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 이론 2화
“패트로누스 마법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해 드레이코,” 해리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패트로누스 마법이 불가능한 사람들 전부가 악인이나, 불행한 건 아니지. 하지만 어쨌거나, 나도 불러올 수는 있어. 첫번째 시도에서 디멘터와 맞닥뜨렸을 때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달은 뒤, 두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고. 근데, 뭐 내 인생이 늘 그렇지만 조금 비정상적인 일어나서, 이상한 패트로누스가 튀어나왔어. 그래서 결국 모두에게 비밀로 하기로 결정을 ─”
“시나리오 쓰고 앉아있네.”
“믿지 못하겠다면 퀴렐 교수님께 직접 물어봐,” 해리가 말했다. “해리 포터가 형상화한 패트로누스를 소환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내가 물어보라 했다고도 덧붙여. 그럼 내가 보냈다는 걸 알고 선뜻 말해주실거야.”
하, 이제는 퀴렐 교수의 말을 믿어보라고? 그래도 사실 해리라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사실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퀴렐 교수도 하찮은 이유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성격은 아니었고.
지면을 스르르 기어다니던 은빛의 뱀이 보이지 않는 사냥감을 수색하는 듯 고개를 휘휘 돌리더니, 마치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다시금 똬리를 틀었다.
“항상 의문이었어,” 해리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언제, 몇 년에, 어느 세대부터 슬리데린 기숙사가 패트로누스 마법을 거부하기 시작했는지. 언제부터 사람들이, 그리고 슬리데린들에게 ‘교활하고 야망있는 자’가 냉정하고 불행한 자라는 인식으로 변해버렸는지. 만약 자신의 학생들이 패트로누스 마법을 배우려는 시도조차 안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알게 된다면, 과연 그는 기뻐할까? 슬리데린 기숙사가 잘못된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해서 모두 비틀려버렸는지 의문스러워.”
몸 깊숙이 끓어오르는 혼돈이 벅찬 나머지 드레이코는 그만 마법을 유지하지 못하고 패트로누스를 꺼뜨려버렸다. 해리를 향해 몸을 돌린 드레이코는 필사적으로 지팡이를 겨누려고 하는 팔을 억누르며 물었다. “네가 도대체 슬리데린 기숙사나 살라자르 슬리데린에 대해 뭘 아는데? 우리 기숙사에 배정받지도 않은 네가, 무슨 권리가 있다고 ─”
그리고 그 순간, 드레이코는 마침내 깨달았다.
“너 슬리데린에 배정받았었구나, 그렇지!” 드레이코가 외쳤다. “근데 그랬더니, 네가 어떻게, 손을 튕기고는 ─” 언젠가 드레이코는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해본적이 있었다. 주변 모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일부러 다른 기숙사에 배정받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지 않는가.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자신도 그 시절에 그러한 생각을 해보았으나, 분류 모자를 속이는 건 불가능했다고 한차례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그래, 해리 포터가 강림하기 전까지는
믿을 걸 믿어야지, 어떻게 한 순간이나마 해리가 래번클로에 배정받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는가?
“흥미로운 가설이네,” 해리가 맞받아쳤다. “호그와트에서 그러한 이론을 떠올린 건, 네가 두번째라는 거 알아? 뭐 어디까지나 내게 대놓고 말한 인물들 가운데 두번째라는 거지만 ─”
“스네이프군,” 드레이코가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의 기숙사 사감은 결코 아둔한 자가 아니었다.
“퀴렐 교수님이셨지, 물론,” 해리가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니 세베루스도 내가 어떻게 그의 기숙사를 거부할 수 있었는지 물어봤었어, 그리고 혹시 내가 분류 모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라도 한거냐고. 그렇게 보면 너는 세번째가 되겠네. 아, 하지만 퀴렐 교수님의 이론은 너와는 조금 달랐지. 함구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겠어?”
드레이코는 그냥 생각할 시도조차 안하고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여기서 ‘아니’라고 대답이라도 하란 말인가?
“퀴렐 교수님께서는 덤블도어가 ‘살아남은 아이’에 대한 모자의 결정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아 한다고 생각하셨어.”
그리고 해리의 발언 직후 드레이코는 알아버렸다. 그의 말이 진실이라고. 너무나도 뻔한 진실이었다. 도대체 이런 뻔한 계략으로 덤블도어는 누구를 속이려고 했다는 말인가?
…뭐, 이렇게 말해봤자 스네이프와 퀴렐을 제외한 호그와트의 전원은 이미 속아넘어간지 오래고, 심지어 해리조차도 아직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니….
드레이코는 현기증이 나는 듯 비틀거리며 책상으로 뒷걸음질 쳐, 엉덩이가 아플정도로 힘없이 털퍽 의자에 쓰러졌다. 해리와 어울리면 대략 한달에 한번 정도는 기기묘묘한 일들에 휘말리곤 했고, 이번 1월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니 아마 그 날이 오늘이리라.
스스로를 래번클로로 여기고 있거나 여기지 않는 동료 슬리데린이 조금 전까지 그가 사용하던 의자에 이제는 십자형으로 착석해, 드레이코를 열기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드레이코는 어쩔줄을 몰랐다. 갈 길을 잃어 래번클로로 가고 만 불쌍한 슬리데린 소년을 회유해야 할지…아니면 해리가 덤블도어와 같은 편인지 떠볼지, 물론 보아하니 후자는 그다지 가능성이 없어보였다…근데 그러면 어째서 해리가 그와 그레인저를 이런 관계로 만들어버렸는지 설명이 안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째서 해리에게 평범한 계략따위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잊고 있었는지.
“해리,” 드레이코가 말했다. “지금껏 나와 선샤인 장군을 적대한 건 순전히 우리가 힘을 합치게 하려는 고의적인 수작이었던 거냐?”
해리는 마치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듯이 아주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장갑을 끼고 호그와트의 벽을 오르게한 것도, 그저 나와 그레인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는 거지. 그리고 심지어 그 이전에도. 너는 아주 오랫동안 이 계획을 획책했어. 그래, 처음부터.”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째서어어어어!”
밀폐된 방에서 고막이 아파오도록 터져나오는 드레이코의 비명소리에 대한 해리의 반응은 그저 눈썹을 잠깐동안 치켜올리는 것뿐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해리 포터라는 미친 놈은 이런 정신나간 짓거리만 골라서 해대는….
그때 해리가 말했다, “그야 물론 슬리데린들이 예전처럼 다시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거지.”
“그건…말이…안돼!” 드레이코는 스스로의 목소리에 대한 제어력이 상실해감을 느꼈으나, 그렇든 말든 아랑곳 않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게 그레인저랑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패턴,” 해리가 말했다. 그의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하고, 침중했다. “스큅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마법사일 확률은 4분의 1인 것처럼. 간단하고도, 놓칠래야 놓칠 수 없는 정형화 된 패턴; 허나 무슨 패턴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면, 설령 눈 앞을 지나가도 단서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게 되지. 슬리데린 기숙사를 좀먹어가는 독은 일찍이 머글 세계를 침식해나가기도 했어. 이건 고도의 추측이야 드레이코. 학기 첫날, 킹스 크로스 역에서 너와 대화를 나눈 직후에도 나는 당장 이 추측을 어설프게나마 종이에 적을 수 있었다고. 지금부터 네 아버지의 정치 세력 주변을 맴돌며 콩고물이라도 얻으려 하는 얼간이들, 즉 말포이 저택에 저녁 식사 초대 한번 받지 못하는 순혈 가문 일원들을 대략적으로 설명해보도록 할게. 참고로 나는 그 사람들을 단 한번도 대면한 적이 없고, 오로지 슬리데린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패턴만을 해석하고 내려보는 추측이라는 걸 명심해 ─”
그리고 해리 포터는 파킨슨과 몬태규, 그리고 볼스 가문에 대하여 구구절절 설명하기 시작했다. 매끄럽고 차분하게 흘러나오지만, 너무나도 정확하게 사실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그들에 대한 묘사는 드레이코로써는 만에 하나 주변에 레질리맨스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감히 뇌에 담을 생각조차 못하는 부류였다. 이건 모욕을 넘은 수준이지 않은가. 만약 그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당장 해리를 죽이려고 길길이 날뛸 것이다…
“종합해서,” 해리가 끝맺었다, “실질적인 권력은 그들에게 없어. 그렇다고 ‘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 만약 그들에게 증오할 대상인 머글 태생들이 없고, 만약 그들이 원하는 대로 머글 태생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아침에 일어난 그들에게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거야. 하지만 순혈은 우월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이상 그들 본인도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고, 결국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라섰다는 쾌락을 느끼게 되지. 설령 네 아버지가 그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할 생각은 고려조차 안하고 있더라도, 설령 금고에 갈레온 한닢조차 남아있지 않아도, 호그와트에서 가장 덜떨어지는 머글 태생보다 OWL 점수가 낮더라도. 설령 더 이상 패트로누스 마법이 불가능해도 말이야. 그러니 무슨 일만 일어나면 자책대신 머글 태생을 탓하는거야. 덤터기를 씌우고, 더욱 무력하게 만들 다른 존재가 있으니까. 그렇기에 슬리데린 기숙사가 점점 한심하게 변해가는 거고, 그 뿌리에는 머글 태생을 향한 무조건적인 혐오에 있어.”
“잡종은 그 씨를 말려야 한다고 살라자르 슬리데린 본인이 직접 말했단 말이야! 그 놈들이 우리 혈통을 어지럽히고 약화시킨다고 ─” 드레이코의 목소리는 외침에 가까웠다.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이념은 틀렸어! 지극히 간단한 사실이야! 너도 알고 있잖아, 드레이코! 그 증오심이 네 기숙사 전체를 타락에 물들이고 있는 것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는 패트로누스를 불러올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잖아!”
“그럼 어째서 살라자르 슬리데린은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거고?”
해리는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쳤다. “과거와 지금은 여러가지가 달라졌으니까! 잘 들어 드레이코, 300년 전에는 위대한 과학자들, 그 분야에 있어서는 살라자르 만큼이나 위대한 자들이 특정한 머글들이 고작 피부색이 다르단 이유만으로 열등하다는 주장을 펼쳤었어 ─”
“…피부색?” 드레이코가 되물었다.
“알아, 혈통이 아니라 피부색 따위로 구분하다니, 어이없지? 하지만 그런 와중 세계가 변화했고, 이제는 그 어떤 위대한 과학자도 피부색을 중요시 여기지 않아, 그저 내가 조금 전에 열거했던 사람들 같은 어리석은 인간들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 주변의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살라자르 슬리데린도 실수를 범한 거야. 증오할 대상이 필요했던 게 아니라, 순전히 그런 세계에서 자라왔기 때문이지. 간혹 주변인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사람들이 있었고, 그 분야에는 ‘우수한 존재’가 되었어. 그러나 군중심리에 휘말려 그러한 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이례적일 정도의 악인이라고 볼 수는 없어.
슬픈 사실은 바로 다른 누군가가 지적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도덕적인 맹점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거야. 그리고 고드릭과 만났을 때의 살라자르만큼 나이가 들게 되면, 더 이상 스스로의 사고방식을 고치고 싶어도 못고치게 되는 단계까지 가는거고. 그제서야 비로소 호그와트가 설립되었고, 고드릭의 주장대로 호그와트가 머글 태생들에게도 입학 허가서를 보내기 시작하자, 서서히 사람들은 머글 태생들도 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거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주제는 더 이상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상식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인 문제로 거듭난거지. 그리고 적절한 답은 바로 머글 태생들이 딱히 순혈 마법사들보다 약하진 않다는 거야. 여태까지 살라자르의 이념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이제 너처럼 폐쇠된 순혈주의적 환경에서 자랐거나, 어떻게든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안달난 딱한 존재들밖에 없어.”
“그건…그건 틀린 생각….” 드레이코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두 귀로 직접 들은 그는, 그 외에 달리 어떤 말도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아니라고 생각해? 드레이코, 너도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을거야. 내가 들은 바로는 그녀를 지붕에서 떨어뜨리는데 네가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고 하더군. 그녀가 깃털-낙하 마법약을 복용했다는 사실도 알았으며,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그녀를 단지 머글 태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과연 어떤 인간 군상들일까? 물어보기만 하면 언제나 기꺼이 숙제나 공부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가련한 소녀에 불과한데도 말이야,” 해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대체 어떤 인간들이 그런 소녀를 죽이고 싶어할까?”
아버지─
드레이코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 이중적인 사고가 그를 잠식해나갔다, 잡종인 그레인저는 죽어 마땅하다는 생각과, 지붕 위에서 그의 손을 잡고 매달린 작은 소녀가 겹치고, 또 겹쳐 ─
“그리고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의 죽음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원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겠지! 슬리데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로 그래, 교묘한 계략도 없고, 야망도 결여되어있는, 머글 태생들을 경멸할 뿐인 천치들! 한번 모라그에게 시클 한닢을 던져주고 파드마에게 어째서 슬리데린에 가지 않았는지 물어보라고 한 적이 있어, 입학식 날 파드마에게 선택지가 주어졌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근데 물어보고 온 모라그가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파드마가 인상을 쓰더니 자기는 ‘팬시 파킨슨이 아니다’라고 하더라고.
이제 알겠어? 한 기숙사만에 국한되지 않은 덕목을 지닌 학생들, 즉 선택지가 부여된 학생들이 슬리데린만은 아니길 빌면서 모자를 쓰고, 결국 파드마같인 애들이 래번클로에 배정받아버린다고. 그리고…내 생각에 분류 모자는 배정에 최대한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슬리데린의 대부분을 그 이유없는 증오에도 그닥 거부감이 없는 학생들로 채우려고 하는거지. 고로 슬리데린은 파드마 패틸 대신, 팬시 파킨슨을 얻어버려. 딱히 교활하지 않고, 야망도 별로 찾아볼 수 없으나, 그 반면 슬리데린이 무엇으로 전락하더라도 신경쓰지 않을 인물. 그리고 더 많은 파드마가 래번클로로 가고 더 많은 팬시가 슬리데린에 배정받을수록, 이 과정은 가속되어 가지. 드레이코, 이 악순환은 슬리데린 기숙사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정말 끔찍하게도 모두 진실이었다, 파드마는 분명 슬리데린에 더 걸맞는 인물일 터…근데 정작 슬리데린에 온 건 팬시…아버지가 파킨슨 같은 하등한 가문과 우애를 다진 건 순전히 쓸만하고 간편한 추종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서였으나, 아버지조차 그들과 슬리데린의 이름을 공유함으로써 발생하는 중대한 영향은 미처 깨닫지 못했으리라….
“나는 못 ─” 드레이코가 말하려 했으나, 이제는 무엇을 못하는지도 확실치가 않았다 ─ “내게 원하는 게 뭐야?”
“슬리데린 기숙사를 어떻게 복구시킬지는 잘 모르겠어,” 해리가 느릿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너와 내가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건 알아. 과학이 머글 세계에 동틀때까지는 수 세기가 걸렸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느린 변화였지만, 과학이 힘을 얻으면 얻을수록 그런 부류의 증오는 중화되어갔지.” 해리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내려앉았다. “어째서 그런 방향으로 작용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역사적인 측면으로 보면 그래. 마치 과학에도 패트로누스 마법같이 어둠과 광기를 몰아내는 빛이 있다는 듯이.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적어도 과학이 가는 길에는 언제나 그 빛이 남아있어.
계몽이라고, 머글 세계에서는 그렇게 불렸지. 진실을 향한 갈망과 연관이 되어있는 명칭이야, 내 생각에는…지금껏 자라오면서 쌓은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사고를 열겠다는 의지…논리적인 관점으로 볼때, 사실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하거나 증오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고찰, 그래,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를 증오해야할 이유도 없듯이…물론, 어쩌면 아직도 나는 이 명칭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에는 너와 나, 우리 둘은 계몽을 품고 나아가야 해. 슬리데린 기사를 복구하는 건 그저 하나의 숙제일 뿐이니까.”
“생각할 시간을 줘,” 드레이코의 목소리는 거의 읊조림에 가까웠다, “부탁이니,” 그리고 그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는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