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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믿음 속의 믿음 1화


사람들은 언제나 조앤 롤링에게 줄을 묶기 위해 돌을 원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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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넷이 스큅이었지,” 금색의 챙이 달린 고깔모자를 쓴 땅딸막한 젊은 여성의 초상화가 말했다.

드레이코는 그것을 받아적었다. 고작해야 28건 밖에 찾지 못하였지만 해리와 재회할 시간이 코 앞까지 닥쳐있었던 것이다.

약간의 번역을 위해 그는 다른 초상화들에게도 도움을 청해야만 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영어의 문법은 상당히 바뀌었으니까. 하지만 까마득할 정도로 오래된 초상화들도 지금과 별반 다를 것 없어보이는 1학년 전용 마법들을 배운 듯 했다. 개중 태반은 드레이코 또한 이미 알고 있는 주문들이었고 그가 모르는 나머지도 그리 강력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답변이 하나 하나 쌓일 때마다 위장이 들끓는 듯한 기분이 더욱 더 커져만 갔고, 마침내 견디다가 못한 드레이코는 대신 해리 포터의 사뭇 엉뚱하게 느껴지는 질문, 즉 스큅 부부들에 대해 초상화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처음 다섯개의 초상화는 스큅 부부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고 그는 그 대신 그 초상화들에게 그들의 친구들에게 그들의 친구들에게 물어보라는 부탁을 했고 마침내 생전에 스큅들과 친목을 도모했었다고 겉으로 자신있게 드러낼 수 있는 초상화들을 찾는 것에 성공하였다.

(그는 슬리데린 1학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고 현재 한 래번클로 학생과 중요한 과제를 해야 하는데, 그 래번클로는 이러이러한 정보들이 필요하다고 다짜고짜 말해놓고는 아무런 설명 없이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버렸다고 변명을 하였다. 이 말에 대다수의 초상화가 그를 향해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호그와트의 복도를 걷는 드레이코는 스스로의 걸음걸이가 태산같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솔직히 말해 달리는 것이 도리겠지만 도저히 그럴만한 힘이 없었다. 차라리 이 모든 것을 알지 못했더라면, 이라고 가정해보았다. 이런 일에 휘말리는 것은 원하지 않았고, 이 모든 책임감이 너무나도 부담되었다. 그냥 해리 포터에게 맡겨, 마법이 고갈되어가고 있다해도 해리 포터라면 해결법을 발견할거야….

하지만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드레이코도 알고 있었다.

슬리데린 지하감옥의 차디찬 공기, 회색의 돌로 이루어진 벽. 평상시에 드레이코는 이러한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했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이 흐릿하게만 느껴지고 어딘지 모르게 ‘소멸’을 연상시켜 꼴 보기도 싫었다.

그의 손은 문의 손잡이에, 해리 포터는 안에서 이미 기다리고, 후드가 달린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고대의 1학년 전용 주문들,” 해리 포터가 물었다. “무엇을 알게 되었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주문들보다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간단한 주문들이었어.”

해리 포터의 주먹이 책상을 강타했다. “빌어먹을. 알았어. 내가 시험한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어, 드레이코. 내가 알아봤는데 ‘멀린의 제재’라는 것이 존재하더라고─”

순간 모든 것을 깨달은 드레이코가 반사적으로 이마를 손바닥으로 쳤다.

“─즉, 책으로부터 대 마법의 지식을 얻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설령 네가 강력한 마법사의 저서를 발견해 읽더라도 도무지 뭔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게 하는 기법이라는 거지, 지식이 오직 사람에서 사람에게로만 전수될 수 있게 말이야. 방법은 알지만 정작 발현은 못하는 강대한 주문에 대해서는 단 한개도 찾지 못했어. 하지만 만약 고대의 책들에서부터 지식을 전수받을 수 없다면, 그러한 마법들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이상 지식을 다른 이들에게 굳이 전수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드레이코, 그러면 스큅 부부들에 대한 건은?”

드레이코가 그에게 양피지를 건내주었다─

허나 해리 포터는 손을 내밀며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 “과학의 법칙이야, 드레이코. 먼저 네개 내가 생각해둔 이론과 추측을 알려줘야 해. 네가 자료들을 건내는 건 그 다음이야. 어째서냐면, 그렇게 해야 너도 내가 그저 정보에 의거해 임의로 이론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 자료들을 나의 이론이 미연에 예견하고 있었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야. 어차피 네게 이것을 설명해주어야 했으니까, 이왕이면 네가 그 자료들을 건내기 전에 하기로 했어. 어쨌든 그게 법칙이야. 그러니까 일단 망토부터 뒤집어 쓰고 앉자.”

해리 포터는 그 표면에 갈가리 찢긴 종이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책가방에서 망토를 꺼낸 드레이코는 그것을 쓴 뒤, 해리의 맞은편에 앉고는, 그 찢어진 종이들을 당혹스럽게 바라보았다. 종이의 파편들은 이열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각각 스무 개의 파편들로 이루어져있엇다.

“혈통의 비밀은,” 사뭇 열정적이게 느껴지는 오연한 표정을 지으며, 해리 포터가 말했다, 바로 ​‘​디​옥​시​리​보​핵​산​’​이​라​고​ 불리는 물질이야. 과학자들 앞에서가 아니면 결코 일상생활에서 언급할 단어는 아니지. ​‘​디​옥​시​리​보​핵​산​’​은​ 우리들의 몸에 성장의 방법, 두 다리, 두 팔, 단신 혹은 장신, 눈동자의 색 등을 결정하는 명령체계이자 조리법이야. 물질적이기에 현미경으로 관찰해볼 수도 있지, 아 현미경은 망원경 비슷한 건데 장거리에 위치한 무언가를 보기보다는 작디작은 미물을 관찰하기 위해 개발된 거야. 그리고 그 조리법은 다른 한 쪽이 망가질 경우를 대비해 항상 복사본이 존재하고 있어. 여기 이열로 나뉘어진 종이 조각들을 잘 봐. 각각의 행마다 두 개의 종이 조각이 존재하고, 우리가 아이를 가질 때, 우리의 몸은 무작위로 각각의 행에서 단 한 개의 종이 조각을 선택해, 어머니 쪽의 육체도 마찬가지고. 어머니에게서 하나, 아버지에게서 하나. 그리고 아이가 만들어질 때, 무작위로 선택된 그 종이 조각의 유형을 지니고 태어나는거지.”

해리가 말하는 도중, 그의 손가락이 각각 행의 종이 조각들을 가리켰다. 손을 좌열로 향하한 해리는 ‘어머니에게서 받은 쪽”이라고 말한 뒤, 마찬가지로 우열을 가리키며 “아버지에게서 받은 쪽”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무작위로 선택된다’는 문구를 말하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해리는 크넛 한 개를 빼낸 뒤 그것을 허공으로 튕겼다; 손에 안착한 동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해리는, 이내 손가락으로 가장 윗 행렬의 종이 조각을 가리켰다. 그러한 변칙적인 일련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설에는 일말의 막힘조차 없었다.

“장신이나 단신의 요소만을 놓고 보자면, 미약하게나마 영향을 끼칠 것들이 아마 수만가지는 조리법에 수록되어 있을거야. 그러니까 장신의 아버지가 단신의 어머니랑 결혼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그들의 아이는 ‘장신’이라고 적한 종이 조각 몇 개와 ‘단신’이라고 적힌 종이 조각 몇 개를 물려받고, 대개는 그 중간 정도의 신장으로 거듭나지. 하지만 전부 그렇지는 않아. 순수한 운에 의해서, 아이는 ‘장신’이라고 적힌 종이 조각을 ‘단신’ 종이 조각보다 월등하게 더 많게 물려받아, 상당히 커다란 신장을 보유하게 될 수도 있어. ‘장신’의 종이 조각을 다섯 개 보유한 장신의 아버지와 ‘장신’의 종이 조각을 다섯 개 보유하고 있는 장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과장해서 로또 맞을 확률로 ‘장신’의 종이 조각을 열 개 전부 물려 받아 그 둘보다 더 커다란 신장으로 거듭날 수도 있지. 이해하겠어? 피는 결코 완벽한 액체가 아니야, 다른 액체와 완벽하게 혼합되지 않는다고. ​‘​디​옥​시​리​보​핵​산​’​은​ 무수히 많은 이러한 종이 조각들로 이루어져있어, 마치 물이 가득 담긴 잔이 아니라 자갈이 가득 담긴 잔과도 같이. 그게 바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절대로 그 부모의 평균인 법이 없는 이유야.”

드레이코는 입을 떡 벌린채 그저 멍하니 들었다. 멀린이시여, 도대체 머글들이 어떻게 이러한 진리를 발견해낼 수가 있었단 말인가? 그들의 눈에는 이 조리법이 보이기라도 하는 건가?

“그렇다면 이제,” 해리 포터가 말했다, “신장에 관한 것과 같이, 조리법 안에 무수히 존재하는 종이 조각들 중에 몇 개는 ‘마법’과 ‘비마법’이라고 적혀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네가 ‘마법’이라고 적혀있는 종이가 충분히 많다면 너는 마법사고, 상당한 양의 종이를 보유하고 있다면 강력한 대마법사이며, 적으면 머글, 그리고 그 중간은 스큅이겠지. 그렇다면, 스큅 두 명이 결혼을 할 경우, 그들의 아이들 또한 십중팔구는 스큅일거야, 하지만 개중 가끔씩 운이 좋아서 아버지 쪽의 ‘마법’ 종이 조각과 어머니 쪽의 ‘마법’ 종이 조각을 상당수 물려받아, 마법사의 적성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어. 만약 처음부터 강력하기 그지없는 대마법사로 시작해 그들이 서로 결혼해 후손을 남겼다면, 그들의 힘은 유지되겠지. 하지만 마법에 대한 적성이 전무한 머글 태생들이나, 스큅들과 결혼을 할 경우에는…무슨 소리인지 알겠지? 물론 피는 완벽하게 섞이지 않아, 물이 가득 담긴 잔이라기 보다는 자갈이 가득 담긴 잔이라고 봐야해, 그건 불변의 법칙이야. 과거나 지금이나 대마법사는 여전히 존재하겠지, ‘마법’의 종이 조각들을 상당수 물려받을 정도로 운을 타고난다면. 하지만 과거처럼 압도적으로 강하지는 않을거야.”

드레이코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이러한 식의 설명은 난생 처음이었다. 허나 퍼즐 조각이 순식간에 짜맞추어지는 것 같은 기분은 경악스러울 정도의 쾌감을 안겨다주었다.

“허나,” 해리가 말했다. “그건 그저 한 개의 가설일 뿐이야. 만약 조리법 안에 사람을 마법사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종이 조각’이 다수가 아니라 단 한 장소만 존재한다고 가정해봐. ‘마법’ 아니면 ‘비마법’이라고 적혀있는 종이가 조리법 안에서 단 한 장소…물론 모든 종이 조각에는 그에 상응하는 복제품이 있어. 그렇다면 세 가지의 가능성만을 남겨두겠지. 두 개 모두 ‘마법’. 하나는 ‘마법’이고 하나는 ‘비마법’. 아니면 두 개다 ‘비마법’. 마법사, 스큅, 그리고 머글. 머글 태생들은 실제로 머글들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두 명의 스큅들에게서부터 탄생될거야, 머글의 세계에서 자라난 부모들은 각각 ‘마법’의 종이를 한 개씩 보유하고 있을 것이고. 자, 한 스큅과 결혼한 마녀를 상상해봐. 그들의 아이들은 어머니에게서부터는 무작위로 선택되던 말던 항상 ‘마법’이 적힌 종이를 한 개씩 유전받을 거야, 어머니가 가진 종이 조각은 두 개다 ‘마법’이니까. 하지만 마치 동전 게임을 하듯이, 그들은 아버지에게서부터는 반반의 확률로 ‘비마법’의 종이를 받거나, ‘마법’의 종이를 받게 되고 말거야. 스큅과 마녀의 결혼 결과는, 다수의 쇠약한 마법 적성을 가진 아이들이 아니야. 어머니처럼 강력한 마법사가 반절일 것이고, 나머지 반은 스큅이겠지. 조리법에 마법의 적성을 결정짓는 장소가 단 한 개뿐이 없기 때문에, 마법은 더 이상 혼합할 수 있는 자갈이 가득 담긴 잔이 아니야. 단 한 개밖에 없는 마법의 돌멩이, 즉 ‘마법사의 돌’이라고.”

해리가 종이 조각들을 세 줄로 쌍을 지어 정렬하기 시작했다. 한 쌍에는 둘 모두 ‘마법’이라고 적었고, 다른 한 쌍에는 한 쪽의 종이에만 ‘마법’이라고 적었다. 남겨진 마지막 쌍에는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그 말인 즉슨,” 해리가 말했다, “두 개의 돌을 갖고 있거나 전무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거야. 마법사이거나, 아니거나. 어둠의 마왕처럼 강대한 마법사들은 그저 순수하게 더 열심히 공부하거나 독하게 수련을 하는 것으로 탄생하는 것이고. 만약 주문이 소실되는게 아니라 그저 발현을 못 하게 되었기 때문에 마법사들이 후대로 가면 갈수록 쇠약해져가고 있다면…뭐 정말로 올바르지 않은 식습관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80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거라면, 정말로 마법 자체가 이 세계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

또 다른 네 개의 종이 조각들을 한 쌍으로 묶어 정돈한 해리는, 깃펜을 꺼내었다. 얼마 안가 각각의 쌍에는 한 쪽에는 ‘마법’, 한 쪽에는 ‘비마법’이라고 적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에 의거해 나는,” 해리가 말했다. “스큅끼리 결혼을 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추측해보았어. 동전을 두 번 허공으로 튕긴다고 해보자. 둘 다 앞면이 나올 수도 있고, 첫번째는 앞면 두번째는 뒷면, 뒷면 앞면, 아니만 둘 다 뒷면이라는 네 개의 가능성이 존재하지. 그러니까 4분지 1은 둘 다 앞면, 4분지 1은 둘 다 뒷면, 그리고 절반의 확률로 한 번의 앞면과 한 번의 뒷면이라는 거야. 스큅끼리 결혼을 해도 매한가지야. 네 명중 한명은 두 개의 ‘마법’ 종이를 물려받아 마법사의 적성을 갖고 태어나겠지. 다른 한명은 ‘비마법’ 두 개를 물려받아, 머글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스큅…사실 이건 정말 오래되고 이미 옛적에 정형화된 이론이야.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고 있는 ‘그레고르 멘델’이라는 자에 의해서 처음 발견되었고, 이 소위 ‘조리법’의 원리에 대한 자그마한 단서가 역사상 처음으로 발견되는 순간이었지. 유전학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자라면 단박에 이 법칙을 파악할 수 있을거야. 물론 이것도 완벽한 이론은 아니야, 동전을 두 차례씩 40번 튕긴다고 해서 두 차례 다 앞면이 나오는 확률이 결코 정확히 10번은 아닌 것처럼. 하지만 이걸 표준편차로 40명의 아이들 가우네 7명에서 13명만이 마법사로 태어난다고 결론을 지으면 이론을 받쳐주는 상당히 강력한 근거가 돼. 그게 바로 내가 네게 요구한 시험이야. 자, 그러면 이제 네 자료를 보도록 해볼까.”

그리고 미처 드레이코가 무언가를 생각하기도 전에, 해리 포터가 드레이코의 손아귀에서 양피지를 낚아챘다.

드레이코는 목이 메마른 사막과도 같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스물 여덟명의 아이들.

정확한 개수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아마 그 중 4분지 1 정도가 마법사였던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스물 여덟명의 아이들 중, 여섯 명이 마법사였네,” 양피지를 살펴보던 해리 포터가 얼마 안가 말했다. “뭐, 그럼 이건 끝났군. 그리고 8세기 전의 1학년생들이 배운 마법은 우리가 배우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고 그랬지. 결과적으로 네 실험과 내가 행한 실험은 모두 동등한 결과를 나타냈어.”

교실 안에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 드레이코가 나지막히 속삭였다.

지금껏 이토록 강렬한 공포는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야,” 해리 포터가 말했다. “내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기억해? 그런 의미에서 네가 다른 방식의 실험을 구상해주었으면 고맙겠어, 드레이코.”

“나, 난….” 드레이코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간헐적으로 끊어지고 있었다. “난 도저히 못하겠어 해리, 내겐 너무 책임감이 막중해.”

해리의 눈빛이 점차 험악하게 변해갔다. “아니, 넌 할 수 있을거야 드레이코, 네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거든. ‘멀린의 제재’를 발견하고 나서, 나도 골몰히 생각해보았어. 드레이코, 혹시 마법의 ‘힘’ 그 자체를 정확한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나 뭐 그런거 없어? 마법사의 혈통이나 우리들이 배우는 주문들과 관련성이 전무한 방법으로?”

드레이코의 머리속은 이미 여백으로 표백된 상태였다.

“마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곧 마법사에게도 영향을 끼쳐,”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마법사가 문제인지 마법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지. 마법이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마법사 말고 또 무엇이 있니?”

“그거야 당연히 마법 생물이지,” 드레이코가 무심코 툭 하고 내뱉었다.

해리 포터가 느릿하게 미소지었다. “드레이코, 정말 기막힌 답변이야.”

애초에 머글들에 의해서 자랐을 때나 물어볼 수 있는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그리고 만약 마법 생물들이 천천히 약해져가고 있다면 그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아버린 드레이코는 위장이 더욱 더 거칠게 들끓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곧 정말로 마법이 이 세계에서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고, 어째선지 드레이코는 그것이 바로 그들이 발견할 사실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알고 싶지 않았다, 그 사실을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해리 포터는 이미 반쯤 문까지 다다른 상태였다. “빨리 와, 드레이코! 여기서 얼마 가지 않아 초상화가 걸려 있어, 그들에게 오래된 초상화들을 찾아달라고 물어보면 금방 모든 것을 알게 될거야!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으니까, 누군가가 우리를 보면 그저 도망가면 돼! 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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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현장에 도달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거대한 초상화를 목도하고 있었다. 그 안에 새겨진 총 세 명의 사람들은 다소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다. 12세기의 인물인 것 같은 검은색의 예복 차림의 중년 남성은 14세기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어딘지 모르게 우울해 보이는 젊은 여성에게 말을 걸고 있었는데, 그녀의 머리는 마치 정전기 마법에 정통으로 맞은 것 마냥 왠종일 허공에서 나풀거리고 있었다. 다른 한명은 황금색의 나비넥타이를 한 현기가 넘치는 노년의 신사였다; 다행히도 그의 영어는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디멘터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불사조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용, 트롤 그리고 집요정들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해리는 미간을 찌뿌리며, 가장 마법을 많이 소모하는 생물들이 그저 멸종해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마법 생물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는지 물었다.

그들이 작성한 목록에 낯선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뭐 노년의 번역가가 작성한 ‘마인드 플레이어’라는 어둠의 마물은 공교롭게도 이미 ‘해롤드 셰아’라는 자에게 멸종된 지 오래였고, 그 생물의 상세한 설명을 들어보아도 디멘터의 존재감에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아하니 마법 생물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 없이 강했던 것이다.

상시 느끼고 있던 구토감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느낀 드레이코는, 이제는 그저 어리둥절하다는 듯이 멍하니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 노신사가 ‘비홀더의 눈’이 간직한 11가지의 권능을 번역하여 설명하는 도중 드레이코가 불쑥 말했다, “이 발견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거야?”

해리가 기다리라는 듯이 손가락을 들어올렸고, 그 사이에 노신사가 목록을 끝마쳤다.

그리고 해리가 초상화 속의 인물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 거의 반자동적으로, 드레이코 또한 그보다 더욱 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그의 의사를 전했다 ─ 그들은 다시금 교실로 직행했다.

가설들이 적힌 가장 처음의 양피지를 꺼낸 해리는 그곳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가기 시작했다.

관찰 결과:

마법의 힘은 호그와트의 설립 당시보다 확연하게 약해져 있는 상태임.

가설:

1. 마법 자체가 서서히 고갈되어가고 있다.

2. 머글 그리고 스큅들과의 상호 교배를 통해 마법사들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

3. 강력한 마법 주문이 역사의 저편으로 소실되어가고 있다.

4. 마법사들은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 식사를 제공하고 있거나, 혈통을 제외한 다른 무언가가 그들의 힘을 하락시키고 있다.

5. 머글의 기술력이 마법과 충돌하고 있다. (800년쯤 전부터?)

6. 강력한 마법사일수록 적은 후손을 남긴다. (드레이코 = 외동? 강력한 마법사들, 즉 퀴렐 / 덤블도어 / 어둠의 마왕이 자손을 남겼는지 조사할 것.)

실험:

A. 혹시 우리들이 지식으로는 알고 있으나 발현은 불가능한 주문이나 (이 경우에는 가설 1번 아니면 2번) 실전되어 더 이상 아무도 기억하고 있지 않은 마법들이 ​존​재​하​는​가​(​3​번​)​?​

B. 고대의 1학년 학생들은 현대의 그들과 같은 수준의 마법을 구사했으며, 동등한 위력을 선보였는가? (2번보다 1번에 미약한 힘을 실어주는 증거가 되지만, 혈통의 문제로 강력한 마법사들의 개수만이 급감하고 있다는 가설 역시 배제할 수 없음.)

C. 혈통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으로 1번과 2번을 구분할 추가적인 시험은, 추후 작성할 것. 결과: 조리법에 마법의 적성 유무를 결정하는 곳은 단 한 장소 밖에 없고, ‘마법’의 종이를 두 개 다 보유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두 가지의 가능성 밖에 없다.

D. 마법 생물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가? 1번을 2 혹은 3번과 구분시키는 실험. 결과: 마법 생물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강력함.

“A는 실패로 돌아갔어,” 해리 포터가 말했다. “B는 2번보다 1번에 더 힘을 실어주는 미약한 근거고. C는 2번을 부정하고, D는 1번을 부정해. 4번은 가망성이 없고 B 또한 4번과 반대되는 결과를 다루고 있어. 5번도 어차피 가능성이 없었고 D가 부정하고 있지. 6번은 2번과 함께 이미 부정되었고. 그러면 3번만 남아. ‘멀린의 제재’가 존재하건 말건, 발현할 수 없는 주문에 대해서는 발견할 수 없었어. 그러므로 이 모든 정보를 조합해본다면, 지식이 소실되어가고 있다는 게 맞겠군.”

그리고 함정이 탁, 하고 닫혔다.

공황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법이 쇠퇴해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드레이코가 깨달은 순간, 모든 것을 깨달을 때까지 5초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책상에서 거칠게 물러나며 드레이코는 너무나도 흉악한 기세로 자리에서 일어난 나머지 의자가 바닥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더니 이내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면, 이 모든 것은 유치하기 그지없는 속임수였다는 거네.”

변함없이 자리에 앉아있던 해리 포터는 그를 얼마 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침내 입을 연 그의 목에서, 가라앉은 음색이 들려왔다. “실험해볼만한 가치는 있었어, 드레이코. 만약 이와 다른 결과가 나타났더라도, 나는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였을거야. 적어도 그런 것으로 속임수를 쓰지는 않아. 절대로. 내가 추측성 발언을 했을 때까지 네 자료들을 보지 않았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멀린의 제재’에 의해 내 첫번째 실험이 무위로 되돌아갔다고 설명했을 때부터─”

“호오,” 서서히 분노가 겉으로 표출되는 것을 느끼며, 드레이코가 비아냥거렸다. “그러니까 네 말은, 너 또한 이러한 결말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거지?”

“네가 몰랐던 것들은 나 또한 모르고 있었어,” 해리가 여전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의심이 가지 않았던건 아니야.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지나치게 뛰어났어, 이론대로라면 거의 마법적인 적성이 전무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았지, 어떻게 머글 태생이 호그와트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 사용자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과제물과 시험에서도 항상 학년 톱이었고. 한 소녀가 학업적으로도 마법적으로도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단 한가지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 우연성이 다분해.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의 존재는 마법 적성 유무를 결정 짓는 요소가 단 한 개뿐이라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어, 보유하고 있거나 아예 없거나 말이지, 그리고 마법사 간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힘의 차이는 지식의 보유량과 수련의 효율성에 비례하는 거고. 그리고 순수혈통과 머글 태생들을 구분지어 아예 개별적으로 교실을 만드는 제도도 없었다는 사실 등등…네 주장이 맞다고 가정한다면 지금 이 세계는 무엇 하나 그 가설과 부합되지 않아. 하지만 드레이코, 네가 보지 못했던 것은 나 또한 볼 수가 없었어. 네게 말하지 않고 비밀리에 행한 실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속임수 따위는 없다고 드레이코. 나는 단지 함께 이 실험의 답을 쟁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뿐이야. 그리고 애초에 나는 네가 언급하기 전에는 이 세계에서 마법이 고갈되어가고 있다는 가설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어. 그건 나에게도 굉장히 두려운 발상이었으니까.”

“아무렴 어때,” 드레이코가 말했다. 그는 당장에라도 해리에게 마구 고함을 지르고 싶은 것을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목소리에 서린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그가 말했다. “절대로 입을 함부로 놀려 다른 사람들에게 오늘의 일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해.”

“너와 의논하기 전에는 그럴 일 없을거야,” 해리가 말했다. 그가 마치 변론을 하는 듯이 두 손을 폈다. “드레이코, 나는 최대한의 친절을 보이고 있어,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상냥하지 않아.”

“알겠어. 그러면 너와 나의 인연은 이걸로 끝이군. 그저 등을 돌려 이 모든 일을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면 될 일이지.”

등을 돌린 드레이코는, 항거할 수 없는 배신감과 함께 목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제서야 그는 그가 정말로 해리 포터를 마음에 들어했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러한 생각조차 교실을 가로지르는 그의 발걸음을 늦추지는 못했다.

그 때 해리 포터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퍼졌다.

“드레이코…이 모든 일을 없었던 일로 치부할 수는 없어. 이해가 안가? 그게 바로 네가 희생시킨 것이잖아.”

도중에 발걸음을 멈추고 우뚝 선 드레이코는 고개만을 돌려 표독스럽게 물었다. “무슨 말이지?”

허나 이미 드레이코의 등골은 오싹할 대로 오싹해져있었다.

아니, 해리 포터가 그 말을 언급하기도 전에 이미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과학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말이야. 너는 스스로가 굳게 믿고 있던 믿음에 질문을 던졌어, 그것도 사소한 믿음이 아니라 어쩌면 너 자신을 대표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중대한 믿음에 말이야. 너는 실험을 행했고, 자료를 모았으며, 그 믿음의 오류를 입증했어. 결과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했지.” 해리 포터의 목소리에 망설임이 깃들었다.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드레이코, 참된 믿음은 그러한 방식으로 희생시킬 수는 없어, 오류를 입증하기 보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너는 과학자가 되기 위하여 마법사가 약해져가고 있는 건 머글과 피를 섞고 있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희생한 거지.”

“아니야!” 드레이코가 외쳤다. “나는 희생한 적 없어.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목소리는 점차 고함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었으나, 등골은 여전히 싸하기 그지없었다.

해리 포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으로 퇴화된 상태였다. ​“​드​레​이​코​…​미​안​하​지​만​ 드레이코, 너는 더 이상 순혈주의를 믿고 있지 않아.” 해리의 목소리가 다시금 확성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증명해주지. 만약 네게 누군가가 자기 집에서 용을 사육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고 상상해봐. 그러면 너는 용을 보고 싶다고 그에게 요구하겠지. 허나 그는 그것이 투명하기 때문에 볼 수 없다고 해. 그리고 너는 그렇다면 그것이 거동하는 것을 듣겠다고 우회성 발언을 하겠지. 그는 용에 침묵 마법이 걸려 있어서 아무것도 들을 수 없다고 답변을 했어. 그리고 너는 용의 윤곽을 살펴보기 위해 밀가루를 허공에 던져보겠다는 제안을 했어. 하지만 그는 밀가루를 투과시키는 부류의 용이라고 주장을 했지. 즉 말하자면, 그는 사전에 이미 네게 설명해야 하는 실험 방식을 알고 있다는 거야. 용이 없을 경우의 환경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어떠한 변명을 해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뭐 그래서 그가 용이 있다고 주장을 한다 치자. 어쩌면 그는 용이 집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믿음을 믿는 것일 수도 있어, 바로 믿음 속의 믿음이라는 거지. 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믿고 있지는 않아. 무엇을 믿고 있는지 착각을 할 수는 있어. 대다수의 사람들은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과 믿으면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의 차이점을 모르고 ​있​으​니​까​.​” ​

책상에서 우뚝 일어선 해리 포터는 드레이코에게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레이코, 너는 더 이상 순혈주의를 믿고 있지 않아, 내가 그것을 확실하게 증명해주도록 하지. 만약 순혈주의가 사실이라면,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의 존재는 도저히 설명이 안돼, 그렇다면 순혈주의로 어떻게 그녀를 설명할 수 있지? 나처럼 머글의 가정에서 자란 마법 세계의 고아일까? 나는 당장에라도 그레인저에게 가 그녀가 부모님과 닮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요구할 수 있어. 그렇다면 과연 그녀의 용모는 그들과 닮아있을까? 한번 실험해보고 싶어?”

“아마 친척에게 맡겨졌을 거야,” 간헐적으로 끊기는 목소리로, 드레이코가 말했다. “분명히 닮아있겠지.”

“그것 봐. 너는 이미 네가 변명해야할 실험적 결과들을 알고 있어. 만약 네가 아직도 순혈주의를 굳게 믿고 있다면, 너는 ‘물론이지, 분명 닮지 않았을 거야, 정말로 머글 태생이기에는 지나칠정도로 뛰어나니까’라고 말할─”

“친척에게 맡겨졌을 거라고!”

“과학자들은 아이의 아버지가 정말로 아이의 아버지인지 확인하기 위해 모종의 실험을 하곤 해. 내가 그녀의 부모님에게 실험을 위해 충분한 액수를 지불한다면 그레인저는 아마 거리낌 없이 그 실험을 해볼거야. 그렇다면 과연 그 실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까? 너만 원한다면 언제든지 해볼 수 있어. 하지만 너는 이미 그 실험의 결과를 어림짐작하고 있겠지. 앞으로도, 너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본능적으로 알게 될거야. 잊을래야 잊을 수 없겠지. 너는 순혈 주의를 믿고 싶겠지만, 마음 속으로 너는 언제나 마법사의 적성을 결정 짓는 요소가 단 한가지 밖에 없을 때 도출될만한 결과를 찾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네가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 한 희생이라고.”

드레이코가 숨을 거칠고 난폭하게 쉬기 시작했다.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나 있어?” 득달같이 달려든 드레이코가 해리의 멱살을 포악하게 쥐었다. 거의 비명처럼 들리는 그의 악에 받친 외침은, 침묵에 쌓인 교실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크게 울려퍼졌다. “네가 무슨 짓거리를 했는지 알기나 하냐고!”

해리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네게는 믿음이 있었어. 그 믿음은 거짓으로 판별났고. 나는 네가 깨우치는 것을 도와줬을 뿐이야. 진실은 언제나 진실이기에, 그것에 굴복한다고 상태가 악화되는 것은 아니─”

순간 드레이코의 손가락이 주먹을 형성했고, 그의 손이 아래로 축 늘어지더니 이내 거리낌 없이 솟아올라 해리 포터의 턱을 거세게 쳐올렸고, 그에 따라 책상을 강타한 해리의 몸은 이내 지면에 힘없이 넘어졌다.”

“이런 개자식아!” 드레이코가 비명을 마구 질렀다. “머저리 같은! 쓰레기 자식!”

“드레이코,” 바닥에 누운채 해리가 속삭였다, “미안해 드레이코, 나는 적어도 몇 달 가량은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어, 네가 이토록 빨리 과학자로 각성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네 마음을 준비시키고, 스스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한층 더 수월해질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질 줄 알았─”

“아버지는 어떻게 하고?” 드레이코가 말했다. 격렬한 분노로 인해 그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온 몸이 진동하고 있었다. “아버지도 준비시킬 작정이었어? 아니면 이 이후의 일은 네게 아무런 상관도 없었던 거야? 그런거냐?”

“그에게 말해서는 안돼!” 경고하는 듯한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네 아버지는 아직 과학자가 아니라고! 약속했잖아, 드레이코!”

아주 찰나의 시간 동안 아버지의 귀에 이 사건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정말 다행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아버지에게 ‘나는 아직도 순혈주의를 믿고 있다’라고 거짓을 고하라는 것을 요구하는 거구나,” 떨리는 목소리로 드레이코가 말했다. “나는 평생동안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해야 할 것이고,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나는 죽음을 먹는 자가 되지 못할 거야. 어째서 죽음을 먹는 자가 될 수 없냐는 아버지의 물음에도, 나는 대답할 수 없을 거라고.”

“만약 네 아버지가 진심으로 너를 사랑하고 있다면,” 바닥에 누운채 해리가 속삭였다, “그는 비록 네가 죽음을 먹는 자가 아니더라도 변함없이 너를 사랑할거야, 그리고 내가 전에 본 기억으로 네 아버지는 너를 정말로 아끼고 있어, 드레이코─”

“네 양아버지는 과학자지,” 드레이코가 말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잘 벼려진 날카로운 단검 마냥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네가 과학자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해도, 그는 너를 사랑할거야. 하지만, 예전처럼 아끼지는 않겠지.”

해리가 몸을 움찔했다. 마치 ‘미안해’라고 말하려는 듯이 그는 입을 열었지만, 별로 좋을 것 없다는 생각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 물론 그 행동은 그가 운이 좋았든 현명했든 옳은 선택이었다, 만약 그랬더라면 드레이코는 그를 최악의 경우 죽여버렸을 테니까.

“왜 경고를 안 했어,” 드레이코가 말했다. 그가 미친듯이 언성을 높혀갔다. “왜 경고를 안 했어!!”

“겨…경고 했어…내가 이 ‘힘’에 대해서 설명할 때마다, 나는 그에 따른 대가 또한 부연으로 설명했다고. 나는, 스스로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지. 이미 예전에 나는 이 것이야말 로 네가 지나야 될 가장 험난한 가시밭길이라고 말했어.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러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그리고 실험의 결과는 이러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정작 네 가족과 친구들은 다르게 말하고 있다면─”

“정말 그게 경고로 충분했다고 생각해?!” 이제는 참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드레이코는 비명을 질러댔다. “그걸 경고라고 할 수 있어?! 영구적인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의식에 그걸로 정말 충분하다 생각했냐고 묻잖아!”

“아…아….” 바닥에 엎어져 있던 소년이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아무래도 내가 제대로 된 설명을 못했었나 봐.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진실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은 다스려야 해.”

패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네 말에는 한가지 틀린 점이 있어,” 살의가 깃든 목소리로, 드레이코가 말했다. “그레인저는 결코 호그와트에서 가장 강한 학생이 아니야. 그저 수업에서 가장 좋은 점수만을 받을 뿐이지. 그 차이점을 지금 똑똑하게 알게 될 거야, 포터.”

순간 상황 판단을 끝낸 해리는 표정을 충격과 경악으로 새하얗게 물들이며, 재빨리 일어서기 위해 바닥을 굴렀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엑​스​펠​리​아​르​무​스​!​”​

해리의 지팡이가 허공으로 튕겨져 교실의 저편으로 날아갔다.

“곰 자바르!”

주문과 함께 해리의 왼 손에 간헐적으로 고동하는 먹빛의 문양이 새겨졌다.

“고문 마법이야,” 드레이코가 말했다. “고문 대상에게서 정보를 취조할 때 쓰이지. 나는 너를 이 교실에 내버려두고, 나가면서 문을 잠글 거야. 몇 시간 후에나 풀리는 잠금 마법이라도 걸어놓을 생각이지. 어쩌면 네가 죽어버릴 때까지 효력이 지속될 수도 있겠지. 그러면 여기서 즐거운 시간 보내도록 하라고.”

드레이코가 매끄럽게 뒷걸음질을 쳤지만, 지팡이는 여전히 해리에게 가 있었다. 여전히 정확하게 겨냥을 한 채 팔을 바닥에 짚은 드레이코는, 책가방을 끌어올렸다.

해리 포터가 입을 여는 사이에도 그의 표정에 서서히 고통이 자리잡고 있었다. “헤에, 보아하니 말포이 가문은 ‘미성년 마법사의 행동 제한 법령’에 포함되지 않나 보네? 확실해졌어, 네 혈통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야. 순전히 남들보다 더 일찍 수련을 시작한 결과지. 처음에는 너도 우리처럼 빈약했을 거야. 내 말이 틀려?”

드레이코가 손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지팡이를 쥐었지만, 그의 조준은 흔들림이 없었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고통에 이를 악물며 해리가 말했다, “만약 내 믿음이 틀렸다고 네가 말을 했으면 나는 주의깊게 들었을 거야. 설령 내 믿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더라도 너를 고문하는 법은 없었겠지. 너도 그렇게 될거야. 언젠가. 이미 과학자로써 싹을 틔운 너는, 언젠가는 그 꽃을 피울 것이고,” 해리가 헐떡였다, “항상, 네, 네 믿음을, 실험하, 기 위한, 바, 바, 방법을 물, 색─”

여유롭게 뒷걸음질 치던 드레이코의 걸음걸이에는 더 이상 여유가 느껴지지 않았다. 등 뒤를 더듬으며 손잡이를 찾던 그는 지팡이의 방향을 해리를 향해 유지하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해야만 했고, 마침내 노력의 성과로 손잡이를 찾아 문을 열고 교실을 나갔다.

드레이코는 교실 밖에서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그가 아는 가장 강력한 잠금 마법을 문에 걸었다.

해리의 첫번째 절규가 터져나오는 순간까지 가만히 문 앞에서 기다른 드레이코는, 말없이 ‘콰이어투스’를 걸었다.

그리고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천천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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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아​아​악​!​!​!​ 피니테 인칸타템!! ​우​그​아​아​아​아​아​!​!​!​”​

왼 손이 펄펄 끓는 기름이 담긴 솥에 튀겨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피니테 인칸타템 주문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여전히 왼 손은 차라리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로 타오르고 있었다.

몇 몇 저주는 그에 대한 완벽한 해주 방법을 알지 않는 이상 영구적으로 지속되었지만, 이 경우는 드레이코가 훨씬 더 뛰어난 마법사이기에 일어난 현상일 수도 있었다.

​“​아​아​아​아​아​아​─​!​!​”​

슬슬 손에 본격적인 통증이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가 필사적으로 쥐어짜내려던 창의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몇 번더 비명을 지르고 난 후, 해리는 그가 해야할 행동을 깨달았다.

불운하게도 그의 주머니는 육체의 반대쪽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그것에 닿을 때까지 온 몸을 악을 쓰며 이리저리 뒤틀어야만 했다. 왼 팔이 고통을 잊기 위해 반사적으로 사방팔방으로 파닥파닥 자지러지고 있다는 점을 감수해야 하니 더욱 더 피곤한 일이었다.

“구급 끄르아아아아아 약 키트!! 구급약 키트!!”

교실을 비추고 있는 희미한 녹색의 불빛은 바닥까지 닿지 않았다.

설 수도 없었고, 기어가는 것도 불가능 했다. 그의 지팡이가 날아갔다고 예상되는 지점까지 몸을 굴렸지만 별다른 소득을 보지 못한 그는,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아 지팡이를 포착했고, 다시 몸을 굴려, 지팡이를 쟁취한 뒤, 구급약 키트가 나동그라져 있는 장소로 다시 몸을 처절하게 굴렸다. 그 와중에 몇번 더 고통의 절규와, 구토를 해댄 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자그마치 여덟 번의 시도 끝에 그는 겨우 ‘루모스’를 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뭐, 공교롭게도 키트는 한 손으로는 절대로 열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머저리 같은 마법사들. 어쩔 수 없이 이빨을 사용한 해리는 각고의 노력 끝에 ‘통각마비성 붕대’를 왼 손에 감는 데 성공하였다.

얼마 안가 왼 손에서 느껴지던 타오르는 듯한 감각이 사라지자, 해리는 잠시 정신줄을 놓고,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퍼진 뒤, 숨죽여 흐느꼈다.

흠, 인간의 언어로 다시금 사고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해리의 정신이, 그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에게서 충분한 가치를 보았나?

천천히, 해리의 정상적인 손이 허공에 뻗어 책상 끝을 움켜쥐었다.

느릿느릿하게 몸을 일으킨 해리는, 두 발로 지면을 딛고 완전하게 일어섰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 그는.

미소지었다.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유전학.

2. 마법이 쇠퇴한다는 가설: 거짓.

3. 투명드래곤.

4. 과학자로 각성한 드레이코 말포이.

5. 흑막 해리포터.

마지막에 섬뜩하신 분 손. 저거 읽었을 때 진짜 온 몸에 닭살이 돋았죠. 진짜 말 그대로 야가미 라이토의 계획대로 썩소. 해리가 왜 미소를 지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다음 화에 나옵니다.

결국 이 난리를 쳤지만 실험의 결론은 '지식의 소실'로 판명났습니다. 마법이 고갈되어가는 것은 아니죠. 그리고 이어진 말포이의 분노.

머글의 혈통과 마법사의 혈통이 섞이는 것을 무엇보다도 혐오하고, 그러한 행위는 마법사를 약하게만 만든다는 믿음의 결정체인 '순혈주의'. 태어날 때부터 순혈주의를 믿고 있던 드레이코 말포이의 근간은 이 실험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말포이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인정했고, 그랬기에 순혈주의 또한 믿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 자신이 가장 굳게 믿고 있던 것을 스스로가 부정해야 한다는 것은 잔혹한 일이지만, 그게 과학자의 일입니다.

뭐 그건 그렇고. 지금까지 조금 유순한 행동 그리고 헤르미온느에게 캐발리던 해리 포터이기에 여러분들이 잊으셨을 수도 있겠지만, 이 녀석은 진짜 마왕입니다. 똘끼가 충만한 녀석이에요. 이 놈을 평범하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수요일부터 일주일 간 밴드 여행을 가기에 합리적 사고와 용기의 대가를 최대한 많이 올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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