭔가 말할 게 있거든─”

모든 눈이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채 뒷걸음질 치는 네빌에게 돌아갔다.

“분명히,” 네빌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너는 내가 좀더 용기있게 행동했어야 한다고 말─”

“아, 아니, 절대로 그런게 아니야!” 해리가 재빠르게 말했다. “그런 것과는 전혀 연관없어. 그러니까, 그저, ‘마법의 모자’가 내게 말한 것과 연관이─”

그 말에 더욱 불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네빌을 제외한 모두가 호기심이 동한 것 같았다.

무언가가 해리의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그 말을 툭하고 토해내면 될 일이었지만, 마치 커다란 벽돌을 삼켰는데 목구멍 중간에 막힌 것 처럼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입술을 수동적으로 조종해 자음 하나하나를 천천히 말해야 하나 싶었지만, 노력 끝에 그는 입을 여는 것에 성공했다. “미, 미안, 해.” 그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니까, 전날에 내 행동, 말야. 이…건에 대해 고마워할 필요도 없어, 네가 나를 증오하게 되도 순순히 인정할게. 이건 내가 사과를 한 행동으로 인해 멋져보이거나, 네가 사과를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의해서 하는게 아니야. 일전에 내가 한 짓은 잘못되었어.”

침묵이 내려앉았다.

네빌은 가슴에 책들을 더욱 더 강하게 품었다. “어째서 그런 거야?” 떨리고 가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눈물을 애써 참는듯이 눈을 깜박이며, 그가 말을 이었다. “어째서, 심지어 ‘살아남은 아이’마저, 나를 못살게 구는 거야?”

문득 해리는 난생 처음으로 스스로가 난쟁이처럼 왜소하게 느껴졌다. “미안해,” 먹먹해진 목소리로, 해리가 반복했다. “나는 그저…네가 너무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 네가 머리 위에 ‘피해자’라는 호칭을 달고 다니는 것 같아서, 네게 모든 상황이 그리 나쁘게만 흘러가진 않는다고, 때때로 괴물이 초콜릿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그리고 내가 그걸 보여준다면, 네가 두려워하던 일도 알고보면 별거 아닌 일이라고─”

“하지만 아니야,” 네빌이 중얼거렸다. “오늘 봤잖아, 별게 아닌게 아니라고!”

“그들이 목격자들 앞에서 너를 상처입힐 리가 없어. 그들의 주요 무기는 다름아닌 ‘공포’야. 그 때문에 그들이 너를 목표물로 삼은거지, 네가 그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나는 네 ‘공포’를 중화시켜줄려고 했었어…네가 가진 공포는 그 ‘공포’ 자체보다 휠씬 더 ​악​화​된​거​라​고​…​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지만, 마법의 모자는 나보고 내가 나 자신을 속이고 있으며, 순전히 재미를 위해 그런 행동을 한거라고 말했어. 그러니까 지금 사과하고 있는─”

“너는 내게 상처를 입혔어,” 네빌이 말했다. “지금 말야. 네가 슬리데린들에게서 나를 끌어냈을때.” 네빌은 해리가 잡아 이끈 팔을 들어올려 보여주었다. “네가 너무 새게 날 끌어당겨서 멍이 들지도 몰라. 사실 슬리데린들이 내게 부딪친 것보다 더 심한 상처가 될수도 있어.”

“네빌!” 어니가 사납게 쏘아붙였다. “걔는 널 도와주려고 했다고!”

“미안해,” 해리가 중얼거렸다. “그 광경를 봤을 때 나는 그저…너무 화가 나서….”

네빌이 흔들림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넌 나를 아주 새게 끌어당기고 그 자리에 대신 네가 들어가, ‘안녕, 나 살아남은 아이임’라고 말한 거구나.”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훗날, 넌 아마 굉장히 멋진 사람이 될거야,” 네빌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

목에 메인 무언가가 갑작스럽게 넘어가고, 해리는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복도를 계속 내려가 교차로에 다다른 그는, 무언가에 홀린듯이 왼쪽으로 틀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걸까? 절대로 화를 내지 말아라? 그는 그 상황 속에서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달리 무엇을 해야할지도 몰랐고, 만약 그렇지 않았을 경우 네빌과 그의 책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무엇보다, 해리는 이 전개가 어떠한 결말을 맞이할지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어보았다. 그는 그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피땀흐르는 노력을 하다가 실패하고, 그 분노는 계속해서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자아 각성을 위한 이 기나긴 여정은 그의 분노 또한 그의 일부분이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감정을 슬기롭게 사용할 수 있다, 라는 것으로 결말이 날것이다. 부의 감정에서부터 완벽하게 단절해야만 한다는 답을 내놓은 세계관은 ‘스타 워즈’가 유일했고, 해리는 항상 그 녹색의 멍청이 요다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분노를 조절하는데 시간을 절약할 가장 뻔한 방법은 자아 각성의 여정을 상큼하게 건너뛰고 분노 또한 그의 일부분이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부분으로 바로 들어가야만 했다.

문제는 그가 정말 격노했을때도 주체할 수 없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갑게 타오르는 분노는 그가 그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나 정작 화려하게 불타오르고 나서 그 감정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되새겨보면…명백히 그는 그 감정을 통제하고 있지 못하는게 드러나는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든 간에.

게임 조종자가 그런 것들 또한 염두에 두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행동이 그에게 점수를 가산했는지 빼앗았는지 해리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해리는 그 분노가 그의 점수를 갉아먹었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늙은 여인의 초상화 또한 중요한 건 그의 의견뿐이라고 했었다.

또한 해리는 게임 조종자가 그에게 스프라우트 교수를 보냈는지 궁금해했다. 그게 가장 논리적인 추론이었다: 쪽지는 게임 관계자에게 보고를 할것이라고 협박을 가했었고, 스프라우트 교수가 나타났다. 어쩌면 스프라우트 교수가 게임 조종자일지도 – 후플푸프 기숙사 사감은 용의자 후보에도 올라가지 않을 선량한 인상이기에, 오히려 해리의 용의자 리스트 정상을 차지해도 결코 이상할건 없었다.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보통 가장 순박해보이는 사람이 범인인 경우도 있으니까.

“그래서 이 게임에서 내가 어떻게 해나가고 있지?” 해리가 크게 외쳤다.

마치 뒤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던진 것처럼, 쪽지가 그의 머리 위를 날았다 – 재빨리 몸을 돌려보았지만, 해리는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 그리고 다시 해리가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쪽지는 서서히 바닥에 내려앉고 있었다.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스타일 점수: 10

기막힌 착상에 대한 점수: ​-​3​,​0​0​0​,​0​0​0​

래번클로 기숙사 보너스 점수: 70

현재 점수: ​-​2​,​9​9​9​,​8​7​1​

남은 턴 횟수: 2

“마이너스 삼백만이라고?” 분개하며 해리는 인적없는 복도를 향해 소리쳤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게임 관계자에게 항소하겠어! 그보다 앞으로 두번 안에 어떻게 삼백만이라는 점수를 메꿀 수 있겠냐고!”

또다른 쪽지가 그의 머리 위를 날았다.

항소: 실패

잘못된 질문을 물어봄: ​-​1​,​0​0​0​,​0​0​0​,​0​0​0​,​0​0​0​점​

현재 점수: ​-​1​,​0​0​0​,​0​0​2​,​9​9​9​,​8​7​1​

남은 턴 횟수: 1

해리는 포기하고 말았다. 앞으로 차례가 단 한번밖에 없으니 실로 어처구니 없더라고 한들 일단 그가 생각하는 정답을 말해야만 했다. “내 추측은 이 게임은 인생을 대변한다는 거야.”

마지막 쪽지가 그의 머리 위를 날았다:

  ​                                                      시도 실패

  ​                                                  실패 실패 실패

  ​                                               꺄아아아아아아아악

  ​                                          현재 점수: 마이너스 무한대

  ​                                           당신은 게임에서 패배했음

  ​                                                    마지막 지시:

  ​                                          ​맥​고​나​걸​ 교수님의 방으로

마지막 줄은 그의 필체로 적혀있었다.

마지막 줄을 한참동안 내려다본 해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좋다. 맥고나걸 교수의 교무실로 직행한다. 만약, 만약에 그녀가 게임 조종자라면….

아니, 사실, 만약에 정말 맥고나걸 교수가 게임 조종자였다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해리는 알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서서히 표백되어가고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광경이 펼쳐질 것이 분명했다.

초상화를 몇 개 더 지난 후 –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맥고나걸 교수의 방은 변신술 교실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적어도 홀수의 해에 월요일에는 – 해리는 그녀의 방문 앞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는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맥고나걸 교수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게임 속에 빠진 해리 포터.

2. 출생 이후 가장 큰 혼란스러움을 느낀 해리 포터.

3. 관광 당한 해리 포터.

4. 나 살아남은 아이임.

5. 녹색의 멍청이 요다.

6. 네빌과 관계가 틀어진 해리 포터.

겨우 겨우 ​끝​냈​네​요​.​.​.​이​번​화​는​ 일종의 '질문 편'입니다. 쓰르라미 울 적에를 보셨다면 익숙하시겠죠. 이번화는 이해하는게 좀 힘드실 수도 있을텐데, 다음화는 '해답편', 즉 이번에 나온 모든 수수께끼들이 밝혀지니 느긋하게 기다려주세요.

저 쪽지들은 일단 '게임'이라는 기분이 들기 위해 여러분들에게 친숙한 소위 '초딩체'를 사용했습니다. 득템이나 이런 용어도 그렇고요. 마음에 드셨을라나 모르겠네요.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재앙 해리 포터와 1대 1 면담을 해야 할 상황이 코앞에 들이닥친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묵념.

근데 이번화는 제가 봐도 좀 이상해 보이네요. 시간에 쫓기며 써서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보이기도 하고...지적은 환영입니다.

저번화에서 퀴렐이 나왔는데, 미처 설명하지 못한게 있었네요. 이 팬픽에서 퀴렐은 '터번'을 쓰고있지 않습니다. 저번화 묘사를 보시면 '벌써부터 머리가 벗겨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라는게 있을 겁니다. 요컨데, 볼드모트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꽤 많은 분들이 제가 몇개국어를 하는지 궁금해하시더군요. 도대체 왜 이런 쪽지가 자주 오는지는 모르겠는데, 벌써 한 15번은 온것 같네요...이유가 도대체 뭔지.

​5​개​국​어​입​니​다​.​.​.​그​러​니​ 이제 쪽지좀 그만 ​보​내​주​세​요​.​.​.​그​리​고​ 원작 주소에서 중국어로 번역하고 있는건 제가 아닙니다. 그건 다른 분이예요.

그리고 어떤 착한 분의 코멘트...

​H​a​l​l​u​c​i​g​e​n​i​a​ : 그 사람이 어떤 성격과 성향, 취미를 가지고 있던지 간에 인간은 모두 인간으로 존재함으로서 존엄합니다. 그 존엄성이 다른 이의 존엄을 침해한다면 그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제재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성적 취향은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한 개인의 선에서 끝나는 성향이기 때문에, 그것은 제재 받아서도, 따돌림과 소외를 받아서도 안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작가분이 자신의 성적 취향을 이곳에서 커밍아웃 하셨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의 동등한 인간으로서 "나와 '틀린'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다"라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이해는 못해도 존중은 할 수 있으니까요.

...어, 그러니까...일단 감사합니다. 백번 공감하는 말씀이세요. 분명 성적 취향이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그걸 매도하는 건 굉장히 옹졸한 짓입니다. 네, 공감해요.

...근데 그걸 말할 대상이 틀렸잖습니까 OTL 너무나도 진지하게 ​답​변​해​주​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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