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지연 3화
작가의 말: 블러드 갓에게 피의 축복을! 조앤 롤링에게는 뼈와 해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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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마법사들은 감정의 절제라는 녀석을 모릅니다,” 퀴렐 교수가 조용하게 말했다. “그것이 세계가 그들에게 내린 법칙이자 오류이며, 그들과 밥먹듯이 전투를 벌이는 이들은 곧 그들의 단점을 십분 활용하게 됩니다. 어둠의 마왕은 결코 그 날 승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숙지하십시오. 그는 무술을 배우고자 그 도장을 찾았지만, 결국 단 한번의 가르침도 받지 못한채 그 산을 떠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세상에 널리 퍼뜨리겠다고 결론을 내린 어둠의 마왕은 멍청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는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인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이용해먹고 활용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지요.
퀴렐 교수의 시선은 교실의 뒷자리에 앉은 한 소년에게 고정되어있었다.
“해리 포터,” 퀴렐 교수가 말했다.
“네,” 목이 메인 음성으로, 해리가 중얼거리듯이 대답했다.
“오늘, 네가 정확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겠나?”
토할 것만 같은 기분을 억누르며 해리는 힘겹게 말했다. “인내심을 잃고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건 정확하지 않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조금 저 명확하게 설명하도록 하지. 대다수의 동물들에게는 소위 ‘영역 다툼’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허나 뿔을 세우고 서로에게 달려들지만 ─ 넘어뜨리기만 하지, 결코 상대를 죽이지는 않는다. 손톱을 갈무리하고, 오직 앞발로만 견제한다. 하지만 어째서 손톱의 사용을 금하는걸까? 손톱을 사용하면 승리를 취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데도? 어째서냐면, 그렇게 하는 즉시 상대 또한 손톱을 세울 것이고, 승자와 패자를 가릴터인 영역 싸움은 곧 중상, 내지는 사는 자와 죽은 자만을 남기는 혈투가 될 테니까다.”
화면 속 퀴렐 교수의 시선은 오직 해리만을 보고 있는 듯 했다. “포터 군, 네가 오늘 몸소 보여준 태도는, ─ 손톱을 숨기고 결과에 승복하는 동물과는 달리 ─ 네가 영역 싸움에서 패하는 법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호그와트의 교수가 네게 도전했을 때, 너는 굴복하지 않았다. 네가 불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오히려 손톱을 치켜세우고, 위험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갔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네 행동은 더욱 더 무모해져갔지. 사건은 명백히 네 위를 군림하고 있는 스네이프 교수님의 시비로부터 시작되었다. 허나 너는 패하는 것을 선택하기보다, 역으로 시비를 걸어 래번클로의 점수를 10점이나 감점시키고 말았다. 얼마 안가 너는 호그와트를 나가겠다는 협박까지 거론하고 있었지.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길을 향해 등을 돌리지 않고 오히려 나아가, 천운으로 승리를 쟁취했다고 한들, 네가 머저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해하겠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그의 목은 이미 메말라있었다. 너무나도 정확한 지적이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퀴렐 교수의 설명을 듣자, 해리는 그것이 이 모든 사건에 대해 너무나도 정확하고 논리정연한 객관적인 서술이라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에 대한 누군가의 묘사가 그토록 정확하다면, 자연스럽게 그의 다른 추론과 논리 또한 맞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가령 그의 ‘살인충동’이라거나.
“포터 군, 또다시 네가 승부에서 패하기보다 무모하게 더 나아가기를 선택한다면, 너는 그 승부에 건 모든 것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 오늘 일어났던 사건의 상품이 무엇이었을지 나는 짐작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고작 10점을 잃는 것 보다 중요한 무언가였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겠군.”
가령 영국 마법세계의 존망이라거나 말이다.
“너는 호그와트의 학생들을 지키려고 했다고 항변을 하고 싶을거다. 물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시도를 해볼 가치는 있지. 하지만 그건 거짓이다. 만약 네가─”
“저는 시비를 받아들이고, 숨을 죽였다가, 나서야할 정확한 타이밍에 행동을 시작했을겁니다,” 갈라진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건 곧 패배를 의미하겠죠. 제 위를 군림하게 내버려두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것이 바로 가르침을 하사받고 싶었던 그 사범님에게 어둠의 마왕이 할 수 없었던 겁니다.”
퀴렐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게 이해를 했다는 것은 잘 알겠다. 그러니 포터 군, 오늘 네가 받을 수업은 바로 ‘패하는 법’이다.”
“저는─”
“이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 포터 군. 네가 이 수업을 필요로 함은 물론이고 네 정신이 이 것을 견딜 수 있을정도로 견고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까. 허나 내가 겪었던 정도로 심한 경험은 아닐것이라고 보장하겠지만, 이 수업시간이 여전히 네 생의 가장 역겹고 끔찍한 15분으로 영원히 머리속에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은 숙지해두거라.”
해리가 침을 꿀꺽 삼켰다. “퀴렐 교수님,” 그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나중으로 미루면 안되나요?”
“안된다,” 간단명료하게 퀴렐 교수가 대답했다. “너는 호그와트의 교육을 고작 5일을 받았을 뿐인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오늘은 금요일이지. 그리고 우리의 다음 방어술 수업은 수요일이다. 토, 일, 월, 화, 수…아니, 기다릴 시간은 없다.”
소수의 인원이 웃음을 흘렸지만, 정말 몇 명뿐이었다.
“교수님의 명령이라고 생각해두거라, 포터 군. 수업을 받지 않겠다면 나는 네게 결코 단 한 개의 공격 주문조차도 가르치지 않을것이라고 미리 말해두고 싶구나,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나는 곧 네가 누군가에게 중상을 입혔거나 살인을 저질렀다는 비고를 들을 테니 말이다. 불미스럽게도 나는 이미 네 손가락이 강력하기 그지없는 무기라는 언질을 미리 받아두었다. 이 수업이 행해지는 동안, 손가락을 튕기는 것을 금하겠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웃음소리가 교실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해리는 울음이 솟구치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퀴렐 교수님, 만약 교수님이 말하셨던 그 경험중 그 어떤 것이라도 제게 가한다면, 제 성미를 건드릴 것이 분명해요. 저는 오늘은 더 이상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요점은 분노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진중한 표정으로 퀴렐 교수가 말했다. “분노는 자연스럽기 그지없는 감정이지. 너는 노한 상태에서도 패배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훗날의 피의 폭수를 획책할 수 있게 패배한 ‘척’을 하거나, 오늘 고일 군에게 내가 한 것처럼 말이다. 아, 만약 혹시라도 이 교실에서 정말 내가 고일 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렇지 않아요!” 다급한 목소리로 고일이 그의 책상에서 외쳤다. “교수님이 일부러 그러셨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요! 그러니 제발 피의 복수따위는 획책하지 말아주세요!”
해리는 위장이 들끓는 것을 느꼈다. 퀴렐 교수는 그의 기묘하기 짝이 없는 암흑면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 “교수님, 이 매사에 대해 부디 수업이 끝난 후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물론 그러할 것이다,” 신뢰의 어조로 퀴렐 교수가 말했다. “네가 패하는 법을 배운 다음에.” 그의 표정은 어디까지나 진지했다. “네가 부상을 입거나 심각한 고통을 느낄 만한 건 전면적으로 금지한다고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네가 겪을 고통은 맞서싸우며 이길때까지 무모하게 승부를 이끌어가기보다, 패배의 씁쓸함으로부터 비롯되겠지.”
패닉한 나머지 해리는 숨을 가빠르게 내쉬었다. 그는 마법약 수업실을 박차고 나갔을 때보다 더욱 더 강한 공포에 휩싸여있었다. “퀴렐 교수님,” 그가 간신히 내뱉었다, “저는 정말 교수님이 이번 일로 인해 해고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
“그런 일은 없을 거다,” 퀴렐 교수가 못박았다, “물론 이 이후 네가 ‘내게는 반드시 필요한 수업이었다’라고만 말해준다면. 그리고 나는 네가 그리할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또한 확신하고 있다.” 찰나의 순간 가량 퀴렐 교수의 목소리가 모래처럼 메마르게 변모했다. “내가 말하컨데, 이 성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심한 수업들이 아무런 심의심사 없이 행해져왔다. 교실 내에서만 벌어지는 일에 한해서, 이 경우는 특별하다.”
“퀴렐 교수님,” 해리가 속삭였지만, 그는 여전히 그의 목소리가 교실 전체에 방송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말 교수님께서는 만약 제가 이 수업을 받지 않을 경우, 언젠가는 누군가를 해치게 되고 말 거라고 믿고 있는 건가요?”
“그래,” 퀴렐 교수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현기증이 난 나머지 해리는 조금 비틀거렸다, “수업을 받겠습니다.”
퀴렐 교수가 슬리데린 학생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래서…교수님의 완벽한 동의와 허락과, 여러분의 행동으로 인해 스네이프가 곤경에 처하지 않을것이라는 보증 하에…어디 ‘살아남은 아이’의 무릎을 꿇리고 군림하고픈 학생 없습니까? 밀리고, 넘어뜨려지고, 자비를 구걸하는 포터 군을 보고 싶지 않나요?”
다섯 개의 손이 즉시 하늘로 치솟았다.
“지금 손을 든 학생 여러분, 당신들은 천하의 둘 도 없는 멍청이들입니다. ‘패배한 척’의 어느 부분이 그리도 이해하기 힘들었던 겁니까? 만약 해리 포터가 졸업한 후 제 2의 어둠의 마왕으로 거듭나게 된다면, 그는 그 즉시 학생 여러분을 추적해 잔혹하게 죽이고 말 것입니다.”
다섯 개의 손이 재빨리 내려가 책상에 딱 달라붙었다.
“저는 결코,” 다소 힘없는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제가 ‘패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에 도움을 줄 이들에게 처절한 피의 복수를 획책하지 않을것이라는 것을 맹세합니다. 그러니 퀴렐 교수님…부디 그런 행동은…멈춰 주시면 안될까요?”
퀴렐 교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구나, 포터 군. 네 장래 희망이 어둠의 마왕이건 아니건 내가 시도때도 없이 참견하는 것은 동등하게 신경에 거슬릴 것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이 학생들 또한 삶에 대한 귀중한 조언을 받을 권리가 있단다. 이에 대한 사과로 1점의 퀴렐 점수를 선물하는 것은 어떻겠니?”
“2점이면 고려해보겠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팽팽하게 긴장되어있던 공기가 순식간에 풀어지며 교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알겠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리고 제가 졸업을 하게 되는 순간 그 무슨 일이 있어도 교수님을 추적해 기필코 간지럼을 태울 겁니다.”
웃음소리가 더 커졌지만, 퀴렐 교수는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해리는 마치 아나콘다와 씨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결코 그가 어둠의 마왕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그 얇디 얇은 대화의 틈을 안간힘을 쓰며 파고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어째서 퀴렐 교수는 이토록 그를 의심하고 있는것인가?
“교수님,” 드레이코가 확성되지 않은 평범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또한 멍청한 어둠의 마왕이 되고픈 야망은 없습니다.”
경악어린 침묵이 교실에 내려앉았다.
그럴 필요는 없어! 해리는 무심코 소리지르려 했지만, 다행히 사전에 미리 입을 막아버릴 수가 있었다; 드레이코는 이것이 순전히 해리 그를 향한 우정에 의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물론 그저 ‘겉으로’ 그렇게 ‘위장’하려고 하는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드레이코의 행동을 그저 겉으로만 우정을 표하는 ‘위장’이라고 칭해버리자 해리는 스스로가 너무나도 왜소하고, 몹쓸 인간으로 보였다. 만약 드레이코의 이 모든 행동이 그저 그를 감탄시키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면, 놀라울정도로 작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퀴렐 교수가 드레이코를 침중하게 바라보았다. “즉, 말포이 군 너 또한 ‘패하는 시늉’을 하는 것조차 두렵기 그지없다는 건가? 이 ‘오류’가 그저 포터 군이라는 객체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너 또한 포함하고 있다고? 분명 네 아버지의 교육은 보다 수준이 높았을텐데 말이다, 이상하군.”
“어디까지나 ‘대화’에 한해서라면, 그럴수도 있겠죠,” 화면은 이제 드레이코를 잡고 있었다. “허나 밀쳐지고 땅에 강제로 넘어뜨려지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저는 퀴렐 교수님, 당신 만큼 강해지고 싶거든요.”
퀴렐 교수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그 표정 그대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말포이 군,” 그가 고려후에 입을 열었다, “조금 있다가 내게서부터 얼마나 그들이 멍청한 행동을 했는지 따끔한 일침을 받을 슬리데린 상급생들이 연관된 포터 군의 수업은, 결코 네게 연장되지 않을거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견해로 볼 때 너는 충분히 강인하다. 먼 훗날 언젠가, 오늘 포터 군이 실패를 했던 것처럼 너 또한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너를 위한 적절한 수업을 준비하고 너와 네가 상처를 입힌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할 것이다. 허나 그래, 지금 당장은 네게 필요하진 않을 것 같구나.”
“이해했습니다, 교수님,” 드레이코가 말했다.
퀴렐 교수가 교실을 빙 둘러보았다. “어디, 드레이코 군은 제외하고 또 강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까?”
학생들 몇 명이 초조한 얼굴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몇 명은 마치 무엇을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린 듯이 그저 뻐끔거리고만 있는 것 같다고, 해리는 가장 뒷자리에서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허나 끝내,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입을 여는 자는 없었다.
“만약 드레이코 말포이가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는 그의 학년의 장군 중 한명으로 임명될 것입니다. 자, 그러면 포터 군, 앞으로 나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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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퀴렐 교수는 반드시 모두의 앞에서, 친구들의 앞에서 해야만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스네이프가 그를 모욕했으며 그에 의해 패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일학년생들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법으로 강제된 참묵괴, 간섭하지 말아달라는 해리와 교수님의 부탁으로 인해 그들은 입을 꾹 닫고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돌린채 외면하고 있었지만, 그녀 또한 마법의 약 수업에서 사건을 지켜본 사람들 중 한명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말을 걸거나 그 어떠한 표정조차도 지어주지 않고 있었다.
설사 넘어져도 멀쩡할 수 있게 퀴렐 교수가 직접 공수해 온, 머글 도장에서나 볼 법한 파란색의 부드러운 매트 위에 해리는 서있었다.
해리는 스스로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만약 퀴렐 교수가 그의 ‘살인에 대한 미학’, 내지는 ‘살인충동’에 대해서 정확하게 추론하고 있었던 거라면….
해리의 지팡이는 퀴렐 교수의 책상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지팡이로 스스로를 보호할 만한 마법을 거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해리의 생각으로) 지팡이가 손에 쥐여 있다면 순간적인 충동으로 누군가의 안구에 쑤셔박아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주머니 또한, 보호되어있지만 언제 박살나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을 돌리는 기계’를 안에 내제한 채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퀴렐 교수에게 해리는 적어도 뭔가를 복싱 글러브로 변신시켜 그의 손에 끼우면 안되겠냐고 호소하고 애걸했다. 퀴렐 교수는 그를 향해 그의 심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겠다는 시선을 주더니, 이내 단칼에 거절했다.
결코 눈을 노리지 않을거야, 결코 눈을 노리지 않을거야, 결코 눈을 노리지 않을거야, 호그와트에서의 인생이 끝나는 것은 물론이고, 체포마저 당할 수도 있어, 해리는 스스로에게 반복하고는 되뇌이며, 만약 살인충동이 그의 의식을 사로잡더라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뇌리 깊숙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퀴렐 교수는 13명의 각 학년 슬리데린 학생들을 대동한 채 돌아왔다. 개중 한 명은 일전에 해리에게 파이로 얼굴을 얻어맞은 경험이 있는 학생도 있었다. 그 사건 당시에 같이 협박을 가하고 있던 다른 두 명 또한 같이 있었다. 유일하게 그들을 말리며, 결코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만류하던 학생은, 부제중이었다.
“반복하겠습니다,” 단호하거 엄한 목소리로, 퀴렐 교수가 말했다, “절대로 포터 군을 진심으로 쳐서는 안됩니다. 모든 ‘사고’는 고의적인 행동이라고 판단해, 그에 따른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 알겠습니까?”
슬리데린 상급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드러내고는 웃었다.
“그러면 ‘살아남은 아이’에게 쓴 맛을 보여주도록 하십시오,” 오직 일학년생들만이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퀴렐 교수가 말했다.
상호간의 합의가 존재했던 것인지, 억울하게 파이를 얻어맞았던 학생이 선두주자였다.
“포터 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여기 페레그린 데릭 군을 소개하도록 하지. 그는 너보다 월등하게 우수하며, 지금 그것을 증명할 참이다.”
데릭이 서서히 다가오자 해리의 두뇌가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도망쳐서는 안되었고, 대응 또한 해서는 안되었다─
데릭은 해리에게서부터 약 팔 한 뼘 정도의 거리에서 멈추었다.
아직 해리는 분노하기보다, 그저 공포에 질려있을 뿐이었다. 그 말인 즉슨, 그의 앞에는 그보다 족히 반 미터 가량 더 큰 청소년이 애가 탄다는 듯이 기대감이 어린 끔찍한 미소를 지으며 확연하게 두드러진 근육과 수염자국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를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해라,” 퀴렐 교수가 말했다. “네가 더 이상 있을 수 없을정도로 찌질하고 한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혹시 모를까, 네게 흥미를 잃어 그냥 가버릴 수도 있잖니.”
이 모든 광경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던 슬리데린 상급생들에게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제발,” 끊어지는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나를, 괴롭히지, 말아줘….”
“진정성이 들어가 있지 않아보이는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데릭의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 저 어설프기 그지없는 하등생물이 너무나도 거만해보이자…
…점차 냉혈해져가는 것을 느끼며, 해리의 감정이 가라앉아갔다….
“수준 낮은 녀석들만이 나를 괴롭히고는 하지,” 해리가 다시 시도했다.
퀴렐 교수가 고개를 저었다. “멀린께 맹세코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 말을 욕설처럼 말할 수 있는거냐? 그에 따라 데릭 군의 대답 또한 지극히 한정되어있을 거다.”
데릭이 전방으로 한 발자국 강하게 전진하며, 해리에게 부딪쳤다.
그 충격에 휘청거리며 뒷걸음질을 치던 해리는, 미처 스스로의 육체를 통제하기도 전에, 냉막한 얼굴을 띄우고 딱딱하게 등을 꼿꼿이 폈다.
“틀렸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틀렸어, 틀렸어, 틀렸어.”
“이봐 포터, 내게 부딪쳤잖아,” 데릭이 말했다. “어서 사과하라고.”
“죄송함다!”
“전혀 죄송하지 않은 것 같은 얼굴인데,” 데릭이 말했다.
격분한 해리가 두 눈을 크게 치켜떴다. 진심을 다한 사과였는데─
데릭이 그를 강하게 밀치자 그만 넘어지고만 해리의 손과 무릎이 매트에 닿았다.
파란색 계통의 색감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해리의 시야를 타고 일렁였다.
서서히 이 소위 ‘수업’에 대한 퀴렐 교수의 진정한 동기에 대한 의심마저 피어올랐다.
해리의 엉덩이에 발이 얹혀지고, 다음 순간 해리는 구석으로 강하게 밀려났다.
데릭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거 재밌는데,” 그가 말했다.
단 한 마디만 해도 이 수업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고, 이 수업에 관한 것을 교장님에게 보고를 하면 끝나는 일이다. 그것이 이 어둠의 마법사 교수의 직장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물론 맥고나걸 교수님이 격노하겠지만, 그래도….
(맥고나걸 교수님의 얼굴이 눈가를 스쳐지나갔다. 예상외로 그녀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격분한 모습이 아니라, 그저 슬퍼보였다─)
“그리고 그가 너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시인해라, 포터 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너는, 나보다, 뛰어나.”
해리가 매트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데릭이 그의 가슴을 발로 밟아 다시 지면에다가 꽂아넣었다.
세계가 수정처럼 투명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인과의 경계가 육안으로 또렷하게 보여갔다. 저 실실 쪼개고 있는 머저리는 결코 반격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을 테니, 고간을 강하게 걷어찬다면 충분히 내가 도망칠 수 있을 시간만큼 그를 마비 시키─
“다시 시도해라,” 퀴렐 교수의 음성이 드리는 순간 날렵한 동작으로 자리를 박차 일어선 해리는 몸을 돌려 그의 진정한 적인, 방어술 교수를 바라보았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네게는 인내심이 없다.”
해리의 정신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절대적인 비관주의를 자랑하는 그의 두뇌는, 해리가 혀를 뽑아내어 입에서 피를 내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자한 표정을 지은 노회한 마법사를 상상하고 있었다─
잠시 후, 다시 해리를 매트에 넘어뜨린 데릭은 그의 위에 털퍽 하고 앉아, 해리의 폐부에 잔류하던 공기를 강제로 모조리 퇴출시켰다.
“멈춰!” 해리가 비명을 질렀다. “제발 멈추라고!”
“조금 괜찮아졌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제는 진심마저 느껴지는 것 같은데.”
그의 감상은 정확했다. 그게 바로 끔찍하고, 지독할정도로 구역질 나는 일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외쳐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숨을 가빠르게 내쉬며 플뢰르는 공포와 냉기, 그리고 분노가 삽시간에 하수구에 물이 빨려들어가듯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패배를 시인해라,” 퀴렐 교수가 말했다.
“내가, 졌어,” 해리가 강제로 말했다.
“정말, 정말 마음에 드는걸,” 데릭이 그의 위에 올라탄 채 이를 드러냈다. “그럼 조금만 더 져보도록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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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개의 손이 해리를 밀치자, 슬리데린 상급생들이 그를 둘러싸며 구성한 둥근 원의 반대편으로 휘청휘청 밀쳐진 해리는 다시 반대편으로 밀쳐졌다. 울음을 참으려고 사력을 다하던 시기는 이미 지난지 오래였고, 이제는 그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다리에 안간힘을 주고 있는 상태였다.
“포터, 너는 뭐지?” 데릭이 물었다.
“나, 나는 패, 패배자야, 내가 졌어, 항복할게, 네가 이겼어, 네가 나보다 우, 우수해, 그러니까 제, 제발, 제발 그만 둬─”
누군가의 발에 걸리며 중심을 잃은 해리는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트를 손으로 짚으려고 했지만 이미 힘이 풀려있었다. 잠시 어지럼증을 느끼며 그대로 누워있던 해리는, 다시 몸을 추스리고는 상체를 일으키기 시작했─
“그만!” 공기를 벨 수 있을 정도로 날이 선 퀴렐 교수의 목소리가 말했다. “이만 포터 군에게서 물러서도록!”
해리는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의문과 놀라움을 올려다보았다. 지금껏 혈류를 타고 흘러내리던 냉기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차디차게 갸르릉거렸다.
그리고 해리는 매트 위로 푹 쓰러졌다.
퀴렐 교수가 입을 열었다. 슬리데린 상급생들이 헛바람을 들이키며 경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말포이 가문의 자제가 너희들 모두에게 설명해주고픈 것이 있다는군,” 퀴렐 교수가 끝맺었다.
드레이코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드레이코의 목소리는 마치 퀴렐 교수의 것처럼 날카로웠고, 때때로 그가 아버지의 음성을 흉내낼 때의 억양을 띠고 있었다. 아군이라고 자칭하는 무식하고, 눈치없고, 무자각한 깡패들이 몇 명이나 이 학교에 도사리고 있는지 셀 수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슬리데린 기숙사의 존망 자체를 위협할 수 있었다며 폭언을 망설임없이 퍼붓는 드레이코를 어째선지 해리의 무의식은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를 아군이라고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멍이 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몸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나머지 해리는 신음했다. 몸은 너무나도 차가워져 있었고, 정신은 이미 탈진한지 오래다. 그는 퍽스의 노래를 떠올리려고 노력해보았지만, 불사조가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 그는 그 선율을 기억해낼 수 없었고 억지로 상상을 할때마다 그저 새가 지저귀는 광경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윽고 드레이코의 입이 닫히고 퀴렐 교수가 슬리데린 상급생들을 해산시키려고 하는 순간, 눈을 뜬 해리는 상체를 일으키기 위해 몸에 힘을 주었다, “잠깐만 기다려요,” 억지로 말을 토해내며, 해리가 힘겹게 말했다, “저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
“포터 군의 말을 듣고 가거라,” 교실을 떠나고 있는 슬리데린들을 향해 퀴렐 교수가 냉담하게 명령했다.
해리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았다. 교실 학우들 쪽을 바라보지 않기 위해 그는 애써 시선을 피했다. 현재 그들이 과연 그를 어떠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그들의 얼굴에 서린 동정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해리는 아직도 충격에 겨워있는 듯한채 굳어있는 슬리데린 상급생들을 직시했다. 그들이 그를 마주보았다. 두려움이 그들의 얼굴에 서려있었다.
그가 아직 감정을 절제하고 있을 때 그의 암흑면은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며 줄곧 상상해왔기에 계속 ‘패하는 시늉’을 해왔던 것이다.
해리가 말했다, “그 어느 누구도─”
“멈춰라,” 퀴렐 교수가 말했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그 말을 하려고 하는게 맞다면, 적어도 저들이 떠나간 뒤에 하거라. 저들은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다. 우리 모두 배워야 할 ‘교훈’이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너희들은 어서 가보도록.”
그 말이 떨어지는 즉시 슬리데린 상급생들은 뒤도 안돌아보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고 문을 닫았다.
“그 어느 누구도 저들에게 복수심을 품지 말았으면 해,” 해리가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적어도 나를 친구로 여기고 있는 모두에게 하는 부탁이야. 나는 배워야 할 교훈이 있었고, 저들은 내 공부를 도와주었으며, 저들또한 중요한 교훈을 얻었을거야, 이미 끝났어. 만약 누군가에게 오늘 이 교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거론하려 한다면, 그 부분 또한 집어넣도록 해.”
해리는 몸을 돌려 퀴렐 교수를 바라보았다.
“너는 패배했다,” 퀴렐 교수가 처음으로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그 음성은 마치 교수님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될 것 같은 낯선 목소리였다.
해리는 패배했다. 차갑게 타오르던 분노가 완벽하게 연소되어버린 순간이 몇 번 존재했고, 이내 공포심으로 감정은 잠식되어, 그 몇 분의 찰나 동안 그는 슬리데린 상급생들에게 진심으로 자비와 용서를 구하며 굴복하고 말았다….
“하지만 너는 아직도 숨을 쉬며 살아있는가?” 아직도 그 기묘한 온화함이 담긴 목소리로, 퀴렐 교수가 말했다.
해리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패배가 이러리라는 법은 없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협상을 할 수도 있고 타협이라는 방책 또한 존재하지. 깡패들을 물리치는 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스스로에 대한 지배권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며 동시에 그들을 원하는대로 조종한다는 방법은 이미 하나의 기술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일단 ‘패배’는 항상 고려해봐야 하지. 오늘 네가 어떻게 패했는지 기억하는가?”
“네.”
“앞으로는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
“예…아마…그럴 것 같군요.”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퀴렐 교수가 몸을 직각으로 구부리며 그의 얼마 안되는 머리카락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예를 표했다. “축하한다 해리 포터. 너는 승리했다.”
누구 하나 시발점조차 없이 우레와도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무리 애를 써도 해리는 얼굴에 나타난 경악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가 감히 학우들에게 시선을 돌리자, 동정 대신 감탄과 경외심을 드러낸 그들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환호소리는 래번클로는 물론이고 그리핀도르와 후플푸프, 그리고 비록 드레이코 말포이가 박수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슬리데린에게서도 들려왔다. 몇 명의 학생들은 의자에서 기립해 있었으며 그리핀도르의 반절 이상은 아예 책상 위에 올라가있었다.
그래서 해리는 제자리에서 비틀거리며 그 존경과 경외가 가득한 박수소리를 마음껏 만끽했다. 가면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았고, 안도감과 정신적으로 치유마저 받은 것 같았다.
“놀랐나, 포터 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유쾌함이 실려있었다. “너는 방금 꼭 현실이 네 끔찍한 악몽대로 흘러가라는 법은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래, 만약 네가 잔뜩 괴롭힘을 받은 가련한 익명의 소년에 불과했다면, 너를 향한 저들의 존경심은 퇴색하고, 안전하게 자리에 앉은채 네게 동정심만을 보내겠지. 안타깝지만 이게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성이란다. 하지만 저들은 네가 이미 한명의 저명한 ‘인사’라는 것을 알고있지. 그리고 지금 저들은 지금껏 네가 항상 회피해왔던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맞서는 광경을 목격했다. 방금 내가 사범님의 학생 중 하나가 뱉은 침을 피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맞았다고 했을 때, 네 머리속에서 나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었나?”
목구멍에서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감각을 해리는 다급하게 억눌렀다. 이 신비롭고 기적과도 같은 존경심 앞에서 울어버릴 정도로 그는 그것을 신뢰하지 않았다.
“나의 수업에서 네가 보여준 특출한 성과에 따라, 해리 포터, 너는 특출한 보상을 받아 마땅하다. 부디 네게 향한 나와 나의 기숙사의 경의라고 받아들이고, 오늘을 기점으로 모든 슬리데린들이 같은 상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도록 해라. 슬리데린이 있는가 하면, 슬리데린이 있을 수도 있지.” 퀴렐 교수가 이 대사를 말하며 다소 환하게 미소지었다. “래번클로에게 51점 추가하겠다.”
충격에 휩싸인 학생들이 침묵했고 다음 순간 래번클로 학생들이 마구 환호를 질러대며 미치광이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해리는 그의 말을 듣고 영 기분이 석연찮았다. 맥고나걸 교수의 말은 옳았다, 행동에 따른 결과는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대가 또한 치뤄야한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을 저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상복귀 시키는 건─)
하지만 래번클로 학생들의 얼굴에 띤 희열은 해리가 도저히 제안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의 뇌가 한가지 제안을 해왔다. 정말 기가막힌 제안이었다. 아직까지 그의 두뇌가 정상적으로 육체를 조종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훌륭한 제안까지 해오고 있다는 것이 해리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퀴렐 교수님,” 타들어가는 목의 한도까지 성대를 밀어붙이며 해리가 최대한 또렷하게 말했다. “교수님은 교수님의 기숙사가 요구하는 요소의 집대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이 기숙사를 설립한 이유는 교수님과도 같은 사람이 호그와트에 필요했기 때문이겠죠. 교수님과, 교수님의 기숙사에 감사를 표합니다,” 드레이코가 아주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유려하게 허공을 휘저었다, 계속하라고, “그러하니 저는 슬리데린을 위해 만세 삼창을 부르짖지 않고서는 도저히 배기지 못하겠습니다. 모두들 함께 하는게 어때?” 해리가 멈추었다. “만세!” 첫번째는 오로지 몇 명만이 합류할 수 있을정도로 갑작스러웠다. “만세!” 이번에는 래번클로의 대다수가 합류했다. “만세!” 래번클로의 전원과, 후플푸프 몇 명 그리고 1/4 가량의 그리핀도르가 마지막으로 만세를 외쳤다.
드레이코가 손을 움직이며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해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대다수의 슬리데린 학생들의 얼굴에는 순수한 충격과 불신, 그리고 경악만이 떠올라있었다. 몇 명은 퀴렐 교수를 선망의 눈빛으로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블레이즈 자비니가 해리를 지극히 계산적이고, 흥미로운 듯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퀴렐 교수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 해리 포터,” 여전히 환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채, 그가 말했다. 퀴렐 교수가 교실의 학생들에게 몸을 돌렸다. “자, 그러면 믿기지 않겠지만, 여러분에게는 아직 30분의 수업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이 정도면 기초적인 방어 마법을 충분히 가르칠 수 있겠군요. 물론, 포터 군은 잠시 이 자리를 피해 마땅히 획득한 휴식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저는 아직─”
“바보 같으니라고,” 퀴렐 교수가 정답게 일침을 가했다. 교실에 전원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밀린 수업은 나중에 네 학우들이 도와줄것이다, 정 필수불가결하다면 내가 직접 개인지도를 해주겠다. 하지만 지금 너는 일단, 이 무대의 뒤에서 왼켠에 위치한 문을 열고 3층으로 가도록 해라, 그곳에서 내가 직접 선별한 과자들과, 호그와트의 도서관에서 빌려온 간단한 독서거리가 놓여진 침대를 발견할 수 있을거다. 너는 그 외에 아무것도 가져가서는 안된다, 특히 네 교과서들은 반드시 이 교실에 남겨두거라. 그럼 어서 가보도록.”
명령에 따라 해리는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