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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사전 정보 1화


호그와트의 정문에서부터 끝없이 이어지는 흙길 위, 한 소년이 ‘허가된 숲’의 가장자리 부근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 근처에는 마차가 있었으나, 소년은 결코 그것에 접근하지 아니하고 일찌감치 떨어져, 대신 뭔가 홀린듯이 멍하니 바라만 볼뿐이었다.

저 멀리, 한 인영이 흙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교수 전용 망토를 두르고, 어깨를 축 내린채 내딛는 느릿한 걸음에 그의 주위에는 흙먼지가 자욱했다.

30초 가량이 지났을까, 소년이 또 한번 곁눈질을 주고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를 뚝 뗐다. 찰나였지만 그의 시선에 잡힌 것은 직각으로 펴진 어깨와, 언제 늘어졌다는 듯이 굳은 표정, 그리고 흙먼지를 자아내기는커녕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건장한 사내의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퀴렐 교수님,” 마차에서부터 시선을 떼지 않은 해리가 인사를 건냈다.

“이쪽도 마찬가지,” 퀴렐 교수의 차분한 목소리가 화답했다. “어쩐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태도로군, 포터 군. 혹 우리의 이동수단에 뭔가 문제라도 발견했나?”

“문제요?” 해리의 목소리가 멍하니 메아리쳤다. “뭐, 아뇨, 전혀 문제라고 할 건 없는데요. 하하, 그야말로 뻔하디 뻔한 마차의 모습이군요. 넷이 앉을 자리, 바퀴 네 개, 그리고 뼈밖에 없는 날개 달린 거대한 말 두 마리도 있고….”

그야말로 거죽데기만 남은 해골이 그를 향해 머리를 돌려 이를 드러냈다. 공허한 입속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눈부시게 새하얀 이는, 마치 이죽거리는 듯 했다. 나머지 한쪽 해골마는 마치 투레질을 하는 듯이 고개를 휘젓고 있었으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세스트랄이다, 여태껏 호그와트의 마차를 이끌고 있었던 존재지,” 거리낌 없이 마차에 올라타 앞쪽 자리에 착석한 퀴렐 교수가 최대한 우측으로 자리를 옮기며 설명했다. “오로지 죽음을 목격했고, 그것을 이해한 자에게만 보이는 생명체이지, 확실히 그들로써는 대다수의 포식자들로부터 훌륭한 방어수단이 되어주고 있는 능력이다. 흠. 추측에 불과하지만 네가 처음으로 디멘터와 마주했을 때 떠오른 가장 끔찍한 기억은 바로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과 대면한 그 밤이었겠군?”

해리가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틀렸지만 추측의 결과 자체는 맞았다. ‘죽음’을 목격했다, 라….

“그래서 뭔가 유익한 경험이라도 했나?”

“네,” 해리가 대답했다, “했습니다,” 아직 뭔가 이렇다 할만한 정보가 없었기에 그는 단답형으로 대화를 끝맺었다.

예의 그 메마른 미소를 지어보인 방어술 교수가 어서 올라오라는 듯이 그를 향해 손짓했다.

해리는 거리를 좁혀 마차 위에 올라타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디멘터와의 일전 이후로 재앙의 기운은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화가 되었다. 그 전까지는 오히려 약화되어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차 안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최대한 퀴렐 교수와 떨어져 앉았음에도, 그 거리는 너무나도 가깝게만 느껴졌다.

그때 해골마들이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마차를 이끌기 시작했다. 마차가 호그와트의 경계를 벗어날 무렵, 퀴렐 교수는 다시금 좀비 모드로 돌아가 고개를 푹 숙였고, 자연스레 재앙의 기운도 사라졌다. 그러나 신경에서 아예 사라져버릴 정도는 아니었고, 시종일관 해리의 인식 하에 스멀거렸다….

마차 주위로 숲의 풍경이 지나갔다. 빗자루나 자동차와 비교하면 거북이 속도라고 해도 될 만큼 느릿하게 움직이는 주변 환경. 허나 느릿한 여행도 때로는 느긋한 구석이 있다고 해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예 입가에서 흘러나온 침으로 망토까지 축축 적셔가고 있는 한 방어술 교수는 지나치게 느긋해져버린 모양이지만.

해리는 아직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도서관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져봐도 비마법적 식물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마법사에 대한 문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뱀을 제외한 비마법적 동물과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폴 브리드러브 저 ‘마법과 언어’라는 책에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은, ‘날다람쥐 부인’이라는 마녀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있었으나 이 또한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해리의 자그마한 소망은 바로 퀴렐 교수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문제는 퀴렐 교수가 똑똑해도 지나치게 똑똑하다는 것. 드레이코의 말을 바탕으로 추측해보면, 슬리데린의 후계자니 뭐니하는 건 거의 마법세계의 핫스팟에 가까운 명칭인 모양이니 해리는 아직 달리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해리가 파셀통그에 대해 물어보는 순간, 퀴렐 교수는 그 창백한 푸른색 눈동자로 그를 직시하고는, ‘그래, 포터 군, 보아하니 말포이 군에게 패트로누스 마법을 가르쳤을 때 실수로 그의 뱀과 의사소통을 하고 말았군,’ 뭐 이런 식으로 어처구니 없이 정확한 추론으로 정곡을 찌를 게 분명했다.

가설을 입증할 충분한 설명의 바탕이 될 근거로써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것과, 그 이전에 불가능의 가능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건 이제와서 하등 상관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뭐가 어떻든 결국 방어술 교수는 무슨 기묘한 방법을 써서 진실을 추론해낼 게 분명할 테니. 간혹 퀴렐 교수가 겉으로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전 정보를 추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때가 있었다. 어쩔때는 심지어 잘못된 근거를 가지고 기가막힐 정도로 정확한 답을 추론해버리는 일마저 있지를 않나. 문제는 바로 해리가 퀴렐 교수가 답을 추정하기 위해 사용한 증거들을 어떤 방식으로 추론해냈는지 감조차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리는 언젠가 기필코 퀴렐 교수의 말을 바탕으로 기막힌 추론을 성공해내어 완벽하게 통수를 쳐버리리라는 원대한 계획을 품게 되었다.

“저는 렌틸 수프에 간장을 곁들여서,” 퀴렐 교수가 웨이트리스에게 주문을 했다. “그리고 이쪽 포터 군에게는, 테너맨의 칠리를 부탁합니다.”

아차한 해리가 얼굴을 급격하게 절망으로 물들였다. 당장에는 채식을 고수하기로 결정을 내린 상태였으나, 정작 주문은 퀴렐 교수의 몫이라는 것을 그만 잊었던 것이다. 만약 여기서 뭐라 거절의 의사를 표해도 도리어 의심만 살뿐이겠지 ─

웨이트리스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려 ─

“어, 실례합니다만, 음식 안에 들어간 고기 중 뱀이나 날다람쥐의 것이 포함되어 있나요?”

시선 한번 흔들리지 않은 웨이트리스가 해리를 향해 몸을 돌리고는,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다시 한번 정중히 인사를 올린 웨이트리스가 문을 향해 걸어갔다.

(해리의 다른 인격들은 그를 마구 비웃어대고 있었다. 그리핀도르는 고작 사회적 불편함 때문에 기꺼이 식인! (후플푸프가 외쳤다)을 받아들인 그의 행동을 신명나게 비판하며 조소를 해대고 있었으며, 슬리데린은 퀴렐 교수와의 우호적 관계 같은 중대한 목표를 위해서는 기꺼이 너무나도 유연한 도덕적인 사고를 선보여준 해리의 태도를 곱씹으며 감탄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찬사를 해댔다.)

해리는 차분한 표정을 고수했다. “일전에 패트로누스 마법에 대한 여러가지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가 시작했다. “‘패트로누스 마법: 가능했던 자와 불가능했던 자들’에 따르면, 고드릭에게는 불가능했고 살라자르는 가능했다는 군요. 다소 예상외였기에, 인용구 쪽을 읽다가 ‘위대한 네 명의 인생’이라는 책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뱀과 대화가 가능했다는 전설이 수록되어 있더군요.” (시제 연속과 원인은 동일하지 않다. 퀴렐 교수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들 해리가 알바 아니었다.) “추가 연구에 따르면 날다람쥐와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여신 비스무리한 마녀의 존재도 파악하게 되었구요. 일단 대화가 가능한 생명체를 먹는다는 행위가 꺼려져서 말입니다.”

그리고 해리는 자연스럽게 컵을 들어 물을 마시 ─

─ 려는 순간, 퀴렐 교수가 입을 열었다, “포터 군, 혹 네가 ​‘​파​셀​마​우​스​’​일​지​도​ 모른다는 내 추측이, 과연 틀리지 않았는지?”

사레들린 해리가 가까스로 기침을 멈추고는, 물컵을 내려놓고 퀴렐 교수의 눈동자를 응시하기보다는, 그의 턱 부근에 시선을 고정한 채 외쳤다, “그럼, 역시 제 오클러먼시 방벽을 뚫고 레질리먼시를 구사할 수 있으신 거군요.”

“퀴렐 교수가 환하게 미소지었다. “칭찬으로 받아들이마, 포터 군. 하지만 틀렸다.”

“아냐, 이건 음모가 분명해,” 해리가 중얼거렸다. “그런 미약하디 미약한 근거로 그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물론 그렇지,” 퀴렐 교수가 동조했다. “마침 오늘 언제든지 그에 대한 질문을 하려던 참에, 때마침 이런 기회가 찾아왔을 뿐. 사실, 12월부터 어느정도 예상하고는 있었으나 ─”

“12월? 12워얼?” 해리가 대경했다. “그 당사자조차 어제서야 발견했는데!”

“아, 그럼 아직도 지금까지 분류 모자가 네게 전한 전언이 파셀통그로 이루어져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는 거군?”

방어술 교수가 너무나도 절묘한 타이밍에 그 말을 한 나머지, 마침 목을 축이고 있던 해리는 또다시 눈물이 날 기세로 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몰랐다. 지금까지 눈치조차 못챘다. 물론 퀴렐 교수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전부 명백해졌다. 그래, 맥고나걸 교수조차 예전에 누군가의 앞에서 뱀과 대화를 나누지 말라고 충고를 했었다. 허나 그 당시에는 그저 뱀의 형태를 한 호그와트의 건축물이나 동상과 대화를 나누는 정신나간 꼴을 보이지 말라는 충고로만 받아들였었다. 이중적인 투명성. 그는 당연히 그녀의 의중을 파악했고, 그녀도 그가 그녀의 의중을 파악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나 실은 그 반대였던 것 ─ 미친 그래도 어떻게 이딴 ─

“그러면,” 해리가 말했다, “분류 모자와 무슨 대화가 오고갔는지 알아보기 위해, 첫 방어술 수업 때 제게 레질리먼시를 ─”

“그렇게 했다면 내가 12월도 전에 이미 파악이 끝난 상태였겠지.” 퀴렐 교수가 등을 기대며 웃어보였다. “이건 네 혼자 힘으로 풀만한 수수께끼가 아니니 내가 정답을 말해주도록 하마. 겨울 방학동안, 나는 교장님께서 이미 종결된 지 오래인 루베우스 해그리드 씨의 재판 심사를 재요청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몹시 경계를 갖게 되었다. 호그와트의 사냥터지기로 잘 알려져있는 해그리드 씨는, 1943년에 아비게일 머틀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었지.”

“오오, 이거 참 명확해지는군요,” 해리가 말했다, “그런 사건이 있었다면 교수님께서 제가 파셀마우스라는 것도 당연히 알아챌 수밖에 없죠. 저기요 교수님, 실례지만 정신이 ─”

“살해 사건의 또 다른 용의자는, 슬리데린의 비밀의 방에 서식하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슬리데린의 괴물’이었다. 여러 배경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나는 그 때문에 그 사실에 대해 경계를 갖게 되었고, 그 사건을 상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손수 주머니를 털어 뇌물도 거침없이 사용했지. 일단 우선 말하자면, 해그리드 씨는 결백하다 포터 군. 어이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결백해. 아마 그린델왈드에 의해 미쳐버린 네빌 챔버레인 사건의 용의자가 아만다 녹스로 지목되었을 때 이후로 마법 영국의 법률 제도가 낳은 가장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방관자라고 칭해도 모자랄 것이다. 그 당시 교장인 디펫은 꼭두각시 학생을 이용해 해그리드 씨에게 누명을 씌웠지. 머틀 양의 죽음을 책임져 줄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의 완벽한 법률 제도는 고작 그 하나의 증언만으로 해그리드 씨의 지팡이를 동강내고 퇴학 처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모양이더군. 

현재 교장이 그 간사하기 그지없었던 재판을 다시 수면 위로 부상시키기 위해서는 그저 간단하게 반박의 증거를 몇 개 제시하면 되는 일. 디펫이 아니라 덤블도어가 직접 압력을 가하게 된다면, 결과는 뻔할뻔자다. 그리고 루시우스 말포이도 굳이 해그리드 씨의 무고함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지. 고로 루시우스 말포이는 본인에게 피해가 오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교묘하게 덤블도어에게 사소한 피해라도 끼칠 정도로만 방해를 가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덤블도어는 그 사건의 재판결을 강력하게 촉구할테고.”

퀴렐 교수가 물로 목을 축였다. “말을 이어서. 교장님이 제기할 새로운 증거는 바로 분류 모자에 은닉되어있던 한 마법 그 자체다. 교장님의 주장에 따르면, 개인적인 시험 결과 파셀마우스이며 슬리데린들에게만 발현되도록 설계되어있다는군. 또한 교장님은 이 발견이, 역시 ‘파셀마우스’였던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호그와트에 재학했던 1943년에 비밀의 방이 정녕 열렸다는 가설에 강력한 힘을 실어주는 증거라고 단언했다. 그 논리에는 다소 의문이 생기지만, 사법기관은 그것만으로도 해그리드 씨의 사건에 다소 의심이 생길 수가 있겠지. 물론 그들로써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말이다. 

자,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중대한 질문이 생긴다: 교장님은 어떻게 분류 모자에 숨겨진 마법을 발견할 수 있었는가?”

퀴렐 교수는 이제 희미하게 미소마저 짓고 있었다. “뭐, 일단 이번 신입생들 사이에 파셀마우스가 한 명 섞여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슬리데린의 후계자로 거듭날 수 있을 재목이겠지. 포터 군, 학생 간이든 교수 간이든 특출난 인물에 대한 대화가 오고갈 때는 항상 네 이름이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는 것은 싫어도 인정해야한다. 

그리고 만약 내가 나 자신에게 과연 새로운 슬리데린들 가운데 누가 교장님에게 가장 정신공간을 유린당해, 배정 당시의 기억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가하고 자문해본다면, 한가지 답이 압도적으로 우뚝 서게 된다. 

바로 너.” 

그의 미소가 사라졌다.

“이제 알겠는가 포터 군, 네 두뇌를 엿본건 처음부터 내가 아니었다. 물론 사과를 바라지는 않는다. 결코 네 정신을 간섭하지 않겠다는 덤블도어의 다짐을 믿어버린 건 네 잘못은 아니니까.”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해리는 무표정을 고수하며 말했다. 안간힘으로 이러한 얼굴 근육을 조정하고 있는 건 어찌보면 자백과 다름이 없었다. 심지어 이마에는 식은땀마저 송글송글 맺히고 있으니. 허나 그는 방어술 교수가 그의 태도에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퀴렐 교수는 아마 해리가 자신이 슬리데린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버려서 이토록 긴장하는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아마 해리가 의도적으로 슬리데린의 비밀을 배신했다는 것을 퀴렐 교수가 알아차릴까봐 긴장하는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물론, 지금 와서는 그 결정을 다소 후회하는 중이였고.

“그래, 포터 군. 비밀의 방 수색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진척 없습니다, 해리가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더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때때로는 굳이 숨길 것이 없을 때도 시선회피용 반문이 필요한 법…. “실례합니다만 퀴렐 교수님, 만약 설령 제가 진척이 있었다고 해도, 그 사실을 교수님께 꼭 말씀드려야 할지는 다소 의문이 남는군요.”

퀴렐 교수가 다시 물컵을 입가에 갖다댔다. “뭐 그럼 포터 군, 이제 내가 아는 것과 추측한 것을 말해주겠다. 첫째로, 나는 비밀의 방도, 슬리데린의 괴물도 모두 실존한다고 믿는다. 머틀 양의 죽음은 사건 발생 몇 시간 후에서야 비로소 발견되었지, 원래라면 발생 즉시 결계가 교장에게 경고를 보냈을텐데도 말이야. 고로 그녀의 죽음은 디펫 교장 본인에 의한 것이라는 추론이 생긴다. 허나 이건 별로 가능성이 없지. 

다른 가능성은, 바로 교장보다 더 높은 권한으로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결계 내에 진입시킨 무언가에 의한 것. 두번째로, 나는 유명하디 유명한 전설과는 다르게, 슬리데린의 괴물의 존재는 호그와트에서 머글 태생을 말살하기 위함이 아닐 것이라고 추정했다. 슬리데린의 괴물이 교장과 호그와트 교수진 전체와 맞서 승리를 거둘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아니라면, 순수 무력으로는 결코 목적을 이룰 수 없어. 철저한 비밀리에 이루어진 연쇄 살인은 곧 1943년에 그럴 뻔 했던 것처럼 호그와트의 폐교를 불러일으키거나, 새로운 결계가 씌워지겠지. 

그러면 어째서 슬리데린의 괴물인가, 포터 군? 그것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지?”

분류 모자가 해리에게 파셀통그로 전했던 전언: 슬리데린이 슬리데린에게: 비밀의 답을 원한다면, 나의 뱀과 대화를 하도록 하라 (충동 조절 中)

이것을 수상히 여긴 해리는 14화 '알지 못했던 것과 알 수 없는 것'에서 맥고나걸에게 가 그 전언에 대해 물어봅니다. 다시 말해, 슬리데린의 비밀을 후계자가 아닌 이에게 유출시켜버리고 만 것. 물론 맥고나걸은 알아도 못푸는 비밀이죠, 파셀마우스밖에 풀지 못하는 비밀이니까.

원작의 재해석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봐도 비밀의 방은 잔뜩 부풀려놓고 뭔가 허무하게 끝났고 배경 설정도 전혀 설명되지 않았는데, 엄청난 각색이 드러가는군요. 왜 굳이 '바실리스크'를 거기에 풀어놓아야만 했는가?

이번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1화부터 지금까지 이 팬픽에는 알게 모르게 엄청난 떡밥들이 산재해있습니다. 저도 놓친 게 많겠죠. 아마 지금 다시 1화부터 보신다면 색다른 경험을 하실 수 있을 듯. 

여기까지 번역하는데 무려 3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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