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이야기 <어둠>
여기까지 오면 말야, 나라도 각오한다고......그래서, 도망칠 길은 어디입니까?
<단케>
겨우 여기까지 도착했다...앞으로 조금, 앞으로 조금으로 내 소원이......
<정체불명>
영의 사역마 ~성십자의 기사~ <어둠>
*****
「신랑, 자작 쟌·잭·프란시스·드·왈드. 그대는 시조 브리밀의 이름에 걸고, 이 자를 존경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아내로 할 것을 맹세합니까」
다음날.
교회에서는 루이즈와 왈드의 결혼식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비상시이다.
출석해 있는 인물은 웨일즈와 호위 기사 몆 명 뿐.
다른 사람은 싸움의 준비에 바쁜 것이었다.
출석자를 대신하듯이, 통로를 사이에 두듯이 은의 광택을 발하는 갑주가 장식되어 있다.
루이즈는 멍한 머리인 채, 단지 그곳에 서 있을 뿐이었다.
머리에는 마법의 힘으로 영구하게 지지 않는 꽂이 장식된 관, 걸친 망토는 평소의 검은 것이 아니라 신부밖에 입을 수 없는 순백의 망토를 걸치고 있다.
「맹세합니다」
지팡이를 잡은 왼 손을 가슴 앞에 두고, 그렇게 선서하는 왈드.
거기에 웨일즈는 빙긋 웃고, 다음으로 루이즈에게 시선을 돌렸다.
「신부, 라·발리에르 공작 삼녀. 루이즈·프랑소와즈·르·블랑·드·라·발리에르......」
낭랑하게 웨일즈가 맹세를 위한 조서를 읽어내린다.
그걸 어딘지 먼 사건처럼 느끼면서, 루이즈는 사고의 소용돌이 안을 방황하고 있었다.
확실히 왈드는 싫지 않다.
어릴 적 부터의 동경이었고, 그 마음은 지금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아하는지 물어지면 그렇다고 곧장 수긍할 수 없었다.
이러는 지금도, 그녀의 가슴은 욱신욱신 아픔을 발하고 있다.
이 아픔은 어젯밤, 사역마 청년에게「엄청 싫어」라고 말했을 때부터 줄곧 계속되었다.
어째서 자신의 마음은 이렇게나 가라앉아 있는 걸까?
루이즈는 자신의 마음에 물었다.
라·로실의 숙소에서, 왈드에게 프러포즈를 받았을 때 단케는 반대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걸 지지하는 듯한 말을 걸어 온 것이다.
그 때의 자신은 감정에 흘러가는 대로 프러포즈를 받는다고 말해 버렸지만, 사실은 어땠을까?
사실은 단케가 결혼을 반대해 줬으면 했던게 아닌가?
그러니까 자신에게 손떼는 편이 좋다고 하는 청년에게 루이즈는 분노를 드러낸 것이다.
슬펐다, 안타까웠다, 마음이 아팠다.
이 마음은 지금 현재, 소녀의 가슴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어젯밤도 그렇다.
아무리 여러가지 일이 한번에 일어나 마음이 가라앉아 있다고는 해도, 호의를 품고 있지 않은 상대에게 안겨드는 것이 있을까.
그 장소에서 만난 것이 단케가 아니라 왈드였던 경우, 자신은 과연 같은 행도을 취하고 있었을까.
대답은 부정. 그것은 있을 수 없다고 루이즈는 신기하게도 단언할 수 있었다.
그야...이 마음의 고동소리는, 이곳에 없는 사람을 생각할 때 밖에 느껴지지 않으니까.
「(아아, 그런가...나는 단케가......)」
아슬아슬하게 몰려서 겨우, 루이즈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눈치챘다.
아니, 사실은 줄곧 전부터 깨닫고 있던 것이다.
단지, 보고 보지 못한 척을 했을 뿐.
생각하면 상당히 멀리 돌아갔던 느낌이 든다.
신분의 차이라던가 저쪽의 감정이라던가, 그런 걸 이 때는 내버려두고 루이즈는 결단했다.
팟, 하고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다.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단케는 주인의 말을 무엇보다도 존중하는 청년이다.
루이즈의 명령을 진실로 받아들여, 정말로 왕당파에 가세해 귀족파와 싸워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다. 절망적인 싸움이라고 알고 있으면서, 심장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검을 계속 휘두를것임에 틀림없다.
「신부?」
사고의 소용돌이에서 귀환했을 때, 웨일즈가 루이즈를 의아한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지나도 신부가 맹세의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식이 정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루이즈에게 있어서 두번 다시 없을 호기였다.
루이즈는 천천히--------하지만 분명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부?」
「루이즈?」
둘이 의아한 얼굴로 루이즈를 들여다본다.
루이즈는 왈드의 얼굴을 바라보고 한순간 외로운 듯한 표정을 띄우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젓고 확실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해, 왈드. 나, 당신과는 결혼할 수 없어」
「신부는 이 결혼을 바라지 않는건가?」
갑작스런 전개에 눈을 둥글게 뜨며 웨일즈가 묻는다.
거기에 확실히 동의하고, 루이즈는 말을 했다.
「그 말대로입니다. 두분께는 굉장한 실례를 범하게 됩니다만, 저는 이 결혼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 눈동자에는 확실한 결의의 빛이 있었다.
누구도 침범키 어려운, 강한 의사의 빛이.
「......그런가. 자작, 안타깝지만 신부가 바라지 않는 이상, 이 이상 식을 계속할 수는 없겠군」
아쉬운 듯이 말하는 웨일즈를 바라보지도 않고, 왈드가 루이즈의 팔을 잡았다.
필요 이상으로 강한 힘이 담겨진 그 행동에 루이즈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긴장하는 거야. 그렇겠지, 루이즈. 네가 나와의 결혼을 거절할 리가 없어」
「미안해요. 당신을 동경하고 있던 것은 확실히 사실입니다. 혹시 사랑이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순간, 가면이 벗겨져 떨어지듯이 왈드의 표정이 일변했다.
상냥한 얼굴은 무너져, 차가운------------파충류를 생각나게 하는 그것으로 변모한다.
빠직, 하고 루이즈의 기억 안의 동경의 청년상에 균열이 생긴다.
「세계야 루이즈. 나는 세계를 손에 넣는다! 그걸 위해 네가 필요해!」
표변한 왈드에게 루이즈는 겁먹은 듯이 몸을 떨었다.
잡힌 팔을 떨쳐내려 하지만, 상당히 강한 힘으로 잡아져 있겠지. 루이즈가 아무리 몸을 흔들어도 전혀 풀어질 기색이 없다.
「루이즈! 너의 재능이 나에게는 필요해! 너는 자신의 재능을 눈치채지 못한거야! 나라면 그걸 끌어내 보여!! 자아, 나와 함께 가는거다 루이즈!」
「왈드, 당신......」
루이즈는 깨달았다.
왈드의 광기에 지배된 눈은 확실히 자신을 보고 있다.
하지만, 그가 보고 있는것은 루이즈 자신이 아니다.
그녀 안에 잠자는 있지도 않는 힘을, 환상을 고집하고 있을 뿐이라고.
「심하네, 왈드. 당신이 사랑하는건 나 따위가 아냐. 내 안에 있다고 하는, 있지도 않는 재능을 당신은 원할 뿐. 이런 모욕은 둘도 없어!」
루이즈가 왈드의 팔을 떨쳐내려고 날뛴다.
말리려 한 웨일즈가 왈드에게 밀어졌다.
분노로 얼굴을 붉힌 왕자가 지팡이를 뽑아, 무례한 자에게 들이댄다.
「자작, 그 손을 당장 라·발리에르 양에게서 떼게나! 그렇지 않다면, 내 바람의 칼날이 그대를 조각낸다!」
거기서 간신히 왈드가 루이즈에게서 손을 떼었다.
씨익 미소를 띄운다.
하지만, 그 미소는 거짓말과 광기에 칠해져 굳어져 있다.
「그런가. 여기까지 말해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이 여행 가운데에서 너의 마음을 잡기 위해 고민했지만...역시 그 젠장맞을 사역마를 어떻게든 해야 했어. ...어쩔 수 없지. 목적의 하나는 포기하지」
「목적?」
「그래. 여행의 목적은 세 개 있다. 하나는 루이즈, 너를 손에 넣는 것. 하지만 이건 실패했다. 또 하나는 루이즈, 너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앙리에타의 편지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불길한 미소를 지은 왈드가 순식간에 영창을 완성시킨다.
그 움직임은 그야말로 섬광처럼 빠르고, 일절의 저항을 용서치 않고 웨일즈의 가슴을 창백히 빛나는 지팡이로 뚫어보였다.
「네, 네놈......레콘키스타......」
입에서 피를 토한 웨일즈가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루이즈는 공포에 전율하며, 왈드를---------배신자를 노려보았다.
「왈드, 당신! 알비온의 귀족파였구나!」
「물론. 나는 국경없는 귀족 연맹, 레콘키스타의 일원이지. 하지만 유감이군, 루이즈. 내 손으로 너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니」
냉소를 띄우며 느긋한 발걸음으로 왈드가 다가온다.
사태의 지나친 급변에 멍하니 있던 기사들이 배반한 자작에 지팡이를 쥐고 다가오지만, 바람의 칼날에 의해 차례차례 절명해갔다.
「......!」
루이즈가 당황해서 지팡이를 꺼내지만, 돌풍에 의해 어이없게 날려져 버렸다.
도망치려 하지만, 바람으로 발이 묶여 그곳에서 넘어진다.
「............!」
「아니, 실로 유감이야 루이즈. 너와 함께라면 세계를 잡을 수 있다는데」
무작정 도망치는 루이즈를 질질 쫒아가는 왈드.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지면서도, 루이즈는 의연하게 대답했다.
「그, 그런 건 죽어도 사양이야! 나라도, 나라도 상대를 고를 권리가 있으니까!」
「흥, 잘 우는 작은 새군」
왈드는 지팡이를 한 번 휘두른다.
윈드 브레이크. 바람의 마법이 루이즈의 몸을 종잇조각처럼 날려버렸다.
교회의 벽에 내던져져 루이즈가 짧은 비명을 흘린다.
추적하는 것을 즐기듯이 다가오는 왈드를 아픔과 공포로 일그러진 시계에 비춰, 루이즈는 이곳에서 죽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죽는다고 알고 있었다면, 그 때 단케에게 그런 심한 말을 퍼붓지 않았을텐데.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렀다.
「무섭구나, 루이즈. 괜찮아, 한순간에 끝내 줄 테니까」
「......아냐」
왈드의 조소에 루이즈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배반자 메이지의 얼굴에서 냉소가 사라져, 무표정하게 된다.
그걸 보고 같은 무표정이라도 자신의 사역마가 수천배는 낫다고 루이즈는 생각했다.
그는 확실히 외견은 무표정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긍지높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뭐가 아니니, 나의 루이즈」
「죽는 건 무섭지 않아. 나는 단지...단지......」
그래, 자신은 단지......
「그 녀석에게-------그 녀석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게 참을 수 없이 외로운 것 뿐이야!!」
루이즈는 단언했다.
예상을 웃도는 소녀의 말에, 무심코 왈드의 걸음이 멈춘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두번 다시 단케를 만날 수 없다니 그런 건 싫어, 절대로 싫어!!
그러니까 루이즈는 소리쳤다.
그 말이----------마음이 닿는다고 믿고.
언제라도 그렇게, 그녀의 사역마는-----------소녀가 정말 좋아하는 사역마는-------------.
「단케---------------!! 도와줘!!!」
--------------자신을 버리는 일 따윈 없으니까.
----------그리고.
「......알겠다, 주」
그 마음이 닿지 않았던 일 따위, 단 한번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