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의 정리 1화
작가의 말: 롤링에 의해 부서질 수 있는건 부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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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용이지만 푹신한 침대에 누운채, 해리는 작은 방의 회색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퀴렐 교수가 준비해둔 과자들의 상당수를 먹어치운 상태였다─초콜릿과 타 당분이 첨가된채, 큼지막하게 반짝이는 설탕으로 장식된 과자는 보기만해도 상당히 고가같아 보였고, 의외로 괜찮은 맛이었다. 물론 대량의 과자를 섭취한 것에 죄책감 따위 요만큼도 없었다─그에게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으니까.
그는 딱히 숙면을 취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해리는 눈을 감게 될 경우 후회할 만한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독서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집중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아무리 피곤하고 탈진해버려도 결코 쉬지 않고 돌고 또 도는 스스로의 뇌가 해리는 왠지 모르게 웃겼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차 아둔해지고 멍청해져갔지만 도무지 정지할 줄을 몰랐다.
허나 그래도, 승리감이라는 쾌감 또한 존재했다.
‘어둠의 마왕 해리 대항 계획’에 겨우 1점을 추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만약 분류 모자를 다시 쓸 기회가 온다면 과연 그가 지금의 그에게 무어라고 할지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졌다.
퀴렐 교수가 해리를 향해 어둠의 마왕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매도한 것도 이제서야 다 이해가 갔다. 깨닫는 것이 너무나도 늦었다, 어째서 그 간단하기 그지없는 진실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을까─
어둠의 마왕은 결코 그 날 승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숙지하십시오. 그는 무술을 배우고자 그 도장을 찾았지만, 결국 단 한번의 가르침도 받지 못한채 그 산을 떠야 했습니다.
해리는 마법의 약에 대해서 배우고자 마법의 약 교실에 들어섰다. 그는 결국 단 한번의 가르침도 받지 못한채 교실을 떠났다.
그리고 그에 대해 들은 퀴렐 교수는, 소름끼치는 정밀성으로 그에 대한 의미를 깨달았고, 해리에게 손을 뻗어 그를 그가 걷던 길에서 강제로 탈선시켰다. ‘그 사람’의 복제품이라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그 길에서 말이다.
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수업 끝났다,” 퀴렐 교수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문에 다가선 해리는 어째선지 긴장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퀴렐 교수가 문에서 점차 멀어지는 듯한 발소리가 들리자 서서히 긴장이 가시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그건 뭐였지? 교수님을 언젠가 해고시켜버릴 요인이 바로 이것일까?
문을 연 해리는, 몇 미터 정도 문에서 멀찍히 떨어진 채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퀴렐 교수를 발견했다.
퀴렐 교수님 또한 이 묘한 기분을 느끼는 건가?
그들은 이제 인적이 존재하지 않는 무대 위에 자리한 퀴렐 교수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퀴렐 교수가 그것에 기대자, 해리는 자연스럽게 단상 옆에 우뚝 하고 섰다.
“그래서,”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의 표정은 변함없이 진중하고 엄하기 그지없었지만, 어째선지 모르게 친근감 어리게 보였다. “내게 말해주고 싶다는 게 뭐였지, 포터 군?”
저는 남들이 모르는 어둠의 이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리가 다짜고짜 그렇게 말해보아야 미친놈 보는 듯한 괴이쩍은 시선만을 돌려받을 뿐이다.
“퀴렐 교수님,” 해리가 말했다, “저는 이제 어둠의 마왕길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건가요?”
퀴렐 교수가 해리를 바라보았다. “포터 군,”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그가 결연하게 말했다, “충고 하나 해주도록 하지. 세간에는 지나칠정도로 완벽한 성과라는 것이 존재한다. 실제로 15분동안 굴욕과 구타를 당한 이들은 결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어나 피의자들을 너그럽게 용서하지는 않지. 너는 결국 의도적으로 네가 마왕으로 변모하고 있지 않는다고 대중들을 설득시키려고 했던─”
“이건 말도 안돼요! 아무리 교수님의 뛰어난 통찰력이라도 모든 관찰과 결론이 추측성 발언의 진실성에 더욱 힘을 더해주고 있다는 건 말도 안된다구요!”
“지나친 항변과, 지나칠정도로 분개해 있군.”
“도대체 교수님을 납득시키려면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물구나무 서서 물이라도 마셔볼까요?”
“네 내면 속 깊은 곳에 어둠의 마왕이 되려는 야망이 없다고 나를 납득시킨다?” 퀴렐 교수가 실로 유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뭐, 그저 오른손을 올려주면 될 것 같군.”
“네?” 해리가 멍하니 말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당장에라도 오른손을─” 순간 멍청해진 기분이 든 해리가 말을 멎었다.
“바로 그렇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내가 요구하든 말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대로 할 수 있지. 네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나를 납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더더욱 자세하게 파고들어보지, 아무리 단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더라도 나는 마음속에 한톨 만큼의 악의조차 없는 성자가 분명 이 지구상에 몇 명은 존재할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들조차도 15분 동안 집단구타를 당한 뒤 일어서자 갑작스럽게 피의자들을 향해 무한한 애정과 자애심이 피어오르는 스스로를 자각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보아도 극히 희박하다. 그 반면 어린 아이가 이 모든 것을 교수님과 학우들에게 그는 결코 제 2의 어둠의 마왕으로 거듭나지 않을것이라고 호소하는 일종의 ‘역할 수행’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더더욱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지. 행동의 중요성은 그 행동의 표면적인 면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확률적으로 일어날 확률이 높은지 아닌지에 따라 판단된다, 포터 군.”
해리가 눈을 꿈벅거렸다. 그는 방금 ‘마법사’에게 대표성 발견법과 증거에 관한 베이스의 정의의 이분법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이다.
“뭐 하지만,” 퀴렐 교수가 말했다, “누구에게나 친구들을 감탄시키고픈 욕망은 있지. 물론 결코 ‘어둡거나’ 그래서는 안되지만. 그래서 포터 군, 솔직하게 말하거라. 그 때, 네 스스로 그들에 대한 그 어떤 복수도 품어서는 안된다고 선언했을 때, 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지? 순수한 감정에서 나온 진실된 용서였나? 아니면 그저 네 학우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나?”
가끔씩 우리들 또한 불사조의 노래를 부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리는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퀴렐 교수가 그를 믿지 않을거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을 고했다는 것에 더욱 더 신뢰를 잃어버리고 말것이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퀴렐 교수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입가를 말아올렸다. “믿거나 말거나, 포터 군,” 교수가 말했다, “기껏해야 네 비밀을 알아차렸다고 해서 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어둠의 마왕을 향한 네 야망의 불꽃을 꺼트릴 생각도 없고, 그것을 만류하지도 않을거다. 만약 내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이 있고 과거의 앳된 나에게서 그 ‘야망’을 없애버렸어도, 현재 이 시간대의 나는 그 변화에 결코 이득을 보지는 않을 거다. 그 야망을 가지고 쫓아야 할 목표가 있었기에, 공부의 원동력이 되었고 몸을 가다듬으며 더욱 강해졌으니까. 우리들이 가고자 하는 길과 갈망하는 꿈을 향해 나아가야 비로소 우리는 자아를 찾을 수 있으며 옳바른 길을 걸어갈 수가 있다. 그것이 바로 살라자르의 통찰이다. 만일 내가 도서관에서 13살이었을적에 읽은 그 책이 있는 구역이 알고싶다면, 기꺼이 알려주도록 하지.”
“이런 미친,” 그렇게 말한 해리는, 두터운 대리석을 이루어진 바닥에 털퍽 주저앉아, 이내 힘없이 누워버리고는, 천장을 멍하니 주시했다. 고통을 느끼지 않고 비탄에 빠진 채 허망히 주저앉는 장면을 그 나름대로 표현한 것이었다.
“또 감정과잉이군,” 퀴렐 교수가 관측했다. 얼굴을 보진 않았지만 해리는 분명 그의 목소리에서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막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받았다.
그리고 해리는 깨달았다.
“아, 전 교수님이 여기서 무엇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고 계시는지 알 것 같군요,” 해리가 말했다. “사실 전 그것 때문에 찾아온 거니까요. 아마 퀴렐 교수님이 본 건 제 정체불명의 ‘암흑면’일 것입니다.”
정적이 일었다.
“네…암흑…면이라….”
해리가 상체를 일으켰다. 퀴렐 교수는 여태껏 그의 얼굴에 단 한번도 떠오르지 않았던 기이하고 기가막힌 표정을 지은채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로 제가 분노를 일으킬 때 출몰하죠,” 해리가 설명했다. “피가 점차 차가워져요, 아니 사실 모든 게 다 차갑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너무나도 또렷하게 보여요…돌이켜보면 그것의 존재를 깨달은지 상당히 오래되었군요─머글 학교에서 보낸 첫 해, 휴식시간에 누군가가 제 공을 가져가려고 했고 저는 공을 제 등으로 돌린채 언젠가 인체의 급소 중 하나라고 읽었던 명치를 발로 후려갈겼어요, 그 이후에는 아무도 저를 감히 건드리지 않았죠. 그리고 교실에 대한 제 지배력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수학 선생님을 좀 깨물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게 그저 교내 심리학자가 말한 ‘절제력의 부족’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암흑면’이라는 것을 깨달을정도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느낀건 최근이에요. 아 참고로 제가 그 암흑면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신비한 미지의 힘을 발휘하는 건 아니에요, 가장 먼저 확인해본 게 그거였으니까.”
퀴렐 교수가 코를 문질렀다.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구나,” 그가 말했다.
자그마치 일 분동안 해리는 침묵속에 기다렸다. 그 시간을 이용해 그는 일어서보려고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더욱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
“뭐,” 장고 끝에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나를 납득시킬 수는 있겠구나.”
“저는 이미 그 암흑면 또한 제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고 해결법은 곧 분노를 표출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조절하며 받아들이는 거라고 추측을 내렸습니다, 스스로의 감정에 휘둘릴만한 바보도 아닐뿐더러 이런 내용을 다루는 가상매체들을 수도없이 접해보았기 때문에 대충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어림짐작할 수 있지만, 빌어먹을 정도로 어렵기 그지없고 교수님 만큼 저를 마땅히 도와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죠.”
“뭐…그래…굉장히 명민한 관찰력이다, 포터 군. 그렇지…내 생각에 그 면은 네가 짐작했듯이, 네 ‘살인충동’이라고 생각되는구나, 그리고 네 말대로 그것 또한 네 일부분이지….”
“그리고 반드시 훈련을 필요로 하죠,” 해리가 말을 끝맺었다.
“그리고 반드시 훈련을 필요로 하지, 그래.” 여전히 퀴렐 교수의 얼굴에는 기괴망측한 표정이 서려있었다. “포터 군, 정녕 네가 제 2의 어둠의 마왕이 되고프지 않다면, 분류 모자가 너를 그토록 설득시키며 애타게 버리라고 한 그 ‘야망’은 도대체 무엇이냐? 그러니까 너를 슬리데린에 배정시킨 그 ‘야망’ 말이다.”
“저는 래번클로에 배정받았다구요!”
“포터 군,” 평소의 메마른 미소를 되찾은 퀴렐 교수가 말했다, “너는 주변인물들이 모두 멍청한 머저리인 것이 지극히도 익숙하고 그것에 맞추어져있겠지만, 나 또한 그들과 동류일것이라고 착각하지 말거라. 분류 모자가 800년 만에 처음 던진 농담이 네 머리 위에 얹혔기 때문이라는 확률은 너무나도 작은 나머지 거론할 가치조차 없고 무의미하다. 네가 손가락을 튕겨서 모자에 걸려있는 방어 마법을 꿰뚫을 기발하기 그지없는 방법을 그 자리에서 창조해냈을 일말의 가능성은 있지만, 나조차도 솔직히 말해 그 방법이 뭔지는 모르겠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설은 바로 살아남은 아이에 대한 모자의 선택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 덤블도어겠구나. 허나 이건 일말의 지성이나 상식이라도 보유하고 있는 이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니, 네 비밀은 적어도 호그와트에서는 안전할거다.”
해리가 입을 벌렸지만, 압도적인 무력감에 이내 다시 닫았다. 퀴렐 교수의 말은 틀렸지만, 너무나도 설득력이 있게 들린 나머지 해리마저 퀴렐 교수에게 주어진 한정된 정보로는 그것이 최대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도출해낸 결과일것이다라고 생각해버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가끔, 결코 주기적은 아니지만 정말 가끔, 있을 수 없는 증거가 도출되었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추측은 반드시 오답이었다. 확률적으로 계산해보아도 천 번에 한 번 꼴로 틀리다는 결과가 나오건만, 가끔씩 뭔 짓을 해도 틀릴 때가 있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감히 발설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릴 수 있겠습니까?” 해리가 물었다.
“물론이지,”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미 대답을 받았다고 가정해두거라.”
그러나 해리는 머저리가 아니었다. “교수님의 대답이 ‘그렇다’라고 보아도 괜찮은건가요?”
“훌륭하구나, 포터 군.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퀴렐 교수님─”
“지금부터 네가 하는 말들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감히 발설하지 않겠다,” 미소 지으며 퀴렐 교수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