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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혼란의 감지법 3화


“그래,” 퀴렐 교수가 말했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그는 의자 등받이에 털퍽 하고 기대었다. “오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포터. 그 계획의 기본적인 바탕은 너였겠지, 실행 그 자체는 다른 이들에게 위임했다고 해도. 어쨌거나 이 사건 이후로 리타 스키터는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겠군. 루시우스 말포이가 그녀의 실책을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을테니까. 만약 그녀가 정말로 현명하다면, 네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즉시 이 나라를 뜰것이 분명하다.”

순간 해리는 위장이 내려앉는 듯한 끔찍한 느낌을 받았다. “리타 스키터의 배후에 루시우스가 있었다, 는 말입니까…?”

“호, 설마 몰랐던 것은 아니겠지?” 퀴렐 교수가 말했다.

이 사건 이후에 리타 스키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해리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었다.

전혀.

고려조차.

아마, 아니 물론 일자리에서 짤릴 것은 자명하다. 어쩌면 그가 몰라도 그녀의 자녀가 호그와트를 재학 중일 수도 있다. 허나 이것은 생각보다 더, 훨씬 더, 심각하게 번질 수도 있는 것이다 ─

“…루시우스가 그녀를 살해할까요?” 속삭이는 듯이 해리가 중얼거렸다. 머릿속 어딘가에서, 분류 모자가 그를 향해 마구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퀴렐 교수가 메마른 미소를 지었다. “신문 기자들에 대한 한가지 사실이란, 한 명 한 명이 죽을 때마다 이 세상이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군.”

해리는 발작적으로 의자에서 튕기듯이 일어섰다, 당장 리타 스키터를 찾아 더 늦기 전에 경고해주어야 했다─

“앉아라,” 퀴렐 교수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아니, 루시우스는 그녀를 살해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루시우스는 그의 기대를 배반한 자들의 삶을 지극히 우울하게 만드는 재주가 남다르지. 아마 스키터 양은 최대한 멀리 도주해 개명을 한 뒤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 분명하다. 앉거라, 포터; 지금 이 시점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무엇보다 네가 숙지해야할 교훈이 있으니까.”

해리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말보다는, 퀴렐 교수의 얼굴에 서린 실망감과, 짜증스럽다는 표정이 그의 행동을 제지했다.

“가끔씩,” 퀴렐 교수의 말은 비수와도 같이 해리에게 박혀왔다. “나는 네가 그 경이롭기 그지없는 슬리데린 적인 두뇌를 쓸데없이 낭비만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포터. 내 말을 따라하도록. 리타 스키터는 악독하고, 역겨운 여인이었다.”

“리타 스키터는 악독하고, 역겨운 여인이었다,” 해리가 말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불펴나게 다가왔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그 외의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다.

“리타 스키터는 감히 내 명예를 실추시키려고 했지만, 나는 천재적인 계획으로 그녀의 명예를 먼저 박살냈다.”

“리타 스키터는 내게 도전을 해왔다. 그녀는 패배했고, 나는 승리했다.”

“리타 스키터는 내 미래 설계를 가로막는 장애물에 불과했다. 설계도를 따르기 위해서는 그녀와 맞서는 것 외의 도리가 없었다.”

“리타 스키터는 적이었다.”

“적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나는 더이상 정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 나는 나를 적대하는 적을 한 명 제거했다.”

“나는 착한 아이다.”

“고로, 나는 그에 따른 마땅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아,” 마지막 몇 마디에서부터 득의에 가득찬 미소를 짓고 있던 퀴렐 교수가 말했다, “마침내 네 흥미를 이끈 것에 성공한 것 같군.”

사실이었다. 그리고 어쩐지 모르게 어딘가로 고의적으로 유인당하는 것만 같았지만 ─ 아니,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고의적으로 유인당하고 있었다 ─ 그러한 말들을 내뱉고, 퀴렐 교수의 미소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조금 산뜻해진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퀴렐 교수는 신중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느껴질정도로 느릿한 거동으로 망토 깊숙하게 손을 집어넣고는…

…책을 꺼내었다.

무엇이든지 간에 지금껏 해리가 보아왔던 책의 양식과는 사뭇 다른 생김새였다, 책의 모서리는 이미 닳아있었다 ─ 그래, 가장 첫번째 인상은 ‘낡았다’라는 단어였다, 마치 책더미에서 억지로 끄집어낸듯이.

“그게 뭐죠?” 마침내 숨을 들이키며 해리가 물었다.

“일기장이다,” 퀴렐 교수가 말했다.

“…누구의?”

“굉장히 유명한 인물의 소유물이지.” 퀴렐 교수는 환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물론 그렇겠죠….”

퀴렐 교수의 표정이 한층 더 진지하게 변했다. “포터, 강력한 마법사의 덕목 중 하나는 바로 뛰어난 기억력이다. 간혹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결정적인 열쇠가 20년 전에 훑어보았던 낡은 양피지 조각에 적혀있었을 수도 있고, 거리에서 스쳐지나갔던 남자의 손가락에 있던 반지였을 수도 있지. 지금 이것을 말하는 이유는, 바로 처음 이 물건을 보게 된 뒤 한참 후 너를 처음 보았을 때, 이 물건과, 그에 부착된 격문에 대해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믿거나 말거나 포터, 나는 지금껏 합당하지 않은, 그래, 이를테면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라는 말이 어울릴정도로 값진 물건들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들을 수없이 보아왔지─”

“설마 훔쳤습니까?” 해리가 경악하며 말했다.

“정확하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그것도 아주 최근의 일이지. 이 물건을 고작해야 희소가치로 다른 저열한 자들에게 과시 용으로 쓰던 저열한 자에 비하면 네가 훨씬 더 소중하게 여길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해리는 그저 입을 떡 벌렸다.

“허나 정 네가 나의 행동이 비도덕적이라고 매도하고 싶다면, 포터, 그저 이 각별한 선물을 거부하면 되는 일이다. 물론 이 이후에 나는 굳이 이 물건을 다시 훔쳐오는 그런 수고를 감수하지는 않겠지. 그래서, 어느 쪽이지?”

퀴렐 교수가 양손을 번갈아가며 책을 던졌다가 잡았다가 하자, 해리는 절망어린 표정으로 애처롭게 손을 반사적으로 뻗었다.

“아,” 퀴렐 교수가 말했다, “다소 거칠게 다뤄도 문제는 없다. 타오르는 벽난로 안에다가 집어던져도 그을림조차 없을테니까. 뭐 어찌됐든, 대답은?”

퀴렐 교수가 아무 생각 없이 허공으로 책을 띄워올리고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잡았다.

안돼, 그리핀도르와 후플푸프인 그가 말했다.

돼, 래번클로가 말했다. ‘책’이라는 단어 중 도대체 어느 부분을 못 알아들은거냐?

‘훔쳤다’는 부분, 후플푸프가 말했다.

이봐 이봐, 래번클로가 말했다. 혹시 정말로 우리들에게 아니오, 라고 답하고 과연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하고 평생동안 궁금해하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공리주의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보자면 이득이 더 많군, 슬리데린이 말했다. 거래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경제적인 획득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돼, 아 그 부분에서 ‘거래’라는 부분만 빼면 말이지. 더해서, 훔친 건 우리가 아니고 퀴렐 교수님이 보유하고 있어봤자 좋을 건 없어.

너를 암흑면으로 빠트리려는 수작이란 말야! 그리핀도르가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듯이 외치자, 후플푸프가 굳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순진한 아이처럼 행동하지 마, 슬리데린이 말했다. 어딜 봐도 네게 슬리데린답게 행동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거잖아.

맞아, 래번클로가 말했다. 책의 본래 주인은 아마 죽음을 먹는 자거나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었을 것이 분명해. 이건 우리가 소유해야 마땅하다고.

입을 서서히 열던 해리는, 순간 아차하며 고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퀴렐 교수는 이 상황을 묘하게 즐기는 듯 했다. 그는 검지 손가락 하나에 책의 모서리 부분을 올리고는, 그대로 똑바로 세워 균형을 맞추며 휘파람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책이 퀴렐 교수의 망토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그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던 퀴렐 교수가 ─

─ 별안간 휘청거리더니, 벽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괜찮다,” 갑작스럽게 평소보다 굉장히 쇠약해진듯한 퀴렐 교수의 목소리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해리를 만류했다. “앉거라 포터, 그저 어지럼증 주문일 뿐이야. 앉아.”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 해리의 손가락이 의자를 움켜쥐었다. 이 기묘한 ‘재앙의 기운’을 거스르고 싶지 않다면, 퀴렐 교수의 근처에조차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

자리에서 일어선 퀴렐 교수는, 조금 숨을 거칠게 쉬어가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서빙용 접시에 음식을 한가득 담아온 웨이트리스가 들어섰다; 그녀가 접시를 솜씨 좋게 분배하는 동안, 퀴렐 교수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허나 웨이트리스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어보이고는 퇴장하는 사이, 퀴렐 교수는 어느새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래도, 그 폭풍같이 지나갔던 뭔지 모를 정체불명의 사건은 해리의 마음에서 흔들림을 없앴다. 퀴렐 교수가 그토록 수고를 했는데, 도무지 거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받겠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퀴렐 교수가 다시금 신중을 기하라는 듯이 검지 손가락을 올리고는, 지팡이를 꺼내어, 문을 잠그고는, 예의 그 주문을 세번 이상 반복했다.

그리고 퀴렐 교수가 망토에서 책을 꺼내고는 그에게 던지자, 해리는 하마터면 그것을 수프에 떨어뜨릴 뻔했다.

해리는 힘없이 퀴렐 교수에게 항의어린 시선을 보냈다. 마법으로 보호되어있든 말든, 책을 그렇게 다루는 것은 그에게는 외도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해리는 마치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책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책을 이루고 있는 종이는 상당히 두꺼웠고, 머글의 그것이나 마법사들의 양피지와는 사뭇 다른 질감이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백지?

“이거 뭔가 잘못된 ─”

“처음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거라,” 퀴렐 교수가 그렇게 말하자, 해리는 (예의 그 못마땅하다는 듯 했지만 신중한 행동으로) 다시 몇 장을 앞으로 넘겼다.

손으로 직접 작성된 필체였고, 알아보기가 굉장히 힘들었지만, 해리는 그것이 분명히 라틴어임을 확신했다.

“이게 뭐죠?” 해리가 말했다.

“그건,” 퀴렐 교수가 말했다, “호그와트를 재학하지 않은 한 머글 태생의 연구자료 모음집이다. 입학장을 거부한 그는, 독자적으로 자그마한 연구를 하기 시작했지, 뭐 지팡이 없이는 그것도 한계가 드러났지만. 일기장에 부착된 격문의 설명을 바탕으로, 아마 그의 이름은 나보다는 네게 더 의미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건 말이다, 해리 포터, 바로 ‘로저 베이컨’의 일기장이니까.”

해리는 정신이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퀴렐 교수가 넘어졌던 벽의 구석에서, 한때는 아주 아름다웠을 것이 분명한 푸른색 딱정벌레의 산산조각난 파편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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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렐이 그녀를 가만히 주시했다.

그리고는 미소지었다.

“스키터 양,” 퀴렐이 말했다, “가능하면 당신을 쉽게 회유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허나 이제 제가 당신을 철저하게 ‘짓밟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으니, 기쁘기 이를 데가 없군요.”

“누구나 말은 그렇게 했었죠. 그럼 이제 그만 꺼지세요 패배자, 안 그러면 언론에 대한 억압을 죄목으로 오러를 부르겠어요.”

퀴렐이 한 차례 정중하게 연극 배우처럼 인사를 하고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지나쳐 ​걸​어​갔​다​. ​

“안녕히 가시길, 리타 ​스​키​터​,​” ​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성큼성큼 길을 걸어가며, 문득 그녀는 그 사내가 멀어져가며 휘파람으로 흥겹게 무언가를 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 떡밥이 나온건 바로 전 파트인 해법 제안 지연법이지만, 올린지 상당히 오래되었기에 다시금 상기시킬 겸 올립니다.

말 그대로 짓밟혀버린 리타 스키터, 빠이...

연기상 받아야 할 퀴렐 교수님. 순진한 아이를 세뇌하고 있는 퀴렐 교수님. 훔친 물건을 받기 위해 자기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해리 포터.

둘 다 이미 훌륭한 악당입니다 네.

전 처음에 읽었을 때 퀴렐이 꺼낸 일기장이 볼드모트의 일기장일거라고 거의 백프로 확신했는데, 뜬금없이 로저 베이컨이 나와서 놀랐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 저 말고도 읽으면서 '저건 분명히 톰 리들의 일기장이다!' 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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