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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인본주의 2화


눈이 드문드문 끼고 메마른 잔디 위에서 서성거리는 학생들과 합류한 시무스 피니간의 안색은 어두웠고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시무스의 패트로누스 마법은 성공적이었으나, 여전히 교장이 그의 패트로누스 마법을 해제하고 그가 패트로누스를 전개하기 까지의 공백, 즉 방벽 없이 디멘터의 기운을 느끼는 기간이 존재했다.

다섯 발자국의 거리를 둔 상태에서 20초 가량의 노출은 건강에 별 지장이 없었다, 심지어 미숙하고 미약한 저항력의 11살 마법사에게도 마찬가지다. 디멘터의 힘이 얼마나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고, 아직도 사람들이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한 부분 중 하나였다; 허나 고작 20초라면 확실하게 안전했다.

다섯 발자국의 거리에서 40초 가량 디멘터에게 노출될 경우, 심신이 약하고 예민한 사람의 정신에 한정해 영구적인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히포그리프를 타고 비행하는 방법을 무작정 위에 태워 시작하라는 명령으로 배우는 호그와트의 기준에서도 명백하게 혹독한 훈련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해리는 과잉보호에 대해 좋은 감정은 갖고 있지 않았다. 호그화트의 4학년과 14살의 머글을 두고 성숙함을 비교했을 때, 머글이 아이들을 억누르다시피 하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러나 그런 해리조차도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했나라는 심정이 들었다. 모든 상처가 치유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허나 그러한 조건 하에서도 마법이 발현되지 않는다면, 곧 자기방어로 패트로누스 마법에만 신용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과신은 머글보다 마법사에게 배는 더 위험하다. 디멘터들은 단순히 행복한 기억만이 아니라 마법과 생명력 자체를 빨아들인다. 즉 지나치게 노출될 경우 미처 순간이동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고, 디멘터가 범위내에 들어올 때까지 다가오는 공포를 눈치채지 못하면 매우 위험했다. (독서 도중, 해리는 디멘터의 입맞춤에 당한 대상이 무의식의 공허함에 빠져드는 이유는 바로 대상의 영혼이 먹혔기 때문이라는 책의 주장에 다소 공포에 휩싸인 경악성을 터뜨려야했다. 그리고 이를 사실이라 믿고 있는 마법사들은 의도적으로 범죄자들을 사형시키기 위해 디멘터의 입맞춤을 사용한다는 것도. 개중에는 무고한 자도 분명 있었을 터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한들, 영혼을 붕괴시키다니? 만약 해리가 영혼의 존재를 믿었다면, 그는 아마…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런 행위에 대해 상상조차, 마땅한 응답조차 할 수가 없었다.)

엄중한 보안을 원한 교장의 명령에 따라, 세 명의 오러가 주변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다.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는 동양계의 사내였는데, 안색은 어둡지 않으면서도 진중했다. 절대로 지팡이를 손에서 놓는 법이 없는 오러 ‘코모도’였다. 그의 패트로누스로 보이는 은빛의 오랑우탄은, 디멘터와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1학년들 사이를 이족보행으로 왔다갔다거렸다. 오랑우탄의 옆에는 날카로운 눈동자와, 뒤로 묶은 검은색의 기다란 머리칼, 그리고 수염을 길게 땋은 오러 버트나루의 빛나는 흰색의 표범이 함께했다. 이 두 오러와 그들의 패트로누스들 전부가 디멘터를 주시했다. 

학생들의 반대편에는 장신에 마르고 창백한 체구의 오러 고리아노프가 있었다. 무언에 지팡이조차 없이 소환한 의자에 기대어 앉은 그는, 무감정의 무표정으로 현장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퀴렐 교수 또한 1학년들이 시작하고 난뒤 얼마 안되어 등장해 감독을 했고, 결코 해리 쪽에서부터 시선을 거두는 법이 없었다. 결투 챔피언이었던 작은 플리트윅 교수도 등장해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얼굴을 반쯤 가린 풍성한 수염에서 마치 점이 박힌 것 같은 눈동자는, 반개한 채로 퀴렐 교수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 해리의 망상이었겠지만, 어째선지 퀴렐 교수는 다음 학생의 차례를 위해 교장이 패트로누스를 해제할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퀴렐 교수도 해리가 느꼈던 그 플라시보 효과를 경험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정신을 훑는 공허하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길을 말이다.

“안토니 골드스타인,” 교장의 목소리가 이름을 호명했다.

안토니가 찬란하게 빛을 흩뿌리는 은색의 불사조로, 그리고…저 누더기 같은 망토를 걸친 무언가로 향하거나 말거나 해리는 시무스를 향해 말없이 걸어갔다.

“무엇을 본거니?” 해리가 숨죽여 시무스에게 물었다.

정보를 모으려는 노력이 무색하게, 대다수의 학생들은 해리의 물음에 답변하지 않았다; 허나 시무스는 ‘혼돈의 피니간’이자, 해리의 부관중 하나였다. 뭐 불공평할지도 모르겠지만….

“시체,” 시무스가 속삭여왔다, “음침한 회색에 끈적거렸어…마치 오랫동안 물에 썩힌 익사체마냥….”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형상을 본다고 하더라,” 해리가 말했다. 물론 거짓 가면이었으나 그는 자신감을 표출했다, 시무스에게 필요할 테니까. “가서 초콜릿좀 먹어, 분명 괜찮아질거야.”

고개를 끄덕인 시무스는 달달한 과자들이 가득 준비되어있는 테이블 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앳된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심지어 오러들의 입에서부터도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안토니 골드스타인과 철창 사이에서 은빛의 새가 눈부신 빛을 뿜으며 당당하게 서있었다. 고개를 돌린 새가 은빛으로 물들어, 강철처럼 밝고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냈다.

뇌의 구석에 존재하는 일부분이 해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만약 저게 송골매라면, 놈이 잠든 틈을 노려 목을 졸라 죽여버리기라도 해야겠어.

닥쳐, 해리가 뇌에게 말했다, 우리를 어둠의 마법사로 만들 작정이냐?

뭐가 문제야? 어차피 뭘 해도 결국에는 어둠의 마법사로 거듭날텐데 뭐.

이건…평소 해리의 뇌가 하는 생각과는 조금 틀리게 다가왔다….

그냥 플라시보 효과라니깐, 해리가 다시 한번 스스로를 꾸짖었다. 디멘터가 형상화한 패트로누스 셋을 돌파할 수 있을리가 없어, 전부 망상에 불과할 뿐이야. 실제로 디멘터를 대면했을 때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면, 그제서야 내가 설레발을 쳤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을거야.

그 순간 해리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그래, 전혀 다르게 다가올 게 분명하고, 결코 좋지많은 않게 다가올 것 같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교장의 지팡이에서부터 빛을 흩뿌리는 은색의 불사조가 튀어나오자, 그보다 작은 빛의 새는 소멸했다; 그리고 안토니 골드스타인이 몸을 돌려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패트로누스가 뒤의 디멘터를 철벽수비하고 있는 동안, 교장이 다음 이름을 호명하는 대신 안토니와 함께 걸어왔다.

해리는 은은하게 빛나는 표범 뒤에 우두커니 서있는 헤르미온느를 향해 곁눈질을 했다. 다음 차례는 헤르미온느였으나, 아무래도 지연된 모양이었다.

얼핏봐도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마 전, 그녀는 어떻게든 그 답답함을 해소해주려던 해리의 노력을 정중히 거절했었다.

안토니를 다른 학우들에게 배웅하는 덤블도어는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무나도 피곤한 기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정말이지 희미하기 그지없었다.

“믿을 수가 없군요,” 힘이 실린 본래의 목소리보다 훨씬 쇠약해진 목소리로 덤블도어가 탄성을 내질렀다. “1학년이라는 앳된 나이에, 형상화한 패트로누스라니. 게다가 이런 훌륭한 업적을 달성한 어린 학생들이 계속해서 속출하고 있죠. 의외의 결과지만, 퀴리너스, 자네의 주장은 충분히 입증된 것 같네.”

퀴렐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나 해볼만한 추측이었습니다, 사실. 디멘터는 사람의 공포를 이용해 공격을 가하고, 아이들은 공포심이 덜하니까요.”

“공포심이 덜하다뇨?” 오러 고리아노프가 앉은 자리에서 물었다.

“저도 그런 발언을 한 바가 있어요,”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리고 퀴렐 교수님께서는 성인들이 더 용감할지언정, 공포심이 덜하다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죠; 지금에서야 밝히는 거지만, 저도 고려조차 해보지 못했던 기막힌 발상의 전환이었어요.”

“제가 정확하게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퀴렐 교수가 메마르게 고했다, “그걸로 해두겠습니다. 그러면, 아직 우리에게 청산할 게 남아있죠, 교장님?”

“물론 그렇지,” 덤블도어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사실 내가 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퀴리너스, 그대는 그 지혜를 충분히 입증했네.”

모든 학생들이 그들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 철창 안에 갇힌 누더기 망토의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헤르미온느를 제외하고; 아니, 편집증 같은 증상을 떨치기 위해 전체를 관찰하고 있는 해리도 제외하고.

퀴렐 교수가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엄중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부로 저는 배움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살인 저주’를 가르칠 권한을 얻게 되었습니다. 어둠의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다른 위협들로부터 확실하게 스스로를 안전히 보호할 수 있게 되겠죠, 상대방도 악의에 가득찬 주문을 한두개 모르리라는 법은 없으니.” 퀴렐 교수가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교장님, 죄송합니다만 안색이 매우 좋지 않으시군요. 이만 오늘 일정은 플리트윅 교수님께 맡기시는게 어떨까 합니다.”

덤블도어가 고개를 저었다. “거의 다 끝나가니 버틸만 하군.”

헤르미온느가 안토니를 향해 다가갔다. “골드스타인 분대장,” 그녀가 목소리를 미미하게 떨며 입을 열었다, “뭔가 충고라도 해줄 수 없니?”

“두려워하지 마,” 안토니가 굳게 말했다. “놈이 네게 심으려는 생각을 떠올려서는 안돼. 단지 엄습하는 공포를 막기 위해 지팡이를 앞으로 치켜드는 게 아니라, 공포를 물리치기 위해 지팡이를 휘두르는거야, 그렇게 하면 행복한 기억을 형상화시킬 수 있어….” 안토니가 무력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내 말은, 물론 이런 이론은 다 들었겠지만, 그래도….”

다른 학생들이 저마다 질문을 들고 안토니에게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레인저 양?” 교장이 말했다. 다정한건지, 그저 기력이 없는건지 분간이 안가는 목소리였다.

헤르미온느가 어깨를 살짝 피고는, 그를 따라갔다.

“망토 밑에 도대체 뭐가 있었어?” 해리가 안토니에게 물었다.

다소 놀랍다는 기색으로 해리를 바라보던 안토니가 답변했다, “키가 큰 사람의 시체였어, 그게, 죽은 것처럼 보였고 색깔도 변색되었고…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흔들렸어. 그리고 그게 디멘터의 공격이라는 것을 눈치챘지.”

해리는 시선을 돌려 철창과 망토와 대면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가 가장 첫번째 동작을 위해 지팡이를 들었다.

교장의 은빛 불사조가 번쩍, 하고 소멸했다.

처량하고 무력하게 비명을 지른 헤르미온느가 몸을 떨었다 ─

─ 그리고는 뒷걸음질 치며, 해리에게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큰 몸짓으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변화는 없었다.

헤르미온느가 바로 몸을 돌려 현장에서 달아났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교장의 깊은 음성이 울려퍼지자, 은빛의 불사조가 생명을 되찾았다.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도 울먹이던 소녀는 알 수 없는 신음소리를 내며 발을 멈추지 않았다.

“헤르미온느!” 수잔이 가장 먼저 외치자, 한나, 다프네, 그리고 어니가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심지어 누구보다 한 수 앞을 내다본다고 자부하던 해리마저도 벌떡 일어나 초콜릿이 가득 진열된 테이블로 달려갔다.

해리가 초콜릿을 한움큼 헤르미온느의 입속으로 쳐넣어 그녀가 기계적으로 씹어 삼킨 후에도, 여전히 그녀는 숨을 가쁘게 쉬며 주체할 수 없이 마구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간헐적으로 보이는 그녀의 눈동자가 정처없이 사방으로 떠돌아다녔다.

영구적인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리는 없어, 혼란 속에서도 해리는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끔찍한 두려움과 살의가 회오리치며 뒤엉켜 맞물렸다. 그럴리 없다고, 40초는 커녕 10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

하지만 영구적으로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잖아, 해리가 순간 깨달았다. 그만큼 예민한 사람일 경우 고작 10초만에 디멘터에게 정신이 사로잡히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딨어?

그 순간 헤르미온느의 눈동자에 초점이 되돌아왔고, 얼마간 새차게 움직이다가, 이내 그에게 머물렀다.

“해리,” 주변 학생들이 침묵하는 사이, 그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해리, 하지 마. 하지 마!”

도대체 무엇을 하면 안된다는 건지 해리는 어째선지 물어보기가 두려워졌다. 그녀의 가장 끔찍했던 기억에 그가 연루되어있는 것인가, 아니면 잠시 동안 그가 무언가를 저지른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것인가?

“가까이 가지 마!” 헤르미온느가 절규했다. 그녀가 팔을 애처롭게 뻗어, 그의 멱살을 부여잡고는 물기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절대 가까이 가서는 안 돼, 해리! 내게 마, 말을 걸었단 말야, 해리, 너를 알고 있어, 저, 저게 네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뭐 ─” 해리가 본능적으로 물어보려 했으나, 이내 스스로를 저주하며 입을 닫았다.

“디멘터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외쳤다.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퀴렐 교수님이 너를 디멘터한테 먹이로 주려는 거라고! 가지 마!”

주변의 군중들이 헛바람을 들이키는 순간, 퀴렐 교수가 앞으로 몇걸음 나왔다; 허나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해리가 있었으니까). “그레인저 양,” 그의 목소리는 진지하게 가라앉아있었다, “초콜릿을 조금 더 먹어보거라.”

“플리트윅 교수님, 해리의 차례가 와서는 안돼요, 당장 데려가야 해요!”

그맘때쯤 서둘러 현장에 도착한 교장도 플리트윅 교수와 걱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았다.

“디멘터가 말했다니, 전혀 듣지 못했단다,” 교장이 말했다. “그래도….”

“그냥 물어보십시오,” 퀴렐 교수가 무기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디멘터가 어떻게 해리를 피해입히겠다고 말했니?” 교장이 물었다.

“가, 가장 맛있는 부분부터 먹는다고 했어요,”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먼저 ─ 먼저 ─”

헤르미온느가 쉴세없이 눈을 깜박였다. 광기마저 어렸던 그녀의 눈동자에 이성이 서서히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소리내어 흐느껴 울음을 터뜨렸다.

“너는 지나치게 용감했단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교장이 말했다. 그의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군중에 울려퍼졌다. “내가 상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말이지. 주문을 어떻게든 끝내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나야만 했어. 훗날 네가 성숙해지고 더욱 강해졌을 때, 나는 네가 다시 한번 시도하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그레인저 양.”

“죄송해요,” 헤르미온느가 울먹였다, “정말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미안해 해리, 내가 본 게 뭔지 말해줄 수가 없어, 볼 수가 없었어, 볼 엄두조차 안났어, 눈에 담기조차 버거울 거라고 본능적으로 느껴졌어….”

분명 해리가 나섰어야 했지만, 손이 초콜릿으로 범벅이 되어있었기에 망설였다; 그러자 어니와 수잔이 바닥에 주저앉은 헤르미온느를 부축하며 간식 테이블로 인도해주었다.

초콜릿 바를 무려 다섯 개나 우겨넣자 비로소 평정을 되찾은 헤르미온느가 서둘러 퀴렐 교수에게 다가가 사과를 했다; 허나 해리가 그녀를 곁눈질할때마다, 그녀는 언제나 그를 우려섞인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한발자국 다가갔지만, 그녀가 뒷걸음질치자 그대로 정지했다. 미안하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그녀였지만, 결국 잠시만 혼자만의 시간을 달라는 의미였다.



네빌 롱바텀은 반쯤 녹아내려 스펀지 마냥 진물이 온몸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시체를 보았노라고 진술했다.

지금까지 들었던 디멘터의 설명 중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네빌은 각고의 노력 끝에 지팡이에서 작은 불빛 정도는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되었지만, 현명하게도 패트로누스 마법을 끝내는 대신 주저 없이 뒤돌아 현장에서 벗어났다.

(교장은 학생들에게 쓸데없이 용기를 내세우지 말라는 충고를 하지는 않았다; 허나 퀴렐 교수는 만약 경고를 내렸음에도 실수를 저지르는 순간, 무지함은 무식함으로 변모한다고 쏘아붙였다.)

“퀴렐 교수님?” 그의 본능이 허락하는 거리까지 방어술 교수 곁으로 다가간 해리가 낮게 물었다. “교수님께서는 디멘터가 무엇으로 ─”

“물어보지 말도록.” 평탄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해리가 존중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가 안된다면, 교장님께 ‘정확히’ 어떻게 말씀드렸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메마른 대답이 울려퍼졌다. “우리의 가장 끔찍한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거대해질 뿐이다.”

“아,” 해리가 탄성을 내질렀다. “논리적이네요.”

퀴렐 교수의 눈동자가 기묘하게 일렁거리며 해리에게 머물렀다. “부디,”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성공하기를 빌지, 포터 군. 성공한다는 가정하에, 교장님께서 네게 조작할 수도, 도중에 가로챌수도 없는 ‘패트로누스 전언’을 전수해주실지도 모르니까. 군사적 용도와 그 효능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카오스 군단은 물론이고, 언젠가 이 나라 그 자체에 가공할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허나 실패할시에는…뭐, 그래도 나는 이해하마.”

원작에서도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은 디멘터에 대해 보다 깊게 파고드는 화입니다. 원작에서 풀리지 않은 의문 중 하나죠.

이 '인본주의' 챕터는 지금까지 있었던 챕터들 가운데 가장 긴 분량을 자랑합니다.

사실 제가 번역이 이렇게 늦었던 이유는 개강을 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게 그리 수월하지는 않네요. 상상을 초월하는 초굇수 교수님들도 지천에 널려있고...

저번 주에 길 걸어가다 노벨상 수상자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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