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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모략적 지능 가설




드레이코는 그가 연회장 근처에서 발견한 창문이 달린 벽감에서, 굶주린 배를 움켜잡은채 기다렸다.

대가가 있을 것이고,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드레이코가 잠에서 깨어난 직후 혹시라도 해리 포터를 볼까봐 대연회장 근처에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스스로를 인지했을 때 알아차린 원치 않는 진실이었다.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드레이코도 몰랐다.

발소리가 다가왔다.

“도착했어,” 빈센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참고로 오늘 두목은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조심하라고.”

순간 드레이코는 저 머저리의 피부를 산채로 벗겨 내용물을 가령 쥐의 사체 따위의 좀 더 현명한 하인을 요구하는 편지와 함께 집에 돌려보내고픈 충동을 느꼈다.

발소리 중 하나가 점차 멀어져갔고, 나머지 하나가 서서히 다가왔다.

드레이코의 위장이 한층 더 들끓기 시작했다.

해리 포터의 인영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기이할정도로 평온하였지만, 청색으로 장식된 망토는 이상하게 삐뚫어진 듯 했다, 마치 처음부터 제대로 착용되지 않았던 것처럼─

“네 손….” 뭐라 생각할 틈도 없이 드레이코가 불쑥 말했다.

해리가 마치 자신도 확인을 한번 해보겠다는 듯이, 왼 팔을 들었다.

팔에 부착되어있는 손은 마치 죽은 듯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폼프리 부인께서 영구적인 효과는 아니라고 하시더라,” 해리가 나지막히 말했다. “적어도 내일 수업이 시작할 때쯤이면 원상복귀할 거라고 하셨어.”

찰나의 시간동안 그 소식에 드레이코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드레이코는 깨달았다.

“폼프리 부인에게 갔었구나,” 드레이코가 중얼거렸다.

“물론이지,”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 해리 포터가 말했다. “내 손이 작살났었잖아.”

그제서야 그가 한 때 마구 비꼬았던 슬리데린 상급생들보다 훨씬 더 멍청한 만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천천히 다가왔다.

지금껏 그는 단순히 그가 말포이이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그의 행동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자는 없을 것이라고 여겨왔다. 루시우스 말포이의 눈총을 받고 싶을 자는 절대로 없을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기에.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해리 포터는 게임에서 발을 빼고픈 나약하고 겁에 질린 후플푸프 학생 따 따위 아니었다. 그는 이미 게임에 뛰어든지 오래였고, 아버지의 주의는 이미 그에게 가있었다.

“그래서, 폼프리 부인이 뭐라했는데?” 목구멍까지 심장박동 소리가 치솟아오른 것을 느끼며 드레이코가 물었다.

“플리트윅 교수님께서 내 왼 손에 걸린 주문은 어둠의 고문 저주이며 절대로 가볍게 여길만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해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은 용납되지 못할 일이라고 분노하셨어.”

정적이 일었다.

“그리고?” 드레이코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해리 포터가 희미하게 미소를 띠었다. “나는 정말 정중하기 그지없게 사과를 드렸어, 물론 플리트윅 교수님의 얼굴이 엄하게 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나는 이 상황이 절대로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중대 사항이기에, 이미 교장님에게 보고를 끝마친 후라고 변명을 했지.”

드레이코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안돼! 플리트윅이 고작 그런 변명 따위로 넘어갈 리가 없어! 분명 덤블도어에게 직접 확인하러 갈 거라고!”

“정답이야,” 해리 포터가 말했다. “네 말대로 나는 교장 선생님의 집무실로 끌려갔어.”

드레이코는 온 몸을 떨고 있었다. 만약 덤블도어가 해리 포터를 자발적이든 강제적으로든 위즌가모트의 앞에 데려간 후, 베리타세룸의 효과 아래 살아남은 아이를 심문해 고문 건을 알아내게 된다면…현재 해리 포터를 지원하는 자들은 너무나도 많기에, 자칫 잘못하면 아버지가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엇다….

아버지가 설득을 통해 덤블도어의 그런 행동을 방지할 수도 있겠지만, 대가를 치룰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대가. 게임에는 이제 규칙이 생겼기에, 아무런 이유 없이 특정 인물을 협박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다. 허나 드레이코는 덤블도어의 손아귀에 자발적으로 들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드레이코는 정말이지 귀중하기 그지없는 먹잇감이자 인질이다.

뭐 그래도 이제 드레이코는 죽음을 먹는 자가 될 수 없는 이상, 그의 아버지의 생각보다 인질로써의 가치는 떨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한 생각이 마치 절단 주문을 맞은 것처럼 그의 마음을 도륙했다.

“그리고?” 드레이코가 목멘 소리로 속삭였다.

“덤블도어는 곧장 가해자가 너라는 것을 추론했어. 우리 둘이 곧 잘 어울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거든.”

최악의 시나리오다. 만약 덤블도어의 추측이 틀렸더라면, 그는 고작 가해자를 밝혀내기 위해 굳이 레질리먼시라는 위험한 모험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덤블도어가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리고?” 드레이코가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모종의 담화를 나누었지.”

“그리고?”

해리 포터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나는 교장님이 나서봤자 별로 좋을 것 없을 것이라고 설득을 했지.”

순간 드레이코의 멘탈이 붕괴 직전까지 이르렀다. 그는 그저 바보 같이 입을 떡 하니 벌린 채 해리 포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드레이코가 무언가를 떠올릴 때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해리 또한 스네이프가 그의 권위를 위해 이용하고 있듯이, 덤블도어의 기이한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드레이코는 비로소 상상을 할 수가 있었다. 엄격한 얼굴을 한 덤블도어가, 흥분한 속내를 감춘 채 해리에게 이 것이 얼마나 중대하고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매사인지 설명하는 풍경을.

그리고 좋은 말 할 때 입 닥치고 있으라고 덤블도어에게 정중한 권유를 하고 있는 해리의 모습을.

언젠가 그의 아버지는 드레이코에게 이러한 부류의 인간들에 대해 경고를 했었다. 자신의 인생을 한 순간에 망가뜨릴 수 있음에도 너무나도 매력적이기에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는 그런 부류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자,” 해리가 말했다, “교장님이 플리트윅 교수님에게 과연 이것은 비밀적이고도 섬세한 사태이며 이미 보고를 받은 상태이고, 그것에 대해 작금에 다루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아닐 것이라고 고했어. 그 말을 들은 플리트윅 교수님이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자주 보는 교장님의 폭주하는 계략이니 뭐라니 뭔가 마구 말하기 시작했고, 그쯤에서 내가 이것은 나의 발상이었으며 결코 교장님의 압박이 없었음을 설명했지. 그러자 플리트윅 교수님이 몸을 돌리더니 내게 설교를 퍼붓기 시작했어, 얼마 안가 교장님이 공교롭게도 나는 살아남은 아이이고 그에 의해 무슨 짓을 해도 결국에는 신비하고도 위험하기 그지없는 모험에 휘말릴 운명이기 때문에, 차라리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자진해서 뛰어드는 것이 더 안전하다며 교수님의 말을 끊었어. 그 말을 들은 플리트윅 교수님이 작디 작은 두 손을 하늘로 치켜 올리고는 우리 둘에게 고주파로 비명을 내지르며 비록 아무리 자신이 우리 둘이 짜고 있는 계획인지 뭔지를 전혀 상관하고 있지 않다고는 해도, 이러한 일은 그가 래번클로에 존재하고 있는 이상 앞으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며, 만약 일어날 경우 나를 기숙사에서 내쫓아 그 대신 모든 덤블도어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그리핀도르에다가 쳐박아버릴 거라고 울분을 토해냈지─”

드레이코가 해리를 싫어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뭐 어쨌든 간에,” 해리가 말을 이었다, “래번클로에서 버림받고 싶지 않았던 나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만약 일어날 경우,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가해자의 정체를 밝히겠다고 플리트윅 교수님과 약속을 했어.”

해리의 눈동자는 냉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어야 했다. 허나 냉기 따위는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살인을 권고하는 협박과도 같이 들려야만 했다. 허나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드레이코는 너무나도 당연하디 당연한 질문을 떠올리고 말아, 주변에서 느껴지던 엄숙한 분위기를 한번에 날려버리고 말았다.

“어째서…말 하지 않았지?”

벽감 안으로 침투하고 있는 찬란한 햇빛을 향해 창문으로 걸어간 해리는, 고개를 내밀어, 호그와트의 탁 트인 녹색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휘광이 그와, 그의 망토, 그리고 얼굴에 내리쬐었다.

“어째서냐?” 해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뭐, 도저히 네게는 화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나는 필연적으로 너를 상처입히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미약하게나마 깨닫고 있었어. 하지만 그게 공평하다고는 생각하지조차 않아, 내가 한 짓거리에 네가 입은 피해는 네가 나한테 끼친 피해보다 월등하게 컸으니까.”

다시 한번 멘탈의 붕괴조짐이 느껴지고 있었다. 적어도 드레이코의 느낌상 해리 포터는 무슨 고대 그리스어로 나불거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필사적으로 그 말에 숨겨져있을 ‘법칙’을 수색하던 드레이코는 이내 생각을 그만두었다. 해리의 대사는 곧 그의 최우선 선택지가 아니었을, 요컨데 ‘인정’이었던 것이다. 해리가 명백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지금, 드레이코를 더욱 더 우수하고 충직한 하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러한 말은 엄금이었다. 정상적이라면 이맘때쯤 해리는 그가 얼마나 드레이코를 상처 입혔는지가 아니라, 그가 보인 포용력과 자애로움을 강조하고 있어야 되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리가 급작스럽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제발,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말아줘 드레이코.  죽을 만큼 아팠던 나머지 두 번째는 도무지 용서를 할 자신이 없으니까. 아니 그럴 기분이 들지 조차 의문이야 솔직히.”

드레이코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마 해리는 정말로 그와 친해지려고 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그가 저지른 만행 후에도 정녕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정도로 해리 포터는 상바보가 아니었다.

두가지 경우가 있다. 드레이코가 해리에게 시도했던 것처럼 누군가의 친우이자 아군이 되거나, 그의 삶을 철저하게 박살내버리고 별다른 선택지를 남겨두지 않거나. 둘 다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전제를 깔아놓아보니 드레이코는 해리의 의중을 아무리 고뇌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묘한 기억이 드레이코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어제 해리가 지속적으로 말하고는 했던 무언가.

그리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시험해보아라’, 였다.

과학자로써 싹을 틔운 너는, 언젠가는 그 꽃을 피울 것이고, 항상 네 믿음을 실험하기 위한 방법을 물색할거야…라고 해리는 말했었다. 그 의미심장한 선언이, 고통으로 얼룩진 채 힘겹게 내뱉은 그 말이, 드레이코의 머릿속을 헤집고다녔다.

만약 지금 해리 포터가 순전히 실수로 인해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깊게 참회하는 ‘친구’를 연기하고 있는 것이라면….

“너는 모든 것을 이미 계획하에 두고 있었어!” 질책하는 듯한 어조를 애써 살리며 드레이코가 외쳤다. “그건 네가 화가 났기 때문에 충동적으로 저지른 행동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한 행동이었다고!”

그리고 아마 해리 포터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걸 이제야 알았냐 바-보, 허나 늦었어 넌 이미 내게 굴복했으니까─

해리가 다시금 드레이코에게로 몸을 돌렸다. “어제의 일은 결코 내 계획이 아니었어,” 목에 그 말이 걸린듯이 해리가 힘겹게 토해냈다. “처음 구상했던 계획은 네게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언제든지 더 낫다라는 진리를 가르친 후, 혈통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어떤 결과가 산출되던 간에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라는 것이었어. 어제는…어제는 내가 일을 좀 서둘렀지.”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언제든지 더 낫다, 라,” 드레이코의 목소리는 냉엄했다. “마치 내게 무슨 은혜라도 베푼 듯양 구는군.”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고, 드레이코의 정신은 또다시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렸다. “만약 루시우스가 나와 같은 추론을, 그러니까 ‘강대한 마법사일수록 적은 자손을 남기기 때문에 마법이 고갈되어가고 있다’라는 발상을 떠올렸으면? 어쩌면 강력한 순수 혈통일수록 더 많은 자손을 남길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시작할지도 모르지. 아니 사실, 만약 순혈주의가 옳았다면, 그게 바로 지금 루시우스가 하고 있어야 될 일이야─문제점을 그의 권력이 머무르는 장소에서 터뜨려 그 즉시 행동을 가능케 하는 거지. 드레이코, 현재 루시우스가 불필요한 노력을 하지 않게끔 조언을 던져줄만한 인물은 너밖에 없어, 오직 너만이 진실을 알고 있으며 오직 너만이 진실된 결과를 찾아낼 능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그맘때쯤 기어이 드레이코는 해리 포터는 너무나도 기이하고 신비로운 곳에서 자라난 나머지 마법사보다는 아예 ‘마법생물’로 분류해야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갖고야 말았다. 해리의 저 작은 입에서 이후에는 도대체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드레이코로써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드레이코가 말했다. 비통함과 배신감을 목소리에 가미하는 것은 그닥 어려울 것이 없었다. “왜 내게 이런 짓을 한건데? 이게 바로 네 계획이었던 거야?”

“뭐,” 해리가 어깨를 으쓱였다, “우선적으로 너는 루시우스의 후계자야,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덤블도어는 나를 그의 소유물인 것처럼 여기고 있어. 그러니까 자칫 잘못하면 우리 둘이 성년이 되면 서로 맞닥뜨릴 수 있다는 거지. 아닐수도 있고.”

천천히, 드레이코의 머리가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너는 그 둘의 사이를 악화시켜 전쟁의 불씨를 지핀 뒤, 그 둘이 탈진했을 때 뛰어들어 모든 힘을 차지할 셈이로군.” 드레이코는 가슴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만큼은 설령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막아야만 했다─

허나 해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그런 망발을!”

“망발…?”

“그런 일은 네가 원치 않을 게 분명하고, 나 또한 마찬가지야,” 해리가 말했다. “이건 우리의 세계고,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지키고 싶어하지, 박살내고 싶은게 아니라. 하지만 일단 가정해보자고. 루시우스가 이 결탁이 네 소유물이며 너 또한 그의 세력에 속해있다고 믿고 있는 상황이며, 덤블도어는 이 결탁이 나의 소유물이며 나 또한 그의 세력에 속해있다고 믿고 있는 상태라고 해보자. 루시우스는 네가 나를 이미 교화시켰으며 내가 결탁의 소유자라고 믿고 있는 덤블도어는 실은 속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반대로 덤블도어는 내가 너를 교화시켰으며 네가 결탁의 소유자라고 믿고 있는 루시우스는 실은 속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에, 두 명 모두 우리들의 행보를 도와주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상대 세력이 밝혀내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거행될 것이 분명해.”

경악어린 얼굴을 연기할 필요조차 없이 드레이코는 절찬리 경악중이었다.

한때 아버지는 세계에서 악을 절멸시키기 위해 소유자가 얼굴과 본명을 아는 인물에게 절대적인 살인권을 부여하는 고대의 반지를 소지한 ‘라이토’라는 경탄이 나올 정도로 천재적인 슬리데린 주인공과, 그에 대적하는 본얼굴을 감추기 위해 변장을 한 또 한명의 천재 슬리데린, ‘로우라이트’라는 악당을 다루는 연극, 이른바 ‘라이토의 비극’을 보러 그를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연극 내내 드레이코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가는 상황과 이상, 특히 중반에 마구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내었다. 그리고 연극은 비극으로 종막을 맞이했고 크게 상심한 드레이코에게 아버지는 연극의 제목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는 ‘비극’을 부드럽게 가리켰다.

그 이후, 그의 아버지는 오늘 이 연극을 시청한 의미를 이해하는지 드레이코에게 물어보았다.

드레이코는 그 또한 라이토와 로우라이트처럼 교활하고 날카로운 인물로 거듭나라는 아버지의 다정한 가르침이었다고 답하였다.

허나 아버지는 드레이코의 답변은 완벽하게 빗나갔다고 말하고는, 연극 중 인물인 로우라이트는 철벽같이 완벽하게 그의 얼굴을 숨기는 것에 성공하였으니 라이토에게 이름을 발설할 마땅한 이유가 전무했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듣는 드레이코의 눈이 점점 커지거나 말거나 연극의 세세한 부분마저 철저하게 파헤쳐서 논파했다. 이러한 연극은 언제나 비현실적이다, 만약 각본가가 정말로 라이토만큼 영리한 자의 머리속을 각본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잘 파악하고 있다면, 각본가는 그 능력으로 연극을 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세계정복에 나섰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아버지는 논파를 끝맺었다.

그리고 그는 드레이코에게 ‘삼의 법칙’에 대해 설명했는데, 바로 그 어떤 계략이더라도 세가지 이상의 변칙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에서 절대로 실현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계략을 그토록 가능한 한 복잡하게 구상하는 자는 백이면 백 머저리나 다름없기에, 실제로 그 한계는 두가지의 변화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드레이코는 해리의 소위 말하는 천재적인 계략의 성공 확률이 얼마나 천문학적으로 낮은지 말로 설명하기조차 버거워하고 있었다.

허나 그것은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는 이가 없이 그저 자신이 명석하다고 믿으며 연극을 바탕으로 계략의 정석을 배워나가는 자라면 솔직히 말해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은 실수였다.

“그래서,” 해리가 말했다, “이 계획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잘 구상했는데….” 드레이코가 느릿하게 말했다. 천재적이야! 라고 경탄성을 지르며 경악에 가득찬 헛바람을 들이키는 것은 너무 의심을 살 것만 같았다. “해리, 질문 하나 해도 되지?”

“물론이야,” 해리가 말했다.

“어째서 그레인저에게 그 값비싼 주머니를 선물해준 거지?”

“악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야,” 해리가 즉각 대답했다. “뭐 물론 앞으로 몇 달간 내가 그녀에게 요구하는 자그마한 부탁들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일찍이 상기해두고 있지.”

그제사야 드레이코는 해리가 정말로 그의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레인저에게 향한 해리의 태도는 너무나도 기발했고, 어쩌면 천재적으로 볼 수도 있었다. 적군의 의심을 불식시키고, 그에게 친애어린 행동으로 빚을 만들어 더욱 더 손쉽게 부탁을 할 수 있게끔 한다. 표적이 너무나도 쉽게 의심을 할 수 있기에 만약 드레이코였다면 얼마 안가 들통날만한 발상이었지만, 살아남은 아이라면 가능했다. 그래서 해리의 계략에서 가장 첫번째 단계는 적에게 값비싼 선물을 한다, 라는 것인가. 드레이코 조차 예상치 못한 발상이었지만,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다….

만약 당신이 해리의 적이라면, 그의 계략은 얼핏보면 밝혀내기 어렵고, 심지어 바보같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해하는 순간 그의 논리는 의외로 설득력이 다분했으며, 이해하는 순간 그가 당신을 해할 생각으로 넘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해리가 드레이코에게 향하는 행동은 결단코 이해가 가는 행동거지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만약 당신이 해리의 친구였다면, 그는 설령 그것이 당신의 인생 자체를 망가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가 머글들에게서 길러지며 터득한 온갖 기상천외하고 설명불가한 방법으로 당신과 우정을 맺으려고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나긴 정적이 내려앉았다.

“내가 우리의 우정을 욕보였다는 것은 뼈저리게 잘 알고 있어,” 해리가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기억해 둬 드레이코, 나는 그저 우리 둘이 함께 진실을 밝혀냈었으면 하는 바램밖에 없었다고. 이것만은 용서해줄 수 있겠어?”

두 갈래로 나뉘어진 가로길에 서있었지만, 만약 드레이코가 훗날 그의 생각을 번복하게 된다면 돌아가기 쉬운 길은 한 개 뿐이었다….

“네가 무엇을 의도하고 있었는지는 얼추 이해할 것 같으니까,” 드레이코가 거짓을 고했다, “좋아.”

해리의 안색이 단박에 밝아졌다. “정말 고마워 드레이코,” 그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아련한 햇살을 만끽하고 있는 해리와, 그림자에 잠식된 드레이코는 조금 전과 다름없이 그 벽감에 서있는 채였다.

그리고 충격과 절망, 그리고 공포와 함께 드레이코는 깨닫고야 말았다. 해리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분명 재앙이나 다름없는 끔찍한 운명의 말로였지만, 이제 해리는 드레이코를 오만가지 방법으로 암묵적인 협박을 가할 수 있는 무수한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기에, 적으로 돌변하는 것은 그보다 더욱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나을 것은 하나 없을거라는 저주스러운 사실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뭐, 적으로 돌변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 아닌가….

어느 쪽이든 가망이 없었다.

“그래서,” 드레이코가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다음 주 토요일에 또 공부나 할래?”

“그때도 오늘 같이 흘러가면 차라리 안 할─”

“걱정하지마, 절대로 그럴 일은 없으니까,” 해리가 말했다. “오늘 같은 토요일을 몇 번 더 거치면 넌 아마 나조차도 뛰어넘은 경지에 올라있겠지.”

해리가 소리내어 웃어보였다. 드레이코는 그저 굳었다.

“아, 그리고 돌아가기 전에,” 헤프게 웃어보인 해리가 입을 열었다.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사실 무언가를 위해 내게 조언좀 해주었으면 해.”

“알았어,” 아직도 그 ‘토요일 건’ 때문에 산만한 기색이 역력한 드레이코가 말했다.

해리의 눈에 강렬한 의지가 서렸다. “사실 그레인저를 위해 그 주머니를 사는 것은 상당한 지출이여서 그린고트에서 훔쳐내는 것에 성공한 내 돈을 거의 다 소비하고 말았어─”

뭐라.

“─그리고 금고 열쇠를 소지하고 있는 건 맥고나걸이었고, 아마 지금은 덤블도어일수도 있겠지. 내가 상당한 양의 돈이 필요한 계략을 꾸미려고 하는데, 내가 그 금고에 어떻게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라든지 뭐 아는 바가 없─”

“그 정도야 내가 빌려주지 뭐,” 드레이코의 입이 뭐라 감상을 표할 틈도 없이 반사적으로 나불거렸다.

해리는 사뭇 당황한 듯 보였지만, 어째선지 매우 기분이 좋아 보였다. “드레이코, 네가 그럴 필요는 없어─”

“얼마인데 그래?”

해리가 정확한 금액을 언급하자 드레이코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건 아버지가 그에게 1년 동안 넉넉하게 사용하라고 선물한 금액의 전부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건네면 드레이코에게는 고작해야 갈레온 몇 개가 남을 뿐이다─

그때 드레이코의 정신이 각성했다. 그는 그저 해리 포터에게 대출해주었기에 돈을 모조리 소비하고 말았다는 설명을 편지에 적어 아버지에게 보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면 아버지는 그에게 금색의 먹물로 작성된 축하 메시지와, 먹는 것만 족히 2주는 걸릴 거대한 초콜릿 개구리와 함께, 혹시 해리 포터가 또한번의 대출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10배 가량의 갈레온을 보낼 것이 분명했다.

“상당한 금액이야, 부정은 못해.” 해리가 말했다. “미안해, 부탁해서는 안되었는데─”

“저기, 실례지만 나는 ‘말포이’라고.” 드레이코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저 네가 그렇게나 많이 요구한다는 게 놀라웠을 뿐이야.”

“걱정 마,” 해리포터가 발랄하게 대꾸했다. “적어도 네 가족에게 위협적인 건 아니야, 그저 내가 조금 사악해질 뿐이지.”

드레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문제 없지. 지금 당장 가지러 갈래?”

“나야 좋지 그럼,” 해리가 화답했다.

벽감을 나선 그들이 지하 감옥으로 향하는 동안, 드레이코는 끝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고야 말았다, “그래서 이 계략이 무엇 때문인지 말해줄 수 있어?”

“리타 스키터.”

드레이코는 속으로 마구 악랄한 욕설을 퍼부었지만, 이제와서 거절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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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지하 감옥에 들어섰을 때쯤에서야 드레이코는 다시 생각을 정리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해리 포터를 증오하는 것에 상당한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해리는 그에게 최대한 친애를 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친 거나 다름없었고.

허나 그렇다고 해도 드레이코의 속에서 불타오르는 복수의 불씨를 꺼트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며 인적이 전무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드레이코가 말했다. 물론 그들의 목소리는 흐릿하게 들릴터이지만, 돌다리도 두번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속담이 있다. “지금까지 생각을 좀 해보았어. 언젠가 우리가 이 결탁에 다른 인원들을 보충했을 때, 그들은 우리를 동등한 입장으로 받아들여야 해. 그렇지 않을 경우 단 한명의 불온분자라도 자칫 잘못하면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까발릴 수가 있어. 그건 이미 숙지하고 있겠지?”

“자연스럽게 깨달았지,” 해리가 말했다.

“우리 둘은 서로 동등한 입장인건가?” 드레이코가 말했다.

“미안하게도 아니야,” 해리가 단언했다. 그는 최대한 말을 부드럽게 순화하려는 기색이 역력한 것은 물론이고, 최대한 겸손을 감추려고 하는 듯 보였지만 무참하게 실패하는 듯이 보였다. “미안해 드레이코, 하지만 너는 이 ‘베이스의 결탁’에서 ‘베이스’의 의미조차 모르고 있어. 아직 누군가를 추가시키기 전에 몇 달은 더 공부해야 해, 적어도 뒤따라올수는 있게 말이야.”

“내가 과학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군,” 최대한 평정을 유지한 목소리로 드레이코가 말했다.

해리는 다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디옥시리보핵산 같이 특정한 과학적 지식이 결여되어있다는 것이 문제점은 되지 못해. 그 때문에 나와 동등한 입장이 못되리라는 법은 없어.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네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즉 그 특정한 과학적 지식들의 발견이 이루어진 가장 큰 핵심적인 요소를 익히지 못했다는 거야. 네게 가르쳐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지만, 이것을 익히는 것은 차원이 틀린 혹독함을 자랑해. 어제밤 우리들이 무엇을 했는지 떠올려봐, 드레이코. 그래, 너도 물론 몇 가지 작업을 했지. 하지만 모든 것은 조정하는 것은 나였어. 너도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지. 허나 그 질문은 애초에 누가 던졌을까. 요컨데 너는 차를 밀었어. 나는 핸들을 직접 조정을 했고. 그리고 드레이코,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을 모른다면, 너는 이 결탁이 향하는 방향을 절대로 이해하지도, 조정하지도 못할거야.”

“그렇구나,” 실망한 듯이 드레이코가 중얼거렸다.

해리가 목소리를 한층 더 부드럽게 가다듬으려고 노력했다. “네 전문 분야, 가량 사람을 대하는 방법 같은 것을 홀대할 생각은 없어, 드레이코. 하지만 내 전문 분야도 존중해주어야 해, 그리고 이 결탁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 한해서는 절대로 네가 나와 동등한 위치가 될 수 있을리가 없어. 너는 아직 과학자로써 단 하루만을 보냈을 뿐이고, 디옥시리보핵산에 숨겨진 비밀도 단 한가지 밖에 모르며, 결정적으로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도 훈련은커녕 들은 바도 없었지.”

“이해해,” 드레이코가 말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인간을 상대하는 것, 이라고 해리는 말하였다. 이 결탁의 주도권을 차지하는 것쯤은 아마 누워서 떡먹기일 것이다. 그리고 주도권을 쟁취한 후, 만약을 위해 해리 포터를 쥐도 새도 모르게 묻어 죽여버리면 끝나는 일─

그때, 해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욕지기로 고생한 어제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 한번 드레이코는 속으로 수차례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좋다. 해리는 살려두자. 그는 머글들의 틈바구니에서 자라왔다. 그가 미쳐버린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그 대신, 드레이코가 그에게 이 모든 것은 ‘그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해줄 수 있게, 그는 살아남아야 할것이다. 사실 그도 그럴게, 드레이코는 정말 그에게 큰 은혜를 베푸는 것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경악에 다가온 쾌락과 함께, 드레이코는 이것이 정말 해리의 신상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해리가 정말로 덤블도어와 아버지를 바보로 만드는 그의 황당무계한 계략을 실천으로 옮겼다면, 그는 죽은 목숨이었으니까.

명분마저 생기고야 말았다.

해리가 그에게 했던 것처럼, 드레이코는 해리의 모든 꿈과 희망을 앗아갈것이다.

해리에게 이 모든 것이 그의 신상을 위한 것이라고 고할 것이고, 그건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드레이코는 결탁을 조종하며 과학의 무력을 사용해 마법세계를 정화할 것이고, 아버지는 그를 마치 죽음을 먹는 자가 된 것처럼 자랑스럽고 기쁘게 여길 것이 분명했다.

해리 포터의 사악한 계획은 무위로 되돌아가고, 정의가 승리를 쟁취한다.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복수.

그러나 만약….

‘과학자인 척하는 자인 척해라’라고, 해리가 그에게 조언했었다.

드레이코는 이미 해리의 정신에 정확히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말로 설명하는 것을 반쯤 포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순환의 반복성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는 드레이코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계략이 어떠한 것인지는 대략 짐작이 갔다.

…그러나 만약 그 모든 것이 드레이코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그가 이 위장 계략을 망가뜨리는 것으로 인해 더욱 더 어마어마한 계략의 함정에 빠진다는 해리의 책략이라면? 어쩌면 해리는 그의 계략이 이미 얼토당토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걸로 드레이코에게 미끼를 던진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건 실로 말도 안된다. 그에게도 분명 한계는 있다. 어둠의 마왕조차 그토록 복잡한 전략을 구사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러한 일이 결코 현실에서 일어날리가 없다, 오로지 아버지가 옛적에 침대맡에서 읽어준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 나오는, 영웅의 길을 막으려고 계략을 구사했지만 오히려 영웅의 행보만 도와준 꼴이 되어버린 어리석은 괴물 석상에게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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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레이코의 곁에, 입가에 가득 미소를 띄운채 걷고 있는 해리는, 인간의 지능의 진화 배경을 떠올리고 있었다.

태초에 아직 인간에게 진화에 대한 지식이라는 개념이 전무할 때, 그들은 인간의 지능이 더 좋은 도구를 만들기 위해 생성되었다는 미친 이론들을 만들어내고는 하였다.

이 이론이 미친 이유는 바로 부족의 단 한명만이 도구를 만들었고, 그 외의 전원이 그 도구들을 사용했으며, 이 풍습이 다른 부족들에게 퍼지고, 백여년 후의 후손들까지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과학적인 진보로 볼 때 그것은 심히 대단한것이지만, 진화적인 면으로 볼 때 그것은 타인들과 비교해서도 별다른 생존에 한해 특징적인 이점도 없고 더 많은 자손을 남기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오직 상대적으로 특징적인 유전적 이점만이 인구에서 특정한 유전자의 존재확률을 높일 수 있고, 외롭게 홀로선 돌연변이 유전자들을 생성시켜 궁극적으로 전원이 그 유전자를 보유하게 할 수가 있다. 기발하기 그지없는 발명품들은 돌연변이를 일으킬 정도의 일관성이 없기에 진화적인 면으로 봐서는 가치가 없다. 총과 전차, 그리고 핵무기를 보유한 인간과 침팬지를 비교해비 볼 때, 가장 자연스러운 추측은 ‘기술을 위해 지능이 존재한다’일 것이다. 자연스러운 추측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틀렸다.

진화가 어떠한 식으로 작동하는지 그 원리에 대해서 알기 전, 사람들은 기후 변화나, 부족의 대이동, 아니면 ‘노벨상을 받기 위해 필수적으로 똑똑해져야만 했다’ 따위의 기발할정도로 미친 발상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침팬지의 그것보다 자그마치 네 배나 크다. 인간의 대사 에너지중 20%는 뇌를 가동시키기 위해 소비된다. 인간은 타 종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영리한 종이었다. 그러한 일은 단순히 대자연의 난이도가 갑작스럽게 하드모드로 올라가버렸기 때문에 일어난 작용이 아니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생물체들은 그 난이도에 걸맞을만큼만 영리해지고 멈추겠지.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특대의 뇌가 되어버린 것은 필히 진화의 과정이 폭주해버려 한계를 모르듯이 진화하고 또 진화를 했기 때문일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그 폭주한 진화의 과정이 무엇인지 상당히 그럴싸한 유추를 하고 있었다.

언젠가 해리는 ‘침팬지 폴리틱스’라는 명성이 자자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은 루트라는 침팬지가 니키라는 막 성년이 된 침팬지의 도움을 받으며 예로엔이라는 늙은 우두머리 수컷과 맞서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니키는 루트와 예로엔의 싸움에는 직접적으로 관련하지 않았지만, 예로엔의 무리 안에 속한 다른 부하들이 루트와 맞서는 예로엔을 도우러 가는 것을 방해하고는 했다. 그리고 루트가 마침내 이겨, 새로운 우두머리가 되고, 니키가 부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 니키가 참패한 예로엔과 손을 잡아, 루트를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새로운 우두머리로 거듭났다.

인류의 조상이 몇백만년 동안이나 서로를 권모술수를 사용해 필사적으로 농락하려는 행동을 계기로 ─요컨데 기약이 없는 진화적 전쟁─ 인해 결과적으로 지능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은 절로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게끔 한다.

왜냐하면, 그 뭐시냐, 인간이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쯤은 미리 예상하고도 남았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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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리의 곁에서, 복수를 획책하며 드레이코는 악랄한 미소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걸었다.

언젠가, 어쩌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해리 포터는 말포이를 얕본 대가를 뼈저리게 치르게 될 것이다.

드레이코는 단 하루만에 과학자로 각성을 했다. 해리는 이 각성이 족히 몇 달간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라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정말로 드레이코가 말포이라면, 그 누구보다 강대한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

그러니 앞으로 드레이코는 해리 포터의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을 군소리 없이 전부 전수받을 것이다. 그리고 때가 무르익으면─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해리 포터: 친구 먹자 말포이.

2. 계략의 해리 포터. 공명 포터.

3. 라이토. 로우라이트. 데스노트.

4. 복수혈전.

5. 침팬지 취급 받고 있는 말포이.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사실 돌아온 건 3일 전이지만 곧바로 시험이니 뭐다해서 바빴네요. 대신 대용량 투척하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복수를 꿈꾸고 있는 말포이입니다만, 이게 과연 해리에게 먹힐지는 의문입니다. 얘는 애가 확실히 똑똑하기는 한데 작중 내내 해리 포터의 호구 취급이라;; 애초에 이미 해리가 말포이의 계획을 옛적에 눈치 챈것 같기도 하고요. 말포이는 삽질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데스노트 나왔습니다!! 데스노트! 라이토와 로우라이트. 야가미 라이토와 L의 본명인 엘 로우라이트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언급하셨음. 이 분도 덕력이 상당하네요. 개인적으로 아주 적절하게 들어간 것 같습니다. 원본은 Light지만 어감을 살리기 위해 라이토로 번역했습니다. 이에 관련된 삽화를 올릴테니 많이들 봐주세요.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도 언급되었네요. 이 팬픽의 제목이기도 하죠. 이게 등장하는 화까지 제가 번역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역자 죽이는 팬픽을 번역한지도 1년이 훌쩍 넘었군요. 그럼에도 24화 까지밖에 번역하지 못한 스스로가 참 대견스럽습니다. 앞으로 한 63화 정도 남았네요. 평생 가보는 겁니다.

...다음 화 빨리 올리도록 노력해볼게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데스노트 관련 오마쥬 삽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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