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계급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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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가 할 만한 행동인 것 같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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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물론, 물론이란다, 만약 정말로 존재한다면 이건 내게 내리는 처벌이겠지! 물론 너는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타 학우들을 위해 이 곳으로 와서 나를 협박하고 있는 거겠지!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으로 네 의도를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 알 수가 없어!” 덤블도어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견딜 수가 없다는 듯이 그가 책상을 세 번정도 두들겼다.
해리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처음으로 맥고나걸에게 시선을 돌린 그는,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그녀에게 말을 건냈다. “실례합니다만,” 해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혹시 교장님이 오늘 약을 처방받는 것을 그만 깜박 잊고 마신 건가요?”
“아….” 도대체 무어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미네르바는 알 수 없었다.
“하아,” 덤블도어가 한숨을 내쉬며, 눈가에 가득하게 고인 눈물을 닦아내었다. “실례했구나. 방해해서 미안하다. 어서 협박을 재개하렴.”
해리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의 기색이 조금 불안정했다. “아…그리고 학생들의 마음을 읽는 것도 그만둬야 해요.”
“미네르바,” 살의가 깃든 목소리라 세베루스가 말했다, “당신─”
“분류 모자가 제게 경고해주었어요,” 해리가 말했다.
“뭐라고?”
“그 외에 다른 건 기밀사항이에요. 뭐 어쨌든 그걸로 끝인 것 같네요. 제 말은 이걸로 끝입니다.”
침묵.
“그래서 이제는 뭘?”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미네르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제는 뭘, 이라니?” 덤블도어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물론 우리의 영웅이 이긴거지!”
“네?” 세베루스, 미네르바, 그리고 해리가 멍하니 물었다.
“뭐, 해리 너는 확실하게 우리들을 구석까지 몰아붙인 것 같구나,” 덤블도어가 발랄하게 말했다. “하지만 호그와트에는 분명 사악한 마법의 약 교수님이 필요하단다, 아니면 더 이상 마법학교라고 불릴 수가 없지 않니? 그러니까 ‘스네이프 교수님은 5학년이나 혹은 그 이상의 학생들에게만 사악할 수 있다’라는 걸로 합의를 보는게 어떠니?”
“네?” 세 명 모두가 반문했다.
“네가 걱정하고 있는 점이 ‘연약’하기 그지없는 피해자들에 관한 것이라면 말이다. 네 말도 맞는 것 같구나, 해리. 어쩌면 수십 년의 세월이라는 풍파에 나는 그만 ‘어린아이’가 과연 어떤 존재인지 잊어버리고 말았는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타협을 보자꾸나. 세베루스는 슬리데린 기숙사 학생들에게 불공평하게 점수를 가산시키고 느슨하기 그지없는 기숙사 규율을 도입하고, 슬리데린 기숙사 외 5학년 이상의 학생들에게만 사악할 수 있다. 그에 해당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살벌하지만, 결코 부당하게 대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리고 오로지 학생의 ‘안전’이라는 사항이 걸려있을 때만 허락없이 마음을 읽어도 된다. 그리하면 호그와트는 소중한 악독한 마법의 약 교수님을 계속 고용해둘 수 있고, 피해에 가장 취약한 이들은, 네 말대로, 안전하겠지.”
살아생전 이만큼 놀랐던 적이 있을까라고 미네르바 맥고나걸은 경악했다. 불확실한 감정의 소용돌이 사이에서 그녀는 세베루스를 곁눈질해보았지만, 그는 마치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무감정한 얼굴을 고수하고 있었다.
“뭐, 그 정도면 될 것 같군요.” 해리가 말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사라져있었고 어딘지 모르게 확실치 않았다.
“농담이시겠죠,” 얼굴처럼 무감각한 목소리로 세베루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의견에 대찬성입니다,” 미네르바가 천천히 말했다. 너무나도 찬성하고 있는 나머지 망토 밑에서 그녀의 심장이 두방망이 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학생들에게 전한단 말인가요? 물론 세베루스가…그러니까 모두에게 사악하게 행동했을 때 이러한 생각을 가져보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
“세베루스의 끔찍한 비밀 중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에 성공하여 약간의 협박을 했다고 해리가 학생들에게 말해주면 끝나는 일이에요,” 덤블도어가 말했다. “사실인 건 부정할 수 없죠; 해리는 세베루스가 그의 마음을 읽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고, 물론 협박도 가했으니까요.”
“이건 미친 짓입니다!” 세베루스가 폭발했다.
“푸하핫!” 덤블도어가 대소했다.
“아….” 해리가 자신없게 말했다. “그리고 누가 어째서 5학년 이상의 학생들에 대한 대우는 여전하냐고 물어보면요? 그들이 성난 황소처럼 날뛰어도 무리는 없어보이고, 애당초 그건 정확히 제가 낸 발상은 아니었─”
“타협을 권한 것은 네가 아니라, 그것이 네가 할 수 있는 한계였다고,” 덤블도어가 말했다. “말하렴. 그리고 묵비권을 행사하거라. 그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니까. 뭐, 사실 여기도 하나의 예술이 가미되어있다만, 그건 차차 알아갈 일이지.”
해리가 천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 사람이 래번클로로부터 감점한 점수들은 어떻게 되는거죠?”
“안타깝지만 그 점수들을 재가산해 줄 수는 없단다.”
입을 연 것은 미네르바였다.
“미안하구나, 포터,” 그녀가 말했다. 결코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네 행동에 대한 마땅한 결과와 처벌이 없다면 학교의 규율은 산산조각 날거다.”
해리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납득했습니다,”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 이후 세베루스는 제 기숙사와 그의 기숙사의 차이점을 이유로 점수를 감점하지 않을 것이며, 제 소중한 시간을 징계 따위로 버려버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만약 제 행실에 문제점을 발견한다면, 그는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그것을 우선적으로 거론해야 합니다.”
“해리,” 미네르바가 말했다, “학교의 규율에 따를 거니, 아니면 너는 세베루스가 그랬던 것처럼 법 위에서 노는 존재가 된거니?”
해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따뜻한 무언가가 시야를 파고들었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미치거나 사악한 교직원들을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학생이 되겠습니다, 그들이 그러한 인물들에게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한에서 말이죠.” 잠시 세베루스를 바라보던 해리는, 이내 덤블도어에게로 몸을 되돌렸다. “미네르바를 가만히 냅두신다면, 저는 그녀의 존재하에 한해서 평범한 호그와트의 학생이 되겠습니다. 그 어떤 특권이나 이점도 받지 않고요.”
“훌륭하군,” 덤블도어가 감정적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영웅다운 말이로구나.”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포터, 너는 오늘의 행실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해리가 다시 그녀를 향해 표정을 지었다. 이번의 것은 미심쩍은 듯한 감정이 가미되어 있었다.
“네 행실에 의해 학교의 풍기가 끔찍하게 어지럽혀지고 말았단다, 포터,” 미네르바가 말했다.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제 생각에, 맥고나걸 교수님, 교수님은 소위 교내의 ‘풍기’라는 것을 살아있는 마법의 역사 교수님 초빙이나 학생들을 학대하지 않는다는 사항보다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군요. 현재의 사회계급을 유지하고 규율들을 준수하는 것은 아랫물에서 놀 때보다 윗물에서 놀 때 더 중요하고 현명하고 인륜적이고 도덕적으로 보이기 마련이죠, 필요하다면 이 현상에 관한 논문도 참고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몇 시간은 기본으로 떠벌댈 수 있지만, 이 정도로 해두죠.”
미네르바가 고개를 저었다. “포터, 내 생각에 네가 교내의 풍기에 대한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이유는 네 스스로가 그것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 그녀가 멈추었다. 분명 말이 잘못 나왔고, 세베루스, 덤블도어, 그리고 해리마저도 그녀를 기이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교육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거란다. 권위가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이는 많지 않아. 그리고 네 예시를 따른다면,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다른 학생들이다, 포터.”
해리의 입가가 휘어지며 비틀린 미소를 자아냈다. “첫번째와 마지막의 추측은 맞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굳이 화를 낼 필요는 없었고, 수업을 방해할 필요도 없었으며, 이러하게 행동할 필요도 없었고, 어리석었습니다. 또한 사실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호그와트의 교수답지 않게 거동했으며, 앞으로는 4학년 아래 학생들의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영혼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우리 둘다 용기 내어 진실을 토로하는 것이 어떨런지요.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꿈 깨라, 포터!” 세베루스가 뱉어냈다.
“보시다시피,” 음습하게 웃으며 해리가 말했다, “규율이 오직 시스템에서 벗어난 가련하고 연약한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교수님들도 포함해서라는 것을 학생들이 알게 된다면…교내의 풍기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게 분명합니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덤블도어가 너털웃음을 내뱉었다. “미네르바는 네가 필요 그 이상으로 옳은 소리를 해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해리의 시선은 그 즉시 덤블도어를 회피하며, 지상을 향했다. “교수님의 마음을 읽고 있는 겁니까?”
“때때로 상식은 레질리먼시로 오인되고는 하지,” 덤블도어가 말했다. “이 매사에 대해서는 세베루스와 회담을 가져볼것이며, 그의 사과가 없이 네게 사과를 요구하는 일은 없을거란다. 그러면 이 문제는, 적어도 점심 시간까지는 결론이 지어졌다고 선언해도 되겠구나.” 그가 멈칫했다. “하지만, 해리, 미네르바 교수님이 내게 또 다른 건으로 인해 너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호소했단다. 그리고 참고로 그건 전혀 내 압력이 가해지지 않은 순수한 그녀의 의지란다. 미네르바, 어떻게 할건가요?”
자리를 털고 일어선 미네르바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넘어질 뻔 했다. 혈류를 타고 아드레날린이 폭주하고 있는 나머지 심장이 세차게 고동했다.
“퍽스,”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녀와 동행해주렴.”
“저는─” 그녀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덤블도어가 그녀에게 무언의 시선을 주자, 그녀는 곧바로 입을 닫았다.
날름거리는 불길의 혓바닥처럼 부드럽게 허공으로 비상한 불사조가,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망토를 타고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온화한 기운을 느꼈다.
“따라오도록, 포터,” 단호하게 그녀가 말하자, 그들은 방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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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형의 회전하는 계단에 서서, 그들은 침묵에 휩싸인 채 하강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미네르바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녀의 옆에 서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 조차도 모를것만 같았다.
그리고 퍽스가 울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벽난로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운 선율이었다. 그 천상의 노래는 미네르바의 마음 속에 깃들자, 신기하게도 감정이 차분하고, 진정시켜주었다….
“이게 뭐죠?” 해리가 그녀의 뒤에서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불안정하고,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불사조의 노래란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인지하고 있지 않고있는 미네르바가 말했다. 그녀는 그 기이하고도 조용하기 그지없는 노래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는 상태였다. “이것 또한, 치유하는 힘이 있지.”
해리가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외면했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미네르바는 그의 얼굴에 떠올라있는 고통을 엿볼 수 있었다.
하강은 어째선지 모르게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듯 했으나, 어쩌면 그 선율의 작용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이 석상이 존재하던 그 공간에 도착했을 때, 미네르바의 손은 해리의 손을 꼭 맞잡고 있었다.
석상이 제자리로 껑충 뛰어들어갔을 때, 퍽스는 그녀의 어깨를 떠나, 해리의 앞에서 맴돌았다.
마치 영원토록 오색으로 빛나는 불길에 의해 최면에 걸린 이 처럼 해리는 퍽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퍽스, 난 도대체 어떻게 했어야 하지?” 해리가 속삭였다. “분노를 토해내지 않고서 그들을 지켜낼 수는 없었어.”
불사조의 날개가 지속적으로 퍼덕거리며,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날개가 퍼덕거리는 소리를 제외한 그 어떤 소음도 없는 침묵의 공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순간 화염이 불타올랐다가 연소되는 듯한 빛이 번쩍이고, 퍽스가 사라졌다.
둘 모두가 꿈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혹은 다시금 잠에 드는 것처럼 눈을 꿈벅거렸다.
미네르바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해리 포터의 앳된 얼굴이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불사조는 인간인가요?” 해리가 말했다. “아니 제 말은, 사람이라고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가요? 제가 방법만 안다면 퍽스와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건가요?”
미네르바가 눈을 껌벅거렸다. 그리고 다시금 껌벅거렸다. “아니,” 흔들리는 목소리로 미네르바가 말했다. “불사조는 강력한 마법 생물이란다. 그 마법은 그들의 존재를 평범한 동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로 승격시키지. 그들은 불이기도 하고, 빛, 치유, 그리고 부활을 대변한단다. 하지만 결론은, 하지 못한단다.”
“어디서 살 수 있죠?”
고개를 숙여 미네르바는 그를 끌어안았다. 그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 외의 선택지가 도무지 보이지를 않았다.
그를 풀어주고 다시금 등을 펴자 그녀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물어보아야만 했다. “도대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해리?”
“중대한 문제들에 대한 답은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실 저도 지금 당장은 생각을 그만두고 싶네요.”
미네르바는 다시 그의 손을 잡고는, 침묵한 채 걸어갔다.
여정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교감실은 통상적으로 교장실에 가까운 장소에 위치해 있으니까.
미네르바는 그녀의 책상 뒤에 앉았다.
해리는 그녀의 책상 앞에 앉았다.
“그래서,” 미네르바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고, 적어도 이 말을 꺼내는 인물이 그녀가 아니었으면 했고, 최소한 이러한 상황에서 언급하는 일이 없었으면 했었다. “학교에는 규율이라는 것이 있고, 너 또한 그 경계에 포함된단다.”
“가령?” 해리가 말했다.
그는 알지 못했다.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 목구멍이 죄여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해야할 일이 있고 그녀는 그것을 결코 회피할 나약한 인물상이 못되었다.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네 ‘시간을 돌리는 기계’를 손 좀 봐야겠구나.”
불사조가 안겨다준 안식이 그의 표정에서 삽시간에 사라져버리자 미네르바는 마치 그를 단검으로 찔러버리고 만 듯한 감정을 느꼈다.
“안돼요!” 해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전 그게 필요해요, 없으면 호그와트를 다닐 수 없어요, 자지도 못한다구요!”
“숙면을 취하는 것은 문제 없을거다,” 그녀가 말했다. “마법부가 네 기계를 넣을 보호 장치를 배달해줬단다. 오후 9시에서 자정까지만 열리게 마법을 걸어주마.”
해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하지만 전─”
“포터, 월요일을 기점으로 네가 이 시간을 돌리는 기계를 사용한 횟수가 얼마지? 몇 시간인지 혹시 기억나니?”
“어…” 해리가 망설였다. “잠깐만요, 계산해보게─” 그가 그의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미네르바는 느꼈다. 그녀도 그리 예상했었다. “적어도 하루 당 두번은 아니었구나. 만약 내가 네 룸메이트들에게 물어본다면, 너는 매일 적당한 시간에 잠들기 위해 안간힘을 써대다가, 매일 전날보다 더 이른 시간에 기침했다는 대답을 듣겠지. 맞니?”
해리의 변화해가는 표정이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포터,”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 시간을 돌리는 기계를 맡길 수 없는 학생들이 몇몇 존재한단다, 바로 중독성 때문이지. 그들의 수면 주기를 마땅한 시간으로 늘리기 위해 마법약을 처방해주지만, 그들은 결국에 단지 수업을 따라가기 위하여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개인적인 문제에도 사용해버리지.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회수해야만 한단다. 포터, 너는 시간을 돌리는 기계를 단지 수업에 국한된 게 아니라 네게 일어난 모든 문제들을, 때때로 어리석기 그지없게 해결하기 위해 사용했단다. 너는 리멤브럴을 돌려받기 위해 이 장치를 사용했다. 너는 일단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가 시간을 돌려 나나 다른 이를 불러 문을 열지 않고, 다른 학생들도 명백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옷장에 들어가서 사라졌지.”
해리의 표정으로 보컨데 거기까지 생각하진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녀가 말했다, “너는 그저 스네이프 교수님의 교실에서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어야 했다. 그리고 조용히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나갔어야 했지. 네가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을 경우에 했을 행동을 따랐어야 했다. 이 시간을 돌리는 기계를 맡길 수 없는 학생들이 몇몇 존재한단다, 포터, 그리고 안타깝지만 너는 그 중 하나란다. 미안하구나.”
“하지만 제게 필요한 물건이라구요!” 해리가 발악했다. “만약 슬리데린들이 저를 협박해서 도망가야 할 상황이 들이닥친다면요? 그건 제 안전을 보장해주는 ─”
“타 학생들도 그러한 위협을 안고 이 성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보장하컨데 그들은 이겨낼 것이다. 이 50년 동안 이 성 안에서 죽은 학생은 전무하단다. 어서 그 장치를 이리 내놓거라, 포터.”
해리는 얼굴을 고통으로 일그러뜨렸지만, 이내 시간을 돌리는 기계를 망토 속에서 꺼내어 그녀에게 건내주었다.
그녀의 책상에서, 미네르바는 호그와트로 배송된 보호 케이스를 꺼냈다. 덮개를 열어재낀 그녀는 시간을 돌리는 기계의 돌려지는 모래시계에 씌우고는, 주문을 끝내기 위해 지팡이를 덮개 위에다가 씌웠다.
“이건 불공평해요!” 해리가 비명을 질렀다. “오늘 스네이프 교수님에게서부터 호그와트의 반절을 구원해낸 제가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겁니까? 아까 교수님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으로 유추해볼 때, 교수님도 그의 평소 행실을 경멸해오지 않았습니까?!”
주문을 외우고 있던 미네르바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일을 끝맺고 올려다본 그녀는, 스스로의 얼굴이 굉장히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잘한 일일지도 모른다.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뛰어난 아이가 그녀의 앞에 서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장 세계가 박살난 것은 아니다.
“공평을 논하고 있는거냐, 포터?” 그녀가 쏘아붙였다. “나는 시간을 돌리는 장치를 공공장소에서 이틀간 연쇄적으로 사용한 이유로 두 개의 보고를 마법부에 올려야만 했다! 제한적으로나마 시간을 돌리는 기계를 되돌려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도록 해라! 교장 선생님이 직접 플루를 이용해 직접적으로 마법부를 설득시켰고 그조차도 네가 ‘살아남은 아이’가 아니었다면 결코 먹히지 않았을 거다!”
해리가 입을 떡 벌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곧 그가 분노한 맥고나걸 교수님의 얼굴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해리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하게 고여가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목이 메이고, 바스러져가는 목소리로 그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실망을 안겨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도 미안하구나, 포터,” 단호하게 말한 그녀는, 제한된 상태로 새롭게 태어난 시간을 돌리는 기계를 건내주었다. “이만 가봐도 좋다.”
울먹이며 고개를 돌린 해리는 그대로 교감실에서 도망치듯이 뛰쳐나갔다. 그의 발소리가 복도 저 너머로 희미하게 사라져가고, 이내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와 함께 모든 소리가 단절되었다.
“미안하구나, 해리,” 조용한 방에 남겨진 그녀가 중얼거렸다. “나도 미안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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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 개시 후 15분.
그 어느 누구도 해리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몇몇 래번클로들은 그를 분노와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이는 동정어린 눈길을, 그리고 심지어 몇몇 하급생들은 그를 동경어린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헤르미온느조차도 다가올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가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그에게 다가가려고 노력은 했었다.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향할 제의는 명백했고, 그것이 선택적이라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해리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후식이 나오는 순간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개를 끄덕인 그들은 재빠르게 그곳에서 멀어졌다.
해리의 얼굴에 떠올라있는 냉막하고 무감정한 무표정도 한몫 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은 그가 분노나, 절망감을 절제하기 위해 그러한 표정을 짓고 있노라고 생각할것이다. 플리트윅이 그를 불러, 교장실에서 그를 소환했노라고 선언하는 것을 지켜본 그들이었으니까.
해리는 미소를 짓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미소를 짓는 순간, 그는 웃어버릴 것이고, 그가 웃어버리는 순간, 그는 언덕 위에 지어진 새하얀 집의 착하신 분들이 그를 방문할때까지 멈추지 않을 테니까.
버틸 수가 없다. 도무지 버틸 수가 없었다. 하마터면 해리는 다크사이드로 빠질 뻔 하였고, 그의 어둠의 이면은 회고하자면 미친놈처럼 보이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행했고, 그의 어둠의 이면은 미친 교장님의 기발한 착상에서부터 유례된 순수한 엿먹이기건 진짜이건 간에 절대로 불가능한 승리를 거두었고, 그의 어둠의 이면은 그의 친구들을 지켜주었다. 이제는 감당조차 할 수가 없었다. 다시 노래를 불러줄 퍽스가 절실했다. 정신상태를 회복시키기 위해 시간을 돌리는 기계를 사용해 한 시간정도 조용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그건 더 이상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였고 그 기능에 대한 상실은 마치 존재 그 자체에 구멍이 뻥 뚫린것만 같았지만 그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면 웃어버리고 말 테니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만 했다.
20분. 학생들은 모두 연회장에 도착해있었고, 점심을 끝마치고 돌아간 학생은 몇 없었다.
그 순간 숟가락이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여러분 모두 주목해주시길,” 덤블도어가 말했다. “해리 포터가 우리들 모두에게 연설할 무언가가 있다고 합니다.”
심호흡을 깊게 한 해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그는 교직원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고개를 돌려 해리는 네 개의 상을 응시했다.
미소를 참기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었지만, 이미 암기해둔 짧은 연설을 할 동안 그는 얼굴을 무표정으로 유지했다.
“진실은 신성합니다,” 높낮이 없는 어조로 해리가 입을 열었다. “제가 가장 아끼는 보물은 ‘목소리가 떨려도 진실만을 논하라’라고 적혀 있는 단추입니다. 그렇다면, 이것또한 진실인 것이 분명하죠. 그것을 명심해두시길. 저는 결코 압력이 가해져 이 연설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오롯이 제 의지하에 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오늘 스네이프 교수님의 수업에서 저는 어리석었고, 멍청했고, 유치했고, 호그와트의 규율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습니다. 저는 교실의 분위기를 어지럽혔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학우들의 소중한 교육시간을 헛되게 소모시키고 말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가 감정을 절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그 어느 누구도 저를 예로 들어 같은 행동을 하지 말기를 바라겠습니다. 저 또한 다시는 그러한 행실로 교내의 풍기를 어지럽히지 않겠습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해리를 마치 희생된 전쟁 영웅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처럼 침통하고, 침울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핀도르 쪽 하급생들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거의 통일되어 있었다.
해리가 손을 들어올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손을 그렇게 높이 치켜올리지 않았다. 선매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물론 세베루스를 향해 치켜올릴정도로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저 흉부까지 손을 올린 해리는, 잘 들리기보다는 모두에게 잘 보일정도로 나지막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교직원 테이블 쪽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공산이 컸다.
반항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그 동작에 어린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순간 미소를 지었고, 그 반면 슬리데린들은 거만한 비웃음을, 그리고 다른 이들은 얼굴을 찡그리거나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해리는 어디까지나 무표정을 고수했다. “감사합니다,” 그가 끝맺었다. “그럼 이만.”
“감사합니다, 포터 군,” 교장님이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네이프 교수님이 우리들 모두에게 연설할 무언가가 있다고 합니다.”
세베루스가 매끄럽게 교직원 테이블에 위치한 그의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포터 군의 그 변명조차 무색한 분노를 유발시키는 것에,” 그가 입을 열었다, “제 행동 또한 부분적으로 일조했음을 인정하는 바이며, 그에 뒤이은 토의 끝에 미숙하고 앳된 이들의 감성이 얼마나 순수하고 취약한지 제가 그만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다수의 사람들이 목이 메이는 듯한 기침소리를 토해냈다.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이 세베루스가 이어갔다. “마법의 약 교실은 위험한 곳이며, 변함없이 엄격한 다스림은 필수라고 생각하오나, 이 이후로 4학년 혹은 그 이하의 학생들의 그…섬세한 감성…을 항시 유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래번클로에 향한 감점은 아직도 유효하나, 포터 군의 징계 건은 철회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핀도르 쪽에서 단 한 차례의 박수소리가 들려왔지만 번개보다 빠르게 세베루스가 지팡이를 현란하게 움직이며 “콰이어투스!” 라고 그곳을 향해 외치자 다시금 침묵이 찾아왔다.
“허나 제 수업에서 엄격한 규율과 예절은 변함없이 행해질겁니다.” 세베루스가 차갑게 덧붙였다, “그리고 제게 감히 대응할 간 큰 행동을 할 학생은, 뼈저리게 후회할 것입니다.”
그가 자리에 앉았다.
“교수님 또한 감사합니다!” 덤블도어 교장님이 발랄하게 외쳤다. “그럼 이만 대화를 이어가시길!”
그리고 여전히 무표정인 채로, 해리는 래번클로 쪽 그의 자리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대화의 장이 활화산처럼 터졌다. 그러나 가장 처음 터지는 모두의 탄성은 일제히 통일되었다. “이게─”로 시작해서 “이게 도대체─” 나 “이게 무슨 짓거리─” 따위의 말들로 진화되어갔고 두번째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경악성과 함께 그들 자신과, 식탁보, 그리고 서로에게 뿜어버린 각종 분비물들을 헹궈내기 위한 “스코지파이!”였다.
심지어 어떤 학생들은 통곡이라 칭해져도 좋을 정도로 오열하고 있었다. 스프라우트 교수도 그 중 한명이었다.
51개의 초를 꽂은 케이크가 자리하고 있는 그리핀도르 쪽 테이블에서 프레드가 “이거 우리가 너무 수준 떨어지는 파티를 마련한 것 같은데, 조지.” 라고 속삭였다.
그리고 이 역사스러운 날 이후로, 아무리 헤르미온느가 호소해도, ‘해리 포터는 손가락을 튕기면 그 어떤 기적이라도 일으킬 수 있다’라는 미신은 모두에게 진실로 증명된 호그와트의 영원한 ‘전설’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