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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베이스의 정리 2화




작가의 말: 롤링에 의해 부서질 수 있는건 부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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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감히 발설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릴 수 있겠습니까?” 해리가 물었다.

“물론이지,”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미 대답을 받았다고 가정해두거라.”

그러나 해리는 머저리가 아니었다. “교수님의 대답이 ‘그렇다’라고 보아도 괜찮은건가요?”

“훌륭하구나, 포터 군.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퀴렐 교수님─”

“지금부터 네가 하는 말들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감히 발설하지 않겠다,” 미소 지으며 퀴렐 교수가 말했다.

둘이 잠시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내 해리가 표정을 진지하게 굳혔다. “분류 모자는 제가 후플푸프에 배정받지 않은 이상 언젠가는 어둠의 마왕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전 결코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포터 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일단 오해하지 말고 듣도록. 네 답변이 어찌됐든 나는 그것을 지적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그저 네 진심을 듣고 싶을 뿐이다. 어째서지?”

다시한번 해리는 예의 그 무력감을 느꼈다. ‘나는 결코 어둠의 마왕이 되지 않을 것이오’라는 의제는 그의 상식적이고 도덕적인 정신상 숨 쉬듯이 너무나도 당연한 나머지 과정을 설명하는데에 고역인것이다. “어, 사람들이 다치니까요?”

“하지만 너도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다주고 싶은 마음이 있잖나,” 퀴렐 교수가 말했다. “오늘만해도 너는 너를 구타한 그 슬리데린 학생들에게 고통을 주고 싶어했지. 어둠의 마왕이 된다는 것은 곧 네가 고통을 주고 싶은 이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적당한 단어를 찾기 위해 두뇌 속을 허우적거리던 해리는 이내 가장 뻔하고 단순한 답변을 내놓기로 했다. “우선 첫번째로, 아무리 제가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원해도 그것이 옳은 것은 아─”

“네가 그것을 염원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을 정당화시키는 요소는 무엇이지?”

“아,” 해리가 말했다, “바로 선호 공리주의죠.”

“뭐라고?” 퀴렐 교수가 말했다.

“대중의 선호도를 최대화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윤리 이론인데─”

“아니,”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의 손이 콧등을 문지르고 있었다. “내 말의 의도는 그런게 아니었다. 포터 군, 과정이야 어찌됐든 모두 언젠가 그들이 염원하던 것을 이루게 된다. 때때로 우리는 그 염원하던 ‘무언가’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결국 우리들의 욕망을 제외한 무엇이 도대체 우리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거지?”

“뭐, 당연하겠지만,” 해리가 말했다. “저를 움직일정도로 강력한 중대성을 보유하지 않은 이상 도덕적인 의무는 제게 소용이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슬리데린 학생들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바램이 저를 움직일정도로 도덕적인 의무보다 강력하다는 것은 아니라구요!”

퀴렐 교수가 눈을 꿈벅거렸다.

“그리고,” 해리가 말했다, “어둠의 마왕이 탄생한다면 곧 무고하고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것이 네게 무슨 상관이 있지?”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들이 너를 위해서 무엇을 했길래?”

해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호오, 거의 ‘지구를 떠받치기를 거부한 신’과 맞먹을정도의 교묘함이군요, 그건.”

“그건 무슨 소리지?” 퀴렐 교수가 다시 물어보았다.

“저를 타락시킬까봐 부모님이 금기시한 책 제목이에요, 물론 사람의 심리가 그렇듯이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읽었고 부모님이 정말 제가 그 속이 뻔히 보이는 함정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지요. 스스로의 우수성에 호소하라나 뭐라나, 주변인물들은 단지 너를 옭아매고있을 뿐이다라나 뭐라나.”

“그러니까 다시말해 너는 내 ‘함정’이 너무 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건가?”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가 볼을 손가락으로 지긋이 누르며,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노력해보도록 하지.”

둘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제 본래의 의제에 돌아가서,”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 다른 이들이 대체 너를 위해 무엇을 했길래?”

“제 주변인물들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대체 몇번인지 셀 수 조차 없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부모님은 제 친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그들이 선하기 때문에 기꺼이 저를 받아들여주셨고, 어둠의 마왕이 되는 것은 곧 그들을 배신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구요!”

퀴렐 교수가 잠시동안 침묵했다.

“솔직하게 털어놓도록 하지,” 퀴렐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소싯적 내가 네 연령쯤이었을 때, 그러한 생각은 해보지도, 내게 찾아오지도 못했었다.”

“죄송합니다,” 해리가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까마득한 과거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가족사는 나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풀어나갔으니까. 그래서 너는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불가피하게 억제된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만약 그들이 사고로 죽었을 경우, 네가 어둠의 마왕이 되는 것을 막을 요소는 아무것도 없게 되는─”

“아뇨.” 해리가 말했다. “아니에요. 제게 안식처를 마련해준 것은 그들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제 부모님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구요. 그리고 저는 그 마음을 배신하게 되는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포터 군, 너는 아직도 본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마침내 퀴렐 교수가 말했다. “네 야망은 무엇이지?”

“허어,” 해리가 말했다. “어…” 그가 뒤죽박죽 엉켜있던 생각을 정리해나갔다. “이 세계에 대한 모든 중요한 지식들을 우선적으로 알아두고, 그 지식을 그대로 십분 활용해 전지전능한 존재로 승격화한 뒤, 그 힘으로 현실을 갈아엎어 버릴거에요, 현재의 현실이 돌아가고 있는 작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이죠.”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바보 같은 질문일지 몰라도 용서하거라 포터 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허나 정말로 넌 방금 어둠의 마왕이 되는 것이 곧 네 야심이라고 실토해버리고 만 것은 아닌지?”

“그건 그 힘을 사악하게 활용했을 때죠,” 해리가 설명했다. “그 힘을 선을 위해 발휘하면, 어둠의 마왕이 아니라 ‘빛의 성왕’으로 불리겠죠.”

“그렇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가 반대쪽 볼을 손가락으로 지긋이 눌렀다. “뭐 그렇게 말하면 납득이 가는구나. 하지만 포터 군, 분명 네 야망의 범위는 감히 살라자르 본인의 것과 대동소이하다고 해도 불만이 없지만, 어떻게 그것을 실현할 셈이냐? 혹 가장 첫번째 단계가 훌륭한 전투 마법사나, ‘말할 수 없는 자’들의 수장, 아니면 마법부 장관이 되는 것─”

“가장 첫번째 단계는 과학자가 되는것입니다.”

퀴렐 교수는 마치 해리가 방금 막 해리가 고양이로 변해버렸다는 듯이 기괴무쌍한 표정을 짓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과학자라,” 한참 후에 퀴렐 교수가 말했다.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학자?” 퀴렐 교수가 반복했다.

“네,” 해리가 말했다. “저는 제 목표를 다름아닌…과학의 힘으로 이룰것입니다!”

“과학자라고!” 퀴렐 교수가 외쳤다. 그의 얼굴은 엄청난 모욕감으로 얼룩져있었고, 목소리는 한층 더 엄하고 날카롭게 들렸다. “너는 내 수업에서 가장 뛰어난 우수생이 될 수 있다! 50년 이래 호그와트에서 배출한 가장 강력한 전투 마법사가 될 수 있다고! 나는 도저히 하얀색 연구용 코트를 입은채 연구실에 틀어박혀 실험용 생쥐에게 무의미한 짓을 하는 네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보세요 교수님!” 해리가 말했다. “과학은 단지 그것만이 아니에요! 물론 생쥐를 가지고 실험하는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구요. 하지만 과학은 곧 세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조종하는데에 의의를 둔─”

“멍청한 놈,” 퀴렐 교수가 조용히, 그렇지만 냉혈하게 불타오르는 음성으로 읊조렸다. “너는 천하에 둘 도 없는 머저리다, 해리 포터.” 그가 얼굴을 손으로 짚었고, 얼마 후에 다시 손을 떼자, 그의 얼굴은 한층 침착해져 있었다. “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직 네가 진정한 야망을 찾아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 진심으로 말하컨데 차라리 네게 어둠의 마왕의 길을 강력하게 추천해도 되겠나? 그렇게만 해준다면 자원봉사로 받아들여 전심전력으로 도와주겠다.”

“과학을 싫어하시는군요,” 해리가 느릿하게 말했다. “어째서죠?”

“그 아둔한 머글들은 언젠가 우리들을 모조리 다 죽여버리고 말거다!” 퀴렐 교수의 목소리가 한층 더 확성되었다. “세계에 종말을 가져올것이다! 멸망을 말이다!”

해리는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도대체 그게 뭐길래, 설마 핵무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핵무기다!” 이제 퀴렐 교수는 아예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심지어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마저 그건 애초에 사용할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어쩌면 한 줌의 잿더미로 변한 세계를 정복하고 싶지는 않았는지도 모르지! 그건 애초에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물건이었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사태는 더욱 더 악화되겠지!” 퀴렐 교수는 더 이상 책상에 기대고 있지 않았다. “세상에는 열어서는 안 될 문이 있고, 접근해서는 안 될 세계가 있다! 그것을 절제하지 못하는 머저리들은 일찌감치 더 약소한 재앙에 죽어나가고, 생존자들은 그것을 스스로 발견해낼 수 있을만한 지혜와 지식, 그리고 절제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사력을 다해서 함구해야하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놈들이지! 모든 강력한 마법사들은 이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심지어 가장 흉악하고 무자비했던 어둠의 마법사들조차 이것을 숙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멍청하기 그지없는 머글들은 유감스럽게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지! 핵무기에 대한 비밀을 밝혀낸 그 미개한 바보들은 흥분에 가득찬 나머지 철저히 함구하는 것이 아닌, 더더욱 멍청한 정치인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말았고, 이제 우리는 매일 매일을 세계 멸망의 공포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야 한다!”

이것은 해리가 자라오며 자연스럽게 구축했던 사고방식과는 상당히 틀린 견해였다. 핵 물리학자들이 단체로 작당해 핵 물리학자만큼 똑똑하지 않은 이들에게서부터 핵무기에 대한 모든 정보를 통제했어야 한다는 생각은 과연 고려조차 해보지 못한 색다른 사고방식이었다. 물론 굉장히 흥미로운 것임에는 틀림없다. 혹시 그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이 있었을까? 아니면 정체를 숨기기 위한 가면이랃?

(사실 해리가 아는 바로는, 물리학자들이 대중에게 철저하게 비밀로 함구하고 있는 오만가지 재앙급 연구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핵무기에 대한 비밀은 개중 운이 나쁘게도 바깥으로 흘러간 것뿐이다. 허나 그렇다고 한들 그의 눈에 의하면 세계는 전이나 후나 똑같이 보일 뿐이다.)

“그건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군요,” 해리가 퀴렐 교수에게 말했다. “제게는 정말 색다른 발상이에요. 그리고 아주 극소수의 교수님들만이 대학원생들에게 하사하는 과학의 숨겨진 비밀 중 한가지는, 바로 ‘아무리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발상을 들었다고 해도 그 즉시 변기통 속에 쳐박지 않는 법’입니다.”

퀴렐 교수가 다시 눈을 꿈벅거렸다.

“그럼 교수님께서 허락하시는 ‘과학’은 무엇이죠?” 해리가 물었다. “가령 의학이라거나?”

“우주 여행이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머글은 이 행성이 박살나기 전 마법세계 인물들을 모두 이주시킬 수 있을만한 유일한 프로젝트에서 그다지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는 것 같더군.”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우주 탐사에 극심한 관심을 가진 팬입니다. 적어도 그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군요.”

퀴렐 교수가 해리를 바라보았다. 교수의 눈동자에 무언가가 일렁였다. “지금부터 이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언급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맹세, 그리고 선서를 해주었으면 한다.”

“물론이죠,” 그 즉시 해리가 말했다.

“네가 맹세를 지키지 않는 한 너는 그 결과물을 그닥 반기지 않을 거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나는 이제부터 상당히 희귀하고 강력하기 그지없는 마법을 걸 참이다, 네게 아닌, 우리가 있는 이 교실에 말이지. 이 마법이 발현되고 그 경계를 감히 건드리지 않기 위해, 모든 동작을 정지한 채 가만히 서 있거라. 내가 주문을 유지시킬 동안 결코 네 접촉이 있어서는 안된다. 눈으로 보기만 하거라. 그렇지 않을 경우 나는 마법을 그 자리에서 취소시킬 것이다.” 퀴렐 교수가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도록.”

고개를 끄덕인 해리는,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기대감 속에서 그를 기다렸다.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주변인물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해리포터.

2. 빛의 성왕 해리포터.

3. 전지전능하게 되고픈 해리포터.

4. 도무지 과학자 해리포터를 연상할 수 없는 퀴렐 교수님.

5. 핵무기 드립.

이 팬픽에서 간간히 나오는 윤리와 도덕적인 개념을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들께는 '마이클 센델의 하버드 특강 - 정의란 무엇인가'를 추천해드립니다. 지루하지 않고 상당히 재밌으니 괜찮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구를 떠받치기를 거부한 신'은 사실 부제고, 원제는 'Atlas ​S​h​r​u​g​g​e​d​'​이​지​만​,​ 한국어로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 그냥 부제를 적었습니다.

빛의 성왕이 되든 어둠의 마왕이 되든 일단 전지전능부터 찍고 시작하고 싶은 해리포터. 어느 쪽이나 일반인들에게는 꿈도 희망도 없는 전개;;

핵무기에 관한 고찰. 하지만 사실 그 당시 핵무기를 세간에 알리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기에 뭐라 할 말은 없군요.

조금 빨리 올라온 이번화. 하지만 다음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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