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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제 바보같은 친구를 위해 단 1초만이라도 기도를 해주세요




뭐가 뭔지도 모르던 10살, 저는 얼떨결에 미국에 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공황상태로 미국의 학교에 도착한 제게 나타난 건 익숙한 한국인이었습니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인종.

그 낯선 곳에서 저는 한발 먼저 그곳에 가 있던 녀석에게 너무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헌데 이 녀석과는 무슨 운명인지 같은 동네는 물론이고, 같은 초등학교,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 심지어 같은 대학교까지 붙어 가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반 이상을 이 녀석과 붙어 살았고, 이젠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녀석의 가족과도 십년을 훨씬 넘게 알아와서 삼촌 이모 하는 상태죠.

헌데, 이 녀석이 몇 달간 조금 아팠습니다. 가끔 가다가 인상을 찡그리다가, 최근에 들어서는 마른 기침까지 해대더군요. 병원은 한번도 가본적 없다는 녀석을 끌고 뭔가 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대형병원으로 가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폐암이라고 합니다. 네, 그 암이요. 게다가 너무 늦게 발견한 나머지 말기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거의 가망이 없다고 하더군요. 친구가 담배를 좋아해서 하루에 몇갑이나 피고, 제가 만류해도 듣지 않던 놈이었지만 이렇게 뼈저리게 돌아올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 놈의 돌팔이가 어디서 약을 파냐고 당장 멱살부터 잡고 싶었습니다. 제 가족이 죽을 병에 걸렸다는데, 제정신으로는 진짜 못버티겠더라고요.

이 소식을 들은 것이 몇 시간 전입니다. 병원에서는 즉각 입원을 권유했습니다만, 저는 그거 가지고 왈가왈부할 만한 입장이 되지 ​않​습​니​다​. ​

집으로 돌아와서 공황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아직도 이 현실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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