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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수평사고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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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에요, 단지 대단히 창의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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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35분 경, 대부분의 자리가 주인을 맞이하고 교실 안으로 헐레벌떡 들어오는 이들이 사라진 순간, 퀴렐 교수가 의자에 앉은채 한차례 경련을 일으키더니 우뚝 서오르자, 그의 얼굴이 학생들의 책상 위에 놓여있는 그 평평하고 새하얀 사각형의 물체 속에 별안간 나타났다.

해리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퀴렐 교수의 얼굴과 지금 이 상황이 머글들의 텔레비전과도 비슷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것은 향수와 동시에 애환또한 불러일으켰다, 마치 집의 일부분인것만 같이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아닌….

“안녕하십니까, 어린 제자들이여,”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책상의 화면에서부터 튀어나오는 듯 했고 무슨 연유에선지 해리를 향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전투 마법의 첫 수업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호그와트의 창립멤버들이 정의한 바;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널리 알려진 상식에 따르면,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라고 불리우죠.”

뜬금없이 들려온 퀴렐 교수의 말에 곳곳에서 양피지와 공책들을 꺼내기 위해 학생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멈추십시오,”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 과목의 과거 명칭을 굳이 기록할 필요 따위는 없습니다. 제 시험에 그런 의미없는 질문은 절대로 나오지 않을겁니다. 장담해도 좋아요.”

충격과 경악이 어린 얼굴을 한채 여러 학생들이 상체를 꼿꼿하게 세웠다.

퀴렐 교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쓰잘데기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1학년용 방어술 교과서를 부득이하게 예습하며 애꿎은 시간만을 낭비한 이들은 ─”

누군가가 목이 턱 막히는 듯한 소리를 냈다. 해리는 잠시 그것이 헤르미온느일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정작 이 수업의 이름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지만, 실제로는 조금 기분 나쁜 꿈을 꾸게 하는 것 밖에 아닌 악몽 나비나, 하루 24시간 동안 고작해야 2인치 정도의 나무토막을 녹여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산성 ​민​달​팽​이​들​에​게​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배우는 수업이라는 인상을 받았을 것입니다.”

퀴렐 교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자, 의자가 책상에서부터 덜컥거리며 떨어져나갔다. 해리의 책상 위에 부착되어있는 화면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따라가고 있었다. 교실의 앞면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퀴렐 교수가, 사납게 일갈했다:

“헝가리안 혼테일의 체고는 성인 남자 12명의 키보다 더 높습니다! 그 괴물은 어찌나 화염을 경악스러울 정도의 속력과 정확하게 토해내는지, 고공비행중인 스니치를 찰나의 시간 안에 한 줌의 재로 소멸시킬 수도 있죠! 살인 저주 한방으로 제압할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경악이 어린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산의 트롤은 헝가리안 혼테일보다 더욱 위협적입니다! 그 턱의 위력은 심지어 강철마저 뚫습니다! 이 괴물의 피부는 절단 마법을 튕겨낼정도로 질기고 단단하죠! 후각은 어찌나 뛰어난지 그것이 목표하고 있는 피식자가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는지, 객체이며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두려운 점이란, 트롤은 수많은 마법 생물들중에서도 영구적으로 스스로에게 ‘변신술’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죠 ─ 바로, 스스로의 ‘형태’로 무한히 ‘변신’하고 있다는 겁니다. 설령 여러분이 트롤의 사지를 쥐어뜯는 것에 성공했더라고 해도, 절단면에서 불과 몇 초 이내에 새로운 팔이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화염과 산성액은 일시적으로 트롤의 재생 능력을 혼란시킬 수 있는 흉터를 새길 수 있습니다만 ─ 그것도 불과 한 시간 내지 두 시간뿐입니다! 그들은 도구로 곤봉을 사용할 수 있을정도로 명석해요! 산의 트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들 중 3위 안에 드는 가장 완벽한 살육병기입니다! 살인 저주 한방으로 제압할 수 있습니다!”

충격이 학생들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퀴렐 교수는 다소 음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러분들의 타는 쓰레기나 다름없는 3학년 방어술 교과서는 필시 산의 트롤들을 맞닥뜨리면 그 즉시 그들의 약점인 햇빛에 쬐여, 동작을 정지시키라고 권유할겁니다. 바로 그것이, 제자 여러분, 제 시험에는 절대로 나오지 않을 쓸모없기 그지없는 잔지식의 예입니다. 산의 트롤은 결코 백주대낮에 어슬렁거리며 나돌아다니지 않습니다! 트롤을 햇빛을 이용해 퇴치한다는 생각은 현실성이 철저하게 배제당한 멍청한 교과서 저자들이 스스로의 상세하고 세부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한 발악의 결과물이죠. 산의 트롤을 제압할 수 있는, 정말 엍로당토 않고 어처구니 없는 방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속에서 사용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살인 저주는 방어불능이고, 막을 수 없고, 뇌가 존재하는 생물인 이상 모든 존재에게 동일한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만약, 여러분이 성인 마법사이고, 살인 저주를 사용할 능력이 되지 못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다면, 순간이동으로 현장을 빠져나오면 해결 될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들 중 2위 안에 드는 가장 완벽한 살육병기, 디멘터를 맞닥뜨리게 된다고 해도 사태를 타파하는 매한가지입니다. 순간이동으로 빠져나오면 되지 않습니까!”

“물론,” 목소리를 더욱 더 굳히고, 낮혀가며, 퀴렐 교수가 말을 이어갔다, “순간이동 무효화 결계에 영향을 받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아니, 여러분이 성인이 되는 그 순간부터 여러분을 위협할 수 있는 괴물은 단 한 개체만이 존재합니다. 지구상의 존재 중 가장 흉악하고 위험한 이 괴물은, 너무나도 위험한 나머지 타 위협적인 생물들과는 그 차원을 달리합니다. 바로 성인 마법사입니다. 이 생물만이, 여러분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위협을 끼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퀴렐 교수의 입술이 희미한 선을 이루었다. “내키지는 않으나 여러분이 마법부가 통괄하는 기말시험을 무리없이 통과할 수준의 상식 정도는 가르칠 겁니다. 물론 이번해 과목의 정확한 성적은 여러분의 성공적인 미래에 요만큼도 영향을 끼치지 않으니, 굳이 합격 점수 그 이상을 원하는 분들은 타는 쓰레기나 다름없는 교과서를 읽으며 시간을 낭비해도 상관없습니다. 이 수업의 이름은 ‘미개한 해충에 대한 방어술’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어둠의 마법에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이 교실에 당도한 것입니다. 그 말인 즉슨, 이 참에 확실히 정의해두겠는데, 어둠의 마법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상해를 입히길 원하는 지팡이 보유자들은 여러분들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열에 아홉 번은 성공할 것입니다! 공격 없는 수비는 단언컨데 없어요! 싸우지 않는 이상 방어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은 여러분들의 교육을 통괄하는, 오러들의 경호를 받는 돼지 같은 정치인들에 의해 11살에 불과한 여러분들에게 너무나도 흐릿하게 전해지죠. 그런 머저리들 따위 지옥의 나락 한켠으로 떨어지라지! 여러분들은 호그와트가 무려 800년 동안이나 지속적으로 가르쳤던 수업을 듣고 있는 겁니다! ‘전투 마법’의 첫 수업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해리는 기어이 박수갈채를 보내고야 말았다. 보내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먼저 해리가 박수를 보내자 그리핀도르 쪽에서 소심한 박수소리가 몇 개 들려왔고, 슬리데린 쪽에서는 더 많은 수가 박수를 보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박수를 칠 생각도 하지 못한채 충격 속에 빠져있는 것만 같았다.

퀴렐 교수가 손을 허공에 그으며 절단하는 듯한 몸짓을 하자, 박수소리가 순식간에 멈추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우선적으로 1학년 ‘전투 마법’ 수업을 모조리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이렇게 할 경우 수업 시간을 두배로 늘릴 수 있을 뿐 더러─”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한 바람소리가 여기저기 퍼져나갔다.

“─그만큼 수업진도도 뺄 수 있기에, 숙제는 없을 것입니다.”

헛바람 들이키는 소리가 일제히 멎었다.

“그래요, 정확하게 들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전투를 취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있는 것이지, 월요일까지 전투의 방법론에 대한 12인치 짜리 논문을 쓰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일그러진 얼굴을 볼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가 상상하고 있는 그림 그대로일 광경일 것만 같아, 상상만으로도 충분했다.

또한 해리는 사랑에 빠져있었다. 그의 결혼식은 3자 결혼식이 될것이다: 그와, 시간이동 시계, 그리고 퀴렐 교수님.

“혹여나 전투 마법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길 원하는 분들을 위해, 분명히 흥미롭고 교육적일만한 방과후 활동들을 마련해두었습니다. 14명의 타인이 꾸려나가는 퀴디치 경기를 시청하는 것 보다 본인의 능력을 세상에 과시하고 싶지 않습니까? 군대에 투입되는 인원은 단지 7명 만이 아닙니다.”

쩌는데.

“또한 이것과 다른 방과후 활동들은 여러분들에게 퀴렐 점수를 안겨다드릴 겁니다. 과연 퀴렐 점수가 무엇이냐? 개인적으로 기숙사 점수 제도는 제게 적합하지 않아보입니다, 기숙사 점수 그 자체를 타기 힘드게 만드는 요소니까요. 저는 제 학생들에게 그것보다는 더 잘 해내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간혹 가다가 제가 쓰기 시험을 내면, 그 시험은 여러분들이 답을 적어갈 때마다 스스로 점수를 매길 것이고, 만약 어떤 특정한 분야에 대한 문제들에 지속적으로 오답을 적어내린다면, 여러분의 시험은 그 즉시 그 특정한 문제들에 정확한 답변을 적은 학생들의 이름을 나타낼 것이고, 정답을 적은 학생들은 오답을 적은 학생들을 도와주며 퀴렐 점수를 탈 수 있을겁니다.”

…오오. 어째서 다른 교수님들은 이러한 제도를 실시하지 않는건가?

“그럼 퀴렐 점수를 타서 좋을 게 뭐가 있느냐? 우선적으로, 퀴렐 점수 10점마다 그 학생이 해당한 기숙사에 1점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그 밖에도 여러가지 장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혹시 통상 수업 시간 외의 시간대에 시험을 치고 싶은 의향이 있다면? 혹 건너뛰고 싶은 특정한 항목이 존재한다면? 어느정도의 퀴렐 점수를 딴 학생들에게 향하는 제 사고는 평상시보다 매우 유연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퀴렐 점수는 곧 군대의 역량, 이하 기량의 우수함을 조절할 것입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 요컨데 크리스마스 방학 바로 전날에는 ─ 제가 학생 한명의 소원을 이루어줄겁니다. 학교와 관련되어있고 제 권한, 내지는 제 영향력, 그리고 제 천재성이 허락하는 내의 소원인 한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이루어주겠습니다. 그래요, 저는 슬리데린이었고 여러분들을 대신해 여러분들의 욕망을 해소시켜줄 마땅하고도 교활한 거래를 제안하는 겁니다. 이 소원을 빌 기회는 수업을 듣는 전체 학년 가운데 가장 많은 퀴렐 점수를 획득한 이에게 주어질겁니다.”

그리고 그건 해리가 될 것이다.

“그러면 이제 교과서들과 기타 짐꾸러미들을 책상에 내버려두고 모두 이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십시오 ─ 안심하시길, 여러분들의 소유물에 대한 안정성은 책상 위의 화면들이 보장할겁니다. 우리들은 이제부터 ‘이 교실에서 누가 가장 흉악한 위험인물인가’라는 게임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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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에서 지팡이를 비틀며 해리는 “마-하-스!” 라고 외쳤다.

그러자 퀴렐 교수가 해리의 목표물로 지정한 허공을 유영하는 푸른색의 구체에서 고주파의 ‘삥’하는 소리가 퍼져나왔다. 이 특정한 소리는 곧 완벽한 타격 판정을 받았다는 것을 나타내어, 해리가 10번의 시도 가운데 무려 9번이나 들었던 소리였다.

어떤 방법을 썼든지 간에 퀴렐 교수는 발음하기도 굉장히 쉽고, 어이없을정도로 간결한 지팡이의 모션을 가진 것도 모자라, 술자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직선으로 날아가는 주문을 고안해내었다. 그러나 퀴렐 교수는 또한 진짜베기 전투 마법은 이런 것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다고 침통하게 털어놓았다. 실제 전투 상황이 들이닥치면 이 주문은 무용지물이 될것이라고 말이다. 너무나도 기초 중의 기초인 이 마법의 실질적인 목적은 ‘목표’를 맞추는 것에 있고, 정작 파괴력은 주먹이 얼굴에 강타한 정도의 위력밖에 끼치지 않는다. 퀴렐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 마법의 의의는 각각의 학생들의 습득률을 어느정도 판별해두기 위한 것에 있다, 이러한 마법은 결단코 학생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전에 발현해보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러나 해리에게 그러한 사실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마-하-스!”

적색의 불꽃과도 같은 기운이 그의 지팡이에서부터 쏘아져나가 푸른 구체를 정확하게 강타하자, 그의 마법이 적중했다는 것을 알리는 ‘삥’하는 소리가 났다.

호그와트에 당도한 이래 처음으로, 해리는 정말 마법사다운 기분을 물씬 느끼고 있었다. 그는 아예 목표물들이 ‘벤 케노비’가 ‘루크’를 훈련시키던 것과 같이 여기저기 변칙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퀴렐 교수는 대신 타 학생들에게 마법을 겨냥하지 못하게 학생들을 정돈시켜 일렬로 세워놓았다.

그래서 해리는 지팡이를 내리고, 오른쪽으로 한차례 진각을 밟은 후, 지팡이로 치켜세워 비틀고는 “마-하-스!” 라고 외쳤다.

그러자 ‘동─’이라는, 거의 정확하게 적중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주머니에 지팡이를 꽂아넣은 해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지팡이를 쥐고는 또하나의 적색의 기운을 쏘아보냈다.

그에 따른 ‘삥’하는 고주파의 소리는 생전 해리가 들어본 소리중 가장 마음에 와닿고 만족스러운 소리였다. 해리는 폐가 터져버릴 때까지 기쁨과 승리의 함성을 내지르고만 싶었다. 나는 마법사야! 기다리거라, 물리의 법칙들이여, 이 몸이 네놈들을 유린하러 이곳에 당도했다!

“마-하-스!” 해리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진 듯 했지만, 교실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주문의 낭송이 들려옴에 따라 자연스럽게 동화되어갔다.

“이만 되었습니다,” 확성된 퀴렐 교수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닥 크게 들리진 않았다. 평상시의 성량과 비슷했지만, 단지 바로 앞이나 등 뒤처럼 매우 가까운 장소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린 다는 것뿐이었다.) “이제 여러분 모두가 단 한번이라도 목표물을 적중시킨 것 같아보이는군요.” 푸른색의 구체들이 일제히 적색으로 변하더니 천장을 향해 서서히 유영해갔다.

퀴렐 교수는 무대의 정중앙에 솟아오른 연단에 서서, 그의 책상에 한 손을 짚어 기대고 있었다.

“조금 전에 저는 우리들이,” 퀴렐 교수가 말했다, “ ‘누가 이 교실에서 가장 흉악한 위험인물인가’라는 모종의 게임을 할 것이라고 얘기해두었습니다. 이 교실에 있는 학생들 중 누군가는 ‘수메르인의 기초 사격 마법’을 그 누구보다 빨리 통달해낸 것은 물론 ─”

어쩌구 저쩌구 얼씨구 절씨구.

“─ 일곱 명의 타 학생들에게 도움과 조언 또한 주었습니다. 그것에 비례해, 그 여학생에게는 첫 7점의 퀴렐 점수가 주어질 것입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양, 앞으로 나오도록. 게임의 다음 단계로 속행할 차례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자부심과 승리감에 한가득 도취된듯한 표정을 지으며 춤추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래번클로 학생들은 그녀를 자랑스럽게 바라보았으며, 슬리데린은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해리는 명백한 짜증스러움을 느끼며 그녀의 등을 응시했다. 이번만큼은 해리의 성적도 꽤나 괜찮았다. 학생 모두가 생소하기 그지없는 같은 주문을 소개받은 상태였고 해리는 ‘애덜버트 와플링의 마법 이론’까지 교과서를 끝마친 상황이었기에, 전체의 상위권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르미온느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뇌내 어딘가에서, 해리는 정말 헤르미온느가 순수하게 그보다 더 똑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공포심이 생성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 해리는 그저 가) 헤르미온느가 단순한 교과서보다 더욱 많은 교과서를 읽었거나 나) 애덜버트 와플링은 11살에 대해 그닥 생각하지도 않고 상관하지도 않는 교육 위원회의 멍청함을 지적하기 위해 ‘마법 이론’을 작성한, 독착성이 결여되어있는 놈이었다는 자그마한 희망에 걸어보기로 했다.

연단에 도달한 헤르미온느가 그 위로 올라갔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양은 단 2분 안에 생소하기 이를데 없는 주문을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2번째 순위로 소화해낸 이보다 무려 1분이나 빠른 시간이죠.” 퀴렐 교수가 그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을 제자리에서 돌며 둘러보았다. “과연 그레인저 양의 지적능력이라면 그녀가 이 교실에서 ‘가장 흉악한 위험인물’로 발탁되기에 충분할 것 같나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 말이 튀어나오자, 모든 이들이 아예 생각을 비워버린 것처럼 멍한 얼굴을 했다. 심지어 해리조차도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 한번, 알아보도록 할까요?” 퀴렐 교수가 말했다. 헤르미온느에게로 돌아선 그는, 어정쩡하게 서 있는 타 학생들을 가리켰다. “학생들 중 아무나 골라서, ‘기초 사격 마법’을 걸어보도록 하거라.”

헤르미온느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별 거 아니란다,” 퀴렐 교수가 매끄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넌 벌써 50번 이상이나 그 주문을 무리없이 행했지 않니. 효과는 영구적이지 않고 위력도 그다지 강하지 않다. 주먹에 얻어맞은 정도의 통증뿐이고 그것조차 몇 초 가지 않는다.” 퀴렐 교수의 목소리가 점차 엄하게 변해갔다. “이건 교수님의 ‘명령’이다, 그레인저 양. 목표물을 선택해 ‘기초 사격 마법’을 쏘도록.”

공포심에 못이긴 나머지 헤르미온느의 얼굴은 뒤틀려있었고, 그녀의 지팡이는 손아귀에서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해리는 그녀를 향한 동정심에 강하게 주먹을 쥐어 지팡이를 있는 힘껏 잡아 비틀었다. 퀴렐 교수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더라고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퀴렐 교수의 저의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더라도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주문을 걸지 않겠다면, 너는 퀴렐 점수 하나를 잃게 될 것이다.”

해리는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며, 그녀가 그의 방향을 돌아봐주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의 오른손이 그의 가슴팍을 부드럽게 두드리고 있었다. 나를 선택해, 나는 두렵지 않으니까 어서….

헤르미온느의 지팡이가 그녀의 손아귀에서 꿈틀거리더니, 별안간 그녀가 표정을 한결 편안하게 누그러뜨리며 지팡이를 옆으로 내렸다.

“싫습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고, 목소리 자체는 커다랗게 들리지 않았지만, 침묵에 내려앉은 교실 속에 있는 모두는 그녀의 대답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1점을 감점할 수 밖에 없겠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건 일종의 시험이었고, 너는 통과해내지 못했다.”

그 말이 그녀에게 비수처럼 꽂혀갔다. 분명 보이지 않음에도 해리는 그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그녀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동정심이 섞인 퀴렐 교수의 목소리가 교실 전체를 메워갔다. “그저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어느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레인저 양. 어느정도의 폭력을 주고 받을 수 없다면, 방어술을 구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나의 방어술 수업을 통과할 수 없다. 이만 돌아가거라.”

헤르미온느는 래번클로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으로 돌아 걸어갔다. 그녀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었고 무슨 이유에선지, 해리는 그만 박수를 치고 싶어졌다. 물론 퀴렐 교수의 말이 백번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말이다.

“자,”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것으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양은 이 방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흉악한 위험인물’은 누구일 것 같습니까? ─ 물론 저를 제외한다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해리의 눈은 슬리데린의 대표나 다름없는 이에게로 향했다.

“가장 고귀하고 유서 깊은 말포이 가문의 드레이코,” 퀴렐 교수가 말했다. “보아하니 여러 학우들이 네가 서있는 자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구나. 앞으로 나오도록.”

자부심이 유독 돋보이는 걸음걸이로, 드레이코는 그의 말을 따랐다. 연단 위에 올라선 그가 퀴렐 교수를 미소지으며 바라보았다.

“말포이,” 퀴렐 교수가 말했다. “공격해라.”

시간과 예산만 충분했더라면 해리는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해 움직였을 테지만, 드레이코가 유려한 동작으로 래번클로의 대표생이나 다름없는 그녀를 향해 돌아서며 지팡이를 치켜들고는 마치 한개의 음절을 말하는 것처럼 “마하스!” 라고 외치자 헤르미온느가 “아악!” 이라고 외쳤고 그걸로 끝이었다.

“훌륭한 솜씨였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2점의 퀴렐 점수를 주도록 하지. 하지만 궁금하군, 어째서 부득이하게 그레인저 양을 선택했던 거지?”

잠지 정적이 일었다.

마침내 드레이코가 말했다, “걔가 가장 튀었으니까요.”

퀴렐 교수가 가늘게 미소지었다. “이것이 바로 어째서 드레이코 말포이가 위험인물인지 나타내는 진정한 이유입니다. 만약 그가 다른 이를 선택했다면, 그 인물은 필시 그것에 의해 외톨이가 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할것이며, 말포이 군은 아마 또 하나의 ‘적’을 만드는 셈이 되겠죠. 그리고 물론 말포이 군이 그녀를 선택한 마땅한 이유를 털어놓았다고 하더라도, 그 저의에 대한 의미는 여러분들 가운데 몇몇을 타 학우들과 동떨어지게 만들어놓는다는 결과밖에 나타내지 않습니다, 말포이 군은 말포이 군 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그를 칭송하겠죠. 말포이 군이 위험인물인 이유는 그가 ‘공격할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을 구별할 수 있고, 아군을 만드는 반면 되도록이면 적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2점의 퀴렐 점수를 가산해주겠습니다 말포이 군. 그리고 슬리데린의 덕목을 훌륭하게 선보인 대가로, 살라자르의 기숙사에게도 마찬가지로 1점을 가산해야 하겠군요. 이만 돌아가도 좋습니다.”

미미하게 인사를 끄떡이며 그는 슬리데린의 무리들에게로 돌아갔다. 녹색의 넘실거리는 무리들 가운데 박수소리가 몇 개 들려왔지만, 퀴렐 교수가 소음을 뿌리치듯이 손으로 허공을 젓자 다시금 정적이 내려앉았다.

“여러분들은 이 게임이 이제 끝을 맺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퀴렐 교수가 말했다. “아직도 이 교실내엔 말포이 가문의 자제보다 더욱 위험한 인물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무슨 연유에선지 교실내 대다수의 시선이….

“해리 포터. 앞으로 나오도록.”

이런 젠장할.

해리는 힘없이 퀴렐 교수가 책상에 기대며 서있는 연단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스포트라이트 속에 스스로 걸어간다는 긴장감은 해리가 연단으로 서서히 다가갈 때마다 그의 뛰어난 지능을 퇴화시키는 듯 했고, 그의 머릿속은 어떤 방식으로 퀴렐 교수가 그의 위험성을 증명할것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차 있었다. 주문을 걸어보라고 명령할까? ‘어둠의 마왕’을 무찌르라고 할까?

공교롭게도 존재하는 그의 살인 저주에 대한 내성을 증명해보이라고 할까? 설마 퀴렐 교수가 그 정도로 멍청할리가 없다….

연단의 지근거리에 도달하자 해리는 걸음을 멈추었고, 퀴렐 교수 또한 그에게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라고 하지 않았다.

“정말 역설적인 점은,” 퀴렐 교수가 말했다, “여러분들은 ‘정답의 인물’을 ‘잘못된 이유’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퀴렐 교수의 입가가 비틀렸다, “해리 포터는 어둠의 마왕을 무찔렀으니, 필시 굉장한 위험인물일것이다, 라고 생각들 하고 있겠죠. 하, 그는 그 당시 고작해야 1살에 불과했습니다. 어둠의 마왕을 쓰러뜨린 운명의 장난이 무엇이었든 간에, 포터 군의 ‘격투’에 대한 소질과는 무관하고도 무관하죠. 하지만 제가 래번클로의 한 학생이 슬리데린의 상급생 다섯 명을 홀로 맞섰다는 루머를 들은 이후, 저는 그 현장을 목격한 다수의 증인들을 취재했고, 이내 해리 포터가 가장 흉악한 위험인물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아드레날린의 급류가 해리의 온몸을 타고 흘러갔다. 퀴렐 교수가 어떠한 결론에 도달했는지는 몰라도, 그에게 썩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어, 퀴렐 교수님 ─” 해리가 말하기 시작했다.

퀴렐 교수의 표정에는 유쾌함마저 보였다. “너는 내가 잘못된 결론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있군, 안 그런가 포터 군? 내 능력에 대한 신뢰감이 아직 부족한 것 같구나,” 퀴렐 교수가 책상에 기대고 있는 자세에서 다시 등을 꼿꼿이 세웠다. “포터 군, 모든 물건에는 그에 상응하는 용도가 존재한다. 이 교실의 물건들을 전투에 사용할, 창의성이 돋보이는 방법 10가지를 말해보아라!”

잠시동안 해리는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을 이해했다는 순수한 충격에 의해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갖가지 발상들이 샘솟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뜨린다면 중상을 입힐 정도의 잠재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책상이 있습니다. 사람을 충분한 파괴력으로 타격한다면 중태에 빠뜨릴 수 있는 쇠다리가 달린 의자도 있죠. 인간은 진공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니, 교실 내에 산개한 공기는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살인적이고, 독가스의 매개체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숨을 쉬기 위해 해리가 잠시 멈칫하자, 그 잠깐 동안의 침묵 사이에 퀴렐 교수가 입을 열었다:

“총 열 개중 세 개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학생들은 네가 벌써 이 교실의 물건들을 모조리 사용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하! 바닥을 뒤엎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잔뜩 만들어 밀어 넘어뜨릴 수 있고, 천장은 누군가에게 무너져내릴 수 있고, 벽들은 여러가지 흉기 – 이를테면 단검 – 등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죠!”

“여섯 개다. 하지만 슬슬 창의성이 고갈되어가지 않고 있나?”

“아직 시작조차 안했어요! 여기 서있는 모두를 보세요! 그리핀도르들을 이용해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은 아주 기초중의 기초죠 ─ “

“이번 건 세지 않겠다.”

“ ─ 하지만 그들의 피 또한 모이면 누군가를 익사시킬 수 있죠. 래번클로는 흔히들 지성으로 알려져있지만, 그들의 내장을 암시장에 팔아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할 수도 있습니다. 슬리데린들은 훌륭한 암살자들임은 물론이고, 그들을 적절한 속도로 목표를 향해 던져버리면 충분히 중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후플푸프들은 노력가들로 잘 알려져 있으며, 제거하고, 잘 벼린 후, 누군가를 찌르는 것이 가능한 뼈 또한 보유하고 있죠.”

그 발언 직후, 해리를 제외한 교실 내의 전원이 그를 충격과 공포, 경악 등에 가득찬 얼굴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슬리데린들조차도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열 개다. 래번클로 건에 대해선 특별히 셈하도록 하겠다. 자, 그럼 추가점수 과제로, 네가 아직 말하지 않은 이 교실내 물건들의 사용법 하나마다 1점을 추가로 주도록 하지.” 퀴렐 교수가 해리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보아하니 타 학우들이 이제 네가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구나, 일전의 ‘목표물’들을 제외하면 모든 물건들의 사용법을 이미 말했고, 목표물들을 어떻게 전투에 활용할지 전혀 모를 테니까 말이야.”

“하! 사람들의 활용법은 말했지만, 머리를 빈 공간없이 싸맨다면 적 한명을 질식 시키고도 남을 제 망토가 있고,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의 망토는 갈갈이 찢어서 끝부분을 서로 묵고 밧줄로 사용해 적의 목을 메다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며, 드레이코 말포의 망토는, 불을 붙여 화염을 일으킬 ─”

“3점,”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제부터 의류는 제외하도록.”

“제 지팡이를 적의 안구에 꽂아넣어 뇌를 박살낼 수도 있죠.” 그 말에 누군가가 두려움에 가득찬 신음소리를 냈다.

“4점, 앞으로 지팡이는 제외.”

“제 손목 시계를 목구멍 속으로 우겨넣는다면 충분히 질식시킬 수 있습니다─”

“5점, 그리고 이만 되었다.”

“흠,” 해리가 말했다. “10점의 퀴렐 점수 당 1점의 기숙사 점수죠? 아예 제가 기숙사 우승컵을 거머쥘때까지 내버려두는 편이 좋았을텐데요, 아직 전 제 주머니 속에 있는 물건들의 비상식적인 활용법들에 대해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아니면 모크가죽 주머니 그 자체라거나 ‘시간을 거스르는 시계’에 대한 거나 투명 망토는 언급할 수 없지만 분명 그 적색의 구체들의 활용법에 대해 무언가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충분하다, 포터 군. 자, 그러면 어째서 포터 군이 이 교실에서 가장 흉악한 위험인물인지 이해들 가십니까?”

동의를 표하는 웅성거림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크게 말하도록. 테리 부트, 어째서 그가 위험인물이지?”

“아…어…굉장히 창의적이니까요?”

“틀렸습니다!” 퀴렐 교수의 노호성과 함께, 그의 주먹이 책상을 강타했고 그에 의해 발생한 소음이 확성되어 모두를 제자리에서 펄쩍 뛰게 만들었다. “포터 군의 발상들은 모조리 쓸모없는 것도 모자라 쓰레기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경악한채 해리가 입을 벌렸다.

“바닥을 파 송곳니로 가득찬 함정을 만든다? 말도 안되는 소리! 실전에서는 그러한 함정을 준비할 시간이 없을 뿐 더러 만약 그럴만한 시간이 존재한다면 그 시간을 활용할 훨씬 더 좋은 방법이 널리고 널렸을 겁니다! 벽에 변신술을 건다? 포터 군은 변신술을 구사할 줄 모릅니다! 포터 군은 당장 세부적인 준비나 협조적인 적군이나 알지도 못하는 마법을 필요치 않는 방법을 정확히 단 한가지밖에 대지 못하였습니다. 바로 지팡이를 적의 안구로 쑤셔넣는다는 발상이죠. 하지만 그 방법도 적을 살해하기 이전에 지팡이가 부러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다시 말해서, 포터 군, 미안하지만 네 발상들은 지독할정도로 무의미하다고 볼 수가 있다.”

“뭐라고요?” 해리가 분개하며 말했다. “교수님은 제게 현실적인 것이 아닌, 창의성이 돋보이는 답변을 원하셨잖아요! 저는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교수님은 교실 안의 물건들을 어떻게 활용해 사람을 죽일 건가요?”

퀴렐 교수는 영 탐탁치 않은 듯 했지만, 그는 눈웃음마저 짓고 있었다. “포터 군, 나는 네게 반드시 ‘죽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적을 살리느냐 마느냐라는 문제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고, 공교롭게도 호그와트의 교실내에서가 바로 살리는 장소 중에 하나지. 하지만 굳이 네 질문이 답변하도록 한다면, 나는 의자를 휘둘러 목부터 부숴뜨리고 보겠군.”

슬리데린의 무리들 가운데 몇몇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들은 해리와 함께 웃고 있는 것이었지, 비웃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제외한 모두는 등골이 오싹해진 듯 했다.

“하지만 포터 군은 본인이 어째서 이 교실에서 가장 흉악한 위험인물인지 아주 잘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교실내의 물건들을 전투에 활용할 비상식적인 방법을 물었습니다. 포터 군은 그 예로 ‘책상으로 저주를 막거나’, ‘의자로 달려오는 적을 넘어뜨리거나’, ‘팔을 의류로 감아 임시 방패로 사용’ 같은 활용법을 제기할 수도 있었습니다. 허나, 포터 군이 생각해낸 발상들은 전부 수비적의 반대가 되는 공격적인 성향을 띠었고, 죄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거나 목표를 백이면 백 죽여버리는 엽기적인 것들 이었습니다.”

뭐? 잠깐만, 그럴리가 없어…스스로가 어떠한 방법들을 권유했는지 떠올리자, 해리는 현기증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그것에 대한 반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퀴렐 교수가 말했다, “포터 군의 발상들이 전혀 쓸모없고 기이했던 이유입니다 ─ 포터 군은 적을 죽이는 방법을 그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 지나칠정도로 비현실적인 면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로써는, 그의 기준에 들어오지 않는 평이한 발상들은 고려해볼 필요조차 없었던 거죠. 이 면모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살인에 대한 미학’입니다. 저도 갖고있죠. 해리 포터는 이것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섯 명의 슬리데린 상급생을 상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년 드레이코 말포이는 아직 이것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말포이 군은 평범한 살인사건에 대하여 논하는 것 정도로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겠지만, 그런 그조차도 포터 군이 학우들의 신체를 소재로 사용하겠다는 어이없는 설명에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아니라고 부인하지 말거라 말포이 군, 네 얼굴을 줄곧 관찰하고 있었으니까 ─. 여러분들의 머릿속에는 모종의 검열장치가 있으며 그러한 생각들을 본능적으로 피하게 됩니다. 포터 군은 순수하게 적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어떤 방법이든 서슴치 않으며, 그러한 생각들로부터 도피하지도 않고, 검열장치마저 망가져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뛰어난 지성이 쓸모없을 정도로 바로잡히지 않고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그의 살인에 대한 미학이 해리 포터를 ‘이 교실에서 가장 흉악한 위험인물’로 만듭니다. 이러한 ‘전투 마법사’의 덕목에 빠지면 안될 필수적인 소양에 의거해, 그에게 마지막 1점을 추가로 ─ 아니, 래번클로에게 1점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반박할만한 말을 찾기 위해 두뇌속을 맹렬히 헤집는 동안 해리는 할말을 잃은듯이 충격받은 얼굴로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 그의 말은 모조리 틀렸어. 나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그러한 자기최면에도 불구하고 그는 서서히 다른 이들이 퀴렐 교수의 말을 믿기 시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해리의 정신은 끝없이 그 말에 대한 반박을 두뇌속에서 찾아다녔지만 퀴렐 교수의 권위 넘치는 목소리에 항거할 수 있을만한 증거를 찾는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해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저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에요, 단지 대단히 창의적일 뿐입니다” 라는 말 뿐이었고, 그것조차 의미심장하게 들리기만 한다. 뭔가 예상조차 못한 발언을 해야만 한다, 그들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도중에 정지시킬 수 있을 정도로 ─

“그러면 포터 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공격해라.”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후우,”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처음부터 시작하는게 좋겠지. 포터 군, ‘기초 사격 마법’을 걸 대상을 네 입맛대로 선택하거라. 오늘의 수업이 끝나기 전까지 해야만 한다. 만약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나는 네 기숙사의 점수를 깎아내릴 것이고, 네가 내 말을 따를때까지 지속적으로 감점할 것이다.”

해리는 조심스래 지팡이를 들었다. 적어도 시작하려는 시늉만이라도 해보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퀴렐 교수가 지금 당장에라도 점수를 깎을지도 모를 일이다.

천천히, 마치 오븐안에 구워지고 있는 닭처럼, 해리는 슬리데린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해리의 눈은 드레이코의 눈과 마주쳣다.

드레이코의 얼굴에는 일말의 두려움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보였던 것과 달리 승낙을 암시하는 표정따위도 짓지 않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설령 마음속으로 그가 허락했어도 겉으로 표출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른 슬리데린들에게 이상하게 보일 테니까.

“무엇을 망설이는거지?” 퀴렐 교수가 말했다. “단 한가지 명확한 선택지가 있지 않나.”

“네,” 해리가 말했다. “아주 뻔한 선택지가 하나 있죠.”

지팡이를 비틀며 해리는 “마-하-스!” 라고 외쳤다.

순간, 교실 속에는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완벽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찌르르 울리는 고통을 감내하기 위해, 해리는 왼쪽 팔을 흔들기 시작했다.

살을 에는듯한 침묵이 일었다.

마침내 퀴렐 교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래, 아주 똑똑하군, 하지만 이 일련의 행동에는 일종의 교훈이 숨어있었고 너는 그것을 회피했다. 실질적인 목표를 대가로 스스로의 명석함을 과시했으므로 래번클로에서 10점을 감점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이만 가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채 입을 열기도 전, 해리가 크게 외쳤다:

“농담이에요! 래번클로!”

그 말이 교실을 울린 직후 잠시 정적이 찾아오더니, 학생들이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리는 소리가 들렸고, 서서히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번져가더니 이내 급격하게 소음공해 수준으로 발전해나갔다.

해리는 퀴렐 교수가 서있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반드시 대화를 나누어야만 했다 ─

퀴렐은 다시 축 늘어진채 앉아서 고개를 의자 듣받이 너머로 뒤집은 상태였다.

아니. 저건 이유조차 되지 않는다. 반드시 대화를 해야 한다. 저런 어설픈 좀비 흉내 따위 집어치우라지, 어차피 해리가 얼굴을 몇번 찌르면 퀴렐 교수는 일어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이다. 해리는 성큼성큼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

안돼

가지마

좋지 않은 생각이다

순간 현기증과도 같은 어지럼증이 찾아오자, 해리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추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래번클로의 무리들이 그에게 돌진하듯이 찾아왔고, 이내 대화가 오고가기 시작했다.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간지폭풍을 몰고 온 퀴렐 교수님.

2. 카리스마 넘치는 교수님의 연설.

3. 살인 저주의 대단함. 그걸 이겨낸 해리 포터에게 향한 퀴렐 교수님의 일침: 그거 다 운빨임 이응이응.

4. 깨알같은 시간과 예산.

5. 정신병자 수준의 대답을 한 해리 포터.

6. 교수님에게 제대로 낚인 해리 포터.

7. 농담이에요! 래번클로!

여러모로 폭풍같은 이번화였습니다. 특히 암시같은 것들이 쏟아졌기에 번역하는 저도 죽을맛이었던 거는 제쳐두더라도 말이죠. 무슨 논문 하나 번역하는 느낌이네요....

퀴렐의 말투에 대해서 꽤 고심했습니다. 일단 다수를 대할때는 존대를, 개인을 대할때는 권위넘치는 반말로 고정하겠습니다. 사실 '군'이나 '양'이라는 호칭도 제외시킬려고 했습니다만 원문에 Mr. 와 Ms.가 있어서 그냥 놔두렵니다.

일단 이번화는 조금 복잡한 부분이 많은 만큼 약간이나마 설명이 필요할 듯 하군요. 사실 저도 그렇게 깊게 분석한 것은 아니니 제 설명 자체가 작가님의 의도와는 완벽하게 틀린 개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퀴렐은 해리에게 어디까지나 '물품을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활용법'을 물었지, 상대를 굳이 죽이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해리의 강박관념과도 같은 성격이 무의식적으로 간섭합니다. 그의 수준에 걸맞는, 대단히 창의적이고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대상을 '반드시 죽여야'한다고요. 그리고 보시다시피 퀴렐에게 딱 걸렸습니다. 퀴렐이 해리의 지성을 정돈되지 않고 비현실적이다, 라고 언급한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 밖에 말포이의 저의 또한 설명해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말포이는 무수한 학생들 중 헤르미온느를 선택해 주문을 날렸습니다. 말포이의 행동을 설명한 퀴렐의 말을 풀이하자면, 말포이는 굉장히 영악한 놈이라는 겁니다. 비록 학기 초이지만 수많은 학생들 중 가장 튀는 우등생 헤르미온느를 시샘하고 질투하는 자들은 벌써부터 생겼을 것입니다. 그 부정한 감정이 유독 드러날, 지금 상황으로 놓고 보자면 퀴렐이 헤르미온느를 집어 가장 뛰어났다고 언급했던 상황을 말포이는 노린 겁니다.

질투와 질시를 받고 있는 이에게 마법을 쏜다. 이 행동만으로 말포이는 헤르미온느를 질투하던 자들의 옹호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학우를 '공격하라'라는 퀴렐의 강압적인 명령에도 다수의 아군을 만들 수 있으며 동시에 퀴렐 점수도 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말포이는 찾아낸 것입니다. 만약 말포이가 헤르미온느 말고 다른 학생을 선택해 공격했더라면, 오히려 그를 혐오하는 적들만 늘어났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농담이에요! 래번클로!'. 사실 이건 저도 그닥 잘 이해가 가진 않습니다. 하지만 추측은 해볼 수 ​있​습​니​다​. ​

이 발언의 원조는 바로 마법의 분류 모자입니다. 그리고 저번화인 수평사고 파트 1에도 해리가 “마법의 분류 모자가 나를 ‘슬리데린! 농담이에요! 래번클로!’의 기숙사에 배정시켰고, 나는 그에 부응해 기숙사의 교리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야지.” 라는 말이 나오죠. 요컨데, 해리는 퀴렐 교수에게 암묵적인 항의를 하고 있는 겁니다.

분류 모자는 해리를 본래 슬리데린으로 넣으려고 했으나, 그의 애원 끝에 래번클로에 배정했습니다. 그 말인 즉슨, 아무리 해리가 슬리데린 같은 기질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그는 래번클로라는 거죠. 퀴렐 교수의 해리에 대한 설명은 기숙사 중 그 어느 쪽에도 부합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래도 슬리데린에 가장 가깝습니다. 잔학함, 영악함, 그리고 '살인의 미학'. 대게 슬리데린의 출신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기질들이죠.

하지만 해리 포터는 래번클로입니다. 퀴렐 교수가 뭐라고 하든 말든 그는 래번클로입니다. 사실 퀴렐 교수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내면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분류 모자보다 해리의 심상을 더 완벽하게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퀴렐 교수의 말이 진리인건 아니니까요. 즉, 분류 모자의 발언이 퀴렐 교수의 발언보다 더욱 상위에 위치한 셈이죠.

그렇기에, 분류 모자의 명대사인 '농담이에요! 래번클로'를 다시 한번 활용해, 그것을 일깨워주는 겁니다. 고로 다시 말해, 해리 포터는 퀴렐 교수에게 '네놈의 말은 어느정도는 맞을 수 있으나, 전부 맞은 건 아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이건 스스로에게 마법을 건 해리의 행동으로 인해 더 잘 나타나는 부분이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 설명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추론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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