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2화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 약초학 수업실을 성큼성큼 나서는 해리의 기분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헤르미온느가 말없이 그를 뒤따르고 있었다.
다른 학우들은 여전히 교실 안에서, 올해 두 번째로 열린 퀴디치 시합에서 래번클로가 쟁취한 승리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느라 정리하는 데 쓸데없이 시간을 소요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어제 저녁 식사시간 후에, 어떤 소녀가 30분 동안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다가 왠지 모르지만 거대한 모기 따위의 벌레를 잡은 모양이었다. 이 말고도 더욱 자세한 시합 내용이 있을법했지만 무관했다.
해리는 어제 그렇게 잉여롭게 시간을 보내는 대신, 오클러먼시 강의라는 알찬 시간을 보냈기에 그 ‘흥미진진한 스포츠’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이미 그는 래번클로 기숙사 안에서 모든 대화를 일절 무시했다. 아, 침묵 마법과 마법 트렁크의 아름다움이여. 아침 식사는 일말의 대화라도 근절하기 위해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했다.
허나 약초학만큼은 해리도 피할 수 없었고, 수업 전에, 수업 이후에, 수업 중에도 래번클로 학생들의 입은 도무지 닥칠 기미가 안보였기에, 참다 참다 지친 해리는 그가 막 기저귀를 갈아주던 어린 ‘퍼콧’에서 시선을 떼고는, 여기는 식물에 대해 배우는 장소이고, 스니치는 식물에서 열리는 게 아니니 제발 퀴디치에 대해서 그만 좀 닥쳐달라고 정중하게, 큰 소리로 외치고 말았다. 마치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는 표정을 지은 헤르미온느와, 래번클로 기숙사에 1점을 준 스프라우트 교수님을 제외하고, 왠지 모르게 교실의 전원이 마치 외계인을 보는 것 마냥 경악어린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뭐 그런 건 제쳐두고서라도….
래번클로에게 1점.
1점.
미친 놈처럼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미친듯한 스포츠를 즐긴 일곱 명의 바보들은 래번클로 기숙사에 190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점수를 안겨다주었다.
정말로, 정말로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퀴디치 경기의 점수는 그대로 기숙사 점수에 가산되는 모양이다.
다시 말해, ‘황금의 모기’를 잡으면 그대로 150점 추가라는 뜻.
도대체 그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150점이라는 거대한 점수를 얻을 수 있을지, 해리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가령, 150명의 후플푸프 학우들을 구원하거나, 타임 머신에 보호 장치를 씌우는 것 따위의 기막힌 발상을 15개 가량 하거나, 살인을 할 수 있는 1500가지 정도의 방법을 발명해내거나, 아니면 1년 동안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로 산다거나. 하!
“좋아, 죽이자.” 해리가 거의 비슷하게 불쾌한 공기를 휘감은 채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던 헤르미온느에게 결심한 듯이 말을 건넸다.
“누구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혹시 퀴디치 선수들 말이니?”
“정확히는 퀴디치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모든 인물들이지만, 래번클로 팀부터 시작하는 것도 훌륭한 서막일 것 같네.”
다소 언짢다는 듯이 헤르미온느가 입가를 찡그렸다. “해리, 살인은 죄라는 거 알고 있지?”
“물론이고 말고,” 해리가 말했다.
“알았어, 혹시나 싶어 물어본 것 뿐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럼 일단 수색꾼부터 족치자.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터리 소설들을 몇 개 읽어보았으니까 문제없어. 혹시 그녀를 기차에 강제로 탑승시킬 방법 같은 거 알고 있니?”
“살인을 계획하는 두 학생이라,” 메마른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다소, 충격적인 광경이군.”
멀리 떨어지지 않은 모퉁이에서부터 가볍게 얼룩이 진 망토를 입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기름진 머리를 유유히 휘날리는 사내가 사뿐히 걸으며 등장했다. 그의 온 몸에서부터 살인적인 기세가 복도 전역으로 뿜어져나와, 기괴하게 섞인 포션의 악취와 함께 섞여나갔다.
뭐라 생각하기도 전에, 해리는 본능적으로 헤르미온느를 보호하듯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뒤에서부터 놀란듯이 숨을 들이키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얼마 안가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해리를 제치며 그의 앞을 막아섰다. “도망가, 해리!” 그녀가 말했다. “꼭 남자애라고 해서 위험에 제발로 갈 필요는 없어!”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입가는 웃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유쾌하기 그지없군. 잠깐 시간을 내주었으면 하는구나, 포터, 만약 네가 그레인저 양과의 오붓한 시간을 떨쳐낼 수 있다면 말이지.”
그 말을 들은 헤르미온느의 표정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뀌었다. 해리를 돌아본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순간 비애어린 표정을 짓고는, 입을 닫았다.
“아, 걱정 말거라 그레인저 양,” 세베루스의 매끄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네 소중하기 그지없는 애인을 해치려는 건 아니니.” 그리고 그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러면 이제 포터와 나는 단.둘.이 지극히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어야만 하겠다. 네가 초대되지 않은 사실은 당연하지만 혹시 모르니, 이건 호그와트 교수의 ‘명령’이라는 것을 똑똑히 새겨두거라. 너 처럼 착하고, 명석한 아이는 절대로 거역하지 못하겠지. 안 그러니?”
그리고 세베루스가 몸을 돌려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다. “따라와라, 포터.” 그의 목소리가 말했다.
“어,”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어색하게 말했다. “혹시 내가 이대로 저 자를 따라가도, 네가 상처를 입지 않고,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을 자신 있니?”
“…아니.”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세베루스의 웃음소리가 모퉁이 너머에서 울려퍼졌다.
해리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그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정말이야,” 그리고 그는 세베루스 스네이프를 따라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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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해리가 말했다. 기다란 쪽과 짧은 쪽의 두 다리가 자아내는 소음을 제외하면, 복도 안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마법의 약 교수의 걸음은 날렵했지만 해리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지금까지 해리가 추측한 호그와트의 대략적인 구조가 맞아 떨어진다면, 그들은 인적이 매우 드문 교내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묻는 내가 바보같지만,” 세베루스가 메마르게 물었다, “어째서 너희 둘이 초 챙 살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겠나?”
“묻는 제가 바보같지만,” 해리가 메마르게 물었다, “호그와트의 교직원이라는 직함으로, 어째서 황금의 모기를 잡는 행위에 150점의 기숙사 점수가 주어질 정도로 학업적 성취감이 부여되는 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세베루스의 입가가 곡선을 그렸다. “이럴수가, 내가 너의 통찰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나보군. 포터, 정녕 너는 그렇게나 네 학우들의 사고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거냐, 아니면 그들이 너무 싫은 나머지 그럴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거냐? 만약 퀴디치 점수가 기숙사 우승컵 점수에 가산되지 않았더라면 그 어느 누구도 기숙사 점수에 대해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이다. 그저 너나 그레인저 양 같은 학생들을 위한 유명무실의 행사겠지.”
경악성이 튀어나올정도로 훌륭한 답변이었다.
그리고 그 경악은 곧 해리의 정신을 완벽하게 각성시켰다.
돌이켜보면 세베루스가 그의 학생들을 잘,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건 그다지 놀랄 것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마음을 훔쳐보고 있었으니까.
또한…
…책에 의하면 성공적인 레질리먼스는 정말 희귀하다고 했다, 심지어 완벽한 오클러먼스 보다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만한 정신수양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신수양?
일전에 해리는 수업 중 간혹 이성을 잃어 어린아이들에게 폭발하곤 하는 사내에 대한 전설을 들은 바가 있었다.
…하지만 이 전설의 주인공인 사내는, 해리가 어둠의 마왕이 살아있다는, 그야말로 당황하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사실을 폭로했을 때도, 일말의 주저없이 완벽하게 대처했다 ─ 요만큼의 흥미도 없는 듯한 단조로운 반응이었던 것이다.
사내는 호그와트의 교내를 마치 한 명의 암살자와도 같이, 위협스러운 기세를 사방으로 풍기며 유유히 거닐고는 한다…
…즉, 진정한 암살자라면 절대로 기피해야 할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었다. 정말로 암살자라면 적어도 살인을 위해 거동할 때까지는 일개 시민처럼 행동해야 하는 법.
그는 귀족적인 슬리데린 기숙사의 사감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초면 마법으로 순식간에 없앨 수 있을 마법약과 재료들 따위의 얼룩이 새겨져 있는 망토를 입고 있었다.
해리는 자신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슬리데린 기숙사 사감을 향한 위험 추정치가 급속도로 솟구쳤다.
덤블도어는 세베루스를 아군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 했고, 애석하게도 그것을 반박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 마법의 약 교수는 약속한대로 ‘살벌하지만 공평한’ 태도를 지금껏 유지했다. 그렇기에 해리는 고뇌했다. 만약 세베루스가 악의를 지니고 있다면, 그는 결코 증인,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떡하니 보고 있는 마당에 대놓고 해리를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혼자 가련한 어린양처럼 복도를 방황하고 있을 때 소리없이 납치하는 게 오히려 더 타당성이 있지 않은가….
해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한 때, 나는 퀴디치를 지극히 사랑하는 한 소년을 알고 있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입을 열었다. “너와 내가 그러한 작자들을 혐오하는 것처럼, 그는 정말 멍청의 극치라고도 표현할 수 있었지.”
“이게 뭐죠?”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참을성 좀 보여봐라 포터.”
세베루스가 고개를 돌리고는, 예의 그 암살자와도 같은 거동으로 근처 복도에 뚫린 통로로 다가가자, 더욱 작고 좁은 복도가 느닷없이 등장했다.
그를 얌전히 뒤따르며, 해리는 속으로 지금 당장 튀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지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다시금 방향을 틀자, 통로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막다른 골목이 튀어나왔다. 만약 호그와트가 소환되었거나 창조되었거나 불가사의한 생명체로부터 탄생하지 않고 실제로 건축되었다면, 해리는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 쓸데없는 복도를 만들어버린 실로 어처구니 없는 건축가와 아주 화기애애한 담소를 가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콰이어투스,” 그렇게 말한 세베루스가, 알 수 없는 주문 몇가지를 더 읊조렸다.
등을 편하게 기댄 해리는 팔짱을 끼며, 세베루스의 얼굴을 직시했다.
“호오, 내 눈을 바라보는거냐, 포터?”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말했다.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네 오클러먼시가 레질리먼시를 방어할정도로 숙련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구나. 하지만 혹시 모를까, 그나마 감지는 할 수 있을지. 달리 파악할 방도가 없으니,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련다.” 그가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그건 덤블도어도 마찬가지겠지, 아마도. 그렇기에 ‘이제서야’ 우리가 이 자그마한 담소를 나눌 수 있게 된 거다.”
해리의 두 눈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크게 벌어졌다.
“우선 그 전에,” 눈동자를 반짝이며, 세베루스가 말했다. “오늘 있을 대화의 내용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해줘야겠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네 마법의 약 숙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거다. 사람들이 그 말을 믿건 안 믿건, 그건 중요치 않아. 덤블도어와 맥고나걸에 관한 거라면, 나는 드레이코 말포이의 신뢰를 스스로 져버리고 있는 것이고, 우리 둘 다 그것에 대해 쓸데없이 의논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그 말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와 그것에 따른 여파를 차분하게 분석하려고 시도한 해리의 뇌는 안타깝게도 공황 상태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대답은?” 마법의 약 교수가 말했다.
“알겠어요,”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어차피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하는 거라면, 차라리 자신의 궁금증이라도 풀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게 더 유익하다고 그는 판단했다. “맹세하겠습니다.”
세베루스는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시선으로 해리를 직시했다. “언젠가 교장실에서 넌 학대나 따돌림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한가지 생긴다, 해리 포터. 넌 스스로가 얼마나 네 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하지?”
“지금 이 대화의 주제가 마이클 베레스-에반스가 아니라면,” 해리가 말했다, “저는 제 친아버지인 제임스 포터에 대해 아는 바가 극히 적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군요.”
세베루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슬리데린 기숙사의 한 5학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레사스 레스트랭. 그리핀도르 학생들에게 종종 괴롭힘을 당하고는 하지. 불행히도...나는 이러한 일에 도움을 줄 수가 없다. 네가 원한다면, 그를 도와줘도 상관없다. 네게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네게 빚을 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네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라는 것 뿐.”
해리는 세베루스를 바라보며, 속으로 고민했다.
“혹시 이게 함정일지 고민하고 있나?”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세베루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잘못 생각했다. 이건 시험이지. 그냥 내 호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해라. 하지만 레사스와 그리핀도르의 불화는 엄연한 사실이고, 그 일에 개입하기 곤란한 나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깨우치면 곤란해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자신 또한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미끼를 물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의 아버지도 학생들을 괴롭히는 이들에게서부터 보호해주던 용감한 사람이었다면…어째서 세베루스가 이 미끼를 던졌는지 알고 있더라고 해도 중요하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자랑스러워지는 것이, 도무지 물러설 수 없게 만들었다.
“좋아요,” 해리가 말했다. “레사스에 대해 좀 더 알려줘요. 어째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겁니까?”
세베루스의 입가에서 희미하게나마 존재하던 미소가 소멸했다. “괴롭힘 당하는 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거냐, 포터?”
“없을지도 모르죠,” 해리가 나지막히 말했다. “하지만 혹시 하등 중요치 않은 잡종 소녀를 자기도 모르게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서 말입니다.”
“레사스 레스트랭은,” 세베루스의 목소리는 냉기가 뚝뚝 흐를 정도로 차가웠다, “어둠의 마왕의 가장 충실한 광신도이자, 가장 흉악했던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의 아들이다. 라바스탄 레스트랭의 사생아이기도 하지. 어둠의 마왕의 사멸 직후, 앨리스와 프랭크 롱바텀 부부를 고문하던 벨라트릭스와 라바스탄, 그리고 라바스탄의 형제인 로돌푸스가 사로잡혔다. 셋 모두 아즈카반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 롱바텀 부부는 지속적으로 크루시아투스 저주에 고문당한 나머지 미쳐버려, 불치를 판단받고 성 뭉고 병원에 아직도 입원해있고. 자, 내가 열거한 이유들이라면, 그를 괴롭히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나, 포터?”
“이유라고 부르기조차 어설프군요,” 여전히 나지막하게, 해리가 부정했다. “교수님이 아는 한 레사스는 아무것도 저지르지 않은건가요?”
세베루스의 입가에 다시금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결코 성인군자라고 부를 수는 없지. 하지만 머글 출신 아이를 계단에서 밀어버린 적은 결코 없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아는 게 아니라 마음을 읽었겠죠,” 해리가 빈정거렸다.
그러나 세베루스의 표정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그를 간섭한 적이 없다, 포터. 오히려 나는 그리핀도르 녀석들을 내다보았지. 레사스는 그저 그들의 작은 욕구불만을 풀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더군.”
순간 등골을 타도 싸늘한 분노의 기운이 스쳐지나갔기에, 해리는 지속적으로 세베루스는 정보의 출처로써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속으로 되뇌어야만 했다.
“그리고 교수님은,” 해리가 말했다, “해리 포터, 즉 ‘살아남은 아이’의 개입으로 인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 거군요.”
“바로 그렇지,” 그렇게 말한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해리에게 그리핀도르들이 그 즐겁기 이를 데 없는 놀이를 위해 그들이 선정한 장소와 시간대를 해리에게 귀뜸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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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의 2층과 남북의 중심축 사이에는 그 둘을 가로지르는 중앙복도가 존재한다. 그 복도의 중앙 근처에는 약간 더 짧은 복도로 향하는 통로로 들어서면, 12걸음도 안가 통로가 오른쪽 직각 방향으로 틀어져, L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12걸음정도 더 나아가면 폭이 넓은 창문이 맞이하며, 3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호그와트의 동쪽 운동장을 아련하게 적시는 보슬비를 비추었다. 창가에서는 중앙복도를 들을 수가 없고, 마찬가지로 복도에서도 창가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 이 사실이 비현실적이고 기괴하게 들린다면, 그는 아직 호그와트라는 학교에 익숙해지지 못한 것임이 분명했다.
적색으로 장식된 옷을 입은 네 명의 소년들이 마구 웃어대고 있었고, 녹색으로 장식된 옷을 입은 한 소년이 비명과 함께 활짝 열린 창문의 틀을 필사적으로 잡아대며 그를 창문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소년들에게 저항하고 있었다. 그저 놀이일 뿐이다, 물론, 게다가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도 마법사는 죽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재밌었다. 이 행위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면 그건 정말 얼토─
“지금 뭐하는거야?” 그 때, 여섯 번째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적색으로 장식된 옷을 입고 있던 네 명이 화들짝 놀라며 돌아서고, 녹색으로 장식된 옷을 입은 소년은 눈물자국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을 생각도 않은채 미친 듯이 창문에서부터 멀어져가며, 지나치게 힘을 준 나머지 바닥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아,” 네 명의 소년들 가운데 가장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준수한 이가, 목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보고 안심했다는 듯이 한숨을 토했다, “너구나. 이봐, ‘레시’, 이거 반가운 사람이 찾아왔는데. 누군지 알아?”
여전히 훌쩍거리며 바닥에 엎어져있는 아이에게서부터 대답이 오질 않자, 적색 옷을 입은 한 소년이 괘씸하다는 듯 그를 걷어차기 위해 발을 높이 들었다─
“멈추라고!” 그러나 여섯 번째 소년의 다급한 외침이 그를 제지했다.
막 발을 내려찍으려던 적색 옷의 소년이 순간 중심을 잃고 주춤거렸다. “어, 어?” 그가 어리벙벙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너, 이게 누군지는 알고 말하는 거야?”
여섯 번째 소년의 호흡은 기이할정도로 거칠었다. “레사스 레스트랭,” 간헐적으로 숨을 헐떡이며, 그가 말했다, “그리고 내 부모님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사건 당시, 걔는 고작해야 다섯 살에 불과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