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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보상 지연 2화




작가의 말: 블러드 갓에게 피의 축복을! 조앤 롤링에게는 뼈와 해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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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일제히 책상에 부착된 화면을 바라보거나, 짙은색의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연단 위에 자리한 책상에 비스듬하게 기댄 퀴렐 교수가 서 있는 하얀색의 거대한 대리석 단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 오늘은,” 퀴렐 교수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에게 첫 방어 마법, 즉 ‘프로테고’의 원형이 되는 자그마한 방어막을 생성해내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했었습니다. 허나 최근에 일어난 어떤 사건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오늘의 수업 계획안에 약간의 수정을 가했습니다.”

퀴렐 교수의 시선이 줄줄이 늘어져있는 강당의 자리들을 훑어보았다. 가장 뒷자리에 앉아있는 해리가 이마를 찡그렸다. 누구의 이름이 호명될 지 어느정도는 예상이 갔다.

“가장 유서깊고 고귀한, 말포이 가문의 드레이코 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앗싸.

“네, 교수님?” 드레이코가 말했다. 목소리가 확성되어있는 것으로 보아하니, 그가 말하는 있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방송해주고 있는 책상의 화면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그 순간 화면이 퀴렐 교수를 비추자, 그가 말했다:

“자네는 장래에 제 2의 어둠의 마왕으로 거듭나고픈 야망이 있는가?”

“그거참 상당히 오묘하기 그지없는 질문이군요 교수님,” 드레이코가 말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공석인 이 자리에서 시인할만큼 멍청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

몇몇 학생들의 웃음보가 터졌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그렇습니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렇기에 아무리 여러분에게 제가 질문을 던져봐도 쓸모없겠지만, 설사 여기 이 곳에 있는 학생들 가운데 몇명이 제 2 어둠의 마왕이라는 ‘야심’을 내심 품고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겁니다. 저 또한 슬리데린의 어린 제자였을 때, 제 2의 어둠의 마왕이 장래 ​희​망​이​었​으​니​까​요​.​”​

이번에는 웃음소리가 교실 전체에 퍼져나갔다.

“뭐, 명색이 ‘야심’의 기숙사니까 말입니다,” 퀴렐 교수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훗날, 저는 제가 진정으로 즐기는 건 ‘전투 마법’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제 마음속에 싹튼 야망은 훌륭한 전투 마법사가 되어 언젠가 호그와트의 교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뭐 어쨌거나, 제가 13살이었을 때 저는 호그와트의 도서관에서 역사 항목을 들추며, 여러명의 ‘어둠의 마왕’의 삶과 운명, 그리고 최후를 면밀히 조사해, 훗날 제가 어둠의 마왕으로 거듭났을 경우를 대비해 결코 해서는 안되는 소위 ‘마왕을 위한 지침서’를 작성했습니다─”

스스로를 통제할 사이도 없이 해리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요 포터 군, 굉장히 즐거워보이는 구나. 자, 그러면 그 지침서의 가장 첫 항목이 무엇이었을지 한번 추측해보겠나?”

젠장할. “어…적대하는 상대방을 복잡하기 그지없는 계략으로 상대하는 것보다 ​‘​아​브​라​카​다​브​라​’​를​ 한번 날리는 게 더 낫다, 인가요?”

“정확한 명칭은, ‘아바다 케다브라’다 포터 군,” 어째선지 퀴렐 교수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있었다. “그리고 틀렸다, 그 항목은 내가 13살 때 작성한 지침서에 수록되어 있지 않았지. 다시 한ㄴ번 추측해보겠나?”

“어…힘겹게 떠올려낸 사악한 계획이나 계락을 제멋대로 떠벌리며 자랑하고 다니지 말아라?”

퀴렐 교수가 웃어재꼈다. “아, 그건 두 번째로 작성된 항목이었지. 흐음, 포터 군, 혹시 나와 같은 책을 읽은 건가?”

긴장감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턱에 안간힘을 주며 해리는 입을 꾹 닫았다. 그 질문에 대한 항변은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가장 처음의 항목은, ‘강대한 적들을 섣불리 도발하지 않는다’였다. 만약 모넬리스 팔콘스베인이나 히틀러가 이 기초적인 인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바뀌었겠지. 자, 그래서 포터 군 ─ 자네가 만약 내가 앳된 슬리데린 시절에 가졌던 것과 비슷한 야심을 마음속에 키우고 있다면 ─ 설령 그렇다고 해도, 부디 네가 멍처하기 그지없는 어둠의 마왕이 장래 희망이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히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퀴렐 교수님,” 이를 악물며 해리가 말했다, “저는 래번클로이며 멍청하다고 격하되는 것은 결코 제 야망 따위가 아닙니다. 오늘 제 행동이 어리석었다는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결코 ‘어둠’스럽지는 않았다구요! 먼저 시비를 건 인물은 제가 아닙니다!”

“포터 군, 너는 달리 말할 필요도 없는 머저리다. 하지만 나 또한 네 나이적에는 그러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네 답을 직접 듣고 싶은 나머지 오늘의 수업 계획안을 수정했단다. 그럼, 부디 이 앞으로 잠시 와주겠나?”

뜬금없는 발언 때문인지 학생들이 침묵했다. 해리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석연찮은 표정으로 대리석의 무대 위로 올라가 단상으로 향하는 고일 씨 또한 표정으로 보아하니 생각지도 못했음이 분명했다.

책상에 비스듬하게 기대고 있던 퀴렐 교수가 몸을 폈다. 주먹을 쥔 그가 명백한 ‘무술’의 기본 자세를 취하자, 그의 기도가 바뀌며 몸이 방금 전보다 더 커보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 광경에 눈을 부릅 뜬 해리는, 어째서 그가 고일의 이름을 호명했는지 깨달았다.

“대다수의 마법사들은,” 퀴렐 교수가 말했다, “머글들의 명칭으로 ‘무술’이라고 불리우는 것들 것 대해 무지하고, 신경조차 쓰지 않습니다. 당연히 지팡이가 주먹보다 더 강하지 않는가? 이러한 관점 자체가 잘못되고, 무식한겁니다. 지팡이를 쥐는 건 주먹입니다. 강대한 전투 마법사가 되고프다면 머글마저 경탄성을 터뜨릴 정도로 수준급의 무술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하죠. 지금부터 저는 머글의 ‘무술 학원’인 ‘도장’에서 가르침을 받은, 치명적일 정도로 중요한 기술을 ​시​전​해​보​이​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이만 말을 줄이도록 하죠. 그러면….” 여전히 자세를 취하며, 퀴렐 교수가 고일 씨가 서있는 장소로 한걸음 한걸음씩 걸어갔다. “고일 군, 나를 공격해라.”

“퀴렐 교수님,” 고일의 목소리는 교수의 것처럼 확성되어 교실 전체에 울려퍼졌다, “혹, 급이 어떻게 되시는지─”

“6단이다. 고로 너나 내가 다칠 확률은 없다. 그러니 빈틈이 보이는 순간, 망설임 없이 찌르거라.”

한껏 안도한 듯이, 고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여기서,” 퀴렐 교수가 말했다, “고일 군은 혹 무술에 일가견이 없는 이를 공격할 경우, 미숙함으로 인해 상대방이나 본인이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명확하게 표했습니다. 고일 군은 정확한 질문과 옳바른 대처를 했기에, 3점의 퀴렐 점수를 줄 것입니다. 그럼, 시작해보지!”

그 즉시 전방으로 쇄도한 고일은 마구 주먹을 퍼붓기 시작했지만, 춤을 추듯이 모조리 피하거나 쉽게 공격을 무위로 되돌리며 퀴렐은 고일을 향해 강하게 발을 휘둘렀으나, 그 일격을 막은 고일은 제자리에서 회전을 하며 퀴렐의 발을 거는 순간, 퀴렐이 가볍게 도약을 하며 고일의 발을 피했다. 모든 것이 눈 앞에서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라 해리는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고일이 지면에 등을 대며 두 다리를 용수철처럼 허공으로 쭉 뻗자 믿을 수 없게도 퀴렐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갔고, 어깨부터 지면과 맞닥뜨린 후 바닥을 굴렀다.

“멈춰!” 약간의 공황마저 섞인듯한 목소리로, 퀴렐 교수가 바닥에 누운채 외쳤다. “네가 이겼다!”

퀴렐 교수에게 득달같이 달려들던 고일 씨가 그 외침에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급정거를 한 나머지, 그 반동으로 인해 넘어질 듯이 휘청거렸다. 그의 얼굴은 경악 그 자체로 물들어있었다.

등에 힘을 주고 용수철처럼 몸을 구부린 퀴렐 교수가 일체 손을 사용하지 않은채 허공을 차자 그의 두 다리가 안정적으로 지면에 안착했다.

교실 안은 혼란과 당황으로 인한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고일 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내가 시전한 ‘치명적일 정도로 중대한’ 기술이 무엇인지 알겠나?”

“누군가에게 던져졌을 때 안전하게 착지하는 방법이요,” 고일 씨가 말했다. “가장 첫 순서로 배우는 무술─”

“뭐 그것도 있고,” 퀴렐 교수가 말했다.

침묵이 일었다.

“내가 시전한 ‘치명적일 정도로 중대한’ 기술은,” 퀴렐 교수가 말했다, “바로 ‘패하는 법’이다. 이만 자리로 돌아가도 좋다 고일 군, 협력해줘서 고맙구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채 고일은 단상에서 내려갔다. 해리 또한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책상으로 돌아간 퀴렐 교수는 다시금 그것에 몸을 기대었다. “간혹가다 우리는 가장 기초적인 지식들을 잊고는 합니다, 그것을 처음으로 배우고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까요. 저는 바로 그런 상황이 제 수업 계획안에 일어났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착지를 하는 방법을 각인시키고 나서야, 비로소 던지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 저는 여러분들이 ‘패하는 법’을 터득하기 전까지는, 결코 전투법을 가르쳐서는 안됩니다.”

퀴렐 교수의 얼굴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지만, 어째선지 그의 메마른 눈동자에서 일말의 고통과, 슬픔마저 보이는 것 같다고 해리는 생각했다. “저는 익히 머글들에게도 온갖 무술의 고수들이 은거하고 있다는, 동양의 어떤 도장에서 패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도장은 마법사들의 결투에서는 물론이고, 전투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명성을 구가하는 무술을 가르쳤습니다. 그 도장의 사범님은 ─ 머글들의 기준에서 볼 때 나이를 지긋하게 드신 분 ─ 그 무술을 터득한 자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명망이 높고 자타가 공인하는 살아있는 전설이었죠. 물론 마법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그 학원에 신청한 저는, 그 해에 몇 안되는 합격자였습니다. 뭐 제 신분이 신분인 만큼 약간의 영향을 끼쳤을 지도 모르는 일이죠.”

교실에서 몇 명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해리는 그 몇 명에 속해있지 않았다. 그건 절대로 옳바른 일이 아니었다.

“뭐 어쨌거나. 첫 결투에서 무참히, 그것도 상당히 수치스럽게 패해버린 저는, 그만 이성을 잃고 제 상대방을 공격했습니다 ─”

오메.

“─다행스럽게도 마법이 아닌, 주먹으로 말이죠. 허나 놀랍게도 사범님은 저를 그 자리에서 퇴출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는 제 절제력이 완벽하지 못하다고 충고를 해주었죠. 그 설명을 듣고, 저는 그 말씀이 백번 옳다고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리고 사범님은 제게 ‘패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퀴렐 교수의 얼굴에는 일말의 표정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엄격한 명령에, 도장의 모든 제자들이 일렬 종대로 제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한명씩 한명씩, 제게 다가왔죠. 사범님의 말씀에 따라 저는 결코 방어를 취해서는 안되었습니다. 단지 용서를 빌어아먄 했죠. 하나 둘씩 제게 다가온 그들은 제 뺨을 후려치거나, 주먹으로 구타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닥으로 밀어넘어뜨리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제게 침을 뱉은 이도 있었죠. 그들의 언어로 제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제자들에게 저는 ‘제가 졌습니다!’ 라거나,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혹은 ‘당신이 저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겠습니다!’ 따위의 굴욕적이고 비굴한 호소를 해야만 했습니다.”

잠시 그 광경을 떠올려보려고 해리는 노력했으나 이내 실패하고 말았다. 저 절제되고 위엄어린 퀴렐 교수에게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었다.

“그 당시에도 저는 ‘전투 마법의 천재’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지팡이조차 사용하지 않고도 그 도장 내의 전원을 단숨에 죽여버릴 수도 있었죠. 하지만 저는 그러하지 않고, 패하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오늘 이날까지 저는 그 날의 길고 길었던 시간을 제 인생 최악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8달 후 제가 도장을 떠나던 날 ─ 결코 충분한 수련시간은 아니었으나, 제가 할애할 수 있는 최대한이었습니다 ─ 사범님은 부다 제가 ‘그 날’의 필요성을 깨달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날의 가르침은 제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라고 대답했죠. 그때나 지금이나, 그 대답은 변함없이 유효합니다.”

그리고 퀴렐 교수의 얼굴이 씁쓸함으로 물들었다. “아마 여러분들은 도대체 이 신비로운 도장이 어디에 있으며, 혹 그곳에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지 제게 질문을 던지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비밀의 은신처가 자리한 외진 산에, 또 한명의 학생 지망생이 방문했으니까요. 바로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입니다.”

여기저기서 헛바람을 들이키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해리는 위장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저 이름이 언젠가 이 이야기에서 나올 것이라고 짐짓 예상하고 있었다.

“어둠의 마왕은 변장조차 하지 않은채, 새빨간 눈을 흉흉하게 빛내며 그 학원을 찾았습니다. 학생들이 몸을 던져 그의 행보를 막으려고 했지만 그는 간단하게 순간이동으로 방어전선을 꿰뚫었습니다. 공포가 학원을 잠식했지만, 학생들의 행동에는 여전히 절도가 있었고, 사범님이 몸소 행차했습니다. 그리고 어둠의 마왕은 가르침을 ‘요구’, 네, 부탁한 것이 아니라, 요구했습니다.”

퀴렐 교수의 얼굴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어쩌면 사범님은 진정한 무술가라면 설사 악마라도 거뜬히 퇴치할 수 있다는 주장을 늘어놓는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이유가 어찌됐건, 사범님은 거절했습니다. 어째서 그가 학생이 될 수가 없는지 어둠의 마왕은 물어보았습니다. 사범님은 그에게서 인내심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고 하셨고, 그 다음 순간 어둠의 마왕은 그의 혀를 뽑아버렸습니다.”

교실의 전원이 일제히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 안해도 짐작이 갈겁니다. 어둠의 마왕에게 달려든 학생들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마비가 되어, 바닥에 나뒹굴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망설이던 퀴렐 교수가, 이내 말을 이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다주는, 용서받지 못할 저주의 하나, ‘크루시아투스 저주’라는 게 존재합니다. 한 대상에게 크루시아투스를 단 몇 분만이라도 지속적으로 시전한다면, 상대의 정신을 붕괴시켜 폐인을 만들어버리죠. 어둠의 마왕이 학생들을 한명씩 한명씩 미치광이로 만들고, 살인 저주로 그들의 목숨을 끊는 광경을, 사범님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강제로 지켜봐야했습니다. 학생들의 생명이 모두 사그라들었을 때, 사범님 또한 그들을 뒤따랐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어둠의 마왕이 소문을 퍼뜨리기 위해 일부러 놓아준 단 한명의 학생에게서 직접 들었습니다. 그는 도장에서 사귀었던 제 친구였죠….”

돌아서서 잠시 감정을 삭이던 퀴렐 교수가, 잠시 후에 몸을 돌리자, 그의 얼굴은 다시금 평온하고 차분해져있었다.

“어둠의 마법사들은 감정의 절제라는 녀석을 모릅니다,” 퀴렐 교수가 조용하게 말했다. “그것이 세계가 그들에게 내린 법칙이자 오류이며, 그들과 밥먹듯이 전투를 벌이는 이들은 곧 그들의 단점을 십분 활용하게 됩니다. 어둠의 마왕은 결코 그 날 승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숙지하십시오. 그는 무술을 배우고자 그 도장을 찾았지만, 결국 단 한번의 가르침도 받지 못한채 그 산을 떠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세상에 널리 퍼뜨리겠다고 결론을 내린 어둠의 마왕은 멍청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는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인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이용해먹고 활용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지요.

퀴렐 교수의 시선은 교실의 뒷자리에 앉은 한 소년에게 고정되어있었다.

“해리 포터,” 퀴렐 교수가 말했다.

“네,” 목이 메인 음성으로, 해리가 중얼거리듯이 대답했다.

“오늘, 네가 정확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겠나?”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어둠의 마왕 지망생이었던 퀴렐 교수님.

2. 패하는 법.

3. 의외로 싸움 잘하는 고일.

4. 무술의 달인 퀴렐 교수님.

5. 간지포풍 퀴렐 교수님.

오랜만에 이렇게 일일연재를 하게 되네요. 아무래도 주말이라 그런가봅니다.

마법은 어디가고 무술에 대한 강의가 펼쳐지는 이번화. 퀴렐 교수님의 말은 구구절절 옳습니다. 원작에서도 그러한 부분들이 한두번 신경쓰였던 적이 아니었죠. 지팡이가 없으면 마법사들은? 지팡이 없이 마법을 구사하는 먼치킨이 아닌 이상 그저 싸움도 못하는 민간인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었었죠. 여기서 그 의문을 해결시켜주네요.

일단 한가지 말하자면, 고일은 결코 퀴렐 교수님을 실력으로 이긴게 아니라, 퀴렐 교수님이 일부러 져준 겁니다. 그래야 예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진심으로 하면 고일은 한 수만에 발렸....

수련법도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일체 방어를 하지 않고 욕설과 구타를 받으며, 용서를 빈다니. 맨정신으로는 할 수 없죠. 게다가 단숨에 모두를 죽여버릴 수 있을 만큼의 힘도 충분히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퀴렐 교수님은 어느 의미로 볼드모트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간지력으로 보거나 인내력으로 보거나.

그리고 이쯤 미리 경고를 해둬야 겠네요. 다음화에 담긴 내용은 얼핏보면 절로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전개일 수도 있습니다. 결코 잔인하거나 그런건 아닙니다만, 인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상당히 민감한 내용이니, 여기서 미리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한가지만 말해두자면, 해리가 처참하게 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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