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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혼란의 감지법 2화


“저기,” 해리가 말했다, “예언자 일보 하나 주세요.”

“5시클이다,” 가게 주인이 말했다. “미안하구나 얘야, 세 매밖에 남지 않았거든.”

5시클이 계산대에 놓였다.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가격을 깎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물씬 들었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져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해리의 얼굴을 처음으로 똑바로 바라본 가게 주인의 눈이 커다란 깨달음과 함께 거대해졌다. “너로군!”

“나였어!”

“그게 사실이니? 정말로─”

“닥치세요! 죄송해요, 하지만 타인의 입으로 전해듣기를 거부한채 제가 직접 원본을 읽기를 오늘 하루동안 학수고대 해왔거든요. 그러니까 제발 입 다무시고, 건내주세요 네?”

잠시 해리를 바라보던 가게 주인이, 말없이 계산대 밑으로 손을 뻗고는 반으로 접힌 오늘자 예언자 일보를 건내주었다.

일면의 적나라한 표제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해리 포터

지네르바 위즐리와

비밀리에 약혼

해리는 신문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그리고는 마치 에셔의 작품을 다루듯이, 너무나도 조심스럽고 세밀한 행동거지로 신문을 계산대에서 살짝 집어올린 그가, 마찬가지로 평온하게 두 손으로 잡아 펴고 읽기 시작했다…

…바로 리타 스키터를 납득시킨 ‘명백한 증거’를 찾기 위해.

…그리고 그 외의 기타 정보들.

…그리고 다른 증거들을.

프레드와 조지는 여동생과 사전에 합의를 했겠지? 물론 그렇겠지. 일면에는 지네르바 위즐리가 해리가 자세하게 살펴본 결과, 그의 사진으로 드러난 물건을 향해 나지막히 애정어린 한숨을 내쉬며 턱을 괴고 있는 사진이 실려있었다. 이미 사전에 계획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싸구려 접이식 의자에 앉은 해리가 신문을 벌써 네 번째로 정독하고 있던 와중에, 문이 사뿐하게 열리며 퀴렐 교수가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늦어서 미안하 ─ 멀린이시여, 지금 도대체 뭘 읽고 있는 거냐?”

“제가 보기에는,” 경탄이 섞인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아무래도 아서 위즐리 씨라는 작자가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려 있었는데, 우리 아버지가 그 시전자인 죽음을 먹는 자를 죽여버리고 말아, 결과적으로 고귀로운 포터 가문에 빚을 만들어버렸고, 아버지는 그 당시에 갖 태어난 지네르바 위즐리를 마찬가지로 갖 태어난 저랑 정략 결혼시켜버리는 것으로 빚을 퉁쳐버린 것 같군요. 혹시 이 세계에서도 그러한 풍습이 존재하거나 합니까?”

“어떻게 이런 망발을 순순히 믿을 정도로 스키터 양이 무식할 수가─”

그리고 퀴렐 교수가 별안간 말을 멈추었다.

마침 해리가 신문을 수직으로 들고 폈기에, 퀴렐 교수의 서 있는 장소의 시점에서 표제 아래의 내용을 읽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퀴렐 교수의 경악감 어린 표정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나머지 이 어처구니 없는 신문과 맞먹을 정도였다.

“걱정 마세요,” 해리가 발랄하게 말했다, “모두 가짜니까요.”

가게 어딘가에서, 주인이 헛바람을 들이키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리고는 책더미가 바닥으로 쏟아지는 듯한 소리로 이어졌다.

“포터….” 퀴렐 교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 확신할 수 있나?”

“물론이죠. 이제 그만 갈까요?”

벙찐 표정을 지은 퀴렐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해리는 신문을 다시 접고는, 그를 따라 문을 나섰다.

무슨 연유에선지 해리의 귓가에는 더 이상 거리의 웅성거림과 자연적인 소음이 전혀 들리지가 않았다.

약 30초 가량 침묵 속에서 걷던 그들 사이의 팽팽하게 당겨진 공기를 깨뜨린 것은 퀴렐 교수였다. “스키터 양은 외부에서부터 철저하게 제한된 위즌가모트 법정의 회의록 원본을 훔쳐본 경험이 있다.”

“그렇군요.”

“위즌가모트 법정의 회의록 원본을.”

“네.”

“그건 나조차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일이다.”

“정말입니까?” 해리가 말했다. “만약 제 추측이 맞다면, 이건 일개 호그와트의 학생에 의해 이루어진 일인데요.”

“그건 불가능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퀴렐 교수가 단호하게 선언했다. ​“​포​터​…​안​타​깝​지​만​,​ 아무래도 이 꼬마 아가씨는 정말로 너와 결혼할 생각인 것 같구나.”

“하지만 그건 가능성이 전무해요," 해리가 말했다. “더글라스 아담스의 말을 인용하자면, 불가능과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건 뜻 자체가 다르니까요.”

"네 말도 일리는 있군," 퀴렐 교수가 느릿하게 수긍했다. "하지만…그래도 아니다, 포터.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위즌가모트 법정의 회의록 원본에 간섭하는 것은 머릿속으로나마 상상은 할 수가 있다. 허나 그린고트의 총지배인이 거짓된 약혼 서약에 본인이 직접 증인으로 서 인장을 각인시키고, 스키터 양이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전개는, 꿈에서조차 생각지도 못할 일이지."

“그렇군요,” 해리가 말했다, “그린고트의 총지배인을 움직이려면 그만큼 상당한 양의 돈을 필요로 했겠지요. 보아하니 위즐리 씨는 막대한 빚더미에 내려앉아 있었기에, 추가로 1만 갈레온을 요구한 것으로─”

“고작해야 위즐리를 위해 1만 갈레온이라고? 그 정도의 금액은 설령 귀족 가문의 영애라도 문제없이 살 수 있을 돈이다!”

“저기 실례하지만,” 해리가 말했다. “이 맘때쯤이면 물어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네요, 정말로 그런 일들이 이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끔이지만 일어난다,” 인상을 찌푸리며, 퀴렐 교수가 말했다. “추측이지만, 어둠의 마왕이 사라진 이후로는 그 약간조차 없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 그래, 기사를 보아하니, 네 아버지는 그 요구를 그대로 따랐겠군?”

“달리 어떤 선택지가 없었겠죠,” 해리가 말했다. “적어도 예언의 요구사항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면요.”

“이리 내놔라," 그렇게 말한 퀴렐 교수가, 신문을 너무나도 거칠게 앗아간 나머지 해리는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다.

다소 충격어린 표정으로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입에 문 해리는, 항의하기 위해 퀴렐 교수에게 몸을 돌렸다─

길가에서 우뚝 멈춰 선 퀴렐 교수는, 눈을 빛보다도 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신들린듯이 기사를 훔쳐보고 있었다.

경이로움에 입을 떡하니 벌린채, 해리는 어느새 3번째 장으로 넘어가고 있는 신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안가, 4번째와 5번째. 마치 기사를 읽지도 않고 넘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경악스러울정도로 짧은 시간이 지나고, 신문은 어느새 다시 얌전하게 접혀있었다. 퀴렐 교수가 가볍게 허공으로 던지자, 해리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잡고는, 다시금 걷기 시작한 퀴렐 교수를 헐레벌떡 뒤따랐다.

“흠,” 퀴렐 교수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 예언에는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어쩌면 켄타우로스들이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려있었을 지도 모르지.” 인상을 쓰며,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최소한 일리는 있어. 마법에 의해 창조된 것은, 곧 마법으로 간섭할 수 있다는 뜻이기에, 그린고트의 국새가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타락을 했다고 볼 수 없지는 않아. 폴리주스 마법약으로 말할 수 없는 자들로 변장했을 수도 있지, 바이에른 감시자들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충분한 노력을 들인다면 위즌가모트 법정 회의록을 간섭하는 것도 가능할지 몰라. 어떻게 이러한 일들을 해낼 수 있었는지 혹시 아는 바가 있나?”

“가망성 있는 단 한개의 가설조차 떠올릴 수가 없군요,” 해리가 말했다. “허나 총 40 갈레온이라는 예산을 들여 성공시켰다는 것만은 알고 있습니다.”

다시금 걸음을 멈춘 퀴렐 교수가 해리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의 표정에는 이제 경이로움마저 떠올라있었다. “40 갈레온이라면 평범한 가정집에 침입을 하고자 능숙한 도둑을 고용할 수 있겠지! 4만 갈레온이라면 어쩌면 위즌가모트 법정 회의록에 간섭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범죄자들을 고용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해리가 힘없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훗날 올바른 계약자를 찾아 3만 9천 9백 6십 갈레온을 아끼고 싶을 때를 대비해 기억해둘게요.”

“이런 말은 거의 안하지만,” 퀴렐 교수가 말했다. “감탄했다.”

​“​마​찬​가​지​입​니​다​,​”​ 해리가 말했다.

“허면 이 대단히 뛰어난 호그와트 학생의 이름은?”

“죄송하오나 언급할 수 없군요.”

놀랍게도 퀴렐 교수는 그 말에 달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채 말없이 수긍했다.

그린고트 은행 쪽으로 걸어가던 그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속으로 고심하고 있었다, 둘 다 어떤 문제라도 적어도 5분 이상 고려해보지 않고 넘어갈 성격은 되지 못하니 말이다.

“제 생각에는,” 해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문제 자체를 잘못된 측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군요.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어느 날 물리학 수업을 위해 교실에 들어선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타오르는 불을 쬐고 있는 커다란 금속 판을 보여줬어요. 그녀는 학생들에게 그 금속 판을 만져보라고 명령했고, 학생들은 불과 가까운 면이 더 차가운 반면, 불과 대면하고 있지 않은 면은 뜨겁다는 것을 느꼈죠. 그리고 선생님은 어째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한번 적어보라고 했어요. 어떤 학생들은 ‘열을 전도하는 금속 판의 특성 때문에’라고 적었고, 어떤 학생들은 ‘공기의 움직임 때문에’라고도 적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설명할 것도 없이 불가능 해보인다’라고 적지는 않았고, 정답은 학생들이 들어오기 전에, 선생님이 금속 판을 거꾸로 돌렸다였습니다.”

“흥미롭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확실히 여러가지 부합되는 이야기같구나. 허면 이 이야기의 교훈은?”

“합리주의로 주어지는 기본적인 능력에 의해 현실보다는 허구에 더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리가 말했다. “딱히 특징 없이 모든 결과를 동등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설명력을 지니고 있다면, 정작 지식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은 열을 전도하기 때문에’라는 대답으로 이 세상의 모든 의문점에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심지어 타오르는 불에 대놓고 대고 있는 금속 판의 면이 더 차갑다는 말도 안되는 현상마저. 그래서 자신들이 지금 얼마나 큰 혼란을 느끼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기에, 진실만큼 허구에 쉽게 현혹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교수님께서 제게 켄타우로스들이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려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씀하신들, 저는 아직도 마음속에서 무언가 걸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난 후에도 저는 여전히 혼란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흠,” 퀴렐 교수가 생각에 잠겼다.

그들은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아무래도,” 해리가 말했다, “사람들을 또 하나의 평행세계로 강제로 이동시키는 것은 가능할리 없겠죠? 그러니까, 이 쪽에 있는 리타 스키터는 실제로는 우리 세계에 있던 리타 스키터가 아니라거나 말이에요.”

“만약 그것이 가능했더라면,” 다소 메마른 목소리로, 퀴렐 교수가 대꾸햇다, “여태까지 내가 여기에 남아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그리고 그들이 그린고트 은행의 거대한 흰색 정문에 다다르기 직전, 퀴렐 교수가 말했다:

“아, 그러면 그렇지. 이제야 알겠군. 위즐리 쌍둥이 형제인가?”

“에엥?” 무심코 어조를 한 옥타브는 높이며, 해리가 경악성을 터뜨렸다. “어, 어떻게?”

“미안하지만 언급할 수 없는 기밀이란다.”

“…이건 불공평합니다.”

“그런가? 내 생각에는 공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은데,” 퀴렐 교수가 그렇게 말하고, 그들은 그 청동으로 이루어진 문을 열고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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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해리와 퀴렐 교수는 푹신한 소파와 의자가 벽에 늘어져있고, 사방에서 부드러운 커튼이 하늘거리고 있는 화려한 개인실의, 기다랗고 넓은 테이블에 턱을 괴고 앉아있었다.

그들은 일찍이 퀴렐 교수가 언급한, 다이애건 앨리에서 가장 훌륭한 레스토랑, 무엇보다 ─ 이 대목에서 그는 의미심장하게 목소리를 늦추었다 ─ 어느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어디보다 안성맞춤이라는 ‘메리의 집’에서 점심 식사를 가질 예정이었다.

지금껏 해리가 보아왔던 그 어떤 레스토랑보다 더욱 훌륭해보이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었으며, 무엇보다 그 퀴렐 교수가 한 턱 낸다는 것이 커다란 기쁨으로 다가왔다.

이 나들이의 첫번째 임무였던, 오클러먼시 강사 찾기는 성공적이었다. 악랄하게 미소 지으며 퀴렐 교수는 그립훅에게, 모든 경비는 덤블도어가 계산할테니 액수는 걱정 말고 최고의 최고를 수색하라고 은근하게 권유를 했고, 당연하게도 음흉한 도깨비는 미소로 화답했다. 뭐 해리 또한 누가 볼새라 악의에 가득찬 미소를 짓기는 했지만.

두번째 임무는 훌륭하게도 실패하고야 말았다.

해리는 덤블도어 교장이나 다른 학교 관계자와의 동행 없이는 금고에서 돈을 회수해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고, 퀴렐 교수에게는 금고의 열쇠가 주어지지 않았다. 해리의 부모님은 머글이었기에 권한이 없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머글은 사회적이든 뭐든 어린아이나 고양이 따위의 인권 정도만을 보장받는다: 귀엽게만 보이니까, 공공장소에서 학대하거나 한다면 법의 처벌을 받게 되어 체포되겠지만 단지 그 뿐이다, 그들은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니까. 머글 태생들의 부모님을 제한적으로나마 인정해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듯이 몇 개의 법이 통과되었지만, 해리의 양부모들은 그 제한 사항에 들지 못하는 존재들이었다.

적어도 마법세계의 시선만 두고 보자면 해리는 어디까지나 고아로 취급되는 것이다. 고로 해리가 졸업하기 이전까지는 호그와트의 교장이나, 교내 관계자가 해리의 보호자나 마찬가지다. 딱히 덤블도어의 허락이 없더라도 해리는 문제없이 숨을 쉴 수가 있었지만, 그것도 덤블도어가 제한한다면 될 지 안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해리는 그의 금고에 얌전히 앉아만 있는 산더미 만큼의 금화보다 그의 투자를 조금 더 다각화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라도 할 수는 있는지 그립훅에게 물어보았다.

멍하게 그를 바라보며 그립훅은 ‘다각화’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보았다.

보아하니 은행이라는 곳은 투자따위 취급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안전한 금고에 금화나 쳐넣으며 연회비나 걷을 뿐.

마법 세계에는 주식 자본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지분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 주식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사업은 한 가문의 개인 금고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출은 은행이 대주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이 대준다. 뭐 소량의 금액을 지불한다면 그린고트가 직접 그 계약을 참관하고,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한다면 그 대출을 확실히 갚도록 압박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착한 부자 사람들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무이자로 언제든지 갚도록 쿨한 태도로 나갈 수 있다. 나쁜 부자 사람들은 이자를 요구한다.

대출에 유통시장이라는 개념은 도입조차 되지 않았다.

악랄하고 나쁜 부자들은 최소 20% 가량의 연간 이자를 요구할 것이 분명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해리는, 고개를 돌려, 벽에다가 머리를 힘없이 기대었다.

그리고는 만약 자신이 은행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그것도 교장님의 허락이 우선적으로 필요한지 해리는 물어보았다.

그때, 점심 식사 시간이 다되었다며 대화의 흐름을 끊은 퀴렐 교수가, 발버둥을 치며 발악하는 해리를 재빠르게 그린고트의 청동문 밖으로 인도하고는, 다이애건 앨리를 지나, 사전에 예약을 한 메리의 집이라는 고급스러운 양식의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퀴렐 교수가 해리 포터와 함께 있는 것을 본 레스토랑의 주인이 잠시 충격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별다른 의문 없이 그들을 개인실로 인도했다.

그 후 퀴렐 교수는 다소 고의적으로 계산은 그가 하겠다는 것을 밝혀, 해리의 얼굴에 서린 표정을 은근히 즐긴 것이다.

“아뇨,” 퀴렐 교수가 웨이트리스를 만류했다, “메뉴판은 필요없습니다. 제게는 오늘의 특별 요리와 함께 키안티 와인 한 병을, 여기 포터 군에게는 전채로 다이라카울 수프, 메인으로 루포 완자, 디저트로 당밀 푸딩을 부탁드리죠.”

어딘지 모르게 위축되어 보이는, 망토를 입은 웨이트리스가, 지극히 공손하고 사무적으로 고개를 숙이고는 문을 조용히 닫고 나갔다.

문을 향해 퀴렐 교수가 한차례 손을 젓자, 빗장이 삭, 하고 닫혔다. “빗장이 방 안쪽에 위치한 것을 보거라. 무엇을 숨기랴, 포터, 이 방은 ‘메리의 방’이라고 불리우고 있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도청 방법이나 간섭 등을 완벽하게 차단해준다, 내 말을 믿어; 설령 덤블도어 본인이더라도 이 방 속의 일을 염탐할 수 없을테니까. 이 메리의 방은 두가지 부류의 사람들에게 자주 애용되고는 하지. 한가지 부류는 사회적인 통념으로 어긋나는 불장난을 위해. 그리고 나머지 소수는 좀 더 흥미로운 삶을 위해 말이다.”

“호오,” 해리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퀴렐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의 입술이 초조함으로 인해 달싹거렸다. “그러면 여기서 달리 아무 능률적인 일을 하지 않고 그저 식사만 하는 건 굉장한 시간낭비겠군요.”

미소를 지어보인 퀴렐 교수가, 지팡이를 꺼내고는 문을 향해 지팡이를 한차례 휘저어보였다. “물론,” 그가 말했다, “흥미로운 삶을 사는 이들은 사회의 쓰레기들보다는 훨씬 더 주의깊고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는 법이지. 방금 지팡이로 결계를 쳐두었다. 이제 그 어느 것도 이 방을 출입할 수 없을 것이다 ─ 가령 문틈 사이로라던가 말이지. 자, 그러면….”

그리고 퀴렐 교수는 해리로써는 전혀 이해할 수 조차 없는, 네가지 가량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절차 조차도 부족하기 그지없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만약 우리들이 정말로 중대한 일을 하고자 한다면, 이 외에도 족히 스물 세가지 가량의 주의를 해야 하지. 가령, 우리가 이 장소에 있다고 리타 스키터가 알고 있거나 추측을 했다면, 지금 당장 이 방에 진짜 ‘투명 망토’를 뒤집어쓴채 우리의 대화를 염탐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아주 작은 생명체로 변하는 애니마구스일 수도 있고. 이런 희귀한 가능성들마저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실험들을 모두 행하는 것은 무척이나 고된 일이지. 뭐 그래도, 네가 영 좋지 않은 버릇이 들기 이전에 시험 삼아 본보기로 굳이 보여주는 것을 원하나?” 그리고 마치 정신이 딴 데 팔린 듯이 퀴렐 교수가 볼을 검지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해리가 말했다, “이해했으며, 기억할테니까 말이죠.” 물론 정말 중대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조금 실망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 퀴렐 교수가 말했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그는 의자 등받이에 털퍽 하고 기대었다. “오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포터. 그 계획의 기본적인 바탕은 너였겠지, 실행 그 자체는 다른 이들에게 위임했다고 해도. 어쨌거나 이 사건 이후로 리타 스키터는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겠군. 루시우스 말포이가 그녀의 실책을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을테니까. 만약 그녀가 정말로 현명하다면, 네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즉시 이 나라를 뜰것이 분명하다.”

순간 해리는 위장이 내려앉는 듯한 끔찍한 느낌을 받았다. “리타 스키터의 배후에 루시우스가 있었다, 는 말입니까…?”

“호, 설마 몰랐던 것은 아니겠지?”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 사건 이후에 리타 스키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해리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었다.

전혀.

고려조차.
일본에서 짬짬이로 번역해둔 것 미리 올립니다. 쪽지로 위로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친구가 좋은 곳으로 갔기를.

오랜만이라서 기억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리타 스키터를 물먹이려고 작정한 해리가 위즐리 쌍둥이 형제에게 의뢰를 하고, 쌍둥이는 고심하죠. 그리고 나타난게 해리와 지니의 약혼 파문.

여기서 멈추면 다음 화에서 받을 커다란 충격이 다소 감소될테니 템포를 끊지 않기 위해 빠르면 오늘, 늦으면 내일 다음화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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