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계급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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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가 할 만한 행동인 것 같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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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금요일 아침 식사 시간. 토스트를 한입 크게 베어먹으며 해리는 아무리 이렇게 아침 식사를 허겁지겁 먹어치워도 그만큼 더 빨리 지하감옥에 도착하진 않을것이라고 그의 뇌에게 지속적으로 속삭였다. 뭐 어쨌거나 아침 식사 시간과 마법약 수업 사이에는 한 시간 가량의 공부 시간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하감옥이라니! 이 호그와트에서! 해리의 상상력은 어느새 그 횃불로 밝혀지고, 음울하고, 왠지 좁디좁은 다리와 야광 이끼가 피어날 것만 같은 그 환경을 그리고 있었다. 쥐도 있을까? 혹시 용이 있다거나?
“해리 포터,” 자그마한 목소리가 그의 등뒤에서 들려왔다.
어깨너머로 그 목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본 해리는 어니 맥밀란이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노란색으로 장식된 망토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그는 어딘지 모르게 걱정스러워 보였다.
“네빌이 네게 미리 경고를 해주라고 했는데,” 어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좋을 것 같아. 오늘 수업시간에서 마법약 교수님을 조심해. 후플푸프 상급생들 말에 따르면 스네이프 교수님은 편파적인 경향이 강해서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짜 혹독하다고 해, 그의 눈 밖에 나지 않는 학생들은 대다수가 슬리데린 뿐이고. 그에게 말대답하거나 논리적으로 반박해버린다면…내가 듣기로는 결코 좋은 결말이 나지는 않을 거야. 그저 숨을 죽이고 네게 말을 걸 이유 따위 찾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리면 될 거야.”
해리가 잠시 이것의 의미를 받아들인 동안 생성된 침묵 끝에, 그가 양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스포크처럼 한쪽 눈썹만을 치켜올릴 수 있었다면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신체가 도무지 따라주지를 않았다.) “고마워,” 해리가 말했다. “네가 아니었으면 난 훨씬 더 난처한 곤경에 처했을지도 모를거야.”
고개를 끄덕인 어니가, 후플푸프의 테이블로 돌아갔다.
해리는 다시 토스트를 씹었다.
네 번 정도 토스트를 씹자 누군가가 “저기 잠깐 미안한데,” 라고 말을 걸어왔고 해리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래번클로 상급생이, 조금 걱정되는 듯한 기색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해리가 그의 세번째 래셔(역자 주 - 얇게 저민 베이컨)를 끝장내고 있을 무렵, (일종의 수단으로 그는 본능적으로 아침 식사를 어느정도 무겁게 먹게 되었다. 시간을 돌리는 장치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경우에는 점심을 가볍게 먹으면 그만이다.) 그의 등뒤에서 또 한차례 “해리?” 라며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해리가 힘없이 대답했다, “결코 스네이프 교수님의 이목을 끄는 행위는 안 할 테니까 ─”
“오오, 네 말에는 모순이 있어. 바로 그게 불가능하다는 점이지,” 프레드가 말했다.
“하늘이 두쪽나도 불가능해,” 조지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집요정들을 시켜 너를 위해 케이크 하나를 구웠어,” 프레드가 말했다.
“그리고 네가 래번클로의 기숙사 점수를 하나씩 잃을때마다 촛불을 꽂아,” 프레드가 말했다.
“점심 시간에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너를 위한 성대한 파티를 열어줄게,” 프레드가 말했다.
“그렇게 하면 우울해질 것이 분명한 네 기분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조지가 끝맺었다.
래셔의 마지막 한조각을 입에 털어넣고 해리는 돌아섰다. “좋아,” 해리가 말했다. “빈스 교수님 이후로 되도록이면 이런 질문은 하지 않으려고 했어, 정말이야, 하지만 만약 스네이프 교수님이 그렇게나 악독한 인간이라면 어째서 아직까지 해고당하지 않은거지?”
“해고?” 프레드가 말했다.
“그 말인 즉슨, 쫓아낸다는 거?” 조지가 말했다.
“응,” 해리가 말했다. “덜떨어지는 선생님들이 대부분 당하던데. 그냥 잘려버리는거지. 그리고 그보다 더 나은 선생님을 고용하는 것이고. 여긴 뭐 조합이나 재임 같은건 없을꺼 아냐?”
프레드와 조지는 마치 미적분에 대해서 들은 원시부족의 족장마냥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몰라,” 프레드가 한참 이후에 입을 열었다. “그런 생각은 솔직히 해본 적도 없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조지가 말했다.
“그래,” 해리가 말했다, “그런 대답이 돌아올거라고 짐짓 예상했어. 그럼 점심 시간때 봐, 그리고 설령 그 케이크에 촛불이 하나도 안 꽂혀있다고 해도 내게 불평하지는 말고.”
그러자 마치 해리가 헛소리를 한것처럼 프레드와 조지가 박장대소를 일으켰고, 이내 그에게 작별을 고하며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돌아갔다.
그의 접시를 향해 몸을 돌린 해리는 컵케이크 하나를 손에 쥐었다. 위장은 이미 가득 채워져 포만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오늘 아침의 칼로리 소모량은 장난이 아닐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컵케이크를 기계적으로 씹으며, 해리는 그의 인생 최악의 선생님, 역사 시간의 빈스 교수를 떠올렸다. 빈스 교수는 유령이었다. 헤르미온느가 그에게 가르쳐준 유령에 대한 정보에 의거한다면, 그들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완벽한 자각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들이 생전에 누구였던간에, 유령에 의한 희대의 발명품이나 발견에 대해서는 역사 속에서 사료된 바가 전무하다. 유령들은 현대 세기의 정보를 기억하는 행위에 상당한 고역을 치른다. 헤르미온느는 그들이 마법사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찾아오는 폭발적인 ‘정신력’이 주변의 환경에 그대로 각인되어 버리고 만, 일종의 우발적인 ‘초상화’라고 했다.
그가 일반적인 머글들의 교육사회에 난입하는 것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을 당시 해리는 몇 명의 머저리 같은 선생들과 맞닥뜨렸었지만 ─ 물론 그의 아버지는 대학원생 가정교사를 고용할 때 심혈을 기울였지만 말이다 ─ 말 그대로 지각 자체가 결여되어있는 교육자를 목도한 건 마법의 역사 시간이 난생 처음이었다.
대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수업 시작 5분 후 해리는 그 유령에 대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교과서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빈스 교수’가 그것에 대해 그 어떤 지적도 하지 않을것이라는 것이 확실해지자, 해리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귀마개도 꺼냈다.
유령들은 월급이 필요없는 존재였던가? 정말 그런건가? 아니면 설령 교육자가 죽어버려도 호그와트에서는 그들을 해고시킬 방법이 아예 전무한 건가?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스네이프 교수가 슬리데린이 아닌 학생들에게는 희대의 악마와도 같은 태세를 갖추고 지극히 편파적인 교육법을 취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어느 누구도 그의 계약서를 찢어버릴 생각을 하지 못했단다.
그리고 교장님이 닭에다가 불을 질러버렸다.
“저기 잠깐 미안한데,” 걱정이 담겨있는 목소리가 그의 등뒤에서 들려왔다.
“내가 맹세하컨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해리가 말했다, “이곳의 끔찍함은 일전에 아빠가 말했던 옥스포드의 지독함의 8.5 퍼센트 정도 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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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울분, 짜증, 분노가 섞인 복합적인 표정을 지으며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지하감옥!” 해리가 사납게 중얼거렸다. “지하감옥이라고?! 이건 지하감옥이 아니야! 이건 그냥 지하야! 지하라고! 이건 사기야!”
래번클로 여학생 몇 명이 그를 우려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남학생들은 이미 그에게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있었다.
보아하니 마법의 약 교실이 존재하는 층이 ‘지하감옥’이라고 불리우는 이유는 그저 중앙복도보다 조금 더 기온이 낮고 말 그대로 ‘지하’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것도 이 호그와트에서! 호그와트에서! 평생을 기다려왔던 해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기다리고 있었도 만약 이 지구상에서 세련된 지하감옥이 아직도 존재하는 곳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 호그와트여야 했다! 그저 사소한 무저갱을 보고 싶은 것 뿐인데 정녕 세상은 그에게 스스로 성과 지하감옥을 짓는 것을 권유하고 있는 거란 말인가?
잠시 후 실제로 마법의 약 수업실에 도착한 해리는 약간이나마 기분을 누그러뜨렸다.
마법약 수업실은 옷장 사이의 틈을 빼곡하게 메우는 선반 위에 괴생물체를 포르말린과도 같은 액체에 보존시킨 병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제 교과서를 웬만큼 읽은 해리는 괴생물체중 몇 개, 가령 ‘자브리스칸 폰테마’ 같은 놈들은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50 센티미터를 훌쩍 넘기는 알베이트 거미는 애크로맨투라와 비슷한 외관을 지녔지만 같은 종으로 치부되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다. 헤르미온느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가 가리키고 있는 지점 중 그 어느 곳에도 흥미가 동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해리가 눈과 발이 달린 거대한 먼지더미를 바라보고 있던 도중, 한 명의 ‘암살자’가 교실에 바람처럼 입장했다.
그것이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를 본 순간 해리의 뇌리에 스친 감상이었다. 학생들의 책상 사이을 유유히 걸어가는 그의 동작에는 어딘가 싸늘하고도 동떨어진 듯한 구석이 있었다. 그의 망토는 단정하지 못했고, 머리칼은 떡져있고 기름졌다. 겉으로는 전혀 닮지 않아보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는 루시우스를 연상시켰다. 루시우스가 완벽할정도로 우아하게 상대방을 살해할것이라는 인상인 반면, 그는 그저 상대방을 죽일 것만 같았다.
“모두 앉아라,”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당장.”
해리와 자리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열렬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던 몇몇 이들은 그 말에 서둘러 그들의 책상으로 되돌아갔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옆자리를 노리고 있었지만 어째선지 그는 어느샌가 가장 가까운 빈자리였던 저스틴 핀치-플레츨리의 옆자리에 앉아, 그녀의 왼쪽에서 두 자리정도 떨어져버린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래번클로와 후플푸프가 같이 듣는 이중수업이었다).
선생용 책상 뒤에 앉은 세베루스는, 별다른 말이나 자기소개조차 없이, “한나 아보트.” 라고 이름을 불렀다.
“네,” 한나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잔 본즈.”
“여기 있습니다.”
그 외에 아무런 말조차 꺼낼 수 없을 정도로 압박감이 느껴지는 공기 속에서 몇 명의 이름이 더 불리더니:
“아, 그래. 해리 포터. 우리의 새로운…유명인사로군.”
“유명인사 여기 계십니다, 교수님.”
반 이상의 인원이 그 말에 움찔거렸고, 조금 더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학생들은 갑자기 당장이라도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미치겠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세베루스는 어딘지 기대가 된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다음 이름을 호명했다.
해리는 마음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은 뭔가 조치를 취할 수 없을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와버리고 말았다. 뭐 어때. 무슨 이유에서든지 간에 이 교수님은 이미 그를 싫어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사실 생각해보면, 이 마법의 약 교수가 네빌이나 헤르미온느 보다는 그를 괴롭히는 것이 훨씬 더 타당성이 있었다. 자가방어는 해리의 주특기였다. 그래, 이게 최선이다.
출석이 끝나자, 세베루스는 교실을 빙 둘러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별빛 하나 없는 밤하늘처럼 공허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신비한 과학과 더불어 마법의 약의 정확한 조제법을 배울 것입니다.” 그가 말을 시작했다. 그는 거의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작게 말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에 또렷하게 각인되어갔다. “이곳에서는 요술지팡이를 휘두르는 것 같은 멍청한 짓거리가 없을것이기에, 여러분 가운데 대다수는 이것이 마법이라는 것을 믿지 못할 것입니다. 난 여러분이 희미한 연기를 뿜어내며 부드럽게 부글부글 끓고 있는 냄비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혈관으로 슬금슬금 흘러 들어가 정신을 홀리고,” 그의 목소리는 감미롭고, 어딘지 모를 흡족함마저 감돌았다. “감각들을 무디어지게 하는 그 신비로운 액체들의 힘을 진정으로 이해하리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가면 갈수록 더 징그럽고 해괴하게만 들리는 말이었다. “난 여러분에게 명성을 조제하고, 영화를 누리며, 죽음을 멈추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내가 여지껏 가르쳤던 사람들보다 더 큰 바보들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세베루스는 어째선지 해리의 얼굴 표면에 드러나있는 의혹을 알아챈 것 같았다, 적어도 그의 시선이 갑작스럽게 해리가 앉아있는 자리로 향한 것을 보념 말이다.
“포터!” 스네이프가 갑작스럽게 고함을 질렀다. “쑥 우려낸 물에 수선화의 뿌리를 갈아넣으면 무엇으로 변화하지?”
해리는 눈을 꿈벅거렸다. “그런 내용이 ‘마법과 마법의 약’ 교과서에 기재되어 있었나요?” 그가 물었다. “최근에 다 읽었는데, 쑥이 사용되는 약에 대한 건 전혀 ─”
헤르미온느의 손이 허공으로 치켜올라가자 해리가 그녀를 쏘아보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손을 더 높이 들어올렸다.
“쯧쯧,” 세베루스가 매끄럽게 말했다. “확실히 명성만이 다는 아니로군.”
“호오, 그렇습니까?”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교수님은 방금 명성을 조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하셨잖아요? 정확히 그게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 건가요? 그걸 마시는 순간 그 즉시 유명인사로 승격되는겁니까?”
4분의 3 가량의 학생들이 움찔거렸다.
헤르미온느의 손이 서서히 하늘에서 내려가고 있었다. 뭐, 놀랄 것도 없었다. 그녀가 그의 라이벌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교수가 그에게 고의적으로 굴욕을 선사하려고 하는 것이 확실한 마당에 그에 호응할 인격을 보유한 아이는 아니었다.
활화산처럼 터져나오는 성질을 억누르기 위해 해리는 안간힘을 썼다. 첫번째로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간 응수는 ‘아브라카다브라’였다.
“다시 한번 해보지,” 세베루스가 말했다. “포터, 위석을 찾으려면 어디를 봐야 하지?”
“그것 또한 교과서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머글의 책중 하나에서 위석은 인간의 위장에서 발견되는 고체화된 모발로 이루어져있으며, 과거에 머글들은 이것을 그 어떤 독이라도 해독하는 약으로 생각─”
“틀렸다,” 세베루스가 말했다. “위석은 염소의 위에서 발견할 수 있고, 모발로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대다수의 독약을 치료할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제가 언제 그렇다고 말이나 했습니까? 저는 단지 머글의 책중 하나에서 읽었다고 한 것뿐─”
“네 그 쓰잘데기 없는 머글 책들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다. 마지막 질문이다. 포터, 투구꽃무리와 투구꽃의 차이는 뭐지?”
한계다.
“이거 아십니까,” 해리가 얼음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신비롭기 그지없는 머글 책중 하나에서, 그들 밖에 모르는 상식에 대한 질문들을 던져 스스로의 이미지를 똑똑해 보이게 만드는 것에 성공한 자들에 대한 실험이 기재되어 있었어요. 실험을 지켜본 군중들은 질문자는 답을 아는 반면 응답자는 모른다는 것만을 눈에 담았고, 정작 그 질문이 본질적으로 불공평하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죠. 자, 그러면 교수님, 탄소 원자의 최외곽 오비털에 몇 개의 전자가 존재하는지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세베루스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네개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굳이 알지 못해도 상관없는, 무용지물인 지식일 뿐이지. 그리고 참고로 말해준다면, 포터, 수선화와 쑥을 섞으면 아주 강력한 수면제가 되므로 '살아있는 죽음의 약'으로 알려져 있다. 투구꽃무리와 투구꽃은 동일한 식물로 ‘부자’라고도 불리지, 네가 ‘1000가지 약초와 곰팡이’를 읽었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너는 오기 전에 굳이 교과서를 펼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겠지, 안 그런가 포터? 자, 포터처럼 무식해지지 않으려면 모두들 이걸 빠짐없이 필기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만족한 듯, 세베루스는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5점? 아니, 네 건방진 태도로 인해 래번클로에서 10점 감점으로 해두지.”
헤르미온느와 몇몇 다른 이들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님,” 해리가 씹어뱉듯이 말했다. “저는 교수님의 원한을 살 만한 행동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제게 개인적으로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으시다면, 방과 후에─”
“닥쳐라, 포터. 래번클로에게서 다시 10점 감점이다. 그럼 모두, 3쪽으로 교과서를 펼치거라.”
아주 자그맣고, 희미한 분노의 불길이 해리의 목구멍 뒤쪽에서 타올랐지만, 눈동자는 무미건조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이 이 마법의 약 교수를 철저하게 망가뜨릴 수 있지 않는 이상, 눈물은 무의미했다.
천천히, 해리는 등을 꼿꼿하게 폈다. 온몸의 피가 빠지고 대신 액체 질소로 메워진 것만 같았다. 분명 성질을 죽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 같았지만 이제와서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었다.
“해리,” 책상 두개 너머 헤르미온느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속삭였다, “부탁이야, 멈춰, 제발, 괜찮으니까 ─”
“수업 중에 잡담이냐, 그레인저? 3점 감─”
“그래서,” 절대영도보다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불공평한 교육자에 대한 항의서를 작성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 건가요? 교감 선생님에게 언질을 해야 하는지, 이사회에 편지를 보내야 하는지…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교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