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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Original |

Translator | 송장의간장

인간성 이론 1화


사건의 전개 도중 피해자는 한번쯤 의심을 해보게 된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모든 정황이 단 한가지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의심을 하게되는 순간이 올 경우 그 충격이 감히 형언할 수 조차 없으며, 속았다고 시인하는 건 더할나위없이 수치스럽기에, 피해자는 그 사실을 애써 부정하며 끝없이 놀아난다고 아버지는 설명했었다.

그리고는 드레이코에게 결코 그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가장 먼저, 그는 드레이코가 울면서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선물해준 쿠키들을 애버리 씨가 전부 먹어치우도록 했다. 몇 시간 전 아버지가 선물했던 커다란 병에 담긴 사랑스러운 쿠키들을 그 찰나의 시간동안 애버리 씨에 의해 전부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고로 그레고리가 그 ‘키스’에 대해 알려줄 때 살살 아파오던 위의 감각은 드레이코에게 가히 익숙한 그것이었다.

간혹 뒤를 돌아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일때가 있다….

(빛 한점 없는 교실에 ─ 지난 몇 달동안 수차례 사용되었으니 더 이상 버려졌다고는 칭할 수 없는 ─ 긴 외투에 달린 두건을 푹 눌러 얼굴을 가린 소년이, 칙칙한 수정구가 놓인 책상을 앞에 두고 앉아있었다. 침묵 속에, 어둠 속에 사고를 밝히며, 문이 열려 빛이 침투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레인저를 밀친 해리가 그렇게 외치지 않았는가, 키스는 하지 말라고 했잖아! 라고.

아마 해리는 이렇게 변명할 것이다; 저번에 날 귀찮게 하려고 장난쳤을 뿐이야, 예전에 그 데이트를 억지로 했었던 것처럼.

허나 확증된 사실은 바로 그레인저가 해리를 돕기 위해 디멘터와 맞서려고 했다는 것; 그가 디멘터의 마수에 걸려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눈물을 흘리며 키스를 했다는 것; 그리고 그 키스가 그를 구원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라이벌은커녕, 선의의 라이벌이라고도 볼 수는 없는 사이.

심지어 연극에서조차 볼 수 없을 것 같은 종류의 ‘우정’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어째서 해리는 그의 친구가 호그와트의 얼음벽을 오르도록 유도한 것일까?

해리 포터에게 친구란 그런 식으로 다루어야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해괴한 계략을 헤아리기 위해서 발휘해야 할 기술이란 바로 결과를 알아내고, 그것이 의도된 결과였으며, 그로 인해 누가 가장 이득을 보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그의 아버지는 충고했다.

사건으로 인한 결과란 바로 해리 포터와 맞서기 위해 드레이코와 그레인저가 힘을 합쳤고…그가 그레인저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는 것.

말포이의 후계자와 잡종 마녀가 친구로 거듭남으로써 이득을 보는 인물은?

그런 식의 음모를 구성하자면 따라올 사람이 없는 대가라고 정평이 나있는 자는?

해리 포터를 조종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배후의 인물은?

덤블도어.

만약 그의 추론이 정답이라면 드레이코는 훗날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버지에게 전부 보고를 올려야만 했다. 보고를 올린 뒤 그의 신변에 무슨 해가 들이닥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그렇기에 그의 추론이 사실이 아니고, 전부 그의 오해에 불과할 뿐이라는 일말의 가능성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고…

…이런 감정 또한, 드레이코는 애버리 씨와의 개인 교습 시간에 확실히 깨우쳤었다.

드레이코는 아직 해리와 맞설 계획을 세워두지 않았다. 아직 해리가 꿰뚫어보고 역이용할 수 없는 실험을 구상하는 단계였다. 허나 그때 마침 빈센트가 이번 주 초나, 토요일 대신 금요일에 만나고 싶다는 해리의 의사를 전달해왔던 것이다.

고로 드레이코는 이 장소에 도달했다. 어둑한 교실 안에, 불이 켜지지 않은 수정구가 그를 반겼다.

분침이 움직였다.

발소리가 다가왔다.

방 안쪽으로 젖혀지는 문이 나지막하게 고철소리를 토해내자, 그 뒤에서 역시 긴 외투에 두건을 뒤집어 쓴 해리 포터가 등장했다; 해리가 어둑한 교실로 한발자국 들어서자, 희미하게 덜컥거리며 문이 닫혔다.

드레이코가 수정구를 톡톡 두드리는 순간 교실에 환한 녹색빛이 들어왔다. 녹색빛은 책상의 그림자를 바닥에 드리웠고, 구부러진 의자 등받이에 반사되어 눈을 부시게 했다. 광자가 나무에 입사각과 반사각이 일치하게끔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적어도 그가 습득한 이런 지식들만큼은 거짓말일리가 없었다.

빛이 터져나오자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린 해리가 멈칫하더니,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걸음을 재촉했다. “안녕, 드레이코,” 후드를 젖혀올리며 그가 드레이코가 앉은 책상으로 다가왔다. “와줘서 고마워, 평소 모임 시간이 아니란건 ─”

“천만에,” 드레이코가 딱딱하게 말을 끊었다.

드레이코와 마주보기 위해 해리가 의자를 질질 끌고 왔다. 의자 다리가 바닥에 긁히며 미약하게 소름끼치는 소음을 자아냈다. 의자 등받이를 책상으로 향하게 한 해리가 두 다리를 벌려 걸터앉고는, 등받이에 두 팔을 교차해 올렸다. 그 수심 어리고 진지한 표정은 해리 포터라는 사실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어른스러워 보였다.

“네게 정말 중대한 질문이 있지만,” 해리가 말했다, “ 그 전에 우리가 먼저 할 게 있어.”

갑작스럽게 탈력감을 느낀 드레이코는 침묵을 고수했다. 사실 이제는 반쯤 포기상태였던 것이다.

“자, 드레이코,” 해리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머글들은 사망한 뒤에도 유령을 남기지 않는걸까?”

“그야 머글들은 영혼이 없으니까 그렇지,” 드레이코가 주저없이 말했다. 말을 토해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 주장이 해리의 견해를 전면부정할 수도 있음을 깨달았으나, 딱히 신경쓰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사실을 말했는데 그가 꿀릴 이유 따위도 없으니까.

놀라울 것도 없다는 듯이 해리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내가 그 중요한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네가 패트로누스 마법을 배울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찰나동안 그 허무맹랑한 부탁에 드레이코는 얼어붙고 말았다. 그래, 이래야 예측불능 이해불능 해리 포터답지. 한때 해리가 전술을 위해 고의적으로 그토록 혼돈스럽게 행동하는 거라고 추론하기까지 했으니.

그리고 불현듯 진실을 자각한 드레이코가 번개같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마치 발버둥 치듯이 책상에서 서둘러 멀어졌다. 그래, 그랬었나. 이제 끝이다. “하, 덤블도어의 부하들처럼 말이겠지.” 그가 씹어뱉었다.

“아니, 살라자르 슬리데린처럼 말이지.” 해리가 또렷하게 대꾸했다.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던 드레이코가 헛발을 디뎌 비틀거렸다.

느릿하게, 드레이코가 고개만을 돌려 해리를 보았다.

“그런 망발을 어떻게 떠올렸는지는 몰라도,” 드레이코가 말했다, “네 주장은 틀렸어. 패트로누스 마법이 ‘그리핀도르 마법’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 ─”

“살라자르 슬리데린은 완벽한 형상이 구축된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어,” 해리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손을 망토 속으로 넣어, 한 권의 책을 꺼냈다. 녹색의 표지에 백색으로 적힌 책의 제목은 주변을 환하게 비추는 녹색 빛에 의해 보이지도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세월의 풍파가 느껴졌다. “예전에 패트로누스 마법을 연구할 때 발견했지. 혹시 네가 그래도 불신할까봐 참고 문헌의 원본을 도서관에서 찾아 빌려왔어. 게다가 이 책의 작가는 살라자르가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적어놓았더군; 슬리데린에게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아마 비교적 최근의 것이겠지. 그리고 역사적인 면에서 참고로 현재 책을 소지하고 있지는 않으나, 고드릭 그리핀도르는 패트로누스를 불러올 수 없었어.”

이보다 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지난 여섯 번 가량의 상황에서, 드레이코는 여섯 번 전부 해리의 허풍을 꿰뚫어보려고 시도해보았으나, 결국 깨달은 것은 해리가 적어도 책에 적시된 사실에 대해서는 결코 구라를 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해리가 책갈피를 잡고 책을 열었을 때, 해리의 손가락이 향한 내용을 치밀하게 살펴보게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그리고 래번클로의 불꽃이 파울 경이 이끄는 군대의 좌익을 감싼 어둠에 내려앉아, 용서없이 깨뜨리는 순간, 그리핀도르 경이 옳았음이 명명백백해졌노라; 그들을 옭아메던 두려움은 자연에서 비롯되지 아니하고, 패자들의 영혼을 약속받은 삽십육 개체의 디멘터였으니. 주저할 것 없이 후플푸프 부인과 슬리데린 경이 각각 거대한 오소리와 찬란한 은색의 뱀의 형태인 패트로누스를 소환했으며, 마음에서 그림자가 거두어진 수호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도다. 그리고 래번클로가 웃음을 터뜨렸으니, 그것은 호그와트의 수호자로부터 거두어진 공포가 이제는 스스로의 군대를 대상으로 삼아버리게 된 아둔한 파울 경을 향한 것이었다. 허나 슬리데린 경이 말했으니, “그는 어리석지 않다, 그것만은 확실하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수심이 가득한 그리핀도르 경이 전장을 살펴….]


드레이코가 책에서 눈을 떼었다. “그래서?”

해리가 책을 닫고 주머니 속으로 쑤셔넣었다. “카오스와 선샤인 둘다 형상화한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병사를 보유하고 있어. 형상화한 패트로누스는 전언을 전달할 수 있지. 네가 배우지 못한다면, 드래곤 군대는 군사적으로 심각하게 불리한 상황에 처할 거야 ─”

그런 건 현재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드레이코였기에 곧이곧대로 그의 의사를 전달했다.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날카로운 목소리였을지도 모른다.

해리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예전의 빚에 대한 대가를 지금 받도록 하지. 빗자루 수업 첫날에 폭동이 일어날 뻔한 거, 내가 막아준 거 기억하고 있겠지? 난 네게 패트로누스 마법을 가르쳐볼거고, 넌 그 주문을 습득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임해야 해. 설마 말포이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는 않을거라고 믿겠어.”

드레이코는 다시 한번 그 탈력감이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만약 해리가 지금이 아니라 다른 시간에 이러한 요구를 해왔다면, 응당한 빚을 갚는 것이고 까고보니 딲히 그리핀도르만의 마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거리낌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째서지?” 드레이코가 물었다.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가능했던 일이 너도 가능한가 알아보기 위해,” 해리가 평이하게 대꾸했다. “이건 실험이기 때문에, 네가 완수하기 전까지는 의도를 알려줄 수 없어. 할거니?”

…기왕이면 이런 무해한 부탁으로 빚을 갚는 게 탁월한 선택일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해리 포터와의 인연을 끊으려고 하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래, 알겠어.”

해리가 망토에서 지팡이를 뽑고 수정구에 갖다댔다. “패트로누스 마법을 배우기에 최적의 색은 아니야,” 해리가 말했다. “녹색 빛은 살인 저주와 완벽하게 상응하니까. 하지만, 그래, ‘은’도 슬리데린의 색이었지, 아마? 둘락.” 빛이 꺼지고, 해리가 지속 발광 주문의 첫 두 문장을 반복해서 읊조렸다. 완벽한 지속 발광 마법은 아직 그의 마법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해리가 다시금 수정구를 두드리자, 찬란하면서도 부드러운 은빛의 섬광이 방 안을 가득채웠다. 책상과 의자와 색감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짙은 검은색의 머리칼 뒤에 숨은 해리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광경이 도드라졌다.

드레이코가 그 말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기까지에는 긴 시간이 걸렸다. “지난 모임 이후 살인 저주를 목격했단 말이야? 언제 ─ 어떻게 ─ “

“패트로누스 마법을 영창해 봐,” 해리가 굳은 표정으로 고했다, “그럼 알려줄게.”

드레이코가 손을 눈가에 갖다대며 터져나오는 은빛을 막았다. “젠장, 네게 평범한 계략따위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왜 잊고 있었지!”

자의로 만들어낸 어둠 속에서, 그는 터져나오는 해리의 웃음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해리는 습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던 사전 동작을 연습하는 드레이코를 주의깊게 관찰했다; 마지막 지팡이 동작과 발음은 사실 딱히 정확할 필요는 없었으나, 방금까지 합쳐서 총 3번의 운용은 해리가 보기에 완벽하기 이를 데 없었다. 순간 해리는 루핀 씨가 달리 거론하지 않았던 드레이코의 팔꿈치 각도나 발의 방향 따위를 지적하고픈 기묘한 충동에 휩싸였다; 아마 기분탓일테지만, 해리는 아랑곳 않고 그대로 가기로 했다.

“좋아,” 해리가 나지막히 고했다. 가슴팍에 느껴지는 긴장감에 제대로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안타깝게도 디멘터는 이 자리에 없지만 괜찮아. 필요없으니까. 드레이코, 승강장에서 네 아버지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어. 이 세상에서 그가 유일하게 소중히 여기는 게 바로 너고, 내가 네게 해를 끼친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복수를 하겠다고 말이야.”

“무…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드레이코가 어리둥절해했다. “어째서 지금 그걸 말해주는건데?”

“안될 거 있나?” 표정 변화는 없었으나, 해리는 드레이코의 심중을 이미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드레이코를 아버지의 그늘에서 떼어내려는 계략을 구상중이었기에, 그들의 관계를 오히려 화목하게 만들 껀덕지를 줄리가 없을 거라고. “네게 소중한 사람은 언제나 단 한 사람밖에 없었지, 그리고 패트로누스를 발현할정도로 행복하고 따스한 기억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고 있어. 입학식 전, 승강장에서 네가 말해주었지. 언젠가 네가 빗자루에서 추락해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극심한 고통이었고, 그대로 죽을 것만 같았다고 했어. 그 두려움의 근원이 디멘터라고 여겨 봐. 

누더기 같은 검정색 망토를 뒤집어쓴 놈은 네 앞에서, 마치 익사한 시체마냥 떠올라있어. 그때 패트로누스 마법을 써, 디멘터를 물리치기 위해 지팡이를 휘두를 때, 두려움에 떨던 네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를 떠올려; 그리고 그가 얼마나 너를, 그리고 네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를 생각한 다음, 주문을 영창하는 네 목소리에 전부 실어. 내 빚을 갚는다는 일환만이 아니라, 말포이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루시우스는 좋은 아버지라는 승강장에서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내게 증명해봐.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할 수 있었다면, 너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라고.”

그리고 해리는 드레이코의 등 뒤로 뒷걸음질 쳐,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드레이코는 빈 교실에서 먼지투성이의 고물 책상과 칠판을 대면하기에 이르렀다.

여전히 기묘한 표정을 지은 드레이코가 한 차례 뒤돌아본 후, 이내 고개를 바로했다. 해리에게 그의 심호흡이 들려왔다. 지팡이가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네 번 까딱거렸다. 드레이코의 손가락이 정확한 간격으로 벌어지고 ─

드레이코가 지팡이를 내렸다.

“이건 너무 ─” 드레이코가 인상을 찡그렸다, “네가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제대로 상상할 수가 없 ─”

몸을 돌린 해리가 문을 향해 걸어갔다. “1분 정도 있다 다시 올게,” 해리가 말했다. “그 행복한 기억만 계속 유지한다면, 패트로누스도 사라지지 않을거야.”



드레이코의 뒤에서 문이 다시 열렸다.

드레이코는 교실로 들어서는 해리의 발걸음을 들었으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해리도 침묵을 고수했다. 정적이 길고 길게 늘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

“이건 도대체 무슨 의미지?” 드레이코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이지만 떨리고 있었다.

“네가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거지,” 해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레이코의 생각과 너무나도 일치했기에, 그는 필사적으로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삼켰다. 정확했다, 너무나도 정확했다 ─

드레이코의 앞 바닥에는, 그에게 낯이 익은 은빛의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블루 크레이트. 머나먼 오지를 방문했던 아브락사스 말포이 경에 의해 저택의 식구가 된 그 뱀은, 그 이후 아버지에 의해 줄곧 전시장에서 길러졌다. 블루 크레이트의 특징은 설령 물리더라도 고통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아버지는 드레이코에게 그 누가 감독을 하고 있더라도 결코 그 뱀을 만져서는 안된다고 경고를 내렸었다. 독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신경을 불태워 좀먹어버리는 맹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치료 마법을 쏟아부어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다. 또한 다른 뱀을 잡아먹는 종이었다. 그야말로 ‘슬리데린’다운 뱀.

아버지의 지팡이 손잡이에 블루 크레이트의 머리 모양이 벼려진 이유이기도 했다.

은빛의 뱀이 입을 벌리며 혀를 쭉 내밀었다. 그 또한 은색이었다; 그러더니 어쩐지 미소를 짓는 듯 했다. 차가운 느낌이 드는 파충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온화하게.

그리고 드레이코는 문득 깨달았다 ─

“하지만,” 여전히 아름답게 빛을 흩뿌리는 뱀을 바라보며 드레이코가 말했다, “너는 패트로누스를 불러올 수 없잖아.” 직접 불러올 수 있게 된 지금에서야, 그는 이 사실이 어째서 중대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 덤블도어 같은 ‘악인’조차 내면에 밝은 무언가가 있는 한 패트로누스를 불러올 수가 있다. 허나 만약 해리 포터의 내면이 한점의 빛조차 없이 칠흑 같은 어둠이라면 ─

“패트로누스 마법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해 드레이코,” 해리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패트로누스 마법이 불가능한 사람들 전부가 악인이나, 불행한 건 아니지. 하지만 어쨌거나, 나도 불러올 수는 있어. 첫번째 시도에서 디멘터와 맞닥뜨렸을 때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달은 뒤, 두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고. 근데, 뭐 내 인생이 늘 그렇지만 조금 비정상적인 일어나서, 뭔가 이상한 패트로누스가 튀어나왔어. 그래서 결국 모두에게 비밀로 하기로 결정을 ─”

“시나리오 쓰고 앉아있네.”

휴일이 다가오는군요. 짬이 나서 올립니다.

여기는 눈이 정말 미친듯이 오고 있네요. 멋있긴 하지만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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