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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인본주의 6화


능선으로 넘어가는 태양의 끝자락만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 나무를 비추던 붉은 빛도 사그라들어, 푸른 하늘만이 겨울의 메마른 잔디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반겼다. 그들의 근처에 존재하는 철창 안에는 넝마가 된 검은색 망토만이 바람에 맞춰 쓸쓸히 펄럭였다.

해리는 뭐랄까…다시 정상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이성적이라고나 할까. 주문은 오늘 입었던 상처를 무효화시키지 않았고, 시간을 되돌리지도 ​않​았​지​만​…​나​았​다​고​나​ 할까, 꿰매어졌다고나 할까?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덤블도어 또한 완치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한결 괜찮아진 안색이었다. 몸을 돌린 노마법사가 퀴렐 교수와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 덤블도어가 입을 열었다, “혹시 지금 당장 죽을 정도로 탈진한 상태니?”

“아뇨, 이상하게도 그렇진 않네요,” 해리가 대답했다. “확실히 기력을 쏟아부은 느낌은 들지만, 제 예상보다 훨씬 더 적게 소모됐어요.” 아니면 소모됨과 동시에,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되돌려 주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저도 지금쯤이면 제가 땅에 힘없이 쓰러져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몸뚱아리가 지면에 쓰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여러 차례 뚜렷하게 들려왔다.

“대신 처리해줘서 고맙네 퀴리너스,” 정신을 잃은 채 널부러진 오러 세 명 뒤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퀴렐 교수를 향해 덤블도어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지쳤으니. 허나 기억 조작 마법만은 내가 직접 할까 싶네.”

고개를 끄덕인 퀴렐 교수가 해리를 응시했다. “경악, 탄성 등의 쓸데없는 짓은 집어치우도록 하지,” 퀴렐 교수가 말했다, “가령 그 멀린 본인 조차도 실패한 위업이라든지, 등등 말이다. 가장 핵심적이고, 중대한 질문으로 바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맙소사 도대체 아까 그게 무엇이더냐?”

“패트로누스 마법,” 해리가 대답했다. “버전 2.0이라고나 할까요.”

“평소의 너로 돌아와서 다행이로구나,” 덤블도어가 말했다. “허나 이번만큼은 대체 어떤 종류의 행복하고 따뜻한 기억을 떠올렸는지 상세하게 말하지 않는 이상 간단히 넘어갈 수 없을거다, 어린 래번클로여.”

“흠….” 해리가 침음성을 흘렸다. 그가 고민하는 듯 볼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과연 말해도 될지 고민되는군요?”

별안간 퀴렐 교수가 씨익 웃었다.

“제발?” 교장이 애원했다. “제발 제발 부탁이니 부디 알려주지 않겠니?”

충동을 느낀 해리는 그대로 몸을 맡기기로 했다. 위험성이 다분했으나,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몰랐다.

“음료수 세 병,” 주머니를 향해 중얼거린 해리가 고개를 들고 호그와트의 방어술 교수와 교장을 바라보았다. “신사 여러분,” 해리가 선언했다, “호그와트로 가기 위해 인생 처음으로 9와 4분의 3 승강장을 방문했던 그 날, 저는 이 음료수 세 병을 구매했습니다. 아주 특별한 상황을 위해 줄곧 아껴두고 있었죠; 이 음료수가 정확하고 적절한 때에 섭취되기 위해 간단한 마법이 걸려있습니다. 이게 제게 남아있는 전부지만, 아마 이 이상으로 이 음료수를 마실 훌륭한 상황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군요. 자, 그럼?”

덤블도어가 해리의 손에서 음료수를 건네받았고, 해리는 다른 하나를 퀴렐 교수에게 던졌다. 두 성인 마법사들이 음료수 캔에 동등한 주문을 걸어보았고 나타난 결과에 인상을 찌푸렸다. 반면 해리는 그저 간단하게 캔을 따 바로 들이켰다.

호그와트의 방어술 교수와 교장도 조심스럽게 그를 뒤따랐다.

그리고 해리가 말했다, “전 죽음에 대한 제 절대적인 거부를 자연계의 질서로 여겼을 뿐입니다.”

패트로누스 마법에 사용될법한 감정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해리 안에서 10위 안에 머무를 것은 명백했다.

그들이 뿜어낸 격뿜차가 서서히 소멸되어가고 있는 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방어술 교수와 교장이 짓는 표정에 해리는 살짝 긴장해버리고 말았다; 허나 서로를 잠시 마주보던 그들은 서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상 해리를 어쩌지 못한다는 결말에 다다랐는지 그저 한숨만 푹 쉬었다.

“포터 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심지어 나조차 인생은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하​동​문​이​지​만​,​”​ 덤블도어가 긍정했다. “설명해주렴.”

입을 연 해리였지만,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에 잽싸게 입을 꾹 닫았다. 고드릭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며, 만약 알았다면 로웨나도 입을 함구했었다; 진실을 깨달은 마법사들이 그 밖에도 몇 있었을 수도 있지만 상황을 보니 그들도 진실을 알리지 않았다. 어떤 결과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시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듣는 순간, 그 기억은 절대로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원리를 깨닫는 순간, 그 사람은 다시는 통상적인 동물 형태의 패트로누스를 불러올 수 없게 될 것이다 ─ 그리고 대다수의 마법사들은 디멘터의 진실을 정면으로 대면하여 압도할 수 있을 훈육을 받지 않았다 ─

“어, 정말 죄송하기 따름입니다만,” 해리가 머리를 긁적였다. “찰나의 순간에 저는 여러분께서 스스로 깨닫지 않으시는 이상 이 원리를 제가 직접 설명하는 건 매우, 심히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말이니, 해리?” 덤블도어가 느릿하게 되물었다. “아니면 그저 현명함을 가장하고 있는 것 ─”

“교장님!” 순수한 경악을 담은 퀴렐 교수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사용할 수 없는 자에게는 마법의 원리를 가르쳐줄 수 없다고 포터 군이 말했잖습니까! 마법사들 간의 암묵적인 규칙을 잊지는 않으셨을텐데요!”

“만약 제가 알려드린다면 ─” 해리가 말을 시작했다.

“아니,” 퀴렐 교수는 단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유도 필요없이, 그저 알아서는 안 된다는 거절의 의사만 밝혀라 포터 군. 정 실마리를 선물하고 싶다면 이런 대화 중간에 아무렇게나가 아니라, 개인적인 면담 시간에 지극히 신중하게 하도록.”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지만,” 교장이 말을 버벅거렸다. “하지만, 하지만 마법부에는 무어라고 변명을 한단 말인가?! 디멘터를 그저 분실해버릴수는 없단 말일세!”

“제가 먹었다고 하십시오,” 퀴렐 교수의 대답에 해리는 무의식적으로 홀짝이고 있던 음료수를 성대하게 뿜고 말았다. “전 상관없으니까. 그럼 이만 돌아가지 않겠나, 포터 군?”

기억 조작 마법을 기다리며 잠든 오러 삼총사와 텅 빈 철창을 망연하게 바라보는 벙찐 알버스 덤블도어를 뒤로 하고, 둘은 호그와트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파, 해리 포터와 퀴렐 교수:

한참을 걸어갔을까, 느닷없이 퀴렐 교수가 입을 열자, 배경에 가득하던 소음이 삽시간에 멎는 것만 같았다.

“무언가를 죽이는 행위에는 일가견이 있구나, 제자여,” 퀴렐 교수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해리가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딱히 찔러보는 건 아니다만,” 퀴렐 교수가 말했다, “혹시 그 비밀을 말해서는 안 될 대상이 오직 교장님 한 명뿐이었다는 가능성은…?”

해리는 그의 질문을 고려해보았다. 퀴렐 교수는 처음부터 동물 형태의 패트로누스 마법이 불가능했었다.

허나 한번 흘린 비밀은 결코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법이고, 해리는 이 정도의 어마어마한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면 사전에 주의, 또 신중하게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도 남은 상태였다.

해리가 이내 고개를 젓자, 퀴렐 교수는 납득한 듯 끄덕였다.

“그저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입니다만 퀴렐 교수님,” 해리가 물었다, “만약 호그와트 안으로 반입된 디멘터가 교수님께서 꾸민 악랄한 책략중 일부였다고 가정한다면, 그 목표가 무엇이겠습니까?”

“지칠대로 지친 덤블도어의 암살이겠지,” 퀴렐 교수의 대답에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흠. 교장님께서 내가 의심스러워 보인다고 말하시기라도 했나?”

설득력 있는 대답을 하기 위해 해리는 말을 멈추고 생각해보았으나, 이미 충분한 대답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사고를 닫아버렸다.

“흥미롭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포터 군, 오늘 이 사건에 모종의 계략이 연루되었을 수도 있다라는 의문은 충분히 가질 수 있다. 네 지팡이가 디멘터의 철창에 그토록 가까이 떨어진 건 기막힌 우연의 산물일 수도 있어. 아니면 오러들 중 한 명이 개입을 하기 위해 임페리우스를 걸었거나, 컨펀더스, 아니면 레질리먼시를 썼을 수도 있지. 네 계산에 따른다면 플리트윅이나 나 또한 용의자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참고로 스네이프 교수는 오늘 모든 일정을 취소했고, 환멸 마법을 사용할 정도의 강력한 마법사이기도 하지; 오러들이 탐지 마법을 사전에 걸어뒀지만, 네 차례가 지난 후에 다시 한번 사용하지는 않았다. 허나 가장 간단한 예상이란, 포터 군, 바로 이 모든 게 덤블도어 본인이 구상한 계략이라는 것이지; 그리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아마 네 의심을 다른 어딘가로 돌릴 방안 또한 이미 획책해두었을 것이다.”

몇걸음이나 더 걸었을까.

“하지만 교장님께서 그러실 이유가?” 해리가 말했다.

그를 짐짓 말없이 주시하던 방어술 교수가, 이내 말했다, “포터 군, 교장님의 성격, 인격, 인품에 대하여 충분히, 그리고 정확히 수사해보기라도 했나?”

“충분하게는 아니 ─” 해리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충분하지 않았군요.”

“충고하나 하지,” 퀴렐 교수가 말했다, “한 사람의 주변 인물들만 탐구하는 것으로는 그 인물에 대하여 완벽하게 알아낼 수 없다.”

이번에는 해리가 침묵할 차례였다. 호그와트로 향하는 오솔길을 걸으며 그는 생각했다.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건만. 전문용어로 ‘확증 편향’이라고 불려진다; 즉, 정보를 찾을지언정, 자신과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맏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해버리는 경향이다. 즉,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해리가 말했다. “아…아직 말하지 않았던가요? 정말 감사해요, 전부 다. 만약 또다른 디멘터가 교수님을 협박하거나 살짝 짜증나게 한다면 제게 말해주세요, 언제든지 ‘반짝이는 인간 씨’를 소개해줄 의향이 있으니까요. 디멘터가 제 친구들을 괴롭히는 건 싫거든요.”

그 말에 퀴렐 교수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를 협박했기 때문에 디멘터를 처치했단 말이냐?”

“어,” 해리가 말했다, “그 전부터 이미 결심했던 사안이었지만, 네, 이유 중 하나였죠.”

“그렇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리고 만약 네 마법이 디멘터를 물리치지 못했다면 어쩔 셈이었나?”

“플랜 B,” 해리가 말했다. “녹는점과 밀도가 높은 금속, 가령 텅스텐에 디멘터를 가두고 활화산으로 집어던져, 맨틀까지 다다르기를 기대해봐야죠. 아, 참고로 우리 지구의 표면 밑은 녹은 용암으로 가득차있 ─”

“그래,” 퀴렐 교수가 말을 가로챘다. “알고 있다.” 그의 입가가 기묘하게 말아올려졌다. “돌이켜보면, 어째서 내가 그 발상을 떠올리지 못했는지 의문조차 가는군. 그렇다면 하나 더 질문해보겠다 포터 군. 만약 네가 어떤 물건을 그 누구도 다시는 찾을 수 없게 숨겨야만 한다면, 어디에 숨기겠는가?”

해리는 그 질문을 고려해보았다. “여기서는 숨기려고 하시는 물건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안되는거겠죠 ─”

“그렇지,” 퀴렐 교수의 답변은 해리의 예상대로였다; 그리고, “네가 조금 더 성숙해진다면 기꺼이 말해줄 용의도 있다만,” 지금 당장은 아니라는 소리.

“뭐,” 해리가 말을 시작했다, “행성의 맨틀까지 투입시키는 건 제외한다면, 무작위로 장소를 하나 물색해 지면을 수 킬로미터 파고들어가 파묻을 수도 있죠 ─ 시전자가 장소에 대해 무지한 채로 남을 수 있다면 순간이동을 이용하거나, 우선 구멍을 뚫고 물건을 묻은 뒤 복구시킨다거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장소로 향하는 증거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물건을 묻은 본인에게조차 행방불명이 되게 말입니다. 이 행성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에 떨어뜨려도 충분히 안전하죠 ─ 아니면 예측이 불가능하게 허를 찔러 무작위로 다른 이름없는 해구를 고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영구적으로 부유마법이나 투명마법을 걸 수만 있다면, 성층권으로 날려보내는 것도 훌륭할 것 같네요. 이상적으로는 탐지를 방해하는 마법과 태양계 바깥까지 나가게 변동 가속도를 붙여, 우주로 쏘아보내는 겁니다. 그리고 숨긴 다음에는 물론, 스스로의 기억을 삭제해 만일의 가능성마저 지워버리면 완벽하죠.”

방어술 교수의 웃음소리는 미묘했던 그의 미소보다 더 미묘하게 다가왔다.

“퀴렐 교수님?” 해리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전부 탁월한 의견이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허나 어째서 굳이 그 다섯을 고른건가, 포터 군?”

“네?” 해리가 되물었다. “솔직히 뻔한 발상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호오?” 퀴렐 교수가 말했다. “허나 공교롭게도 네 발상에는 아주 재미있게도 패턴이 존재하는구나. 뭐, 어떻게 보자면 수수께끼라고 봐도 좋겠지. 이제서야 시인한다만 오늘은 굉장히 다사다난한 하루였으나, 전체적으로 아주 유쾌한 날이었다, 포터 군.”

그리고 그들은 서로와 조금 거리를 벌려 호그와트로 향하는 오솔길을 걸어갔다. 무의식적으로 해리는 이상하리만치 강렬하게 느껴지는 거북한 기운을 피하기 위해, 방어술 교수와 최대한 떨어져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여파, 다프네 그린그래스:

결국 헤르미온느는 모든 질문에 대답을 거부했고, 슬리데린 지하감옥으로 향하는 골목길에 들어서자마자 다프네와 트레이시는 바로 돌변해 최속으로 걸어갔다. 호그와트 내에서 소문은 그야말로 빛보다 빠르게 퍼졌기에, 그들이 가장 먼저 소문 제공자가 되려면 당장 지하감옥으로 가야만 했다.

“잘 기억해,” 다프네가 말했다, “들어가자마자 그 둘이 키스했다고 외치지 말기, 알았지? 차근차근 이야기의 전개를 풀어놓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니까 말이야.”

트레이시가 흥분한 기색으로 고개를 정신없이 끄덕였다.

슬리데린 휴게실로 들어서자마자, 숨을 깊게 들이쉰 트레이시 데이비스가 외쳤다, “모두들! 해리 포터가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서 디멘터한테 먹힐 뻔했는데 퀴렐 교수가 구해줬지만 갑자기 악랄하게 변한 포터를 그레인저가 단 한번의 키스로 되돌렸어! 이거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뭐겠어!”

뭐, 올바른 이야기 전개이긴 하다고 다프네는 나름 수긍했다.

허나 그 소식은 그들이 예상했던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대다수의 여학생들이 그들을 곁눈질했으나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했고, 남학생들은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의자에 앉아 책을 계속 읽어나갔다.

“그래,” 팬시가 신랄하게 쏘아붙였다. 그녀의 무릎 위에는 색칠 공책처럼 보이는 서적을 읽고 있는 그레고리가 발을 올리고 있었다, “밀리센트가 이미 말해줬어.”

어떻게 ─

“왜 네가 먼저 키스하지 않았어, 트레이시?” 플로라와 헤스티아 캐로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추궁했다. “이제 포터가 그 잡종년이랑 결혼하게 생겼잖아! 네가 먼저 포터를 키스했다면 네가 걔 진정한 사랑이 되는 것도 모자라, 부유한 귀족 가문의 부인이 될 수도 있었는데!”

깨달음이 망치처럼 트레이시를 강타했다.

“뭐?!” 다프네가 소리질렀다. “사랑이 그딴식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무슨 말을 하는거니,” 호그와트 호수의 물결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마법을 연습하고있던 것으로 보이는 밀리센트가 고개를 저었다. “원래 첫번째 입맞춤이 왕자님을 사로잡는 법이라니까.”

“하! 오늘이 걔네들의 첫 입맞춤도 아니던데 뭘!” 다프네가 외쳤다. “헤르미온느는 예전부터 이미 포터의 진정한 사랑이었어! 그렇기에 포터를 구할 수 있었던 거란 말야!” 순간 그녀가 내뱉은 말의 의미를 깨달은 다프네가 움찔했지만, 이미 흐른 물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잠깐, 잠깐, 잠깐, 뭐야?” 그레고리가 팬시의 무릎에서 다리를 휙 내리며 말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시지? 우리 벌스트로드 양한테서 그런 말은 못들었는데.”

전원의 시선이 이제 다프네에게 향해있었다.

“아, 그래,” 다프네가 말했다,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밀치며 외쳤어, ‘키스는 하지 말라고 했잖아!’ 라고. 그리고 해리가 마치 죽어가는 듯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자 퍽스가 노래를 불러줬고 ─ 사실 뭐가 먼저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진정한 사랑을 찾은 것처럼 들리지는 않는데,” 캐로우 쌍둥이가 말했다. “차라리 잘못된 사람에게 강제로 키스당한 거라면 모를까.”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트레이시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충격으로 굳어져있었다. “내가 바로 그의 진정한 사랑이었어. 해리 포터는 내 장군이었다고. 내가, 내가 그를 두고 그레인저와 싸워야 했었 ─”

기가막히다는 듯이 다프네가 트레이시를 향해 몸을 돌렸다. “네가? 헤르미온느로부터 해리를 빼앗는다고?”

“그래!” 트레이시가 외쳤다. “내가!”

“미쳤구나, 너,” 다프네가 단정지었다. “설령 네가 먼저 포터를 키스했다고 한들, 결국 넌 뭐로 전락하는지 아니? 2막 마지막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철없는 소녀쯤의 역할밖에 안된단다.”

“그 말 취소해!” 트레이시가 울분을 토했다.

한편, 그레고리는 방을 가로질러 한창 숙제와 씨름중인 빈센트를 불렀다. “크레이브 씨,” 그레고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말포이가 이 소식을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여파,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헤르미온느는 밀랍으로 밀봉되고, 표면에 ‘42’라는 숫자가 적힌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우리들이 어째서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냈어 헤르미온느. 우리가 충분히 행복하지 못해서가 아니야. 하지만 말해줄 수 없어. 교장님에게도 마찬가지야. 적어도 당장에는 부분적 변신술보다 더 엄중히 다뤄야 할 기밀이니까. 하지만 언젠가 만약 디멘터와 맞서야 되는 상황이 들이닥칠 경우를 대비해, 그 비밀을 여기에 암호로 적어뒀어. 디멘터, 그리고 패트로누스가 연관되어있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열었을 경우 이게 무슨 말일지도 모를테니, 오직 너만 알아볼 수 있는 종이야….

그녀는 자신이 목격했던 광경이 그가 죽고, 부모님이 죽고, 친구들이 죽어, 결국 모두가 죽는 것이었다고 해리에게 순순히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녀의 진정한 두려움이 홀로 외롭게 맞이하는 죽음이라는 건 끝내 말할 수가 없었다. 어째선지,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다가왔으니까.

자신이 본 것은 부모님이 죽어가는 광경이 웃기다고 생각한 스스로의 모습이었다고 해리는 말했다.

디멘터가 끌고가는 장소에 빛이란 없어, 헤르미온느. 온기도. 자비도. 그곳에 도달하는 순간 행복이 무엇이었는지도 망각해버려. 오직 고통, 두려움만이 너를 숨쉬게 해. 증오심만은 여전히 남아, 증오하는 무언가를 부숨으로써 쾌감을 느끼게 되고. 타인의 불행에 미소를 짓게 되지. 하지만 결코 행복해질 수는 없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그것의 이름이 뭐였는지조차 흐려지고…네가 구해준 내가 빠져있던 그 공간을, 말로는 형용할 수가 없어. 평상시에 나는 최대한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나를 위한 타인의 희생을 참고 넘어갈 수가 없는 성격이지만, 이번만큼은 말해야겠어. 네가 나를 키스하기 위해 무엇을 버렸던 간에, 네가 옳은 선택을 했다는 진실을 결코 의심하지 말아줘.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깨달았다. 그녀가 디멘터에게 얼마나 미약한 영향을 받았는지를, 그리고 그녀를 사로잡던 어둠이 그에 비하면 얼마나 하찮았는지를.

허나 모두가 그녀를 버려두고 죽어가는 광경은 지금 상상해도 온 몸을 오싹하게했다.

헤르미온느는 착한 아이답게 종이를 주머니 속에 고이 모셔두었다.

허나 자꾸만 펼쳐 읽어보고만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디멘터가 무서웠으니까.



여파, 미네르바 맥고나걸: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충격받을 필요 없었고, 해리를 마주보는 게 이토록 힘들어서도 안되었으나, 그가 겪은 상황을 ​감​안​해​본​다​면​…​그​녀​는​ 앞에 서있는 소년에게 디멘터의 흔적을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탐지되지 않았다. 허나 그런 무시무시한 질문을 태연자약한 얼굴로 아무렇지않게 해대니 걱정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포터 군, 그건 교장님의 허락 없이는 결코 다룰 수 없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소년이 표정변화없이 대꾸했다. “되도록이면 이 사안으로 교장님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군요,” 해리 포터가 태평하게 말했다. “사실 방해하지 않기를 원합니다, 교수님께서도 이 대화는 그 누구에게도 함구하시겠다고 약속하셨죠. 이렇게 한번 말해볼까요. 저는 정말로 저와 관련된 ‘예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트릴로니 교수님의 예언을 직접 들은 인물이 바로 교수님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 예언은 제임스와 릴리의 아이를 어둠의 마왕을 위협할 인물로 지목했죠. 그리고 전 제가 누군지 알아요, 아니 제 정체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겠죠, 그러니까 제게 털어놓으셔도 이제와서 제가 위험해질 일은 없어요. 그러니 말씀해주시죠: 제임스와 릴리의 아이인 저를, 예언이 정확히 어떻게 정의를 내렸습니까?”

트릴로니의 공허한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속에서 메아리쳤다 ─


그와 세번 겨루었던 이들의 자식으로 태어날 것이며,
일곱 번째 달이 기울 때 태어나리라….


“해리,” 맥고나걸 교수가 애원했다, “난 도저히 말할 수 없단다!” 상상의 범주를 초월하는 해리의 범주에 그녀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도대체 언제 저토록 많은 진실을 ─

소년이 슬픔이 깃든 미묘한 눈동자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맥고나걸 교수님께서는 교장님의 허락이 없다면 재채기조차 못하시는 건가요? 제가 왜 이 질문을 하는지, 그리고 이 대화를 철저하게 비밀로 숨겨야하는지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은 맹세할 수 있습니다.”

“제발 이러지 말거라, 해리,” 그녀가 중얼거렸다.

“좋아요,”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아주 간단한 질문 하나만 하죠. 이것만큼은 대답해주셨으면 해요. ‘포터’라는 성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었습니까? 예언이 명백하게 ‘포터’라는 성을 말했습니까?”

그녀는 장시간동안 해리를 응시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마음이 튀어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질문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거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흘려넘길 수도 없는 핵심적인 질문 ─

“안 돼,” 마침내 그녀가 시인했다. “제발, 해리, 부탁이니 더 이상은 물어보지 말거라.”

소년의 미소가 어째선지 아련하게 느껴졌다, “고마워요, 미네르바. 당신은 정말 정직하고 상냥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녀가 미처 경악으로 벌려진 입을 채 닫기도 전에, 해리 포터가 그녀의 집무실에서 퇴장했다; 그리고 마침내 해리가 그녀의 거부를 하나의 대답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그녀가 그토록 숨기려 했던 진정한 대답이 무엇인지 떠올려버렸을 때 ─

해리가 집무실의 문을 닫았다.

괴이쩍게만 느껴졌던 논리는 정보가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섬뜩할정도의 정확성을 보여주고 싰었다. 퍽스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때 문득 각성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부터였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으나 그의 머리 속에는 한가지 이론이 세워졌다.

보통 어둠의 마왕이라고 칭송받는 존재들이 유아를 두려워할리가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해리 포터라는 아이가 볼드모트 경에게 위협적인 인물로 거듭날 것이라는 예언이 있다는 추론을 하게 되었고, 볼드모트 경이 그 예언을 듣고말았다는 가설도 고려해볼 수가 있었다.


“나는 네게 도망을 칠 아주 귀중한 기회를 주었다, 허나 네년을 납득시킬 가치는 없을뿐더러, 너의 죽음조차 아들을 구할 수는 없다. 그러니 작게나마 이성이 있다면 당장 물러서라, 어리석은 계집!”


그녀에게 살아남을 기회를 준 것은 그저 변덕 때문이었는가? 허나 변덕이었다면 볼드모트 경이 굳이 그녀를 설득할 시도조차하지 않았을 터. 예언이 볼드모트 경에게 릴리 포터의 죽음은 그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고 경고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볼드모트 경은 사력을 다해 그녀를 설득해나갔을 것이다. 허나 볼드모트 경은 릴리 포터에게 아주 잠깐동안, 그것도 매우 미약한 자비만을 베풀었을 뿐이었다. 스스로의 변덕보다는 강했으나, 예언의 경고보다는 약한 무언가.

그러니 볼드모트 경에게 아주 유용하고 충심어린 부하가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리고 그 부하는 어떻게든 릴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둠의 마왕에게 간청을 했다. 제임스는 제외하고, 릴리 만큼은 살려달라고.

이 사람은 적어도 볼드모트 경이 포터 가족의 집에 공격을 감행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모자라 예언에 대해 빠삭했고, 그 예언을 어둠의 마왕이 들었다는 사실조차 숙지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릴리의 위험을 간파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맥고나걸 교수의 말에 따르면, 그녀 말고도 예언을 아는 자는 단 둘 밖에 없다.

알버스 덤블도어.

그리고 세베루스 스네이프.

세베루스 스네이프, 릴리가 릴리 포터가 되기 전부터 사랑했고, 제임스를 증오했던 사내.

그렇다면 세베루스는 예언의 존재를 알게 되고, 바로 어둠의 마왕에게 보고했을 것이다. 예언에는 ‘포터’라는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거나 설명되지 않았으니까. 예언은 일종의 수수께끼였고, 불행히도 세베루스가 그 수수께끼를 풀었을 때는 늦어도 너무 늦은 뒤였다.

허나 만약 세베루스가 예언을 최초로 들은 자였고, 어둠의 마왕에게 보고를 올렸다면, 어째서 덤블도어와 맥고나걸 교수에게도 예언을 말한 것인가?

고로 최초로 예언을 들은 자는 덤블도어나 맥고나걸 교수인 셈.

그러나 그러한 중대하고 결정적인 예언을 호그와트의 교장이 변신술 교수에게 발설할만한 마땅한 이유가 전무했다. 허나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면 이유가 넘치도록 충분했다.

그러니 가장 합리적으로 생각해볼 때, 최초로 예언을 들은 자는 맥고나걸 교수다.

그것을 감안해볼 때, 이 이야기의 중심인 예언자는 호그와트의 점술 교수인 트릴로니 교수일 가능성이 컸다. 예언자는 상당히 희귀한 존재였기에, 맥고나걸 교수가 만약 예언자를 볼 기회가 있었다면 십중팔구는 트릴로니였을 것이다.

맥고나걸 교수는 덤블도어에게 보고를 올린 뒤, 그의 허락 없이는 결코 누구에게도 예언을 발설하지 않았을 터.

고로, 알버스 덤블도어가 의도적으로 세베루스 스네이프에게 예언에 대한 정보를 흘렸을 공산이 컸다. 그리고 덤블도어는 성공적으로 수수께끼를 풀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릴리를 사랑했던 세베루스를 중개인으로 임명하지 않았을 테니까.

덤블도어는 볼드모트 경을 죽음으로 내몰기 위해 고의적으로 예언을 흘린 것이다. 어쩌면 덤블도어는 세베루스에게 예언의 일부분만 흘렸거나, 아니면 세베루스가 알지 못하는 또다른 예언이 있을지도 모르지만…어째선지 덤블도어는 설령 당장 포터 가가 침공당한다고 하더라도 볼드모트 경은 무너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비록 볼드모트 경 본인은 믿지 않았겠지만. 아니면 미쳐도 단단히 미친 덤블도어의 광기를 감안해, 그저 우연과 우연이 겹친 기적이었을지도….

그 이후 세베루스는 계속해서 덤블도어를 섬기게 되었다; 아마 덤블도어가 세베루스의 업적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면 죽음을 먹는 자들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을 터.

덤블도어는 해리의 어머니만큼은 살리기 위해 나름 기회를 마련했다. 허나 그의 계략에서 그 부분만큼은 유일하게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제임스 포터의 죽음을 알고서도 내버려두었다.

덤블도어는 해리의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만약 그의 논리가 진실로 드러난다면 말이지만. 마법 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낼 경우 덤블도어의 죄도 정상 참작될 수 없진 않다고 해리는 머리로는 납득한지 오래였다 ​그​러​나​…​그​래​도​…​속​이​ 메스꺼울 정도로 거북한 이론이었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알버스 퍼시벌 울프릭 브라이언 덤블도어라는 인간에 대해 이 전쟁의 상대측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드레이코 말포이에게 물어볼 좋은 기회일지도 몰랐다.
인본주의, 완

그야말로 악마같은 두뇌군요. 맥고나걸의 단 몇마디로 해리가 원작에서는 7권까지 알려지지 않은 진실에 근접했습니다. 물론 결론은 완전히 빗나갔고, 부분 부분 틀린 곳이 많지만요. 원작에서 예언을 최초로 들은 사람은 스네이프죠. 하지만 합리적으로 유추해볼때 맥고나걸일 수밖에 없고, 그게 현재 해리의 한계입니다.

졸지에 천하의 둘도없는 악마로 낙인찍히려 하는 덤블도어에게 애도.

그리고 '여파' 부분을 보면 퀴렐이 원작대로 볼드모트일 가능성이 한없이 올라갔군요. 만약 퀴렐이 볼드모트라면, 해리가 말한 장소들을 그도 당연하게 고려했을 겁니다. 그리고 호크룩스를 숨겼겠죠. 고로 이 팬픽에 한정해서 그는 절대로 죽을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당장 장소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고, 예전에도 언급이 되었던 '파이오니어'만 해도 답이 안나와...


여튼 드디어 인본주의 파트가 끝났군요. 다음 화의 제목은 '인간성 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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