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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인본주의 1화


1월의 부드러운 햇살이 호그와트의 냉기어린 운동장에 쏟아졌다.

몇몇 학생들에게는 자습 시간이었고, 다른 이들은 야외 수업이었다. 등록을 한 1학년생들은 답답하게 밀폐된 교실이 아니라 화창한 햇빛과 푸른 하늘이 턱 트인 야외에서 더 배움의 효과가 큰 어느 특정한 마법을 연습하고 있었다. 준비된 쿠키와 레몬에이드도 한몫 했다.

주문의 기초적인 동작은 상당히 복잡하고 고도의 정확성을 요구했다; 지팡이를 한번, 두번, 세번, 그리고 네번 짧고 직각으로 내려쳐, 검지와 엄지를 동등한 간격으로 펼치고….

이게 바로 마법부가 5학년 이하의 학생이 이 마법을 배우는 건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결론을 내린 이유였다. 어린 학생들이 간혹 이 마법을 터득하는 사례는 몇 번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모두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어 일단락되었던 것이다.

굉장히 실례되는 말이었으나, 해리는 퀴렐 교수가 어째서 차라리 교육 위원회의 자리에 원숭이를 앉히는 게 마법 세계에 더 이로울거라고 말했었는지 서서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래, 분명 동작이 복잡하고 섬세한 건 맞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1살이 배울 수 없는 건 아니다. 통상 마법보다 더 신중하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면 되는 일이다.

상급생이 된 후부터 배우는 마법의 대다수는 순전히 하급생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마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성숙한 이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었다. 허나 패트로누스 마법은 그에 해당하지 않고, 거대한 마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고등 마법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다; 단순 마법만으로는 절대로 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마음 깊숙이 내제되어있는 그 따뜻하고, 행복한 감정과 기억들, 평범한 마법에는 결코 사용되지 않을 그 힘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지팡이를 한번, 두번, 세번 그리고 네번 움직인 해리가, 손가락을 정확한 간격으로 펼쳤다….

“학교에서 무운을 빌겠다, 해리. 우리가 책을 충분히 사줬다고 생각하니?”

“책은 절대로 충분할 수 없어요. 하지만 괜찮은 시도였어요. 정말, 정말 괜찮은 시도였어요….”

해리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처음 그 기억을 떠올렸을 때는, 눈가가 촉촉해지기까지 했었다.

해리는 지팡이를 올리고 휘둘렀다. 이 동작만큼은 정확성 대신, 그저 강렬함과 당당함만을 필요로 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해리가 외쳤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희미한 불빛조차도.

해리가 고개를 들고 보았을 대, 리무스 루핀은 여전히 그의 지팡이를 주의깊게 관찰하며, 그 흉터어린 얼굴을 당혹감으로 물들였다.

마침내 리무스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구나 해리,” 사내가 나지막히 말했다. “지팡이 동작은 의심할 여지 없이 완벽했단다.”

다른 학생들의 지팡이에서도 불빛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패트로누스 마법을 연습하고 있어야 할 1학년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전부 해리를 곁눈질로 살펴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리의 눈가에 다시금 물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행복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었다. 해리조차 이런 건 전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었던 것이다.

그에겐 없고 안토니 골드스타인에겐 있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어째서 안토니의 지팡이는 그 찬란한 빛을 뿜어낼 수 있었던 것인가?

아버지를 향한 안토니의 사랑이 그의 것보다 더 크고 위대하기 때문에?

“무슨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니? 리무스가 물었다.

“아버지요,” 해리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호그와트에 오기 전 책을 사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리고 아버지는 제 부탁을 들어주셨죠, 정말 비싸고 값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오히려 이것으로 충분하냐고까지 물어보셨어요─”

해리는 베레스 일가의 가문까지 설명할 시도는 하지도 않았다.

“다른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기 전에 일단 휴식부터 취하거라 해리,” 리무스가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얼굴을 실망감으로 일그러뜨리고, 붉히고, 후회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주저앉은 학생들의 무리를 가리켰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들거나, 그 기억에 대해 충분히 감사한 마음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패트로누스 마법은 반드시 실패하고 말 테니까.” 루민 씨의 다정함이 섞인 목소리에, 해리는 마치 거대한 벽을 마주친 것만 같았다.

해리는 고개를 돌려, 다른 패배자들이 털썩 주저앉아있는 장소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지팡이 동작이 완벽하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이제는 행복한 기억을 찾을 차례에 도달한 학생들; 얼굴에 떠오른 표정들을 보아하니 별다른 수확은 없는 모양이었다. 짙은 푸른색으로 장식된 망토가 수두룩했고, 붉은색이 몇 개, 그리고 아직도 흐느껴 울고 있는 단 하나의 후플푸프 여학생이 보였다. 아직도 지팡이 동작을 교정받고 있는 다프네 그린그래스와 트레이시 데이비스를 제외한 슬리데린 학생들은 애초에 나타날 생각도 없는 모양이었다.

해리는 그가 꿈에도 예상치 못했던 또 하나의 패배자 옆의 차디찬 겨울 잔디에 주저앉았다.

“너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네,”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주문을 실패하자마자 운동장을 도주하다시피 벗어났던 그녀는 얼마안가 되돌아왔으나, 가까이에서 보면 살짝 붉어진 두 눈동자가 그녀가 눈물을 흘렸음을 암시했다.

“아,” 해리가 입을 열었다, “아, 아마 네가 실패하지 않았다면 나는 오히려 최악으로 우울해졌을거야, 너는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상냥한 사람이니까 헤르미온느. 그리고 너조차 할 수가 없다면, 나도 아직, 아직은 선할지도 몰라….”

“나, 아무래도 그리핀도르에 들어갔어야 됐나봐,”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그녀가 무언가를 삼키듯 눈을 깜박거렸으나, 끝내 팔을 들어 눈을 문지르지는 않았다.



소년과 소녀는 결코 손을 잡고 있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알 수 없는 기운에 의지하며 주변 학우들의 속삭임도 이겨내며 호그와트의 대문으로 향하는 복도를 성큼성큼 걸었다.

해리는 그 어떤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도 패트로누스 마법을 성공할 수가 없었다. 그리 놀랍지 않다는 듯한 주변의 반응이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마법을 발현할 수 없었던 건 헤르미온느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고, 얼마안가 그녀도 그와 비슷한 곁눈질에 괴롭힘을 당해야만 했다. 마법을 실패한 다른 래번클로 학생들은 그러한 시선을 받지 않았다. 허나 헤르미온느는 ‘선샤인 장군’이었고, 그녀의 열렬한 추종자들은 어째선지 그 사실을, 그녀가 하지도 않았던 약속을 배신한 것처럼 여기고 있었다.

둘은 패트로누스 마법을 연구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헤르미온느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고, 가끔 해리도 애용했었다. 공부, 습득, 그리고 이해….

책은 교장이 해리에게 말해주었던 정보를 입증시켜주었다; 연습때 아무리 노력해도 패트로누스 마법을 할 수 없던 마법사는 대개 실제 디멘터와 맞닥뜨렸을 경우, 완벽한 형상의 패트로누스를 불러내게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논리란 논리는 전부 무시하는 게 아닌가, 디멘터의 기운은 오히려 사람에게 하여금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불허하는데; 허나 현실은 이러했다.

고로 그 둘은 스스로에게 마지막 기회를 줘보기로 했다. 사실 그들이 한번이라도 더 시도해보지 않을리가 없었다.

바로, 디멘터가 호그와트에 도착하는 날이었다.

얼마 전, 해리는 보통 작은 다이아몬드로 변신된 채 약지에 가만히 놓여있을 아버지의 돌에 걸린 마법을 풀어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리고는 그 거대한 회색의 바위를 주머니 속에 넣었다. 세계에서 가장 흉악한 암흑 생물과 맞닥뜨렸을 때 정신을 놓아버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였다.

아직 디멘터 근처에조차 가지 않았는데도 해리는 벌써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차있었다.

“분명 너는 성공하고 나는 실패하고 말거야,” 해리가 중얼거렸다. “분명 그렇게 돌아갈거라고.”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어,” 그보다 더 나지막한 목소리로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오늘 아침에도 시도해보고, 깨달았어. 마지막 지팡이 동작을 했을 때, 주문을 외우기도 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어.”

해리는 침묵했다. 그도 비슷한 감각을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느껴졌다, 비록 깨닫기까지 다섯 가지의 다른 행복한 기억을 사용해 다섯 번을 시도해야 했지만. 지팡이를 휘두를 때마다, 뭔가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그가 습득하려고 하는 마법은 공교롭게도 그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어둠의 마법사가 되는 건 아냐,” 해리가 말했다.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어도 끝내 어둠의 마법사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수두룩 하지. 고드릭 그리핀도르도 마찬가지였고….”

고드릭은 수많은 어둠의 마왕들은 무찔렀고, 귀족 가문에게서부터 서민들을, 마법사들로부터 머글들을 비호했다. 훌륭한 친우들이 주변에 있었고, 반절 이하가 ‘선’을 위한 전투 도중 전사했다. 무고한 민간인을 위해 창설한 군대 속에서, 상처입은 자들의 절규를 들어주었다; 용감한 젊은 마법사들은 그의 부름에 응답했고, 훗날 그는 그들을 손수 묻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노화에 의해 그의 마법이 약화되어갈 때, 그는 세대의 가장 강대한 다른 세 명의 마법사들을 불러 호그와트를 설립했다; 그 속에 어떤 정의가 있었다 한들, 그것이 바로 전쟁과 관련이 없는 고드릭의 유일무이한 위업이었다. 그리고 호그와트의 첫 수업에서 전투 마법을 가르친 사람은 고드릭이 아니라, 다름아닌 살라자르였다. 고드릭은 첫 호그와트 학생들에게 약초학, 즉 생물을 기르고 돌보는 수업을 가르쳤던 것이다.

그는 숨을 거두는 그날까지 끝내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고드릭 그리핀도르는 선한 사내였을지는 몰라도, 행복한 사람은 아니었다.

해리는 ‘고뇌’를 믿지 않았고, 당연히 삶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영웅들에 대한 소설을 읽는 것을 그 무엇보다 싫어했다. 그들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수천만 명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리고 임종 직전, 고드릭은 헬가에게 (살라자르는 그를 버린지 오래였으며, 로웨나는 이미 먼저 세상을 떴다) 그는 인생에 한치의 후회도 없노라고 고하며, 그 어느 누구에게도, 학생들에게도 그의 의지를 계승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하지 않을것이라고 선언했다. 스스로가 본인의 행동이 옳았다고 여긴 이상, 그는 다른 이들, 호그와트의 학생들에게도 다른 길을 달리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허나 그래도 그의 의지를 계승하는 자가 있다면, 자신보다는 더 행복한 인생을 살아줬으면 하는 고드릭 그리핀도르의 마음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희망을 내비췄다. 그들은 자신보다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지금부터 붉은색과 금색은 찬란하고 온화한 색을 상징할 것이라고.

서럽게 눈물을 흘리며 헬가는, 그녀가 교장이 되는 그 즉시 반드시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하고 또 약속했다.

고드릭은 임종 뒤에도 유령이라는 잔재를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해리는 책을 헤르미온느에게 던지다시피 하고, 그녀에게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등 돌려 천천히 걸었었다.

‘패트로누스 마법: 가능했던 자와 불가능했던 자들’ 따위의 순진한 제목을 지닌 책이 해리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슬픈 책일 거라고 그 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해리….

해리는 싫었다.

저 책에 이름이 새겨진다는 것이.

해리는 그것이 싫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패트로누스가 불가하다’는 것을 곧 ‘악인’이라고 낙인 찍히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어째선지 고드릭 그리핀도르 또한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그리 거론되지 않는다. 아마 그의 유언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사람들이 일부러 거론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프레드와 조지마저 아마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터였고, 해리도 딱히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아니면 패배자들이 그 조막만하게 남은 자존심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 수치를 덜기 위해, 불행보다는 어둠으로 여겨지기 위해 일부러 그 진실을 쉬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해리는 그의 옆에서 헤르미온느가 눈을 새차게 깜박거리고 있는 광경을 포착했다; 혹시 비슷하게 책과 지식을 사랑하던 로웨나 래번클로를 떠올리고 있는 것일까.

“좋아,” 해리가 중얼거렸다. “더 행복한 기억이라. 헤르미온느, 만약 네가 완벽하게 형상화한 패트로누스를 불러온다면, 무슨 동물일거라고 생각해?”

“수달,” 헤르미온느가 단박에 대답했다.

“수달?” 해리가 놀랍다는 듯이 되물었다.

“응, 수달,” 헤르미온느가 긍정했다. “너는 어떠니?”

“송골매,” 해리의 목소리에 주저는 없었다. “시속 300킬로미터 이상의 속력으로 급강하할 수 있어, 현존하는 가장 빠른 생물이라고.” 송골매는 줄곧 해리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해리는 스스로의 힘과 날개로 날고, 날카로운 눈으로 지상을 내려다보기 위해 언젠가는 기필코 애니마구스가 되고 말리라고 굳게 다짐한 상태였다…. “근데 어째서 수달인데?”

미소를 지어보인 헤르미온느는 끝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호그와트의 거대한 대문이 활짝 열렸다.

그들은 얼마동안 오솔길을 걸어 ‘허가된 숲’의 입구에 다다랐고, 숲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지평선 너머로 해가 서서히 져가고, 그림자가 길어져,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주황색의 햇살이 침투했다; 지금은 1월이었고, 1학년들의 차례는 그날 마지막 수업이었으니까.

그리고 별안간 오솔길이 다른 방향으로 휘었고, 그들은 멀찍하게 어렴풋이 보이는 형상을 볼 수가 있었다. 숲 속에 탁 트인 공터; 지면에는 녹은 눈이 얼어붙어있었고, 한때 싱싱했던 풀은 노랗고 ​말​라​비​틀​어​져​있​었​다​.​

몇몇 보이는 인영은 아직 거리감이 느껴졌다. 희미하게 빛나는 누 불빛은 아마 오러들의 패트로누스일 것이고, 밝은 은색으로 빛나는 무언가는 아마 교장님의 것, 그리고 그 옆에….

해리는 몸을 움츠렸다.

무언가….


분명 단순히 해리의 상상에 불과했을 터였다. 디멘터가 완벽한 형상의 패트로누스 셋을 뚫고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전무했으니까.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고를 스치는 공허한 손길이 느껴졌다, 오클러먼시 방벽이고 뭐고 깡그리 무시하며 그의 가장 연약한 중심부를 쓰다듬는 그 차디찬 감각이 정통으로 파고들어왔다.

인본주의 - 인본주의사상에는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대부분은 특정한 종교적, 철학적 사명을 강조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선천적 선함, 신의 존재, 인간의 가능한 영역 내에서 자신의 개인성을 최대한 펼침으로써 완전한 인간존재로 전환될 필요성 등에 대한 신념과 같은 것들이다.

시작합니다.

제가 이 팬픽을 번역하기 시작한 이유가 이 챕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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