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을 찾는법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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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던 법칙이 보이고, 세계의 흐름을 듣기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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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정확하게 말하자면, 목요일 오전 7시 24분경.
해리는 손에 힘없이 교과서를 내려놓은채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는 방금 전 굉장히 기발한 실험을 생각해내었다.
그 대가로 인해 아침 식사시간을 1시간 정도 잃겠지만, 그에게는 영양바가 있다. 그렇다, 이 착상은 너무나도 대단하고 기발하기에 그는 지금 당장, 단 1초도 지체하지 않고, 반드시 실험해야만 했다.
교과서를 내팽겨치고, 침대에서 내려와, 침대를 빙 둘러, 트렁크의 밑바닥으로 향하는 계단을 꺼내고, 계단을 내려가, 책들이 가득 들어있는 상자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슬슬 이 짐꾸러미들을 풀어 책장을 마련할 시기가 되고도 남았지만 현재 그는 헤르미온느와 교과서 읽기 대전중이기에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다.)
수색중이던 책을 발견해낸 해리는 다시 위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다른 학생들은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아침식사를 하러 대연회장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기 미안한데 나좀 도와줄 수 있을까?” 해리가 말했다. 말하는 와중에도 그는 책의 목차를 훑으며, 첫 일만 개의 소수 숫자들이 적혀있는 장으로 책을 넘기고는, 안토니 골드스타인에게 책을 던지듯이 안겨주었다. “이 목록에서 세자리 숫자 두개만 골라줘. 그 숫자가 뭔지 내게 알려주지는 말고. 그냥 그 숫자들을 곱해서 나오는 답만 알려주면 돼. 아, 그리고 답이 확실한지 검토도 몇번 해주면 고맙겠어. 네가 곱셈 문제를 틀린다면 내게, 혹은 이 우주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으니까.”
안토니가 “왜 갑자기 미치광이처럼 굴어?” 라거나 “그런 이상한 부탁은 도대체 왜 하는거야?” 라거나 “이 우주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게 무슨 뜻이야?” 따위의 질문을 던질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들의 최근 몇일간의 기숙사 생활이 어떠했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해주었다.
말없이 책을 훑어본 안토니는 이내 양피지와 깃털펜을 꺼냈다. 그 상황을 알 수 없게끔 뒤를 돌아 눈을 꼭 감은 해리는 초조함과 조급함에 못이긴 나머지 이리저리 뜀박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안토니가 알려줄 답을 적기 위해 그는 종이 한 장과 샤프 하나를 꺼내들었다.
“됐어,” 안토니가 말했다, “십팔만 천사백이십 구야.”
해리는 181,429라고 종이에다가 적었다. 그가 소리내어서 그 숫자들을 읽자, 안토니가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확인한 후 해리는 다시금 트렁크의 밑바닥으로 쏜살같이 내려가, 손모시계를 흘끔 바라본 후(4:28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니, 실제시각은 7:28분이다) 눈을 꼭 감았다.
대략 30초 정도가 흐르자, 해리는 발소리와, 트렁크의 최하층이 닫히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질식사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자동 공기 청정화 마법은 질좋은 트렁크라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할 사항인것이다. 전기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마법, 실로 아름답지 아니한가.)
그리고 다시 눈을 뜬 해리의 눈앞에는, 그가 상상했던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바닥의 왼켠에 자리잡아 있는 접힌 종이, 바로 미래의 그에게서부터 온 선물이다.
자, 그러면 그 종이를 “2번 종이”라고 부르도록 하자.
해리는 노트에서 종이를 찢었다.
지금 막 찢은 종이를 “1번 종이”라고 부르도록 한다. 물론, 이 종이는 바닥에 안착해있는 예의 그것과 같은 물건이다. 자세히 보면, 찢긴 부분의 자잘자잘한 모양새마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해리는 그가 따라가야할 알고리즘을 차례대로 복습해나가기 시작했다.
만약 해리가 2번 종이를 열었는데 그 종이가 백지상태라면, 그는 1번 종이에 ‘101 x 101’이라고 적고, 접은 뒤, 한 시간동안 공부를 하고,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2번 종이를 내려놓고(그렇게 함으로써 1번 종이는 곧 2번 종이가 된다), 트렁크의 최하층에서 올라가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학우들과 합류할것이다.
만약 해리가 2번 종이를 열었는데 그 종이에 두 개의 숫자가 적혀있다면, 해리는 그 두 숫자를 서로 곱할 것이다.
만약 그 결과물이 181,429라면, 해리는 그 두 숫자를 1번 종이에 적고 1번 종이를 과거로 돌려보낼 것이다.
그러나 만약 곱한 결과가 181,429가 아니라면 해리는 오른쪽에 적힌 숫자에 2를 더한 뒤 1번 종이에 새로이 두 개의 숫자를 적을 것이다. 만약 오른쪽 숫자에 2를 더했는데 그 숫자가 997보다 더 높게 되어버린다면, 해리는 왼쪽의 숫자에도 2를 더해준 뒤 오른쪽 숫자는 101로 바꿔적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2번 종이에 ‘997 x 997’이라고 적혀있을 경우, 해리는 1번 종이에 아무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법칙을 따른다면, 과거에 일어난 사건은 항상 미래와 통일되어야 하고 모순이 존재치 않아야 한다는 가정하에서 유일하게 괴리하지 않는 상황은 ‘2번 종이에 곱한 결과물이 181,429를 나타내는 두 소수 숫자가 적혀있다’는 것뿐이다.
만약 이 가설이 증명된다면, 해리는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만 정작 답을 도출해내는 것은 어려운 문제에 대한 모든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동 시계를 갖는 순간 P=NP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되는 것 뿐만이 아닌, 조금 더 포괄적인 면도 있다. 해리는 모든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찾을 수 있게 있다. 아니면 만약 해리가 호그와트 성내의 장소들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정보화시킬 수만 있다면, 비밀의 방으로 향하는 입구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해리가 생각하는 사기적인 수법의 기준으로 봐도 정말 대단하기 그지없는 수법이다.
‘2번 종이’를 떨리는 손으로 잡은 해리는, 그것을 펼처보았다.
2번 종이에는 비뚤비뚤한 필체로 무언가가 적혀있었다.
시간으로 장난치지 말아라
해리는 “시간으로 장난치지 말아라”를 1번 종이에 비뚤비뚤한 필체로 적은 뒤, 조심조심 접고는, 적어도 15세가 되기 이전까지는 시간에 관한 갖가지 굉장히 기발한 실험들을 모조리 마음속에 묻혀둘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해리의 지식에 따른다면, 이건 과학 역사상 가장 무섭고 미심쩍은 실험 결과일것이다.
그 이후 남은 여분의 한 시간 동안 해리는 도무지 독서에 집중하지 못했다.
해리의 목요일은 그렇게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