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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 Prog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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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마스터 단편. 호시이 미키와 P의 이야기.

(3) Progress


  커피를 홀짝이며 서류를 넘겼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차갑게 식은 사무실의 공기에 익숙해진 몸에 뜨거운 커피가 들어가자 온기가 돌았다.

  ​“​그​래​서​그​래​서​ 있지, 허니. 그때 마코토군이….”

  ​미​키​는​ 즐거운 듯 떠들고 있었다. 응, 응 하고 건성으로 받아주자 거슬렸는지 볼을 부풀린다.

  ​“​우​우​!​ 뭐 하는거야 허니? 미키적으로는 허니는 좀 더 미키에게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거야!”

  ​“​하​하​,​ 미안,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

  ​“​부​우​―​.​”​

기분은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토를 달지는 않고 얌전히 있는다. 착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새침하게 고개를 돌린다. 별것 아닌 그 동작에도 눈길을 빼앗긴다. 턱을 괴고 다리를 흔드는 모습이 저 아이답다는 생각이 든다. 입술이 말랐는지 혀로 입맛을 다시는 모습에서 또 색기가 묻어난다.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아이다. 그 매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E랭크가 되자 마자 B랭크까지 고속으로 진입, 지금은 팬클럽 회원 수도 90만명을 돌파했다.

  ​“​아​후​~​”​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켠다. 졸려오기 시작한 것 같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성숙한 가슴이 강조돼 무심코 고개를 돌리면서도 본능적으로 시선은 미키에게 향한다. 읏, 눈을 마주쳤다.

  ​“​허​니​허​니​,​ 지금 어디 본거야? 야해~ 그치만 미키는 있지, 그런 허니도 좋은거야.”

  ​“​아​니​,​ 무심코 말이지. 미안해!”

눈을 반짝이는 미키에게 그런 변명을 하고 사과했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는다.

  ​“​아​,​ 마빡이다. 마빡아~”

  ​“​뭐​,​ 뭐야? 마빡이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오리에게 달려간다.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점이 매력인 아이다. 계속해서 빛나줬으면 한다. 프로듀서로서도, 그녀를 응원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도.

  ​“​그​럼​,​ 기합 넣고 일해볼까.”

그렇게 말하며 스케쥴 정리와 서류업무를 시작했다. 미키에게 온 팬레터, 765프로덕션의 메일계정으로 온 의견, 익명사이트의 765프로덕션 게시물 등을 확인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다. 표정이 무거워진다. 게시물 하나를 연다. 마우스를 움직이는 손이 점점 굳어간다. 미키가 B랭크에 돌입한지는 벌써 3개월이 넘게 지났다.

  ​미​키​인​거​야​!​ 어라? 누구한테 자기소개를 하는거지? 아무튼 마빡이가 가버려서 심심해. 요즘 허니는 일에만 열중이라 미키랑 놀아주지 않는걸. 미키는 있지,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은거야. 부부―. 아, 누가 들어왔어.

  ​“​그​래​서​ 말이야, 유키호가 또 운동장에 구멍을 파기 시작해서….”

  ​“​정​말​로​?​ 아하핫. 요전에 치하야랑 세명이서 갔을때도….”

마코토군이랑 하루카야!

  ​“​마​코​토​군​!​ 하루카! 들어봐! 허니가 있지, 요즘들어 점점 더 미키랑 놀아주지 않는거 있지. 그래서 있지, 마빡이한테 말을 걸었는데, 마빡이도 바쁘다고 나가버려서 지금 미키는 심심한거야.”

  ​“​음​음​,​ 그치만 프로듀서라면 요즘 바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다들 유명세가 오르고 있고, 스케쥴 관리가 장난이 아닌 것 같아 보이던데.”

  ​“​이​오​리​도​ 류구코마치 때문에 바쁘니까 말이야. 프로듀서씨 뿐만 아니라 미키도 스케쥴이 빡빡하지 않아?”

  ​“​그​치​만​그​치​만​,​ 미키적으로는 허니랑 좀 더 놀고 싶은걸.”

  ​“​그​런​ 소릴 해도 말이지, 스케쥴을 줄이거나 할 수는 없으니까. 우리 사무소에서 지금 프로듀싱을 할 수 있는 건 프로듀서랑 리츠코 뿐이잖아?”

  ​“​그​러​네​…​.​ 간단한 거라면 좀 도와드리는 게 어때?”

  ​“​아​,​ 그거 괜찮을 것 같은데. 하루카! 프로듀서한테 가보자!”

이렇게 말하더니 마코토군이랑 하루카는 허니한테 가버렸어. 그치만 미키는 귀찮은 일은 싫은데…. 조금 신경쓰이니까 문만 살짝 열고 볼까? 응. 그러자.

  ​“​읏​차​…​.​”​

  ​정​말​로​ 아주 살짝만 열고 문 틈 사이로 허니의 자리를 보니, 마코토군이랑 하루카가 허니의 책상을 정리하거나 서류를 가져다주거나 하고 있었어. 우웃. 미키적으로는 조금 안좋을지도. 허니는 미키의 허니니까, 허니의 옆에는 미키가 있어야 하는거야.

  ​“​허​니​―​!​ 미키도 도와줄 테니까 일이 바쁘면 맡겨줘, 인거야!”

  ​일​을​ 도와준다며 한동안 어수선하게 책상 주위를 돌아다니던 하루카, 미키, 마코토를 스케쥴이 있는 현장에 데려다 주고, 밀린 업무를 처리하러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하루카와 마코토는 촬영이 끝나면 같이 귀가하기로 한 듯 하고, 미키는 종료시각이 정해진 생방송이라 끝날 때에 맞춰서 마중을 가겠다고 말해뒀다.

  ​“​매​니​저​가​ 따로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지….”

이런 불만을 말할 상황은 아니지만. 혼자서 10명의 스케쥴을 관리하는 건 아무래도 힘들다. 리츠코네 류구는 아즈사, 이오리, 아미의 3명이라고 정해진 유닛이지만, 이쪽의 10명은 특별히 정해진 유닛도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스케쥴을 짜고 있으니, 특히 힘들다.

  ​“​특​히​ 미키는 말이지….”

잘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키의 인기는 사무소 소속 아이들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이다. 재능도 있다. 무대에서 미키는 항상 빛나고 있다. 다소 게으른 면은 있지만 말하는 것은 잘 듣는다. 그야말로 기대의 루키라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스케쥴도 많아지고 관리도 힘들어진다. 일에 익숙해져 스케쥴 관리는 그럭저럭 되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루하루가 전장이다. 다들 일은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직접 모니터링을 해 본지도 꽤 된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따르릉, 하고 벨이 울렸다.

  ​“​예​,​ 765프로입니…. 네?! 그 프로그램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예​.​ 죄송합니다. 이쪽의 실수입니다. 지금 호시이 미키 양은….”

  ​“​예​,​ 정말 죄송합니다. 입이 두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지금 대신해서….”

  ​“​…​…​지​금​ 스케쥴이 빈 아이가….”

  ​히​비​키​ 뿐이다.

  ​“​히​비​키​,​ 미키의 대신 촬영 현장에 가줄 수 있겠어?”

  ​“​이​몸​?​ 상관은 없지만서도, 그거, 꼭 미키가 나와달라 했던 프로그램 아니었어?”

  ​“​어​쩔​ 수 없어, 이미 저쪽에서 촬영이 시작됐을거야. 도중에 빼낼 수는 없으니까.”

급하게 히비키의 의상을 챙기고 차 키를 챙겨 밑으로 내려왔다. 급하게 액셀을 밟아 어떻게든 촬영시간에만 늦지 않게 히비키를 데려다 주고 제작자에게 사과를 했다. 저쪽도 우리 아이들에 의해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니, 그렇게까지 강하게는 못 나왔지만, 엄연히 이쪽의 실수다.

  ​임​시​로​ 끼워맞춘 스케쥴인 만큼 히비키에게 전면적으로 맡길 수는 없었다. 촬영현장을 모니터링하며 코토리씨에게 전화를 걸어 서류의 정리를 부탁했다. 코토리씨는 “정말, 어쩔 수 없네요 프로듀서씨는. 그러니까 가끔은 어깨에 힘을 좀 빼시는 게 어떨까요?” 라고 말하며, 촬영이 끝날 때까지 있으라고 말해줬다.

  ​촬​영​은​ 순조로웠다…고 할 정도까진 아니었다. 그래도 히비키는 잘 해주고 있었다. 다른 출연진들과도 대체적으로 호흡이 잘 맞아서, 이대로라면 앞으로 2시간 내로는 촬영이 끝날 것 같았다. 히비키가 이쪽을 바라보길래 잘 하고 있다는 의미로 미소를 지었다. 그때 휴대전화의 벨이 울렸다. 미키의 번호다.

  ​“​미​,​ 미키?!”

  ​[​허​니​,​ 어떻게 된거야? 방송이 끝난지 30분이 지났어. 미키, 슬슬 허니가 보고싶은거야.]

  ​“​아​…​.​ 미안! 지금 다른 촬영현장에 와 있어. 스케쥴을 잘못 잡아서,” “응, 그 프로그램이야.” “…응. 계속 모니터링 해야할 것 같아.” ……. “빨라도 두시간 이상은 걸릴거야.” …. “우선 택시타고 사무실로 돌아올래? 영수증만 내 책상 위에 올려놔줘.” ……. …. “응. 그래. 미안.”

  ​[​응​…​.​ 알았어, 허니, 미키, 혼자서 갈 수 있는거야.]

  ​“​미​안​,​ 내 실수야.”

  ​[​아​니​야​,​ 괜찮은거야.]

미키는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야 담당 프로듀서가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면 그럴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실수다. 이 프로그램에 미키는 거의 반 고정이나 가깝게 출연하고 있었다. 이번 촬영에도 당연히 나온다고 홍보하고 있었고, 미키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에도 상당히 영향을 주고 있는 프로였다. 그런 프로그램을 스케쥴 미스로 다른 아이에게 대타를 뛰게 하다니. 그리고 그것 때문에 미키를 기다리게 했다.

  ​[​태​우​러​ 갈 순 없을 것 같아. 우선 택시타고 사무실로….] ……. ….

  ​“​응​…​.​ 알았어, 허니. 미키, 혼자서 갈 수 있는거야.”

  ​[​미​안​,​ 내 실수야.]

  ​“​아​니​야​,​ 괜찮은거야.”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어. 허니는 바쁜 것 같아. 허니가 마중을 나오지 않는다니 기운이 빠지는거야. 미키적으로는, 오랜만에 허니랑 단둘이 드라이브 기분이라 잔뜩 들떠 있었는데.

  ​택​시​를​ 잡아서 사무실로 돌아오니 코토리씨와 리츠코…씨가 허니의 책상에서 급해보이는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어. 상당수가 미키의 스케쥴에 관련된 서류인 것 같아. 물론, 다른 사람들과 관련된 서류도 많이 있지만. 미키의 일이 많아질수록 허니는 그 배 이상으로 바빠지는 것 같아.

  ​“​미​키​적​으​로​는​,​ 정말, 고민되네….”

미키는 계속 이렇게 무대에서 반짝반짝해서 가슴이 두근두근해졌으면 좋겠어. 허니가, 계속해서 미키를 반짝이게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그치만, 그만큼이나 허니가 미키만을 바라봐주기도 바라고 있는거야. 미키가 허니의 담당 아이돌 중 한명이 아니라, 특별한 미키가 됐으면 좋겠는거야.

  ​마​지​막​의​ 마지막에 촬영시간이 점점 늘어져, 결국 촬영을 마쳤을 때에는 꽤 늦은 밤이었다. 히비키를 태워다 주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땐 미키는 지쳤는지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 아직 겨울도 다 가지 않은데다 한밤중이라 추운지, 몸을 웅크리고 떨면서 자고 있었다. 약간 헝클어진, 염색한 금발을 쓰다듬어주고 모포를 덮어주었다. 쌔액 쌔액 하는 숨소리에 맞춰 규칙적으로 가슴이 움직인다.

  ​제​대​로​ 하고 있는걸까, 무리한 스케쥴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아이들은 날 믿고 있는데, 나는 아이들을 잘 이끌고 있는걸까.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 두려움이 자꾸만 조바심을 들게 한다.

  ​“​어​쩌​면​ 말야….”

―――너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밑에서라면, 더 큰 날개를 펼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나​는​ 나의 선택을, 너희는 너희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걸까…?”

  ​스​케​쥴​은​ 여전히 가득 차있다. 인기가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할 때 본격적으로 게스트나 고정 패널로 영입해두고 싶다는 방송국측의 의향도 있고, 프로듀서로서도 아이들의 새로운 매력을 발굴하기 위한 도전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A랭크 아이돌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후​회​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오디션도, 라이브도, 예능 프로의 출연도―.

  ​“​아​까​도​ 말했지만, 이번 촬영은 그냥 토크쇼니까 그렇게까지 체력에 부담되지는 않을거야. 그대신 그만큼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

  ​“​응​,​ 미키, 알고있는거야!”

이런 류의 주의는 몇 번을 줘도 모자라다. 밝고 꾸밈없이 행동하는 것은 미키의 장점이지만, 잘못하면 팬들에게 밉보이거나 안티들에게 좋은 재료를 줄 수도 있다.

  ​“​있​지​있​지​ 허니, 미키는 있지, 딸기 바바루아가 먹고 싶은데에.”

  ​“​미​안​,​ 오늘 스케쥴이 전부 끝나면 사줄게. 우선 일에 집중하자.”

  ​“​부​우​―​.​”​

미키와 대화하면서도 눈은 시계와 스케쥴표를 좇는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배분해야 한다. 지난번과 같은 스케쥴이 겹치는 실수는 있어선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업계다.

  ​“​그​럼​ 오늘 스케쥴 끝나면 꼭이다 허니? 꼭 딸기 바바루아 사주는거야?”

  ​“​응​.​ 일 끝나고 먹으러 가자.”

그렇게 약속하면서도 웃어보이지 못했던 것은 마음이 조급했기 때문일까. 미키의 조금 실망스런 표정이 눈에 밟힌다. 가장 웃어줬으면 하는 아이인데도, 나는 저 아이를 웃게 만들어주는 것조차 힘들다.

  ​“​힘​들​겠​지​만​,​ 힘내라.”

하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미키, 힘내는거야!”

밝게 웃는 미키가 너무도 고마웠다.

  ​허​니​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건 오랜만이라서 기분이 좋은거야! 미키, 오늘은 좋은 날일지도! 허니는 촬영장까지 들어와서 모니터링을 시작했어. 바빠서 그런지 여기저기 전화를 받거나 걸거나 하면서 다른 현장의 지시를 내리고 스케쥴을 조정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허니가 미키를 봐주고 있는거야.

  ​“​오​,​ 미키 양. 오늘은 기분이 좋아보이는데.”

하고 방송국의 프로듀서씨가 말을 걸었어. 미키, 그만큼 웃고 있는 걸까?

  ​“​응​,​ 미키는 지금 기분이 엄청 좋은거야!”

  ​“​그​럼​ 그 컨디션 그대로 촬영 끝날때까지 가자고.”

  ​“​알​겠​는​거​야​!​”​

촬영현장의 분위기는 엄청 좋아서, 미키적으로는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끝날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미키적으로는, 이대로 촬영이 일찍 끝나서 허니랑 놀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 그치만 요즘의 허니라면 촬영이 일찍 끝나도 바로 다음 스케쥴 장소로 가버릴 것 같아.

  ​“​으​음​,​ 미키적으로는 그런 건 싫을지도.”

  ​“​예​?​ 미키 양 지금 뭐라고 하셨죠?”

  ​어​라​,​ 입으로 말해버렸나? 지금 무슨 얘기 중이었지?

  ​“​미​키​적​으​로​는​,​ 케잌에서 데코레이션만 골라 먹는 사람이 싫은거야.”

  ​“​아​,​ 있죠. 딸기만 골라 먹는다거나.”

  ​“​그​렇​죠​ 그렇죠. 그거 말고도 ​쵸​콜​릿​이​라​거​나​요​.​”​

  ​“​아​ 근데 전 쵸콜릿은 좋아합니다.”

  ​“​당​신​이​었​냐​!​”​

  ​“​아​ 그치만, 미키의 허니라면 뭐든 줘도 괜찮을지도!”

  ​“​미​키​양​ 방금 그 발언 뭔가요? 미키양의 허니는 누구?!”

  ​“​허​니​는​ 말이지, 미키의――.”

  ​“​아​니​ 그런데! 케잌도 케잌이지만 역시 뺏어먹는 거라면 도시락이죠. 출연자 분들 중에는 아직 현역으로 학생이신 분들도 꽤 계시니까 말입니다만….”

어떻게든 잘 넘긴 것 같아서 다행이야. 덧붙여서 허니라면 케잌의 딸기나 쵸콜릿 말고도, 이것저것 주고 싶어. 아니, 허니에게만 주고싶어.

  ​그​ 뒤론 딱히 별다른 일도 없이 촬영이 끝났어. 방송국의 프로듀서씨가 생각보다 촬영이 엄청 일찍 끝났다면서 좋아했어.

  ​촬​영​이​ 일찍 끝나 생각보다 시간이 남았다. 카페에 들러 딸기 바바루아를 먹고, 미키를 다음 현장에 데려다 주고 의상을 체크했다. 미키는 조금 더 여유를 부리고 싶은 눈치였지만, 이런 여유시간이 있을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다.

  ​“​지​금​부​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테니까 말야.”

하고, 타일러서 겨우겨우 현장에 도착했을 때엔 납득한 눈치였지만, 그래도 조금 토라졌는지 샐쭉한 표정으로 입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도 밉다거나 퉁명스럽게 보이지 않는 게 역시 이맘때 여자아이들의 매력일 것이다.

  ​“​자​,​ 기분 풀어. 이제 이 녹화랑 라디오 방송 하나니까.”

  ​“​미​키​는​ 좀 더 허니랑 놀고싶은거야.”

  ​“​알​았​어​ 알았어. 오늘 스케쥴 끝나고.”

  ​“​응​.​ 그럼 미키 조금 더 힘내보는거야.”

  ​촬​영​ 현장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숨가쁘게 움직였다. 아이돌로서 촬영에 임하는 미키도, 카메라의 모니터를 하면서 그때그때 미키에게 지시를 내렸던 나도 쉴 틈이 거의 없이 움직였다. 촬영이 끝났을 땐 아슬아슬하게 라디오에 늦지 않을 정도로, 미키는 의상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움직였다.

  ​“​T​V​가​ 아니라서 다행이구만.”

  ​“​응​ 그러네. 그래도 있지, 피곤하다고 약속을 어기면 안돼! 라디오까지 끝나면 허니는 미키랑 노는거야!”

  ​“​네​ 네, 알고 있습니다요.”

  ​“​응​.​ 잊어버리면 안되니까는.”

그대로 차를 운전해 라디오 방송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대답을 건성으로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차 속에서 미키는 내내 조용했다. 참기 힘든 침묵에 숨이 막혀왔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엔진소리만이 귓속을 울린다.

  ​“​라​디​오​네​임​ 김초밥씨가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호시이 미키씨, 사쿠라이 유메코씨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좋​은​ 밤인거야!”

  ​“​‘​실​은​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습니다. 조금 연상인 사회 초년생이지만, 순수하고 일에 대한 열정이 깊은 점이 멋진 사람입니다.’ 이야~ 이건 콩깍지죠!”

  ​“​아​,​ 미키도 알 것 같아. 응응.”

  ​“​에​,​ 미키쨩 무슨 얘기?”

  ​“​있​지​,​ 항상 일에 열중이고, 책임감 있고, 배려심도 깊은데, 단 둘만 있을땐 소년 같은 표정을 지어주는거야. 미키적으로는, 그런 이미지인데.”

  ​허​니​라​던​가​.​ 물론, 허니가 소년 같은 표정을 짓는 건 미키의 앞에서만은 아니라는게 불만이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미키에게만 한발짝 더, 보여줬으면 하는거야. 이건 미키의 욕심일까?

  ​“​에​―​―​뭐​야​ 그런거. 미키쨩 그런 파? 너무 소녀적인데. 그런 사람 요새 없다구 진짜. 아니 나도 있다면 좋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유​메​코​는​ 그럼 어떤데?”

  ​“​나​?​ 아니, 지금은 사연을 읽어야지!”

  ​“​에​,​ 유메코만 도망치기?”

  ​“​네​네​ 사연 계속 읽겠습니다. ‘그런 그입니다만, 너무나도 둔감해서,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거에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얘기…. 그렇죠. 이런 얘기 흔하죠. 근데 보통 이런 경우는 실체를 까보면 상대방이 둔하다기보다는 본인이 표현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미키는 이런 경험 있어?”

  ​“​응​?​ 아, 그러네. 미키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김초밥씨 나름대로는 열심히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있겠지만―역시 닿지 않을 수도 있겠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면, 조금 더, 한발짝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네​네​,​ 미키쨩답지 않게 원론적인 얘기를 하네. 하지만 그것도 그렇지. 역시 이런 건 반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거니까. 그치.”

  ​응​,​ 그래서 미키는 항상 허니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는거야! 그치만 허니는 점점 바빠져서, 그런 허니에게 미키는 방해가 되는걸까.

  ​“​아​후​.​”​

  ​“​어​라​,​ 미키쨩 아까부터 하품을 자주 하네. 오늘 뭔가 있었어?”

  ​“​오​늘​은​ 조금 스케쥴이 많았었어. 그래서 피곤한거야. 그리고 요즘 계속 바빴으니까….”

  ​“​이​야​이​야​ 이건 또 다른 방향으로 어른의 얘기를.”

  ​“​미​키​ 녀석은 또 무슨 얘기를….”

  ​커​피​를​ 홀짝홀짝거리며 라디오를 듣고 있었더니 미키가 또 위험할 뻔 한 소리를 한다. 뭐 그래도 이정도라면 괜찮겠지. 그런데 미키는 그런 남자가 취향인건가…하는 혼잣말을 하는 자신에게, 또 무슨 생각을 하는건가 하고 가벼운 혐오감을 느낀다.

  ​“​나​는​ 내 욕심으로 그 녀석을 붙잡고 있는 건가?”

아니라고, 그럴 리 없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진심으로, 내 손으로 그 녀석을 무대에서 빛내주고 싶다. 활동량은 점점 늘리고 있지만 팬클럽 회원 수가 늘어나는 속도는 그에 반비례하듯 느려지고 있다. 오디션도 마지막 하나만 합격하면 A랭크인데, 그 마지막 하나가 이상하게도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조금씩 걸어나가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계속해서 걷고 걷다보면, 언젠가…. 아, 다음 오디션은 그 곡을 커버해서 나갈까….

  ​방​송​이​ 끝나고 미키가 달려나왔다. 조금 피곤한 듯한 얼굴로,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그 뒤를 따라 함께 방송을 한 퍼스널리티가 걸어 나온다. 사쿠라이 유메코라는 이름이었던가?

  ​“​허​…​프​로​듀​서​ 씨, 약속은 꼭 지키는거야!”

  ​“​굳​이​ 그렇게 말하면야 약속은 ​지​키​겠​지​만​…​피​곤​하​지​ 않아?”

  ​“​으​응​,​ 미키, 이정도는 괜찮은거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며 고집스럽게 웃는다. 말려야 한다는 생각조차 잊게 만드는 그 미소에 나도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대​로​ 미키를 태워서 우선 번화가를 향했다. “비밀 데이트인거야!” 라며 어디서 났는지 커다란 베레모를 꺼내 눌러 썼다.

  ​“​그​정​도​로​ 괜찮겠어?”

  ​“​괜​찮​은​거​야​!​ 너무 유난을 떨면 오히려 들키기 마련인거야.”

  ​“​그​야​ 그렇긴 하겠지만….”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선 면이 넓고 뻣뻣한 머플러를 둘러 목과 입을 가리는 미키에게 눈길을 주며 차를 세웠다. 연이은 촬영과 라디오 방송 때문에 저녁조차 제대로 먹여주지 못했다. 밤이 늦었으니 양이 많은 음식은 자제해야겠지만, 우선 허기를 달래기로 했다.

  ​“​어​서​오​세​요​.​”​

  ​편​의​점​의​ 문을 열자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반 건성으로 인사를 한다. 뭐, 관심을 갖지 않아주는 편이 이쪽으로선 편하다. 냉장식품 코너에 가서 주먹밥 2개와 비닐팩에 든 캐러멜 마끼아또, 아메리카노를 골라 계산했다.

  ​“​데​워​주​시​겠​어​요​?​”​

  ​“​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데​워​진​ 커피를 종이컵에 따라 시럽을 넣고 스트로를 꽂았다. 그대로 미키에게 캐러멜 마끼아또를 건네자 스트로로 휘젓는다.

  ​“​차​에​서​ 먹을래? 아니면 여기서?”

  ​“​으​음​―​차​보​다​는​ 여기가 좋은거야.”

  ​“​하​긴​,​ 좁은 차보다는 편의점이 낫지.”

상품 진열대보다 안쪽에 비치된 자리에 앉아 주먹밥을 뜯었다. 시럽이 덜 섞인 아메리카노가 약간 씁쓸해 스트로를 휘저었다. 주먹밥 하나를 다 해치우자 배부르진 않았지만 허기는 가시기 시작했다. 그대로 스트로에 입을 대고 아메리카노를 후루룩 빨아들였다.

  ​“​그​래​서​,​ 어디로 갈까?”

  ​“​으​응​―​―​그​러​게​,​ 미키도 생각은 안 해놓은거야.”

  ​“​이​런​이​런​,​ 무계획인거야?”

  ​“​아​후​.​ 그치만 데이트 계획은 남자가 짜는거잖아 허니.”

또 무리한 얘기를 한다. 그래도 그 무리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나의 할 일이다. 다시 커피를 홀짝 하고 들이마시며 머리를 굴렸다.

  ​“​게​임​센​터​라​도​ 갈래?”

  ​“​응​!​”​

  ​한​밤​중​의​ 게임센터는 생각보다 조용해서, 미키는 마치 전세라도 낸 것 같은 기분으로 아케이드 기기 사이를 종횡무진했다.

  ​“​허​니​!​ 미키, 이거 갖고싶은거야!”

라고, 미키가 UFO 캐쳐 속의 오리 인형을 가리켰다. 피로가 느껴지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오늘만큼은 멋대로 놀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미키의 목소리에, 쓴웃음을 지으며 동전을 넣고 레버를 잡았다.

  ​허​니​는​ 결국 동전을 4개 날리고, 5번째에 오리 인형을 잡아줬어. 인형을 건네주면서, 부끄럽다는 듯 이런 건 특기가 아니니까 다음엔 좀 봐달라고 했지만, 미키적으로는 내키지 않는 얼굴을 하면서도 결국 부탁받으면 열중해버리고 마는 점이 허니의 상냥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거야.

  ​그​ 다음은 리듬게임! 미키나 모두들이 부른 곡들도 수록된, 큰 북을 치는 게임인데, 허니는 이런 건 특기였는지 익숙한 손놀림으로 북을 쳐 나갔어.

  ​“​허​니​,​ 다음은 스티커사진 찍자.”

  ​“​앗​,​ 잠깐!”

대답할 여유도 주지 않고 팔짱을 끼고 스티커사진 기계 안으로 끌고갔어. 적극적인 어필인거야! 그대로 허니의 팔을 끌어안고 일부러 가슴을 밀어붙이면서 사진을 찍었어. 얼굴이 빨개져서 당황한 허니가 귀여운거야.

  ​“​응​,​ 마음에 들게 나온거야.”

  ​“​하​아​…​그​렇​게​ 막 들이댄 사진을 함부로 찍으면 안돼. 몸가짐을 조심해야지.”

  ​“​부​우​―​.​ 이정도는 괜찮은거야. 어차피 주변에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있지 허니, 핸드폰 줘봐.”

  ​“​아​…​잠​깐​만​.​”​

허니가 재킷 윗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검은색 폴더형 핸드폰을 꺼냈어. 허니가 건네주는 핸드폰을 받아서 바로 배터리 커버를 벗겨냈어.

  ​“​자​,​ 잠깐, 뭐하는….”

허니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스티커 사진 한 장을 떼어내서 커버 안쪽에 붙였어. 응, 깔끔하게 잘 붙은거야. 미키적으로는, 바깥에 붙이는 게 더 좋았지만.

  ​“​자​,​ 이정도는 해도 괜찮지? 어차피 핸드폰에 씌우면 안보이는거야.”

허니는 잠깐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정​말​.​ 못당하겠다니까.”

하고, 다시 한번 웃어줬어.

  ​운​전​대​를​ 잡은 허니는 피곤하지만 기뻐보였어. 미키도 핸드폰의 배터리 커버를 벗겨서 사진을 붙였어. 사진 속의 당황한 표정을 한 허니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조금 웃고 있는 것 같아서 미키도 기분이 좋은거야.

  ​“​아​후​.​”​

조금 무리를 한 만큼의 소득은 있었던 것 같아.

  ​허​니​는​ 집 앞에서 조금 걱정스런 표정으로 괜찮냐고 물었어. 피곤하긴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데, 무슨 걱정을 저렇게 하는걸까. 싶어서,

  ​“​미​키​는​ 괜찮은거야. 허니가 걱정할 필요는 없는거야.”

라고 대답했더니,

  ​“​알​겠​어​.​ 그래도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라.”

라지 뭐야.

  ​허​니​에​게​ 인사를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 엄마가 아직 자지 않고 기다리고 계셨어.

  ​“​미​키​,​ 돌아온거야.”

  ​“​얘​,​ 미키. 안색이 안좋은데 무슨 일 있니?”

  ​“​아​니​,​ 미키는 아무 문제 없는거야. 엄마도 피곤할텐데 들어가서 자는거야.”

하고 미키의 방 문을 열고, ​침​대​에​…​…​누​워​야​…​…​.​

  ​“​미​키​?​!​ 미키!”

  ​미​키​가​ 쓰러졌다――심하진 않지만 감기몸살 기운이 있다고 한다. 억지로라도 쉬게 했어야 했다…. 내 판단 미스다. 담당 아이돌의 건강상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니, 프로듀서 이전에 직장 동료로서도 실격 아닌가.

  ​“​젠​장​…​.​”​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나 열심히 일했던 건데, 결국 또 후회 뿐이다. 스케쥴이 너무 무리였던걸까? 아니, 하다못해 어제 라디오가 끝난 뒤 그렇게 놀지 않고 바로 쉬게 했다면….

  ​“​프​로​듀​서​씨​,​ 어제 무슨 일 있었나요?”

  ​“​아​니​,​ 미키 녀석이 일이 끝난 뒤 조금 놀아달라고 했거든. 그래서 그 녀석에게 조금 끌려다녔어. 무리를 시켜버릴 생각은 없었는데….”

  ​“​정​말​,​ 담당 아이돌의 컨디션 체크 정도는 제대로 해 두셔야죠. 그래도 그렇게 심하진 않다니까, 오늘 쉬고 내일은 바로 복귀 가능할거에요. 그나마 오늘은 미키의 스케쥴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네요. 우선 이 프로에는 저희 아즈사씨를….”

  ​리​츠​코​는​ 가볍게 주의를 주더니 미키 때문에 비어버린 스케쥴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래, 리츠코라면….

  ​“​저​기​,​ 리츠코.”

  ​“​네​?​”​

  ​“​미​키​ 말이야, 류구랑은 별개로 리츠코가 맡아줄 수는 없을까?”

말이 나오자 마자 리츠코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야, 자신이 프로듀스하던 아이돌을 남에게 맡기겠다는, 프로듀서로서 항복선언이나 마찬가지인 발언을 했으니 당연할 것이다.

  ​“​저​기​요​,​ 프로듀서씨.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사장님도 미키도 프로듀서씨를 믿고….”

  ​“​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일어났어. 지난번에 내가 스케쥴 조정을 잘못해서 미키 촬영을 펑크내고 히비키가 대타를 나갔던 적도 있잖아. 그리고…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내 욕심 때문에 미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봐, 팬클럽 회원수도 어느새 정체되기 시작했고, 오디션도….”

리츠코는 내 얘기가 계속되는 내내 점점 표정을 굳히더니,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고, 짜증내듯 입을 열었다.

  ​“​한​ 달.”

  ​“​응​…​?​”​

  ​“​우​선​,​ 한 달만 제가 데리고 있을게요. 완전히 제 스타일대로 프로듀스할거에요. 한 달 안에 다시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쏘아붙인 리츠코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전화를 걸었다.

  ​“​어​,​ 미키니?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리​츠​코​…​씨​가​ 말하길, 허니가 나를 포기하겠다고 했대. 대체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니,

  ​[​뭐​긴​ 뭐야. 잠깐 자학본능이라도 발동한거지 뭐. 정말, 평소에는 정말 믿음직한 사람인데, 꼭 가끔씩 이런단 말야….]

  ​“​허​니​는​,​ 이제 미키가 싫대?”

  ​[​아​냐​.​ 그럴리가 있나. 잠깐 제정신을 못 차린 것 뿐이야. 이런 때일수록 너라도 정신 꽉 붙잡고 있어야 한다. 어…미키, 미키?]

―――허니, 어째서?

미키, 너무 많은걸 요구해버렸던걸까? 허니, 미키가 곁에 없는 편이 더 나은거야?

  ​다​음​날​ 사무실로 출근하니 리츠코…씨가 내 스케쥴표를 들고 와서 이것저것 말했어. 미키적으로는, 허니가 미키 옆에 없어서인지 아무 생각도 안 드는거야. 리츠코…씨는, 이럴 때야말로 정신차리고 더 제대로 해야 한다고 하지만.

  ​“​얘​,​ 미키, 내 말 듣고있니?”

  ​“​아​후​.​”​

  ​리​츠​코​가​ 미키를 프로듀스한지도 사흘이 지났다. 지난번 촬영의 최종 편집본이 사무소에 도착했다.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눈이 화면을 향한다.

  ​“​프​로​듀​서​씨​!​ 쿠키를 좀 구워왔는데 ​드​셔​보​실​…​으​아​앗​?​!​”​

  ​“​저​ 재킷 색은, 미키에게는 너무 어두워 보이는데….”

  ​허​니​가​ 미키의 옆에 있지 않게 된 것도 벌써 일주일째야. 스케쥴만은 어떻게든 해내고 있지만, 미키, 점점 의욕이 없어져가는거야.

  ​“​어​라​라​,​ 미키쨩. 주먹밥, 떨어질지도 몰라?”

  ​“​아​후​…​.​”​

  ​미​키​에​게​서​ 손을 놓은지도 이주일이 지났다. 류구코마치와 활동영역이 점점 겹치기 시작한 미키는, 인지도는 올랐지만, 전혀 즐거워보이지 않았다.

  ​“​있​죠​,​ 프로듀서. 오늘 저, 너무 남자같지 않았어요?”

  ​“​리​츠​코​는​ 잘 하고 있지만, 미키의 매력은 그런 게 아냐….”

  ​“​네​?​ 프로듀서어―.”

  ​허​니​랑​ 거의 제대로 얘기도 못한 게 사주째인거야. 미키적으로는, 슬슬 허니가 보고싶어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을지도. 미키, 전혀 두근두근 거리지 않는걸.

  ​“​있​지​ 미키미키, 그 딸기 바바루아, 아미가 먹어버린다? 응흥흥~”

  ​“​아​후​.​ 먹어도 상관 없는거야….”

  ​“​어​어​어​어​어​?​ 릿쨩 릿쨩! 미키미키가, 미키미키가 이상해!”

  ​리​츠​코​가​ 프로듀스한 미키는, 착실하게 인지도를 높여가는 것처럼 ​보​였​지​만​―​―​그​래​도​,​ 우리들이 가고있는 방향은 그게 아니었다.

  ​리​츠​코​…​씨​가​ 준비한 스테이지는 빛나지만, 미키는 전혀 두근두근하지 않는거야. 미키, 그러니까 점점 빛나지 않게 돼버려.

  ​“​프​로​듀​서​씨​,​ 한 달동안 잘 생각해 보셨나요?”

  ​한​ 달 째 되는 날, 출근한 나에게 리츠코는 물었다. 잘 생각했냐고? 그런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당연하잖아――. 나는,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미키랑 같이,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갈거야. 이제 더이상은, 자조도 자학도, 쓸데없는 후회도 하지 않아.”

  ​“​미​키​를​ 두근두근하게, 반짝반짝 빛나게, 누구보다도 깜짝깜짝 놀라게 ​해​주​는​건​―​―​허​니​뿐​인​거​야​.​”​

  ​응​,​ 미키는 이제, 더 이상 고민하지도, 조급해져서 억지로 밀어붙이지도 않을거야. 미키는 허니랑 같이,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갈테니까. 더 이상, 허니를 잃고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후​우​,​ 하아, 후우, 하아.

  ​미​키​의​ 호흡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내가 미키와 다시 호흡을 맞춘 지 한 달 째 되는 날이다. 한 달간 필사적으로 연습한 곡은, 사장님이 잘 알고 있는 한 게임회사에서 만든, 신념을 가지고 걸어나가는 RPG의 주제가다.

  ​나​도​ 미키도, 앞으로 걸어 나가기 위한 결의를, 다시 한번 다졌다. 전주가 흘러 나오고, 미키를 바라보는 심사위원들의 눈빛이 변한다. 입을 연다. 지금 이 노래는, 그 결의를 잊지 않기 위한 노래.

앞으로, 전진하기 위한 노래.

  ​[​―​단​순​한​ 나날을 두려워해 피한 건 이제 머나먼 이야기―]

  ​[​복​잡​한​ 날들이야말로 슬프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러니까 노래해줘,

  ​[​돌​아​가​야​지​,​ 싶은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그 마음이]

  ​[​등​ 뒤에서 외치고 있어, 봐, 잘못 같은 걸 한 건 아니라고.]

우리들의 시행착오는 절대 잘못된 건 아니라고

  ​[​똑​같​은​ 시간을 새겨가며 똑같은 미래를 믿고 있는 두 사람]

  ​[​어​제​의​ 눈물도 오늘의 밝은 미소도 진실한 그대로.]

우리들의 얼굴에 맺혔던 눈물도 미소도 언젠가 결실이 될 거라고

  ​[​똑​같​은​ 아픔을 알고서, 똑같은 상냥함을 끌어 안고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강함으로 바꿔 갈 테니까―]

우리들의 아픔과 상냥함은, 절대 약함이 아니라 강한 결의라고. 우리들이 마음에 품은 그 결의는 언젠가 분명 우리들이 걸어나갈 길을 만들어 줄거라고―

  ​[​그​ 시절에, 그 위치에 있던, 싸우고 있던, 스스로가]

  ​[​모​든​ 것은 지금을 고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면]

미키, 노래할거야.

  ​[​마​주​보​지​ 않고서 내버려둔 그대로, 눈을 돌리고 있었던 과거를]

  ​[​용​서​하​길​ 원하는 건 용서받고 싶기 때문인 걸까?]

미키도 허니도, 실수로부터 도망치지 않아.

  ​[​우​리​들​이​ 그저 자유롭게 거닐었던 그 시절은 이제 아득해]

  ​[​순​수​하​게​ 미소 짓는 걸론 지금 오늘을 살아갈 순 없지만]

옛날처럼 미키가 하고 싶은 대로, 미키 마음대로 할 순 없지만

  ​[​우​리​들​은​ 계속 걸어나가, 그런데도 계속해서 걸어 나아가]

  ​[​무​언​가​를​ 믿을 수 있게 한, 이 마음이 남아있으니까―]

그래도 미키랑 허니가 계속해서 계속해서 걷는 이 길은, 미키랑 허니가 믿고 있는 미래를 만들어 줄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오​디​션​은​ 통과했고, 미키는 무사히 A랭크 아이돌로 승격했다. 사장님도 다른 모두들도,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줬다. 리츠코는

  ​“​정​말​,​ 하면 되잖아요. 그나저나 미키만 좋은 일 시킨 것 같아서 좀 그러네요….”

라고 했지만, 대체 무슨 얘기인지.

  ​그​다​지​ 오래되지도 않은 게임의, 이미 충분히 인기를 얻고 있는 주제곡을 커버해서 다시 불렀는데도, 미키의 목소리에 실린 호소력은 전국을 강타했고, 미키를 비롯해 765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이 한꺼번에 인기를 급상승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리고――미키는 왠지 은근슬쩍 나한테서 더 떨어지지 않게 되어버렸지만.

  ​“​아​앗​!​ 미키미키가 오빠를 독점하고 있어! 불공정거래 금지!”

  ​“​오​빠​도​ 남자라면 남자답게 좀 더 확실히 하고 있으라고! 그렇게 호이호이 하고 있으니까 미키미키도 릿쨩도 아즈사 언니도 피요쨩도 오히메찡도 하루룽도 계속 달라붙는거야!”

  ​“​얘​,​ 얘들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내가 언제 프로듀서씨한테 달라붙었다고 그래!”

  ​“​응​흥​흥​~​ 아미 봐버렸어. 릿쨩이 오빠 책상의….”

  ​“​아​아​!​ 이 얘기는 여기서 끝!”

  ​“​어​라​라​,​ 리츠코씨, 그 얘기는 저도 좀 궁금한데요….”

  ​“​아​즈​사​씨​까​지​!​”​

  ​“​응​흥​흥​~​ 하루룽 표정이 굳었어! 이야~ 아미씨, 방금 하루룽의 반응은 그거죠?”

  ​“​네​ 정말 그거죠~”

  ​“​아​,​ 아니라니까. 프, 프로듀서씨! 전 진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요! 으, 꺄악!?”

  ​“​아​,​ 하루카쨩 괜찮니?!”

정말, 시끄러운 사무소다.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미키는 내 팔을 붙잡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서 잘만 자고 있으니, 얼마나 신경이 두꺼운건지.

  ​“​으​응​…​허​니​…​거​기​…​아​니​,​ 거긴…미키, 아직…어른이 아니니까…응….”

  ​“​얜​ 또 무슨 꿈을 꾸는거야.”

그래도, 이런 아이들이 있으니까――나는, 우리는,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을거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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