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정보 2화
“슬리데린의 괴물이 교장과 호그와트 교수진 전체와 맞서 승리를 거둘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아니라면, 순수 무력으로는 결코 목적을 이룰 수 없어. 철저한 비밀리에 이루어진 연쇄 살인은 곧 1943년에 그럴 뻔 했던 것처럼 호그와트의 폐교를 불러일으키거나, 새로운 결계가 씌워지겠지. 그러면 어째서 슬리데린의 괴물인가, 포터 군? 그것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지?”
“어….” 물컵으로 시선을 내린 해리가 고뇌했다. “비밀의 방에 침입한 불순분자를 죽여버리기 위해 ─”
“살라자르가 비밀의 방에 직접 건 결계를 뚫은 마법사 부대를 무찌를 정도로 강력한 괴물이라? 실현성이 없군.”
해리는 기묘한 압박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뭐, 일단 명색이 ‘비밀의 방’이라고 불리니, 괴물이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다거나, 아니면 괴물 자체가 비밀 아닐까요?” 말이 나온김에, 대체 비밀의 방에는 무슨 종류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그 분야에 대해서는 아예 연구를 해보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니까 비밀이라고 불리울 테니 연구해봤자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할거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긴 하지만 ─
퀴렐 교수가 웃었다. “그럼 어째서 비밀을 그냥 적어두지 않았나?”
“어어어….” 해리가 신음했다. “그 괴물이 파셀통그라면, 오로지 슬리데린의 진짜 혈통만이 그 비밀을 들을 수 있게 되는 일종의 장치로 사용될 수 있으니까?”
“그랬다면 그저 방을 보호하는 결계를 오로지 파셀통그로만 열리게 설계했을 수도 있겠지. 어째서 굳이 슬리데린의 괴물을 만들었나? 몇백년의 수명을 지닌 생명체를 만드는 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터. 생각해라 포터 군, 지극히 간단하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달하는 것은 가능하다, 절대로 직접 적어서 전달하는 건 불가능한 비밀이 무슨 종류가 있지?”
그리고 해리는 깨달았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아드레날린이 폭주해 혈관을 마구 들쑤셨다. “아.”
그래, 살라자르 슬리데린은 정말이지 교활한 자였다. 그것도 ‘멀린의 제재’를 파쇄할 방법을 결국 찾아낼 정도로 교활한.
(역주 – 멀린의 제재: 책으로부터 대마법의 지식을 얻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법. 멀린이 직접 창조했는지는 불명. 이것으로 인해 수준 이상의 마법은 오로지 사람에서 사람에게로만 전수가 가능하다. 23화 참조)
강력한 마법은 책이나 유령을 통하여 후세에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수준급의 기억력을 자랑하고, 월등한 수명을 지닌 지성체에게 지식을 전달할 수만 있다면 ─
“적어도 내게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가설이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은 슬리데린의 괴물로부터 받아낸 비밀을 업고 그 강대한 힘을 손아귀에 쥐게 되었다는 것. 살라자르의 유물, 즉 그의 무궁무진한 지식이 바로 ‘그 사람’의 막강한 마법의 원천이라는 추측. 그리고 이 가설은 비밀의 방과 해그리드 씨의 재판을 향한 나의 흥미로 귀결되었다.”
“그렇군요,” 해리가 말했다. 혹시, 만약 해리가 살라자르의 비밀의 방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그러면 그 또한 볼드모트 경이 쟁취했던 지식의 유물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 이래야 이야기가 제대로 흘러가지.
여기에 해리의 악마적인 두뇌와, 독창적인 마법적 연구, 그리고 머글 공돌이들을 몇 명 갈아넣기만 하면, 이 전쟁의 양상은 완벽하게 해리가 원하는 대로 한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해리는 사악하고 음습한 미소를 지었다. 그 무엇보다 우선 사항이 생겼군: 호그와트에서 뱀의 형상을 한 모든 생물, 무생물과 의사소통을 시도해보기. 그래, 먼저 시도했던 것부터 다시 찾아가서, 대신 영어가 아니라 파셀통그를 사용해보기로 하자 ─ 드레이코에게 부탁해 슬리데린 기숙실 안에도 들어가보기로 하고 ─
“흥분하기에는 이르다 포터 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어느샌가 감정이 사라져있었다. “아직 생각을 멈추는 건 속단이지. 어둠의 마왕이 슬리데린의 괴물에게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 과연 무엇인가?”
“네?” 해리가 반문했다. “제가, 아니 우리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현장을 상상하거라 포터 군. 상상력을 발휘해 세세한 부분마저 신경써서 구현해라. 마침 슬리데린의 괴물이 ─ 아마 오직 파셀마우스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거대한 뱀 ─ 막 그에게 주어진 지식을 전부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에게 전수해준 참이지. 지식은 살라자르의 마지막 축복과, 살라자르의 다음 대 후계자가 충분한 교활함을 갖출 때까지 비밀의 방은 다시금 봉인되어야 한다는 경고를 내렸다. 훗날 어둠의 마왕으로 도래할 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뱀을 향해 고했다 ─”
“아바다 케다브라,” 속이 안 좋은 듯한 안색의 해리가 중얼거렸다.
“12번째 규칙,” 퀴렐 교수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울려퍼졌다. “다른 이들이 범접할 수 있는 장소에 힘의 근원을 방치하는 건 자살행위다.”
해리가 고개를 떨구어 식탁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검은색 꽃과 음영으로 수놓아진 게 마치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어째선지 모르지만…너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슬리데린의 거대한 뱀은 그저 한때 주인이었던 자의 혈통을 지닌 볼드모트 경을 순수하게 도와줬으나, 그 은혜를 입은 볼드모트 경은 은혜를 원수로…뭔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비애이지 않은가. 한없이 베풀기만 한 자를, 일말의 인간성이라도 남아있다면 그럴 수는…. “교수님께서는 어둠의 마왕이 정말로 ─”
“그래,” 퀴렐 교수가 단언했다.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가는 길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죽음이 함께했지, 포터 군. 굳이 그 괴물을 예외로 두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 만약 그 밖에 갈무리 가능한 유물이 존재했다면, 그마저도 어둠의 마왕은 남김없이 거두어갔을 것이다. 허나 어쩌면 비밀의 방에는 어둠의 마왕조차 발견하지 못한채 아직 숨겨진 무언가가 남아있을 수도 있을 터. 그리고 그것을 발견함으로써 너는 자신이 진정한 슬리데린의 후계자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헛된 희망은 갖지 말도록. 그 방에는 이미 숨을 거둔지 오래인 슬리데린의 괴물의 유해만이 쓸쓸하게 남아있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크니까.”
정적이 내려앉았다.
“물론 내 추측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퀴렐 교수가 덧붙였다. “어쨌거나 추측에 불과하니.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법.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미리 경고를 해주고 싶었다.”
해리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지금쯤 어둠의 마왕을 물리쳤던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퀴렐 교수가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만약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 너는 그를 설득시켜 슬리데린의 유산을 서로 공유하게 되었을지도 모를텐데 말이다. 후계자로부터 다른 후계자에게, 말이지.” 전제부터 불가능을 논하는 스스로가 웃긴지 그가 더욱 더 미소를 비틀었다.
중요 체크, 분노와 냉정으로 버무려진 해리가 속으로 생각했다. 어둠의 마왕의 머릿속에서 빼내든 어떻게 하든 슬리데린의 유산을 찾아내자.
“뭐,” 해리가 입을 열었다, “말이 나온 김에, 제가 ‘파셀마우스’라는 사실이 어떻게 ─”
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노크했다. 조심스럽게 올려진 퀴렐 교수의 손가락이 공중을 휘젓자 문이 벌컥하고 열렸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웨이트리스가 거대한 쟁반 위에 놓여진 음식들을 마치 아무 무게도 없다는 듯이 (아마 마법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한 손으로 받치고 등장했다. 퀴렐 교수에게 녹색 수프와 언제나와 같이 키안티 와인 한 잔을 세팅한 그녀는, 해리의 앞에는 진한 소스에 버무려진 저민 고기요리와 당밀 소다를 공손하게 놓았다. 형식적이 아니라 진정성이 느껴지게 꾸벅 고개를 숙여보인 웨이트리스는 완벽한 걸음으로 방을 떠나 문을 닫았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퀴렐 교수가 조용히 하라는 듯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갖다대고는, 지팡이를 꺼냈다.
그리고 퀴렐 교수는 해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몇 가지의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그래, 그에게 오클러먼시를 가르쳤던 베스터 씨가 정말 중요한 대화가 오고갈 때 펼쳤던 총 27가지의 보안 주문들이라는 것을 깨달은 해리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
비밀의 방에 관한 이야기조차 이 주문들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
마침내 영창을 모두 끝낸 ─ 총 30가지의 주문을 사용했고, 개중 3개는 해리도 처음 듣는 것이었다 ─ 퀴렐 교수가 이윽고 고했다, “이제 당분간은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그래 포터 군, 너는 스스로가 입이 무거운 편이라고 생각하는가?”
해리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대한 비밀이다 포터 군,” 퀴렐 교수가 덧붙였다. 그의 눈빛은 이글거렸고, 표정은 진중하기 그지없었다. “이 비밀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나는 아즈카반에 투옥될지도 모른다. 충분히 고려한 뒤 대답하도록.”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비밀을 알게 되어버린 해리로써는 이제와서 하나 더 알아봤자 무슨 상관이냐는 심정이었다. 그 순간 ─
아즈카반에 갇힐 지도 모르는 비밀이라면, 교수님께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해리의 두뇌는 단번에 여러가지 계산을 한꺼번에 이행했다. 그 비밀이 무엇이던간에, 퀴렐 교수는 그의 불법 행위를 해리에게 실토해도 스스로에게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굳이 비밀을 거절하는 이점이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만약 이 비밀이 퀴렐 교수의 몇 안되는 결함으로 드러난다면, 설령 철저한 비밀을 맹세하더라도 듣는 것이 해리에게 훨씬 더 이득이다.
“예전부터 높으신 분들은 마음에 안 들었죠,” 해리가 말했다. “사법기관이나 정부의 높으신 분들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비밀은 지키겠습니다.”
해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에게 비밀을 밝힐 정도로 메리트가 있느냐는 질문을 굳이 하지는 않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퀴렐 교수도 이미 생각해두었을 테니까.
“그럼 네게 정말로 살라자르의 피가 흐르고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한다,” 그렇게 말한 퀴렐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해리 또한 계산적이기 보다는 본능적인 행동으로 자리에서 일어서 퀴렐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퀴렐 교수의 형태가 일그러지고 소용돌이쳤다.
해리는 공황 상태에 빠져 반사적으로 뒤로 발사되는 몸을 멈추었다. 결국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잃지 않게 두 팔을 허우적거리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혼란이 뒤섞인 정신과 아드레날린이 아우러져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방의 반대쪽 편에는 족히 1미터는 되어보이고, 밝은 녹색의 비늘에 희고 푸른 무늬를 자랑하는 거대한 뱀이 머리를 치켜들고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었다. 뱀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해리는 파충류에 대해 해박하지 않았으나, 대개 ‘밝은’ 색이란 곧 ‘독사’를 의미하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방금 전까지 느껴지던 재앙의 기운은 호그와트의 방어술 교수가 독사로 변신해버리자마자 마치 신기루마냥 사라져버렸다.
침을 강하게 꿀꺽 삼킨 해리가 입을 열었다, “아, 안녕하세 ─ 아니, 쉬익, 아닌데, 아,”
[안녕하세요.]
[그래,] 뱀이 혀를 낼름거렸다. [정말 할 줄 아는군, 그 말을. 들리나, 내 말도?]
[네, 들립니다,] 해리가 소름끼치는 소리를 냈다. [애니마구스입니까?]
[보면 모르나,] 뱀이 화답했다. [37계명, 제 34번: 애니마구스가 되어라. 합리적인 사람은 그렇게 하지, 가능하다면. 고로, 매우 적다.] 뱀의 깊게 음영진 안구 안에서, 회색의 평탄한 흰자위 가운데에 날카롭게 벼려진 검은색 눈동자가 번뜩였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대화법이지. 알겠나? 그 누구도 이 대화를 알아듣지 못할 테니.]
[그게 뱀으로 변신하는 애니마구스일지라도?]
[슬리데린의 후계자가 원치 않는다면, 불가.] 뱀이 지속적으로 내는 바람새는 듯한 소리를 해리의 뇌가 자연스럽게 냉소적인 웃음으로 통역해주었다. [슬리데린은 멍청하지 않아, 애니마구스와 파셀마우스는, 다른 개념.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계획에 크나큰 결함이 생긴다.]
파셀통그가 이미 지성을 보유한 뱀과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마법이 아닌, 마법사의 고유 마법이라는 주장에 강력한 뒷받침이 되는 발언이었다 ─
[나는 미등록자다,] 뱀이 바람소리를 냈다. 깊게 파인 안구가 해리를 노려보았다. [마법부에 등록을 해야하지, 애니마구스는 전부. 발각될 경우, 형량은 아즈카반에서 2년. 비밀을 지킬 수 있나, 소년?]
[네,] 해리가 바람소리를 냈다. [깨트리지 않습니다, 맹세는]
뱀이 한동안 굳은 것처럼 움직임을 정지하더니, 다시금 상체를 흔들거렸다. [7일 후 이 장소에 다시 온다. 망토로 은신하고, 시간을 이동하기 위해 시계를 갖고오도록 ─]
[알고계셨나요?!] 경악한 해리가 외쳤다. [어떻게 ─]
또다시 싸늘한 조소를 의미하는 짧은 바람소리가 몇 차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다른 수업이 있음에도 내 첫 수업을 수강했고, 파이를 던져 적을 물리치고, 리멤브럴 두 개 ─]
[방금 했던 말 잊으세요,] 해리가 바람소리를 냈다. [교수님이 천재시라는 걸 잊었어요.]
[잊기 어려운 사실을 잊고 있었군,] 허나 그렇게 말한 뱀은 딱히 별다른 감정의 기복을 표출하지 않았다.
[제한이 많습니다, 시계는,] 해리가 말했다. [9번째 시 전에는 사용 불가.]
뱀이 흔들거리며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제한은 많다. 네 전용으로 설계되었고, 도둑맞을 일도 없지. 다른 인간과 함께 이동도 불가. 허나 주머니 속에 있는 뱀이라면, 이동 가능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결계를 건드리지 않고, 정지시킬 수 있을 듯 하다, 보호 케이스 안의 모래시계 움직임을. 그 뒤 케이스 자체를 돌리면, 이동 가능할 것이라 사료됨. 그 이후의 계획은 아직 논하지 않겠다. 발설하지 말도록, 그 누구에게도. 연기해라, 눈치조차 채지 못하게. 알겠나?]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입으로 직접 말하도록.]
[네.]
[내 말대로 할 수 있겠지?]
[네, 하지만,] 해리가 간헐적으로 흔들리는 듯한 바람소리를 내어 심경의 망설임을 표현해냈다. [무엇이든 간에 하겠다고 동의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게 아직 말하지 않으신 게 ─]
뱀이 자아내는 바람소리가 해리의 뇌속에서 자연스럽게 코웃음으로 통역되었다. [물론. 자세한 건 다음 만남에서.]
다시 뱀의 형태가 이지러지고 소용돌이쳤고, 어느 순간 인간 퀴렐 교수가 재림했다. 찰나동안 몸을 가누기 버거워하는 듯 마치 뱀같이 휘청거리던 방어술 교수의 눈이 냉엄하게 가라앉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어깨가 떡하니 펼쳐졌고, 그는 완벽하게 인간으로 되돌아왔다.
그와 함께 재앙의 기운도 다시금 엄습하기 시작했다.
퀴렐 교수가 자동으로 앉기 편하게 뒤로 몇칸 움직인 의자에 착석했다. “이미 나온 음식을 아깝게 버릴 수는 없지,” 숟가락을 들어올리며 그가 말을 이어갔다, “지금 상태에서는 굳이 말하자면 이것 보다 생쥐를 더 선호하지만 말이야. 급격하게 변화하는 신체를 정신이 따라가기란 버거운 일이니….”
해리 또한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살라자르의 혈통은 ‘그 사람’을 마지막으로 사멸한 게 아니었나보군 그래,” 한참 식사를 하던 와중 퀴렐 교수가 불쑥 말했다. “이미 우리 훌륭한 학생진들 사이에서는 네가 ‘어둠’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무슨 얼굴들을 해댈지 궁금해지는구나.”
“그래요, 아니면 제가 디멘터를 소멸시켰다는 사실이던지 말이죠,” 어깨를 으쓱거리며 해리가 말했다. “어차피 이 소란은 다음에 제가 또 무슨 큰일을 저지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라앉게 되어있어요. 근데 헤르미온느는 저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그녀를 위해 뭔가 충고나 조언을 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들은 방어술 교수는 말없이 숟가락질을 지속했다. 마침내 손을 멈춘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평탄하기 그지없었다. “너, 그 아이를 위해 ‘정말로’ 걱정하고있군.”
“네,” 해리가 나지막히 대답했다.
“혹, 그 덕분에 그녀가 너를 디멘터의 마수로부터 구할 수 있었던건지?”
“그럴지도 모르죠,” 해리가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었으나, 정확하지도 않았다. 디멘터의 영향에 이상해졌던 그는 헤르미온느를 위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예상 못한 그녀의 행동에 ‘혼란’을 느꼈었을 뿐이니까.
“내가 네 나이였을 때는, 그런 친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무감정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만약 네가 외롭게, 홀로 자라났다면, 과연 어떤 인물로 거듭났을까? 몹시도 궁금하군.”
해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거렸다.
“그녀에게 은혜를 입은 심정이겠구나.”
해리는 그저 말없이 끄덕였다. 역시 정확하지는 않았으나, 맞는 말이긴 했다.
“그럼 제자를 위해 조언을 하나 해주도록 할까. 만약 그런 친구가 존재했다면, 어린 시절의 나는 아마 이렇게 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