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의 정리 3화
작가의 말: 롤링에 의해 부서질 수 있는건 부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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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교수님께서 허락하시는 ‘과학’은 무엇이죠?” 해리가 물었다. “가령 의학이라거나?”
“우주 여행이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머글은 이 행성이 박살나기 전 마법세계 인물들을 모두 이주시킬 수 있을만한 유일한 프로젝트에서 그다지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는 것 같더군.”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우주 탐사에 극심한 관심을 가진 팬입니다. 적어도 그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군요.”
퀴렐 교수가 해리를 바라보았다. 교수의 눈동자에 무언가가 일렁였다. “지금부터 이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언급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맹세, 그리고 선서를 해주었으면 한다.”
“물론이죠,” 그 즉시 해리가 말했다.
“네가 맹세를 지키지 않는 한 너는 그 결과물을 그닥 반기지 않을 거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나는 이제부터 상당히 희귀하고 강력하기 그지없는 마법을 걸 참이다, 네게 아닌, 우리가 있는 이 교실에 말이지. 이 마법이 발현되고 그 경계를 감히 건드리지 않기 위해, 모든 동작을 정지한 채 가만히 서 있거라. 내가 주문을 유지시킬 동안 결코 네 접촉이 있어서는 안된다. 눈으로 보기만 하거라. 그렇지 않을 경우 나는 마법을 그 자리에서 취소시킬 것이다.” 퀴렐 교수가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도록.”
고개를 끄덕인 해리는,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기대감 속에서 그를 기다렸다.
지팡이를 들고 퀴렐 교수가 무언가를 중얼거렸지만, 그 언어는 상식의 개념을 벗어나있어 해리로써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해리를 둘러싼 자그마한 면적의 대리석은 변하지 않은채 그대로 있었다. 그 외의 대리석 바닥은 일순간 사라졌고, 벽과 천장또한 마찬가지였다.
찬란하게 빛나는 미동의 무한한 은하수 속에 떠있는 자그마한 원형의 대리석 바닥에는 해리가 멍하니 서있었다. 그곳에는 해리가 알아볼 수 있는 지구도, 달도, 태양도 존재하지 않았다. 퀴렐 교수는 조금 전 그 자리에서, 별무리 사이에 말없이 서있었다. 해리의 눈이 어둠에 적응해가면 할수록 밀키 웨이가 확연하고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해리의 심장이 아득하게 욱씬거렸다.
“여기는…우주…인건가요?”
“아니,”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소 울적했지만, 확고했다. “하지만 이 광경만은 진실된 것이다.”
해리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가 다급하게 습기를 손으로 문질렀다, 겨우 습기 따위의 방해로 이 진귀한 경험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더 이상 별은 지구의 어둑한 밤하늘에 떠있는 것처럼 자그마한 보석같지가 않았다. 이곳에는 하늘도 없었고, 그가 평생을 서있었던 지상 또한 없었다. 암흑 그 자체의 공간에 수억개의 빛이 박혀있었고, 무한하면서도 공허의 세계에 저 너머에 있는 미지를 찬란하게 야기하는 무수한 빛의 무리만이 존재했다.
우주에서 바라본 별은 정말이지 미치도록, 미치도록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다.
해리는 연신 눈을 닦고 또 닦았다.
“간혹,”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희미한 목소리로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 오류로 가득찬 세계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증오스럽게만 느껴질 때 나는 혹 저 미지의 세계 어딘가에, 원래 내가 존재했어야 할 장소가 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본다. 허나 과연 그 장소가 어떠할지 나로써는 짐작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조차 없다면 어떻게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지? 하지만 그래도 이 세계는 너무나도, 지극히도 광대하기에, 어디에선가 존재할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별들은 하나같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까마득하게 멀지. 설령 방향과 길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곳에 도착하려면 영겁의 세월이 걸릴거다. 그리고 만약 내가 아주 기나긴 시간동안 잠이 든다면, 과연 무슨 꿈을 꿀지 가끔씩 생각….”
마치 중죄를 저지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해리는 각고의 노력 끝에 입을 열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제발 여기에서 조금만 더 있게 해주세요.”
은하수 속에서 지탱없이 서 있던 퀴렐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스스로의 다리가 지탱하고 있던 자그마한 원형의 대리석 바닥과 자아 그 자체를 상실한채, 움직이면서도, 정지한 것 같은 의식 속에 너무나도 쉽게 녹아들어버렸다. 거리라는 개념 자체를 상실한 공간에서 그것을 분별하기란 불가능했다.
점차, 시간을 인지할 수 없게 되어갔다.
그리고 순간 은하수가 백일몽처럼 너무나도 허무하게 사라지고, 본래의 교실이 드러났다.
“미안하지만,” 퀴렐 교수가 말했다, “누군가가 찾아온 것 같구나.”
“괜찮아요,” 해리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충분한 경험이었으니까요.” 그는 결코 이 날을 머리속에서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일전에 일어난 무의미한 사건들 때문은 아니었다. 설령 그 마법을 배운다면 죽어버린다고 하더라도 그는 기필코 터득하고 말리라.
그때, 교실의 두터운 떡갈나무 문이 굉음과 함께 박살난채로 대리석 위에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잔해를 흩뿌렸다.
“퀴리너스! 네 이노옴!!”
마치 천둥처럼 교실에 등장한 강대하기 그지없는 노마법사는, 일전에 해리에게 지어보였던 굳은 얼굴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흉악하게 격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해리의 머릿속은 눈 앞에 있는 생에 가장 두려운 광경에서부터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싶어하는 갈망이, 그 충격을 견딜 수 있을 만한 뇌의 한켠으로 쏟아짐으로 인해 뒤죽박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해리는 그들의 ‘우주’가 방해받았다는 것에 눈곱만큼도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알버스 퍼시벌─” 냉엄한 목소리로 해리가 입을 열었다.
쾅. 퀴렐 교수의 주먹이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포터!” 퀴렐 교수가 고함을 질렀다. “이 분은 호그와트의 교장님이시며 너는 일개 학생에 불과하다! 그에 따른 마땅한 예의를 갖춰야 할것이다!”
해리가 퀴렐 교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눈초리로 해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누구도 미소를 짓지 않았다.
덤블도어의 기나긴 여정은 해리가 연단 앞에 서 있는 지점에 다다라서야 멈추었고, 퀴렐은 어느새 그의 책상 옆에 서있었다. 교장 선생님이 그 둘을 경악어린 눈을 하며 멍하니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해리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어조로 말했다. “교장 선생님, 저를 보호해주시려는 의도는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퀴렐 교수님의 행동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어요.”
아주 천천히, 덤블도어의 얼굴에 서린 표정이 마치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여버릴 수 있을 듯한 악랄한 시선에서 조금 화가 난 정도까지 누그러졌다. “이 자가 슬리데린 상급생들을 이용해 너를 학대했다는 다른 학생들의 증언들이 있더구나! 심지어 너는 방어적인 태도조차 취하는 것을 금했다고 말이다!”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님은 제 부족함을 날카롭게 지적해주셨으며 그것을 타파하는 방법 또한 명쾌하게 알려주셨습니다.”
“해리,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그에게 ‘패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퀴렐 교수가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삶에 두고두고 요긴하게 쓰이는 기술이지요.”
덤블도어가 여전히 이해를 못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어느정도 가라앉았다. “해리….” 그가 천천히 말했다. “만약 네가 항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님이 협박을 가하고 있는 거라면─”
이런 미치광이가, 허구한 날 오늘 예의 그 사건 이후에도 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
“교장 선생님,” 겸연쩍은 듯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며 해리가 말했다, “제게 부족한 점은 결코 ‘폭력적인 교수님에 대해 함구하는 점’이 아닙니다.”
퀴렐 교수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완벽한 대답은 아니지만, 포터, 첫날 치고는 우수했다. 교장님, 혹 래번클로 기숙사에 가산한 51점에 대해 들을 때까지 남아계셨습니까, 아니면 첫부분만을 듣고 지레짐작하며 그 즉시 문을 박차고 뛰쳐나가셨는지?”
찰나의 시간 동안 당황의 빛이 덤블도어의 표정에 서리고, 이내 충격으로 바뀌었다. “래번클로에게 51점이라니?”
퀴렐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결코 그것을 예상하고 있지 않았지만, 마땅한 보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포터가 스스로가 잃어버린 점수들을 메꾸기 위해 어떠한 과정을 헤쳐나갔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녀 또한 마땅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거라고 말을 올려주십시오. 그리고 교장님, 포터 군은 제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사건 중 어느 부분이 그녀의 의도인지는, 최후 타협이 교장님의 권유인 것처럼 지극히도 뻔한 것입니다. 허나 도대체 어떻게 포터가 교수님과 스네이프 둘 모두에게서 우위를 점했으며, 그 직후 맥고나걸 교수님이 그의 우위를 점하게 되었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모르겠지만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해리는 표정을 관리해냈다. 진정한 슬리데린에게 이 정도의 통찰력은 일도 아니란 말인가?
해리를 면밀히 살펴보며, 덤블도어가 서서히 그에게 다가갔다. “옷 매무세가 조금 흐트러진 것 같구나, 해리,” 노마법사가 말했다. 그가 해리의 안색을 신중하게 살폈다.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었니?”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혼란에 휩싸인 해리가 물었다. 어째서 덤블도어가 작금에 튀긴 양고기와 얇게 저민 브로콜리에 대해서 물어본다는 말─
그리고 노마법사가 안심했다는 듯이 표정을 풀었다. “아니. 괜찮아 보이는 것 같구나.”
퀴렐 교수가 고의적으로 크게 헛기침을 했다. 퀴렐 교수를 바라본 해리는, 그가 덤블도어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커흠!” 다시 한번 퀴렐 교수가 헛기침을 토해냈다.
덤블도어와 퀴렐 교수가 서로의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무언으로 눈빛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교장님이 말하시지 않겠다면,” 마침내 퀴렐 교수가 말했다, “제가 말할 것이고, 교장님은 저를 해고시켜야 할겁니다.”
한숨을 쉰 덤블도어가 해리에게로 돌아섰다. “네 정신을 멋대로 침해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포터 군,” 교장이 의례적인 어조로 말했다. “나는 그저 혹 퀴렐 교수 또한 비슷한 행동을 했는지 판별하려고 했을 뿐이란다.”
뭐?
혼란스러움과 당황은 해리가 무엇이 일어났는지 깨달은 직후 말끔하게 가셨다.
“당신─!”
“예의를 지켜라, 포터,” 퀴렐 교수가 말했다. 허나 덤블도어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 또한, 엄하기 그지없었다.
“간혹 기본적인 ‘상식’이 레질리먼시로 오인되고는 하지,” 교장이 말했다. “하지만 다른 수준급의 레질리먼스(레질리먼시 구사자)가 쉽게 파악해낼 수 있는 자취를 남겨놓는단다. 난 단지 그것을 살펴보려고 했을 뿐이란다, 포터, 그렇기에 나는 네 정신을 읽는 동안 네가 혹 타인에게서 숨기고픈 생각을 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아주 사소하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거지.”
“먼저 양해를 구하셨으면 됐잖아요!”
퀴렐 교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포터, 교장님의 우려에는 정당성이 있으며, 만약 교장님이 네게 허락을 구했다면 너는 바로 그 ‘교장님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생각들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말았을 것이다.” 퀴렐 교수의 목소리에 한층 더 날이 서렸다. “허나 제가 정말 우려하는 것은, 어째서 그 후에 포터에게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냐는 점입니다, 교장님!”
“자네의 발언 덕분에 훗날 해리의 정신에 대한 온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배는 더 어렵게 되어버렸군,”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가 특별히 퀴렐 교수를 냉기가 흐르는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혹시 그게 자네가 의도한 바였는지?”
퀴렐 교수의 표정은 확고했다. “이 학교에는 레질리먼스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포터가 정식적인 오클러먼시 수업을 받는 것을 요망합니다. 제가 그를 가르치는 것을 허락하시겠습니까?”
“결단코 못 한다,” 덤블도어가 즉각 말했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제가 포터를 자원 봉사적인 의미로 가르치는 것을 제한하셨으니, 교장님은 포터를 위해 정식적인 자격증을 딴 오클러먼시 강사를 초빙하셔야 할겁니다.”
“그러한 인력을 고용하는 데에 드는 비용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놀랍다는 듯이 퀴렐 교수를 바라보며, 덤블도어가 말했다. “허나 내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퀴렐 교수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포터는 그의 계좌를 담당하는 그린고트의 경리 부장에게 조언을 구해 중립적인 입장의 강사를 찾을 겁니다. 실례하오나 덤블도어 교장님, 오늘 오전의 일건으로 인해 저는 교장님이나 교장님의 친우들이 포터의 마음을 멋대로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을 전면적으로 반대합니다. 또한 그 강사에게는 ‘깨뜨릴 수 없는 맹세’로 그 어느것도 발설하는 것을 금하는 것은 물론, 각각의 강의 직후 그 몇 시간의 기억을 삭제당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받아둘 것을 요구해야겠습니다.”
덤블도어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건 자네가 알듯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어째서 자네가 그러한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호기심을 금할 수가 없군.”
“금전이 문제라면,” 해리가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제가 막대한 양의 재산을 짧은 시일 내에 쌓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
“고맙구나 퀴리너스, 네 지혜는 충분히 입증되었고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을 사과해야겠구나. 해리에 대한 네 우려와 걱정 또한 말이지.”
“천만의 말씀입니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러면 이제 그와 개인적인 면담을 하는 것을 허락하시겠습니까?” 퀴렐 교수의 표정은 단호하기 그지없었으며, 일체의 흔들림도 없었다.
덤블도어가 해리를 바라보았다.
“제 부탁이기도 합니다,” 해리가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됐는가….” 노마법사가 천천히 중얼거렸다. 그의 표정에 기묘한 빛이 스쳐지나갔다. “해리…정녕 네가 이 자를 스승이자 친구, 그리고 인생의 첫 조언자로 받아들이겠다면, 언젠가 반드시 그를 잃게 될 것이야,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영영 그를 되찾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단다.”
해리는 그러한 생각은 해본적도 없었다. 하지만 방어술 직에는 저주가 있었다…공교롭게도 벌써 몇십년 동안이나 깨지지 않았던 불변의 저주가….
“그럴지도 모르죠,” 퀴렐 교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멀쩡한 이상 그를 아낌없이 지원할겁니다.”
덤블도어가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경제적이기는 하겠구나, 방어술 교직을 맡은 이상 자네는 어떤 식으로든지 파멸을 맞을 운명을 갖게 되었으니까.”
덤블도어의 발언이 과연 어떠한 의미인지 깨달으며 해리는 표정을 필사적으로 관리했다.
“포터 군이 오클러먼시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을 허가한다고 핀스 부인에게 일러두도록 하지,” 덤블도어가 말했다.
“입문을 위해 네 스스로가 해야 하는 훈련이 존재한다,” 퀴렐 교수가 해리에게 말했다. “가급적이면 서두르는 것을 추천하지.”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제 더 이상 둘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마,” 덤블도어가 말했다. 해리와 퀴렐 교수에게 한차례 고개를 끄덕인 그는, 조금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떠났다.
“다시 한번 그 마법을 걸어주실 수 있나요?” 덤블도어가 사라지자마자 해리가 물었다.
“오늘은 더 이상 안된다,” 퀴렐 교수가 나지막히 말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내일 또한 불가하지. 그 마법을 발현시키는 것은 상당의 기력을 소모시킨다. 허나 그 이후 지속하는 것은 가뿐하기에 나는 가급적이면 최대한 오래 그 마법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지. 오늘은 그저 충동적인 행동으로 발현시킨 것이다. 만약, 우리들에게 불청객이 찾아올 것이라고 미연에 알았더라면─”
이제 덤블도어는 해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인물로 격하되어버리고 말았다.
둘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설사 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였더라도,” 해리가 말했다, “교수님에게 향하는 감사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거에요.”
퀴렐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파이오니어 계획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해리가 물었다. “각각의 행성들로 날아가 사진 등을 찍는 탐사선 발사 계획의 통칭이에요. 개중 두 대의 탐사선은 태양계에서 벗어나 성간 공간으로 향하는 궤도를 타게 되어있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 탐사선들에 남성, 여성, 그리고 이 넓디넓은 은하계에서 태양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나타내는 작은 금판 명함을 실었죠.”
잠시 말이 없던 퀴렐 교수가, 미소를 지었다. “포터, 내가 ‘마왕으로써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될 37가지의 실수들’ 목록을 작성하고 나서 내 뇌리를 스쳐지나간 생각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겠나? 잠시 나의 입장이 되어, 한번 추측해보거라.”
해리는 ‘마왕으로써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될 37가지의 실수들’ 목록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는 스스로를 상상했다.
“‘정말 이 목록의 모든 항목을 준수해야 한다면, 애초에 어둠의 마왕이 될 이유부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셨겠죠,” 해리가 말했다.
“정확하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는 입꼬리를 말아올린채 씨익 웃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제 2번 항목을 위반하고 ─ 그저 ‘자랑하지 말아라’였지 ─ 내가 저지른 짓을 네게 공개하도록 하마. 네가 알아도 해가 될 것은 없어보이니까. 설령 내가 함구해도 우리들이 서로를 잘 알게될 정도로 시간이 흐른다면 네가 자력으로 어떻게든 알아내고말 것이 분명하니 차라리 지금 말해두련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지금 내 말 중 그 어느 것도 타인에게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거라.”
“맹세 그까잇꺼 물론 합죠!” 왠지 대단한 일화가 튀어나올것만 같아 흥분한 기색으로 해리가 즉각 외쳤다.
“나는 우주 탐사에 대한 진전을 전문으로 하는 머글들의 기관지를 정식으로 구독하고 있다. ‘파이오니어 10호’에 대해서는 발사 소식이 공개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지. 허나 파이오니어 11호 또한 이 태양계를 영원히 벗어날 계획이라는 것을 듣게 되자,” 퀴렐 교수가 지금껏 해리가 본 것중 가장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믿지 못하겠지만 나는 ‘나사(NASA)’에 침입해, 그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금판에다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마법을 걸어 통상적인 상황보다 더욱 더 오래 유지될 수 있게 해놓았단다.”
…
…
…
“그래,” 어째선지 50피트 정도 키가 더 커보이는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런 반응이 나올거라고 예상했다.”
…
…
…
“포터?”
“…뭐라 표현할지 도무지 모르겠군요.”
“‘당신이 이겼습니다’ 정도면 될 것 같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당신이 이겼습니다,” 그 즉시 해리가 말했다.
“이것 봐라,” 퀴렐 교수가 말했다. “만약 지금 네가 그 말을 토해내지 못했더라면 과연 어떠한 곤경에 처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있겠나?”
둘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해리가 발상을 한층 더 진화시켰다. “그럼 그 금판에는 그 외 아무런 정보도 추가하시지 않은 건가요?”
“정보를 추가시킨다고?” 마치 그러한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으며 흥미가 동한다는 듯한 어조로 퀴렐 교수가 말했다.
해리가 그 발상에 대해 고작해야 일 분만에 떠올렸다는 것을 감안해볼 때, 그 반응은 오히려 더욱 수상스럽게만 그껴졌다.
“가령 스타워즈 처럼 홀로그램을 넣었다던가?” 해리가 말했다. “아니면…흠. 인간의 두뇌용량 만큼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초상화라던가…탐사선에 질량을 추가하실 수는 없었겠지만, 탐사선의 한 부분을 교수님의 초상화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잖아요? 아니면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지원자들을 선별해, 그들을 나사(NASA)로 잠입시키고, 그들의 영혼을 금판에 새겨─”
“포터,” 별안간 날카롭게 벼려진 목소리로, 퀴렐 교수가 말했다. “사람의 목숨을 필요로 하는 주문은 시간과 상황을 막론하고 마법부에게 무조건적으로 ‘어둠의 마법’으로 구분된다. 결코 학생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
퀴렐 교수의 화법이 정말 놀라운 점은 얼마나 그의 독설이 타당하게 들리는 지다. 그 건에 대해서 일체의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지 않으며 학생들이 그 화제에 연루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가 지녀야 할 어조를 완벽하게 구사한 것이다. 해리가 타인에게서부터 정신을 온전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될때까지 퀴렐 교수가 심사숙고하며 그 화제를 미루고 있는 건지 아닌지 그로써는 알 도리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그 건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에게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이 모든 매사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하거라, 포터,” 퀴렐 교수가 말했다. “나는 가능한 한 대중의 시선을 끌어들이지 않고 생을 마치고 싶으니까. 네가 퀴리너스 퀴렐이라는 이름이 신문에 기재되어있는 것을 발견하는 날은 내가 호그와트에서 방어술을 가르치기로 결심한 이후일거다.”
그건 조금 슬프게 들렸지만, 해리는 수긍했다. 그리고 해리는 그의 말에 숨어있는 암시를 깨달았다. “그래서 그 밖에도 세간이 모르는 교수님의 위대한 업적이 도대체 몇 개나─”
“아, 몇 개 있지,” 퀴렐 교수가 대답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걸로 충분할 것 같구나, 포터, 사실 방금 전부터 조금 피곤해서 말이다─”
“이해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교수님. 모든 게 다요.”
퀴렐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몸은 한층 더 힘겹다는 듯이 책상에 기대고 있었다.
해리는 걸음을 서두르며 교실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