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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Original |

Translator | 송장의간장

용기 1화


“로맨틱하다니?” 헤르미온느가 경악했다. “둘 모두 남자애라고!”

“와,” 다프네가 조금이지만 충격어린 목소리로 탄성을 질렀다. “그럼 정말로 머글들은 그런 거 싫어한단 말이니? 지금까지 죽음을 먹는 자들이 만들어낸 어이없는 미신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 헤르미온느가 이름을 모르는 슬리데린 상급생 소녀가 고개를 저었다, “모두 사실이야, 머글 세계에서 그들은 비밀리에 결혼을 해야하고, 만약 발각된다면 즉각 화형식을 행하지. 그리고 그게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 여자애도 마찬가지로 화형당한다고 하더라.”

“그럴리 없어!” 헤르미온느가 표백되어버린 머리속에서 허우적거릴 동안, 한 그리핀도르 여학생이 극렬하게 열변을 토해냈다. “그렇게 하면 머글 여자애들이 다 죽어버리잖아!”

그녀가 조용히 책을 읽을 동안 해리는 계속해서 사과를 거듭 해왔고, 불현듯 헤르미온느는 깨닫고 말았다. 아마 해리는 처음으로 그가 정말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자각했다는 것을, 그리고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를 잃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자 헤르미온느는 첫째로 묘한 죄책감이 들었고, 둘째로 해리의 절박한 사과 방법이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는 기색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도 옳바른 사과 방법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었기애,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래번클로 여학생들이 사과 방법에 대해 투표를 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해리가 곧바로 찬성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다음날이 되자, 13세 이상의 래번클로 여학생들은 만장일치로 드레이코가 해리를 지붕에서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이미 합의를 끝마친 상태였다.

겨우 그 정도냐라는 심정이 헤르미온느에게도 없지 않았지만, 그녀가 봐도 지극히 공평했으니 별로 할 말은 없었다.

허나 호그와트 거대한 성문 밖에 여학생 인구의 반 이상이 우글우글 몰려나와 꺅꺅거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보자니, 헤르미온느는 분명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이 사태에 연루되어있다는 의혹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부디 두 장군들도 그 의혹을 가지지 않기를 빌기만 할 뿐이었다.



이런 고도에서 아래의 사물을 분간하기는 힘들었으나, 어슴푸레하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관중들이 모두 여성형의 얼굴이라는 것은 또렷하게 보였다.

“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는구나, 그렇지?” 드레이코가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그건 해리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말이었다. 여러가지 ‘금서’에 손이 닿아보기도 했고, ‘이러쿵저러쿵’의 정신나간 1면의 표제들도 한몫 했다.

“살아남은 아이, 드레이코 말포이를 임신시키다?” 해리가 추론했다.

“정정하지, 지금 무슨 상황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군,” 드레이코가 말했다. “머글들은 그런 거 혐오한다고 알고 있다만?”

“바보들이나 그렇지,”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어, 그러니까, 우린 좀 너무 어리지 않나?”

“보아하니 쟤들은 그렇게 생각 안하나 보지,” 드레이코가 말했다. 그가 코웃음을 쳤다. “계집들이란!”

그들은 정적 속에 지붕 끝자락으로 걸어갔다.

“근데 난 네게 복수를 하기 위해 이 짓을 해대는 거지만,” 드레이코가 문득 궁금했는지 물었다, “넌 어째서 이 짓을 하는 거냐?”

해리의 두뇌가 번개처럼 가동했다. 지금 말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을까, 속내를 숨기는 게 좋을까….

“진심을 말해줘?” 해리가 말했다. “어째서냐면 나는 헤르미온느를 단지 얼음벽을 등반하게만 할 의도였지, 지붕에서 추락시킬 생각은 없었어. 그리고, 어, 정말 죄책감과 후회가 막심하더라고. 내 말은, 잠깐이지만 나도 그녀를 정말 내 선의의 라이벌로 보고 있었나봐. 그러니까 이건 계략도 뭣도 아니라, 순수하게 그녀에게 사과하기 위해서야.”

사물이 정지했다.

그리고─

“그래,” 드레이코가 말했다. “이해할게.”

해리는 웃지 않았다. 말아올려지는 입꼬리를 참기 힘들었으나 그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다.

드레이코는 지붕 끝으로 머리를 빼꼼 내밀고는,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사고를 내는 것 보다 고의로 하는 게 훨씬 더 힘들겠군, 안 그래?”



해리의 손은 두려움에 가득 질린 듯이 필사적으로 지붕 끝자락을 새하얘질 정도로 부여잡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미 깃털-낙하 마법약을 들이켰으니 걱정할 거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다. 그러나 이성과 원초적 본능은 사뭇 다른 문제였다.

헤르미온느가 느꼈을 공포를 해리가 고스란히 느끼고도 남을 정도니, 이게 정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드레이코,” 목소리를 가다듬기 어렵지만 해리가 침착하게 올려다보며 말했다. 래번클로 여학생들이 그에게 사전에 준비된 대사를 건내줬었다, “날 버리고 가! 그 손을 놓으라고!”

“믿고 맡겨!” 드레이코가 해리의 손을 놓았다.

해리의 반대쪽 손이 다급하게 지붕을 잡으려고 허우적거렸지만, 그만 힘에 부쳐 놓치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해리의 몸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잠시동안 해리는 내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오를 것만 같은 구역질을 느꼈고, 그에 따라 최대한 그 기분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잠시동안 해리는 깃털-낙하 마법약의 효능이 서서히 발휘되는 것을 느꼈다. 떨어지는 몸이 마치 낙하산을 핀 것 마냥 울렁이는 감각과 함께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미증유의 기운이 해리를 지면으로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줄이 당기는 것 처럼, 해리는 중력의 가속도보다 훨씬 더 빨리 낙하하기에 이르렀다─

해리는 이미 입을 벌리며 비명을 마구 지르고 있었다. 뇌의 일부분은 뭔가 이 상황을 타파할 창의적인 해법을 내놓기 위해 생각하고 있었고, 또다른 일부분은 그가 창의적인 생각을 할때까지 몇 초가 남았나 계산하고 있었으며, 구석탱이의 나머지 부분은 그가 미처 몇 초가 남았는지 계산을 끝내기도 전에 지면을 강타하리라는 결론을 멋대로 내려버렸다─



숨이 넘어갈 듯이 가쁘게 호흡을 하고 있던 해리는 살기 위해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주변에 지면에 엎어져 산을 이루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여학생들은 상황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멀린 맙소사,” 낯선 사내가 말했다. 남루한 옷에 흉터진 얼굴의 사내는, 숨을 가쁘게 쉬는 해리의 몸을 두 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언젠가는 너와 재회하리라고 생각했다만, 하늘에서 추락하는 널 받는 형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군.”

해리는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광경인 무너지는 여학생들을 떠올리고는, 헐떡이며 물었다, ​“​퀴​렐​…​교​수​님​은​…​.​”​

“몇시간 지나면 괜찮아지실 거다,” 해리를 들고 있는 낯선 사내가 대답했다. “지금은 그저 탈진하셨을 뿐이지. 설마 그게 가능할 줄이야…네게 저주를 걸고 있는 누군가를 잡기 위해 자그마치 200명 이상의 학생들을 한번에 넘어뜨리다니….”

사내는 부드럽게 해리를 바닥에 일으켜세우고는, 잠시 그를 지탱해주었다.

조심스럽게 몸의 균형을 맞춘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을 놓자. 해리는 바로 무너져내렸다.

사내가 다시 그를 일으켜세워줬다. 서서히 몸가짐을 바로하고 일어서고 있는 여학생들과 해리 사이에 우뚝 선 그가, 그쪽 방향을 경계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 사내가 나지막하지만, 엄하게 고했다, “혹시 어느 여학생이 너를 죽이려고 했는지 아는 바가 있니?”

“살인 의도가 아닌,”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둔함에서 비롯된 사고입니다.”

이번에는 낯선 사내가 충격어린 얼굴을 한채 넘어질 차례였다.

잔디밭에 쓰러져있던 퀴렐 교수가 어느새 상체를 일으키고 앉아있었다.

“맙소사!” 사내가 외쳤다. “아직 일어서면 안됩─”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루핀 씨. 강함을 막론하고 그 어떤 마법사도, 이런 마법을 단순 무력만으로 발현하지 않으니까요. 마법을 극도로 효율적으로 사용한 것 뿐입니다.”

허나 퀴렐 교수는 일어서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해리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고마워요,” 옆에 선 낯선 사내에게도 고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사내가 물었다.

“미리 예상했어야 했는데,” 퀴렐 교수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 “공교롭게도 몇 여학생들이 동시에 포터 군을 자신들의 품 안으로 ‘소환’하려고 한 모양입니다. 개개인들은 아마 배려심을 발휘했다고 생각한거겠죠.”

아.

“준비성의 중요성을 잘 알려주는 교훈으로 받아들이도록, 포터 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내가 이 자그마한 사건을 한 명 이상의 성인이 감독하기를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고, 우리 둘이 지팡이를 꺼내고 있지 않았다면, 루핀 씨가 네 낙하를 둔화시킬 수 없었을 것이고, 너는 심각한 중상을 입고 말았을 것이다.”

“교수님!” 사내 ─ 루핀 씨가 그를 힐난했다.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누구 ─” 해리가 입을 열었다.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반응할 수 있던 인물이지,” 퀴렐 교수가 말했다. “소개하지, 학생들에게 패트로누스 마법을 가르치기 위해 일시적으로 머무를 예정인 리무스 루핀이다. 허나 내가 듣기로는 둘이 구면이라더군.”

해리는 어리둥절한 듯이 사내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저 희미하게 흉터어린 얼굴과, 묘하게 다정한 미소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얼굴이건만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우리가 어디서 만났죠?” 해리가 물었다.

“고드릭 골짜기에서,” 사내가 대답했다. 


“한때, 네 기저귀를 몇 번 갈아주고는 했지.”

충격과 공포의 일일연재.

부녀자 천지인 마법세계.

상당히 이른 리무스 루핀의 등장.


...어째 가면 갈수록 BL의 느낌이 부각되고 있는 거 같은...뭐 착각이겠죠. 이러다 정말 말포이 임신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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