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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해법 제안 지연법 1화




작가의 말: 새로운 인생과, J. K. 롤링을 찾기 위해서!

주의: 이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과학의 대다수는 현실성이 있으니, 챕터 22-25에 해리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경고를 넣었습니다. 개중 가장 치명스러운 것은 바로 마법을 결정짓는 유전자는 다수가 존재하나 한 염색체에만 몰려있다, 라는 ​가​설​입​니​다​(​통​상​적​이​라​면​ 자연적으로 일어날리 없겠지만, 가공이 되었거나 하겠죠). 이 경우에 유전양식은 멘델의 법칙을 따라가지만, 마법적인 염색체는 여전히 그것과 상동하는 비마법적인 염색체에 의한 염색체 교차에 의해 반박될 수 있습니다. (해리는 과학의 역사책 따위로 멘델과 염색체에 대해 읽은 적은 있지만, 염색체 교차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정통 유전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습니다. 11살에게 뭘 바래요.) 허나, 비록 현대의 과학 잡지라면 훨씬 더 많은 반박거리와 논리적인 근거를 내세울 것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해리가 주장하는 자칭 ‘강력한 증거’ 또한 그의 가설을 받쳐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 그 외의 다른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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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마법에 걸린 천장에 떠오른 태양에서부터 찬란한 햇살이 내리쬐며, 학생들을 마치 야외에 있는 것 마냥 비추었고, 접시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저녁 동안의 달콤한 수면으로 기력을 회복한 이들은, 그들이 맞이한 일요일의 일과를 준비하기 위해 각자 아침 식사를 흡입했다.)

그래서. 단 하나의 요소가 인간을 마법사인가 아닌가를 결정짓는단 말이지.

생각해보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DNA의 일은 그저 아미노 산을 이리저리 묶어 단백질을 생성하라고 리보솜에게 명령하는 것이 태반이었다. 정통적인 물리학으로도 아미노 산을 설명하는 것은 그닥 문제가 되지 않았고, 어디서 어떻게 아미노 산을 서로 결합한들, 정통 물리학에 의거하면 그것에서 결코, 절대로 ‘마법’이라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는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은 DNA를 따라, 유전성을 지녔다.

그렇다면 그것은 아마 DNA가 비마법적인 아미노 산을 결합해 마법적인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DNA의 구조 자체는, 마법의 적성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봐야 했다.

마법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래번클로의 테이블에서는 한 소년이 멍때리며,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오른손으로 앞에 놓인 접시의 이름 모를 음식들을 입에 털어넣고 있었다. 설령 그 음식을 누군가가 몰래 흙으로 대체했더라도 그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무슨 연유에선지 그 ‘마법의 진원지’는 어떤 면을 봐도 같은 유인원의 조상인 이들 중 특정한 DNA에만 호감을 품고 있었다.

(사실 상당히 많은 소년과 소녀들이 허공을 공허하게 바라보며 멍때리고 있었다. 래번클로 테이블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동등한 결과로 귀결되는 논리도 있었다. 유성생식하는 종은 토나오게 복잡한 기계나 다름없다는 것은 정설이다. 만약 B라는 유전자가 A라는 유전자에 의지한다면, B가 적자생존의 법칙에 우위를 부여할정도로 유용하기 전에 A는 그 자체만으로도 유전자풀의 정점에 오를 정도의 보편성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B가 보편적인 유전자로 거듭나면 B의 유무에 의지하는 변종 유전자 A*가 생성되고, C는 A*와 B를 의지, 그리고 C를 의지하는 B*…그것이 연이어서 이어져, 결국에는 그 복잡하기 그지없는 구성에서 단 한조각이라도 빠진다면 그 공들여 쌓은 탑 자체가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다 ─ 진화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었고, 진화는 결코 A가 훗날 보편적으로 거듭나는 것을 대비해 B의 유용성을 촉진시키지 않았다. 진화는 그저, 자손을 더 많이 남긴 생물들이 보유했던 유전자가 후대에 더 출몰한다는 역사적인 사실에 불과하다. 즉, 각각의 유전자는 복잡하게 구성된 기계장치이며, 다른 기계장치들이 그 기계장치를 의지할정도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전세계적인 보편성을 보유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인 기계장치, 즉 생명을 살아 숨쉬게 만드는 그 강대하고도 정교한 단백질 기계장치는, 유성생식을 하는 종에게는 절대적인 보편성을 자랑한다 ─ 상호의존적이 아닌 몇가지에는 제외하고서라도 말이다. 인간의 뇌가 똑같이 생겼고, 같은 감정을 보유하고, 그 감정을 나타내기 위한 표정이 하나같이 닮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한 현상은 복잡하기 그지없었으니, 유전적으로 보편적이어야 하다.

만약 마법 또한 필요로 하는 유전자가 무수한 복잡하기 그지없는 현상에 불과했다면, 머글과 결합한 마법사의 아이는 필요로 하는 부분의 겨우 반 만을 지니고 태어날것이고 반만 존재하는 기계장치는 결코 작동하지 않는다. 고로 머글 태생 또한, 영원토록 존재할리가 없었다. 설령 마법이 필요로 하는 유전자가 머글의 유전자풀에 들어가는 것을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이 머글을 마법사로 탄생시킬 수 있을 정도로 본래의 ‘마법’이라는 결합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억겁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회와, 그리고 세계와 유전적으로 단절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몇몇 고대의 인간이 특수한 진화 과정을 거쳐 독자적인 ‘마법의 뇌’를 구축해버리고 말았다는 것은 실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만약 마법사가 머글과 상호교배를 했다면,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유전적 기계장치는 하늘이 무너져도 ‘머글 태생’으로 재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즉, 마법사임을 결정짓는 유전자가 무엇이든지 간에, 복잡한 구성의 기계장치에 대한 도면을 습득하는 것만으로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그것이 해리가 멘델의 법칙을 떠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마법적 유전자가 복잡한 구성이 아니라면, 굳이 한 개 이상이 존재할 필요가 있는가?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기에 마법 그 자체는 상당히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잠금 마법은 문이 열리는 것을 방지하고 경첩에 변신술을 거는 것 또한 방지했으며 피니트 인칸타템과 알로호모라 주문에마저 면역이었다. 모든 요소가 단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소위 목표지향성이라고 부르며, 쉽게 말하자면, 목적의식이다.

그러한 목적의식을 보유한 복잡성은 이 세계에 단 두가지 밖에 알려져 있지 않았다. 나비 따위를 배출하는 자연선택. 그리고 자동차 따위를 배출하는 지능적 공학.

아무리 봐도 마법은 자기 재생으로 자연스럽게 이 세상에 나타난 건 아닌 것 같았다. 마법 주문은 모종의 목적의식에 의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나비처럼 스스로의 자손을 남기기 위해 복잡하게 구성된 것이 아니다. 마법은 마치 자동차처럼 그들의 사용자, 즉 마법사를 섬기기 위해 복잡한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체불명의 뛰어난 명석자가, 마법의 ‘근원’을 창조했으며, 특정한 DNA 표식에 반응을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가설이 튀어나온다.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생각이 미친 것은 다름아닌 ​‘​아​틀​란​티​스​’​였​다​.​

일찍이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게 그것을 물어보았지만, ─ 호그와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드레이코의 말을 들은 후 ─ 그녀 또한 그 이름 자체를 알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했다.

그저 전설에 불과할 수도 있다. 허나 마법사의 문명, 그것도 ‘멀린의 제재’ 이전의 고대였다면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인해 문명 자체가 날아가버렸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논리의 사고가 연이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세계와 단절된 문명 아틀란티스는 ‘마법의 근원’을 창조하였고, 그것이 오직 아틀란티스의 유전자, 즉 아틀란티스의 혈통을 이은 자에게만 발동하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논리의 추론: 마법사가 읊조리는 영창, 지팡이의 동작, 그 모든 것들은 마법의 효과를 ‘무’에서 설계할 정도의 복잡성을 지니지는 못했다 ─ 그것은 30억개의 염기쌍을 자랑하는 인간의 DNA가 진짜 ‘무’에서 인간을 설계할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는 것과는 상반되며,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몇 천 비트의 정보를 잡아먹는다는 것과도 상반된다.

즉, 주문과 지팡이의 동작은 그저 모종의 방아쇠일 뿐. 더욱 더 은밀하게 은닉되어 있는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기계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한 지렛대인 것이다. 설계도가 아니라, 이를테면 버튼.

고로 고작 맞춤법 하나 틀렸다고 작동하지 않는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마법의 시전자가 정확하게 올바른 방법으로 주문을 주창하지 않는 한 마법의 근원은 반응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논리는 도무지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곧 필연적으로 한 가지의 궁극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고대에 부흥했던 마법사들의 선조들은, 그들이 창조한 ‘마법의 근원’에게 ‘어떤 특정한 주문에만 반응해 부유 마법을 발동할 것’, 이라고 명령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주문이….

바로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다.

아침 식사 테이블에 털퍽 주저앉은 해리는, 머리를 힘없이 오른 손에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인공 지능이라는 이름의 여명이 서서히 밝아지던 시절, ─ 학문의 초기, 그러니까 그 어느 누구도 이것이 그리도 어려운 문제일것이라고 꿈에도 생각치 못하던 고대─ 대학원생에게 컴퓨터 시각에 대한 문제를 풀어보라고 한 어떤 교수님에 대한 전설 비슷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 문제에 대한 지시를 받은 대학원생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해리는 비로소 이해가 갔다.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만약 그것이 고작 버튼을 누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면, 어째서 알로호모라 주문이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가?

오직 증오심만을 원동력으로 삼는 ‘아바다 케다브라’라는 주문을 설계할정도로 엉뚱한 사람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어째서 무언 변신술은 형태라는 개념과 물체 그 자체의 개념에 대해 완벽하게 나눠서 이중적으로 사고를 해야 한단 말인가?

어쩌면 이 문제를 풀기도 전에 해리가 먼저 호그와트를 졸업해버리고 말지도 몰랐다. 30세가 되어도 이 문제 하나만을 붙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헤르미온느의 말이 줄곧 옳았지만, 해리는 그것을 진심으로 깨달은 적이 없었었다. 더군다나 그는 방금 막 결의와 의지에 대한 고무적인 연설을 한 참이지 않은가.

찰나의 시간 동안 해리의 정신은 정말 이 문제를 어쩌면 평생을 보내도 풀지 못할것이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인정할지 심각하게 고려해보았으나, 곧 그것은 너무 지나친 비약이라고 결론지어버렸다.

게다가 몇십 년 안팍에 불로불사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면, 뭐 그닥 문제는 없을 것이다.

어둠의 마왕은 무슨 방법을 사용했지? 문득 생각해보니, 어둠의 마왕이 모종의 수단으로 육체의 죽음에서부터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그가 영국 마법세계를 정복하려 했다는 사실 따위보다 수백만 배는 더 중대했다─

“실례하지만,”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예상치 못한 어조로 그의 등 뒤에서 말했다. “너만 시간이 괜찮다면, 말포이가 지금 당장 대화를 나누고 싶어해.”

시리얼이 해리의 목을 막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돌아선 그는 다름아닌 크레이브와 마주쳤다.

“실례하지만,” 해리가 말했다. “혹시 ‘두목이 네놈과 말하고 싶어 한다’를 잘못 말한게 아니니?”

크레이브의 얼굴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말하라고 말포이가 명령했어.”

“어라, 들리지 않는 걸,” 해리가 말했다. “내 귀가 이상한걸까? 어조가 좀 틀린 것 같은데.” 그리고 그는 작디작은 푸른색의 알갱이마냥 빛나는 눈송이의 시리얼로 고개를 돌려 의도적으로 한 숟갈 더 퍼먹었다.

“두목이 네놈과 말하고 싶어 한다,” 다소 협박이 어린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순순히 따르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좋아. 이제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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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이유라니?” 노마법사가 물었다. 그는 가까스로 분노라는 감정이 얼굴 표면으로 부상하는 것을 방지했다. 그의 앞에 서있는 아이는 피해자이며, 더 이상 두려움에 떨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이러한 사태에서는 그 어떤 이유라 한들─”

“제가 더 심한 일을 먼저 ​저​질​러​버​렸​거​든​요​.​”​

노마법사가 순간 피어오르는 경악에 몸을 굳혔다. “해리,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니?”

“제가 속임수를 써 그의 순혈 주의를 대가로 하는 모종의 의식에 참가시켰다고 드레이코가 믿게끔 속임수를 썼어요. 그 말은 즉, 그는 더 이상 죽음을 먹는 자로 거듭날 수가 없다는 거죠. 드레이코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교장님.”

교장실 안의 기묘한 장치들이 간혹 자아내는 작은 휘파람 소리나 연기가 나오는 듯한 소음을 제외하고, 장내는 침묵에 휩싸였다. 그마저도 얼마 후 멈춰 정적이 일었다.

“맙소사,” 노마법사가 말했다, “내가 너무 어리석었군. 난 또 네가, 가령, 진정한 우정과 다정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말포이 가문의 자제를 구원한 줄 알았지 뭐니.”

“하! 그거 참 기가 막힐 정도로 잘 풀려나갔을 것 같군요.”

노마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마 해리. 혹시 누군가를 거짓과 속임수로 구원한다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비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니?”

“직설적인 거짓말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 우리가 ‘드레이코 말포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기도 하니, 제 생각에는 오히려 ‘적절’했던 것 같군요.” 그의 얼굴에는 언뜻 자부심마저 섞여있었다.

절망에 빠진 노마법사가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탄식했다. “세상 여러분, 이게 바로 우리의 영웅입니다. 우리는 다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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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막:

한 소년의 지팡이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빛무리만이 비추는, 우툴두툴한 돌로 이루어진 기다랗고도 가늘기 그지없는 통로는, 자그마치 몇 마일은 뻗어나가는 듯이 보였다.

이렇게 보이는 이유는 지극히 심플했다. 정말로 몇 마일이나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현재 시각 오전 3시, 프레드와 조지는 호그와트 어딘가에 존재하는 외눈박이 마녀의 석상에서, 호그스미드에 위치한 허니듀크 과자가게의 지하 저장고로 이어지는 비밀통로를 거닐고 있었다.

“상태가 좀 어때?” 프레드가 숨죽여 물었다.

(딱히 누가 엿듣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비밀통로를 지나는 작금의 상황에 평소대로의 언성으로 말하는 건 왠지 모르게 아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먹통이야,” 조지가 말했다.

“둘 다, 아니면─”

“간간히 발생하던 문제는 알아서 수복된 거 같아. 나머지 하나는 여전하고.”

‘지도’는 교내에 존재하는 지성체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강대하기 그지없는 마법도구다. 호그와트의 설립 당시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거의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고로 이 도구에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은 결코 좋지 않은 신호였다. 만약 이 도구가 망가지거나 한다면 완벽하게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서 덤블도어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명백하게도 위즐리 쌍둥이는 덤블도어에게 지도를 순순히 건내줄 마음이 없었다. 그건 ‘마루더즈’를 모욕하는 짓이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 4인의 용사들은, 살라자르 슬리데린 본인이 구축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호그와트의 보안 체계 일부분을 강탈해와, 학생들의 장난감으로 만든 위대한 인물들이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호그와트 설립자들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행동이라고 매도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것을 범죄로 치부할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고드릭 그리핀도르가 이 물건을 보았다면, 흔쾌히 허락했을 것이라고 위즐리 쌍둥이는 굳게 믿고 있었다.

침묵을 고수하며, 두 형제는 걷고 또 걸었다. 장난짓에 대해 의논하거나, 상대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을 때를 제외하면 위즐리 형제는 서로와 말하는 법이 거의 없었다. 그 외에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미 상대방이 아는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면, 그들은 거의 같은 사고를 하고 같은 결정을 내리고는 했으니까.

(과거에는 마법사 쌍둥이가 태어날 경우, 곧바로 한 쪽을 죽여버리는 풍습이 있었다.)

얼마 후, 프레드와 조지는 나무통과 기묘한 재료더미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먼지 투성이의 지하 저장고로 기어올라왔다.

그리고 그들은 가만히 기다렸다. 남의 거주지에서 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니까.

얼마 안가 검은색의 잠옷을 입은 갸냘픈 노인이 하품을 하며 지하 저장고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왔다. “오, 너희들이구나,” 암브로시우스 플룸이 말했다. “예상치 못한 손님이로군. 벌써 재고가 떨어지기라도 했니?”

무언으로 프레드와 조지는 프레드가 먼저 말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건 아니에요, 플룸 씨,” 프레드가 말했다. “저희는 그저 플룸 씨가 조금 더 뭐냐…더 흥미로운 무언가를 위해 도움을 주셨으면 해서요.”

“얘들아,” 진지하게 변한 어조로, 플룸이 말했다, “고작 너희들이 곤란해질 정도의 물건들은 절대로 팔지 않겠다는 경고를 또 받고 싶어서 나의 단잠을 깨우지 않았기를 바라마. 적어도 너희들이 16세가 되기 이전에는 말이지─”

무언가를 망토에서부터 꺼낸 조지가, 말없이 플룸에게 건내주었다. “이거 보셨어요?” 프레드가 말했다.

어제 일자의 예언자 일보를 바라본 플룸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1면에는 어떤 학생이 용케 찍는 것에 성공한, 차갑고 악랄한 표정을 지은 소년의 사진이 ‘차기 어둠의 마왕?’이라는 표제와 함께 적나라하게 실려있었다.

“믿을 수가 없군, 그 말포이 자식,” 플룸이 쏘아붙였다. “고작 열한 살에 불과한 아이를 물어뜯다니! 그런 녀석은 갈아버려 초콜릿 재료로 사용해버려야 돼!”

프레드와 조지가 동시에 눈을 깜박였다. 리타 스키터의 뒤를 말포이가 봐주고 있단 말인가? 해리 포터도 그에 대한 경고는 하지 않았었다…즉 그 말은, 그 사실은 해리 또한 모르고 있다는 것. 말포이의 존재에 대해 알았더라면 해리는 결코 그들을 끌어들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프레드와 조지가 눈빛을 주고받았다. 뭐, 모든 작업이 끝날 때까지 해리가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

“플룸 씨,” 프레드가 조용하게 말했다, “살아남은 아이가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플룸이 쌍둥이 형제의 얼굴을 직시했다.

그리고는 땅이 꺼질세라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플룸이 말했다, “뭘 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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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막:

리타 스키터는 군침 도는 먹잇감을 발견하면, 그 외의 다른 사소한 일들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고질적인 성격 때문에 그녀는 길 앞을 가로막은, 이마가 반쯤 벗겨진 사내와 부딪칠 뻔 했다.

“스키터 양,” 조금은 앳되어보이는 얼굴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차갑고 냉혹한 음성으로, 남성이 말했다. “이런 곳에서 마주치다니, 이거 즐거운 우연이로군요.”

“당장 비키세요!”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며, 리타는 그의 옆으로 피해서 돌아가려고 했다.

사내는 너무나도 유연하고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행동에 맞추어 움직인 나머지, 그 둘은 애초에 움직이지 않은 것 마냥 보였다. 그는 여전히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채 서있었다.

리타의 눈매가 가늘어졋다. “당신이 뭔데 길을 가로막는 거죠?”

“어리석기 그지없군요,” 사내가 메마르게 말했다. “해리 포터를 차기 어둠의 마왕으로 육성하고 있는 죽음을 먹는 자의 변장한 모습을 되도록이면 기억해 두는게 현명한 대처라고 생각됩니다만. 저라면,” 그가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결코 길가를 가다가 그런 흉악스러운 인물과는 마주치지 않고 싶어 안달이 날텐데 말입니다, 특히 막 그에 관한 이야기를 대서특필한 이후에라면 더더욱.”

리타는 방금 그가 털어놓은 정보들을 종합해보았다. 설마 그가 바로 ‘퀴리너스 퀴렐’이란 말인가? 너무나도 앳되어보이고 동시에 너무나도 나이가 들어 보였다; 저 기막힐정도로 오만해보이는 표정이 풀어진다면, 많아봐야 30대로 보일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머리가 벌써 빠지고 있다? 치유사를 고용하지 못할 정도로 박복하기라도 한걸까?

아니,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한시라도 딱정벌레로 변신해야 하는데 지금 이게 웬말인가. 그녀는 방금 막 익명의 제보자에게서 본즈 부인이 그녀의 젊은 조수와 곧 둘 만의 시간을 가질것이라는 초특급 정보를 받았다. 정확한 증거만 얻을 수 있다면 보너스는 따놓은 당상이다, 본즈는 먹잇감으로는 넘치고도 남았으니까.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본즈와 젊은 조수는 ‘마리의 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약속을 가진 상태였다. 특정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굉장히 유명한 장소다; 면밀한 조사 끝에, 그녀는 그 장소가 현존하는 모든 도청 장치에 관한 철저한 대처를 해두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벽 한켠에 한가롭게 붙어있는 어느 아름다운 푸른색의 딱정벌레에 관한 대처마저 해두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비키세요!” 그렇게 말하며 리타는 길을 가로막는 퀴렐을 밀치려고 했다. 퀴렐의 팔이 부드럽게 그녀가 뻗은 손을 감싸쥐자, 그를 밀치려는 행동이 무위로 되돌아가는 것을 느끼며 리타는 휘청였다.

퀴렐이 왼 켠의 망토 자락과 소매를 걷고는, 왼 팔을 그녀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잘 보시길,” 퀴렐이 말했다, “이거 봐라, 어둠의 표식이 없군요. 고로, 저번 신문에 실린 내용에 대한 철회 발언을 출판해주시길 요구하는 바입니다.”

리타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너털하게 웃었다. 물론 정말 ‘죽음을 먹는 자’일리가 없지 않은가. 정말 사실이라면 애초에 신문이 출판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꿈이나 깨고, 어서 꺼져버리세요.”

퀴렐이 그녀를 가만히 주시했다.

그리고는 미소지었다.

“스키타 양,” 퀴렐이 말했다, “가능하면 당신을 쉽게 회유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허나 이제 제가 당신을 철저하게 ‘짓밟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으니, 기쁘기 이를 데가 없군요.”

“누구나 말은 그렇게 했었죠. 그럼 이제 그만 꺼지세요 패배자, 안 그러면 언론에 대한 억압을 죄목으로 오러를 부르겠어요.”

퀴렐이 한 차례 정중하게 연극 배우처럼 인사를 하고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지나쳐 ​걸​어​갔​다​. ​

“안녕히 가시길, 리타 ​스​키​터​,​” ​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성큼성큼 길을 걸어가며, 문득 그녀는 그 사내가 멀어져가며 휘파람으로 흥겹게 무언가를 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허나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막으로 나뉘어짐.

2. 아틀란티스 드립.

3. 세상 여러분, 우리의 영웅이 이 모양 이 꼴입니다. 망했어요.

4. 리타 스키터 지못미.

오랜만이요. 어째 한 화 한 화 쓸때마다 오랜만이라는 인사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화는 각각 '막'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막은 사건의 순서를 가리키며, 1막이 첫번째 순서이고, 2막이 다음, 이런 식입니다. 3막이 보이지 않아 의아해하실텐데, 3막은 다름아닌 이 바로 전 화, '모략적 지능 가설'입니다. 고로, 아직 이번화의 반 밖에 올리지 않은 현재에서는 이해하시는 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꽃필겁니다.

초반에 해리가 아틀란티스 인이 '마법의 근원'을 창조해냈다고 하는데, 이건 그저 가설일 뿐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의외로 신빙성이 있다는 게 또 좀 그런데 그저 가설 중 하나일 뿐이니 너무 믿으셔도 안됩니다. 맞을 수도 있고요. 저도 몰라요.

아 덤블도어, 포기했습니다. 약간의 희망을 담아 우리의 해리포터에게 넌지시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냉정한 현실...

마지막에 퀴렐 교수님 등장. 그러길래 왜 해리포터를 차기 어둠의 마왕으로 지목했냐 리타 스키터...대사 하나 하나에 사망 플래그가 아주 무더기로 쏟아져나오네요. 아직 퀴렐의 정확한 의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퀴렐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잘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화부터 약 28~29화 까지 내용이 거의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니, 자연스럽게 연재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루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 한개의 내용도 빠짐없이 잊어서는 이해가 안 가니까요. 고로 최선을 다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더군다나 6월 중순부터 일본으로 한달 반동안 여행을 갔다 오는 것이 확정되었고, 그 기간동안은 일체의 번역물도 올릴 수가 없으니 그 이전에 포풍같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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